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4.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하게 살고 싶다 /2016.11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하게 살고 싶다

 


재현 선전위원장



온 곳곳이 화학물질이다. 화학물질로 만드는 상품으로 인해 사람들의 삶이 더욱 편리해지고 윤택해진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 화학물질이 너무나도 위험하다. 그런데 관리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특히 한국사회에 정부와 기업은 안전보다 늘 이윤을 우선한다. 그렇다면 이 사회에서 모든 구성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건 뭘까?

 

내가 뭘 사용하는지 조차 모른다

올해 초 삼성반도체 3차 하청에서 일하던 20대 파견 노동자가, 공장에서 사용한 메탄올로 인해 시각을 잃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메탄올이 문제가 되자 노동부는 물론 조직된 노동조합에서도 현장의 메탄올을 혹시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이렇게 한국의 노동자들은 자신이 어떤 물질을 사용해서 일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불확실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만일 독성물질로 인해 일하던 노동자가 아프거나 병에 걸리면 사업주는 돈 몇푼 쥐어주고 이 사건을 묻어버리면 그만이고, 만에 하나 걸리더라도 원청은 책임을 하청, 파견업체에 떠넘기고 솜방망이 처벌 혹은 꼬리차르기 식 처벌로 끝난다. 이러니 사업주들 태도는 바뀌지 않는다.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고 우기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산업재해 승인을 위해 노동자가 입증 책임을 규명해야 하듯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 질병 또한 늘 노동자들 그리고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주변 공장 주변의 지역 주민들이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이때 기업들은 현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을 경영상의 이유로 영업비밀이라 주장하고, 남용하다 보니 2015년 산업안전보건공단 조사 결과 화학물질 중 66% 제품에 영업비밀이 적용되는 실태다. 화학물질에 따른 위험성의 원인을 규명하고 입증해야 할 책임이 기업이 아니라 거꾸로 노동자에게 떠 맡겨져있다. 이런데다 화학물질 제조사들은 새로만들어진 화학물질의 독성 정보를 검증하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다. 이러다 피해가 발생하면 책임은 오롯이 일하는 노동자, 지역 주민이 지게 된다.

 

대처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상황이 이러한데 정부를 믿고, 두고만 볼 수가 없다.1970년 산업화 시작 이후 중화학공업 산단, 공단들은 어느덧 노후화 되었고 낡아버렸다. 당시에 비해 화학물질 사용량 또한 급증하였기 때문에 화학물질 사고 위험성 또한 당연히 높아졌다. 게다가 화학물질만은 아니지만 한국 사회 안전 대책 시스템은 취약하기 이를데가 없다. 화학물질의 경우 관련해서 전문가도 소수일뿐더러 사고 시 작업자, 지역 주민, 소방관, 공무원 등 그 누구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거나 배우지 못했다. 사고를 해결하는 시스템, 프로세스가 없는 것이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를 목도하고 최근 구의역 참사까지 경과하면서 안전 문제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감수성이 높아졌고, 안전사회에 대한 염원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화학물질로부터 안전과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요구, 행동들 역시 점차 증가하고 여기에 부응하는 운동, 제도 등 대안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1) 무분별한 영업비밀은 중단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첫째 화학물질 알권리를 방해하고 딴지 놓는 기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어떠한 이유로 경영상 영업비밀이 지켜져야 하는 지 그 자체에 대한 시비걸기가 필요하다. 지난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때 고용노동부에게 삼성으로부터 반도체 공장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와 안전보건진단 보고서를 받아 제출하라고 요청한 일이 있었다. 이때 고용노동부는 상당부분 내용을 가리거나 수정한 자료를 제출하다. 기업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고 보장한다는 이유로 그렇게 행동한 것이다. 노동자의 편에 서야 할 고용노동부의 처사라니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졌다. 이 사례처럼 기업의 영업비밀이 남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2) 돈벌 궁리만큼 책임 또한 궁리해야 한다

화학물질을 제조 및 판매하고 사용하는 기업은 돈 벌이만 궁리하는 것이 아니라 화학물질 관리 시스템 마련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노동자와 공장 근처 지역 주민, 소비자들이 노출되어도 안전한 화학물질을 만들고 사용해야 한다. 만일 위험하고 독성이 있는 화학물질을 만들고 판매했다면, 그 제품을 유통하고 직접 사용하게 될 노동자, 지역 주민과 소비자에게 화학물질의 독성과 예상 피해, 사고 발생 시 대처법 등을 알려야 한다. 이때 탐욕에 눈이 먼 기업이 스스로 대책을 세울리 만무하므로 정부가 기업들이 이러한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강제하고 어길 시 그에 따른 책임을 묻게 하는 법, 제도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3) 안전한 화학물질로 대체해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자, 지역주민, 소비자의 안전과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독성 화학물질을 쓰지 않기 위해 사회 구성원 전체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물론 가장 어려운 이야기일수 있다. 그러나 화학물질 알권리를 보장하고 사고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기업이 책임지게 하는 문제들 역시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사람의 생명을 빼앗아 가고 고통을 주면서까지 사용하는 화학물질은 폐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대체 물질을 개발할 수 있 인적, 물적, 제도적 등 시스템을 마련하면서 차츰차츰 물질을 대체해가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그런점에서 최근 기초지차체는 물론 산단 내 노동자, 지역 주민의 화학물질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운동이 활발해지는 과정에서 이른바 화학물질 알권리 조례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조례에 따라서 화학물질을 많이 사용하는 공장은 사용 실태도 보고하고, 화학물질에 따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시스템도 마련하도록 했다. , 개별 기업과 지자체, 노동자, 주민들이 함께 협의체를 구성하여 이해 당사자들의 고민과 대안을 제도를 만들거나 정책을 만들 때 반영하기 위한 애씀도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