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리포트] 장시간 버스 운전, 운전노동자의 건강과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다 /2016.1

장시간 버스 운전, 운전노동자의 건강과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다

- 버스 운전노동자의 과로 실태와 기준 연구



이이령 회원, 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직업환경의학과


시민의 발인 버스는,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표적인 공공 영역이다. 버스 운전은 승객의 안전한 이동을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집중력이 필요한 노동이다. 따라서 장시간 운전이나, 연속 운전은 버스 운전노동자의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를 유발하여 사고의 위험을 높여 시민의 안전에 영향을 준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 각국은 버스 운전의 하루 최대 노동시간,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제한함으로써 운전노동자의 건강과 승객의 안전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이러한 규정이 없고, 심지어 노동시간의 특례규정을 지정해 운수업은 주당 노동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업종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 버스 운전노동자들은 하루 18시간 이상 운전을 하고, 주당 80시간을 운전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는 버스 운전노동자에 대한 심각한 건강권 침해이자, 시민의 안전까지도 위협하는 상황이다.

 

 

연구 목적과 방법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사회건강연구소, 가톨릭대학교는 올해 3개 지역(서울특별시, 경기도, 광주광역시), 4개 업종(시내, 시외, 광역, 고속)의 버스 운전노동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등을 통해 버스 운전의 지역과 업종에 따라 노동시간 및 운전시간, 노동조건의 차이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에 따른 피로도, 건강영향을 다양한 생체지표를 활용해 평가하고, 면접을 하여 구체적인 실태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나아가 버스 운전노동자의 적정 근무시간 및 운전노동시간을 제안함으로써, 버스 운전노동자들의 건강과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설문조사 : 서울 시내, 경기 시내, 경기 광역, 시외, 고속, 광주 시내에서 1개 회사를 대표로 선별하여 해당 회사의 전체 운전노동자를 대상으로 총 1,061명의 설문을 진행하였다. (, 시외버스 및 고속버스는 단일회사를 모두 조사하기에는 시간 및 공간적 제약이 있어, 충분한 설문 참여 인원 확보를 위해 여러 회사를 조사 대상으로 하였다.)

생체지표 조사 : 생체지표 조사는 24시간 혈압측정, 신체활동도 평가, 집중도 검사(PVT), 타액 코티솔검사, 생활일지 등을 실시하였다. 지역과 업종, 근무형태에 따라 2~4인을 선정해 총 21인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서울 시내 2(12교대), 경기 시내 4(격일제 2, 격일제지만 3일 연속 근무하는 2), 경기 광역 4(격일제 2, 격일제지만 3일 연속 근무하는 2), 광주 시내 4(정규직-12교대 2, 비정규직-격일제 2), 시외 2(복격일제), 고속 4(복격일제-장거리노선 2, 단거리노선 2), 비교를 위한 지하철 기관사 1)

면접조사 : 면접조사는 생체지표 조사를 한 21인중 3인을(광주 시내버스 4인 중 2, 지하철 기관사 1) 제외한 18명을 대상자로 하였다.

 

 

연구결과 1. 하루 18시간 운전 등 극도의 장시간 운전

운전시간 설문조사에서 12교대제와 준공영제를 수행하고 있는 서울 시내버스 노동자들은 대부분 하루 12시간 이내 운전 (86.9%), 56시간 이내 운전 (97.1%)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기 시내버스 노동자들은 하루 15시간 이상 운전하는 경우가 전체의 95.7%나 차지하였다. 또 경기 시내버스 노동자들의 주당 운전시간은 56시간 이상이 76.3%였고, 72시간 이상도 4.9%나 됐다. 경기 광역버스도 장시간 운전에서 이와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경기 시내와 경기 광역버스 노동자들은 격일제 운전이 기본이나 한 차량당 2명의 기사가 배치되어 있지 않아, 실제 하루 15시간 이상씩 3일 연속 근무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기본임금이 적어, 적정임금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이런 장시간 노동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수용하고 있었다.


1. 버스운전사 일 운전시간

 

 


연구결과 2. 장시간 운전으로 61배 졸리고, 사고 위험도 커진다.

- 장시간 운전으로 오후에 최대 61배 졸림

장시간 운전은 집중력의 저하와 졸음으로 이어졌다. 설문조사 결과 특히 경기 시내와 경기 광역 버스노동자들은 출근 직후와 오전 근무 때는 서울 시내 운전자와 유사한 졸림 정도를 보였으나, 오후 운전 시에는 많이 졸린다는 운전자가 훨씬 늘었다. 서울 시내운전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 오후 운전 시에 많이 졸린다는 사람의 비율이 경기 시내는 36, 경기 광역은 61배까지 높은 양상을 보였다. 이는 장시간 운전의 효과가 특히 오후 운전에 두드러지게 반영된 것으로, 안전의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2. 서울시내, 경기시내, 경기광역 운행상황별 졸림 정도의 로지스틱 회귀분석

* 졸림의 정도가 통계적으로 의미 있음을 의미함. (p<0.05)

- 61.46은 경기광역이 오후운행시 많이졸린 노동자의 비율이 서울시내보다 61배 높음을 의미함.

- 약간졸림 : KSS score 4-6, 많이졸림 : KSS score 7-9

- 나이, BMI, 흡연, 음주, 운동, 가구총수입, 학력을 보정한 결과임.

 

 

운전 시작 10시간 이후 집중도의 급격한 저하

집중도 검사(PVT)결과 경기 시내 운전노동자에서 운전 시작 9~10시간 정도 후(오후 3시 이후) 반응 시간이 급격히 길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반응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반응속도가 급격히 감소하고 집중도가 급격히 저하된다는 의미이다. 이는 해외 여러국가에서 하루 최대 운전 가능 시간을 정해놓은 이유를 정확히 반영하는 결과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규정을 두지 않아 장시간 운전 중 운전자의 집중도가 저하되고 이것이 안전의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격일제 운전 노동자는 사고위험이 1.8배나 높다. 

활일지를 토대로 HSE (영국산업환경보건청) 피로·위험지수를 산출하였다. 그 결과 그림 2에 나타난 바와 같이 격일제 운전 노동자(경기 시내, 경기 광역)는 기준 일정(HSE 피로·위험지수 : 영국 보건안전청(HSE)에서 대중의 안전과 직결된 일을 하는 노동자의 업무 피로로 인한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됨. 기준일정 :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에 종료되는 주간근무 이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에 종료되는 야간근무 이틀, 이후 4일의 휴무가 반복되는 일정(주간근무 주간근무 야간근무 야간근무 4일 휴무))보다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1.8배나 높았다. 그림에 나와 있지 않지만, 격일제 운전 노동자는 버스 운행 중 졸음의 위험도 50%를 상회하였다. 복격일 근무(시외, 고속)는 피로지수와 위험지수가 격일근무보다는 낮았으나, 12교대제보다 위험지수가 높아 운행 중 사고의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격일제, 복격일제 노동자들이 추가 운전을 하는 것은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임금축소 없는 운전시간 제한과 노동시간 특례제도 폐지가 필요

ILO(국제노동기구), EU(유럽연합), 일본, 호주, 미국, 영국, 스웨덴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버스 운전 시간에 제한을 두고 있다. 하루 운전시간의 경우 대부분 9~1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고, 주당 운전시간의 경우 ILO48시간, 일본은 40시간(4주간 평균)을 넘지 못하도록 한다. 그러나 국내에는 이런 규제가 없고, 오히려 운수업은 노동시간 제한 예외 업종으로 지정되어 있어 장시간 운전을 해도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본 연구의 결과 및 ILO를 비롯한 여러 국제 기준에 근거하여, 하루 9시간 이내, 48시간 이내로 운전시간 제한을 두어 운전노동자의 건강과 시민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운수업은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노동시간 규제가 더욱 필요한 업종임에도, 오히려 더 장시간 노동을 할 수 있게 명시된 근로기준법 제59조 등 특례제도는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저임금 체계에서 생활임금을 보존하고자 운전노동자 스스로 장시간 운전을 선택하는 현재의 급여 체계에서 이와 같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실질적인 임금 축소 없는 운전시간의 단축이 정확한 대안일 것이다. 준공영제를 시행한 서울 시내버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고려하면, 각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공영시스템을 도입할 때 이를 현실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 시내와 유사한 방식의 노선을 운행하고 있으나 하루 15~18시간 연속 운전하는 극도의 장시간 운전을 수행하고 있는 경기 시내 및 경기 광역버스의 경우는 이런 변화가 더욱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운전노동자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요구가 있어야 한다.


* 본 글은 한국노총의 버스 운전노동자의 과로 실태와 기준연구보고서의 주요 연구결과 및 제언을 담고 있다. 지면의 제약 상 본 글에는 담지 못했으나 감정노동에 의한 버스 운전노동자의 건강영향, 교통사고 처리 비용의 자기부담, 광주 시내버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문제 등의 연구결과가 담겨있고, 면접조사 등 을 반영한 중간 휴식시간보장, 최소연속 휴식시간 보장, 보건관리자 선임 등 건강보호 방안 법률적 조치의 필요, 고속버스의 사회적 휴일 확보 등의 제언도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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