[특집]2. 세월호 참사가 남긴 노동안전 과제/ 2015.4

세월호 참사가 남긴 노동안전 과제


이진우(운영집행위원)


한국은 대형 사고를 수차례 겪으면서도 공공의 안전, 시민의 안전,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대책을 세워본 적이 애석하게 없다. 그렇게 된 데는 여러 원인이 있다. 빠름을 추구하는 생활방식으로 사고도 빠르게 잊혔기 때문이고, 정부부처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아닌 책임자에 대한 미온적 처벌 등의 임기응변식 대책만을 내놓았으며, 전문가 수준에서도 재난이나 안전에 대한 논의가 그다지 진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세월호 사고가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이 큰 만큼 곳곳에서 ‘안전’ 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안전한 사회로 가기 위한 노동안전 과제들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세월호 사고를 통해 드러난 구조적 문제

: 안전규제 완화


세월호 참사는 규제완화의 위험성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노후선박 연령 제한 기준, 안전 교육 및 심사절차 등 해상 안전에 꼭 필요한 조치들이 지속적으로 삭제 또는 축소되어 왔다는 사실이 참사 이후 알려졌다. 2009년 선박안전법이 개정되면서 선장이 과적‧과승을 하면 선박소유자에게도 벌금형을 부과하던 양벌규정도 완화되었다. 청해진해운은 노후선박을 수입해, 선박 개조를 하고, 더 많은 화물을 싣기 위해 평형수를 뺐다. 비용절감을 위해 비정규직을 늘려 왔고, 선원들의 안전 교육은 안중에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연안여객선의 안전관리는 엉망이었다.


안전규제의 완화는 선박분야만의 특수한 것이 아니다. 규제는 ‘악’ 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조성되면서 자본 친화적인 규제개혁이 전 산업에 걸쳐 단행되었다.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는 선박, 철도, 항공기 등의 사용 가능 연한을 폐지하는 안전 규제 완화가 진행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안전 관련 규제 완화를 더욱 광범위하게 단행하여,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철도산업 규제 완화 등)과 4차 투자활성화대책(의료산업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각 부처별로 앞 다투어 규제를 폐지하기 시작했고, 발전을 저해하는 ‘암 덩어리’ 에 불과한 안전규제는 무차별적으로 사라져 갔다. 이제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사고는 언제라도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 생명·안전 업무의 외주화·민영화


세월호 사고에서 안전 업무의 외주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점검을 담당한 한국선급은 정부를 대행하여 선박검사를 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이었다. 해운법에 따라 승객과 화물 적재 등 안전 관리를 총괄해야 하는 해경은 안전 관리업무를 한국해운조합 운항관리실에 위탁하였다. 수난구호의 경우는 2012년 수난구호법이 전면개정 되면서, 정부는 ‘언딘’ 과 같은 “수난구호협력기관 및 수난구호민간단체와 협조체제를 구축” 하게 되었다. 구난 능력은 큰 의미가 없고, 값이 싼 구난업체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세월호 선원들 중, 선장은 1년짜리 계약직이었고, 핵심 선원 17명 중 12명이 비정규직이었다. 청해진 해운에게 선장과 선원은 회사의 인건비를 축내는 비용으로 간주되었고, 임금을 적게 줄 수 있는 계약직을 채용했다. 이런 고용구조에서는 안전훈련을 한다 하더라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고, 선원들에게 책임감을 기대하거나 요구하기도 어렵다. 자본은 정부를 등에 업고 비용절감을 위해 생명·안전 업무를 외주화한 것이다.


정부는 규제완화뿐만 아니라 안전에 대한 책임까지 놓아버리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가공공부문 민영화는 큰 틀에서 규제완화 정책의 일부이다. 철도, 의료 등 각종 영리행위가 금지되어 있던 공공서비스 분야에 민간 자본의 투자나 운영 참여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전을 책임져야할 정부가 이번에는 안전 분야에까지 민간 기업의 참여를 장려하겠다는 ‘안전 민영화’ 방안을 내놓았다. 지난 3월 30일 발표된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 에 의하면, “안전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안전투자와 민간 참여를 활성화”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안이다. 게다가 정부는 “재난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보험 상품 개발을 추진” 하겠다고 발표해 안전 관련 업무의 외주화·민영화뿐만 아니라 재난사고의 책임마저 회피하려 하고 있다.


: 책임자에 대한 미온적 처벌


세월호가 침몰한 데에는 안전을 도외시한 채 이윤을 위해 무리한 운행을 강요한 청해진 해운이 큰 원인이었던 것은 명확해 보인다. 검찰과 경찰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로 지목했고, 검찰은 그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겠다는 말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의 법체계 안에서 그에게 세월호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유병언의 장남 유대균 씨는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징역 3년, 김한식 청해진 해운 대표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징역 10년, 이준석 선장은 유기치사상죄로 징역 36년을 선고받았다. 사고가 일어났을 때 승객들을 구조할 수 있었던 이들은 1차 구조책임자인 선장 및 선원들이었다는 점에서 이들이 중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납득하더라도, 구조적인 원인을 제공한 자들에 대한 형량은 너무 낮다. 회사의 안전정책에 대한 결정권을 기준으로 본다면 오히려 그러한 권한이 가장 없었던 계약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중형을, 권한이 가장 많은 이들이 가벼운 형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세월호와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기업이나 정부 관료가 안전이나 환경조치를 소홀히 해 인명과 환경에 큰 피해가 발생해도 기업이나 사업주, 정부 관료가 처벌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형 재난사고 직후에는 책임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컸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며 처벌 수위 또한 낮았다. 502명이 사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에서는 회장과 사장이 각각 징역 7년 6월과 7년을 선고받았을 뿐이다. 23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 씨랜드 화재 참사 때도 수련원 대표가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192명이 사망한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참사에서도 기관사·관제사 등만 처벌받았으며, 대구지하철공사 사장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하청업체의 산재사망 사고에 대해 원청업체 사업주가 책임을 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2013년 대림산업의 여수산단 가스폭발사고, 삼성전자의 화성 불산유출사고, 청주SK 폭발사고 등에서 원청 사업주는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러한 책임자 처벌로 과연 안전한 사회가 가능할까?



세월호 참사가 제기하는 과제

: 안전규제 후퇴에 영향을 미친 법제도, 정책 철폐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는 한국에서 안전을 위한 규제는 후퇴되는 중이고, 곳곳에 널리 존재하고 있는 문제가 이번 참사에서 응축되어 드러났음을 깨달았다. 따라서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안전을 사고하는 사회의 기본정책방향을 다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드시 필요한 안전규제마저 완화시키는 기업 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 규제개혁위원회 등에 대한 조치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지금까지 진행된 규제 완화도 재검토하여, 이윤이 아니라 안전 중심으로 개정해야 할 것이다.


: 안전위험업무/유해물질 취급업무 외주화 금지


안전위험업무와 유해물질 취급 업무의 외주화는 실제적으로 안전에 대하여 책임져야 할 원청회사가 안전 책임도 회피하고 비용절감 효과도 보게 된다. 이러한 외주화의 만연은 안전과 생명의 소홀로 이어진다. 사고 발생 시 하청회사, 노동자, 시민에게 책임이 전과하게 되고, 원청회사는 안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합법적 수단이 되고 있다. 따라서 권한과 책임이 함께 하기 위해서 외주화 금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및 안전 관련 업무 종사자의 정규직화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안전을 지킬 충분한 인력 보장


충분한 인력의 확보는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치이다. 인력이 부족하면 안전수칙을 지키기도 어렵고, 과로로 인한 실수도 늘어나며,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대처능력도 약해진다. 안전인력을 보장하라는 것은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 에서처럼 안전 전문가를 별도로 육성하라는 뜻이 아니다.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모두 사고 시 안전인력이다. 이들에게 작업장의 유해환경에 대한 알권리를 보장하고, 현장의 안전을 채워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은 사고발생에 대해서는 염두에 두지 않고 인력 최소화만 추구한다. 대구지하철화재에서는 당시 1인 승무제로 운행되고 있음에도, 기관사가 운전실에서 사령실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불이 난 현장에 가서는 불도 끄고, 승객도 대피시켰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본인의 의무를 다하고, 처벌을 피할 수 있겠는가. 철도·지하철 노동조합들은 자동화를 이유로 계속해서 줄어드는 인력을 적정 수준에서 보장하기 위해 오랫동안 싸워왔다. 지하철과 철도를 막론하고 2인 승무가 유지되는 노선은 이제 일부에 불과하다. 시민과 노동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 충분한 인력 보장은 필수이다.


: 노동자에게 위험작업을 중지할 권리를


현재 한국도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시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할 권리가 법적으로는 보장되어 있다. 그러나 '작업중지권이 보장된다' 는 것은 법조문에 규정되어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실에서의 작업중지권은 노사관계에서 힘을 가진 노동조합만이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업중지권이 현실적으로 의미를 가지려면, 실질적인 권한 행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법제도 정비뿐 아니라 조직화된 노동자의 힘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안전은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자본에 맞서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지켜내야 한다.


: 안전을 지키기 위한 기업의 책임 강화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두고 꼭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면 피할 수 있는 죽음이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의 무책임한 행태를 규제할 대책이 없는 무기력한 상황이다. 기업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는 힘은 노동자와 시민으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 안전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아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분명 살인이다. 기업의 살인 행위에 응당한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논의가 현재 진행 중이다. 우리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이윤보다 생명이 먼저인 세상을 위해 시민과 노동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특집]1. 안전을 기업에 맡긴다? 세월호 1년, 정부 안전대책 평가 / 2015.4

안전을 기업에 맡긴다? 세월호 1년, 정부 안전대책평가


푸우씨(집행위원장)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년이 다가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동시대의 다른 어떤 사건보다 한국사회에 던진 충격과 파장이 컸다. 그만큼 세월호 참사를 빚게 한 다양한 형태의 원인진단과 해석, 대안이 각계각층에서 지난 1년간 쏟아져 나왔다. 노동안전보건운동진영을 비롯한 시민사회는 세월호 참사를 ‘자본주의 체제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빚어낸 결과로 규정하고, ‘규제완화 정책 폐기’, ‘민영화 반대’, ‘수명 끝난 원전 폐기’, ‘안전사회 건설’ 등 투쟁 요구와 기치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이에 반해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단순 해상사고’로 축소하며, 참사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 진단과 진상규명 요구의 목소리를 애써 외면해 왔다. 이는 세월호 참사가 체제와 권력의 문제로 지목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전면에 떠오른 ‘안전’이라는 화두를 활용해 ‘안전산업 육성’ 등 자본시장의 활로를 개척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월호 참사 1년이 다가오는 지금,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안전대책을 살펴보고자 한다.


거듭되는 참사


사건

규모

문제점

고양

종합터미널

창고 화재

(2014년 5월 26일)

8명 사망, 지하 1층

- CJ내부 인테리어 공사 중 방화셔텨와 스프링클러 등을 작동할 수 있는 긴급 전원 시설도 차단한 채 공사

-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에 공사

- 공사를 관리 감독해야 할 책임자인 공사감리도 비상주 1인만 지정

전남

장성요양병원

화재

(5월 28일)

21명 사망,

8명 중경상

- 새벽에 화재 발생으로 5분 사망

- 4656㎡ 규모의 2층 별관 70~80대 환자 34명에 간호조무사 1명

- 발화 시점부터 소방대원 도착시간 6분 동안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로 사망

- 스프링클러 없음.

- 요양병원의 인력기준, 화재안전 기준 2013년부터 요양병원의무인정제가 시행되고 있으나, 의료기관 평가 인증원은 요양병원 인력 기준에 관한 법을 지키지 않아도 모두 인증을 해주었음.

판교

테크노벨리

환풍구 추락

(10월 17일)

16명 사망,

11명 중경상

- 환풍구 안전 관리 규정 없음.

- 국과수 1차 감정결과: 용접불량, 지지대 절단, 앵커볼트 미고정 등 부적절한 시공형태

- 덮개 지지대 전체 앵커볼트 40개 중 11개 불량 시공

- 14년 2월 안전행정부가 ‘재난안전관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공연법의 관리 대상 지역축제를 ‘예상관람객 3천명 이상’으로 명시. 14년 3월 소방방재청 개정 시행령에 따라 ‘지역축제장 안전매뉴얼’적용대상 축소

의정부

도시형 생활주택 화재

(2015년 1월 10일)

5명 사망,

125명 중경상

- 사무실로 활용해야 할 공간까지 주거용 원룸으로 개조해 월세 임대

- 2009년 도시형 생활주택 도입 이후, 여섯 차례에 걸쳐 외부 마감재, 건물간 거리 등 관련 규제 완화

- 건물 간 거리가 좁아 소방차 진입이 늦어짐

- 건물 외부 마감재가 화재에 취약해 불길이 빠르게 번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에도 안전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했다. 판교 테크노벨리 환풍구 추락사고, 의정부 도시형 생활주택 화재, 글램핑 화재사건, 최근 발생한 신촌대로 싱크홀 사고까지 어느 것 하나 예외없이 기업의 이윤 추구를 우선시 하고, 이를 위해 정부가 규제 완화에 나선 결과이다. 결국, 세월호 참사 이후 ‘침몰은 자본이, 참사는 정부가’ 라고 진단한 시민사회의 언명이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거듭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참사 이후 벌어진 또 다른 참사들을 통해 아주 잘 증명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에게서 안전에 대한 근본적, 철학적 성찰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앵무새처럼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관계기관의 철저한 수사를 바탕으로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발표만을 주문처럼 되뇌었을 뿐이다.


급기야 박근혜 정부는 구체적인 안전 대책을 내놓지도 않은 채, 3월 19일 산업자원부 산하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안전산업발전방향’ 을 내놓았다. ‘안전’에 대한 투자는 없이, ‘안전산업’에 투자하여 ‘안전산업을 육성’ 하여 국가의 안전을 수립하겠다는 발상이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국민의 안전까지 기업에게 넘겨주겠다고 선언한 것에 다름 아니었다. 그리고는 지난 3월 30일 이완구 국무총리가 중앙안전관리위원회를 열어, 박근혜 정부의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을 확정·발표했다.



5년간 30조원을 쏟아 붓는…….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의 정책수립 방향을 발표했던 시기부터 속빈 강정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었다. 정부는 작년 세월호 참사 이후 한 달여 만인 2014년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8월 26일 제5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발표한 [국민안전 대진단 및 안전산업 발전 방안], 9월 23일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 기본방향 및 향후 추진계획]에서 안전 정책 대강의 얼개와 방향을 제시해왔다. 이런 정책방향 하에 3월 30일 모습을 드러낸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은 ▲재난안전 컨트롤기능 강화 ▲현장 재난대응 역량강화 ▲생활 속 안전문화 확산 ▲재난안전 인프라 확충 ▲분야별 창조적 안전관리 등 5대 전략과 100대 세부계획으로 구체화 됐다.


이 과정에서 지난 1년간 박근혜 정부가 안전관련 대책을 언급할 때마다, 시민사회가 제기했던 ‘안전관련 규제 완화 중단’ 등 근본적 비판은 철저히 외면됐다. 기업투자 활성화, 경제 활성화 대책이라는 명목으로 등장한 각종 규제개혁이 가장 우선적으로 기업과 공공기관,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필수적인 안전시설, 안전보건 인력 채용 등을 무력화해 위험을 증폭하고, 확산하는데 일조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귀를 막아버린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기 전인 작년 3월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장관회의에서 ‘규제는 쳐부수어야 할 원수이자 암 덩어리’ 라고 선언하며 각종 규제를 임기 내 10%, 임기 말까지 20% 줄이겠다고 발표했으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직후 국민여론을 의식해 잠시 주춤했던 규제개혁이 현재는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결국 정부는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을 통해 참사와 사고 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보호와 예방에 관한 국가의 책무에 대해서는 사실상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국가안전처 중심의 ‘재난안전관리체계’ 를 확립해, 재난과 사고 등 상황에서 긴급한 구조, 구난, 지원에 효과적인 인력 확보, 지자체와의 협력, 대응 체계를 갖추겠다는 것을 ‘안전대책’ 의 전부로 일관하고 있다.



안전을 기업에게 맡긴다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

- 안전을 ‘산업화’ 하여 기업 이익을 보장하는 수순


물론 정부는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에서 ▲생활 속 안전문화 확산 ▲재난안전 인프라 확충 ▲분야별 창조적 안전관리를 5대 전략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사실상 양념 식으로 곁들여진 안전대책에서 별다른 실효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3가지 과제에서 거론된 ‘민관합동’ 의 ‘민’ 은 사실상 기업이기 때문에, 그 우려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기업의 이윤보장을 위해 안전문제가 도외시 되었던 그간의 과정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어 더욱 그렇다. 작년부터 언급되기 시작한 정부의 안전산업 육성 방안에서도 방점은 ‘안전’ 이 아니었고, ‘안전산업’ 을 육성해 ‘수출’ 주력분야로 육성하겠다는 입장이 제기되어 왔다. 특히 올해 정부는 각종 안전진단과 점검 분야를 민간에 대폭 개방하겠다며, 상반기에 가스 안전진단 분야를 민간에 시범 개방한 뒤 교량, 터널, 댐 등으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해 사실상 정부(공공기관)의 몫까지 기업에게 내주겠다고 선언해 버림으로써 국가의 역할을 포기해 버렸다고 할 수 있다.


거론조차 되지 않은 노동안전


정부의 이번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 중 ▲분야별 창조적 안전관리에는 ‘항공, 도로, 산업단지, 에너지, 철도’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노동안전(산업안전)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모든 분야에서 안전을 담당하고 책임지는 노동자들은 우선적으로 정규직화 되어야 하고, 시민과 노동자들에게는 위험 요인과 안전 관련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알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일선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위험을 예방하고 통제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이 부여되어야 한다. 이런 과제는 노동자의 안전이 곧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문제의식 하에 세월호 참사 이후 시민사회가 끊임없이 주장하고 요구하던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과제들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을 발표하며 "안전관리는 재난 현장에서 얼마나 잘 작동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며, "이론이 아닌 실제적인 대응체계를 갖출 것" 을 주문한 것에 비추어 본다면, 위험상황을 1차적으로 마주해 이를 통제하고, 최소화할 수 있는 권한은 해당 노동자에게 부여되어야 한다.


‘안전대책’ 과 ‘대응매뉴얼’ 이 실제 작동할 수 있으려면, 그에 걸맞은 예산과 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은 가장 기본적인 국민의 ‘안전’ 까지 결국 ‘기업’ 에게 맡겨버리고, 국가의 역할을 포기하는 선언을 했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통해 얻은 교훈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특집] 3. 산재예방 5개년 계획, 노동자가 감시하자 / 2015.3

산재예방 5개년 계획, 노동자가 감시하자



선전위원회





[특집] 2. 안전한 일터, 국민 행복 시대는 가능한가?-제4차 산재예방 5개년계획의 의미와 과제 / 2015.3

안전한 일터, 국민 행복 시대는 가능한가?

- 4차 산재예방 5개년계획의 의미와 과제 -

 


선전위원회


 

지난 127일 고용노동부에서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혁신을 위한 종합계획 <4차 산재예방 5개년계획 (2015~2019)>’ (이하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혁신안과 함께 안전한 일터·건강한 근로자·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한 4대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그리하여 선전위원회는 이번 종합계획이 짧게는 박근혜 정부 남은 3, 길게는 2019년까지 노동자들의 안전보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그 의미와 과제를 짚어보았다.

 


산업안전보건 혁신 종합계획의 배경

 

고용노동부는 이번 종합계획을 수립한 가장 큰 이유로 그간 각종 안전보건대책의 성과로 재해율 지표는 꾸준히 개선되었으나, 산재사망만인율의 경우 여전히 선진국보다 2~4배가량 높고 (2010년 기준 한국 0.78, 일본 0.22, 미국 0.38, 독일 0.18), 경제적 손실액도 19조원에 달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또한, 작년 현대 중공업에서만 9명의 하청·비정규직 노동자가 사망한 사례에서 보듯 위험의 외주화에 따라 안전보건의 사각지대가 확대되고, 안전보건에 관한 책임을 하청에 떠넘기는 현실을 지적했다.

4.16 세월호 참사 이후 일터뿐만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안전보건에 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이번 종합계획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그밖에 고용노동부의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삼성 반도체 직업병 (백혈병) 피해자 고 황유미 씨의 산재인정 판결이나, 제주의료원 간호사 노동자들의 집단 유산 산재인정 판결 등 직업성 암, 생식독성 등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이번 종합계획이 만들어지는데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겠다.

 


산업안전보건 혁신 종합계획의 목표

 

고용노동부는 이번 종합계획으로 선진국 수준의 안전한 일터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20130.71%의 산재사망만인율을 20190.3%로 낮추기로 했다. 이를 위해 4대 추진 안전보건 책임 명확화 대응 능력제고 확고한 기반 구축 실천 중심의 안전보건 문화 확산 과제를 설정했다.

 

 

사업주의 안전보건 책임 강화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안전보건 문제의 심각성을 반영하는 듯 이번 종합계획에서 가장 먼저 사내하청업체의 위험작업에 대해 원·하청 공동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확대했다. 만약 유해·위험작업을 도급할 땐 하청 노동자의 안전보건이 확보되도록 기존의 도급인가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사업주의 안전보건 책임 확대를 위한 또 다른 방안으로 앞으로 300인 이상 고위험 업종 (조선·철강·건설 등) 사업장에서는 의무적으로 안전보건관리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도록 했다. 사업장 내 안전보건관리자 선임 의무가 없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사업장의 직·반장이 안전보건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또한, 앞으로 위험성 평가를 하지 않는 사업주에게는 과태료 부과 및 안전보건공단에서 수행하는 사업 제공에 불이익을 주고, 위험성 평가에 따른 개선계획을 이행하지 않으면 사법조치 대상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노동자의 참여 및 역할 확대

 

노동자에게 작업현장의 급박한 위험 발생시 '작업회피' 를 결정하게 하고,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점검 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 또한, 현장책임자에게 안전수칙을 미준수한 노동자에게 작업을 제한하는 권리도 부여했다. 위험성 평가의 경우 노동자 대표가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되었다.

 


업무 특성 맞춤형 안전보건 지원

 

여성노동자들이 주로 일하는 재생산 노동영역 (교육 · 사회복지 서비스, 청소, 병원) 노동자들의 건강증진 및 직무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보급하기로 했다. 청소, 현장실습 노동자를 다수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휴게 공간을 제공했는지, 현장실습 노동자에게 안전보건교육을 했는지 등 관련해서 집중 지도점검을 시행한다.

유해·위험 화학물질을 다루는 노동자들의 안전보건을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상 관리대상 화학물질의 범위를 현재 751종에서 확대해 나가는 한편, 유해·위험성 평가 프로세스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사용물질, 노출정도, 작업방법 등이 노동자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실태조사를 통해 작업환경개선 등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안전보건문화 확산

 

··정이 T·F를 구성 산재 은폐 관련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복지부 (건강보험관리공단 담당), 국민안전처 (119, 응급환자 이송기관 담당) 등 민·관 협업 체계를 통해 산재 은폐를 근절하고, 안전보건문화를 확산하도록 했다.

기존 안전점검의 날을 매월 4일에서 세월호 참사일인 16일로 변경해, 일터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안전의식을 높이는데 힘쓰기로 했다.

 


기업 편의 위한 규제완화 정부가 노동자 건강을?


그러나 이번 산업안전보건 혁신 종합계획역시 박근혜 정부 특유의 유체이탈 기조는 변함이 없었다. 왜 선진국보다 산재사망만인율이 2~4배 높은지,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의 산재 사망이 왜 많은지, 4.16 세월호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고찰도, 책임도, 반성도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었다.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의 산재 사망률이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높은 이유는 고용의 불안정과 함께 위험 작업을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전가하기 때문이다.

일터에서 급박한 위험 발생 시 '작업회피' 를 결정하도록 보장한다고 하는데, 노동조합이 나서서 작업 중지를 선언해도 하루 일당 공치는 것이 답답해 항의하는 노동자들이 있는 현실이 존재한다.

원청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확대한다지만, 그동안 기업 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기업규제완화법) 아래에서 기업은 다양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면제받아왔다. 정부가 지속해서 견지하고 있는 규제개혁이다. 전체 정부 정책과 기조는 노동자 안전과 건강, 생명을 경시하는 방향인데 개별적인 접근으로 안전보건이 혁신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헛될 뿐이다.

 


산재은폐 막지 않고 산재사망률 관리?


우리나라 산재 발생률 통계에 대해서는 항상 물음표가 따라 다닌다. 전체 산재 발생률은 낮은데, 사망사고 발생률은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사고 사망률을 낮추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제안했다. 그러나 만일 산재 발생 보고가 적어서 산재 발생률이 낮게 나타나는 것이라면 정확한 상황 인식과 통계를 위해 산재 은폐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현재 낮은 산재 보험 적용률, 산재인정에 대한 부담, 3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만 보고하게 되어 있는 체계 등이 모두 산재 보고를 낮추는 원인이 된다. 물론 이런 단순보고 누락 외에 산재 은폐를 막기 위해 강력한 처벌을 포함한 실질적인 노력이 따라야 하는데, 규제 완화라는 미명 하에 산재 은폐의 중요한 기전으로 작용하는 개별실적요율제를 1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하자고 결정한 것이 작년의 일이다. 정부가 산재 발생 실태를 더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고민 없이, 산재 은폐를 부추기는 방향의 정책을 펴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를 '사고 사망률 낮추기' 로 설정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진짜 노동자 참여가 필요하다

산재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현장책임자에게 안전수칙 미준수 근로자의 작업을 제한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고 한다. 이는 노동자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고, 안전에 불감하기 때문에 안전사고가 발생한다는 고용노동부의 발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면서 이 대책이 근로자의 참여와 역할을 강화하는 조치라고 한다.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데 노동자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그런데 기존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등이 실질적으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수십 명의 산재 사망자를 낸 사업장의 비정규직 노조는 사고가 발생해도 공식적인 보고는커녕, 사고 조사에도 정규직 노동조합을 통해서만 참여할 수 있다. 숫자로도 절반에 가깝고 더 위험한 부서에 배치되어 있어도 산보위에도 참여할 수 없다.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 물론,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곳도 많다. 노동자의 참여라기보다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 사용 또한 회사의 징계와 고소·고발 폭탄을 맞는다. 노동자에게 사고의 책임을 묻고, 작업을 제한한다는 발상으로는 노동자들의 자율과 권리에 기반을 둔 노동자 참여를 통한 안전문화 확산은 요원하다.

 

물론 한 번의 종합계획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없다. 또한, 아무리 훌륭한 계획이라도 안전보건 감독 인력과 예산 확보 없는 계획은 증세 없는 복지처럼 그저 공염불에 불과하다. 공정안전보고, 위험방지계획, ·하청 공생협력, 위험성 평가 등 이미 있는 법과 제도조차 이행되지 않은 게 작금의 현실이다. 무엇보다 전체 국정 방향이 노동자의 삶을 불안하게 하고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데 안전한 일터, 건강한 노동자, 국민 행복시대는 불가능할 것이다.

[특집] 1.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계획과 평가-3차 산업재해예방 5개년 계획 평가 / 2015.3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계획과 평가

- 3차 산업재해예방 5개년 계획 평가 -

 


회원 김재광(공인노무사)


 

지난 2000년 이후 노동부는 5년 단위로 산업재해예방(5개년 계획)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여 점검하고 있다. 5개년 계획이 이전에도 1991년부터 1996년까지 제1차 산업재해 예방 6개년 계획, 1997년부터 1999년까지 산업안전 선진화 3개년 계획을 시행한 바가 있다. 이를 고려하면 근 25년간 정부 나름의 체계적인 산업재해예방 계획을 수립하고 점검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제3차 산업재해예방 5개년 계획(2010~2014)이 종료되고, 4차 계획이 수립된 시점에서 지난 제3차 계획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목표를 중심으로 확인하고자 한다.

 


재해율 0.5%대 달성? 빛 좋은 개살구

 

정부의 5개년 계획은 보통 비전, 목표, 기본방향, 추진전략 및 과제로 구분되어 있다. 3차 계획의 비전은 근로자가 안전한 삶과 행복을 영위하는 안전행복사회 구현이다. 이러한 비전이 구현되었는지는 전체를 검토하고 글의 말미에 살피고자 한다. 3차 계획의 목표는 ‘2014년 재해자수 6만 명대로 감소시키고, 재해율을 0.5%대를 달성하는 것이었다. 당시 재해자수는 97000여명 대에 이르고, 재해율은 0.7% 대에서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었다. 노동부가 발표한 2013년 산업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재해자는 91824, 재해율은 0.59%, 35개년 계획이 목표한 재해자수 6만 명에 이르기에는 부족했지만 재해율은 0.59%로 목표한 0.5%대에 가까웠다. 아마도 2013년도부터 업무상 교통사고 등을 통계에서 제외한 숨은 노력이 0.5%대를 가능하게 한 것은 아닌가 싶다.

 

수치만 보면 재해율이 줄어든 것은 사실인데 꼭 성공하였다고 말하기가 머뭇거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2013년 사망만인율2012년보다 오히려 증가하였고, 3차 계획 기간 동안 사고사망만인율[각주:1]0.7%대에서 큰 변동을 보이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재해율 저하 목표가 현실을 더욱더 왜곡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들게 한다. 보통 사고사망만인율이 산재재해율보다 낮은 것이 일본을 제외한 OECD 국가들의 일반적인 경향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재해율에 비교하여 턱없이 사고사망만인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 말인즉, 사망사고는 은폐할 수 없어 상당부분이 통계로 드러나고 있으나, 거꾸로 사망이 아닌 경우는 상당부분 은폐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실정에서 재해율을 줄이고자 하는 각고의 노력은, 의도가 무엇이건 간에, 산업재해의 은폐를 조장 묵인하는 것에 한 몫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전히 제자리를 맴도는 사고사망률은 이를 웅변하고 있다. 애초 정책 목표가 산재율, 사고사망만인율 감소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산재 은폐에 대한 단호한 처벌, 산재보험 급여의 내실화가 동반되었어야 하나 이에 미치지 않아 수치상 목표는 달성했으나 취지에는 벗어난 결과를 만든 것이다. 이를 의식했는지 그나마 제45개년 계획에서는 사고사망만인율을 0.7%대에서 2019년에는 0.3%로 줄이고자 계획하고 있으니 다행이라 하겠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산재은폐에 대한 단호한 처벌과 산재보험 급여의 내실화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번 목표마저도 현실적 실효성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업장 자율시스템은 어떻게 되었나?

 

3차 계획이 기존의 5개년 계획과 비교하여 눈에 띄었던 대목은 위험성 평가 그리고 노사자율, 민간참여 유도 등 이라 하겠다. 3차 계획 목표는 재해율 저하 이외에도 또 하나의 목표를 제시하였다. ‘위험성 평가를 기반으로 한 자율안전보건시스템 정착이 그것이다. 위험성 평가는 사업장에 대한 포괄적인 안전보건평가이며 동시에 근로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선진화된 사업장 자율시스템이라 할 것이다. 이것에 대해 제3차 계획은 상당히 힘주어 강조하고 있었다. 실제 위험성 평가는 법제도적으로 2010년부터 3년간 시범사업을 거쳐 2013년부터 본격 시행하게 되었다. 이와 함께 참여와 협력을 통한 서비스전달체계 다원화를 추진전략 및 과제로 선정하고, ‘지역별 산업안전 네크워크 구축’, ‘중앙/지방정부간 연계협력강화’, ‘노사공동 산업안전보건 협력체계구축 지원등을 세부과제로 두고 있었다.

 

위험성 평가의 경우 노동부의 안전보건부문에서 2000년도 중반 이후 여러 연구 용역 및 시험 적용 등 상당한 노력을 보였고, 시행이후 이에 대한 선전 및 평가 기법의 교육 등에 대한 대대적인 공을 들인 바 있다. 실제로 안전보건공단에서 주최한 위험성 평가에 대한 교육의 경우 상당한 인기를 끌기도 하였다. 위험성 평가가 자율적 안전보건관리체계라는 점, 작업자의 참여가 독려된다는 점에서 일정한 긍정적인 요인이 있으며 이것에 대한 제3차 계획의 중점이 되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중점 목표였던 위험성 평가의 이행이 얼마나 진행되었는가와 별개로 현장의 노동자들이 이것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한 분명한 자료나 결과를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위험성의 선진성은 자율적인 안전보건예방관리시스템이고, 여기서의 자율은 회사뿐 아니라 작업자(노동자)에게도 부여된 것인데, 정작 대부분의 현장 노동자에게는 큰 감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사업장에서 조차 활발한 위험성 평가 작업을 찾아보기 힘들다. 더불어 제시된 세부과제인 지역별 산업안전 네크워크 구축’, ‘중앙/지방정부간 연계협력강화’, ‘노사공동 산업안전보건 협력체계구축 지원은 이렇다 할 결과를 낳지 못하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제3차 계획에서 강조된 위험성 평가는 제4차 계획에서 찾아보기가 힘들어 이러한 취지의 사업이 사실상 폐기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가지게 된다.

 


계획의 실효성 평가가 필요하다

 

3차 계획에서는 건설, 제조, 화학, 서비스, 소규모 사업장 등 특성화된 예방대책 추진을 통한 사업실효성 제고라는 추진전략 및 과제가 있었다. 그러나 제3차 계획 기간에 유독 중대 산업 사고나 하청 노동자의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았다. 2013년 다른 모든 업종에서 산재사망이 감소할 때 건설업에서는 산재사망률이 오히려 증가했다. 사업의 실효성이 전혀 발휘되지 못한 것이다.

3차 계획 추진 중 하나로 제시됐던 산업안전보건 행정역량강화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산업안전감독관의 수와 역량을 키워 산업안전감독을 내실화하겠다고 하였으나, 2015년 지금까지도 여전히 산업안전감독관 1명은 4000~5000 개의 사업장을 담당한다. 역시 계획이 계획에 머무르고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한 단면이다. 계획을 실행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예산과 행정력, 뚜렷한 정치적 의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난 산재예방계획들이 그렇게 작동해왔는지 검토가 먼저 필요하다.

 


계획의 근본은 노동자의 권리

 

앞서 제3차 계획의 비전은 근로자가 안전한 삶과 행복을 영위하는 안전행복사회 구현이었다. 그러나 사망만인율은 다시 증가세가 되었고, 사고사망만인율은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안타깝게도 세월호 참사는 제3차 계획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물론 세월호는 산업안전보건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세월호 참사과정에서 나타난 해당 노동자의 위험에 대한 거부와 통제의 권한이 얼마나 하잘것없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정도는 다르지만 산업재해예방 5개년 계획은 노동자의 참여를 양념처럼 집어넣고 있으나, 정작 노동자에게 중요한 알 권리, 참여할 권리, 거부할 권리에 대한 실효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변화되는 산업 환경을 거론하면서도 요청되는 노동자의 신체적, 정신적 보호와 권리를 성의 게 바라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3차 계획의 비전 근로자가 안전한 삶과 행복을 영위하는 안전행복사회 구현은 만무하고, 4차 계획의 비전 선진국 수준의 안전 일터 구현은 요원한 것이다.

 

체계적이고 정기적인 국가적 계획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 계획에 정작 일하는 노동자의 권리가 중심이 아니라면 무엇을 위한 산업안전보건인지, ‘계획인지 돌이켜 볼 일이다.   



  1. 사망자수의 1만 배를 전체 근로자 수로 나눈 값. 전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중 산재로 사망한 근로자가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할 때 사용하는 지표 [본문으로]

[특집] 3. ‘여성’ ‘노동자’로 살아가기 / 2015.2

[특집3]
‘여성’ ‘노동자’로 살아가기
- 그녀들의 일하는 이야기

 

 

우리 아이가 컸을 때는 세상이 좀 달라졌으면 좋겠어

 

19살, 가을 1994년 9월 26일에 회사에 첫 출근을 했어. 시골 촌구석에서 여고를 다녔는데, 3학년이 되니까 회사에서 사람을 뽑으러 학교로 오더라고. 어리바리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면접 보라고해서 면접을 보고 지금은 이름이 바뀐 ◯◯◯◯◯에 오퍼레이터로 첫 출근을 했어. 회사에 들어가 3개월은 공부만 했던 것 같아. 내가 하는 일이 뭔지, 내가 쓸 케미(화학물질)는 뭔지에 대해서. 물론 그 케미가 내 몸에 좋은지 어쩐지는 안 알려주지. 근데 어렴풋이, 눈치로는 알겠더라. 이게 이런 역할을 하니까, 독하겠구나…. 몸에 좋지는 않겠구나…. 하고.


10년 동안 3교대로 일하면서 공장과 기숙사만 오갔지. 일은 엄청 힘들었어. 그래도 교대수당 붙고 성과급 붙으면 월급은 주변 보다 훨씬 많았는데……. 돈 다 어디 갔나! 모르겠네. 내 10년 세월인데.

 

29살, 가을 거기서 10년 일하고 서울로 왔어, 동생이 서울에 같이 있자고 해서. 10년을 지방에서 공장과 기숙사밖에 모르고 보냈더니 세상에 대해 아는 게 없더라고. 일자리를 구하려면 벼룩시장 같은걸 보면 되는데 그걸 모르고 지역을 돌아다니며 전봇대를 살폈어. 왜냐고? 옛날처럼 전봇대나 담벼락에 구인광고가 붙어있을 줄 알았거든. 근데 지역을 몇 바퀴 돌아도 구인광고가 안 보이는 거야. 그래서 이 지역에는 공장에 빈자리가 없는 줄 알았다니까, 참. 이 지역에 자리 잡은 지도 벌써 10년인데 주로 전자제품을 조립하거나 검사하는 일을 했어. 50명도 안 되는 회사도 있었고 100명 가까이 되는 큰 회사도 있었어. 생산라인은 다 여자지. 아무래도 핸드폰같이 작은 건 손을 쓰는 거니까 여자들이 많은 거 같아. 그래도 처음에는 일하는 회사에 취업했는데, 점점 파견회사를 통해서 들어가게 되더라고. 요즘! 다 파견이지. 근데 일은 점점 많고 힘들어지는 것 같아.

 

한 번 들어가면 보통 1년 정도 다녔어. 오래 다닌다고 월급 더 주는 것도 아니고, 딱 ‘최임’에 맞춰주거든. 1년 일해도 3년 일해도 다 똑같아 월급은. 사람보고 다니는 거지, 정으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으면 그 사람들 보고 다니는 거야. 근데 옮기기도 많이 옮겨. 다른데 가봐야 다 똑같다는 거는 아는데, 주임이나 계장이나 못된 놈 만나면 안 옮길 이유가 없는 거지. 그 전에 다니던 데도 관리자가 어찌나 무시하고 성질을 부리던지……. 근데 그렇게 옮기잖아? 그러면 거기서 또 만나! 그 전에 같이 다니던 사람들을. 다들 상황이 비슷한 거지. 어제 만나고, 오늘 만나고, 내일 만나고.

 

또 어려운 건 물량 따라서 일도 월급도 들쑥날쑥 이라는 거야. 미리라도 얘기해주면 좋은데 안 그러지. 오늘 아침에 출근했는데 점심 먹기 10분 전에 주임이 들어와서 ‘오늘은 12시에 퇴근합니다!’ 이러는 거지. 아니면 3시 10분에 쉬는 시간인데 3시에 라인 들어와서 ‘오늘은 3시에 퇴근합니다!’ 하고. 우리는 딱 일한 만큼만, 시급으로 계산해서 받으니까 이렇게 되면 생활할 수 있는 월급이 안 되지. 라인에 있는 언니들, 10명 중에 2~3명은 가장이거든. 그래서 이런 언니들은 부동산 전단지 알바도 뛰어야해.
전자산업이라고 특별할 건 없어. 오히려 전자산업이라고 부르는 게 싫어. 그렇게 부르면 뭔가 “내가 못나서 이런 대접을 받는다”, 이런 느낌이 들거든. 기분이 안 좋아. 자존심도 상하고.

 

39살, 가을 임신을 해서 이제 아이를 낳아야하는데, 이 회사에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같은 게 없는 줄 알았어. 한 명도 쓴 사람이 없었거든. 경리 보던 여자 분들이 있었는데, 한 사람은 임신 초기에 관두고, 또 한 사람은 7개월쯤 되니까 그냥 관두더라고. 그래서 나도 배가 더 부르면 관둬야겠다고 생각했어. 경리부서만이 아니라 (생산)라인에서도 7개월 정도까지는 일하고 그 뒤에는 관두더라고. 근데 남편이 아니라는 거야. 법으로 보장된 거라는 거야. 그래서 되든 안 되든 한 번 얘기나 해보자, 싶어서 회사에 얘기를 했더니 회사도 몰랐더라고, 그런 게 되는 줄. 회사도 잘 몰라서 우왕좌왕 하던 걸! 우리 회사에서 사무나 생산, 통틀어서 내가 처음으로 출산휴가를 썼어. 근데 출산 휴가 들어가고 얼마 안 있어서 회사가 문 닫은 거 있지. 얼마 전에 00사 문 닫았잖아, 우리 회사가 거기 납품했는데 거기가 망하니까 여기도 문 닫은 거지. 참 나……. 아직 퇴직금도 못 받아서 체당금인가 뭔가 그거 신청하려고 하고 있어. 우리 회사 최초로 육아휴직도 한 번 써보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우리 아이가 컸을 때는 세상이 좀 달라졌으면 좋겠어. | 정리 및 재구성: 흑무(상임활동가)

 

 

꽃다운 나이에 피크타임 단시간알바로 살기

 

꽃다운 나이? 내 나이 스물둘. 남들은 “꽃다운 나이다, 부럽다, 나도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지만 현실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다. 피자가게, 커피숍, 빵집, 술집 등에서 단시간 알바로만 생활한지 벌써 3년째. 대학은 지금 당장 뜻이 없어서 진학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집에서는 내가 골칫거리가 되었고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부모님 잔소리가 너무 힘들어서 월세 방을 구해 독립했다. 내가 원하는 삶,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긴 하지만, 때론 불규칙한 생활, 쉼 없는 노동에 따른 육체적 힘듦, 또래와 다르고, 20대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들로 고단하다.

 

주방이모&손님 요즘엔 홍대 인근에 있는 식당에서 서빙을 하고 있다. 사장님도 지금껏 일한 곳에 비하면 나쁘지 않고, 서빙일엔 대부분 최저시급(5,580원) 주는데 여긴 시급도 7,000원이니 꽤 센 편이다. 그래서 7개월째 일하고 있다. 출근은 오전 11시에서 오후 3시까지 퇴근이다. 피크타임에 일하다 보니 숨 한번 돌릴 틈 없이 정신없이 바쁘다. 매번 단시간 알바를 하다 보니 대개 가게들이 가장 바쁜 3~4시간 몰아서 일하는 데는 최적화된 알바생이다.

 

식당 서빙일이 육체적으로도 힘들고, 사장님의 갈굼, 진상 손님과의 실랑이 등 힘든 구석이 꽤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홀과 주방과의 신경전이 가장 힘들다. 주방은 음식을 다 만들었는데 서빙 알바들이 주방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제때 음식을 못 내보낸다고 알바 생들을 크게 다그친다. 음식을 밖으로 내려면 손님이 나간 테이블을 치우고, 그 틈에 다른 테이블 음식 주문부터, 휴지 달라, 숟가락 달라 등등 주문사항을 듣다보면 주방 속도에 맞추기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때 주방은 남의 속도 모르고 화부터 낸다. 그렇다고 이모뻘인 분들에게 뭐라 대꾸하기도 어렵다. ‘서로 바쁘고 몸이 힘드니까 마음의 여유가 없어 그렇겠지.’ 이해하려고 하는데 그럼에도 기분이 불쾌한 건 어쩔 수 없다.

 

주방 이모 주방에 있는 이모들 보면 안쓰러울 때가 많다. 나이도 많은데다 대개 12시간씩 종일 서서 칼질하고, 요리하고 설거지를 하니 목·손목·어깨·무릎에 파스가 떨어진 날을 본 적이 없다. 남 걱정할 처지가 아니다. 지금이야 나도 버티고는 있지만 밤만 되면 손목, 무릎, 종아리 등등 안 아픈 곳이 없다. 일하는 내내 서있거나 주방과 홀 사이로 그릇 들고 뛰어다니니 안 아픈 게 이상할 정도다. 주방에서 음식을 갖고 나올 때면 미끄러운 바닥을 지나야 하니 허리나 발목을 삐끗하는 일도 늘 있다. 서빙하면서 은근슬쩍 손을 잡으려고 하거나 술주정하는 진상 손님으로 인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피크타임에만 일하면 남들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짧은 시간 알바 하는 게 뭐 그리 힘드냐고 한다. 24시간 중 절대적으로는 일하는 시간은 짧지만, 가게에서 가장 바쁜 4~5시간을 쉬는 시간 없이 압축적으로 일하는 건 생각보다 고된 일이다. 커피숍 알바를 할 때인데 손님이 너무 없어서 잠깐 계산대에 있는 의자에 앉았더니 나중에 사장님이 의자를 치워버리더라. 지금 식당 서빙일은 피크타임이 끝난 후 3시에 점심을 먹게 된다. 이때가 하루 중 첫 끼니다. 이렇게 점심시간이 늦어지니 저녁식사 시간도 당연히 보통 사람들과 밥 먹는 시간이 달라진다. 퇴근하고 6시쯤 활동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일도 논의할 겸 같이 저녁을 먹는데 나는 배가 불러서 밥을 먹을 수가 없다. 그리고 10시쯤 넘으면 배가 고파온다. 그때 대충 집에서 밥을 차려 먹거나 귀찮을 땐 편의점에 들려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운다. 좋지도 않은 음식을 밤늦게 먹으니 살은 찌고 소화는 안 되고 밥을 먹어도 문제 안 먹어도 문제다.

 

외모와 서비스업의 관계 최근엔 걱정거리가 또 하나 늘었다. 지금 일하는 곳에 정이 꽤 들었는데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다. 가게 장사가 어려워서 아무래도 오래 있기 힘들 것 같다. 알바자리가 넘치는 것 같지만 요새는 경기 침체 여파가 심각해 예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단시간 알바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더군다나 알바를 구할 때마다 매번 쓰는 이력서에 면접은 생각만으로 넌덜머리가 난다. 대학은 왜 안다니느냐, 키랑 몸무게는 어떻게 되느냐 등등 음식 서빙하고 설거지 하는데 하등의 필요 없는 질문들은 왜 그렇게들 하는지 생각만으로 스트레스다.

 

그렇다고 알바를 쉴 수 없다. 한 달 월세에 교통비, 생활비까지 최대한 아껴 쓴다고 해도 최소한 70만 원은 필요하다. 딱 1주일만 알바를 안 하고 걱정 근심 없이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데 내겐 너무 먼 이야기다. 옷 입는 것도 그렇다. 원체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매일 알바를 해야 하니까 항상 티셔츠에 바지 입고, 그 흔한 구두 하나 신을 수가 없다. 화장도 해봐야 땀범벅으로 안 하니만 못하다. | 정리 및 재구성: 재현(선전위원)

[특집] 2. 여성노동자의 집단유산 등 산재인정!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 2015.2

[특집2]
여성노동자의 집단유산 등 산재인정!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김경희 후원회원(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 미조직비정규사업부장)

 

 

5년만의 산재승인

 

2014년 12월 19일, 임시로 만들어진 단체대화방의 메시지 도착 알림이 울린다. “원고승!” 병원에서 일하다가 선천적으로 심장질환을 가진 아이들을 출산한 간호사 4명이 제기한 행정소송의 결과이다. 태아의 질환이 산업재해로 승인되었다. 2014년 12월 30일, “띠릭!” 메시지 알림이 울린다. “오늘 질판위에서 집단유산 4명 모두 산재로 인정 되었다고 합니다!” 이 메시지는 곧장 산재 당사자들에게 전달되어 당사자들을 마음을 울린다. 뱃속의 내 아이와 이별한지 5년이 되어가는 시점이다.

유네스코 3관왕에 빛나며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제주, 한라산 기슭에 위치한 제주의료원의 간호사들의 이야기다. 2009년에서 2010년 사이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의 유산율은 약 40%로서 일반인구의 2배였고,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율은 일반 인구에 비해 10배가 넘었다. 문제를 감지한 노동조합은 노사합의를 통해 집단유산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하였고 조사결과 “집단유산이 업무상 연관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후, 유산한 간호사 중 4명,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한 간호사 4명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한 4명의 간호사들에 대하여는 “아이들은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요양급여신청 반려 처분을 하였고, 당사자들은 처분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진행하였다. 집단 유산의 건은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역학조사를 의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최초 신청 후 2년 만에 승인처분이 내려졌다.

늦었지만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이 제기한 산업재해가 모두 인정되었다. 비록 행정소송을 통해 산재가 인정된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 건에 대하여 근로복지공단이 항소한 상황이긴 하지만 말이다. 여성노동자들의 집단유산과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에 대하여 산업재해로 인정된 것은 국내 최초의 사례이고. 특히 선천성 심장 질환아 출산과 관련하여서는 태아의 질환을 산재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업무에 기인한 태아의 건강손상이 산업재해로 인정되다!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관련 최초 요양급여신청에 대하여 근로복지공단은 “근로자 본인이 아닌 자녀의 질병은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려 처분을 하였다. 그러나 행정법원에서는 태아가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행법상 태아는 원칙적으로 권리능력이 없으며, 모체와 태아는 단일체로 취급된다. 태아에게는 독립적인 법인격이 없으므로,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법적권리·의무는 모체에게 귀속되며, 이는 산재보험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보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업무상재해에 대하여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 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태아의 건강손상은 곧 모체의 건강손상에 해당하므로, 여성근로자의 임신 중에 업무에 기인하여 태아에게 건강손상이 발생하였다면 이는 근로자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태아는 모체의 출산과 동시에 독립적인 법주체가 되므로 아이는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지만, 현행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는 업무상의 사유로 근로자에게 재해가 발생할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이지 질병의 발병시점이나 보험급여의 지급시점에까지 근로자일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출산의 사정만으로 그 전까지 업무상 재해였던 것이 아닌 것으로 변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예컨대 은퇴자가 20년 전 석면으로 인하여 발생한 폐질환이 있다면, 현재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산재요양이 길어져 재해자가 실업상태라고 하여 보험급여가 정지되지는 않으며, 중대재해로 근로자가 사망하는 경우 근로자가 아닌 유족들에게 산재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현재 산재보험의 운영체계인 것이다.

행정법원은 덧붙여 태아를 보호함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법을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임신한 여성근로자와 태아는 다른 근로자들에 비해 더욱 두텁게 보호되어야 할 대상이라고 하면서 업무에 기인한 태아의 건강손상을 산재보험에서 배제하는 것은 오히려 여성근로자와 태아를 불리하게 차별하는 것이고 국가의 모성 및 태아 생명 보호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며, 산재보험의 입법목적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판단하였다. 요약하면, 모체와 일체인 태아시절 발병한 질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면, 그에 대하여 산재보험을 통해 보호받아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결론인 것이다.

 

 

 

▲ 2013년 4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 노동과 건강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병원사업장 여성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준)>의 출범 기자회견. 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업무에 기인한 여성노동자들의 유산 등이 최초로 산업재해로 인정되다!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의 집단유산 산재신청 후, 근로복지공단은 한국산업안전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간호사들의 유산이 업무상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결과는 유산과 업무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는 것이다. 제주의료원의 노동환경에 많은 유해요소들이 감지되었다. 주요하게는 1) 약품분쇄작업, 2) 인력감소에 따른 노동 강도 및 시간 증가, 3) 3교대근무로 인한 생물학적 주기의 장애, 4) 체불임금과 휴무일 근무 등 높은 직무스트레스 등이다.

제주의료원에는 중증질환자가 많은데, 환자가 알약을 먹지 못할 경우 간호사들이 막자로 알약을 가루로 분쇄하여 복용하도록 하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임산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약품을 5개 등급(A, B, C, D, X)으로 분류하고 있고, X등급은 인체와 동물 모두 태아의 기형이 증명된 약물로서 임산부와 가임기 여성에게 금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당시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의 분쇄 약품 중에는 D등급이 37종, X등급이 17종 포함되어 있었다. 약품 취급에 대한 주의사항이나 안전교육은 받지 못하였다.

교대근무에 대하여는 생물학적인 주기의 장애로 인한 호르몬 교란, 수면장애 등의 효과로 임신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세포면역 반응의 균형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추정하여 간호사들의 유산과 3교대 근무와의 관련가능성을 인정하였다. 또한,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은 평균 1주일에 45시간을 일하였는데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는 주당 근무시간이 41시간 이상인 경우에 20~40시간인 경우와 비교하여 유산발생 위험도가 1.5(95%, CI :1.3~1.7)로 나타났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여성노동자의 건강한 일터를 위하여

 

산업재해는 승인되었지만 제주의료원의 현장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재해가 발생한 2010년과 달라진 것은 체불임금과 약품분쇄작업이 없어진 것뿐이다. 여전히 간호사들은 부족한 인력으로 불안정한 교대근무를 하고, 휴무일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정원대비 현원의 비율은 2010년 61%에서 2015년 56%로 오히려 더 낮아졌다. 현장에는 재해발생 책임자로부터 산재발생에 대한 사과를 받고, 간호 인력충원과 교대제 개선에 대해 요구하고 쟁취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업무에 기인한 유산 등에 대한 제주의료원 산재승인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민주노총은 시민단체·여성단체들과 함께 제주지역과 중앙에 공동대책위원회를 각각 구성하였다. 이번 산재승인의 결과에 힘입어 전체 여성노동자들의 건강한 일터를 위하여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공대위의 지속적인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집] 1. 노동보건의 후미진 곳, 그곳엔 여성이 있다 / 2015.2

가부장적 문화와 남성 중심의 사회구조 속에서 여성들의 삶과 노동, 그리고 권리는 가려지기 십상이다. 그렇기에 여성노동자의 건강권 문제는 더 주의를 기울여 조명할 필요가 있다. 노동안전보건에 있어 견지해야할 젠더관점, 최근 승소판결을 받은 ‘제주의료원 집단유산 산재인정’ 사례, 여성주체들이 전하는 여성노동의 생생한 노동현실을 확인해 보자.


[특집1]

노동보건의 후미진 곳, 그곳엔 여성이 있다


공유정옥 회원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의대생 때 병원으로 실습을 갔었다. 몸통과 팔다리에 전극을 붙여 심장에서 나오는 전기 신호를 기록하는 심전도 검사를 맡았다. 환자를 아프게 하는 검사가 아니라 어려울 게 없어 보였다. 하지만 실전은 달랐다. 갈비뼈를 기준으로 지정된 위치에 전극을 붙여야 하는데, 여성의 경우 젖가슴 때문에 정확한 위치를 잡을 수가 없었다. 맨살에 손을 대는 일이라 젊은 여성 환자들은 같은 여성끼리인데도 민망해했다. 남성들보다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려서 힘들었고, 별 일도 아닌데 부끄러워하며 시간을 끄는 환자가 야속했다.

 

한 두 해가 지나 인턴(수련의) 신분으로 병원에서 다시 일하게 되었다. 인턴의 수많은 업무 중 수술을 앞둔 남성 환자들에게 소변 줄을 끼우는 일이 있었다. 누가 정했는지 몰라도 여성 환자는 간호사가, 남성 환자는 인턴이 하는 게 불문율이었다. 요도를 통해 긴 소변 줄을 밀어 넣는 동안 환자들은 아파했다.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하는 게 내겐 가장 중요했다.

 

어느 날 소변 줄을 넣던 중에 환자가 발기했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였다. 그때서야 다른 생각이 들었다. 왼손으로 음경을 쥐고 오른손으로 긴 소변 줄을 밀어 넣는 이 일을, 왜 내가 하는 건가. 수술을 앞두고 소변 줄을 넣는 일이며 사타구니를 면도하는 일이 하나같이 여성은 간호사가, 남성은 의사가 하기로 되어 있는 불문율은 왜 생긴 걸까.

 

 

 

▲ 윤필 작가가 그린 ‘성별분업’에 대한 그림. 출처 : 인권운동사랑방

 

 

세상에는 성별에 따른 촘촘한 규칙들이 있었고, 나도 그것들 속에 있었다. 젠더는 권력 관계였고, 그래서 상대적이었다. 환자나 간호사 앞에서 나는 남성 젠더인 의사로 일해야 했고, 의사들 내부로 돌아와 ‘진짜’ 남성 의사들 사이에 있으면 여성 젠더로 자리매김 되었다. 내가 배운 의학 교과서의 지식은 백인 남성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이었고, 심전도 검사의 표준도 그러했다. 심전도 검사를 받을 환자의 절반이 젖가슴을 가진 여성인데도. 나는 그런 표준에 길들여졌기에 교과서대로 검사할 수 없는 환자를 불편해할 뿐이었다.

 

노동자 건강권에서도 젠더 문제는 촘촘하고 강력하다. 안전보건 문제가 아직 덜 알려진 곳이 어디냐 묻는다면, 여성들이 많이 일하는 곳이라 답하면 된다. 마트 계산원, 식당 홀 서빙, 어린이집 교사나 병의원 간호사 등 사회적으로 여성의 얼굴을 가진 직종들을 생각해보면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도움과 챙김을 받아 물건을 사고 밥을 먹고 가족을 챙기며 치료를 받지만, 이들의 건강이나 권리에 대한 얘기는 아직 제대로 시작도 되지 않았다.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한 운동 속에도 젠더는 있다. ‘산재 노동자’ 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는 단연코 남성, 아버지, 혹은 남편이다. 반도체 공장에서 ‘꽃다운’ 나이에 병들고 죽어간 노동자들은 ‘소녀’ 이거나 ‘누이’ 로 불렸다. 생식독성을 일으키는 유해요인 문제는 여성 노동자들이 각별히 처한 위험으로 인식되기 전에, 숭고한 모성을 보호해야 하거나 저 출산 문제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얘기와 범벅되곤 한다.

 

2013년 국제노동기구는 <안전보건의 젠더 감수성을 위한 10항>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노동안전보건에서도 젠더 차이를 고려하고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법과 정책, 위험성 평가와 연구, 교육과 훈련 등을 평가하고 개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안전보건지표에 여성이 처한 문제들이 담기지 않는다는 지적, 작업도구나 개인보호구도 일정한 체격의 남성을 표준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노동기구가 이런 권고안을 만들게 된 배경은 ‘여성 노동자의 건강권 문제가 감추어져 있다’ 는 인식에 있다. 보이지 않던 문제를 누군가 말했기 때문에 이제라도 이런 인식이 생겼을 거다. 우리가 여성 노동자 건강권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그 문제를 말하기까지 힘들었을 누군가, 그 말 때문에 힘들었을 누군가에게 그 지식을 빚진 셈이다.

 

한국 사회에서도 촘촘하고 강력하고 당연해 보이는 젠더 구조 속에서 누군가 여성 노동자로서의 건강권을 주장하기 시작하고 있다. 내 눈으로 못 보았던 문제를 대신 알려주고 있는 목소리들이다. 마땅히 귀 기울이고, 같이 메아리를 만들어갈 방법을 생각해볼 일이다.

 

[특집] 3. End 2014, And 2015 / 2015.1

End 2014, And 2015



정리 : 선전위원회



선전위원회는 연구소 소장을 만나 지난 한 해 소회와 함께 2015년 새해 연구소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Q. 2014년 노동안전보건 운동진영에게 의미 있었던 일을 꼽는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이 제기한 유산, 선천성심장기형 등의 발생에 대해 산재 인정이 된 사례, 대학병원 간호사들이 유방암을 직업병으로 인정해달라고 산재 신청한 사건, 7년의 싸움을 통해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故 황유미 씨 백혈병이 법원에서 최종 직업병으로 인정받은 사건, 계속되는 중대재해·화학물질 폭발 사고, 지하철 기관사들의 자살, 우편체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안전보건 문제, 자동차 산업의 주간연속2교대 전환, 안전보건위험성평가 시행, 야간노동에 대한 특수건강진단 실시, 근로자건강센터 확대, 감정노동과 관련된 안전보건이슈 사회화 등등 그 어느 때 못지않은 중요한 사건이 많았던 한 해였다.


그 중 감정노동과 유산의 직업병 인정, 노동자의 자살 문제 등, 노동안전보건의 문제가 노동자 계급 전체의 문제로 부각된 점이 2014년의 가장 큰 변화이자 과제였다고 생각된다. 


Q. 지난 한 해 노동시간, 특히 자동차 산업의 주간연속 2교대를 빼놓고 이야기하긴 어려울 것 같다.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이후 보완해 나가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노동시간단축은 자본의 입장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더는 시간을 늘려 생산을 유지하는 방식이 자본에게도 비효율적일뿐 아니라, 생산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노동자에게 최대한의 여유를 주는 것이 생산한 제품을 소비할 시간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결국, 어떠한 노동시간단축을 만들어 내느냐를 둘러싼 투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본다. 주간연속 2교대를 시행한 이후 노동시간이 줄었지만 평균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주는 임금 역시 줄었고, 공장 운영시간은 줄었지만 생산량은 교대제 변화전과 동일하게 유지된 사업장들이 다수다. 노동시간단축이 겉으로는 노동자 계급에게 유리하게 보였지만, 결국 자본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노동시간이 줄고, 생산량이 유지되는 과정에서 노동 강도가 증가하거나 비정규직의 투입 등 사회 전체적으로 고용불안이 증가되는 변화가 있었다. 


임금, 노동 강도, 고용의 문제를 모두 쥐고 갈 수 있어야 노동시간단축과 교대제 개선을 포함한 생산과정의 변화에 대한 노동계급의 올바른 입장을 견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 노동시간센터(준)에서 진행하고 있는 ‘자동차부품사 주간연속 2교대 이행 실태 조사와 노동자의 건강과 삶의 변화 연구’는 이후 노동시간단축과 관련된 노동운동의 방향에 중요한 단초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지난 한 해 연구소는 집중사업의 하나로 ‘노동안전보건운동을 통한 공공영역 현장의 조직화와 공공성 강화’를 고민했었다. 지난 한 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A. 작년 말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던 철도산업 민영화, 공공병원의 폐쇄 및 병원노동자 해고, 공공병원 노동조합 무력화 시도, 우편체신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이슈 등 다양한 공공영역의 이슈가 있었다. 연구소에서 우편체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건강 문제에 관한 실태조사와 사회화에 개입하는 등의 작업을 수행하였고, 기관사 1인 승무화 시도 등과 관련된 안전보건 문제를 조사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였다. 작년 한 해 병원노동자들의 안전보건이슈가 어느 해보다 부각되었던 시기였으나, 이를 주요 투쟁의 과제로 가져가지 못한 부분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공공영역의 민영화 시도와 자본의 구조조정 공세에 맞서 공공영역의 공적 내용을 지켜내고,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막아내기 위한 적극적인 노동안전보건영역의 개입이 2015년에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이 투쟁에 연구소도 함께 할 것이다. 

[특집] 2. 자살과 죽음 / 2015.1

자살과 죽음 

- 2014년 노동안전보건 열쇳말 中



이혜은 회원



2014년 마지막 달의 삭풍이 몰아치던 날, 두 분의 쌍용자동차 노동자가 평택공장 70m 굴뚝에 올라 고공농성에 돌입했던 바로 그 날, 2009년 쌍용차 집단정리해고 이후 26번째 사망이 있었다. 해고노동자와 가족들 스물여섯명의 안타까운 죽음 중 자살이 절반이다. 


1998년 외환위기 직후 40% 급증한 우리나라의 자살률,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가족의 가슴 아픈 자살, 2012년 겨울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 한 달 새 연달아 벌어졌던 노동자의 자살, 이 모든 자살은 개인적인 선택이나 정신적 장애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100년 전에 에밀 뒤르켐이 주장했던 ‘자살은 사회적 조건에 의해 강제되는 사회적 사실’이라는 것을 철저하게 증명해 주고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인 에밀 뒤르켐은 국가마다 자살률이 크게 차이난다는 점에 착안하여 대표적 저작인 <자살론(1897)>을 저술하게 되었고 자살의 사회적 원인에 대해 탐구하였다. 그가 우리 시대에 살고 있다면 아마도 한국은 가장 연구할 가치가 높은 나라였을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2014년 발간한 『OECD 국가의 사망원인별 사망률 비교』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2002년 인구 10만 명당 1천54.6명에서 2012년 753.8명으로 28.5% 급격히 줄었다. 그에 비해 자살 사망률은 2002년 인구 10만 명당 22.7명에서 2012년에는 29.1명으로 28.2% 급격히 증가했다. 대한민국은 2012년 기준으로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OECD 회원국 평균인 12.1명의 두 배를 넘어선다.


절대로 익숙해져서는 안 될 문제인데 10년째 자살률 OECD 1위를 지키고 있다 보니 어느덧 우리 사회는 이러한 고통에 무뎌져 가고 점차 포기나 냉소의 반응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2014년은 살아가기 힘들 정도로 가난한 자, 힘든 투쟁으로 지친 자들의 끊이지 않는 자살 소식에 다시금 쓰라림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해였다. 외환위기 이후 국민총소득은 계속 늘어왔고 1인당 GDP가 2만 달러를 넘어선 지도 한참인데 삶의 벼랑 끝에서 제 손으로 세상과 인연을 끊은 이들의 사연은 더 비참해져가고 있다. 어쩌면 그 정도의 비참함이 아니면 세상에 알려지기도 힘든 시절인지도 모르겠다.


2014년 4월 17일 해맞이 장소로 널리 알려진 정동진에서 한 청년이 자동차 안에서 타고 남은 번개탄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한 분회장이었다. 고인은 노조에 남긴 유서에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으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바칩니다.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라고 썼다. 2013년 노조 출범 이후 힘들고 지치는 싸움에도 결국 삼성전자서비스가 경총에 단체교섭을 위임, 실질적인 교섭에 나아가지 못하는 숨 막히는 상황을 견디지 못한 탓이었다.



출처 : 민중의 소리 


2014년 9월 26일 중소기업 중앙회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던 25세 여성노동자는 계약 만료를 통보받아 해고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2년 전 입사해 비정규직이라는 신분 때문에 불안에 떨어야 했고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겠다는 거짓 다독임에 상사의 성추행까지 견디며 버텨냈으나 결국 해고되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내가 꽤 긴 시간, 2년 동안 최선을 다하고 정을 쏟고 기대하고 미래를 그려나갔던 그 경험들이 날 배신하는 순간, 나는 그동안 겨우 참아왔던 내 에너지들이 모조리 산산조각 나는 것 같더라…내가 순진한 걸까?” 라는 절망이 담겨있다. 


2014년 11월 7일, 한 달 전 자신이 근무 중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분신자살을 시도했던 경비노동자가 사망했다. 그는 입주민들의 폭언과 인격모독행위에 시달리면서도 언제 계약해지 될지 모르는 불안한 고용 때문에 비인간적인 처사로 인한 모멸감을 그대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근무하던 바로 그 일터에서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음에도 해당 아파트의 입주자 대표회는 “우리가 왜 사과해야 하느냐”며 오히려 경비업체를 변경하여 우리를 경악시켰다.  


2014년 11월 6일,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울산지회 조합원 한 명이 약물을 과다 복용하여 자살을 기도하였다. 2005년부터 현대차 울산 공장 하청업체에서 일해 온 그는 동료들과의 휴대전화 단체 채팅방에 “너무 힘들어 죽을 랍니다. 제가 죽으면 꼭 정규직 들어가서 편히 사세요. 현대에게 꼭 이기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올해 법원은 ‘현대차 사내 하청이 불법파견’이라고 인정하고 ‘그동안 밀린 정규직 임금을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렸으나 현대차 회사 측은 즉각 항소하여 판결 이행을 하지 않은데다가 이어서 ‘2010년 비정규직노조의 공장 점거 파업’과 관련, 70억 원의 손배가압류 판결까지 나오자 극심한 압박을 견디지 못한 선택이었다.


출처 : 민중의 소리 


이들의 자살을 어떻게 막아야 했을까? 자살 예방 교육에서 강조하는 점 중 하나가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아 어떤 식으로든 희망을 갖게 하고 빨리 전문가에게 의뢰를 하라는 것이다. 자살에 이르는 많은 경우 치명적 순간을 잘 넘기면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들에게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절망감을 안겨준 바로 그 조건이 전혀 바뀌지 않는다면 희망의 불씨를 지펴주기란 쉽지 않다. 이들의 자살은 개인적인 마음가짐, 병적인 상태 또는 분에 맞지 않는 욕망을 비우지 못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가슴 먹먹하게 하는 것은 적지 않은 이들이 자신의 죽음이 투쟁에 도움 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쓰러져 간 것이다.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자했던 전태일 열사의 죽음 이후 반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 여전히 제2, 제3의 전태일이 요구되는 현실의 조건, 삶의 조건이 바뀌어야만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


많은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뒤로 하고 또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 당장 벼랑 끝에 서 있는 누군가가 내 주위에 있는지 살피고 손 붙잡아 끌어내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모두 같이 달려들어 높은 벼랑을 깎아내려 아무도 뛰어내릴 필요가 없는, 삶에 지친 이들이 힘을 얻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특집] 1. 2014년 노동안전보건 열쇳말 / 2015.1


2014년 노동안전보건 열쇳말



선전위원회



한국 사회 전체가 무거운 짐을 진 채로 2015년을 맞았다. 새해를 시작하는 희망과 설렘 못지않게 답답하고 불안하다. 그래도 일터 독자들과 함께 2014년 노동안전보건 사안을 함께 정리하고, 2015년을 전망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세월호 노동안전보건 분야에서도 2014년 최고의 이슈는 세월호다. 사고 이후 전 사회적으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아직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은 먼 얘기다. 노동자의 안전 즉 일터에서의 당신과 나의 건강과 안전이 사회적 관심사가 되어야 하고, 우리의 안전을 가로막는 제도와 체제가 드러나야 한다.


자살과 죽음 안타깝게 스러져간 목숨은 세월호 탐승객만이 아니었다. 하루 6명씩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지만, 2014년은 자살을 택한 노동자도 많아 유난히 속이 탔다. 입주민의 비인간적 대우에 분신한 경비 노동자, 모멸감을 참게 했던 정규직 약속이 헌신짝이 되자 목숨을 끊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기억할 것이다. 위험의 주변화가 이제 자살까지 이어진 야만적인 사회가 드러난 것이었다.


감정노동과 노동자의 인격 그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노동자에게 자존감을 허용하지 않는 ‘감정 노동’이다. 땅콩 회항이 연말을 장식했지만, 우리는 이미 비행기에서 라면을 끓여내라거나 계산대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던 ‘고객님’을 만난 적이 있고, 이들을 부추기며 노동자의 자존심을 뭉개고 자기 주머니를 채우던 사장과 관리자를 잘 알고 있다.


노동자의 정신건강 점점 더 많은 서비스업 노동자들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과 함께 거센 감정노동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그 동안 ‘직무스트레스’로 막연하게 얘기되던 노동자의 정신건강 문제가 이제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중요한 노동안전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자산업 노동자 건강 전자산업 노동자 건강 역시 2014년 노동안전보건의 중요한 열쇳말이다. 故 황유미 씨 죽음이 긴 싸움 끝에 산업재해로 인정됐고, 반올림과 유가족은 처음으로 삼성과 교섭을 시작했다. 그러나 삼성 뿐 아니라 다른 반도체, 전자 회사에서도 암이 다발했다는 의문이 본격 제기되기도 했다. 

 

노동시간 정부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방안, 노동시간 연장하려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제출 등으로 노동시간 역시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편에서는 주·야 맞교대 사업장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로 전환이 늘어나고, 야간 교대근무자에 대한 야간 노동 특수건강진단이 시작되는 등의 변화도 있었지만, 과제가 더 많아 보인다.


이번 특집에서는 이 중 자살과 죽음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분석하고 2015년 과제를 나누고자 한다.


[특집] 5. 올해의 현장 ➋ 자동차 판매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 / 2014.12

올해의 현장 ➋ 자동차 판매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

 


 

정리 : 선전위원회

 


 




현대자동차 안에는 울산이나 전주 생산 공장에서 일하는 생산직 노동자들도 있지만 완성된 차를 팔기 위해 고객을 만나는 영업노동자 그리고 차 계약과 출고를 처리하는 등 영업지원 업무를 하는 사무노동자들도 6,800명이나 있다. 바로 이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판매위원회(이하 판매위원회) 조합원들과 함께 수행한 ‘직무스트레스 실태조사’ 사업 결과를 이번 <현장연구나눔마당>에서 발표했다. 



정하나 연구원(연구소 상임활동가)은 “연구의 주된 목적은 판매위원회의 경우 2007년에도 직무스트레스 조사를 한 바 있었기에, 그 후 7년이 흘러 조합원들의 평균연령이 약 48세가 된 현재 직영영업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상황에 변화가 있었는지, 그리고 개선이나 악화된 것이 있었다면 어떤 부분인지를 확인하고 그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판매위원회의 주요한 직무스트레스 요인으로 지목된 것은 관계갈등과 직무불안정, 조직체계 요인이었다. 과거에도 이 세 가지가 주요인으로 도출되긴 하였지만, 이번 연구결과로 새롭게 확인된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직무불안정의 경우 직무와 성별에 관계없이 2007년보다 훨씬 악화되었다는 점, 영업직의 경우 성별과 무관하게 관계갈등 악화가 관찰되었다는 점, 마지막으로 조직체계는 영업직 여성을 제외한 모두에게서 여전히 참고치보다 높고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편, 근태관리의 형식을 취하지만 미행·감시와 같이 반인권적인 행태를 일삼는 노무관리, 이전보다 훨씬 강화된 CS평가와 교육, 7년 전에 비해 턱없이 올라간 변동급(성과급) 비율 등의 문제들이 이번 연구를 통해 명확히 드러났음을 밝혔다. 이는, 연구소가 2007년 이미 이 사업장의 직무스트레스를 발생시키는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한 바 있는 ‘고객만족 이데올로기’와 ‘실적 중심주의 구조’가 계속 강화되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이에 김정수 연구원(연구소 운영집행위원)은 “후속사업을 통해 실제로 조합원들이 어떤 상황에 처하여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판매위원회 조합원들이 높은 정도의 불안감을 상시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 우울증상 및 자살관련 설문에서 다른 집단보다 훨씬 높은 위험수치를 보여준 것, 직장 내 폭력 등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응답이 훨씬 높게 나온 점 등의 결과에 대하여 심층인터뷰나 간담회 같은 방법을 동원해 현상을 더 명확히 드러내고, 더 나아가 함께 대안을 마련할 현장활동가를 발굴해 나가는 행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유정옥 연구원(연구소 회원)은 “판매위원회 조합원들은 대부분이 자영업자와 다를 바 없는 영업직이다. 또 한편으로는 최대 20명 정도 같이 근무하는 작은 분회(영업점)들로 전국 방방곡곡, 뿔뿔이 흩어져 있다. 조직을 다시 일구고 조직력을 복원하는 작업이 결코 쉬운 조건은 아니다. 이 자리에 계신 동지들이 고민과 경험을 나누어 주시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판매위원회 정책기획실장 조창묵 현장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를 보고, 실제 우리 조합원들이 어떤 필요를 느끼고 있는지, 정신건강 등 어디가 얼마만큼 힘든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자본의 공세에 수세적으로만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노동자들의 노동과 삶의 필요를 새롭게 구성하고 주장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 가는 것이 지금 조합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집] 4. 올해의 현장 ➊ 체신 노동자 재해 실태 : 집배원을 중심으로 / 2014.12

올해의 현장 ➊ 체신 노동자 재해 실태 : 집배원을 중심으로


 


정리  : 선전위원회

 

 

 


 


2014년 연구소가 주목한 현장 중 하나인 우정사업본부 집배원의 최근 3년간(2011-2013) 재해발생 경위 내역을 분석해서 발표한 이진우 연구원(연구소 운영집행위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은 집배원이 연평균 3,379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근골격계 및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직업병과 온종일 오토바이 운전을 하는 업무 특성상 빈발하는 사고로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우 연구원은 최근 3년간 집배원 1,434명이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는데, 그 중 사망재해가 27명에 달했다고 밝히며, 이는 2012년 기준 한국 사회 전체 노동자 산업재해율 0.59%와 비교했을 때 집배원은 2.54%로 무려 4.3배나 높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사망만인율[각주:1]의 경우 교통사고는 전체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약 200배, 뇌·심혈관계 질환의 경우 약 6배, 사고성 재해의 경우 무려 약 80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연구원은 한국 사회 노동자의 사망재해 요인이 다양하지만, 집배원의 경우 주 60시간 이상 노동과 도로명 주소 변경에 따른 업무 부담, 명절·선거·김장철과 같은 특수기에 따른 과로와 피로 누적의 영향으로 집배원의 판단력과 집중력이 감소해 잦은 교통사고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집배원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교통사고와 뇌·심혈관계 질환에 따른 위험 요인을 제거할 수 있는 현장 개선 방안이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고 이진우 연구원은 힘주어 말했다. 



더불어 현장 개선만큼 우정사업본부는 반복되는 집배원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도록 하고 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7조에서는 구체적으로 작업 중지 상황을 세분화하여 ‘비·눈·바람 또는 그 밖의 기상상태로 인하여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는 폭우·폭설 등 기상상태가 불안정하고 집배원에게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경우 작업을 중지해야 함에도 법을 준수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2조에서는 사업주로 하여금 보호구 지급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제33조에서는 사업주로 하여금 보호구의 관리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현장 증언에 따르면 보호구를 지급하긴 하지만 제때 교체해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안전모 이외의 보호구는 전혀 지급하지 않은 곳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한 뇌 ․ 심혈관계 질환이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므로 이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6조 직무스트레스 요인 평가조차 충실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 연구원은 집배원 안전 및 보건에 관해 법에 명시된 최소한의 의무도 다하지 않는 우정사업본부와 체신 현장을 개선하기 위해 우정사업본부 및 전국 우체국을 대상으로 한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 특별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력부족에 따른 만성적인 장시간 중노동으로 법상 휴일에 쉬는 것도 그림의 떡인 집배원이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건강한 노동을 할 수 있도록 반드시 예비 인력을 포함한 적정 인력이 충원되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토론자로 나선 문백남 ‘집배원 장시간 중노동 없애기 운동본부’ 조직위원장 (서울 금천우체국 집배원)은 집배원이 공무원 신분이고, 한국노총 사업장이라는 특성도 있는데다, 만성적인 장시간 노동으로 현장의 문제를 드러내고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나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장 현장의 성과에 조급해하지 않고, 운동의 씨앗을 뿌린다는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으니 오늘 여기에 모이신 분들이 앞으로도 집배원 현장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의 마음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1. 노동자 수 1만명 당 사망자 수 지표 [본문으로]
  • bak 2014.12.17 18:36 ADDR 수정/삭제 답글

    전에부터 이진우님을 비롯한 위원님들 지치지 않고 관심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래서 세상은 살만하고 힘이 납니다 언젠가는 윗물따라 좋아지지라 소망해봅니다.그리고 윗분들은 집배원을 적으로 보지 마시고 당신들이 책임줘져야 되는 수하직원으로 측은지심으로 아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특집] 3. 작업중지권, 오늘과 내일 / 2014.12

작업중지권, 오늘과 내일

 


정리 : 선전위원회

 






이번 현장연구나눔마당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룬 주제는 금속노조 작업중지권 실태조사 보고인 ‘작업중지권, 오늘과 내일’이었다.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 멈춰’ 팀이 금속노조 노안실과 함께 진행한 이 연구는, 총 7개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작업중지권 실태에 대해 심층 면접을 수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작업중지권의 실태를 확인하고 이후 더 많은 현장에서 작업중지권을 실현하기 위한 과제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연구에 참여한 최민(연구소 운영집행위원) 연구원은 발제를 통해, 작업중지권이 일상적인 안전보건활동으로 자리 잡은 현장이 있는가 하면, 회사의 징계와 손해배상 청구로 작업중지권이 매우 위축된 현장도 있었으나 이것은 단순히 업종 간의 차이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말 그대로 노동자 혹은 노동조합이 현장에서 어느 정도 힘을 가지는가에 따라 현장에서의 작업 중지권 행사가 결정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본은 이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구사대를 동원하고, 징계와 손해배상을 남발하고, 경영위기를 핑계로 작업중지권 반납을 요구하며, ‘급박한 위험’ 대신 ‘사람이 다쳤을 때’로 작업중지권 발동 조건을 제한하는 등 작업중지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사법부도 자본과 이런 인식을 같이해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안전을 위한 작업 중지와 당장 경제적 이해가 대립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현실도 지적했다. 


이런 작업중지권의 오늘을 넘어서기 위해서 ‘당장멈춰’ 팀은 널리 알려지고 공유돼야 할 투쟁을 나누고 작업중지권 관련 전략을 기획할 수 있는 단위로 작업중지권 네트워크를 제안하고, 민주노총과 금속 노조를 중심으로 법 개정 투쟁에 시급히 나설 것을 요청했다. 더 나아가 판매 서비스, 공공부문 등 다른 노동자들도 인격권을 침해받는 상황에서는 작업을 거부, 거절, 중지할 수 있도록 작업중지권을 ‘보편화’해나가는 활동을 제안했다. 



작업 중지, 해 보는 게 중요하다


발제 이후, 당장 멈춰 팀 안규백(한국지엠 조합원) 연구원의 진행으로, 인터뷰에 참여했던 현장 노동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2014년 작업중지권 발동으로 사측과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인 기아자동차 홍진성 대의원은 “선배노동자들이 만든 작업중지권을 보다 나은 조건에서 활용하고 있다. 조합원들도 많이 지지해주고 있다.”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조합원이 라인을 세운다는 것은 부담스럽기도 하고, 현재는 자신에게 돌아올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래도 직접 실천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동료들도 라인을 탈 때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아무리 설명해도 잘 듣지 않았는데, 라인을 멈추고 왜 라인을 멈췄는지, 왜 안전이 중요한지 얘기하니까 집중도 되고 설득력도 있었다. 결국, 투쟁을 통해 돌파하는 것이 자본을 이기기 위한 유일한 길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갑을오토텍 안재범 노안실장 역시 “한 공정에서 유리섬유 분진이 발생하는데, 회사에서 집진 시설 등 아무 대책이 없고, 어느새 직접 작업자뿐 아니라 주변 작업자들까지 가려움증이 발생해서 처음 작업 중지를 내렸다. 그때는 조합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같이 대안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설득했다. 서너 시간 작업을 멈춘 후, 병원 진료와 시설 확충 등 대안이 나오자 그제야 현장에서 작업 중지가 왜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 두 번째부터 작업 중지하면 박수를 쳤고 세 번째부터는 작업 중지해야 할 상황이라고 조합에 전화한다.”며 작업 중지의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노안 부장이나 노동조합 간부가 아닌 조합원들은 작업 중지를 부담스러워하고 징계나 고발을 두려워하는 현장 분위기는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이다. 



작업중지권, 소통과 연대가 필요하다


대우조선 박호빈 산안실장은 현장에서는 작업 중지를 내리는 것 못지않게 어떤 조건에서 다시 가동할 것인가를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대우조선에서는 작업 중지, 현장 확인과 보고서 제출, 노사 협의, 문제 해결방안 보고서 제출, 검토 후 재가동에 이르는 일정한 절차를 마련해서 이를 지키도록 강제하고 있다. 박호빈 실장은 또 “모여서 얘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노안실이 그나마 회사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부서이다. 조선분과 내 노안 담당자 회의나 작업중지권 네트워크 모두 소통의 구조다. 소통을 통해 의식을 강화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안규백 연구원 역시 본인이 대의원으로서 작업을 중지했을 때, 노동조합의 지지를 받지 못했던 경험을 얘기하며 노동조합마저 자신의 버팀목이 되지 않는다는 고립감에 힘들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작업중지권 네트워크가 이런 현장 활동가들에게 힘이 되고, 사안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구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작업중지권 네트워크, 현장 기반을 다지는 실천을


금속노조 충남지부 김창현 노안실장은 “작업 중지를 내리고 있으면, 회사가 아니라 조합원이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해 1주일간 전 공정 작업이 중지되자, 조합원들이 불안해했다.” 며 조합원들이 건강하게 일할 권리, 노동자가 작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박세민 노안실장은 “작업중지권에 대한 내용은 금속노조 단체 협약안이나 노안 활동가 교육 등에 이미 모두 포함돼있다. 그런데도 항상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가가 고민”이라며, “조합원이 다칠 수 있고, 병들 수 있는 환경에 대해 일상적으로 점검하고 사측이 비협조적이면 고소·고발, 신고하는 기본적인 일상 활동을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민 연구원은 “노동조합과 상급단체라는 기간조직을 통한 활동도 중요하나, 개별적으로 투쟁하는 활동가들의 사례를 공유하고 보편화하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진 활동도 따로 일구어져야 한다. 그것이 ‘당장멈춰’ 팀이 작업중지권 네트워크를 제안하는 이유이다. 2015년에는 이 네트워크를 통해 작업중지권을 보편화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활동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특집] 2. 주간연속 2교대 이행 실태와 향후 연구 방향 / 2014.12

주간연속 2교대 이행 실태와 향후 연구 방향



정리 : 선전위원회




노동시간센터(준)에서는 올해 ‘자동차 부품사업장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 이행 실태 조사’ 와 ‘장시간 노동의 요인’ 에 관한 두 가지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중 첫 번째 주제에 대한 김형렬 연구원의 발제와 청중토론이 있었다.



연구의 배경


자동차산업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의 시행은 장시간 노동과 심야노동 모두를 해결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2013년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공장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의 시행은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을 단축하는 분명 긍정적 변화였다. 하지만 야간노동 단축의 효과가 크지 않고, 주말 특근이 다시 시작되고, 노동 강도가 증가하는 등 불완전한 변화라는 면도 존재한다. 이는 지속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만들어갈 수 있는 노동 측의 기획과 현장통제력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완성차 노사관계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자동차 부품사에서 주간연속 2교대 이행의 실태는 어떠할까? 일부 부품사의 경우 사측 주도의 주간연속 2교대제가 시행되었고, 노동조합의 주도면밀한 준비는 태부족한 상황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로의 전환은 물량 보존을 내세운 사측의 공세에 노동 강도와 임금, 고용을 양보(비정규직 확대)하며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연구의 내용과 목적


1) 이에 이행의 과정에 노동 강도, 임금, 고용의 문제가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노동조합의 대응은 어떠했는지(노동조합 지도부의 준비과정, 조합원과의 논의 과정, 사측에 대응 과정) 현장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확인을 통해 향후 노동자의 필요와 요구에 부응하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그 활동의 계기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이 연구의 주된 목적이고, 발굴된 모범사례도 함께 공유하고자 했다. 

2) 또한, 근무시간대의 변화나 조합원 개인 생활의 변화로 인해 노동조합 활동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어려움이 있다면 극복 방안은 무엇인지 제시해 보고자 했다.

3) 마지막으로, 교대제 변화 전후로 건강과 생활의 변화를 조사하고자 했다.



이행 실태와 기초 면접 조사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금속노조 산하 111개 지회 중 이행한 사업장이 26개 지회(23.4%), 이행을 논의 중인 사업장이 17개 지회(15.3%), 미파악 혹은 논의조차 안 된 사업장이 68개 지회(61.3%)나 되었다.


지난 11월 5일에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 중인 금속노조 충남지부 산하 2개 자동차 부품사업장에서 기초면접 조사를 해보았는데, 고용불안의 정서가 여전히 깔려 있었고, 제도 시행에 있어 임금이 조합원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일정 정도의 노동강도 강화는 수용하거나 문제가 없다는 평이었고, 토요일 특근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즉, 제도는 시행되었지만 실노동시간 단축, 임금, 노동 강도, 고용의 문제를 돌파할 수 있는 개별 현장의 상황이 녹록치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러모로 지부 단위, 금속 중앙 차원의 견인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 연구는 2015년 4월 완료할 예정이다. 이후 금속정책연구원과 함께 연구조사 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다.



청중 토론


이훈구 한노보연 상임활동가는 “근무형태가 바뀌면 조합 활동 방식과 활동 시간이 바뀌어야 한다. 조합 활동시간의 변화에 대응하여 현 타임오프제[각주:1]와 무노동 무임금에 시비 걸기를 해야 하고, 물량과 시간에 구속된 임금이 아닌 생활 임금과 같은 다른 임금 체계가 필요하다. 이행 과정에서 현장의 힘에 기초한 조직력 강화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본 연구가 그런 지침과 안내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미조직 ․ 비정규직 부장은 “고용불안, 노동 강도, 임금의 문제들을 완성차도 극복 못 했는데, 부품사가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단사 지회 차원에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지역 지부에서 TFT팀을 꾸려 진행하기도 했는데, 지회별 상황도 다르고 활동시간도 다르기 때문에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안재범 갑을오토텍 노안부장은 “3(고용불안, 임금저하, 노동 강도 강화)무 원칙을 세우기 위한 상급단체의 지도와 지침이 있었으면 좋겠다. 노동 강도의 경우 근골격계 질환 대응이라든지, 임금의 경우 다른 임금체계에 대한 정책과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 근로시간면제 한도제라고 하며 노조전임자가 급여를 받으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하는 제도이다. 유급 노조활동 시간 제한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