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5. 지역 주민의 힘으로 안전한 세상 만들거예요! /2016.11

지역 주민의 힘으로 안전한 세상 만들거예요!

- 평택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지난 9월 평택 지역에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 (이하 건생지사)이 출범했다. 이번 일터 특집 기획 주제를 화학물질로 정하면서 관련해서 활동을 위해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평택 건생지사에 어떤 분들이, 어떠한 이유로 모였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이 인터뷰는 지난 1014일 평택 근로자복지회관에서 평택 건생지사 공동대표 임재현 님, 총무 이태희 님, 사무국장 권현미 님을 만나 진행했다.

 

건생지사는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저희가 사는 지역에 APK(에어프로덕션코리아, 다국적 회사)가스 공장이 들어온다고 주민설명회가 열렸어요. 그런데 주민설명회를 한다고 자세하게 얘기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냥 동네 주민들 오라고 간단하게 문자 메시지만 왔죠. 마침 동대표였던 진희 언니가 들어갔다 왔는데 위험한 공장이 들어온다고 안 좋은 거라고 얘기를 해서 동네 주민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그게 107APK반대 주민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어요.

 

APK가 어떤 공장이길래 위험한 공장이라고 인식하게 되었을까요?

삼불화질소랑 암모니아, 실란 같은 화학물질을 다룬다는 거예요. 그런데 전문가들께 확인해보니 삼불화질소의 경우 반도체 공장으로 들어가면 불산으로 다뤄진다고 하더라고요. 몇 해 전에 수원에 있는 삼성전자에서 불산 누출사고가 있었잖아요. APK공장도 평택에 지어질 삼성 반도체 공장에 가스를 공급하려고 그 근처에 만들어지는 회사니까 당연히 걱정이 앞서게 되었죠. 그런데 회사는 계속해서 불산이 아니라 삼불화질소를 만든다고 주장하고, 나중엔 자꾸 대책위가 불산 사용한다고 주장하면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청구를 하겠다고 해서 저희는 겁이 나기도 하고, 그만둘까 까지도 생각했었어요.

 

이 공장이 삼성전자가 들어오는 것과 굉장히 밀접한 상황이네요?

네 철도와 국도가 지나가는 양옆으로 한쪽엔 APK공장 한쪽엔 삼성 반도체 공장이 들어오는데 철도가 지나가는 땅 밑에 굴을 파서 특수 가스를 공급하기 위한 8개 관을 설치한다는 계획이에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철도와 국도 사이와 지하에 그렇게 위험한 설비를 깐다고 하니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죠.

 

대책위는 어떤 활동들을 했나요?

5만 세대가 사는 아파트 주민들 가운데 6명이 모여서 활동했죠. APK 관계자들은 물론 경기도청, 평택시청 찾아가고, 차에 엠프 싣고 기자회견 하고, 위험한 공장 나가라고 시위도 하고 선전전을 계속했죠. 현수막도 걸었다가 철거되면 또 만들어서 걸고. 지난겨울엔 진짜 추운 줄 몰랐어요. 너무 열이 뻗쳐서요. 조금씩 사건이 알려지니까 뜻을 같이하는 시민들이 후원금을 모아줘서 그 돈으로 현수막이랑 전단지 만들고, 온라인 서명도 1,000명 모아서 시청에 전달하고 그랬어요. 반면에, 우리 사무국장이 화장도 잘 안 하고 수수하게 다니니까 민주노총 사람이다, 선동꾼이라고 색안경 끼고, 돈 얼마 받고 일하냐는 얘기를 들었죠.

 

대책위 활동에 대해 APK, 경기도, 평택시청에서 반응이 있었나요?

APK 본사가 미국에 있는데 남경필 경기도지사, 공재광 평택시장이 거기에 가서 태극기 흔들고 사진찍고 왔죠. 주민들은 이 공장이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이사람들은 이걸 치적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나중엔 남경필 경기도지사 움직이는데 쫓아가서 우리 이야기를 하니까 전혀 사안도 모르고 대화에도 응하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계속 무시를 당하던 중에 평택시가 공장 설립을 빠르게 추진하면서 행정절차를 무시한 정황을 확인했고, 우리가 문제를 제기하니까 그때야 APK, 평택시청, 대책위 대표, 주민대표가 모여서 민//산 합동회의를 하게 되었어요.

 

이 대화에서 성과가 있었나요?

공장 이전은 어렵고, 선진국 수준의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시설비가 예정보다 1.7배 증가하더라도 관을 이중으로 설치해서 안전하게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죠. 이중 배관으로 하면 거기에 질소를 채우는데, 폭발 시에 위험을 줄이는 작용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주민들이 모여서 거대 기업에 운영 방침을 바꾸는 게 쉽지 않잖아요. 우리가 그런 일을 해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나중에 상무라는 사람도 그러더라고요. 삼성을 끼고 들어오는 거라 조금 시끄럽다가 말 거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다고요.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요?

저는 처음에 이 소식 듣고 이사를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여기가 고향인 남편은 얘기를 듣더니 싸워야지 그러더라고요. 평생 살아왔던 터전이니까 떠나고 싶지 않은 거죠. 사실 이사 갈 형편도 안 되고 여기서 살아야 하니까 싸움을 시작했는데 생면 부지의 사람들과 친자매처럼 하나로 똘똘 뭉쳐서 싸우니까 지역에 대한 애착이 더 생기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한 모성에서 시작해서 아이가 안전한 울타리가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느끼게 되고요.

 

활동하면서 조례가 만들어지기도 했다고요?

저희가 활동하면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해서 일과건강 분들을 만나고 함께 했는데 그 과정에서 유해화학물질 알권리 법 조례를 고민하게 되었고 10월에 지역 시의원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어요. 화학사고 시 주민 고지 사항이 들어간 사례로는 전국 최초인데, 여수도 저희와 같이 10월에 통과가 되었어요. 앞으론 만일 공장에서 화학물질 사고가 났을 경우 주민에게 반드시 상황을 고지하도록 하는 조례거든요.

 

이런 활동을 바탕으로 건생지사를 만들게 되었군요. 앞으로 활동 계획이 있다면요?

대책위에 함께했던 분들과 지역에 있는 50여 분이 모여서 평택 건생지사를 만들었어요. 평택에서 많은 업체가 화학물질을 취급하는데, 그중약 30여 개 업체는 다루는 물질들을 영업비밀이라 공개를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거 보니까 우리 활동에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구미 불산 사고처럼 어떤 화학물질을 쓰는지 지역 주민들이 모르면 결국 그 피해는 우리가 받는 거잖아요. 앞으로는 화학물질 알권리 이런 문제를 위해서 싸워야겠죠. 그런데 한편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해요. 이해관계 당사자들과 트러블이 생기는 일이기도 하고, APK 하나하고 싸우는데 1년이 걸렸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 막막하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한번 해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