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리포트] 저임금 불안정노동자 ‘공급원’인 현장실습 / 2018.10

저임금 불안정노동자 ‘공급원’인 현장실습

- 반월시화공단 현장실습생 실태조사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2016학년도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에는 전국 593개교 60,016명이 참여했으며 참여 기업은 31,404개에 이른다. 2017년 제주도의 한 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학생이 기계에 깔려 결국 죽음을 맞았다. 그 이전에도 많은 죽음이 있었다. 2017년 12월 1일 정부는 ‘조기 취업형 현장실습 전면 폐지’를 발표했다.

하지만 2018년 2월 발표한 개선안에서 ‘산업체 채용 약정형 현장실습’을 제시하고 있어 조기 취업형 현장실습을 여전히 살려놓고 있다. 이 글은 반월시화공단에서 현장실습을 한 19명, 그리고 도제학교 학생 4명의 면접 조사를 토대로 한 실태조사 결과이며,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의 문제점과 이후 직업 세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반월시화공단은 25만 명이 일하는 큰 공단이지만, 한 업체당 20명 미만이 일하는 소규모 제조업체 중심 공단이다. 2015년 9월 민주노총의 ‘2015년 전국 산업단지 노동실태조사’ 결과에서 반월시화공단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위반은 92%였고 최저임금 위반은 40%를 넘었다. 2016년 3월 <반월시화공단 인권침해 실태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반월시화공단 노동자들의 인권침해 빈도수는 55.74%에 달한다. 이런 현장이 결코 좋은 ‘실습장’이 될 수는 없다. 현장실습생들의 첫 번째 일터, ‘실습’이라는 명분으로 일하게 되는 현장은 노동에 대한 불안과 혐오를 심고, 자신의 미래를 고통스럽게 인식하도록 만들 뿐이다.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등 전국 각지에서 반월시화공단으로 현장실습을 하러 온다. 경기도 지역이 특히 많은데, 안산에 있는 한 공고의 경우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반월공단 내 모두 213개 업체에 모두 생산직으로 현장실습을 보냈다. 그 외에 안산과 시흥지역의 공업고등학교들이 반월공단 내 제조업체로 현장실습을 많이 내보냈다. 전공과 관련이 없는 제조업 생산직이다. 그 외에 경기권 공업고등학교의 경우 반월시화공단 생산직으로 현장실습을 내보내는데,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학생들도 현장실습을 ‘취업’이라고 인식하고, 교사들도 마찬가지이다. 기업들도 현장실습을 ‘저임금 노동력을 공급받는 통로’로 인식한다. 직업계고 학생들은 이름만 ‘현장실습’일 뿐 실질적으로는 ‘조기 취업’을 하러 반월시화공단으로 가는 것이다.

1. 현장실습에 대한 학교의 준비와 대응

학생들이 직업계고를 선택한 이유는 주로 ‘내신성적’이었다. 면접 참여자 대부분이 고등학교 진학을 결정할 때 직업계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적성과 진로 계획에 따라 선택하기보다 성적, 친구, 취업률을 앞세운 학교 홍보물에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또, 공부로는 뒤처지기 때문에 기술을 배우는 것이 경쟁력이 있겠다고 생각한 이들도 있었다. 직업계 고등학교는 공업, 상업, 농업, 해양, 보건, 관광 등 다양한 분야의 과를 개설하여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학교와 학과 특성이나 향후 진로와의 연관성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선택에 어려움을 느낀 상태로 직업계고에 들어오게 된다.

학생들은 재학 중에 전공 여부와 상관없이 각종 자격증 준비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취업에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격증을 따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정작 사회에 나와 보니 자격증을 인정하거나 대우해주지도 않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학교에서 노동인권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대부분 ‘노동인권 교육’이 무엇인지 묻거나, 뭔가 배우기는 한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산업안전과 근로관계법”에 대해 의무적으로 15차시 교육을 하게 되어 있는데, 이 교육의 효과성이 의문이다. 대강당에 전체 학생을 모아놓고 외부 강사가 대규모로 교육하거나, 온라인으로 교육을 하기 때문이다. 현장실습에 필요하지 않은 자격증만 갖춘 상태로 대부분의 학생들은 준비 없이 현장실습에 나간다.

면접자들은 ‘취업’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고 한다. 한 손에 아메리카노 커피를 들고 목에 사원증을 매는 일자리를 상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공단으로 출근한 이들은 바로 현실을 알게 된다. 실망하는 학생들에게 교사들은 ‘어디가든 똑같다’고 말한다. 대기업과 공기업 등 상대적으로 노동조건이 좋고 취업으로 연결되는 확률도 높은 곳은 ‘성적 좋은 애들만 뽑아서 보내’는 곳이다. 성적이 안되면 기계과를 나왔지만 리조트에 가고, 설계를 하고 싶지만 도면은 구경조차 할 수 없으며, 기능장을 만들어준다 말했지만, 청소의 달인이 된다고 말한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돌아간 학생들에게 학교는 ‘청소’나 ‘껌 떼기‘를 시키고, 깜지를 쓰는 등 징계를 하기도 했다.

현장실습이 의무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현장실습을 나간다. 3학년 2학기 수업은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현장실습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은 방치되어 있기 때문에 차라리 학교를 벗어나 돈을 벌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현장실습을 통해 보람을 느끼기보다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차별적인 대우를 알게 된다. ‘억압받고 무서운 느낌을 일찍 알게 되어 취업을 망설이게 된다’고 말한다. 결국 다시 취업하지 않고 알바를 하거나 대학 진학으로 진로를 변경한다. 그런데 대학을 가더라도 현실이 달라질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취업’을 유예하는 것이다.

2. 실습 현장의 실태

학교는 ‘현장실습’을 조기 취업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학교-기업’의 연결망을 형성하려고 한다. 현장실습은 취업률 지표로 나타나고 학교의 실적과 연결되고, 기업은 저렴한 노동력을 공급받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현장실습을 나온 경우 학생들은 이곳을 ‘직장’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일하는 것을 전제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현장실습을 마친 후 일터에 대해 ‘무서운 느낌’을 갖고 졸업과 동시에 그만두거나, 대학진학을 모색한다. 대부분이 기업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 없이 선생님이 소개해주는 곳에 ‘조기 취업’을 했기 때문에 쉽게 실망하게 된다.

게다가 실습지의 노동조건도 형편없다. 면접 조사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해 검토해보니 2018년 현재 월 임금 총액은 평균 169만원, 주당 노동시간은 무려 51.4시간에 달한다. 주 40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계산한 2018년 월 최저임금이 약 157만 원임을 고려한다면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사실상 최저임금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아니 51.4시간에 이르는 주당 노동시간을 고려한다면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경우도 다수일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기업들이 현장실습을 했던 이들을 대상으로 수당을 기본급에 편입하는 등 편법으로 임금체계를 바꾸기도 했다.

무책임한 기숙사 공간도 이들에게는 매우 충격이었다. 지방에서 온 학생의 경우 기숙사 한 방에 16명이 자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한회사는 공장 사장실 옆방을 기숙사로 만들어서 밤에도 호출하여 일하도록 종용하기도 했다. 면접자들이 경험한 일터는 노동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들이 매우 미흡하고 위험한 환경이었다. 이에 한 면접 참여자는 ‘무서웠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결국 대다수는 현장을 떠난다. 그리고 현장을 떠나지 않는 이들도 자신의 미래를 이곳에서 찾지 않는다. 모든 면접자 중에 이곳에서 일을 계속하겠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여기에서 돈을 벌어서 자영업을 하거나, 대학에 진학하여 공부를 더 하거나, 혹은 다른 기술을 배워서 이 공간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이민을 준비하는 이도 있었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려고 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실현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현장실습을 왔다가 중도 포기한 경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거나 대학을 가더라도 더 나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 (부유하는 노동자:시흥시 정왕동 1인 가구 노동자들의 노동과 생활세계,”(『산업노동연구』 22권 1호))에 의하면 결국20대 후반이 되어 다시 제조업 공단으로 찾아오는 경우도 높다고 한다.

3. 졸업 후에도 현장에 남는 학생들은 왜?

일부 학생들은 졸업 이후에도 계속 현장에 남는다. 이들의 현장실습지였던 반월시화공단이 결코 좋은 일자리가 아닌데도 친구들이 떠나간 일자리에 계속 남아서 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방 출신의 경우 서울 근교에 온다는, 수도권에 진입한다는 생각에 막연한 희망을 품고 현장실습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일단 지방을 떠나오면 다시 돌아가지 않고 수도권에 정착하려고 하게 되는 것이다. 면접자들은 그래도 집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곳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어렵더라도 반월시화공단에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한다. 젊은 나이에 집에서 독립한다는 것도 매우 큰 기대감이다.

또 하나 남성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군대 가기 전에 자신의 전망을 뚜렷하게 세우지 못하기 때문에 군대 가기 전까지 일하는 ‘임시직’ 일자리라고 생각하며 다니기도 한다. 졸업 이후에도 반월시화공단에서 일하는 면접 참여자들의 경우 ‘뭘 할지는 군대 다녀와서 생각을 해보겠다’고 하거나 ‘군대 가기 전에 돈을 벌어서 군대 다녀온 이후에는 다른 일을 찾아보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은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이전의 임시적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노동조건이 형편없다 하더라도 새로운 일을 구하기보다는 현장실습을 한 곳에서 그대로 돈을 버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월시화공단에 계속 남아서 일을 하는 이들은 ‘산업기능요원’인 경우도 많다. 산업기능요원제도란 기술 자격이나 기술 면허를 가진 청년들을 군 복무 대신 국내 중소기업에 근무토록 하는 병역대체 복무제도로서, 중소기업 인력난을 덜고 고교졸업생의 취업을 지원한다는 의미로 2011년부터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위주로 운영을 하고 있다. 2016년의 경우 특성화고 등의 배정율이 무려 85.7%에 달했다. 그런데 일자리를 옮길 경우 노동자가 직접 다른 특례업체를 찾아야 해서 쉽게 옮기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은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인 헌신과 차별을 강요한다. 대부분의 산업기능요원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었고, 노동법위반 사실을 알아도 제보를 하기 어려워했다. 졸업 이후에도 3년간 열악한 일자리에서 일하도록하는 굴레이다. 

최근에는 일·학습병행제가 노동자들을 열악한 일자리에서 계속 일하도록 만든다. 일·학습병행제는 ‘기업이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을 학습근로자로 채용해 현장 훈련을 하면서 동시에 전문대에서 이론 교육을 받게 하는 교육 훈련 제도’이다. 이 제도에 참여하는 노동자는 6개월 ~ 4년간 직장에 다니면서 학교 교육을 받는다. 회사와 학교 간 협약을 통해 운영되며 비용은 고용보험 기금에서 지출된다. 다른 회사로의 전직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대학’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노동자들은 산재를 당하고 불이익을 당해도 이 회사에서 계속 일할 수밖에 없다. 고용허가제처럼 전직을 불가능하게 하는 제도는 노동자를 저임금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묶어둔다.

현장실습이 학생들에게 노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대부분은 현장실습 이후 현장을 떠나지만, 정부가 중소기업 구인란 해소, 고졸 취업 장려를 명목으로 만드는 일·학습병행제나 산업기능요원제도가 노동자들의 발목을 붙잡아서 이 열악한 일자리에 3년 ~ 4년간을 버티도록 만들고 있다. 그러나 그 간을 버틴 노동자들은 이 일자리에서 자신의 미래를 꿈꾸지 않으며 이곳을 탈출할 준비를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제공하지 않고, 중소 공단의 일자리 질을 높이지 않고, 열악한 일자리에 노동자들을 붙잡아두는 제도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젊은 노동자들이 이 현장에서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

4. 왜 대안적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가

힘들고 위험한 작업환경에서 부당한 대우를 경험하면서도 현장실습을 하거나 혹은 현장실습 이후에도 반월시화공단에 남아있는 이들은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 자신에게 강요되는 상황에 맞서는 것은 생각도 못 하고 있으며, 친구나 동료를 만나서 자조 섞인 한탄을 하거나 혹은 장기적으로 이곳을 떠나는 것을 꿈꾸며 버틸 뿐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현장 실습제도가 불만이 있어도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어렵기 때문이며, 졸업 이후에는 산업기능요원제도나 일·학습 병행제도에 묶여 현장을 떠나기 어려운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현장실습을 시작할 때 학생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노동인권교육에서는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은 가르치지만,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가르치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했을때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학교는 문제가 생길 경우 ‘참으라’고 할 뿐,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한 회사에 16명 정도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매우 드물고, 대부분 한 회사에 1명 내지는 2명 정도가 현장실습생으로 들어가게 된다. 뿔뿔이 흩어져있기때문에 집단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다. 설령 산재를 당해도 회사에서 공상 처리하라고 하면 그래야 하는 줄 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노동조합’을 상상하지도 못한다. 이번 조사에서 놀란 것은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너무 없다는 점이었다. 조사에 참여한 노동자들 대부분이 ‘노동조합’에 대한 질문 자체를 어려워했다. 노동조합이 무엇인지 전혀 들어본 적도 없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언론을 주의 깊게 보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두지 않는 이들의 경우, 학교에서 배우거나 경험이 있지 않는 이상 ‘노동조합’을 인식하기 어려웠다.

5.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은 폐지해야 하고 새로운 직업교육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교육부는 2018년 현장실습에 대해 ‘교육과정’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하고, 학생의 선택을 보장하도록 관련법을 정비했지만, 현장실습의 여러 유형 중 ‘산업체채용 약정형’ 중심으로 개선안을 마련하여 학교현장과 학생이 체감하는 변화는 미지수다. 포장지만 ‘학습 중심’이고 실제로는 조기 취업이기 때문이다. 학교 입장에서는 취업률을 올릴 수 있는 도구로, 산업체 입장에서는 저임금 노동력을 받는 통로 정도로 여기는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은 중단해야 한다. 학교가 중심이 되어 학과 특성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현장실습을 운영할 수 있도록 현재 의 직업교육을 점검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노동권 교육도 의무화해야 한다.

현행의 산업기능요원 제도와 일·학습병행제도에 대한 성찰과 개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산업기능요원’, 일·학습병행제도의 ‘학습 근로자’라는 특수신분의 폐해가 심각하다. 일반노동자와 구분되는 특수한 신분으로 인해 해당 노동자들은 자신의 회사에 상당 기간 동안 묶여있을 수밖에 없다. 전직을 불가능하게 하는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학교에서의 학습과 특정기업근무를 분리하는 방향으로의 일·학습병행제도를 개선해야 하고, 산업기능요원을 지속하기가 어려운 조건에서 남은 병역기간을 다른 형식으로 대체복무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산업기능요원 제도와 일·학습병행제도를 활용하려는 기업의 기준을 강화하고 별도로 특별 근로감독을 해야 하고, 전담 상담창구도 마련되어야 한다.

고졸 청년 진로를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취업담당 교사가 전체 학생들을 감당하기는 어렵다. 고용지원센터와 학교가 연계하여 전문 직업상담원을 배치하고, 학생들을 위한 진로 선택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주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취업과정에서는 담당 교사와 전문 직업상담원과 함께 취업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에서 고졸 취업에 대한 지원을 하고자 한다면 학교와 고용지원센터를 연계하는 직업상담원을 적극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의미 있을 것이다. 취업을 ‘현장실습’, 혹은 ‘중소기업 생산직이나 사무보조’ 등으로 단일화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 대한 맞춤형 진로 및 취업상담을 해야 한다.

청년노동자들이 유입되려면 공단이 좋은 일자리가 되어야 한다. 정부는 열악한 노동조건은 그대로 둔 채, 병역특례나 일·학습병행 제도 등 공단에 유입할 수 있는 외부적 유인만 강화한다. 중소기업이 좋은 일자리가 되어야 유인이 생긴다. 최저임금의 실질적 인상이나 청년노동자들이 주로 취업하는 중소사업장에 대한 정부 지원을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 그리고 노후화된 공단을 청년노동자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재생’하는 것, 예를 들어 주거환경 개선이나 노동자들의 교육 훈련 기관의 확대 등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개선이 필요하다.

청년노동자들이 스스로 뭉치고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많은 노동자에게 노조를 경험하게 하는 것, 노조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노동조합이 전교조 직업계 담당 교사들과 연계하여 노동권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만드는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 노조에 대한 인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현수막, 공중파 광고 등 최선을 다해서 노조를 알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의 노동조합 형식으로는 공단의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젊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기는 어렵다. 개인이 가입할수 있는 형태로 노동조합의 형식을 바꾸어 노조의 문을 열어두어야 한다.


[연구리포트] 출판산업 내 숨은 노동 일러두기 / 2019.09

출판산업 내 숨은 노동 일러두기

- 2018 출판산업 여성노동 실태조사

전국언론노동조합 출판노조협의회 여성위원회


출판산업은 여성노동자들이 전체 노동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은 결코 여성 친화적이라 할 수 없는 노동 환경에 놓여 있다. 가부장적인 작업장 문화 아래 여성 출판노동자는 일상적인 차별적 경험을 토로하고 있으며, 과도한 노동과 가사노동의 이중 부담에 언제든지 노출되어 있고, 여성의 생애주기와 무관한 노동 관행 때문에 ‘경력단절’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출판계 내부에서 날로 심해지는 노동의 외주화·비정규직화 추세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생애사적 사건을 교묘히 이용해 여성노동자의 일할 권리를 심각하게 위협하고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낮은 노조 조직률과 소규모 사업장으로 파편화된 노동 환경 등으로 인해 출판업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의 목소리는 아직 공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여성 출판노동자는 작업장에서 어떤 일들을 겪고 있는가? 일상생활에서는 또 어떤 삶을 경험하고 있는가? 여성 출판노동자는 노동, 가족, 일상 영역에서 어떤 생각과 욕구, 전망을 갖고 있는가? 특히 외주노동의 형태로 출판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의 경우에는 이런 사정이 더욱더 장막에 가려져 있다.

이런 맥락에서 2018 출판산업 여성노동 실태조사를 요약한 『숨은 노동 일러두기』는 출판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의 노동세계와 생활세계에 관한 광범위한 기초 조사를 목표로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구체적인 노동조건을 살피고 미조직 노동자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노동 생활과 일상 생활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본 조사는 출판노동조합 산하 여성위원회의 제안으로, 연구자와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조사에서 집필까지 전체 과정을 공동으로 실시했으며 전체 조사 기간은 2015년 7월부터 2017년 12월까지이고, 연구 참여자(조사 대상)는 서울경기 지역에 거주하는 전현직 재직노동자(정규직, 비정규직)와 외주노동자를 포괄한다.

1. 산업적·노동적 측면

1) ‘영세 사업장’이라는 면죄부

출판진흥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실태조사에 응답한 3,606개의 사업장 중 2,761개의 사업장이 1∼4인 규모를 보인다. 이는 표본 중 76.6%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상당수 출판 사업장이 규모 면에서 ‘영세’한 사업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편, 매출 측면에서는 서적과 교과서/학습지를 출간하는 출판사들―기성의 ‘출판업’ 의미에 부합하는―의 2014년 매출 규모는 약 4조 207억 원이었다. 전체 콘텐츠산업 매출액인 94조 9,472억 원을 고려해 보았을 때, 이는 그리 높은 수치라고는 볼수 없다. 또한 콘텐츠의 다변화에 따라, 전통적인 의미의 출판시장은 점차 위축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규모와 매출 면에서 출판산업은 ‘영세’하다고 보인다. 또한, 이와 같은 산업의 ‘영세성’이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짐작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영세성이 모든 면에서 ‘면죄부’로 작용할 수 있을까?

근로기준법은 “상시 5명 이상의 노동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된다고 규정하는 동시에, 상시 4명 이하의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해서 일부 규정을 적용할 것 역시 정하고 있다. 얼핏 보면 4인 이하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장들이 법의 적용을 피해 갈 여지가 많아 보이지만, 그 상세를 살펴보면 몇몇 규정을 제외하고 중요한 조문은 대부분 적용됨을 알 수 있다. 예컨대 근로계약서의 작성 및 교부, 해고의 예고, 산전후 휴가의 지급 등이 그러하다.

일부 참여자들은 ‘근로계약서 작성 유무’를 묻는 질문에, ‘5~10인 규모의 작은 사업장이라 작성하지 않아도 무방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근로계약서는 규모 여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작성하고 교부해야 한다. 한편, 근로계약서 같은 기본적인 것들이 잘 감시되고 관리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과도한 노동을 방지하고, 연차휴가의 제공을 보장하는 등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규정들이 현재 5인 미만의 사업장과 비정규직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부당해고로부터의 보호 규정 역시 마찬가지이다.

최근 들어 사업의 위험 부담과 노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별도의 (5인 미만) 자회사와 계열사를 만들어 관리하는 대형출판사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 자회사들은 기대 매출에 부응하면 살아남고, 그렇지 않으면 ‘정리’된다. 본사의 경영주들과 ‘월급사장’인 자회사의 대표는 위험 부담을 줄이는 전략이겠지만,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위험 부담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해야 한다. 이러한 분사 경영 전략은 비단 출판계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교묘한 방식으로 노동을 통제하고 수익을 높이려는 이러한 전략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노동자들을 포괄하여 보호할 수 있는 법제의 구축이 시급하다.

2)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방조하는 시스템

많은 출판노동자가 ‘체계 없음’을 출판업계 시스템의 특징으로 꼽았다. 규모가 작고 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은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실무 교육을받을 시간 없이 곧바로 업무에 투입된다. 개별 노동자들이 ‘알아서’ 업무 방법을 습득하고 익혀야 하는 이러한 시스템은 정해진 노동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한다.

신간의 매출에 상당 부분 기대는 수익 구조는 ‘좀 더 빠르게’ 책을 만들어 내라고 요구하고, 매월 혹은 격월로 찾아오는 마감을 수행하기 위해 야근은 “어쩔수 없는” 것이 된다. 이렇게 장시간 노동이 자연스럽게 일상이 되어 가는 것이다. 많은 출판사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 다른 어떤 방법보다도 초과노동(그리고 노동에서의 비용 절감)에 기대고 있다. 그저 회사의 고정인원들이 좀 더 많은 양의 일을, 좀 더 빨리 끝내주길 바라는 것은 사실상 ‘경영의 부재’를 방증할 뿐이다.

본 실태조사에서 저임금 장시간 노동 관행은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한 요인으로 지목 되었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은 더욱 더 질 높은 여가를 영위할 수 있는 물리적인 조건 자체가 불가능하게끔 만든다. 특히 양육을 하고 있거나 통근에 걸리는 시간이 긴 여성노동자들의 경우, ‘시간 빈곤’의 정도는 더욱 심했다. 퇴근하더라도 업무에 대한 생각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도 상당했다.

운동하거나 몸을 챙길 시간이 부족하여 근골격계 질환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초래하고, 심한 경우 우울증과 ‘번아웃’을 동반하기도 한다. 마감을 바로 앞두고 있을 때에만 한시적으로 초과노동이 이루어진다고 추측해 보아도, 1~2달에 한번씩 ‘밀어내기식’ 마감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러한 업무와 조직문화의 특성이 야근을 조장하기도 하지만, ‘야근을 부담 없이 시켜도’ 되게끔 방조하는 제도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바로 출판계에 널리 퍼져 있는 ‘포괄임금제’라는 임금계약 구조 때문이다. 포괄임금제는 말 그대로 “연장·야간근로 등 시간외근로 등에 대한 수당을 급여에 포함해 일괄지급하는 임금제도”이다. 법적으로 문제없이 야근을 시켜도 되기에, 인원을 충원하지 않고 초과노동으로 인력의 부족을 해소할 수 있다. 일부 규모가 큰 기업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출판사업체들이 이러한 임금계약 제도를 택하고 있다. 

초과근로 수당 지급의 대상이 되는 5인 이상 사업장들 역시 이러한 임금계약으로 인해 사실상 5인 미만 사업장과 마찬가지의 상황에 놓인 것이다. 출판업계의 노동이 ‘포괄임금제’의 성격에 해당하는 노동인지부터 다시 따져 보고, 정당한 초과근로 수당을 지급하거나 혹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야근을 줄여 가는 방향으로 노동 관행을 개선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출판계에 만연한 ‘포괄임금제’의 정당성을 묻고, 이에 대한 공론화를 기대해 본다.

3) 외주노동의 조건 개선

외주출판노동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7.2%가 여성이었다. 더 많은 표본을 조사할 경우 약간의 차이가 발생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어느 정도 실제의 비율을 반영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한편, 재직자를 중심으로 조사한 출판진흥원 실태조사의 ‘출판사업체 종사자 규모’ 항목에 따르면 남성 종사자는 48.9%(14,455명), 여성 종사자는 51.1%(15,124명)로 추산된다. 표본의 범위는 다르지만 이 두 자료를 놓고 보았을 때, 재직노동자의 성별 구성과 외주노동자의 성별 구성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조건이 불안정한 외주 부문에 더 많은 여성들이 종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성별화는 사회 전반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비정규직의 여성화’와 밀접해 보인다.

외주실태 보고서와 이번 조사 모두에서 공통으로 외주노동을 시작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출산과 육아라는 점이 드러났다(외주실태 보고서에서는 직군별로 그 계기가 달리 나타났는데, 재직 경험이 있는 노동자의 경우, 출산과 육아가 결정적인 계기였다). 특정 부문의 ‘여성화’ 현상은 ①여성이 내부 노동시장으로부터 밀려나기 쉽도록 산업이 구조화되어 있다는 것, ②그리고 해당 노동이 ‘여성이 하기에 적합한일’이라고 인식될수록 이들의 노동조건은 고착되고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제로 외주 계약 조건은 십수 년째 답보 상태이며, 작업비가 체불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외주실태 조사’ 당시, 작업단가의 책정 기준을 묻는 질문(중복답변 가능)에 ‘출판사의 관행’(287건)이라는 답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뒤이어 ‘작업의 난이도’(200건), ‘작업에 들이는 시간’(115건), ‘기존 작업 경력’(112건)의 순으로 답변이 이어졌다. 흥미로운 사실은 ‘잘 모르겠다’는 답변도 45건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답변을 통해 유추컨대, 근거가 빈약한 기준과 관행에 따라 단가가 정해지고 있으며, 기존 작업 경력을 반영하는 사례도 많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외주자들의 노동은 ‘숙련 노동’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또, 주변의 외주자들이 어느 정도의 작업비를 받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은 이들의 협상력을 저하시키고 있다. 본 보고서에서는 현실을 반영한 표준 단가표와 표준화된 계약서의 마련을 제안하려 한다. 외주자들은 개별적인 협상 혹은 노사 집단의 협상이 어려운 상황이기에, 공개 토론회 등을 통해 현실성 있는 단가 기준을 마련하고, 노사 양자가 참고해서 볼 수 있도록 ‘표준단가표’를 마련할 필요가 있겠다. 표준화된 계약서에는 현실성 있는 작업 기간과 작업비 지급 일정 등을 명시하여야 할 것이다.

2. 성평등적 측면

1) 출판노동 = 특히 여성에겐 ‘불안정 노동’

출판업은 흔히 여성들이 많은 직종으로 여겨지고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출판진흥원 실태조사’의 ‘출판사업체 종사자 규모’ 항목에 따르면 남성 종사자는 48.9%, 여성 종사자는 51.1%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통념과는 모순된 결과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존재한다.

첫째, 남성의 경우 전체 대비 2.3%, 여성의 경우 전체 대비 3.1%의 비정규직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해당 조사가 외주 종사자의 규모를 측정해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의 필진들 역시 “산업 특성상 종사자 수에 포함되지 않는 아웃소싱의 비중 또한 매우 높기 때문에, 통계 수치상 집계되는 상근 종사자 수 외에 실제 출판산업에 관여하는 종사자는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77쪽)는 점을 짚고 있었다. 2012년에 발표된 ‘외주실태 보고서’에서 여성 응답자는 전체의 77.2%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전수(全數)를 파악한 것은 아니지만 외주의 성별화가 얼마나 불균형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남성 노동자들 역시 ‘권고사직을 가장한 해고’의 위협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놓여 있기는 매한가지이다. 하지만 여성노동자들은 결혼, 출산, 육아라는 경험을 맞닥뜨리면서(혹은 당장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존재라고 가정되면서), 더욱 불안정한 고용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체크리스트에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적용 여부에 체크를 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거나, 육아휴직 제공을 둘러싼 문제로 갈등을 벌이다 퇴사로 이어지는 경우를 본 참여자도 있었다. 실제 육아를 하고 있는 참여자 중에는 본인 역시 경영주의 입장과 노동자의 입장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겪고 있다고 답한 경우도 있었다. 규모가 작은 사업체에서는 노동자 1인이 맡는 업무의 범위가 광범위하고, 이로 인해 대체인력을 가용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었다.

출산 관련 제도에 따라 마땅히 수행되어야 할 일련의 일들은 ‘회사가 감당해야 할 비용 내지는 손해’로 여겨졌다. 공기업, 공공기관, 그리고 최근에는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육아휴직을 활용하는 종사자가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규모가 작은 사업장의 경우에는 언감생심인 일이다. 앞서 말했듯 작은 규모의 사업장에 재직 중인 노동자들은 임금이나 각종 복리후생 면에서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하는 동시에, 법적/제도적인 면에서도 배제되기 쉽다. 기업의 복지와 사회적 복지 모두에서 배제됨으로써, 노동자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이중, 삼중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특히 여성노동자들에게 고루 제도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규모가 영세한 사업체의 경우 지원의 규모를 대폭 키워야 할 것이다.

2) 차별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사업장 안팎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차별이 노동을 지속하는 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서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실상은 여성노동자들 스스로 ‘차별’을 인식하는 것에 서부터 어려움이 있었다.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하여 ‘없다’고 답한 경우가 예상보다 많았던 것이다. 그런데도 인터뷰 전반에 걸쳐 들을 수 있었던 사례를 종합해 보았을 때, 직/간접적인 차별이라고 해석되는 경험들이 적지 않았다.

차별을 경험하고 있음에도 ‘차별’이라고 명시적으로 답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이러한 차별들이 간접적으로 경험되는 것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예컨대 참여자들은 (나이가 어린) 여성으로서 감당해야 하는 ‘감정노동’―손님이 왔을 때 차를 내가야 할지, 상사의 담배 심부름에 응해야 할지―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고 망설였다. 둘째, 차별을 직접 느낄 수 있는 몇몇지표의 경우,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거나 다른 산업군과 다르게 의미화되어 있었다. 예컨대 임금의 경우, 노동자들 간에 임금 수준을 공유할 수 없기에 차별의 정도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또 다른 중요한 지표인 승진의 경우, 영세한 사업체 규모상 승진의 기회가 많지 않거나 승진의 의미가 크지 않기에 이와 관련하여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셋째, 여성들이 많은 직군이기에 차별을 드물게 경험했다는 답변들도 있었다. 하지만 출판노동, 특히 출판외주노동의 열악한 노동 실태는 여성이 많이 진출해 있는 여러 직군들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으며, 이를 넓은 의미에서 ‘차별’과 연결 지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여성노동자들이 ‘차별’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낮은 평가, 혹은 낮은 집단자존감(collective self-esteem)의 영향일 수도 있다. 몇몇 연구는 소수자 집단이 가지고 있는 낮은 집단자존감이 차별을 알아차리는 데에 방해가 되며, 오히려 차별적 인식을 강화할 수도 있다는 점을 밝혔다.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내집단(ingroup)으로부터 거리를 두려는 심적 기제가 발동하기에, 차별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차별의 원인을 (자신을 포함한) 개인에게 돌리는 것이다.

3) 성희롱/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권리는 곧 노동권의 일부

출산과 육아의 경험만이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업장 안팎에서 벌어지는 성희롱/성폭력 경험은 여성노동자들을 위축시키고,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동반하며, 남성 동료들과 동등한 위치와 여건에서 일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성희롱/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권리’가 곧 노동권의 일부라는 명제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성폭력은 직장 내의 성적/계급적 위계질서 위에서 이루어지는 폭력으로, 문제 제기의 어려움을 수반한다. 특히 직급이 낮거나 고용 형태가 불안정한 인턴·비정규직, 그리고 「남녀고용평등법」상 ‘사업장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 규정에 속해 있지 않은 외주노동자의 경우,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성폭력경험이 있음을 말한 참여자 8명 중 6명이 성폭력 가해자로 ‘남성 상급자’를 지목했다. 이는 성폭력 실태조사에서도 동일하게 드러난다. 업무와 관련하여 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면, 가해자가 누구였는지 묻는 문항(복수 응답 가능)에 전체 응답자 166명 중 가장 많은 94명이 ‘직장 상사’를 꼽았으며, 67명이 ‘사업주’를 꼽았다(덧붙여 21명이 ‘직장 동료’를 꼽았다). 때문에 피해를 경험한 여성노동자들의 대다수가 그냥 넘기거나, 우회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고 답했다. 문제를 제기한 경험이 있더라도, 어떤 공식화된 매뉴얼에 따라 처리되거나 만족스러운 결과는 없었다는 답이 많았다. 

성희롱에 대한 판단이 모호하거나, 사업장의 규모가 사실상 가해자와의 분리할 수 없다는 점 역시 문제 제기가 어렵게끔 하는 요인이다.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외주자에게 ‘근무 장소 변경’ 내지 ‘배치전환’이란 ‘계약해지’를 의미한다. 그렇기에 이 같은 성희롱, 성폭력은 직장 내 위계관계에서 벌어지는 폭력일 뿐 아니라, ‘노동권의 침해’로서 이해되고대응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적절한 징계 및 사후조치의 권한이 사업주에게 맡겨 있다는 점은 사후 대처의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주가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노동자의 인권보다는 효율을 중시할 때, 책임은 피해자에게 손쉽게 전가될 수 있다. 사업주의 인식 고양과 대처의 실효성 담보를 위해 1차적으로는 예방교육 이수와 법적 제재가 수반되어야 하지만, 뒤에서 살펴볼 것처럼 사전예방의 노력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4) 사후 수습이 아닌 사전 예방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의무화할 것을 명시해 두고 있지만, 이는 많은 출판사업장의 실정에 맞지 않고, 이를 이수하는 출판사업장도 거의 드물다. 1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근로자가 알 수 있도록 교육 자료 또는 홍보물을 게시하거나 배포하는 방법으로” 갈음이 가능하도록 예외를 두고 있는데, 2014년 기준 82.3%에 달하는 출판사업장이 10인 미만의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교육 자료나 홍보물로 이를 대신한 적도 없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재직 중인 노동자들이 대다수 여성이라는 점을 근거로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시행하지않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 같은 인식은 ‘성희롱’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고 있다. 성희롱은 다른 성별 간에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며, 직장 내뿐 아니라, 저역자, 거래처 관계자와의 관계에서도 이러한 폭력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성폭력 사건 발생 시 이를 규탄하고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넘어, 법의 빈틈을 메우고 관련자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조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앞서 살폈듯 성희롱, 성폭력은 고용인-피고용인의 관계뿐 아니라 저역자-노동자 간의 권력 관계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저역자나 다양한 거래처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캠페인을 기획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 출판사 저자의 경우, 판권면에 “이 책을짓고 만든 이들은 성차에 의해, 성정체성에 의해, 나이에 의해, 사회적 지위에 의해, 신체적 조건에 의해 발생하는 명시적, 암묵적 위계와 위계에 의한 폭력을 거부합니다”라는 문구를 넣어 줄 것을 계약조건으로 했다. ‘#문단_내_성폭력’에 연대하는 한 시인의 경우, 출판사와의 계약서에 “갑(작가)의 성폭력, 성희롱 그 밖의 성범죄 사실이 인지될 경우 을(출판사)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갑이 을로부터 성폭력, 성희롱 그 밖의 성적인 괴롭힘을 당한 경우 갑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문장을 포함해 계약을 맺었다. 이러한 사례들 모두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차별과 폭력이 일어나서는 안 됨을 명시적으로 확인하고 서로 간에 당부하는 의미인 것이다. 저자 측에서 출판사에 이러한 요구를 할 수도, 반대로 출판사 측에서 저자에게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사례들을 좀 더 고안해 볼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3. 결론

본 조사는 실제 출판계에 종사 중인 출판노협 조합원들, 그리고 출판노조의 운동에 연구로서 연대한 사회학 연구자들이 함께 수행한 협동 작업으로서, 25명이라는 적지 않은 참여자들을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질적으로 연구하고 노동자 관점에서 서술한 첫 작업물이다. 연구자와 참여자가 분리되어 있지 않고, 그간 행정의 조사에서는 포착할 수 없었던 출판노동계의 세부 실태와 노동자들의 관점을 포착해 낸 연구로서 그 의의가 있다.

본 조사의 연구자들은 사실에 대한 분석과 제시에 그치지 않고, 행정과 노동조합 차원에서의 정책을 제언하고자 했다. 독자들이 출판노동의 실태를 더 내밀히 들여다보고 알아가는 동시에, 점진적 변화를 위한 주체로서 노동조합의 다양한 운동을 기획하고 이에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각 파트의 내용을 읽고 모여 공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다양한 장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토론이 본 조사에서 놓친 부분들을 보완하고 심화, 발전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연구리포트] 인천공항 수하물시설관리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및 작업환경 실태조사 / 2018.08

인천공항 수하물시설관리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및 작업환경 실태조사

전지인 (건강한노동세상)


1. 한 노동자의 폐암으로부터 시작된 노동안전보건활동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이 수많은 사람이 이동하는 공간이라면, 같은 넓이의 지하 2층은 수하물이 이동하는 공간이다. 하루에도 수천, 수만 개의 수하물은 얼기설기 놓인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흘러간다. 수하물처리시설은 기본적으로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유지보수업무는 그림자처럼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의 노동이 존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얼마 전 인천공항 지역지부 노동조합을 통해 17년간 24시간 교대로 하루의 1/3을 수하물시설이 있는 지하 2층에서 보냈다던 노동자가 폐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노동조합과 건강한노동세상은 이 노동자에 대한 산재 요양신청을 진행했다. 또, 수하물시설관리공간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찾아 원청인 인천공항공사, 1차 하청업체, 2차 하청업체 6곳 등 총 8개 업체를 대상으로 고발을 진행했다. 고발 이후 고용노동부 인천중부지청장 면담을 통해 수하물시설관리 작업현장에 대한 역학조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지도 감독을 요구하였다.

고발 이후 노사 입회하에 근로감독관의 현장조사가 시행되었고, 그 결과 작업환경측정미실시, 안전 보건교육 미실시, 산업재해 미보고 등 실태가 드러났다. 이로 인해 원청인 인천공항공사를 비롯한 8개 업체에 총 1억 여 원의 과태료와 시정명령이 내려졌다. 또, 현장 환경에 대한 조사에서 분진이 법적 기준치 이하로는 조사되었지만, 노조는 미세먼지 등의 추가적인 분진조사와 환기장치의 추가 설치 및 충분한 가동, 청소작업 도구 및 방법 개선, 무엇보다 안전보건 사항에 대해 노사 간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였다. 노동조합이 요구한 끝에 원청인 인청공항공사와 협의체 구성에 합의하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이후 수화물시설관리지회에서는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자체적인 노동안전보건교육과 함께 전반적인 작업환경과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번 폐암 사건을 계기로 조합원들은 지금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분진, 소음, 협소한 공간, 중량물, 어두운 작업환경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고, 노동자들의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인식이 확대됨은 물론 작업환경 개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었다.

2. 수하물시설 작업환경 및 근골격계 질환 실태조사

수하물지회 조합원 219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평균 연령은 45세, 평균 근속연수는 8년으로 10년 이상의 장기근속자도 44.2%로 높게 나타났다. 주간노동시간은 77.6%가 8~9시간 사이로 일하고, 야간노동시간은 60.1%가 15시간 이상 일한다고 응답했다. 주관적으로 희망하는 업무량을 조사해보니 평균 희망업무량이 주간은 82%, 야간은 70%로 줄이고 싶다고 응답해 야간노동에 더 부담을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노동강도에 대한 설문에서는 72%가 강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는 야간에 이루어지는 장시간 노동 때문이기도 하지만 야간에 중량물 작업인 모터와 벨트 교체작업이 이루어지다 보니 점검 및 모터 수리작업을 하는 주간보다 노동강도가 세기 때문으로 짐작할 수 있겠다.

작업현장에 대해 느끼는 주관적 심각성에서 1위 분진, 2위 소음, 3위 협소한 공간, 4위 중량물, 5위 조명(어두움) 순으로 꼽았다. (환산점수가 낮을수록 심각하다고 느낌)


근골격계질환 설문조사에서는 신체 부위별 통증 호소율은 허리, 어깨, 목 순으로 나타났으며, 1개 부위 이상 통증을 호소한 노동자는 84.4%로 나타났다. 이는 수하물시설의 모터와 벨트 교체작업을 진행할 때 모터와 벨트의 무게가 20~40kg으로 작업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수동으로 운반해야하는 경우가 많고, 주로 어깨에 지고 이동하기 때문으로 파악할 수 있다.

신체 부위별 통증 호소 유무 및 정도, 통증의 지속시간, 통증의 빈도 등을 조합하여 근골격계 질환의 증상 유무에 대해서 설문했다. 각 조합의 결과에 따라서, 통증호소자, 관리대상자, 유소견자 등으로 구분하였으며, 한 부위 이상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을(NIOSH) 기준으로 관리가 필요한 응답자는 2.5%, 인천대 기준으로 근골격계 질환자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작업환경에 대한 신속한 개선과 면밀한 의학적 검진과 관리가 요구되는 응답자는 43.6%로 조사되었다.


3. 수하물시설관리 현장에서는

질병으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117명 중 52%가 근골격계 질환이라고 답할 만큼 많은 수의 수하물시설관리 노동자들이 골병을 앓고 있다. 협소한 작업공간으로 불편한 작업 자세를 강요받고, 중량물인 모터와 벨트의 수리 및 교체작업으로 허리와 어깨가 병들고 있다. 얼마 전 허리로 요양신청을 했던 수하물시설관리 노동자가 요양 불승인 통보를 받았다. 모터와 벨트 교체 작업이 상시작업이 아니라는 이유다. 수하물시설관리는 고장이 나거나 교체가 필요할 때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시적인 작업은 아니지만 1회 작업의 노동강도가 훨씬 높은 작업으로 결국 노동강도의 증명도 당사자의 몫으로 남았다.

현재 수하물시설관리 현장은 다소나마 공기 순환이 이루어져 작업현장 온도가 내려갔고, 추락위험이 있었던 곳곳에 안전시설을 설치했으며, 분진청소 방법도 그저 공기중으로 날리는 것이 아닌 흡입의 방식으로 요구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시설관리책임자인 인천공항공사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법적인 노사관계를 뛰어넘어 원청과의 협의체를 구성하여 이후 작업환경 개선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중량물 취급과 협소한 공간에 따른 불편한 작업 자세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협의체에서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연구리포트] 경기도 버스 운전 노동실태 (2) / 2018.07

경기도 버스 운전 노동실태 (2)

손진우 상임활동가

3. 개선을 위한 대안

1) 경기도청이 제안한 버스 준공영제와 교통정책에 대한 버스노동자의 인식

남경필 경기지사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버스준공영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2017년 하반기 버스 졸음운전 사고에 대한 대책으로 준공영제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광역버스를 우선 대상으로 순차적 추진의 계획을 제출하고 있었다. 도내 버스운전 노동자들은 경기도청이 추진하는 준공영제 도입으로 현재보다 근무조건과 임금에 있어서는 일정한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이제 기사들한테는 좋겠죠. 암만해도 급여도. 올라갈 것이고, 그 다음에 말 그대로 근무 환경도 좋아질 것이고. (중략) 일단은 관리를 그러니까 근무환경이 공영제를 하든 준공영제를 하든 지금보다 나아질거라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는 거죠. (인터뷰 A)

그러나 준공영제에 대한 비판적 인식도 상당히 존재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광역버스를 우선으로 추진하는 계획에 대한 반발이 상당했다. 경기도 내 모든 버스운행에 있어 장시간노동과 휴게시간, 임금의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광역버스만을 대상으로 우선 준공영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그건 아니라고 봐요. 일반버스도 일반시 중형버스나 일반 시내버스도 똑같이 그 사람들도 열여섯시간씩 열일곱시간씩 아니면 스무시간씩 근무를 해고 그 다음날 잠 못자고 똑같이 나와요. 공영제는 똑같이 시행되야 되요. 그리고 휴게시간도 뭐 고속이든지 직행좌석 시외버스 그 담에 마을버스라도 똑같이 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사람들도 똑같이 나와서 하루 스무시간정도 일하는거야 (인터뷰 E)

버스운전 노동자가 준공영제 도입에 반대하는 것은 수익금 공동관리형 준공영제가 버스회사의 이익을 보장할 뿐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회사는 준공영제를 가면 그 손실에 대한 부분을 보조를 받잖아요. (질 ; 네) 하루에 뭐 만원을 벌어오든, 모자란 만큼은 시청에서 보전을 해주잖아요. 그러면은 그거를 보전을 받는 만큼 기사들한테 돌려주는 것도 아니고 복지를 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여태까지 안했던 걸 갑자기 준공영제 한다고 돌려줄리는 없을 거 같고. (인터뷰 A)

서울에서 지금 10년이 넘었잖아요. 서울을 봤을때 버스노동자에게 과연 이로운 게 뭐가 있나 생각했을때. 경기도 서울버스 시급차이? 그 수준? 그것만 차이가 있고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이런말 그렇지만 노동조건이 좋아졌다면 민주노총이 있겠어요? (중략) 잘아시겠지만 서울 버스보세요. 얼마나 손해에요. 그거를 고대로 따라한다는 거잖아요. 결론은 제가 한 것처럼 가족 이윤챙겨줄려고 하는 거밖에 안돼요. (인터뷰 I)

지금도 서울시 같은 경우나 6대 광역시는 자본들 회장이 와서 연봉 4~5억 받아가고, 아들이 아서 3~4억 받아가고 와이프 뭐 이렇게해서 거의 친척들이 와서 10억 가까이 인건비를 챙겨 가는데 그게 과연 맞느냐. 아니라고 얘기를 하죠. (인터뷰 C)

버스운전 노동자들은 앞서 버스준공영제를 실시한 6대 광역시에서의 선행적인 경험을 직, 간접적으로 확인하고 있었다.특히 서울시에서의 사례를 잘 알고 있었다. 이에 근거해 준공영제 도입이 지자체의 지원을 근거로 서비스 평가를 강화해버스노동자에 대한 통제가 확대되고, 해고위협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거나, 줄어든 노동시간에 따라 임금손실이 발생할 것을걱정하고 있었다.

단점이, 1일 2교대를 하면 집이 먼 사람은 매일 출근을 해야 되니까. 그런 게 이제 경제적 부담도 있고 시간도 문제가 있고. 그런데 집이 가까운 사람들은 괜찮은데. 준공영제에 대해서 그런 게 있고. 준공영제를 하게 된다, 그러면 이게 성과급이잖아요. 평가점수에 따라서. 그러다보면 기사들한테 엄청나게 스트레스가 오죠. 모든 걸 감시하고 통제를 하게 되니까. 사업주들은 조금이라도 평가점수를 낫게 받기 위해서 그거를 갖다가 엄청히 통제를 하게 되는거죠. 그런데 그런 거 안 겪어봤으니까 지금 사람들은 모르죠. (중략) 우리 ***영업소 같은 경우에는 용인쪽에서만 다른 서울업체나 이렇게 해서, 여기저기 몇 군데 거쳐보고 다른 지역에서 근무해다 온 사람들이거든요. 그래서 이제 그런 걸, 준공영제 폐단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요.(인터뷰 F)

서울서 지금 하는 것도 완전공영제가 아니예요 서울도. 준공영제인데. 그렇게 되면 이익금 관리같은 건 회사에서 하는 게 아니고 시에서 하겠죠. 그렇게 되면 이제 조금 잘못하면 그냥 나이 먹은 사람 우선권으로다가 면직되는 거고.그게 시작이 된다면. 그리고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하면 면직되는 거고. (인터뷰 G)

지금도 공영제가 돼서 근무시간을 줄인다고 하니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와요. 왜냐면 일을 많이 했던 사람들은. 장기적으로보면 우리가 몸이 힘 안 들고, 장기적으로 봐야지, 단기적으로 보면 되겠느냐 이런 얘기를 많이 해주고 하는데. 들어갈 돈이 정해져 있잖아요. 이거 땜에 걱정을 하는 거죠. (인터뷰H)

버스운전 노동자는 안전대책을 내놓는 것이 시급한 조건에서 준공영제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었다. 버스 노동현장의 낮은 임금, 열악한 노동환경, 장시간 노동을 강제하고 있는 현실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완전공영제를 생각하고 있었다. 

완전공영제가 좋죠 그거에 대해서 하게 되면은. 일단은 안정적이잖아요. 근로에서. 회사의 갑질에 안 당해도 되고 어차피 자기가 지킬 것만 지키면 되는 거잖아요. 쉽게 말해서 연차 같은 것도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게 되면은 자기 근무하고 내고, 자기 쉬는 날 같은데 미리 가서 결근계를 내든 연차를 사용해서쓰면 되는거니까. (인터뷰 F)


2) 버스노동자들이 생각하는 안전대책

① 1일 2교대를 통한 장시간 노동 근절

피로. 피로가 누적이 됐기 때문에 사고가 나는 거거든요. 그러고 피로가 왜 생기느냐 장시간 노동하다 보니까 피로가 쌓이는 거거든요. (인터뷰 B)

경기도는 대부분 복격일 근무를 타시는 분들이고 격일제 근무자들이 대형 사고를 많이 내요. 오전 오후 근무로 바꾸어야 하는 거고. 1일 2교대 말씀드리는 거예요. (중략) 왜냐하면 이건 안전과 생명이 달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연장근로를 가급적 최소화시키고 법정 근로시간만 할 수 있게끔 조건만 형성이 된다면 그리고 충분하게 자기관리 할 수 있게 한다면 대형 사고는 안 날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인터뷰 C)

② 휴게시간 확보

– 도로교통 상황을 반영한 증차 및 배차의 현실화

어, 저 같은 경우에는 (시급한 대책이)휴식시간인데. 휴식시간을 하기 위해서는 차량투입이 더 많이 되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휴식시간이 보장을 할라면은 기존의 그 운행하는 대수보다는 점. 뭐 점오까지는 아니더라도. 특히 뭐 한 열 대를 운행하면은 한두, 세대만 더 넣어줘도 시간이 보장이 되거든요. (중략) 이제 운행을 하면서, 충분히 운행을 하면서 내가 이거, 이거 운행하면 충분히 쉬니까. 다음 운행도 편하게 운행할 수 있는데. 그게 보장이 안되니까. 암만해도 급하게 운전하다 보니까. 사고도 많게 되고, 사망사고도 나거든요. (인터뷰 A)

③ 생활임금 보장

임금체계도 많이 바뀌어야 되는데. 지금 우리회사 같은 경우에도 상여금을 그 기본임금에다 포함시켜놨어요. (중략) 근데 실제로 차떼고 포떼고, 옛날처럼 상여금 떼고, 무사고 수당 빼고, 무슨 수당 무슨수당 빼면 실제 임금은. (인터뷰 E)

④ 저상버스의 확충과 노선 확대

회사의 회사 업주 입장에서는 저상버스 같은게 굉장히 불필요해. 이 양반들은. 그래 기사들은 좀 그런 거 쪽으로. 좀 장비쪽으로 그런 그 교통약자들. 그런 사람들한테 좀 그 편한, 그런 장비를 좀 도입을 하고, 그랬으면 되는데. 아무, 아무 지금 현실은 그렇지가 않잖아. 차 배차시간도 그렇고. 차 장비도 그렇고. 노인네들 우리 그 배차 버스 그 계단이 굉장히 높아요. 거기 노인네들 막 이렇게 손 짚고 올라오시는 분들 많다고요. 저상은 그래도 얕으니까는 그래도 좀 덜한데. (인터뷰 D)

일단은, 저상버스가 좀 많이 나와야 하고요. 원활이 아니라 충분한 배차시간을 줘야죠. 노약자나 장애인들이 타려면 저상버스가 편할수 밖에 없잖아요. 그만큼 자리가 넉넉하게 있어야 하고, 그리고 의무보다는 강제화를 좀 추구해야죠. 의무보다는 강제화.(인터뷰 I)


4. 소결

앞서 살펴본 버스운전 노동자의 노동실태는 경기도의 버스 교통정책에서 우선해야 할 많은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버스운전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 확보를 위한 시급한 개선 사항

○ 생활임금 보장과 1일 2교대 교대근무 도입

○ 법정 휴게시간 보장 및 운행현실을 반영한 휴게시간의 현실화

○ 도로교통 상황에 따른 증차, 배차의 현실화

○ 휴게공간 증설 및 확대

○ 저상버스의 확충 및 노선 확대

2) 버스노동자의 건강 관리를 위한 지원 체계 마련

○ 경기도 버스운전 노동자의 건강실태 전수 조사 및 결과에 따른 의료지원 체계 구축

○ 사고목격 및 사고, 고객 갈등 등으로 인한 정신건강 지원 체계 마련

○ 교통사고에 따른 보상, 처리에 대한 지원 체계 현실화

3) 버스의 공공성 확보 방안 마련

○ 버스 이용의 당사자인 시민과 버스운영 주체인 버스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지역차원의 논의체 구성

○ 완전공영제 전환을 위한 교통정책 수립

[연구리포트] 경기도 버스 운전 노동실태 (1) / 2018.06

경기도 버스 운전 노동실태 (1)

손진우 (한노보연 상임활동가) 


1. 연구 배경 및 연구방법

2018년 경기도버스공동행동¹[경기도 버스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2017년 기준, 지난 3년 동안 버스 졸음운전 사고로 700여 명이 다치거나 숨졌으나, 버스 운전노동자에게만 사고 책임을 묻고 처벌하는 현실에서, 경기도버스공동행동은 버스 안전사고를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을 확인하고 해결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연구를 수행했다.

이 연구 중 일부인 [경기도 버스 운전 노동실태]는 버스정책의 변화에 있어 가장 크게 반영되어야 할 버스운전 노동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은 것이다. 경기도 버스운전 노동자의 노동현실은 2015년 가톨릭대학교, 사회건강연구소 등이 수행한 [버스 운전노동자의 과로 실태와 기준 연구]를 통해 기초적인 현황 파악이 진행된 상태로, 버스 노동현장의 실질적인 개선이 더딘 상황에서, 이를 재조사하기 보다는 버스운전 노동자의 진술을 통해 현실을 날 것 그대로 낼 필요에 따라 진행됐다.

심층면접은 201825~19일 용인, 평택, 안양, 부천 등 경기도 주요시 소재의 버스운전 노동자 9명을 대상으로 진행했고, 참가 대상은 아래 표와 같다.


 

2. 연구 내용과 결과

1) 버스운전 노동자의 노동실태

장시간 중노동

작년 졸음운전이 야기한 고속도로상의 대형 교통사고에 대해 버스운전 노동자들은 사실상 무제한 노동을 뒷받침하는 근로기준법 제59조 특례가 만들어낸 비극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작년에도 한참 말 많았던 뭐 59. 거기 그런거 좀 제발 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래가지고 나 그 사람들 보면 그 따블자들(연속근무자) 보면 정말 그 아.... 어떻게 표현을 못하겠. 안타까워 죽겠어. 니네들 따블하나 더 타면 니네들 하루 더 일찍 죽는다고 그래요. (인터뷰D)

2015년 시행된 [버스 운전노동자의 과로 실태와 기준 연구]에 따르면, 경기 시내버스 노동자들은 하루 15시간 이상 운전하는 경우가 전체의 95.7%, 경기 광역버스는 70.1%를 나타내 그 심각성이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앞선 선행연구 이후 무려 3년 가까이 경과한 이번 심층면접에서도장시간 노동의 현실은 그대로였다.

직행좌석은 다섯시 반, 다섯시 반에 출발해서 정상적으로 끝나면 10시 반이나 9시에 끝나야 되는데, 첫 차도 나가면 도로상황 하다 보면12, 11시 반, 12시 다 되어서 끝나요. () 첫차 나가서 12시에 끝난다는 건 말이 안되잖아요. 근데 보통 다 거의 다 그렇게 하고 있어. (인터뷰 H)

인터뷰에 참여한 버스운전 노동자들은 통계나 조사보다 실제 노동시간이 더 길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버스운행 시간만을 노동시간에 반영해 운행을 위한 제반 준, 운행종료 후 차량 입고 및 뒷정리 등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출근시간이나 운행 시작 준비시간이나 운행 마무리 시간 대기시간 정비시간이 근로 시간이 아니라고. (인터뷰 C)

장시간 운전과 연속근무(복격일제, 복복격일제)가 만연한 현실은,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인 아차사고 등의 다양한 사고를 항시적으로 동반하고 있었다

나는 솔직히 얘기해서 졸면서 사고난 적도 두 세번 있어요, 솔직히. 큰 사고 아니고 접촉사고가다가 축 쳐져 가지고, 정신차려서 보면 앞차가 받쳐있고. 나만 그런게 아니라 졸다가 사고난 기사들이 80%는 돼요, 80%. (인터뷰 G)

더 큰 문제는 안전운전을 위해 버스운전 노동자의 근무여건과 환경을 조성해야 할 운수회사가 버스운전 노동자의 장시간 중 노동, 과로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인제 그 운전자들이 부족하니까. 이틀도 타고삼일도 타고, 열흘타는 사람도 봤어요. (중략본인이 안할려고 해도 회사에서 부탁을 하니까(인터뷰 E)


낮은 임금

격일제 근무만으로도 하루 18~20시간을 근무하는 버스운전 노동자들의 주당 노동시간은 주40시간을 상회하는 수준의 과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연속근무에 나서는 것은 낮은 임금 때문이었다만근(12~13)이 보장하는 기본급만으로는 생활을 할 수 없어, 각종 수당과 연계된 연속근무를 버스운전 노동자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수용하고 있었다.

두 가지가 있어요, 자기가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분, 회사에서 시키니까 하는 분 이렇게 두 분류죠. 회사가 초과근로수당에 대해서 많이 지금하게 유혹을 하죠. 다른 거에서 받아야 하는데따블을 타면 더 많이 가져간다는 것을 책정하니, 그런 유혹에 넘어가는 거죠. (인터뷰 I)

저임금 체계로 인한 장시간 노동의 수용은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사실상 강제되는 것으로, 회사와의 관계에서 을의 위치에 놓인 버스노동자는 회사의 요구를 거부하기 쉽지 않고, 이를 거부할시 유, 무형의 압박에 노출된다. 이를 악용해 버스회사는 이익 극대화를 이루고 있었다.

(회사가 요청을 하나요?) .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까, 매일 연락을 하는 거야. 그럼 사람이 기분이 좋지 않아요. 근데 전화가 오는 거야. 쉬는 시간에. 기사들 입장에서는 솔직히 그래요, 절을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 나중에 또 불이익 당하지 않을까, 이런 문제가 있단 말이에요. (터뷰 H)

장기간 중노동, 저임금은 신규 인력충원의 현실적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신규 인원의 입사와 퇴사의 반복으로 인해 현장의 버스운전 노동자들에게 운행의 부담이 오롯히 전가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대학나와 가지고도 마땅히 취직이 안 되니까, 버스들을 하려고 젊은 사람들도 많이 오는데, 와서 해보니까 아니거든. 그래서 또 나가고. (인터뷰 H)

신규 인력충원의 현실적 어려움을 경험하며, 버스 현장의 노동자에게는 스스로의 노동에 대한 가치절하와 자조가 나타나고 있었다.

아 이게 참 천한 직업이다. (인터뷰 F)

버스에 만족해가지고 하는 사람이 과연. 10%정도 5% 정도? (인터뷰 F)

항상적인 인력부족 상태로 연·월차 등휴가는 필요에 의해 사용할 수 없는 것이 되고 있었다. 쉬고 싶을 때는 다른 일정에 투입되는 대근을 하거나, 결근계를 제출하도록 압박을 받고 있었다. 이로 인해 휴가 제도는 회사의 일방적인 통제와 강요를 거부하고, 권리 찾기에 나서는 민주노총 조합원이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우리는 공문 보내서 통보하고 끝나거든요? 런데 다른 조합원들은 사정을 내야 하니까 그래도 안 들어주니까. 그리고 연차 같은 경우에도 회사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만 되고 다른 조합원은 안 된다. 선언을 해버린. (인터뷰 C)

야 그거 쓰지 말고 결근계 한 이틀쓰고 나서 쉬고 와. 이렇게 얘길해요 돈으로 주믄 줄테니까 선동하지 말고. (인터뷰 E)


증대되는 노동강도

통상적으로 대다수의 일터에서는 경력이 쌓이면 업무 숙련도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일에 대한 통제력과 자율성이 상승하는데 반해, 버스현장의 노동강도는 날이갈수록 증대하고 있었다. 도로여건 및 교통체계의 변화 등이 잦기 때문이다

차는 자꾸 늘지, 신호등은 자꾸 더 생기지. 또 배차시간(빠듯하지)은 차가 많이 생기다보니까(인터뷰 G)

열악한 버스현장의 노동 현실은 조금 더 나은 조건에서 일하기 위해 불만을 드러내지 않고 순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을버스->시내버스->광역버스로 경력을 쌓아 이동하기 위해 당장의 불이익을 감내하는 것이다. 운행하는 버스종류에 따라 경력인, 임금, 안전사고의 위험 등 훨씬 나은 노동조건이 보장되기 때문이었다.

이제 마을버스에서 시내버스로 올 때는 임금의 차이도 있죠. 그리고 어디 다른 회사로 갔을 때취직했을 때에도 마을버스보다도 시내버스를 경력을 했다고 그러면 취직이 더 빨리 되는거죠(중략) 이제 시내버스는 뭐냐면 안전사고 같은 것도 많이 있고 좀 그러는데, 광역버스로 오면 좌석이 있고 그러니까 (안전사고 같은 것에서) 조금 더 낫죠. (중략) 그래서 마을버스하는 사람들 소원은 항상 시내버스 하는 거. (인터뷰 F)


그림의 떡이 되어버린 안전운행을 위한 기본적인 요건

버스 졸음운전 사고가 지속적으로 사회 문제화 되자 국토교통부는 20172월 여객운수사업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통해 연속운전 제한최소 운전 휴게시을 제도화 했다. ‘연속운전 제한은 그동안 근기법 59조 특례로 인해 무력화 됐고시내·마을버스와 시외·고속·전세버스의 휴게시간 또한 버스현장에서는 들어설 틈이 없는 현실이었다.

말로는 그렇게 되어 있는데, 예를 들어서 뭐 십오분 이십분 삼십분 이렇게 준다고. 그래도 회, 회사에서는 우리 출퇴근 시간에 뭐 소변 볼 시간도 없고, 바로 돌려서 나가는 사람들도 있어. (인터뷰 D)

버스운전 노동자들은 빠듯한 배차시간으로 인해 화장실 이용, 식사 등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 놓여 있었고, 조금이라도 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도로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우리가 국물을 잘 안 먹어요. 소변 때문에. 2, 3시간 가는데 소변마려우면 고속도로에서 어떡할거야. 기사들이 그런 거 다 감안해서 물도 잘 안 마시려 해. 딱 맞춰서 가서 소변 볼 거 생각하고. 커피도 이뇨작용 땜에 안 마시는 사람들 많아요. 그만큼 힘들고, 우리가 다 모든 걸 신경써서 해야 되고. (인터뷰 H)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배차시간과 휴게시간, 이로 인해 촉발되는 과속, 난폭운전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며, 장애인, 약자들의 버스 이용을 제약하게 되는 현실로 나타난다. 시간 압박을 받고 있는 버스운전 과정에서 장애인, 노약자 등의 교통약자는 도로 위의 불필요한 신호등으로 취급 당하며, 버스운전 노동자에게 내적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장애인이 타면은 말은 못하고 속은 끓었지. 앞차는 가는데 나는 벌어져. (인터뷰 B)

일상적인 과속, 난폭운전은 사고의 위험을 항상적으로 내포한다. 그러나 정작 사고가 발생할 시 모든 책임은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된다. 사고와 피해의 규모에 따라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 커지는 상황이며,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 치료 보장 등 사고에 대한 처리 및 지원체계는 사실상 없다고 느끼고 있는 형국이었다.

보험사고 대물피해 금액이 있어요, 금액이. 거 넘으면 그냥 사표 쓰고 가야돼요. 그 대신에 이제, 거기, 사고난 거 보험처리 같은 거 회사가 다 해주는데. 그냥 이제 미련없이 가야죠. (인터G)

동료가 사망사고나 사고가 큰 게 났다 그러면은 힘들죠. 내가 왜 운전을 해야 되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되게 많아요. 사망사고 한 번씩 나면은 같은 기사, 기사도 후유증이 되게 심해요(중략) 나 같은 경우는 먹고 살라고 하는 건데어느 순간 내가 갑자기 사고가 나갔고, 사망사고라도 난다면, 범법자가 되는 거잖아요. 그게 스트레스가 되게 많습니다. (인터뷰 A)

버스운행 과정에서 승객과의 갈등 또한 빈번하며, 사유가 무엇이든 승객의 민원은 곧 버스운전 노동자들에게 묻지마 시말서와 징계 위협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객 응대 과정에서의 감정소진과 업무 스트레스가 상당하지만 이에 대한 회사의 지원체계는 사실상 전무하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막 그 뭐, 뭐라 그러지 스트레스 받아가지고 차는 밀리지 막 저기하고 스트레스 잔뜩 받아 있는 상황에서 그 친절이라는게 과연 그게 그 안될거라고 봐요. (인터뷰 D)

회사에 전화했을 때는. 기사가 불친절해서 욕하고 그랬다고 그러면서. 그러면 회사는 당장 이제 기사한테 전화해서 그런 상황 있었느냐, 그랬냐, 시말서 쓰라 뭐 어쩌고 그렇게 돌아오는 거죠. 결국은 피해가 돌아오는 건 기사한테 돌아오니까. (인터뷰 F)

안전운행의 기본적인 조건을 보장해야하는 현실에 눈감는 운수회사와 이를 관, 감독해야 할 지자체와 지방정부는 사실상 운수회사의 운영행태에 대해 모른척함으로써 현실의 문제를 방치하고 있었다.

우리를 사람이 아니라 부속품 취급을 한다고고장나면 그냥 바꿔버리면 되니까. 부속 고장나면 딴 걸로 교체하면 되니까. 그런 개념으로 우리를 생각을 하지. 우리 뭐 사람으로 뭐 같은 우리직원, 우리직원 그런 개념 아니에요. 회사는그냥 우리 타이어 펑크나면 그냥 다 되면 갖다 버리고 버리듯이 우리 그런 취급받는 그런 저기에요. (인터뷰 D)

버스운전 노동자는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대로 쉴만한 휴게공간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었다. 형식적인 수준의 휴게공간은 마련되어 있으나인원대비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써의 만족도는 상당히 떨어지는 현실에 있었다.

차에서 그냥 앉아계시는 분들도 있어요. 좁으니까. 협소하니까. 나도 좀 가서 좀 눕고 싶은데 누울 자리 없으면 차에 앉아 있거나 그런 경우는 있죠. (인터뷰 A)

이와 함께 안전운행을 위해 중요하게 다루어져 할 버스의 정비는 기본적인 차량운행이 가능한 수준(제동장치의 작동 유무확인 수준의 기초적인 정비)에서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에 대한 버스운전 노동자의 불만이 상당했다.

근데 나는 거의 이주에 한 번씩 하는데 브레이크 조정만 해요. 그 외에는 운행을 하면서 문제를 기사가 느낀 거를 기사가 얘기를 하거나 아니면 운행을 하다가 차가 갑자기 문제가 생겨서, 차가 이제 멈출 경우 정비사가 와서 뭐 견인을 해 간다든지, 그런 경우는 있죠. 근데 그게 불안하죠. (인터뷰 A)


망가지는 몸과 삶

앞서 살펴본 전반적인 버스운전 노동자의 노동실태는 버스운전 노동자의 육체적정신적, 사회적 건강의 훼손이라는 결과로 드러나고 있다. 버스운전 노동자들이 대부분의 일상을 보내고 있는 버스에서의 업무환경(미세먼지와 진동)과 노동조건(장시간노동, 야간노동, 교대제로 인해 일정하지 않은 수면 주기, 낮은 보상체계, 불충분한 휴식시간과 휴게공간 등), 복잡한 운전상(교통체증, 과도한 업무시간, 휴식 부족운전자 간의 갈등, 돌발 상황 발생, 승객과의 갈등 등) 등은 다양한 육체적 건강의 이상 징후로 이어지고 있다.


근골격계 질환

울퉁불퉁하고 요철도 많고 운행하는데, 그러다보니까 그 충격이 오다보니까 저녁에 이제 들어오면 좀 뻐근해요. 허리가. (인터뷰 A)

운전을 오래 하다보니까 목 관련해서 목이나 어깨라든지 기아를 계속 변속해야 되잖아요 그 다음에 클러치를 밟아야 하니까 무릎 쪽이. (인터C)

뇌심혈관계 질환

운전하다가 갑자기 아이쿠 하고 쓰러져 가지고 사망하시는 분, 분도 있고. 병원에 실려가는 분도 있고. 일년에...한 열건 이내에서 한 이상? 전국적으로 따지면 한 열건 이상으로 이렇게 생기는 거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혹시라도 그런게 올까봐. 뇌졸증이나 이런게 올까봐. (인터뷰 E)

위장병, 방광염 등의 질환

식사시간이나 이제 휴게실에 있다보면은 약 봉지를 안 들고 다니시는 분들이 없더라구요. () 제가 보기에 사례를 보면 일곱 여덟명은 약봉지를 들고 다녀요. (인터뷰 A)

질병 같은 경우는 이제 기사들이 솔직히 해서 밥을 먹거나 목이 말라도 물을 자주 안 먹는 경우가. . 가다가 소변 마려울까봐. 물을 별로안 먹어요. 그러다보니까는 결석 같은 거. 로결석 같은 거 그런 게 자주 걸려요 기사들이(인터뷰 G)

호흡기계 질환

먼지가 엄청 많거든요, 차안에. 히터 틀고 이렇게 하면 호흡기 질환 같은 거. 감기 같은 건 거의 많이 달고 살죠. 차 안에 사람들이 많이 왔다갔다 하면서 나는 먼지가 엄청나요. (중략) 기관지쪽이 제일 안 좋죠. (인터뷰 F)

시력 악화

요즘에 선글라스를 안쓴지 오래됐더니 햇빛에 노출이 많이 되서 조금 시력이 안좋고. (인터뷰I)

나도 이제 시력이 옛날부터 좋다고 생각을 했어. 1.2, 1.5였는데, 그 정도로 했다가 야간운전이라는 게 훨씬 눈이 나빠지더라고. 히터 있잖아요. 겨울에 이게 건조가 와. 눈이 자주 건조하고. 안약 일회용 그 넣는 거 그거를 계속 넣어줘야 돼. (인터뷰 H)

수면 장애

집에 가면 세시가 넘어요. 세시가 넘는데. 그 다음날 일곱시 차나 일곱시 몇 분 차 이렇게 해서 나가야 되요. 그면 몇 시간을 자야 되는 거야집에 세시에 퇴근 했다가 안 씻고 자도 세시 세신데. 일곱시 출근하면 네시간이 남아요. 그면내가 아까 얘기 했잖아요. 두 시간 반 잔다고 그면 한 시간 반 자며는 무조건 일어나야지 되요씻고 또 출근해야 되니까는. 네 시간 남은데서 한 시간 반 이론적으로 또 한 시간 반 또는 두시간만 자는 거에요. 근데 사람이 또 이론적으로 살아갈 수 있나, 와서 씻고 금방 잠을 못 자니까. (인터뷰 E)

버스운전 노동자들의 정신적 건강의 훼손은 육체적 건강의 위협만큼 심각하였다고객 응대로 인한 감정노동과 업무 스트레, 사고 발생과 목격 등으로 인한 트라우마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었다.

고객 응대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

예를 들어 손님이 물어보면 그냥 대답해주면 되는 건데 뭐 알아서 가시죠. 왜 나한테 물어봐요이런 거나. 대꾸 안하는 기사들 많잖아요. (인터C)

스트레스 받아가지고 차는 밀리지 막 저기하고 스트레스 잔뜩 받아 있는 상황에서 그 친절이라는 게 과연 그게 그 안될거라고 봐요. (인터D)

사고 압박과 목격 등으로 인한 트라우마

예를 들어서 버스가 지나가고 있는데, 무단횡단해서 사람이 버스랑 충돌해서 데굴데굴 굴러간다거나 그런 것들. 그런 것 때문에 트라우마를 갖게 됐어요. 다른 버스가 충돌한 걸 본건데(중략) 당사자야 당연히 엄청난 고통을 느낄 것이고, 그걸 봤던 사람도 그게 생각이 날꺼고. 안감을 갖고 운전을 하게 되는데. 운전을 잘 못하게 되는 거죠. 그 지역만 지나가면 또 생각나. 오히려 긴장을 너무 심하게 하게되면 운전은 사고가 날수밖에 없어요. 몸에 경련이 따로 오니까요. (인터뷰 I)

과로와 피로로 인한 소진, 우울함

그 어떻게 보면 그 정신적으로 굉장히 피폐해져있다고 그러나? 아마 운전업으로, 운전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그럴 거에요. 정신적으로 조금 그런 거를 다 가지고 있어요. 나 자신을 갖다가 환자 취급하는 거는 아닌데. 그런게 있다고 생각을 해. 하도 과로 이런 게 누적이 돼가지고. 계속 쌓이다 보니까는 질환쪽으로 가는거야. 그 하여간 그런 얘기를 내가 이렇게 막 하면은 나 자신이 이상해지니까는. (인터뷰 D)

장시간 노동과 야간근무, 불규칙한 교대제로 인한 피로와 소진은 버스운전 노동자의 사회적 건강을 악화시키고 있다. 비번인 경우는 대부분 집에서 부족한 잠을 자거나, 소극적 여가를 하는 것으로 보내고 있었다. 가족관계는 물론 일상의 인간관계의 단절, 일상적인 생활을 영유하기 불가능한 조건이 지속되고 있다.

일단은 우리가 근무 형태가 직장인하고 틀려서같이 어울리는 건 휴가를 낸다던지 연차를 쓴다던지 그런 형태로 갈 수밖에 없는데요. (중략집에서 휴식. 나와서 활동하는 걸 굉장히 버겁게 생각 하고 있고 그러더라고요. (인터뷰 C)

지금도 카드, 카드가 있잖아요. 카드는 물건 사고 먹고, 카드 내는 거 그거 외에는 은행볼일을 못 봐 일절. 내가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다 집사람이 해요 집사람이. (인터뷰 G)

쉬는 날은 인제 자야죠. 그러니까 대인관계가 승무원들은 승무원들끼리도 못 모여요. (인터뷰 E)

버스운전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건강 문제에 대해 회사나 지자체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현재는 오롯이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전가되고 있는 실정에 있다. 버스운전 노동자의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의 훼손은 결국 시민의 일상과 삶도 위협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개선을 우선으로 버스 정책 방향이 수립되는 것이 한시라도 시급한 조건이다.


※ 각주

1) 2017년 10월 17일 경기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공공운수노조, 서울경기강원버스지부 등은 계속되는 버스 안전사고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과로없는 안전한 버스, 교통복지 확대, 버스완전공영제 쟁취를 위한 경기도버스공동행동’을 출범했다.

[연구리포트] 항공기 지상조업의 노동실태와 개선방향 - 한국공항(주)을 중심으로 / 2018.04

항공기 지상조업의 노동실태와 개선방향

- 한국공항(주)을 중심으로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1. 들어가며

작년 12월 13일에 항공기 지상조업을 수행하는 한국공항(주) 소속 고 이기하 노동자(만 49세)가 장시간 노동으로 일터에서 쓰러져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작년 12월 30일에는 한국공항(주)의 기내청소 외주위탁업체인 이케이맨파워(주) 소속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가 노동조건 개선을 주장하며 파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공항에서 항공기 지상조업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은 정규직,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 있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 1월 18일에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하고 여객과 화물 수요도 앞으로 대폭 증가할 것이므로 이러한 노동실태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항공산업의 발전과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서 공항 시설을 확대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공항에서 항공기 지상조업을 담당하는 민간 기업들은 이윤 극대화에만 매몰되어서 정규직 인력을 적절하게 충원하지 않고 외주화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공공부문인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가 추진되고 있다. 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공공이든 민간이든 소속에 상관없이 비행기의 안전한 운행과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음에도 민간부문은 철저하게 소외되어 있다.

그래서 본 페이퍼는 한국공항(주) 소속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실태와 한국공항(주)의 경영 분석을 바탕으로 항공기 지상조업의 노동조건 개선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2. 지상조업 항공편수는 늘어나지만 정규직 인력이 늘어나지 않고 비정규직 확대 

항공기 지상조업은 일반적으로 항공기의 도착과 출발을 위해 필요한 급유, 화물상하역, 정비, 견인·유도, 기내청소, 등의 서비스를 말한다. 우리나라 항공기 지상조업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의 재벌 대기업이 출자해서 설립한 자회사가 대부분 담당하고있다. 항공기 지상조업은 지상조업을 수행한 항공편수로 업무량을 가늠할 수 있는데 지상조업 항공편수는 2016년에 184,303편 수로 2010년 대비 40,956편 수(28.5%)가 증가했다. 항공편수가 대폭 증가하면서 업무도 늘어난 것이다. 최근에는 저가항공도 늘어나고 있는데 소형비행기의 경우, 전부 수작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강도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해외여행 증가는 물론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개항 등으로 한국공항(주)의 사업 부문은 2017년 이후로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도 한국공항(주)의 현업 정규직 인원은 2010년 수준으로 회귀하면서 기존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는 강화되고 있다. 2017년 9월 현재 인력은 2,973명인데 2010년 인력 규모인 2,913명 수준으로 회귀했다. 


인력 구성을 보면 관리직의 인력변화는 거의 없고 현업직의 변화가 다소 심한 편이다. 그런데 현업직도 기간제와 정규직으로 나눠보면 정규직의 인력변화는 거의 없었다. 2014년과 2015년 등에서 현업직이 다소 증가하기는 했지만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업직 정규직은 2010년에 2,144명에서 2017년 9월에 2,229명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관리직은 정규직과 기간제 모두 거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현업직 기간제 인력의 변화가 한국공항(주) 총인원 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공항(주)은 수하물과 화물 상하역, 객실 기내 등의 청소, 세탁, 시설경비, 화물창고 업무, 항공유 수송, 항공기 정비, 기내 판매 등의 업무를 20개 업체들에 외주하청을 주고 있다. 2017년 현재 고용형태 공시제 사이트에 따르면 한국공항(주)의 외주위탁(간접고용) 노동자는 2,794명으로 나와 있다. 2017년 9월 현재 한국공항의 정규직이 2,955명이므로 정규직 대비 간접고용 노동자 비율이 94.5%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자료를 보면 한국공항(주)은 2010년에 3,637억 원이었던 매출이 계속 증가하며 2016년에는 4,421억 원에 이르렀다. 해마다 증감률의 차이는 있지만, 영업이익도 2013년을 제외하고는 백억 원대를 넘고있다. 2016년에는 무려 249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직 자료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2017년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공항(주)은 사업매출은 대폭 늘어나고 있음에도 정규직 대신에 직접고용과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늘리는 인력운영을 해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충분히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

3. 한국공항(주)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실태

현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문제를 1) 1일 8시간을 넘는 과도한 근무시간 2) 근무와 근무 다음의 휴게시간 부족 3) 주 내지 월 단위 근무시간(일수) 과도 4) 근무 중 휴게시간이나 장소 부족 등으로 나눠서 살펴보자. 

우선 고 이기하 노동자의 출퇴근 시간을 기준으로 사망 직전 3개월 동안 1일 12시간 이상 근무한 날들을 산정해보면 9월에는 9일, 10월에 7일, 11월에 7일 등이었다. 고 이기하 노동자가 속한 램프 여객팀뿐만 아니라 한국공항(주)의 타 현업직도 1일 노동시간이 12시간이 넘는 것으로 파악이 되었다. 1일 근무시간이 많으면 퇴근 시간이 늦어지고 그만큼 근무와 다음 근무 사이의 연속 휴게시간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고 이기하 노동자들도 이러한 상태에 내몰리고 있었다. 10시간 연속휴게를 보장받지 못한 날이 9월에는 6일이나 되었다. 9월 2일에는 퇴근이 밤 9시 24분이었는데 출근은 다음 날 6시 32분이었다. 근무와 근무 사이의 휴게시간이 9시간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더욱이 인천공항은 접근하는 데에 시간이 더욱 걸리므로 2시간 이상의 출퇴근 시간을 제하면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은 6시간도 되지않았다.

1일 노동시간이 많으면 주당 노동시간도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항공정비부서 노동자들의 근무표를 보면 11월 19일부터 25일까지 정상근무시간은 45.5시간(2,730분)이고 연장 발생시간은 총 1,200분으로 20시간이었다. 주당 총 근로시간은 65.5시간에 달했다. 그다음 주도 비슷한데 정상근무시간이 44.5시간(2,670분)이고 연장 발생시간도 11.5시간(690분)으로 총 56시간에 달했다. 램프 화물소속의 노동자도 11월 7일~13일까지 정상근무시간이 52.3시간(3,142분), 연장이 7.3시간(440분)으로 총 54.1시간이었다. 그 다음 주도 각각 52.3시간(3,143분)과 5.8시간(350분)으로 총 58.1시간이었다. 특히 램프 화물소속 노동자는 주 6일 근무를 계속하고 있는데 때때로 주5일근무도 지켜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한국공항(주) 현업 정규직들이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는 핵심적인 이유는 무엇보다도 항공기 지상조업에 투입되는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고 이기하 조합원이 조업장으로 근무한 램프 여객 93조의 9월 9일 작업 현황을 보면 1개 조에 5인이 근무하고 있었다. 지상조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개 조에 6인이 편성되어야 함에도 5인이 근무하도록 작업지시가 짜여 진 것이었다.

외주위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도 상당히 열악하다. 2018년 1월 2일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와 건강한노동세상이 이케이맨파워(주)소속 노동자 14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0.4시간,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9.7시간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항공기가 연착되면 계속 기다리면서 근무시간도 늘어나게 되며 공항의 특성상, 휴무를 제대로 가지지 못한다고 한다.

더욱이 한국공항(주)은 외주위탁업체에 20~30분 안에 항공기 청소를 끝내도록 요구하고 있다. 만약 작업이 늦어지면 한국공항(주)이 회사에 페널티 비용을 청구할 수 있어서 노동자들은 짧은 시간에 모든 청소를 끝내야 하며, 일이 끝나면 바로 대기 중에 다른 항공기에 투입된다. 이러한 작업환경이다 보니 위의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2.4%가 근골격계질환(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외주위탁 업체에서 자주 야기되는 최저임금 위반 문제도 벌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로 수당을 삭감하여 기본금을 인상하는 조삼모사식의 행태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식사나 생리현상을 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휴게시설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산재사고 은폐도 지적되고 있다. 이케이맨파워(주) 소속 청소노동자 6명은 지난해 8월 항공기 안에서 청소를 하러 들어갔다가 몇 분 만에 구토 증상과 함께 쓰러졌다. 대양주(호주, 뉴질랜드 등)로 향하는 대한항공 비행기는 의무적으로 운항 전에 비행기 실내와 화물구역에 대한 전체소독을 진행하여야 한다. 그래서 소독 이후에 충분한 시간(3~5시간) 동안 환기를 하고 객실 청소 등의 조업을 하여야 한다. 

하지만 원청의 요구로 빨리 청소를 해야 하고 소독업체에서도 20분만 환기하면 문제가 된다고 하여 충분한 환기 시간 없이(또는 시간을 확인하지 않고) 객실 청소가 진행되는 사례가 자주 발생했다. 결국, 지난해 8월에 이케이맨파워(주) 소속 직원 6인이 환기가 충분하게 되지 않은 비행기에 청소작업을 들어갔다가 혼절하여 응급실에 실려 가는 일이 발생했다.

4. 개선방향 : 재벌 대기업 모회사-자회사 원하청 관계 개선과 사업매출 규모에 맞는 인력충원과 직영화 필요

항공기 지상조업의 노동실태 개선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공항(주)이 사업매출 규모에 맞게 적절한 정규직 인력을 충원해야하고 외주위탁 업무를 직영화해야 한다. 한국공항(주)은 사업매출 규모는 계속 확대되고 있는데 정규직 대신에 직접고용과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늘리면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인력운영이 지속된다면 한국공항(주)의 장시간 노동문제는 해소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한항공 등의 대기업 모회사들이 원하청 관계를 개선하고 자회사의 경영을 압박하지 않아야한다. 모회사인 대한항공이 자신들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서 자회사에 지급하는 지상조업 서비스 단가를 계속 깎을 뿐만 아니라 과도한 이윤을 창출하도록 압박한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정부와 국회 등에서도 민간 기업영역이라고 방치하지 말고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개통되었음에도 지상조업을 담당하는 민간 기업은 늘어난 수요만큼 적절한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있다. 막대한 정부재정이 투자되면서 수혜를 입었지만, 민간 기업은 이윤확보에만 혈안이되어 있는 것이다. 공항 사업 자체도 공공과 민간이 혼재되어 있고 공공부문 성격이 강하므로 민간 기업영역이라고 방치하지 말고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 정부나 국회 등에서도 개선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고 이기하 노동자와 같은 산재 사망이 항공기 지상조업 사업장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인력이 충원되고 적절한 노동시간이 보장되어야한다. 아울러 외주위탁 업무의 직영화를 통해서 비정규직들의 노동조건 또한 개선되어야할 것이다.

[연구리포트] 경기화성지역 이주노동자 건강실태 / 2018.03

경기화성지역 이주노동자 건강실태

송홍석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향남공감의원장, 화성지역사회보장대표협의체위원)


화성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건강분과에서는 2017년 9월 ‘찾아가는 이주노동자 이동 진료사업’을 아시아다문화소통센터에서 진행하였다. 이동 진료에 참여한 이주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건강실태 설문조사를 시행하였다. 설문에 응답한 이주노동자는 총 113명으로 이중 비 전문취업(E9비자)노동자는 101명, 미등록이주노동자는 12명으로, 등록이주노동자 중심의 설문조사였고, 경기 화성지역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첫 건강실태 설문조사 결과다.


1. 화성지역 이주노동자의 노동 현실

○ 이주노동자 대부분은 3년 이상, 혹은 5년 이상 비교적 장기간 한국에 거주하였다. 한편,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은 10년 이상 거주한 경우가 58%, 5년~10년 미만이 25%로 체류 기간이 등록이주노동자보다 확연히 길었다. 


 


○ 81%의 이주노동자들이 50인 미만의 소규모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미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엔 100%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했다. 이 중 25%의 미등록이주노동자는 5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대다수의 이주노동자가 50인 미만의 소규모 영세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미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 더 영세한 규모의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 평일 평균 노동시간은 10.1시간으로 법정 하루 노동시간 8시간을 훌쩍 넘기며 일하고 있었다. 특히 대다수의 이주노동자들은 토요일에도 8시간 근무를 하고 있었고, 27%의 이주노동자들은 일요일에도 일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초장 시간 노동을 하는것으로 나타났다.

○ 한 달 급여는 등록이주노동자들은 200~299만 원이 60%, 50~199만 원이 26%, 100~149만 원이 11%였다.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의 경우 100~149만 원을 받는 경우가 45.5%로 가장 많았고, 150~199만 원이 27.3%, 200~299만 원이 18.2% 순이었다. 미등록이주노동자의 한 달 급여가 현저히 적었다.


○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작업장의 유해요인으로는 분진(47%), 소음(39.4%), 중량물 작업(37.5%), 화학물질(32.7%) 등을 꼽았다.


2. 산재 및 산재 예방 실태

○ 30%의 이주노동자에게 산재의 경험이 있었는데, 산재보험을 신청한 경우는 36%에 불과하였다. 설문참여자 수가 적어 통계적 의미는 없으나, 산재의 경험이 있었던 미등록이주노동자 전원 산재보험을 신청하지 않았다. 한편, 더 주목해볼 만한 통계는 다음이었다. 36%의 이주노동자들은 산재보험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고, 특히 미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엔 10명 중 7명에서 산재보험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 이렇다 보니 일하다가 다쳤을 때 본인이 치료비를 전액 부담한 경우가 36.4%, 공상처리가 27.3%나 되었다. 반면, 미등록이주노동자 4명 중 3명(75%)은 본인이 치료비를 전액 부담하였고, 산재보험으로 치료받은 경우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미등록이주노동자는 산재보험은 물론이고 공상처리조차도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 사업장 배치 후 안전보건교육 실태는 50.5%의 이주노동자가 교육받지 않았다. 그런데 70%의 이주노동자가 안전보건교육이 실제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한 것으로 볼 때 사업장에서 안전보건교육이 절실히 필요함을 말해준다. 

○ 30%의 이주노동자들은 법적으로 매년 받을 수 있는 직장검진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동 진료 시 다수의 이주노동자에게서 당뇨, 고혈압, 간 질환 등 만성질환이 발견되었음을 고려하면 회사에서 법적인 의무사항인 직장검진을 매년 반드시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3. 건강 및 의료기관 이용 실태

○ 이주노동자가 병원을 방문하는 질환은 근골격계 질환이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감기, 위장질환, 두통, 치과 질환, 피부 질환, 고혈압 순이 병원을 이용하였다.

○ 33%의 이주노동자가 정기적으로 병원 진료가 필요한 질병이 있었고, 그중 42%의 이주노동자만이 정기적으로 관리받고 있었다. 한편, 최근 1년 동안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하나 가지 못했던 이주노동자는 34%나 되었는데 특히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절반은 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이주노동자의 의료기관 이용률은 매우 떨어졌다. 아파서 병원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이다.

○ 이를 반영하듯 건강을 해치는 요인으로 이주노동자들은 유해한 작업장 환경과 장시간·고강도 노동, 그리고 건강검진 미수검을 포함한 제때 병원 이용을 못 하는 문제를 건강을 해치는 주요인으로 꼽았다.


○ 병원에 가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일이 많아 병원 갈 시간이 없어서(77.6%)’ 였고, ‘의사소통의 문제(20.4%)’, ‘의료비용 부담(18.4%)의 문제’, ‘의료기관 정보의 부족(16.3%)’ 때문이었다. 한편, 미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엔 병원 갈 시간 없음, 의료비용 부담, 신분 노출에 대한 두려움 순이었다. 이는 대구 성서공단 이주민 건강실태조사나 부산·경남 미등록이주민 건강실태조사의 결과와 같았다.


○ 이주노동자들이 아플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의료기관은 병·의원 63%, 약국 21%, 무료 진료소 8.6%, 보건소 3.8%, 한의원 2.9% 순이었고, 미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엔 약국 50%, 무료진료소 33.3%, 병·의원 16.7% 순이었다.

○ 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엔 내국인의 일반적인 선택의 기준과 비슷하였고, 다만 보건소의 이용률은 타 의료기관보다 현저히 떨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미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엔 일반 병·의원보다는 약국과 무료 진료소를 중심으로 이용함을 확인할 수 있다.

○ 의료기관 이용 시 의사소통 문제 해결은 72.2%의 이주노동자들이 본인이 직접 한국어로 의사소통하였고, ‘의사소통이 어렵다’ 25%, ‘한국어를 잘하는 친구나 통역사가 함께 가서 해결한다’ 16.7%, ‘본인이 영어로 소통한다’ 8.3%였고, 전화 통역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응답자는 7.4%에 불과하였다.

○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이 병원 방문 시 의료비 지불은 본인이 의료비를 전액 부담하였고, 의료공제회를 통한 지불 방식은 없었다.

○ “수원의료원과 같은 공공병원에서는 미등록이주노동자들도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이주노동자들은 17%에 불과하였다. 특히 미등록이주노동자 12명 중 1명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러한 공공보건사업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겠다.

○ 의료기관 이용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이주노동자 전체적으로는 ‘건강보험/의료비 할인 등 경제적 부담문제 해결’과 ‘근무시간 중 병원 방문 허용’을 가장 우선순위로 꼽았고, ‘통역서비스’,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 순으로 해결 과제를 꼽았다. 미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에는 ‘경제적 부담문제 해결’, ‘단속 문제와 근무 시간 중 병원 방문 허용’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 보건소 이용율은 40%로 낮은 편이었는데, 그나마도 대부분은 ‘비자발급을 위한 결핵 검사’를 받기 위함이었다. 미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에는 보건소의 이용율이 25%로 훨씬 낮아서 건강과 의료서비스의 취약계층인 이주노동자를 위한 보건소의 역할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하겠다.


4. 정책 제안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병들고 다쳤을 때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 는 국적을 이유로, 등록과 미등록이라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차별할 수 없다. 노동자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보편적인 권리이다. 인권으로서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와 사업주는 ‘안전하게 일할 권리’, ‘위험을 회피할 권리’,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를 실현할 책무를 다 해야 한다.

(1) 정부 당국은 아프면 치료받을 권리를 제도적,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사업장 산재 예방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 근본적으로 미등록이주노동자에게도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 일하다 다쳤을때 산재보험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영세사업장에서 고위험·고강도·초장시간 노동을 하는 미등록이주노동자가 법무부 공식통계로도 20만 명 이상이다. 미등록이주노동자에게 건강보험을 전면 적용하여 경제적 장벽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 단기적으로는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유일한 의료 안전망인 ‘외국인근로자 등 의료지원사업’의 예산을 확대하고,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어있는 ‘외래진료 및 약제비의 본인부담금’을 지원하고, 사업수행 의료기관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

○ 노동부는 산재 은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산재 발생 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허용해야 한다.

○ 입사 전 형식적이고 일회적인 안전보건교육이 아니라, 입사 후 사업장별로 다양하게 존재하는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지속적이고 실효성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한다. 안전보건교육은 이주노동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된 자료로, 통역을 동행해서 진행해야 한다.

○ 또한,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은 아프거나 다쳐도 단속의 두려움 때문에 병원이나 보건소를 이용하기 힘들다. 법무부는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이러한 인권 침해적인 폭력적 강제 단속을 중단해야 한다.

(2)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 건강보험에서 소외된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외래 및 약제비를 지자체 예산확대를 통해서도 지원해야 한다.

○ 2000년 한국 정부는 지역보건소가 미등록이주민에게 최소한의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외국인 근로자 건강관리지침’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화성시 보건소는 기본적인 건강관리와 건강검진, 예방접종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이를 시스템화해야 한다. 지자체는 이를 위한 예산을 편성하고, 적극적인 홍보와 관계 기관의 협조, 그리고 사업장을 찾아가는 보건교육 및 예방접종 서비스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한다.

○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의료기관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당장의 노력으로 의료공제회 가입을 독려하고, 지역의사회는 의료공제회와 협약을 통해 일차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 의료기관을 이용하면서, 그리고 사업장에서 안전보건교육이나 재해 발생 상황에서 지자체 수준의 통역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 2016년 아시아 다문화소통센터에서 ‘화성 이주민실태조사’를 통해 ‘외국인 역량강화 네트워크사업’을 제안하였는데, 이사업으로 양성된 이주민들과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에게 적정 수준의 활동비를 지원하여 상시 통역(전화,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화성시와 경기도는 이러한 모범사업을 통해서 여타 지자체에 확산시키는 선도적인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음을 언급하였다.

○ 모든 사업주는 이주노동자의 건강보험 의무가입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이주노동자가 아프면 제때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재해 발생 시에는 산재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그리고 이주노동자가 원하면 사업장 변경을 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사업주는 유해요인으로부터 안전한 작업장 환경을 만들고, 안전보건교육 의무를 실효성 있게 수행하고, 정부 관계 당국은 재정적, 행정적으로 충분한 지도와 지원을 해야 한다.

[연구리포트] 베트남 전자산업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 / 2018.02

베트남 전자산업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


선전위원회


지난해 11월 CGFED¹와 IPEN²이 스웨덴 정부와 여러 기부의 재정 후원을 받아 베트남 삼성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이야기를 보고서로 발간하였다. 이 보고서는 베트남과 삼성이 전자산업으로 얼마나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환경, 건강 실태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이 보고서는 영어로 발표됐는데 한국에 이러한 실상을 알리기 위해 반올림, 다산인권센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들이 번역으로 수고해주었다.


베트남 경제의 기둥인 전자산업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국 중 하나로 손꼽힌다. 특히 전화, 컴퓨터 등을 포함한 전자산업은 베트남에서 수출 1위이자 GDP에 총 20%를 차지할 정도다. 베트남 국민 중 전자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역시 2005년 4만6천 명이었던 반면 9년 뒤인 2014년엔 41만1천 명으로 확인된다. 전자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중 80%는 조립 라인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 베트남에서 전자산업의 규모와 경제적 중요성은 드러나는 한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환경, 건강에 대한 실태는 드러나지 않으면서 정보 역시 제한되어 있다. 한국에서 이미 직업병 문제를 10년째 부정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삼성’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이다.


공생관계인 베트남과 삼성

삼성은 1996년 베트남에서 공장을 처음 가동한 이래 20년이 지난 현재 자본 규모 총 148억 달러인 베트남 최대 외국인 투자자가 되었다. 2016년 베트남에서 삼성의 매출은 463억 달러나 되었다. 수출과 매출 규모만 보더라도 이미 삼성 공장은 단지 베트남뿐만 아니라 전체 공장 시스템에서 핵심을 차지한다.

또한, 삼성은 현재 전체 휴대전화의 50%를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의 생산량은 8%에 불과하다. 베트남은 삼성을 전자산업과 외국인 직접 투자의 성공 사례로 평가하고, 전문가들은 베트남에서 전자산업이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초점 맞춘 보고서와 연구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경제성과를 이루기까지 현장에서 일해 왔던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방치된 현장 안전보건

베트남은 세계적으로 제품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표준 개발을 강조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와 동료들의 건강을 보호하는데 필요한 작업장 안전보건 시스템이 없다. 베트남과 삼성은 가장 낮은 임금을 받고 사회적으로 지위가 낮은 여성 노동자에게 노동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는 물론 노동자가 보장받아야 할 안전보건 문제도 방치해온 것이다. 삼성이 한국에서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여성 노동자를 고용해서 안전보건 조치는 방치하고 저임금으로 일 시켜왔던 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베트남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7개 전자산업 회사 중 3분의 1은 법을 어겨가며 초과노동을 시켜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베트남 법은 초과 노동을 월 30시간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법 위반 사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개 업체의 경우 초과 노동이 생산량이 많을 때 월 100시간 이상 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른 3개 업체의 경우도 50∼60시간 초과 노동을 강제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베트남 노동장애사회부는 이러한 조사 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긴 초과 노동은 전자산업 산재사고에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였다고 하지만, 이번 연구 인터뷰에 참여한 여성 노동자 중 이러한 사실에 대해 알거나 들어본 사람은 없었다.


베트남과 삼성만 알고 있는 위험성

베트남 전자산업이 노동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연구된 적도, 알려진 바도 없다. 그러나 이들은 전자산업의 심각한 건강 문제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 베트남 노동장애사회부는 전자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화학물질, 방사선, 전기파 노출로 인해 암이 발병하거나 심장마비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는 단지 추론일 뿐이며 실제 전자산업으로 인해 납중독과 직업병이 존재한다 하여도 지금은 통계상 입증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한국에서 삼성과 근로복지공단, 법원이 전자산업 직업병을 대하는 입장과 일맥상통하다.


베트남 전자산업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연구를 위해 45명의 여성 노동자를 인터뷰한 결과 대부분은 4일간의 주야 교대근무를 하며 하루 9∼12시간 내내 서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장시간 노동과 함께 대개 베트남 법에서 허용하는 소음 노출 초과 기준을 초과해서 일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휴식 시간의 경우 공식적으로 주어지더라도 노동자들은 휴식을 갖지 못했다. 회사는 삼성에서 노동자들이 너무 많은 휴식시간을 갖는다고 지적하면 임금을 삭감할 수 있기 때문에 출근하면 퇴근할 때까지 최대한 생산라인에 머물게 했다고 하였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화장실에 가려면 ‘화장실 카드’를 관리자에게 요청해야 할 갈 수 있을 정도로 휴식 시간을 통제하였다.

인터뷰에 참여한 여성 노동자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근무 중 실신 혹은 어지러움을 호소하였다고 증언했다. 일하는 사람 모두가 겪다 보니 노동자들은 이러한 증상을 교대 근무하면 당연히 겪는 정상적인 결과라고 인식하였다. 더욱 놀라운 건 유산을 겪는 것 역시 젊은 사람이라면 교대 근무하면서 겪는 매우 정상적인 일로 치부되었다고 한다. 그밖에 시력이 손상되고 코피를 쏟거나 종아리가 붓는 것, 관절의 통증 등도 호소하였다.

“한번은 고열이 나서, 작업장 감독을 불렀다. 그가 회사 관리자에게 연락해서, 구급차가 와서 나를 싣고 회사 건강센터로 갔다. 거기서 내게 응급 처치를 해 주고, 약을 투여한 뒤, 병원으로 보내줬다. 몸이 회복된 후, 집으로 혼자 갈 수 있었다. 나중에는 소화기계에 문제가 생겼다. 교대 근무에서 주간 근무에서 야간 근무로 바뀌고 나서 종종 복통으로 고생한다. 내 생각에는, 주간 근무 때는 점심을 먹는데, 야간 근무 때는 자정에 저녁을 먹고 낮에 계속 자느라 아무것도 못 먹는 것에 내 위가 적응을 못 해서 그런 것 같다. 너무 아프다 싶으면, 쉬겠다고 요청한다. 정상적으로는 통증이 4~5분이면 멈췄다가 30분쯤 뒤에 다시 아파진다. 때로 둔한 통증이면, 그냥 계속 일한다.”

또한, 여성 노동자들 스스로는 화학물질을 직접 다루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반대로 이들 중 누구도 세정제가 화학물질을 함유하였다거나 다른 부서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휴대전화 조립 공장에선 업무 과정 중 페인트, 잉크, 세정제 등 화학물질을 이용하고 있다. 심지어 공정 단계에서 가열, 금속 코팅 가스 처리, 도색, 레이저 새김, 절단 등 작업으로 인해 화학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나는 삼성에서 일하면 독성 물질에 노출될 수도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공장에 일하러 오기 전에 부모님께 만일 가서 일하는 게 불가능하다 싶으면 돌아오겠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또 동시에, 만일 내가 독성 물질에 노출된다면, 수천 명의 다른 사람들도노출될 것이고, 죽는 사람도 있을 것이니, 아마 별문제 없을 거라고도 생각했다. 생산 완료 제품 작업장에서 일할 때면, 도난 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자기장 문을 매일 통과해야 한다. 최근 정기 건강 검진 결과도 좋았다. 나중에 아프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지금 건강하다. 우리는 모두 자기장 문을 걱정한다. 솔직히 말해서 그게 정확히 어떤 건지 모른다. 그래도 그 문이 들고 나는 사람을 모두 체크해서 이런 소문이 퍼졌다.”


여성 노동자들이 바라는 변화

인터뷰를 통해 일터에서 어떤 변화를 가장 원하는지 물었을 때 대부분은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교대근무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인터뷰 참가자 대부분은 특히 젊은 노동자일수록, 전자산업 공장에서 일하는 동안 돈을 모아, 나중에 다른 직장을 구하고 싶어 했다.

“여기서 일하는 것이 나의 목표는 아니다. 나는 싫증이 났다. 여기서 일하는 것은 당장 사는 데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서다. 나중에는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님과 함께 살거나, 결혼해서 남편과 함께 부모님 근처에서 살고 싶다. 우리 부모님도 내가 여기서 일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지금은 학교로 다시 돌아가서, 부모님 댁 근처에서 새 직장을 찾거나 내 가게를 열고 싶다.”


노동자 결사의 자유 침해하는 베트남과 삼성

베트남 국제노동기구 협약 제87조와 98조에서 보장하는 노동조합 결성과 단결의 자유를 비준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삼성은 어떤 기업인가? 무노조 정책을 고수하며 노동조합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회사를 운영하면 된다는 반노동적 경영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전자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노동조건과 작업장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집단적인 힘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베트남 전자산업

여성노동자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베트남과 삼성의 전자산업 사업은 지속적으로 확장될 것이다. 전문가들 분석에 따르면 베트남 삼성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15만 명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예측되고 있다. 베트남 입장에서도 전자산업이 국가 경제에 기둥 역할을 하고 있고 긍정적으로 기여해왔기 때문에 삼성과 이해관계를 같이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베트남은 지금처럼 전자산업 기업 활동에 우호적인 제도와 경제 환경을 조성하면서 더 많은 투자를 유인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전자산업의 성장과 반대로 안전하고 건강하지 못한 작업 환경을 개선하고 일하는 여성 노동자를 보호하는 일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 이번 연구팀은 베트남 차원의 전자산업에 대한 법과 규제, 제한적인 전자산업 정보 접근성 문제 해소, 여성 노동자 젠더 문제를 비롯한 건강 문제 실태 파악, 작업장 환경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권고하였다.


1. 개발과 젠더, 가족, 환경 연구센터(Research Centre for Gender, Family and Environment in Development)

2. IPEN은 1998년에 설립한 비영리 공익 단체로 전 세계의 환경 및 공공 보건 그룹을 이끌어 인간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는 안전한 화학 물질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고 있다.

[연구소 리포트] 택시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 연구 / 2018.01

택시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 연구

김형렬 운영집행위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 본 연구는 안전보건공단의 지원을 받아 한국노총,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에서 공동으로 진행하였다.


1. 연구의 배경 및 방법

택시노동자에 대한 노동시간, 건강실태 등에 대한 몇 개의 연구가 있지만, 최근 논란이 되는 감정노동이나 작업 중 폭력의 경험, 이로 인한 건강 영향 등은 연구된 적이 없었다. 이와 관련하여 노동시간, 휴식시간을 비롯해 택시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해 조사를 하고, 감정노동, 작업장 폭력 경험의 실태, 다양한 신체 건강과 정신건강 설문조사뿐 아니라 생체지표 검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연구의 목적은 택시노동자들의 근무 현황과 폭력 및 사고 경험, 감정노동, 신체 활동도, 수면의 질,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정신건강, 신체 건강 등을 파악하고자 하였고, 이를 근거로 택시노동자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과 관련이 있는 요인을 밝혀 그것을 중재하는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택시노동자의 안전 및 건강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본 연구는 서울 지역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소속 사업장 중 택시회사의 규모와 근무형태별로 11개 사업장을 선정하여 해당 사업장 소속 택시노동자 전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설문 내용은 인구 사회학적 특징, 노동시간 및 근로조건, 폭력 경험, 감정노동 실태, 신체 및 정신 건강 상태, 수면 건강, 교통사고 및 교통법규 위반 경험으로 구성하였다. 총 698명의 노동자가 설문에 참여하였다. 더불어 근무형태별로 주야 2교대 3인, 야간고정 2인, 1인 1차제 2인 총 7명을 대상으로 생체지표 및 면접조사를 하였다.


2. 연구의 주요 결과


1) 택시노동자의 근로조건 및 장시간 노동

이번 설문 결과 택시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8.3%가 주 60시간 이상 근무하며, 84%가 한 달 25~26일간 일하였다. 주간 근무, 야간 근무 시 휴식시간이 없거나 30분 미만인 택시노동자가 각각 84.8%, 85.5%임을 고려할 때, 대부분의 응답자가 휴식시간도 거의 없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67.4%의 응답자들이 야간근무 도중 수면을 취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29.2%는 잠을 자긴 하지만 택시 의자에서 잔다고 응답했는데, 택시노동자들은 근무 중 휴식시간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휴식 장소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상 8시간 근무 시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부여하도록 강제하고 있는데, 위 사항을 제대로 준수할 수 있도록 택시노동자의 충분한 휴게 시간 및 적절한 휴게 장소 확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12주간 평균 주 60시간을 초과하는 업무는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과로사 인정 기준에 해당한다. 80%에 육박하는 택시노동자들이 과로사 기준에 해당하는 주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뇌심혈관계질환뿐만 아니라 장시간 노동에 의한 피로 누적으로 운전 중 심한 졸음을 유발할 수 있어 택시노동자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공공의 안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대다수의 택시노동자가 고령층이고 뇌심혈관계질환의 위험인자인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유병률이 높아 택시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에 대한 대책 및 건강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2) 택시노동자의 흡연, 카페인 섭취 실태

택시노동자의 흡연율은 52.8%로 우리나라 일반인구 집단의 흡연율인 39%보다 아주 높았다. 특히 1인1차제는 60%, 야간고정은 65.9%의 택시노동자가 흡연하였다. 야간 노동의 비율이 높은 노동자일수록 흡연을 많이 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또한, 카페인 섭취량도 매우높았는데, 전체택시 노동자의 75.5%가 하루 6잔 이상의 카페인 음료 섭취를 보고하였다. 장시간노동, 야간노동을 이겨내기 위해 흡연과 커피 등 카페인 섭취를 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2차적인 건강위협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판단된다.

3) 택시노동자의 폭력 경험

택시노동자의 폭력 경험이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 응답자 중 지난 1년간 폭행 20.2%, 욕설 등 언어폭력 62.1%, 신체접촉 및 성희롱 13.5%, 위협 및 괴롭힘 38.3%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 운행보다 야간 운행 시에 폭력을 당한 비율이 더 높았는데, 이는 야간 운행 시 취객 등으로 인해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은 사실을 반영한다. 택시 운행 중 폭력은 택시 노동자 본인에게도 심각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지만,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등 공공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승객의 가해 유형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리라 생각되며, 대응 매뉴얼 배포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 2013년 서울시에서는 택시 내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 및 운전석 보호격벽 시범설치를 추진했으나 현재 법제화 되지 못한 채 남아있다. 또한, 승객의 개인 생활보호의 문제와 충돌하여 많은 택시 법인회사에서는 차량 내 블랙박스를 설치하지 않는 실정이어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4) 택시노동자의 정신 건강 실태

이번 설문에서 택시노동자들의 우울증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실태에 관해 확인하였다. 우울증의 경우, 의사에게 진단된 우울증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9%로 높지 않았으나 본 설문지에서 우울증 선별검사 문항을 이용하여 우울증 여부를 따로 확인한 결과에서 전체 응답자의 16.7%가 우울증으로, 의사에게 진단받은 비율과 큰 차이를 보였다. 택시노동자들이 실제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으나 이에 대해 제대로 진단받거나 의학적 관리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1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과 교통사고를 경험할수록 외상 후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이는 폭력과 교통사고가 택시노동자들에게 실제 정신적 고통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폭력 및 교통사고 등 정신적 외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 및 우울증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에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및 정신 상담 프로그램 등 구체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3. 결론 및 제언

장시간 노동을 유도하고 있는 사납금제도의 폐지, 장시간 노동을 유발하고 있는 노동시간을 무한정 늘리도록 허용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제도를 폐기해야 하고, 실제 노동시간만큼을 제대로 보장받고 있지 못하는 노동시간을 임의대로 계산하여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간주노동을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58조의 폐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한, 많은 국제기구와 선진국에서 운전 노동에 대해 하루 최대 운전시간, 월 최대 운전시간 정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이러한 기준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택시노동자에게 휴게시간과 휴게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 택시노동자들은 무엇보다 졸음운전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러한 휴게시간의 부족은 졸음운전과 사고의 위험을 높이는 이유이다.

택시노동자에 대한 노동안전보건교육 강화 및 작업장 개선을 위한 노조 참여 보장 또한 주요한 개선과제라고 판단된다. 노동안전보건교육은 노동자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 알아야할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하고 기본적인 활동이다. 무엇이 위험한지 알아야 문제를 피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매일 개별적으로 지역 각지에 흩어져 일하는 택시노동자들의 경우 공식적 정보 접근이 쉽지 않고, 개별적 노하우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택시운전에 맞춘 노동안전보건교육이 절실한 상황이다. 또한 택시노동자들을 폭력의 위험으로부터 예방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작업중지권을 발휘할 수 있게 하거나, 법적인 보호가 가능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연구를 통해 노동자들의 문제를 드러내고 진단하는 최우선 목표는 문제의 ‘개선’이다. 좀 더 나아지는 방향을 찾고, 실제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을 만들어 나가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을 회피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 서울시 등 지자체와 정부는 대중교통으로서 택시업계를 철저히 관리감독 하고 시민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으로서 운행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연구소 리포트] 일자리 창출? 어떤 일자리 창출? - 공공·운수부문 교대제 개선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과 좋은 일자리 창출 방안 연구 / 2017.12

일자리 창출? 어떤 일자리 창출?

- 공공·운수부문 교대제개선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과 좋은 일자리 창출 방안 연구

 

최민 상임활동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연구를 시작하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설 때, 취임 일성으로 인천공항을 전격 방문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 하겠다고했던 것이 벌써 옛날 일로 느껴진다. 쉽게 진행되지만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이후 발표된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나 일자리 창출 규모는 기대보다 미미했다. 예상 밖으로 강력한 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대와 적대감은 바라보기 민망하기까지 하다.

공공·운수부문 교대제개선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과 좋은 일자리 창출 방안 연구를 시작했을 때는, 지금보다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대해 조금은 기대가 남아 있을 때였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방안 중, 낡은 교대제를 개선해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구체적인 경로를 노동조합 주도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이었다.

심야·교대노동이 노동자의 몸과 삶에 다양한 해를 끼치는 것이야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한국의 교대노동은 장시간 노동과 결합된 낡은 형태로 교대·야간 노동의 유해성을 증폭시켜왔다. 공공·운수부문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하나의 경로로 노동조합이 낡은 교대제 개편을 고민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좋은 일자리는 다양한 측면에서 정의할 수 있다. 그 중 교대제와 노동시간 측면에서 공공·운수부문 좋은 일자리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따라 적정한 교대제 제안을 만드는 것 실제로 교대제가 이렇게 개선됐을 때, 노동시간을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는지, 또 이를 통해 새로 창출될 일자리는 얼마나 되며, 비용은 얼마나 소요되는지 가늠해보는 것이 연구의 목표였다. 이 과정에서 교대제 관련 법제도 개선안도 만들고자 했다.

 

연구 방법

이를 위해 그 동안의 교대제 개선 및 변경 사례를 검토했다. 자동차 부품사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 사례, 포스코와 유한킴벌리 42교대제 사례, 교대제 유형에 따른 버스 운전노동자 과로 실태 사례,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 모델 시범 적용 사례 등을 살펴보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교대제 변경 과정에서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전체 노동시간은 그대로 두고, 출근 일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교대제를 변경하는 42교대의 경우가 그랬다. 출근 일수가 줄어드니 노동자들도 찬성했지만, 하루 노동시간은 증가하고 특히 심야 노동시간이 증가하는 문제가 있었다. 제조업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에서 나타난 것처럼 노동시간을 줄이는 대신, 노동강도를 높이는 경우도 있었다. 모두 교대제 개편이 노동자보다 사측 주도로 이루어졌고, 교대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근본적인 목표가 희석되고 말았다.

교대제 관련 국제기준 및 해외 입법례도 살펴봤다. 교대근로 관련 국제노동기구(ILO)의 협약과 권고를 검토하고, 교대근로 관련해 핀란드, 영국, 독일, EU, 터키, 프랑스, 스웨덴 등의 법령을 검토했다. 이들 나라와 국제 협약 및 권고에서는 대부분 야간 노동을 명확히 정의하고, 전체 노동시간 길이 규정 외에 야간 노동시간 길이를 제한하고 있었다. EU 대부분의 나라들은 교대 근무 혹은 야간 근무를 하는 경우 연장근무를 금지하는 식이다. 하루 업무를 마치고 다음 날 다시 일을 시작할 때까지 최소 11시간 이상의 휴식을 보장하며, 여기에 더해 주휴일 24시간이 완전히 보장되도록 하여 일주일에 한 번은 연속35시간 이상 휴식이 보장되도록 하는 나라도 있다. 호주에서는 주간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연간 4주 연차를 보장 받을 때 교대근무자들은 5주간 연차를 보장받는다. 가족이나 사회생활을 돕기 위해 가급적 휴일을 주말과 맞추도록 하라는 ILO 권고도 있다.

이에 비해 국내법은 현재 교대근무 관련 원칙이나 세부 내용이 전혀 없다. 교대·야간 노동에 대한 정의도 없고(야간근로 임금 가산을 위한 정의만 있음), 교대근무 시간 규정, 1일 혹은 1주 단위의 연속 휴게시간 보장 관련 내용이 모두 전혀 없다. 근로시간 특례 업종 및 적용 제외 업종의 경우 법적으로 야간노동을 포함하여 무제한 장시간 노동이 가능한 상태다.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에서 장시간, 야간근무를 포함한 교대근무, 운전업무 등을 행하는 경우 노동자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사용자가 취해야 할 조치를 열거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의무 규정이 아니라서 실효성이 의심된다.

 

연구 결과 (1) 공공·운수부문 교대제 개선 및 운영 가이드라인

다양한 업종의 교대제 개선 사례와 국제 기준, 해외 법령을 보면서 공공·운수부문에서 교대제를 개선하는 과정, 그리고 교대제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


 <공공·운수부문 교대제 개선의 원칙 중 부분>

(1) 교대제 변경 목표

교대제 변경 목표는 노동자의 건강과 삶의 질 개선이 첫째다.

야간, 교대근무는 최소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교대제 변경과정은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한다.

교대제 변경과 노동시간 단축 과정에서 노동강도가 강화되지 않아야 한다.

교대제 개편은 인력충원과 함께 진행돼야 하고, 정원에 반영되어야 한다.

(2) 임금 보장과 시민 안전 보장

교대제 변경과정에서 실질 임금 저하가 없어야 한다.

공공·운수부문 노동자들의 안전하고 안정된 일자리는 대시민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진다.

공공·운수부문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은 시민 안전 보장의 필수조건이다.

(3) 차별 없는 교대제 개선

노동시간 단축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한다.

고정된 야간 노동의 용역, 파견, 하청화는 금지한다.

통상근무자와 교대근무자의 노동 조건에 불합리한 격차가 없어야 한다.

(4) 노동자 참여 보장

각 사업장 별로 교대제 개선과 노동시간 단축 준비 과정에서부터 노동자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교대제 변화와 연관된 임금, 인력, 업무 재분배 등 제반 문제 역시 노동자 참여 하에 논의·결정돼야 한다


 <공공·운수부문 교대제 운영의 원칙 중 부분>

(1) 야간 노동

야간노동을 하는 횟수를 최소화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확보가 필수적이다.

야간 전담 근무는 없어야 한다.

야간 연속근무는 3일 연속 하지 않도록 한다.

(2) 노동시간

24시간 연속 조업하는 사업장의 교대근무는 3교대가 원칙이다.

교대근무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주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4시간 연속 교대제를 운영할 경우, 35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3교대 근무 시 연속 2개의 교대근무를 해서는 안 된다.

24시간 격일제 노동은 금지한다.

(3) 휴식시간

근무와 근무 사이에는 최소 11시간 이상의 휴식이 보장되어야 한다.

1회 이상 연속 35시간 휴식이 보장되어야 한다.

야간근무에서 주간근무로 바뀌는 경우에는 역일(曆日)24시간(오전 0시에서 오후 12)의 휴일이 보장되어야 한다.

1회 이상 주말에 휴일이 보장되어야 한다.



연구 결과
(2) 업종별 교대제 개편 인력 및 비용 추계
 

이런 개선과 운영 원칙에 맞추어, 공공운수노조 내 교대제 사업장 몇 군데에 대해서 실제 적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교대제 개선안을 제안하고, 필요인력 및 비용을 추계해보았다. 추계 과정에서, 교대제 개선에 필요한 인력은 전체 정규인력 충원을 원칙으로 하고, 평균임금이 하락하지 않는 모델을 기본으로 했다. 다만 사회적 비용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부담할 수 있는 비용 수준을 고려할 수 있도록 몇 가지 변형안도 제시했다.

교대제 개선 과정에서 노동시간단축으로 임금하락 규모가 매우 크고, 임금 수준이 낮은 경우 임금체계 개편도 필요함을 분명히 했다. 실질임금 저하가 없어야 교대제 변경의 목적인 노동자 몸과 삶의 복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교대제 개선은 실제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하므로, 줄어드는 노동시간을 별도의 지원근무나 대근으로 벌충하는 방식은 배제했다.

교대제 개선비용 추계 사업장 중에도 32교대 근무로 연간 2,312시간, 43교대 근무로 연간 2,281시간 근무 중인 경우가 있었다. 이 노동자들의 교대제를 주 40시간이 넘지 않도록 하고, 24시간 조업하는 업무의 경우 심야노동의 부담을 고려하여 35시간을 넘지 않도록 설계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연속 35시간 쉬도록 보장하며, 한 달에 한 번은 주말에 쉬어 가족이나 친구, 이웃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보장하고자 했다.

서로 업무 내용이나 특징이 상당히 다른 6개 사업장을 뽑아 계산해보니, 전체 인원의 13.3%~24.9%까지 새로운 인력이 필요했다. 다른 말로는 그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 이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연간 1,765시간~1,825시간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물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신규채용으로 인력 충원을 하게 되니 인력 충원비율보다는 인건비 증가폭은 적지만, 이마저도 큰 부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이렇게 개선해봤자 이 사업장 노동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1,800시간인 셈이다. 충분히 시도해볼만한 수준의 노동시간 단축이라고 본다.

 

연구 평가와 시사점

연구는 흥미롭게 진행됐고, 의미 있는 제안을 했지만, 아직까지는 연구에 기반해 이후 정책 방향을 수립했다거나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없다. 인천공항지역지부(비정규직노조)의 경우 임금이 낮고, 이를 장시간 노동으로 벌충하는 체계여서 우리 연구에서는 노동시간은 줄이고 시간당 임금은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정규직화 요구만으로도 무임승차하려는 사람 취급받고 있어 앞으로 논의가 걱정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정규직화 과정에서 인간다운 노동시간도 쟁취하길 기대한다.

상대적으로 고임금 기업의 경우 임금에서 손실을 보더라도 노동시간 단축을 제안해야 한다는 고민이 현장 조합 활동가들에게도 있었다. 일부 기업에서라도 연구 결과에 따라 좀 더 인간적인 교대제 운영, 파격적인 노동시간 단축, 심야노동에 대한 소정근무시간 단축(35시간)의 실험이 현실화되고 교대제 개선 전과 후를 비교하는 연구에 다시 한 번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연구소 리포트] A 사업장 위험성평가 연구 결과 / 2017.10·11

A 사업장 위험성평가 연구 결과

재현 연구원


올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이하 연구소)는 매년 현장의 모든 유해위험요인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위험성평가를 금속노조 A 사업장과 진행하였다. 이번 위험성평가 직전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공동으로 진행했던 바 있어 지난번과 같이 작업자가 함께하는 참여활동연구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목표

A 사업장은 2013년 위험성평가가 제도화되고 나서 처음으로 노사가 공동으로 연구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만큼 작업자가 현장에서 느끼는 사고, 소음, 근골격계 질환,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위험요인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자 하였다.

연구 조사 과정과 방법

- 본격적인 위험성평가 연구 사업에 앞서 전 조합원 대상으로 위험성평가의 의미와 목표 등을 강조하는 교육을 하였다.

- 조합원 교육 이후 실제 현장 조사에 참여할 실행위원을 구성하고, 연구 조사를 위한 실행위원 역량강화교육을 하였다.

- 노사 논의 끝에 각 실행위원이 16시간씩 시간 할애를 받아 연구소 연구진과 공동으로 현장 조사를 하고 위험성평가 시트를 작성하였다.

- 현장조사를 할 때 실행위원과 연구진은 작업자들이 일할 때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되는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였다.

- 작성한 시트를 정리하여 실행위원과 연구진이 함께 검토하고 실효성 있는 개선방안이 무엇일지 토론하였다.

- 연구진이 최종으로 시트와 보고서를 정리하여 전 조합원 대상으로 위험성평가 결과를 발표하였다.


현장조사 결과

현장 조사 시트를 23개의 공정마다 작성하여 실행위원과 작업자의 목소리와 판단을 최대한 담아내고자 하였으나 이번 조사 내용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다. 내용상 전문가가 하는 조사보다 부족함이 있을지라도 작업자가 주체적으로 현장조사를 한 것은, 결국 일상적이고 지속해서 현장을 개선해 나갈 사람이 전문가가 아닌 직접 일을 하는 작업자이기 때문이다.

A 사업장의 경우 절대적으로 부족한 공장 부지로 인해 작업자가 각종 유해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특히 대부분 작업자가 지게차를 운전해서 중량물과 설비를 나르고 적재하는 일이 많았는데, 공간 자체가 협소하다 보니 사고의 위험성이 굉장히 높았다.

또한,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위험성의 주지, 사용 및 보관 방법, 보호구 사용방법, 환 배기 및 국소 배기장치 설치 및 성능관리 등 종합적인 관리 시스템이 거의 없다시피 하였다. 이러한 상황인데 작업자들은 유해화학물질의 위험성에 대해 교육을 받은 적도 없어서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소음 역시 상당히 심각한 유해요인이었다. 설비는 노후 됐는데 공간은 부족하다 보니, 소음 노출을 줄일 수 있는 부스 하나 설치하는 것도 어려웠다. 근골격계 유해요인의 경우 지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에서 확인했던 것처럼 초장시간 노동과 심야 노동과 중량물 취급, 부담 자세 등이 유해위험요인으로 지적되었다.


개선 방안

이번 위험성평가 연구를 통해 공정별로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부분과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개선해야 할 방안을 제시하였다. 현장은 비좁은 공간으로 인해 중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유해위험요인이 상당하였다. 더군다나 업무 특성상 대부분 작업자가 지게차를 운행하면서 일하는데, 공간이 비좁다 보니 통행로에 제품이나 원료를 적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럴 경우 지게차 운전자와 이동 중인 작업자 간 충돌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 심지어 부족한 공간으로 인해 작업자가 통행할 수 있는 길 자체가 구분되지 않거나, 대차를 실은 지게차를 돌릴 공간이 없어 시야가 가려진 채 운전하는 상황도 비일비재했다.

절대적으로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개선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작업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좁은 공간이라도 지게차와 작업자 간 이동 구획을 명확히 할 것을 제안했다. 최소한의 공간 마련도 어렵다면 현장 내 지게차 운행속도 낮춤 조치, 신호수 배치, 지게차 운행 중 일시 작업 중단 등의 조처를 하도록 하였다. 또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될 수 있으면 작업자가 지게차 시야를 가리면서 원료 및 제품을 싣고 운행하지 않도록, 작업량 자체를 조절하여 작업자에게 여유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제안하였다.

비좁은 공간 때문에 작업자가 늘 전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전체적으로 대차 적재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모든 작업자는 현장 곳곳에 이중 삼중으로 대차를 적재하였다. 더구나 현장에선 대차 바퀴나 종발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 시스템이 없어서 언제든 대차가 전도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대차 적재 높이를 제한하도록 조치하고, 대차 바퀴 및 종발에 대한 정기적인 검사 및 정비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비좁은 현장 공간으로 작업자가 일하다 추락하거나 끼이고, 전도되는 등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현장의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작업자가 일하는 설비 곳곳에 안전 발판 혹은 난간이 없거나 있어도 실효성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현장에서 설비에 원료를 채우거나 청소 등을 위해 사용하는 사다리 역시 공간 부족으로 경사가 가파르고 계단 폭이 좁아서 작업자의 추락 위험성이 매우 높았다. 이러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작업자가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경량의 가변형 안전 발판을 제공하라고 제안하였다. 이후엔 계단 경사와 폭은 물론이고 관리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 재점검하고 개선하도록 제안하였다.

근골격계 질환의 유해위험요인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근골격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경량의 인간공학적 작업 도구를 마련하거나 교체할 것을 제안하였다. 또한,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거나 이동이 편리한 앉은뱅이 의자 지급 등으로 인간공학적 부담 요인을 개선하도록 제안하였다. 그다음으로는 작업자의 근골격계 질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1시간당 15분씩 충분한 휴식 시간을 보장하거나, 작업량을 줄이는 등 관리적 방법을 제안하였다.

마지막으로 비좁은 공간과 관련해서 연구진은 결국 중장기적으로 볼 때 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을 낮추거나 없애기 위해선 공장용지 확장이나 이전을 포함한 중장기적인 계획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그렇지 않고서는 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을 제거하는 데 상당히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았다.

전체적으로 관리시스템이 부재한 화학물질에 대해서도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업데이트와 화학물질의 유해위험성에 대한 작업자 교육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A 사업장의 경우 화학물질의 사용량 자체가 많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소량이지만 작업자 건강에 치명적인 물질인 WD-40, 기어윤활유, 카본 등의 화학물질을 꾸준히 오랜 기간 사용하는 현장이었다. 게다가 작업자들이 해당 물질에 대한 유해위험성과 대처 방안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화학물질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별도의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조사사업을 노사가 고민해보고, 현장에 있는 국소 배기장치의 성능 향상과 환 배기 시스템에 대한 실효성 있는 개선을 제안하였다.

소음으로 인한 유해위험성도 대다수 작업자가 느끼는 부담이었다. 사무실이나 제품 포장 및 출하 공정 쪽이 아닌 다른 공정의 경우 대부분 평균 소음이 80db를 넘었다. 특히 전체 작업자 중 하루 10분 이상 120db 정도 되는 설비 소음에 노출되는 경우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부담이 상당하다고 조사되었기 때문에 소음을 줄이기 위한 각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제안하였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소음 부스 설치가 필요하지만, 공간 부족으로 어려울 경우엔 설비에 차단 및 흡음재 부착, 적절한 맞춤형 보호구 사용 및 관리 방법에 대한 교육을 제시하였다. 또한, 그동안 작업자들이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부담이 상당했던 만큼 청력보존프로그램을 제대로 실행에 옮길 방안을 노사가 함께 마련하라고 제안하였다.

근본적인 개선 방안

이번 위험성평가가 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개선하는 것은 그 자체로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현장개선과 함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작업자에게 유해위험요인이 되는 작업량, 작업방식 등 전반적인 노동조건에 대해서도 재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가령 지난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 이후 노사는 인간공학적 개선뿐 아니라, 작업자에게 가장 부담이 되는 초장시간 노동과 교대근무를 개선하기 위한 근무형태개선 TFT를 운영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번 위험성평가 연구 결과에서도 마찬가지로 작업자가 유해위험요인으로부터 건강하고 안전하기 위해서는 결국, 절대적인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한 개선 방안이 될 수 있다.

[연구소 리포트] 울산지역 노동자들은 왜 7차 산재은폐 적발투쟁을 진행하게 되었나? / 2017.9

울산지역 노동자들은 왜 7차 산재은폐 적발투쟁을

진행하게 되었나?

- 7차 산재 은폐 실태조사사업 과정과 결과 소개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

산재 은폐 사업주 형사 처벌 조항 신설을 적극 환영한다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6차례에 걸쳐 280여 건의 현대중공업의 원, 하청업체 산재 은폐 사례를 적발하여 고용노동부에 집단 진정을 하였고 산재 은폐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제기하는 투쟁을 쉼 없이 계속해 왔다.

그런 활동이 반영되어 산업안전보건법 제10(산업재해 발생 기록 및 보고 등)에 사업주의 산재 은폐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 신설되었고, 68(벌칙) 조항에 101항을 위반하여 산업재해 발생 사실을 은폐하는 자 또는 그 발생 사실을 은폐하도록 교사하거나 공모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이 신설되어 20171019일부터 시행된다.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산재 은폐 근절과 산재 은폐 사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요구해 온 노동자들의 투쟁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 보고 이를 적극적으로 환영한다. 하지만 산재 은폐 형사처벌 조항이 신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재 은폐가 계속될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할 수 밖에 없다. 그 이유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산업재해 발생보고 기준 때문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4(산업재해 발생 보고)사업주는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3일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부상을 입거나 질병에 걸린 사람이 발생한 경우에는 법 제10조 제2항에 따라 해당 산업재해가 발생한 날부터 1개월 이내에 별지 제1호서식의 산업재해조사표를 작성하여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장 또는 지청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2014년 노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산업재해 발생보고기준을 요양 4일에서 휴업 3일로 변경한 후 노동자가 다치더라도 출근도장만 찍으면 사업주는 산재 발생보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노동자는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핵심사업으로 산재 발생보고 기준 변경 투쟁결의

실제로 휴업3일 보고기준을 악용하여 깁스를 한 노동자를 출근시키는 사업장이 있다는 얘기들이 계속 공유되면서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2017년 핵심사업으로 산재 발생보고 기준 변경 투쟁을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휴업3일 악용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지부에서 사례를 동영상 등을 촬영해 취합하고 여전히 산재 은폐가 심각한 하청업체 산재 은폐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가 현대중공업 인근 정형외과와 신경외과를 방문하여 실태조사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울산지역건강권대책위 소속단위 중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건설기계 울산지부, 학교비정규직 울산지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교육공무직 울산지부 등 비정규직 단위는 따로 기획 회의를 갖고 비정규직 노동자들 산재 발생 현황과 심각성을 공유하였고 산재 은폐 사례를 취합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금속노조 울산지부의 경우도 소속 지회의 1년간 산재 현황과 공상 현황을 수집하여 산재 은폐 수준을 확인하고 7차 산재 은폐 실태조사 사업에 함께 하기로 하였다.

현대중공업 원, 하청업체 산재 은폐 여전히 반복되고 있었다.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 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올해 4월부터 5월까지 2개월간 현대중공업 사업장을 대상으로 휴업3일 악용사례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10건의 동영상과 1건의 사진을 확보하였다.

영상에는 노동자들이 발목, 어깨, 손가락, 손목 등에 기브스를 하고 출근하는 모습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으며, 해당 영상에 찍힌 노동자들은 사실상 출근을 하더라도 현장에서 일을 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을 한 눈에 확인 할 수 있었다. 일하다 다친 것도 억울한데 휴업3일을 피하기 위해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출근을 하고 있었다.

,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현대중공업 하청업체들이 산재 은폐 현실을 확인하고자 산재 노동자 면담과 병원 실태조사를 통해 본인과 직접 통화 7, 통화 녹취 36, 영상 5, 면담 및 병원 조사 적발 11, 기타 1건 등 60건의 산재 은폐 사례를 적발하였다.

이들 노동자는 대부분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로 넘어짐, 협착, 추락, 찍힘, 충돌, 화상, 감전, 사내 교통사고, 도장작업 중 질식 등으로 손가락 골절, 안면부 봉합, 늑골 골절, 머리 찢어짐, 화상 등 사고를 당했지만, 여전히 공상과 본인 부담 치료를 하고 있었다. 사고 피해자 60명 중 공상처리를 한 노동자는 53명이었으며 본인부담 치료 4, 치료방법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는 3명이었다.

특히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그동안 6차례 산재 은폐 적발 투쟁 후 집단 진정과정에서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이 업체가 폐업되었거나 노동자 소속업체 확인이 안 된다는 이유, 노동자 진료기록 확인이 안 된다는 이유, 사업주가 1개월 후에 산재 발생 신고를 했다는 이유 등으로 무혐의처분을 내린 것 등을 감안하여 재해노동자와 직접 면담, 통화, 녹취, 영상자료 등 구체적인 자료들을 추가로 확보하였다.

조사과정에서 사업주들은 여전히 다친 노동자들에게 사복으로 갈아입힌 뒤 병원으로 후송하거나 대학병원에 가지 마라’ ‘지정 병원 가면 산재 은폐 조사하니 지정병원 말고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는 등 산재 은폐 행위를 계속하고 있었고 대응방식도 이전보다 더 교묘해지고 있었다.

지역 조사과정에서 비정규직 단위 기획사업은 실질적으로 진행되지 못하였다. 그동안 꾸준히 산재 은폐 근절 투쟁을 해 온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외에는 실제로 산재 은폐 사례들이 수집되지 못하였고 금속노조 울산지부의 경우 1년간 관련 자료를 제출한 곳이 소수 지회로 머물면서 산재 은폐 전반적 실태분석까지 나가지 못하였다.

7차 산재 은폐 실태조사 결과발표 후 대응 투쟁은 어떻게 하고 있나?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7117차 산재 은폐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동안 꾸준히 울산지역 산재 은폐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지역 언론들은 적극적으로 취재와 보도를 해주어 지역사회에 우리의 문제의식을 잘 전달해 주었다.

기자회견 후 산재 은폐 적발 건에 대해 고용노동부울산지청에 산업안전보건법 제5(사업주의 의무), 10(산업재해발생기록 및 보고 등), 23(안전조치), 29(도급사업에 있어서 안전보건조치) 위반 등으로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안전보건총괄책임자,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소속 53개 하청업체 대표를 고발하여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과 913일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간담회를 통해 휴업3일 악용사례와 노동현장에서 여전히 반복되는 산재 은폐 실태를 알리고 2017년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제기해 산재 발생보고기준을 기존 요양4일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그리고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이 산재 절차의 복잡함과 까다로운 절차로 인하여 여전히 산재 보험상의 권리를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을 확인하며 산재 발생 시 병원신고제를 도입하여 다치고 병든 노동자를 신속히 산재 보험으로 보호할 것을 함께 요구해 나갈 것이다

[연구리포트] 게임산업 노동자 노동실태와 건강 연구 / 2017.8

게임산업 노동자 노동실태와 건강 연구

최민 상임활동가, 직업환경의학전문의


2016년 넷마블을 비롯한 게임 업체에서 과로 자살, 과로사로 추정되는 젊은 노동자들의 죽음이 잇따랐다. 201611월 넷마블에서의 세 번째 죽음이 알려진 후 넷마블 전현직 근무자를 대상으로 급히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설문 응답자의 월 노동시간은 평균 257.8 시간으로 5인 이상 기업체 상용직 노동자보다 월 평균 90시간 가까이 더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게임개발자연대에서 시행한 게임개발 노동자 노동환경 조사 결과 역시 월 평균 205.7시간으로, 게임업계 노동자들이 전반적으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당시 설문조사는 주로 게임개발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그 자체의 실태를 밝히는 데 집중했기에, 게임개발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과 과로가 노동자들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과 사회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후속 연구를 실시했다. 후속 연구는 후속 설문조사, 심층 면접조사, 신체활동량과 활동 중 혈압 측정, 게임산업 변화 연구, 포괄임금제와 노동시간의 총 5개 영역으로 진행 중이며, 이번에 소개하는 것은 이 중 설문조사 결과이다. 설문조사는 321일부터 426일까지 5주간 온라인으로 진행되었고, 621 명이 설문 조사에 참여했다. 성별 정보가 없는 1명을 제외한 620명의 응답을 분석했다.

설문에 참가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설문 참여자 중 남성이 400, 여성이 220명이었다. 20~30대가 대부분이었고, 대졸 이상 학력자가 2/3 가량 되었다. 기혼자가 28%로 적었다. 절반 정도는 성남/ 판교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1/4은 강남과 서초 지역, 15.5%가 구로/금천 지역에서 일한다고 답했다. 54.4%가 모바일 게임 개발 회사에서 일한다고 답했고, PC/온라인 게임개발 회사에서 일한다는 응답은 29.4%였다. 게임 개발보다 퍼블리시를 주로 하는 회사에서 일한다는 응답은 10% 정도였다.

업무별로는 아티스트가 가장 많았고 전체 응답자의 1/3이 넘었다. 기획자가 22.9%, 프로그래머가 21.8%였다. QA/CS/운영 담당은 8.4%, 인사/총무/마케팅 등의 사업부는 5.5%, 개발관리를 맡은 관리직은 4.0%였다.

회사 규모는 50인 미만이 22.7%, 100인 이상이 63.1%였다. 응답자의 35.2%300인 이상 대기업에 속한다고 응답해, 이미 게임 개발 산업이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95% 이상의 노동자가 상용직이라고 답했고, 근로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절반 가까웠다. 파견, 용역 업체를 통해 임금을 지급받는 비율은 1.8%로 매우 낮았다. 그러나 연봉 협상 결렬시 회사를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33%, 팀 해체시 회사를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43%가 넘어, 정규직이라고 해도 비정규직과 다름없는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고용 불안정 특징은 이직 경험에도 드러난다. 이직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74.2%였다. 대부분 20~30대인 응답자들 4명 중 3명은 이직 경험이 있어 게임 노동자들의 이직이 잦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임산업 노동자들은 어떻게 노동하나?

임금은 남녀 모두 80% 이상이 연봉제로 받고 있었다. 월 급여 전체 액수는 세 전을 기준으로 했을 때, 62만원부터 800만원까지 분포하고 있었고, 중위값은 296만원이었다. 300만원 미만이라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50%가 넘었다.

포괄임금제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연장 및 휴일 근로 수당이 월급에 일괄 포함돼 있는지, 그렇다면 그 연장수당은 일주일 몇 시간 분인지 묻자, 87.7%의 응답자가 연장 수당이 월급에 일괄 포함돼 있다고 응답했지만, 실제로 그 포함 분이 몇 시간분인지 응답한 경우는 61명에 불과했다. 실제 본인의 근로 계약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 하고, 그에 따른 노동의 대가도 제대로 챙기지 못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게임산업 노동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장시간 노동이다. 크런치 모드가 아닌 일상적인 경우 노동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았다. 중위수는 주당 50시간이었다. 40시간 포함하여 그 이내로 근무한다는 응답이 20% 가량이었고, 40~48시간 이내로 근무한다는 응답이 24% 정도 됐다. 뇌심혈관질환이 발생했을 때, 과로로 인한 업무관련성이 당연히 인정되는 기준인 60시간을 초과하여 일한다는 응답이 남녀 모두 10% 정도에 해당했다.

지난 1년간 크런치 모드가 한 번도 없었다는 응답은 16%에 불과했다. 지난 1년간 한 번이라도 크런치 모드를 경혐했다는 84%의 응답자는 1년에 평균 5, 1회당 24일의 크런치 모드 시기를 보낸다고 답했다. 이들이 표시한 크런치 모드 회수와 1회당 크런치 모드 날짜 수를 곱하면, 크런치 모드가 한 번이라도 있었던 게임산업 노동자들은 1년에 평균 70일을 크런치 모드로 보낸다.¹ 이 크런치 모드 기간의 하루 근무 시간은 평균 14.35시간이었다. 크런치 모드 시기 하루 노동시간이 17시간이 넘는다는 응답도 19.7%나 됐다.

지난 1년 동안, 출근 후 퇴근까지의 시간이 12시간이 넘어본 적이 있다는 응답이 87.6%, 24시간 이상 회사에 머문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39.0%나 됐다. 심지어 36시간 이상 회사에 머문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17.9%, 48시간 이상 머물러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9.2%나 됐다.

이렇게 장시간 노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회사에서 책정하는 개발 기간이 너무 짧거나 자주 변동되기 때문이다. 노동자 교육과 훈련에는 투자하지 않으면서, 불합리한 개발기간을 들이밀며 노동자를 쥐어짜는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 안에서, 개발자로의 자긍심이나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상처받기 마련이다. 개발사는 사실상 대형퍼블리셔의 하청업체라는 응답이 64%나 됐고, 지금 개발하는 게임이 성공해도 본인의 미래가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응답 역시 63%나 됐다. 60세가 되었을 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 하고 싶다는 응답이 60%가 넘었지만, 60세가 되었을 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답변은 6.6%에 불과했다. 게임개발자로서의 일을 사랑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60세까지 일을 지속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장시간 노동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게다가 게임산업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폭력적이었다. 지난 1개월 간 언어 폭력을 당한 적 있다는 답변이 남성은 25.5%, 여성은 39.5%나 됐다. 원치 않는 성적 관심을 당했다는 응답도 7.3%, 27.7%로 높았다. 위협 또는 굴욕적 행동을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남성 24.0%, 여성 31.4%나 됐다. 이는 일반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언어폭력 경험은 남성은 3.6, 여성은 6.1, 원치 않는 성적 경험은 남성 24.3, 여성 16.3, 위협 또는 굴욕적 행동 역시 남성 12.6배 여성 17.4배로 높은 결과다. 자유롭고 권위적이지 않을 것 같은 선입견과 달리 개별 노동자들에게 매우 적대적인 노동환경이라는 결과다.

게임산업 노동자들의 건강은 어떤가?

지난 12개월 동안 건강문제로 결근한 적이 있거나, 1년간 아픈데도 나와서 일한 적이 있는지 물어봤다. 건강 문제로 결근했던 경험이 64.6%, 몸이 아픈데도 참고 일한 경험이 71.6%에 달했다. 응답자의 연령대를 고려하면 더욱 심각하다. 4차 근로환경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20대 게임개발 노동자의 경우 일반 노동자에 비해 건강 문제로 결근한 비율은 3.75, 몸이 아픈데도 참고 일한 경험은 4.02배나 높다.

정신건강도 심각했다. 우울증이 유력하게 의심되는 비율이 남성 32.5%, 여성 51.8%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거의 매일 한다는 응답도 남녀 각각 2.8%, 5.0%에 달했다. 자살 시도 경험도 2.1%였다. 우울증 의심 비율은 연령대별로 나누어 보았을 때 일반 인구에 비해 3~5배 높은 수준이고, 자살 시도 경험 역시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의 0.4%에 비해 5배 이상 높다.

우울증을 의사에게 진단받은 경험이 있는지 직접 물어보아도 결과는 비슷했다. 전체 620명 중 104(16.8%)이 우울증을 진단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현재도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응답이 25(4.0%, 진단 받은 사람 중 비율은 24.0%)이었다. 이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2014년 직장인 성인 남녀 1,000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 내 우울증 조사에서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비율 7%보다 2배 이상 높은 비율이다.


▲ 노동시간 특성과 우울증상, 자살 


주당 노동시간이 늘어나거나, 지난 1년 중 한번 출근해서 회사에 가장 길게 머문 시간, 크런치 모드 시기 하루 노동시간 등이 증가할수록 우울증상, 자살사고 위험이 모두 증가했다.

성별, 교육수준, 나이, 월 급여, 결혼여부, 고위험 음주 여부 등을 모두 보정한 결과다.

우울증상 위험도는 크런치가 아닌 시기 장시간 노동과 관련이 깊었고, 자살사고의 경우 지난 1년 중 회사에 가장 오래 머문 시간이나 크런치 시기 하루 노동시간과의 관련성이 더 높았다. 과로하는 노동자들이 자살에 이르는 경우, 만성적인 과로가 우울감을 증가시키는 기전이 작동할 뿐만 아니라, 급격한 초장시간 노동이 자살 사고나 시도에서 방아쇠 역할을 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주당 노동시간이 증가할수록, 본인이 60세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자리 지속성 인식이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노동시간이 증가할수록 부정적인 인식이 비례하여 증가하는 것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현재의 게임산업 장시간 노동이 전혀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반복되는 과로사, 과로자살 뒤에는 일상적인 장시간 노동, 쥐어짜는 크런치모드, 폭력적이고 적대적인 노동환경이 있었다. 해석하는 일은 끝났다. 중요한 것은 일터를 바꾸는 것이다.


* 각주

1) 365일 내내 크런치 모드라는 응답자도 6명이나 되었는데, 이들의 답변을 제외하면 1년에 평균 67일을 크런치 모드로 일하게 된다. 1년 365일 내내 크런치 모드라는 응답자들의 경우, ‘크런치 모드가 아닌 때 일주일 평균 노동시간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평균 67.5시간이라고 응답하여, 1년 내내 크런치 모드라는 응답과 일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연구소 리포트] 2017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결과 보고서(2) / 2017.7

2017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 결과 보고서

- 금속노조 A지회 현장조사를 중심으로


아이구 연구원


이번호 연구소 리포트는 지난 달 일터 연구리포트 A지회 설문조사 결과에 이어 현장 조사를 중심으로 주요 내용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한다. 2015년에 연구소를 비롯한 노동안전보건 단체 활동가들은 금속노조 노안실과 ‘2016년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를 제대로 하기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를 만들었다. 보고서를 본 사람도 있겠지만, 혹여 못 보신 분을 위해 꼭 기억해야 할 내용을 소개한다. 보고서 발간사에서 금속노조 위원장도 강조한 것이다. ‘제대로 조사하고, 현장을 살려내고, 골병을 잡고, 제대로 치료받고, 더욱 안전한 현장을 만들기’ 위한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여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 2016년 많은 현장에서 유해요인조사를 했을 텐데, 현실은 제대로 하기 녹록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조사의 목적을 조직적으로 논의했었는지, 조사를 기관에 위탁하던 노사 공동으로 하던 노조 중심으로 하던 조사를 현장참여하에 제대로 했었는지, 조사과정을 현장의 관심과 참여를 북돋우면서 진행했었는지, 조사결과를 현장노동자에게 온전히 알렸었는지, 후속 조치인 치료와 개선 활동을 지속했었는지 등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를 되돌아보았으면 싶다. 지금이라도 현장을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조사결과를 다시 꼼꼼하게 살펴보고, 다음 유해요인조사 전까지 개선과제를 하나라도 제대로 실행에 옮기는데 A지회 사례가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2013년 유해요인조사에 이어 현장노동자가 함께하는 조사

A지회는 2013년 유해요인조사를 통해 환자를 찾고 개선과제를 찾으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인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인력을 충원한 바 있었다. 2016년 조사에서는 기본적인 과제인 개선과제를 찾고 환자에 대한 찾아 조치하는 것 이외에도, 자신과 현장의 노동을 제대로 살피고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자체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경험과 자료를 확보하고자 하였다. A지회 (가)지역 8명과 (나)지역 10명의 현장노동자 한 사람당 16시간의 활동시간을 확보하여 직접 현장조사를 하였다. 이를 위해 하루 역량 강화 교육과 실습을 거쳐 현장조사준비를 하였다. 이날 교육은 근골격계 질환 및 유해요인조사에 대한 이해, 현장조사 시트 소개와 작성방법, 현장조사 실습 등의 순으로 진행하였다.


또, 2013년에 인간공학적인 평가 중심으로 진행했던 현장조사 방법을 바꿨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신청자 현장조사 시 사용하는 시트를 재구성하여 현장의 노동 전반에 대한 실태를 있는 그대로 빠짐없이 전체 공정을 조사하였다. 처음 하는 조사방법으로 인해 조사과정이 쉽지 않았다. 실제 몸으로는 알고 있지만 글로 기록하는 것 자체가 익숙지 않아 너무 어렵고, 부담 요인 뿐 아니라 작업과정을 가급적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조사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조사대상을 조합원 뿐 아니라 (가)지역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비조합원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근골격계 질환 증상조사와 현장문답을 진행하였다.


녹록하지 않았지만, 현장조사를 주도적으로 진행한 현장노동자의 관심과 애씀 덕분에 현장의 부담 요인을 제대로 찾을 수 있었고, 주요 개선과제에 대해 정리하여 산보위를 통해 합의할 수 있었다. 당연히 A지회의 가장 핵심적인 유해요인인 장시간 노동과 심야노동에 대한 개선을 위한 노사TFT 구성과 운영을 하자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질환 증상 호소자에 대한 문진을 진행하여 실질적으로 필요한 의학적 조치를 실행에 옮기는 중이다. 조사를 시작할 때, 조사할 때, 최종 보고서 주요내용을 설명할 때, 개선과제에 대한 산보위 합의를 할 때 사업 전 과정에 조합원에게 지회 소식지 등을 통해 알렸다. 사업과정 중에 옥에 티라면, 시간이 부족해서 최종 보고서 작성과정에서 조사에 참여한 이들과 직접 만나서 논의를 하지 못하고 온라인상으로만 의견수렴을 하는 데 그친 아쉬움이다.


현장 조사 주요결과를 반영한 후속 조치를 지속해나가기 위해 애쓰기

현장조사를 통해 확인한 주요 핵심 개선과제는 다음과 같았다. (가)지역과 (나)지역 모두, 심야노동과 장시간노동으로 인해 근골격계 질환 부담 요인이 가중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이는 부담 요인이 같더라도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노출 시간이 길어지는 것으로 인한 절대적인 가중요인을 줄이고, 12시간 주야맞교대로 인한 심야노동을 연속 5일 이상 격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누적된 부담 요인을 해소하지 못하고 지속해서 부담 요인이 쌓이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때문에 절대적인 부담노출 시간과 심야노동으로 인한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가)지역과 (나)지역 모두, 중량물 취급 부담과 상•하단 작업으로 인한 부담을 완화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중량물 취급의 경우 만성적인 부담 요인의 측면뿐 아니라 급성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 특히 허리 질환으로 이어질 경우 비용과 치료기간의 측면에서 엄청난 손실이 이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작업자에게도 치명적인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하단 작업의 경우 가급적 바닥에서 30cm 이상부터 어깨높이 사이에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차 최하단과 최상단 적재를 제한하거나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유압식 대차를 사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연동하여 작업대의 높이 개선 및 서서 하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의자 제공 역시 주목해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가)지역과 (나)지역 모두, 공정별 인간공학적 부담 요인에 대한 개선을 구체적인 계획아래 노사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공정에서 다양한 인간공학적 부담 요인이 있다. 예컨대, 서서 작업하는 부담과 쪼그린 자세로 작업하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적절한 의자를 사용토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가장 근골격계 질환 부담이 적거나 없을 것 같은 사무직 직원의 경우도 PC 작업으로 인한 부담 요인을 전면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다른 공정의 경우는 개선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개선을 하지 않거나 못할 경우 고스란히 작업자에게 근골격계 질환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사업주에게는 생산성 및 품질 저하와 직원의 건강을 지키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져 더 많은 손실을 감당하게 된다. 안전과 보건문제에 노사가 따로 없이 머리를 맞대고 실질적인 개선을 위한 활동체계와 활동시간을 보장하고 일상적인 개선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지역과 (나)지역 모두, 소음, 조도, 온도, 분진, 사고위험 등 근골격계 질환에 직간접적 연관부담으로 작용하는 작업환경요인에 대한 개선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한다. (나)지역은 소음을 차단한 부스를 설치했지만, (가)지역의 경우 협소한 공간으로 인한 소음부스가 없어서 설비소음으로 인한 부담이 컸다. 두 지역 모두 청력보존프로그램을 내실 있게 실시하면서, 실질적인 소음을 저감시키기 위한 개선이 절실하다. 또한, 적정 조도로 개선하고 이중 혹은 삼중조도를 개선하는 것, 온도로 인한 부담 특히 저온으로 인한 부담 가중요인을 완화하는 것, 유해화학물질 및 먼지 등으로 인한 분진 노출부담을 완화하는 것, 지게차 이동로와 작업자 통행로를 구분하는 것, 낙하와 추락 및 협착 위험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 등을 실제로 실행에 옮겨 개선할 경우 연관부담 요인을 낮추는 것은 물론이고, 작업환경 개선으로 통해 쾌적하고 안전한 일터 조성을 통해 활기 넘치는 현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가)지역의 경우 이주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 부담 요인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특히, 근골격계 부담 요인 중 부담 자세의 반복 빈도와 중량물 취급 부담을 주목해서 평가하고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주노동자가 근골격계 질환으로부터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면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이 소위 골병으로 인한 질환과 증상으로부터 훨씬 안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를 위해 이주노동자에게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이해와 대처방안 등을 교육하고, 아프면 아프다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현장문화를 조성하며, 아프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이주노동자만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 모두에게 해당한다.


A지회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를 통해 확인한바, 사무와 QC 업무 이외 거의 모든 작업이 업무관련성이 높거나 매우 높게 평가되었다. 낮게 평가된 업무라도 중량물 취급부담, 자세와 힘 사용으로 인한 부담, 주요상병에 영향을 미치는 작업요인, 신체 부위에 영향을 미치는 연관 부담 요인, 온도, 소음, 분진, 조도, 사고위험 등과 같은 작업 환경 요인 등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 및 증상의 부담 요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정별 부담 요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산업안전보건법 24조 5항과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 12장에 명시되어 있기도 하지만 실제 근골격계 질환 및 증상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공학적 부담 요인 개선을 포함한 구체적인 작업환경을 개선해야 부담 요인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야 맞교대 장시간 노동과 상시주간근무지만 토요일 특근을 거의 매주 하다시피 하는 경우에 작업자의 부담은 훨씬 가중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대책 역시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래서 조사 직후의 산보위에서 주요 개선과제에 대한 노사합의 뿐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과 심야노동 단축을 위한 노사 TFT를 구성 운영키로 합의한 것이다. 실제로 3년 주기의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 취지를 제대로 실현해 나가기 위한 물꼬를 텄다. 이제 노동조합 차원에서 현장을 바꿔 나가면서, 일상적인 개선활동을 지속해 나갈 노동자가 되도록 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한 2016년 근골 조사의 의미

2013년 인력충원이라는 핵심과제와 개선을 한 것에 이어, 2016년에는 장시간 노동과 심야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사 TFT를 가동하며 도처의 유해요인을 개선하기로 하였다. A지회의 경우, 조합을 만들어 활동한지 5년여인 신생노조라면 신생노조로 그나마 두 지역으로 나누어져 있고, 현장 조합원 규모가 (가)지역은 40명 내외 (나)지역은 70명 내외로 적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를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노동조합도 A 지회처럼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를 제대로 했으면 싶다. 현장 상황, 현장조직력, 노사관계 등 적지 않은 어려움을 이유로 유해요인조사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다양한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유해요인조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 물론 제대로 유해요인조사를 했거나 애쓴 노동조합이라도 개선과 의학적 조치 등 후속 조치를 일상적이고 지속해서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개선과정에서 작업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개선하면 그만인 것이 아니라, 3개월 혹은 6개월 이후 작업자 의견을 수렴하여 수정 보완해 나가는 것을 통해 실효성 있는 개선으로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 사업을 하면서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은 바로 사람인 노동자다. 노동자는 더 안전하고 행복하게 일하고 살아갈 권리를 누릴 주체이기도 하지만, 권리를 실제 행사하기 위해서 해야 할 개선과제를 추진할 주체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노동을, 현장의 모든 노동을 꼼꼼히 돌아보는 것, 그 노동을 하는 노동자를 제대로 살피고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의 시작이자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구소 리포트] 2017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결과 보고서(1) / 2017.6

2017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결과 보고서(1)

- 금속노조 A지회 설문조사 분석결과

 

재현 연구원

 

2016년은 3년에 한 번 돌아오는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의 해를 맞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이하 연구소)와 금속노조 A지회는 연구 사업을 착수하였다. 이 사업장은 지난 2013년 연구소와 한차례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실시했던 곳이라 지속해서 현장과 관계를 맺어나간다는 의미도 담고 있는 연구였다. 연구 과정에서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작업자와 함께하는 참여활동연구 연구조사로 진행하였다.

 

작업자 현황은?

소속 지회

작업자수

(명)

성별(남)

성별(여)

주야먖교대

주간고정

30명

27명

3명

18명

12명

42명

35명

7명

28명

14명

 

이 사업장은 규모가 작지만 가 지역과 나 지역으로 나뉘어있어 설문조사를 각각 분석하였다. 그 결과 기초인적사항은 표와 같다. 참고로 설문 응답은 약 90%가 참여하였으며, 작업자는 모두 정규직이면서 조합원이었지만 가 지역의 경우 부서에서 비조합원 이주노동자들이 약 10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부서 역시 대부분 고르게 분포되어있었다.

 

매일같이 12~13시간씩 일하는 작업자

이 사업장은 노동시간이 매우 긴 사업장이었다. 중위수로 봤을 때 가 지역의 경우 주간 근무 시 하루 노동시간이 10시간, 나 지역이 10시간 반이었다. 야간 근무 시 가 지역이 하루 11시간, 나 지역이 12시간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가, 나 지역 모두 근무하는 날 내내 잔업을 2시간~3시간 반 정도 실시하고 있었다. 게다가 특근도 가 지역은 1회 이상이 8명, 나 지역은 4회 초과가 10명으로 특근도 상당하였다. 이렇게 업무량이 많다 보니 작업자의 연차 사용도 (가 지역 평균 11.20일 나 지역 7.29일) 못하였다. 그나마 연차를 사용한 이유도 정말 쉴 수밖에 없는 집안 경조사라는 응답이 두 지역 모두 가장 많았다.

 

근골 부담 환경과 긴 노동시간 교대제로 지치는 작업자

업무의 힘든 정도(보그 점수)를 물었을 때 가 지역 평균 11.50점, 나 지역 평균 12.08점으로 두 지역 모두 약간 힘듦 정도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소진 정도를 물었을 땐 육체적으로 항상 지친다는 작업자가 가 지역 1명 나 지역 7명이나 됐으며, 정신적으로 항상 지친다는 작업자가 가 지역 3명 나 지역 4명이나 되었다.

 

그렇다면 노동강도를 결정하는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 가 지역과 나 지역 작업자 모두 주요 원인 중 1순위로 ‘인간공학적요인’을 꼽았다. 좁고 위험한 현장, 중량물 취급, 지게차 운전 등 근골격계 질환에 직접적인 요인이 노동강도를 높인다고 응답한 것이다. 그다음 우선순위도 모두 심야 노동과 장시간 노동을 꼽았다. 가뜩이나 열악한 현장 환경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하는 시간까지 길 것으로 확인되었다.

 

구분

노동강도를 결정하는 주된 원인

① 심야 노동과 장시간 노동

11

14

② 회사의 여러 차례 매각으로 인한 고용불안

0

1

인간공학적요인(반복동작, 부적절한 자세, 중량물취급)

 2

19

④ 노후 도구, 설비, 오일미스트, 소음 등 작업환경 문제

4

5

⑤ 과도한 업무량과 인력부족

2

1

⑥ 현장 조합원의 관심과 참여부족

0

0

⑦ 회사의 안전보건 인지적 경영미흡/부재

1

2

 

10명 중 3명이 근골 환자인 작업자

근골격계 질환 설문 결과 가 지역은 미국의 산업안전보건연구소(NIOSH)에서는 근골격계 질환 증상 기준으로 기준 3 즉, 검진 대상 적업자가 가 지역 9명(30%) 나 지역 11명 (26.8%)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계속해서 지적되었던 인간공학적 요인 부담과 장시간 노동과 교대(심야)노동의 결과로 근골격계 질환 증상자가 상당히 많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치료나 요양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실태를 확인해본 결과 지난 1년간 아픈데도 참고 출근했다는 날의 경우 가 지역 70일, 나 지역 67일로 나타났다. 1년 중 약 240~260일 출근한다고 했을 때 작업자 평균 무려 1/4기간 동안 아픔을 참고 일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근골격계 질환 치료받은 경우, 복귀 후 부담작업이 어느 정도 개선되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개선은 되었지만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응답이 가 지역 8명 나 지역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작업자들이 느끼기에 여전히 실효성 있는 개선으로까지는 나아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근골격계 질환을 줄이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할까 하는 질문에는 가 지역(19명)과 나 지역(13명) 모두 ‘노동시간단축’을 꼽았다. 반면에 노동강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가장 많이 지적되었던 인간공학적 개선은 가 지역 1명, 나 지역 7명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절대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작업자

피로정도를 묻는 설문에서도 현재 피로를 느끼는 원인으로도 1순위로 꼽은 것이 ‘수면의 양과 질 저하’가 가 지역 12명, 나 지역 19명이나 되었다. 게다가 더욱 문제는 몸은 피로한 데 수면 상태도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몇 시간을 잤느냐’는 질문에 대해 주간 근무 시 고작 (가 지역 평균 6시간 30분, 나 지역은 평균 6시간 40분) 정도였다. 야간 근무 시엔 더 심각했다. 가 지역은 평균 5시간 27분 나 지역은 평균 4시간 32분 정도 밖에 안 되었다. 절대적인 수면 시간이 짧다 보니 수면의 질 역시 좋을 리 없었다. 특히 야간 근무 시 수면의 질이 아주 나쁘다고 응답한 작업자가 가 지역 3명(10%), 나 지역 5명(39.5%)이나 되었다.

 

근골격계 유해요인 개선과 장시간 심야노동 개선해야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중 설문조사 분석 결과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첫째 골병 환자에 대한 조속한 의학적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 설문분석결과 전체 작업자의 30%가 근골격계 질환 검진 대상자일 만큼 현장엔 근골격계 질환 환자가 많았다. 따라서 우선 아픈 작업자에 대한 의학적 조치와 산업재해 신청 등 후속 활동이 필요하겠다.

둘째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해 작업장 환경개선을 해야 한다. 작업자들이 노동강도 강화와 근골격계 질환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던 인간공학적인요인 (중량물작업, 반복작업, 서서작업 등)과 소음, 분진, 덥고 추운 실내 환경 등의 작업장 환경개선을 실시해야 한다. 또,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해 치료와 예방 관리 프로그램 마련도 필요하겠다.

마지막으로 중/장기적 과제로 노동시간단축과 심야노동을 개선해야 한다. A 사업장의 경우 작업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반드시 노동시간단축과 교대제(심야노동)를 개선해야 한다. 작업자들 역시 설문조사를 통해 근골격계 질환 을 예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노동시간 단축을 우선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시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이므로 이번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계기로 노사가 중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머리를 맞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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