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3.제조업 중년 여성노동자 기영 씨의 손목 이야기 /2016.3

제조업 중년 여성노동자 기영 씨의 손목 이야기

 


최민 집행위원장

 


경기도의 한 전자제품 조립업체에서 일하는 40대 여성 노동자 기영 씨(가명)는 퇴근 후에도 연신 손목을 주물렀다. 회사에서 물량을 엄청나게 뽑았더니 손목이 시큰거린다. 평소에는 몸 생각해서 무리하게 일하지 않는 편이지만, 마음먹고 물량을 뽑으려 들면 누구보다 잘할 자신 있는 기영 씨다. 그런데 어제 과장이 기영 씨 심기를 거슬렸다. 과장에게 본때를 보이고 싶어 오늘 물량을 달렸더니 손목이 아프다. 같이 일하는 언니들 중에도 한의원 다니고, 물리치료를 여럿 받고 있는데 손목터널증후군 때문이란다.

 

물량 뽑고 나니, 손목터널이 아파

기영 씨가 일하는 업체 노동자는 대부분 4,50대 여성이다. 결혼·임신·출산·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뒀던 여성들이, 30대 후반 이후 다시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M' 취업곡선은 여기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삼성, LG등 대규모 전자회사에 취업했던 젊은 여성들은 생애주기에 따라 노동시장을 떠나고, 중년이 된 여성들은 소규모 전자회사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다. 이런 제조업 중년 여성 노동자들이 가장 흔히 호소하는 직업병이 근골격계 질환이다. 2014년 총 90,909 명이 산업재해로 승인되었는데, 이 중 여성 노동자는 18,200 명으로 20%가량 됐다. 사고를 제외한 업무상 질병으로 산업재해를 승인받은 노동자 중 여성 비율은 이보다 좀 낮아 18.33%였는데, 근골격계 질환은 여성 비율이 21%로 전체 평균보다 비교적 높다.

한국인 여성의 평균 근력이 남성의 50~60%밖에 안돼, 여성들이 근골격계 질환에 더 취약할 수도 있고,(이명행, 들기 위치와 성별, 연령 요인이 최대 들기 능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2011, 인천대 석사 학위 논문) 골다공증 같은 생물학적 요인이 중년 여성 노동자들을 더 불리하게 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성별에 따라 분배되는 업무 자체가 여성들을 특정한 근골격계 질환 위험에 더 노출시키기도 한다. 고령 여성 노동자들이 많이 하는 청소, 요양보호사, 조리사 등은 대표적으로 근골격계 질환이 많이 발생할 수 있는 직종이다.

특히 이런 업무는 불편한 자세, 조금씩 다르지만 유사한 동작의 반복과 같은 위험 요인에 노출되지만 비정형적인 노동이라서 근골격계질환 위험 정도가 실제보다 낮게 평가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같은 청소 업무에서도 보통 남성들이 중량물 취급, 무거운 기계 이용 등 더 어려운 일을 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쪼그려 앉아서 바닥이나 변기 닦기, 여러 구역을 옮겨 다니기, 좁고 불편한 구석 청소 등은 여성 청소노동자들이 더 많이 담당한다. 이런 업무들은 중량물 취급과 성격이 다르지만, 역시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캐런 메싱, 정진주 외 옮김, 반쪽의 과학, 7)

 

여성 노동자는 산재 신청도, 승인도 어렵다

이렇게 성별에 따라 작업이 구분되고, 여기에 여성이 하는 일에 대한 사회적 편견까지 겹치면서 여성 노동자는 남성에 비해, 산재 신청을 하고, 승인을 받는 것도 더 어렵다. 인천 지역에서 2005~2007, 직업환경의학 의사에 의해 직업성질환이라고 의심되는 질환을 모두 보고하도록 하고 이를 분석했더니, 직업성질환 의심자 중 산재를 신청하는 사람의 수가 매우 적었다. 그 중에서도 여성은 직업성질환 의심 사례 중 겨우 10%만 산재로 신청해 14%인 남성보다 산재 신청 비율이 낮았다.

근골격계질환 의심자 중 산재 신청을 한 사람은 남성은 16%, 여성은 5%로 그 차이가 더 컸다. (정진주 외, 산재보험급여 지급의 성불평등 연구, 2008) 산재를 신청한 뒤에도 성별 차이는 남는다. 같은 허리 염좌로 산재 요양을 받은 경우에도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요양기간, 입원이나 통원기간이 모두 더 짧았고, 요양급여도 15만원이나 적었다.(박은주,여성근로자의 산재보상에 관한 연구, 2012) 여성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규모가 훨씬 낮게 평가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근골격계 질환 악화시키는 직무스트레스

저녁 먹고 있는데도 기영 씨 카톡방이 시도 때도 없이 울린다. 같은 과 사람이 모두 들어있는 카톡방인데, 퇴근 뒤에 과장이 오늘의 불량을 정리해 사진까지 첨부해 올렸다. 더 화가 나는 건 동료들 반응이다. ‘과장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과장님하는 인사가 줄줄이 올라온다. “직장 다니는 사람, 직장 스트레스야 다 똑같지, .” 기영 씨가 술 한 잔 걸치며 말했지만, 직무스트레스가 남성과 여성노동자에게 똑같지만은 않다.

여성노동자는 남성노동자보다 임금도 덜 받고, 낮은 지위에서 재량권이 적은 경우가 많다. 가사의불균형도 여성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를 강화시킨다. 2014년 맞벌이 부부 중 남성이 하루에 가사 노동에 쓰는 시간은 40, 여성이 쓰는 시간은 194. (통계청, 생활시간조사) 가정에서 여성에게 요구되는 많은 역할은 남성보다 여성노동자들이 일-가정 갈등에 시달리게 한다.

중년 여성노동자 기영 씨의 손목이 아픈 이유를 단순히, 작업 할 때 팔을 몇 도 비틀고, kg의 부품을 드는지만 평가해서는 도저히 다 알 수가 없다!!

특집 2.유통업 노동자의 건강권 실태와 해결방안 /2016.3

유통업 노동자의 건강권 실태와 해결방안



해미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미국에서 가장 열악한 일자리를 부르는 말이 있다. 바로 맥잡(McJob)’이 그것이다.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노동자를 일컫는 이 말은 1991년 캐나다 출신의 소설가 더글러스 커플랜드가 발표한 소설에서 명함도 못 내밀고, 체면도 안 서고, 수지도 안 맞고, 장래성도 없는 서비스업을 지칭하는 말로 2003년 메리엄-웹스터 사전에 실리면서 산업구조의 변화에서 급격하게 늘어난 저임금의 서비스직을 대표하는 말이 되었다.

여기에 인구 증가의 둔화와 성별에 대한 편견은 이러한 일자리에 여성노동자들이 주로 진출하게 하였다. 판매와 돌봄 등에 있어 소위 여성성이라고 생각하는 친절한 미소, 배려가 판매하는 상품의 (특히, 구매능력이 남성에게 쏠려 있는 상황에서) 가치를 높여주는 감정노동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등이 2015년 국가인권위의 위탁을 받아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통업 매장 판매 서비스 노동자는 남성(299천 명,32.9%)보다 여성(609천 명, 67.1%)2배 이상 많았고, 월평균 임금은 137만 원이었다. 특히 근속기간은 평균 2.7(1년 미만 45%)에 불과하여 불안정한 노동시장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었다. 또한, 이 연구에선 판매직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이 휴게실, 정수기, 화장실, 식당 등 기본적인 시설조차 마음 편하게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들 여성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노동조건에 대한 관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더군다나 화려한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많은 여성 노동자들 중 대부분은 해당 업체 소속이 아닌 간접고용 노동자이다. 전체 15만 명으로 추산되는 대형 유통업 노동자 중 비정규직이 41.2%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역시 입점 협력업체 종사자 규모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 과소평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려해 보이는 백화점 매장의 뒤편, 직원들만 다니게 되어 있는 통로에는 매장으로 들어서면서 허공에 대고 90도로 인사를 해야 하는 라인이 있고, 비상구 계단에 앉아 구두를 벗고 지친 다리를 주무르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이 있다.

실제 유통업에 일하는 젊은 여성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부족한 휴일 때문에 일·가정 양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여가나 자기 계발 시간의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 과도한 친절 경쟁 속에 여성 노동자들은 다양한 작업장 폭력에 노출되어 있었다. 김종진 등이 대형 유통업 판매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고객의 폭언을 경험한 경우가 39%, 상급관리자로부터의 폭언을 경험한 경우가 10%가 있었다. 고객으로부터 신체적 폭행과 성희롱을 당한 경우도 1.9%3.9%였다.

이러다 보니 유통업 서비스 판매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지난 1년간 의사에게 진단받은 경험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족저근막염은 7.3%였고, 방광염은 17.3%, 우울증은 7.0%였다. 특히 우울증의 경우 현재 증상이 있는 경우도 18.8%나 되었고 근골격계로 치료를 받은 경우는 46.3%나 되었다.

 

이렇게 유통업에 근무하는 여성 노동자는 이중 삼중의 원·하청 구조와 열악한 노동조건에 있을 뿐만 아니라 강요되는 여성성 때문에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가정과 일의 균형을 맞추지 못해 이중·삼중의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여성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여성의 달이 있는 3월을 맞아 거창하게는 아니더라도 단기적으로 대중적인 관심을 가지고 실천할 수 있는 과제들은 무엇이 있을까?

유통업 여성 노동자들의 상황을 볼 때 가장 시급한 두 가지는 정기 휴일 및 휴점 시간의 확대와 입점 업체 노동자들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발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안락하고 출입이 편안한 휴게 공간의 확보라 할 수 있다. 경제 민주화와 여성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위해 이 두 가지를 핵심 의제화 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들의 건강을 생각하고 보호하기 위한노력을 열심히 하는 업체를 이용하자는 소비자 운동을 함께 고민한다면, 이러한 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개념 있는 소비자가 되는 길이라는 시민운동을 같이하면 어떨까? 극도로 유연화 된 노동시장에서 노동자 건강의 문제는 일부 조합이나 시민단체의 의제를 넘어서 지역사회와 시민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문제임이 분명하다. 이미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작업장의 담장을 넘어서서 노동자들이 살아가는 지역 사회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유통업 노동자들의 건강권 문제를 가지고 지역사회를 만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특집 1.박근혜 정권 3년, 여성 노동자의 삶이 무너진다 /2016.3

박근혜 정권 3, 여성 노동자의 삶이 무너진다



재현 선전위원장


지난 222일 인천 남동구에 소재한 삼성전자 하청 핸드폰 부품 가공 업체에서 일하던 28세 여성 노동자가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시력을 손상당하는 산업재해가 있었다. 그런데 이 사업장은 지난 14명의 20대 청년 노동자에게 발생됐던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화학물질 관리 취약 우려 사업장 3,100개에 속해 이미 23일 고용노동부의 특별점검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점검까지 받은 사업장에서 같은 산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고용노동부의 특별점검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잘 보여준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안산 시화공단을 방문해서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에게 파견법 통과를 위해 국회에서 피를 토하면서 연설하세요.” 라고 주문했다. 이번 사고처럼 노동개악이라는 핑계로 추진하는 이른바 뿌리 산업(제조업) 파견 확대가 노동자 건강권에 얼마나 끔찍한 영향을 미치는지 두눈으로 보고도 말이다.

 

화학물질로 병들어가는 여성 노동자의 삶

반올림은 지난 9년의 투쟁으로 직업성 암을 비롯해 각종 생식독성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반도체 전자산업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사회적으로 알려냈다. 그러나 삼성은 지금까지도 일터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직업병 피해 노동자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있다심지어 삼성은 지난 116일 아시아 아메리칸 언론인협회 서울지부가 주최한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 토론회에서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고 황유미 씨가 생전에 화학물질로 인한 위험성에 대해 안전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황상기 아버님에게 유미 씨가 생전에 공정/생산기술에 관한 교육을 받으면서 적었던 메모를 들이밀며 여기 관련 물질과 공정이 적혀있으니 사실과 다르게 호도하지 말라고 되레 큰소리치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시간제 일자리로 위태로운 여성 노동자 삶

반도체 전자산업엔 다른 제조업에 비해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그 이유는 여성이 태생적으로 손이 빠르고 참을성이 강하며 꼼꼼하다는 성별고정관념 때문이다. 또한, 여성 중에서도 사회생활과 임노동 경험이 부족한 젊은 노동자를 선호하는데 이는 임금이나 노동조건에 대해 기대치가 낮고 노동 통제가 쉽기 때문이다이는 삼성전자가 속초, 군산 등 지방에서 실업계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거나 졸업을 앞둔 여성을 고용했던 것에서 알 수 있다. 성별 고정관념은 반도체 전자산업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권의 시간제 일자리 전면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2년 기준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36.3%OECD 국가 중 단연 1위였는데, 2013년 시간제 일자리 도입 이후 평균 시간당 임금을 비교해도 남성은 17,450, 여성은 12,310원으로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는 커녕 시간제 일자리가 격차를 공고히 하고 있다. 현재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노인 10명 중 7명이 여성이고, 국민연금 가입자 10명 중 4명이 여성인 가운데 여성의 연금 수령액이 남성의 73% 수준 밖에 안 되는 것을 고려하면 이후에 빈곤한 노인은 = 여성이라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임금 못지않게 시간제 일자리는 여성 노동자의 기존 근속년수나 숙련도 등을 인정하지 않고 단순보조 업무에 배치하면서 일을 통한 자아성취, 자존감을 빼앗는다. 초단시간 노동자(15시간미만)의 경우 4대 보험과 퇴직금 등 기본적인 법적 보장조차 받지 못한다. 심지어 각 지자체에서는 통상적인 노동시간보다 짧은 (주당 15시간 이상 35시간미만) 노동자를 시간 선택제 임기 공무원으로 5년 미만 동안 고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노동조합을 만들 수 없고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간 선택제 임기 공무원은 주로 여성 노동자를 선호하는 도서관 사서, 방문 간호사 등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정부와 고용노동부는 상시·지속적 업무에 2년 이상 종사할 경우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라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지자체가 시간 선택제 임기 공무원이라는 꼼수를 부리면서 지키지 않음에도 법 위반은 아니라면서 뒷짐 지고 있다


여성노동자의 몸과 마음 그리고 삶을 지키기 위해 

박근혜 정권이 일·가정 양립과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 참여 보장,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핑계로 시행되고 있는 시간제 일자리는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정부 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다시간제 일자리가 도입될 수 있었던 저변에는 잘못된 성 역할 인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 양육자는 남성이고, 여성의 노동은 반찬값이나 아이들 학원비 버는 노동으로 부차화 시키는 생각. 반도체 전자산업이나 시간제 일자리가 여성에게 알맞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마지막으로 여성 노동자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들이 지속 가능한 노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출산, 돌봄 등 사회보장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이러한 싸움이 절실하다!!

 


특집 5.사진으로 본 시간제 일자리 여성 노동자의 현 주소 /2016.3

사진으로 본 시간제 일자리 여성 노동자의 현 주소

 

 

 

선전위원회

 

 

 

 임금을 인상하라!, 10시간만 일하자!,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보장하라!, 여성에게도 선거권을 달라!”

 

1857년 미국 뉴욕에서 여성 노동자들은 다음과 같은 요구를 하며 거리로 나와 투쟁했다. 당시 무장한 군대와 경찰에 의해 투쟁 요구를 관철시키지는 못했지만 이후 여성들의 활발한 투쟁으로 이어졌고, 1910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국제여성사회주의자회의에서 클라라 체트킨이 세계 여성노동자의 날 제정을 제안하면서 100명의 사회주의자들의 만장일치로 세계 여성의 날이 제정되었다.

  

 시간제 일자리 16조의 효과 

2016년 한국 사회 여성 노동자들은 어떠할까?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 네덜란드, 독일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시간제 일자리 중단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하면 근로시간 감소, 일자리 증가, 산업재해 감소, 삶의 질 향상, 노동 생산성 증가, 가족가치의 복원, 자기계발을 위한 투자 등 16조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시간제 일자리 노동자 209만 명으로 급증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정부의 든든한 지원 (지원 금액 1234, 131061431215329) 아래 대기업/중소기업 할 것 없이 시간제 일자리는 점점 확대되었다. 그 결과 200187만 명이었던 시간제 일자리는 2015년 현재 209만 명으로 급증했다. 대표적인 시간제 일자리 업종으론 행정 공무원, 음식업, 보육교사, 청소, 콜센터, 사무직 등 전 직종에 시간제일자리가 포진해 있다.

 

 

 

저임금, 노동 3권 무풍지대의 시간제 일자리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시간제 노동자의 주당 평균시간은 19.7시간, 월 평균임금은 662천 원이다. 평균 근속 기간은 16개월에 불과하다. 사회보험가입률의 경우 10%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시간제 일자리로 일해서는 생활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부족한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투잡, 쓰리잡으로 일하며 전일 노동을 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겠다는 취지가 무색하다. 또한, 초 단시간 (15시간 미만) 노동자의 경우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호를 받지 못해 2년을 넘게 일해도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없다. 또한, 퇴직금, 주휴일, ()차휴가 수당 등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는 조항들 또한 보장받지 못한다. 시간제 일자리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가입률이 0.9%인 상황에서 이들이 스스로 권리 보장을 요구하기란 쉽지 않다.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 참가율, 기혼 여성의 경력단절문제를 진정 해결하고자 한다면 지금과 같은 방식의 시간제 일자리는 중단되어야 한다. 경제적 부양은 아이들의 주 양육자가 남성보다 여성이라는 성별 분업에 근거하고 있는 지금의 시간제 일자리는 여성의 노동을 부차적으로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일과 가정에서 양립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에게 이중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다.

 

 

 

특집 5. 반올림 투쟁, 이렇게 왔다 /2016.2

반올림 투쟁, 이렇게 왔다



푸우씨 상임활동가

 

2014.05.14.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 사과

 

2015.07.23. 조정위원회 권고안 발표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2014129일 논의 시작 후 5차례의 조정기일을 거쳐 권고안을 발표한다. 조정위는 "이번 조정 사안은 개인적 사안을 뛰어넘어 사회적 사안"이라 강조하며 보상과 재발방지에 초점을 맞춘 권고안을 제시했다. 권고안은 공익법인 설립을 통한 3가지 의제에 대한 해결을 담았다.

 

2015.08.02. 삼성전자, 권고안 거부입장 발표

하지만 삼성전자는 "신속한 해결을 위해 1000억 원을 사내에 기금으로 조성, 보상금 지급과 예방 활동, 연구 활동 등에 쓰이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 조정위의 공익법인 설립 안을 사실상 거부한다. 이에 덧붙여 "조정위가 권고한 보상 질병 12개 항목 중 유산·불임 군을 제외한 11개 항목에 보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2015.09.03. 삼성전자 독단적인 보상위 발족

삼성전자는 '반도체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한 보상위원회'를 발족했다. 보상위는 전문가 위원 4, 가족대책위, 회사, 근로자 대표 측 1명 씩 총 7명으로 구성됐다.

 

2015.09.07. 반올림 및 피해자 가족 55, 긴급 삼성규탄 기자회견

반올림과 피해자 당사자 등은 삼성전자의 일방적 보상위원회발표에 대하여 삼성전자의 독단과 기만에 분노한다.”는 입장 발표와 함께 규탄 기자회견을 연다.

 

2015.09.21. 반올림 삼성 직업병 피해 노동자 이어말하기-삼성의 중심에서 나를 말하다시작

반올림은 조정위 권고안을 무시한 삼성전자의 독단적인 행태를 비판하기 위해 이 날을 기점으로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에서 항의 행동에 돌입한다.

 

2015.10.07. 6차 조정회의, 반올림 강남역 8번 출구 앞 농성 돌입

723일 조정위의 권고안 발표 이후 두 달여 만에 조정위 회의가 소집됐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독단적으로 발족한 보상위활동을 핑계로 권고 의제에 대한 논의에 대해서 보류하자는 입장만을 내세워 결국 조정회의는 파행에 이른다. 반올림은 이런 삼성의 태도를 비판하며 사과-보상-재발방지 3가지 의제에 대한 올바른 해결촉구와 함께 농성에 돌입한다.

 

2015.10.22. 국회의원 은수미 기자회견 - 보상위원회 수령확인증공개

삼성전자가 보상위를 통해 보상 신청을 한 피해자에게 전달한 수령확인증이 은수미 의원에 의해 그 실체가 드러났다. 수령확인증에는 일체의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합의서와 관련한 모든 사실을 일체 비밀로 유지하며 이를 어길시 수령한 보상금을 반환하겠다고 확약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2015.11.13. 삼성을 바꾸자 “2015년 삼바대회

비가 오는 와중에도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반올림 농성장에 200여명이 모여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 ‘삼성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를 외치며 75명의 삼성반도체 직업병 사망자를 추모하는 방진복 퍼포먼스 등과 함께 삼바대회를 개최했다

 

2015.11.25. SK하이닉스 산업보건검증위원회, 보고서 발표

반도체 업계 2위인 SK하이닉스가 20147월 한겨레 신문 보도를 통해 제기된 직업병 문제를 받아들여 201410월 산업보건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를 구성한다. 그리고 1년여 간의 검증위 활동의 보고서가 발표됐다. SK하이닉스는 검증위의 보고서를 전격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삼성전자와 다른 직업병 문제 해결에 있어 배제 없는 보상 노력과 신속성’, ‘사회적 소통’, ‘객관성과 공정성’, ‘적극성을 보인다.

 

2015.12.11 조정위원회 공문

다른 의제들은 입장차가 너무 커서 일단 유보하고, 우선 재해예방 대책에 관하여 논의를 집중하기로 한다.”

 

2015.12.22. ‘삼성의 중심에서 우리를 외치다’, 221인의 방진복 선언

반올림은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를 상징하는 221명의 방진복 선언을 삼성본관 서초 사옥을 에워싸고 진행하며, 직업병 책임을 외면하는 삼성전자를 규탄한다.

 

2015.12.17.~12.30 ‘재해예방 대책마련을 위한 1~7차 실무협의

 

2016.01.12. ‘재해예방 대책합의

 

2016.01.14. 반올림 농성투쟁 100

반올림은 농성투쟁 100일을 맞아 ‘100인 이어말하기와 문화제 등을 진행하며, 재해예방대책 합의의 의미를 확인하고, 남겨진 '사과', '보상' 의제의 타결까지 투쟁 할 것을 대중적으로 밝혔다.

 

 

 

특집 4.근로복지공단과 고용노동부도 응답하라!! /2016.2

근로복지공단과 고용노동부도 응답하라!!



최민 선전위원장

 

지난해 107일 삼성전자의 성실한 사회적 대화를 촉구하며, 삼성전자 본관 앞에 반올림이 농성장을 설치했다. 삼성에 대한 강도 높은 규탄과 사회적인 압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긴 반올림 투쟁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해 왔던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뒤로 빠져 팔짱만 끼고 있는 형국이다.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유지증진시켜야 하는 사업주의 의무를 다하도록 산업안전보건정책을 수립집행하고, 사업주를 관리지도 감독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고,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하기 위해 근로복지공단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8년간 전혀 달라지지 않은 직업병 인정 제도 

지난 8년간 공단과 노동부의 태도는 미온적이라고 표현하기에도 부족하다. 8년에 걸쳐, 200명이 넘는 전자산업 노동자가 자신의 질병과 업무관련성을 문제제기했고, 그 중 76명이 사망했지만 정부와 근로복지공단이 직업병을 인정하는 체계와 절차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직업병 인정 기준과 절차를 점검하고 관리감독하며 대안을 마련해야 할 고용노동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128일 법원에서 행정소송 중이던 반도체 산업 노동자에게 최초로 난소암을 직업병으로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뒷짐 진 태도를 보여 온 노동부와 공단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 아닐 수 없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난소암이 발병한 원인 및 발생기전이 의학적으로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공적 보험을 통해 산업과 사회 전체가 이를 분담하도록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목적에 따르면, 이 불명확성이 노동자 책임이 아닌 이상 이를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현재의 업무관련성 평가 기준과 절차의 문제점을 인정한 것이다.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뿐 아니라, 산재보상 과정 전체에서 노동자의 입증 책임 문제, 의학적으로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질병의 보상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공적 보험은 어디로?

지난해 1125SK하이닉스는 반도체 작업장 노동자의 직업병 의심질환과 관련해 전·현직 임직원은 물론 협력사 직원까지 포괄적으로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작업장과 직업병 의심질환의 인과관계에 대해 입증하기 어렵지만, 산업보건검증위원회 장재연 위원장의 말처럼 직장에서 일하다가 암에 걸렸다면 사회가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측면에서 폭넓은 보상 방침을 채택한 것이다. 무엇보다 SK하이닉스에서 일하다 질병에 걸려 투병사망한 노동자들에게 큰 위안이 되는 결과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 과정에서도 근로복지공단과 고용노동부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개별 기업의 선처로 논의가 마무리된 점은 못내 아쉽다. SK하이닉스 산업보건검증위원회는 발생 기전이 복잡한 암이나 발생률이 극히 낮은 희귀질환들은 인과관계 평가 자체가 근본적으로 어려워, 인과관계를 따지면 보상받을 수 없다는 문제에 대해 해법으로 포괄적 지원보상 체계를 제안했다. ‘공적보험의 관리자인 공단과 노동부는 이에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응답해야 한다.

 

직업적 유해요인에 대한 조사와 연구 

희귀질환과 직업병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은 매우 어렵고 현재 그만한 과학적 근거가 축적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근거의 부족함이 산재불승인을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는 사실을 부정한다면 과학적 근거를 축적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소관인 산업안전보건공단은 2011년 반도체 사업장의 암 발생에 대한 역학조사 이후 이렇다 할 대책이나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8년간 제기된 직업병 의심 질환에 대해 진행되고 있는 연구의 내용을 투명하게 밝히고, 노동자들에게 이 결과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앞으로 이를 위한 예산과 인력은 얼마나 투입할 계획인지를 밝혀야 한다.

 

산재보험 부정수급에만 관심 있는 근로복지공단

근로복지공단은 2015년 산재보험금 부정수급이 421억 원이고, 그 원인으로 각 개별 노동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꼽았다.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의 부정수급액을 따지기 전에 비일비재한 산재보험 적용 무시, 산재 미보고, 노동자 산재 청구 방해 등 산재은폐라는 한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다양한 사업주의 부정행위로 인한 노동자들의 피해실태를 제대로 파악하려 한 적은 있는지 묻고 싶다.

산재보험 부정수급에 대한 광고는 전체 산재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조장하고, 노동자들의 산재신청을 위축시킨다. 게다가 더 중요한 문제인 사업주의 보험사기를 외면하면서 잘못된 정책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고, 결과적으로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재해, 질병, 사망 비용과 부담을 다른 사회보장제도로 떠넘긴다. (존 우딩, 찰스 레벤스타인. 김명희 등 옮김, 노동자 건강의 정치경제학) 실제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방기하고, 노동자들에게 '도덕운운하며 주눅들게 하는 근로복지공단과 노동부는 삼성 직업병 문제를 8년째 끌어가게 만든 주요한 당사자이자 행위자이다. 이제, 너희의 책임에 대해 응답하라!

특집 3.아버지, 나 잘하고 있는 거 맞지요? /2016.2

아버지, 나 잘하고 있는 거 맞지요?



손성배 반올림 피해자 유가족

 


아버지는 삼성반도체 화성·기흥 사업장에서 일했다. 반도체 생산라인의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협력업체 관리소장으로 재직하셨다. 20032월 입사 뒤 2012831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아버지는 partners.samsung.com 메일을 가진 삼성 협력업체 직원이었다. 아버지는 20095월 급성이형성 (골수성·림프구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놀란 아내를 진정시키기 위해 태연한 척 했지만,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암 병동으로 가는 통로에서 남몰래 눈물을 삼켰다고 하셨다. 1차 골수이식 후 회복해 복직한다고 하셨을 때, 말렸어야 했다. 아들이나라 지키러 군대를 가니, 자신도 가족을 지키러 회사에 가야 한다고 했다. 그 때 꼭 말렸어야 했다. 아버지가 그 냄새나는 공장에 다시 제 발로 들어간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우리 가족 때문이었다.



 

유언처럼 남긴 기록 

살아계실 때는 산재 신청할 생각이 없었다. 대신 아버지는 자기가 잘못되면, 반올림에 전화하라며 이종란 노무사, 공유정옥 의사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복직 후 아버지는 자기가 왜 백혈병에 걸렸는지 파헤치기 시작했다. 작업환경과 관련한 업무 메일을 비공개로 운영한 가족 카페에 옮겨놓았다. 때가 되면 공장을 들락날락하는 화학물질 수거차량 사진을 찍어뒀고, 유해물질 배출함 사진을 몰래 찍어 보관했다. 한국안전환경평가원이 제출한 화학물질 사용실태 통보라는 제목의 보고서 역시 카페에 게시했다. 카페에 유언처럼 남겨놓은 기록들을 토대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질병판정위원회에 총 세 차례 출석했다. 노무사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다. 그러나 역시 불승인이었다.

 

사람냄새 없는 공장 

아버지는 9남매 가운데 7번째다. 형제들 가운데 가장 먼저 세상을 떠났다. 2013년 작고하신 할아버지 보다 더 일찍 생을 마감했다. 아버지는 여름엔 마라톤, 겨울엔 스키를 타는 스포츠맨이었다. 그 병에 걸릴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아버지는 새벽 550분이면 집을 나섰다. 3교대하는 직원들의 얼굴을 다 봐야 한다며 때 이른 출근을 하셨다. 안개가 자욱하게 내리깔린 5층 높이의 반도체 생산 공장 사이를 걷다보면 항상 퀘퀘한 냄새가 난다고 했다. 사람냄새 없는 공장의 영업 비밀은 바로 이 불쾌한 냄새였다. 아버지를 비롯해 이 냄새를 맡으며 일하던 노동자들이 아팠다. 아프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기업은 상처받은 노동자들과 자신들은 무관하다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 역시 이들을 외면했다.

 

스트레스, 안 받으면 그만 아닌가?

2012년 초, 아버지의 병이 재발했다. 직전 해에 받은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고 본다. 아버지는 정리해고를 해야 했다. 유지보수 업무를 원청인 삼성의 노동자들이 일정 부분 맡기 시작하면서 협력업체에 불똥이 튀었다. 지각이나 무단결근을 비롯한 기록이 남아 있는 사원 위주로 퇴사시켰다고 한다. 다른 협력업체 관리소장에게 수심 가득한 얼굴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단다. 이 얘기를 들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자기가 잘리는 것도 아니면서 왜 스트레스를 받으셨을까아마도 그건 자기가 채용한 직원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에서 온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그렇게 아버지는 또 다시 고얀 병을 온몸으로 맞았다. 최근 만난 주치의는 스트레스와 백혈병은 무관하다고 확언했다.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라는 말은 틀린 말인가 보다.

 

문고리 붙잡고 서 있기로

기댈 곳이 없었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말이 없었다. 근로복지공단도, 회사도 다 아버지 탓을 했다. 병난 것도, 숨 쉬기를 그만한 것도 다 아버지 탓이란다. 그런데 반올림은 아니었다. 삼성 공장 노동자들이 향후 일하다 또 아프거나 죽지 않도록 작업환경을 개선하라고 외쳤다. 합당하고 배제 없는 사과, 보상을 하라고 요구했다. 당사자 가족 개개인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11년간이나 지속하고 있다. 우리 가족은 해결로 가는 문이 조금 열려있는 와중에 반올림에 발을 내딛었다. 반올림은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 삼성을 각성하게 했다. 닫힌 문을 열었다. 삼성의 막무가내 보상위원회에 아버지 이름이 적힌 서류를 들이밀기가 죽기보다 싫었다. 기껏 열어놓은 문을 내가 나서서 닫는 짓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나중에 병 다 나으면 반올림 사무국장을 하실 거라고 했었다. 결국 그 꿈은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지만, 우리 가족은 아버지의 그 약속을 기억한다. 그래서 문고리를 꼭 붙잡고 서 있기로 했다.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손잡고 다함께 이기는 그 날을 기대하며 불안해도 버티고 서 있기로 했다. 아버지, 나 잘하고 있는 거 맞지요?

 

 

특집 2.재해예방대책합의의 의미 /2016.2

재해예방대책합의의 의미



공유정옥 회원, 반올림 교섭단 간사

 

재해예방대책 합의내용의 골자 2016112, 반올림, 삼성전자,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6명의 피해자 모임, 이하 가대위)는 재해예방대책에 대한 조정합의서에 서명했다합의조항은 셋으로 이루어져 있다

1조는 재해예방대책의 목표를 건강하고 안전한 사업장 내부 체계의 완성에 두고, 이를 위해 내부 재해관리시스템을 강화하는 동시에 외부의 독립기구에서 확인 점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담고 있다2조는 내부 시스템 강화를 다루고 있다. 주로 삼성전자가 조정절차에서 스스로 제안했던 내용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보건관리팀 강화, 건강지킴이 센터 신설, 체계적 연구조사 및 직업병에 대한 선제적 대처, 안전보건 관련 자료의 보관기간 연장, 사회적 소통 확대 모색 등이 그 내용이다. 여기에 가대위가 요구한 건강검진 및 산재보상 신청자에 대한 지원이 추가되었다.

3조는 독립적인 옴부즈만 위원회 시스템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이번 재해예방대책 합의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폐쇄적인 삼성전자의 안전보건에 대하여 제3자의 독립적 시선으로 지켜볼 수 있는 창구를 만든 것이다. 그 주요 내용은 다섯 개의 ‘3’이라는 숫자들로 요약할 수 있다.

옴부즈만 위원회는 3개의 기능을 한다. 하나는 삼성전자의 안전보건관리를 종합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정을 권고하거나 의견을 제시한 뒤 그 이행을 점검하는 기능이다. 다른 하나는 재해예방을 위한 조사 및 연구유해화학물질 정보공개와 영업비밀 관리에 대해 삼성전자에게 권고하거나 의견을 제시하는 기능이며, 마지막 기능은 이런 활동들을 사회적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종합 진단은 삼성의 내부 재해관리시스템을 비롯하여 다음 3개 영역에 대해 이루어진다. 첫째는 작업환경 중 유해인자 관리 실태를 평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둘째는 전 현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작업환경의 건강영향 역학조사이며, 셋째는 삼성의 종합건강관리체계를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만드는 등 질병예방 건강증진 대책에 대한 것이다.

옴부즈만 위원회는 그 활동을 사회와 소통하기 위하여 종합 진단 보고서, 연례활동 보고서, 개선안에 대한 이행점검 보고서 등 3개의 고서를 작성하여 공개한다. 옴부즈만 위원회의 활동기간은 201611일부터 3년간이고, 최대 3년까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옴부즈만 위원회가 운영기간 연장을 요청하면 삼성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따르기로 하였다. 옴부즈만 위원회는 3인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조정 세 주체들의 동의하에 이철수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가 맡기로 하였고, 다른 두 위원은 산업보건과 환경 등 분야의 전문가들로 위원장이 위촉하게 된다.

 

이 합의의 의미와 과제

이번에 합의한 재해예방대책은 반올림의 애초 요구안이나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에 담겨있던 재발방지대책에 비하면 일부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만큼만 이라도 제대로 실행된다면 극도로 폐쇄적인 삼성전자 안전보건관리를 외부의 독립적 시선으로 지켜볼 을 처음으로 만들게 된다.

옴부즈만 위원회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으려면 그 구성과 활동이 삼성전자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 이들의 활동에 필요한 정보와 자료 등 삼성전자의 성실한 협조도 약속대로 이행되어야 하며, 합의의 의미가 도중에 축소나 왜곡 혹은 유실되지 않도록 시민사회도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옴부즈만 위원회 활동이 끝난 뒤를 대비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외부의 독립적 시선이 닿을 수 있는 이 닫힌 뒤에도 이번 합의의 취지처럼 건강하고 안전한 사업장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주체는 다름 아닌 삼성의 노동자들이다. 따라서 노동자 참여와 역량을 강화할 방안을 찾고 실행해야 한다.

 

나머지 3분의 2를 위하여

삼성전자는 112일 합의를 통해 8년간 끌어온 직업병 문제가 종결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합의는 2013년부터 이어온 3개의 대화 의제 중 한 가지에 대한 합의다. 사과와 보상에 대한 대화는 2015723일 조정위원회 권고안 발표 이후 여전히 중단 상태다. 삼성과 가대위가 조정 권고안을 거부하고 독단적으로 보상위원회를 만들어 버린 뒤 조정 절차에 따른 논의조차 거듭 보류시켰기 때문이다. 바로 그 때문에 작년 107일부터 반올림은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노숙농성 중이다. 삼성은 이제라도 책임 있는 자세로 사회적 대화에 나와라!

특집 1.고통을 경쟁해야 보상받을 수 있다니 직업병 피해보상, 차별과 배제없이 이뤄져야!! /2016.2

고통을 경쟁해야 보상받을 수 있다니 직업병 피해보상, 차별과 배제 없이 이뤄져야!!



정하나 상임활동가

 


2015107일 조정위원회, 삼성, 반올림의 조정회의가 파행이 된 후 시작된 반올림 강남역 8번 출구 앞 농성 투쟁이 100일을 훌쩍 넘겼다. 그 결과, 2016112일 반올림 투쟁 8년만에 처음으로 삼성과 반올림 사이에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다. 차별과 배제없는 보상, 여기에 담긴 진정한 사과가 있어야 반올림은 삼성과의 싸움을 매듭짓고, 왜곡된 산재보상체제 개혁과 노동자 알 권리 확보를 위한 다음 싸움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난 112, 삼성전자가 직업병 재발방지대책 중 일부에 합의했다. 반올림이 싸워온 지 약 9년 째, 직업병 피해 제보자가 222(반도체, LCD공장에 한함)에 달한 후에야 삼성이 제한적으로 응답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합의의 내용에 따라 외부전문가로 이뤄진 <옴부즈만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였고, 드디어 삼성반도체 공장의 안전·보건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고 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까지 반올림에 집계된 사망자 76명의 죽음이 억울하지 않

, 그리고 지금 삼성의 노동자들의 생명이 더 이상 위협받지 않게, 직업병 예방을 향한 삼성전자의 첫 발걸음이 꼼수 없이 올바르게 떼어지길 바란다. 그리고 이제,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의 죽음과 삶 앞에 또 다른 책임을 물어야 할 시기이다. 바로 직업병 피해 보상 문제를 삼성이 정당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그리고 배제와 차별이 없는 방향으로 응답해야 할 타이밍이다.

 

현재 보상, 무엇이 잘못되었나?

피해자들을 등급으로 나누는 보상체계는 곧 피해 정도를 더 드러내야 하는 방식이다. 매우 안타깝다. 이를테면 현재 삼성이 정한 기준을 보면 1,2,3군 이런 식으로 나뉘어져 보상금액이 차이가 나게 되어있다. 3군의 피해자들이 1군을 부러워하게 하는 건 이상한 일 아닌가. 3군에도 못 들어가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힘든 사람들끼리 미워하게 만드는 방식, 일방적인 기준으로 피해자를 줄 세우는 방식, 당연히 받아야 하는 보상을 굴욕적인 마음이 들게 하는 이런 방식은 정말 잘못되었다.”

반올림 농성장에 방문한 한 기자의 말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부 직업병 피해자에 대한 삼성전자의 보상행태를 보고 비판한 내용이다. 그렇다. 삼성전자의 보상은 틀렸다. 보상의 기준을 설정하는 과정 중, 보상 의제 합의 당사자였던 반올림과 여러 피해자들을 배제한 것, 실질적으로 보상하는 대상에 있어, 질환과 근속기간 및 고용형태를 회사가 독단적으로 구분해 정당하게 보상받아야 할 피해자들이 좌절하게 만드는 것 직업병으로 인한 정신경제적 피해에 대한 다각적인 고려 없이 보상액이 정해진 점이 현재 삼성이 하고 있는 보상의 문제점이다.

이에 반올림은, 예방대책 일부에 대한 합의 이후에도 투명하고 실효있는 보상, 배제와 차별 없는 보상을 요구하며 삼성전자 앞 농성을 유지하고 있다. 직영 생산직 노동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삼성전자 공장을 드나들며 유해물질에 노출될 수 있는 모든 노동자(연구직청소 등, 계열사 및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에 대해 피해를 보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보상에 해당하는 근속기간이나 퇴직년도를 협소하게 설정해 배제되는 이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질병의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현재 과학의 수준을 고려하여, 노출시기나 잠복기간에 대해 될 수 있는 한 폭넓게 열어놓고 보상하는 게 맞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문제해결 과정에 반올림을 주체로 인정하고 보상의 기준과 형식에 대해 성의 있게 논의할 테이블을 꾸리는 것, 그리고 이 논의의 과정과 보상의 실제 집행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보상의 사회화를 꾀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 직업병 피해 보상, 올바른 사회적 기준을 세우는 과정으로

삼성은 더 이상 한 단위사업장이 아니다. 기업의 크기나 영향력에 있어 대한민국이라는 한 사회를 대표하는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들이 갖는 태도가 한국기업의 직업병 피해문제를 해결하는 주류를 형성 할 수 있다. ,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과 삶의 가치를 이 사회가 어떻게 인식하고 대우하게 될지에 대한 사회적 잣대를 형성하는 것과 연결될 수 있다는 말이다.

삼성이라는 데가 저 정도 나왔으면 그래도 많이 양보한 거 아니냐?’, ‘왜 삼성이 차린 보상위원회에 신청하지 않냐?’ 라며 반올림이 농성투쟁을 지속하는 것에 의아해하는 이들이 있다. 반올림은 일정 수준에서 적당히 타협하기 위해 약 9년의 시간을 싸워왔던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를 둘러싼, ‘사과’, ‘보상’, ‘예방의제가 올바른 지향을 담지하며 일단락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보상의제를 당사자들의 개인적인 사안 혹은 회사의 재량권에 달린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자본의 이해에 따라 피해자들을 나누고 개별화하게 놔두어서는 안 된다. 일하다 아프고 고통 받는 이들이 회사가 정한 일방적 기준에 갇혀 모종의 경쟁심이나 절망감이 들게 하는 삼성의 방식이 틀렸다고 더 큰 목소리로 외쳐야 한다. 보상의 원칙을 피해 당사자와의 충분한 협의 속에 투명하게 설정하고, 차별과 배제 없는 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직업병 피해 해결의 올바른 기준을 세우고, 모든 이가 평등하게 향유할 만한 원칙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반올림 농성투쟁의 행보가 더 많은 지지를 받으며 이어질 수 있길 바란다.

 

 

특집 5.달력으로 본 2016년 노동자 건강권 /2016.1

달력으로 본 2016년 노동자 건강권

 

 

 

선전위원회

 

 

218일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13주기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으로 진입하던 열차에서 발생한 화재는 크지 않았고, 승객들도 대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맞은편에 멈춰 선 열차에 불이 옮아 붙고, 기관사와 소방본부에서 적절하고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 한 사이에 희생자가 크게 늘어 결국 192명이 사망했습니다. 심지어 사고 직후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도 있었는데, 결국 기관사만 실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일이 참 많습니다.

 

 

36일 고() 황유미 9주기 

질병과 죽음으로, 삼성반도체의 직업병 문제를 드러냈던 고() 황유미 님의 기일입니다. 반올림과 노동단체들은 매년 3월 초, 반도체 산업 직업병 사망 노동자 추모제를 열어 왔습니다. 조금씩 더 많은 진실이 밝혀지고, 조금씩 더 많은 연대가 형성되고, 조금씩 우리가 승리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추모제이지만 슬프지만은 않았습니다. 긴 농성 뒤인 내년 추모제는 함께 웃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428일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 

이제 4월은 이전의 4월이 아니라는 노래 가사처럼, 20164월도 특별할 수밖에 없는 한 달입니다. 한국 사회에 국가의 역할, 안전의 의미, 피해자의 권리 등 수많은 질문을 던진 세월호 참사 2주기가 있습니다. 국회의원 선거 과정이나 결과도 세월호 참사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겁니다. 428일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에 맞추어 열리던, 살인기업 선정식이나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도 우리의 대답이 될 것입니다.

 

 

51일 노동절 

노동절의 시작도 노동자들의 집회에 경찰이 발포해서 사람들이 죽고, 그에 대한 항의 집회에서는 노동자들이 경찰을 공격했다는 조작으로 노동운동가들을 사형시키는 공안 탄압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하루 8시간 노동 쟁취를 내건 노동자들의 행진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2016년 상반기는 노동개악과 관련된 싸움이 계속 될 것 입니다. 노동자 건강에도 지옥문을 열어버리는 노동개악. 노동자의 몸과 마음을 기준으로 하는 투쟁으로, 우리 삶을 지켜냅시다.

 

 

72일 고() 문송면 기일 / 74일 산업안전보건의 날 

72일은 1988년 당시 열다섯 살이던 고() 문송면 님이 수은 중독으로 사망한 날입니다. 수은 증기가 뿌옇던 작업장의 열악한 현실이 폭로되고, 나이 어린 노동자의 직업병이 알려지면서 한국에서 노동안전보건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노동자 스스로가 안전보건문제를 제기하고, 산재 추방을 위해 서로조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노동안전보건단체들은 매년 이 즈음 산재사망노동자 합동추모제를 엽니다. 정부는 매년 7월 첫 번째 월요일을 산업안전보건의 날로 정하고,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을 박제화하는 장애인의 날처럼, 지금 산업안전보건의 날에도 노동자는 빠져 있습니다. 그런 산업안전보건의 날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1113일 전태일 열사 분신

1970년 청년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분신해 평화시장 의류노동자들의 참혹한 일터를 고발하였습니다. 당시 여성 노동자들은 20세에 이미 6년 전후의 경력자로, 하루 14시간 7일 내내 일하고 있었습니다. 눈병, 신경성 위장병, 호흡기장애, 폐결핵에 대한 호소도 있습니다. 이 노동자들이 결국 청계피복노동조합을 만듭니다. 전태일을 기리며 매년 11월 전국 노동자대회가 열립니다.

 

 

1230일 근골격계 부담작업에 대한 보건조치 도입.

200235일 대우조선에서는 근골격계질환을 호소하는 노동자 88명이 집단요양신청을 하였고, 이 중 74명이 집단 산재 승인을 받게 됩니다. 이는 근골격계 집단요양 투쟁의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이 투쟁은 집단적으로 발생한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이 IMF 이후 구조조정과 노동 강도 강화에 있다는 점을 드러내고, 이에 맞서는 전국적인 투쟁을 만들어냅니다. 그 결실로 20021230일 사업주 의무에 단순반복작업 또는 인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로부터 노동자 건강을 보호할 것을 포함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근골격계부담작업 유해요인 조사의 시작입니다. 국가가 주도하는 근골격계 예방프로그램으로 유례가 없는 제도이지만, 유명무실한 제도가 되었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2016년는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가 2002~2003년처럼 현장의 활력을 만드는 사업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특집 4.먹고 살기 힘든 삶과 노동자의 정신 건강 /2016.1

먹고 살기 힘든 삶과 노동자의 정신 건강


 

 

해미 운영집행위원

 

 

 

거의 매일 스스로 살아남기를 멈추는 사람들의 소식이 들린다. 혼자 살아가던 노인이 목숨을 끊고, 일하던 청사 꼭대기에서 몸을 던지는 공무원의 소식도 들린다. 새해 벽두 배달된 신문에서는 살아간다는 것이 버겁고 절망적이기만 한 청년들의 주된 정서가 무기력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는 기사가 있고, ‘행복을 주요한 국가지표로 삼아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기사도 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24392.html?_fr=st1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24349.html


아마도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자신의 삶에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멈춤버튼을 누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무기력과 멈춤에는 경제생활문제(21.1%)’직장 또는 업무상의 문제(4.0%)’가 있다. 이러한 문제는 정신적, 정신과적 문제(28.6%)와 가정문제(8.0%)와 함께 가장 중요한 자살 원인이다. 경찰청. 경찰통계연보 제58. 2014. 실로 제 정신을 차리고 사는 게 버겁고 어려운 사회가 아닐 수 없다.


급격한 산업구조의 변화와 노동시장의 유연화, 그리고 그 성장이 더디기만 한 사회적 안전망 속에 내쳐진 인간에게 백세 시대라는 말은 오히려 잔혹하기만 하다. 도대체 백 살까지 뭘 해서 먹고 살란 말인가. 노동자들은 서비스업의 급격한 성장과 서로가 서로에게 이 되고자 하는 팍팍한 현실 속에 자신의 감정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내일을 계획할 수 없는 삶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고용불안정에 떨어야하고, 고용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서 윗분들에게 자신의 속내가 들키지 않도록 감정을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 성실하고, 착하며, 능력이 있는 노동자로 보이기 위해 자신을 돌볼 틈 없이 남에게 보이는 모습을 신경 쓰며 살아가는 현실에서 행복하고 편안한 정서를 가지는 건 어찌 보면 더 이상 한 일이다. 우울감에 빠졌다가 어느 순간에는 이러지 말아야지하며 스스로를 다독여 억지로 활기찬 상태로 만들어가는 정서적 롤러코스터는 그 진폭에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태와 의학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질병은 분명히 다른 것이지만 이러한 정서적 상태에 대한 관리에 실패를 하면 노동자들은 자살을 하기도 하고 실제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우울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노동부는 2015년 산재보험법 시행령 별표에 업무와 관련하여 고객 등에 의한 폭력 또는 폭언 등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 및 이와 직접 관련된 스트레스에 의해 발생한 적응 장애, 우울병 에피소드를 추가하는 입법예고를 발표하였고, 고객응대업무를 하는 근로자의 스트레스 예방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도 준비하고 있다. 아주 작은 걸음이기는 하지만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보상과 예방을 고민한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정신건강의 예방과 관리는 원인에 대한 접근, 중재요인에 대한 접근, 질병 자체의 조기진단과 관리, 질병이 있는 사람의 사회 적응에 대한 문제 등 다양한 층위에서의 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


감정노동을 화두로 시작되기는 했지만, 이는 비단 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감정노동문제로 묶인 일련의 사건들도 하나하나 뜯어보면 고객을 만나면서 받는 스트레스, 계약을 연장하고 매출을 높이기 위한 매출압박,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는 경쟁적 상황, 불안정한 노동에서의 기본적 삶의 안전망 파괴 등 다양한 원인들이 중첩되어 있다. , 원인적 측면에서 보자면 노동의 가치에 대한 존중, 고용불안정의 완화, 경쟁적 노동시장 구조의 개선 그리고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의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증상의 발현을 줄이기 위한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의 개선과 지지적 조직 문화 확립도 필요하다.


또한 이 사회 전체 인구 중 일정한 비율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정신질환이 있는 이들이 어떻게 일하고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2년마다 해고되던 노동자가 4년마다 해고된다고 해서 그들의 삶의 불안정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신질환이 있어서 또는 다른 만성 질병 때문에 제대로 일을 하기 어려운 노동자는 이제 저성과자가 되어 노동시장에서 퇴출될 지도 모른다.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병들면 당장의 벌이가 걱정이 되고 큰 병이라도 앓게 되면 순식간에 빈곤의 나락으로 빠지게 되는 것은 여전하다. 건강보험이 의료비를 보전해 줄 뿐 건강보험 가입자의 소득을 보전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백세 시대에 정년퇴직을 하고도 이삼십년을 살아내야 하는 노동자들이 영세자영업자가 되어 최저임금에 알바를 고용하며, 그 동안 쌓인 빚을 갚으며 살아가야하는 것도 여전하다. 노후의 삶에 대한 안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고령의 노동자들은 날품이라도 팔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도 여전하다. 금 수저와 흙 수저로 대비되는 헬조선의 새로운 계급은 기회의 평등을 앗아가며 무기력을 재생산하는 것도 여전하다.


스트레스는 항상 부정적인 효과만 주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예측 가능하고 스스로 조절이 가능하다면 삶에 자극이 될 수도 있다. 평생 노동을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일생을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는 예측가능성과 자신의 삶과 노동을 조절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정신건강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특집 3.좋은 노동시간 만들기 /2016.1

좋은 노동시간 만들기

 


이혜은 노동시간센터(준)



2015년 연말 즈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노동시간센터에서는 <우리는 왜 이런 시간을 견디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삶을 소진시키는 노동시간의 문제를 건강, 가족, 청소년, 시간제 노동, 심야노동과 같은 다양한 매개로 풀어냈다. 여러 언론에서도 추천할 책으로 비중 있게 소개해주고 양대 인터넷 서점의 메인에 등장할 정도로 관심을 받았는데 이는 사실 저자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한국사회의 장시간 노동 문제나 시간 주권을 찾고자하는 외침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데도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새롭게 한 해가 시작되는지금, 노동자의 건강을 위한 투쟁 과제에서 노동시간 문제를 놓을 수 없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더 이상 이런 시간을 견디지 않기 위해 무언가 해야만 한다.

 

 

역시 노동시간 단축

지난 9월 노사정 대타협 혹은 야합이후 정부와 새누리당이 개악안을 밀어붙이면서 양보했다는 듯이 생색을 내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노동시간 단축이다. 한국의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나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해’ 1주간에 12시간 한도 내에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마치 일주일의 최대 노동시간은 52시간인 것처럼 보이나 휴일 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 되지 않는다는 기괴한 행정해석 덕택에 토, 일요일 각각 8시간을 근무할 경우 1주 최대 노동시간이 68시간에 달하고 이 관행이 암묵적으로 묵인되어 왔다. 이번 개정안은 대단한 개선이 아니라 상식적인 해석대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최대 노동시간을 진짜로 52시간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건 그냥 당연한 바로잡음이다.


그런데 말도 안되는 생색내기에 한 술 더 떠서 새누리당이 내놓은 개정 법률안은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18시간의 범위 안에서 근로자대표와의 합의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자고 한다. 그동안 애매한 해석에 기대어 장시간 근로를 강행시키던 것을 이젠 법적으로 보장받겠다는 의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OECD에서 밝힌 국가별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노동 시간은 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2위로 길고, 2013년 연 2079시간에서 20142124시간으로 더 늘어났다. 고용노동부가 노동시간을 줄이겠다고 각종 정책을 펴고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주간연속 2교대제도 도입되었고 박근혜 대통령이 자랑하듯이 풀타임보다 짧은 노동시간의 시간제 일자리는 늘어났다. 이런 사회분위기에서 오히려 평균 연 노동시간이 늘었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나? 여전히 누군가는 어쩌면 꽤 많은 노동자들이 더 심하게 늘어 난 노동시간에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 그래서 2016년에도 여전히 유효한 구호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질 좋은노동시간 단축

2016년은 완성차 사업장에서 2013년에 도입된 주간연속 2교대제(8/8+1)의 노동시간을 1시간 더 단축하여 8/8 노동시간제를 시행하기로 한 해이다. 2015,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에서는 금속노조 노동연구원과 함께 자동차 부품사 주간연속 2교대 시행 현황과 교대제 변화에 의한 영향연구를 수행했다. 이 조사에서 많은 자동차 부품사들이 완성차를 따라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고 야간노동과 노동시간을 줄여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만족은 하였으나, 노동시간의 질은 더욱 나빠졌다는 것이 드러났다. 특히 부품사의 경우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 이전부터 이미 노동 강도가 높은 경우가 많아 더욱 심각하였다. 게다가 일부의 경우에는 물량보전을 위한 사내하도급이나 비정규직 문제 등 의도치 않았던 쟁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아직은 견딜만해서 노동 강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응답했던 노동자도 이제 마지막 ‘1시간 단축의 싸움은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진행할 수도 없거니와 해서도 안 된다. "물량보전=임금보전"의 공식을 버리고 필요한 생활임금을 기준으로 한 월급제 도입, 적정 노동 강도와 적정 인력으로 생산할 수 있는 물량 책정,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의 표준적 노동시간을 요구해야 할 때이다.


좋은 노동시간을 위해

노동시간 싸움은 갈수록 복잡하고 어려워지고 있다. 모두 같이 출근해서 같이 일하고 같이 퇴근하고 노동조합도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더 쉬운 출발이다. 한국사회는 고용의 유연화 뿐 아니라 노동시간의 유연화도 심해지고 있다. 문제는 노동자가 선호하는 시간대에 일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입장에서 가장 효율적인 시간에 노동을 배치하기 위해 쓰인다는 것이다. 반쪽짜리 시간제 일자리나 손님 이 뜸한 시간에 일을 못하게 하고 임금을 주지 않는 알바생들의 꺾기사례를 보라. 이메일과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나 업무 대기 중이면 계약된 노동시간은 의미를 잃게 된다. 심지어 배달 앱 알바나 대리운전기사처럼 노동자로 인정 받기 조차 어려운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노동시간 단축을 넘어 이들의 좋은 노동시간을 위해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때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노력해야 할 것은 결국 경계를 허무는 단결과 요구를 조직하는 일일 것이다.노ㅗ

특집 2.2016년은 다섯 번째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의 해, 제대로 해서 골병을 잡자 /2016.1

2016년은 다섯 번째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의 해, 제대로 해서 골병을 잡자

 


이숙견 상임활동가


기억하시나요? 

 

2003년에 제정된 사업주의 근골격계질환 예방의무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가 어떻게 법제화 되었는지. 1997IMF 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현장의 노동강도는 강화되고 자본의 현장통제력이 강화되었고, ‘고용안정에 밀려 숨죽이며 강화된 노동을 감내해야했던 노동자들은 하나 둘씩 뇌심혈관계질환과 근골격계질환으로 몸과 마음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습니다. 하지만 2002년 근골격계직업병 집단요양투쟁으로 절박한 노동 현실을 드러내며, 더 이상 몸과 마음을 훼손당하지 않고 골병을 해결하기 위해서 개인의 문제, 개별적 작업환경문제를 넘어서 집단적인 작업환경 개선, 노동 강도저하, 노동자의 현장통제력 강화가 필요함을 제기하고 요구했습니다. 그리하여 전국을 뒤흔든 투쟁이 될 수 있었고, 유해요인조사 법제화 또한 가능했습니다

 

 

그로부터 다섯 번째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앞두고 있는 지금.

현장에서 그리고 여러분에게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는 어떠한 활동, 사업입니까? 2 015년에 진행한금속노조의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 실태파악과 대안마련 조사결과를 보면, 당시의 활력과 긴장은 사라진 채, 대부분의 현장에서 담당자 중심의 3년마다 돌아오는 관성화된 사업으로 전락되어 치료받을 권리는 물론이고 보호예방이라는 법적 취지조차 무색하게 된 상황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유해요인조사를 폐기하자는 경총의 뻔뻔스러운 요구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출처 : 일과건강

 

다시 시작해봅시다!!

2016년에 진행하는 유해요인조사는 제대로 해서 골병을 잡아봅시다. 여전히 골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노동자의 건강권쟁취와 골병을 제대로 잡아내기 위한 유해요인조사가 되기 위해서 몇 가지 제안해봅니다. 먼저, 담당자 중심이 아닌 전체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상정되고 준비되어야 합니다.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는 조합원의 건강권 쟁취, 현장 조직력과 통제력 강화,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 찾기, 노동조건개선 등 현장문제 전체를 포괄할 수 있고, 포괄해야만 제대로 골병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목표설정부터 사업기획과정까지 노동조합 전체의 고민과 준비, 활동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 조사와 개선, 평가를 하는 모든 과정이 조합원의 요구와 참여를 모아내고 실현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되려면 실제 조사에 함께 할 수 있는 조합원을 조직하고 일상적으로 활동이 가능할 수 있는 체계(예를 들어 근골격계 실행위원구성, 부서별 개선위원회 구성 등)를 마련해야합니다. 만약 전문가에게 의뢰를 한다거나 사측주도로 유해요인조사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노동자의 알권리 보장과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 그동안 조사에만 매몰되었던 유해요인조사를 넘어서 느리더라도 실제로 현장의 변화를 조합원이 함께 경험하고 실현할 수 있는 일상 활동이 되어야합니다. 3년마다 하는 유해요인조사가 아니라 3년동안 개선하는 활동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마지막으로, 기간 진행된 유해요인조사에 대한 평가를 시작으로 이번 유해요인조사에서 해야 할 목표를 설정하고, 유해요인조사 사업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의 구체적인 활동 평가를 통하여 성과를 축적해 내고 부족한 부분은 보강해 나가는 활동이 되어야합니다.


2016년 안팎으로 녹록하지 않는 한 해이지만 이번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는 관성화 되고 있는 사업에 활력을 만들어내는 활동으로, 공상이 아닌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 쟁취로, 인간공학적 개선만이 아니라 노동강도를 포함한 근본적인 노동조건의 개선으로, 자본의 이윤보다는 노동자의 몸과 삶이 우선인 현장과 세상 만들기로 거듭날 수 있는 활동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도 이러한 활동에 한 주체로서 함께 할 것을 약속합니다.

 

  • 한채원 2016.06.22 17:02 ADDR 수정/삭제 답글

    산재로 임시유해요인조사를 실시했는데 그로부터 3년후 정기 유해유해요인조사를 실시하는 겁니까?

  • 한채원 2016.06.22 17:03 ADDR 수정/삭제 답글

    아님 임시 상관없이 그냥 3년마다 정기 유해요인조사를 하는겁니까?

  • 한노보연 2016.06.22 23:1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정기유해요인조사는 3년에 한번해야하고요 선생님이 말씀하신것 처럼 산재가 발생하거나 근골부담작업에 해당하는 작업, 설비를 도입하거나 작업량, 환경 등 변경을 한 경우 지체없이 조사를 해야 합니다

특집 1.노동개악과 노동자 건강 /2016.1

중대재해 낮추기 위해, 기업에게 책임을, 노동자에게 권리를!

 

 


최민

 

 


‘2016년 노동안전보건활동의 주요 과제를 꼽아보았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과제가 없지만,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행동, 우리가 원하는 노동시간 재구성,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이라는 세 가지 과제에 주목한다.’ 2015년 정부는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혁신을 위한 종합계획>이라며 ‘제4차 산재예방 5개년 계획 (2015~2019)’를 제출했다. 정부는 이 혁신안의 목표가 ‘선진국 수준의 안전 일터 구현’이라며, 이를 위해 사고사망 만인율과 중상해 재해율(휴업 90일 이상)을 현재의 절반 이하로 감소시키겠다고 했다. 실제로 이런 결과지표가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산재 예방은 기본적으로 사측에게는 ‘비용’이다. 사측이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강력한 집행 체계가 동원되거나, 노동자의 견제와 참여, 힘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안전보건 주체별로 책임을 강화한다며, 안전보건 문제를 기업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한다. 우리 사회처럼 노동조합 조직률도 낮고, 노사간 권력이 불균형한 상태에서 개별 기업의 자율에 맡긴다는 것은 정부가 노동자를 보호할 의무를 방기하겠다는 뜻이다. 반면 여전히 노동자는 노동안전보건 실행의 주체가 아니라 계도할 대상으로 여겨진다. 그러니 정책의 기본 방향이 아직도 ‘교육 강화와 인식 제고로 안전보건문화 정착’이며, 안전수칙을 위반한 노동자도 처벌하겠다는 것이 대책으로 나오는 것이다. 정부가 정말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면 현재의 이 패러다임을 버리고 다음 두 가지를 정책 방향으로 세워야 한다.

 

 

몸통을 제대로 처벌하라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과 그 실질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2013년, 7명이 사망한 노량진 지하철공사장 수몰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하청소장이 징역 2년, 원청인 서울시 상수도 관리본부공사 책임자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호우로 인해 급격히 물이 불어 사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대비책을 세우지 않아 발생한 인재였는데도, 처벌은 이 정도 수준이다. 

 

2008년 40명이 사망자를 낸 이천 냉동 창고 화재사고의 책임자로 지목된 원청회사는 벌금 2,000만원 형을 선고 받았다. 원청 대표는 무혐의 처분되었다. 예방을 위해 쓰는 돈보다 사고가 난 뒤에 져야 할 책임이 크지 않은 경우, 산재 예방 활동에 투자할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 기업이 산재 문제를 제대로 책임지게 하기 위해, 실제 책임자(경영 책임자와 기업자체, 원청기업)가 책임지고, 처벌 수위도 높은 ‘기업 살인법’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으로, 2015년에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가 결성되어 활동중이다. 제정연대가 제안한 법률안에는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따라, 기업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태만’한 공무원에 대한 처벌도 규정되어 있다. 총선 이후 새로 구성될 국회에서, 기업에 제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업처벌법’을 만들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동자들의 관심과 행동, 압력이 필요하다.

 

 

효과적인 사고 예방책, 작업중지권

 

정부도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혁신을 위한 종합계획>에서 스스로 ‘근로자 참여 제도 확대’가 필요하다며, 작업중지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개정안을 발표했다.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있어 노동자가 사업주에게 안전 보건 조치를 요구하였으나 이에 불응하는 경우, 노동자가 지방노동관서에 위험 상황을 직접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법적 실효가 거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는 사업주를 신고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당연한 권리이다. 이미 산업안전보건법 52조에서 노동자가 이 법을 위반한 사업주를 신고 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하고, 신고한 노동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고 있다. 이 법 개정으로 인한 실질적인 이득은 전혀 없다.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있다면, 노동자가 스스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는 것은 가장 우선적이고 기본적인 권리이다. 노동자가 사업주에게 안전 보건 조치를 요구하거나, 지방노동관서에 신고하는 것은 모두 그 다음 문제다.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강화된 ‘작업 중지 요청권’이 아니라, 스스로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작업중지권’이다. 

 

사망사고가 빈발하는 제조업 하청 노동자들로부터 중대재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보루로서 작업중지권이 활발하게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사업장에서 각자 벌어지고 있는 작업중지권과 관련된 회사와의 다툼이 사회적으로 더 알려지고, 안전과 건강을 도외시하는 자본에 대한 공분과 연대로 나아가야 한다. 서비스업이나 감정노동자의 작업 거부 등 다양한 형태의 작업중지권 실천이 홍보∙장려돼야 한다. 정부가 선진국 수준의 안전일터 구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먼저 나서서 작업중지권 활용을 독려해야 하겠지만,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노동자가 실천으로 지키고 확대시켜 나갈 수밖에 없다.


특집 5.내용 없는 당근책으로 이용된 노동안전의제들 /2015.12

내용 없는 당근책으로 이용된 노동안전의제들

-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인터뷰

 

 

선전위원회

 

 

 

1114일 민중총궐기 이후 공안 탄압까지 지속되고 있고, 위원장은 조계사로 피신한 상태다현재 민주노총 투쟁 계획은?

 

이미 1년 내내 준비해온 투쟁이다. 12월 임시국회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악 5대 법안을 논의하거나 가이드라인 발표가 가시화할 경우, 총파업을 하겠다고 이미 결의해왔다. 이를 실제로 이행하기 위해 122차 민중총궐기와 민주노총 총파업 조직에 매진하고 있다. 1114일에 정말 오랜만에 상당히 많은 인원이 모여서 끝까지 싸웠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장의 분노가 실제로 매우 높다는 증거다. 이 분노를 실제 총파업으로 조직하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법안이 상정되어 국회 일정으로 넘어갈 경우 국회 전면 대응을 위한 준비도 함께 하고 있다. 위원장의 조계사 피신 이후, 공안탄압 대응 활동도 벌여 나가고 있다.

 

노동개악과 관련된 일련의 과정이 노동자 건강측면에서도 큰 위협이다. 어떤 문제에 가장 주목하고 있나?

 

일반해고와 비정규직 증가로 인한 건강 영향을 얘기하기에 앞서, 아주 직접적인 문제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감정노동 예방법, 산재사망처벌 및 원청책임강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화학물질 알권리법 등 실제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준비해온 입법 과정은 노동개악 관련 입법 이후로 마구 미뤄지고 있다또 하나는 실내용도 없는 노동안전보건 의제 일부가 당근책처럼 제시된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는 실업급여액이 증가하고, 노년층 실업급여 적용이 확대됐다고 광고하지만, 사실 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실업급여 하한액은 더 내려가고 실업급여 받는 요건이 대폭 강화되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불안정한 일자리의 저임금 노동자들, 청년 노동자, 단기 고용 노동자들이 실업급여를 받기가 더 어려워진 셈이다. 출퇴근 산재도 마찬가지다. 과실에 따른 차등 보상과 더불어 출퇴근 경로와 방법이 일정하지 않은 직종은 산재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하여 건설 일용, 택배 기사, 화물 운송, 외근을 주로하게 되는 영업 판매직 노동자 등 취약 노동자들이 오히려 보상 대상에서 빠질 위험이 있다. 이런 내용을 당근책이라고 선전하고 있어, 이것도 큰 문제다.

 

이런 직접적인 문제 이외에, 일반해고 시대의 일터 괴롭힘, 비정규직 노동자 증가 등도 노동자들의 건강에 큰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이다. 지금도 일터 괴롭힘 문제가 심각하다. 대신증권 등 기업들이 인력관리 컨설팅을 맡기면서, 노동자들이 일방적인 전환배치에 시달리고, 무수한 낙인이 찍히고 모욕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노동자들이 정신이 피폐해지고 불안감이 증대되고, 정신건강이 악화되었다는 보고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성과 평가를 기반으로 한 쉬운 해고가 가능해지면, 당연히 이런 상황이 악화되고 본격화되고 확대될 것이다. 특별연장근로 체제로 장시간 노동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장시간 노동이 뇌심혈관질환이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잘 알려져 있는 지금도 장시간 노동이 관리나 보상이 안 되고 있다. 전사회적으로도 우리 사회의 장시간 노동이 문제라는 것이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노동시간을 늘리는 셈인 법안을 내놓고 이걸 개선이라고 한다. 게다가 이런 건강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더 가혹한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지금도 장시간 노동, 높은 노동강도, 위험업무 등이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더 몰리고 있다. 그런데 파견을 확대하고, 비정규직 기간을 연장하자는 것이다. 건강 영향은 차별적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내년 중점 사업이나 활동은 어떤 것으로 계획하고 있나?

 

비정규 노안활동을 조직 내 현실로 만드는 게 과제인 것 같다. 그 동안 민주노총에서 어떤 노안 활동을 하더라도, 하청 산재 문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에 나타나는 차별적인 결과 등이 반드시 구호에 들어가는데도 지금까지는 정책만 있고 실제 손발까지 비정규직 노동안전보건 문제가 내려가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이제 민주노총 산하에 비정규직노동조합도 꽤 있는데, 이런 단위 노동조합의 실제 활동으로 비정규 노안 문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같은 경우, 급식 노동자들 중심으로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근골격계 증상조사가 이미 대부분의 교육청에서 다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후 이를 바탕으로 한 성과나 진전이 뚜렷하게 나오지는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비정규직 단위사업장 노동조합, 그리고 각 산별 노조에서 비정규직 노안 활동을 담당할 활동가를 만드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조금씩 노안 담당자가 선임되어가는 추세인데, 각자 특성에 맞는 지원을 못 하고 있다. 사실 비정규직 노동자 뿐 아니라, 노동안전보건활동을 처음 시작하는 노동조합이나 활동가들이 처음 부딪치는 문제이기도 해서, 이런 활동가들을 위한 맞춤식 교육, 꼭 필요한 매뉴얼 등을 만들고 실제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