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이미 7년을 이어온 고통, 더는 강요하지 말라 - 반올림

이미 7년을 이어온 고통, 더는 강요하지 말라.   


지난 8월 21일, 서울고등법원은 삼성반도체 노동자였던 故황유미ㆍ이숙영의 백혈병이 직업병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업무수행 중 벤젠 등의 유해물질과 전리방사선 등에 노출됨으로써 백혈병이 발병하였거나 촉진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다”고 했다. 근로복지공단의 항소로 인해 3년이라는 시간이 더 걸렸을 뿐, 사실상 2011년 6월에 있었던 원심 판결과 같은 결론이다. 아니, 반도체 공장의 위험성은 더욱 분명해졌다. 고등법원은 원심 판결과 달리 “설비 고장 등 비정상적인 상황에서의 고농도 노출”도 고려하였고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도 질병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였을 것”이라 했다.


무려 7년이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딸을 백혈병으로 잃은 아버지가 딸의 사망 원인을 밝혀내겠다며, 그 공장의 위험성을 세상에 알리겠다며, 홀로 거리로 나선지 7년이 지났다.


그 7년의 고된 시간에 대하여, 근로복지공단은 이제라도 사죄하여야 한다. 공단이 애초에 재해조사를 잘 하였다면, 사측이 제공하는 자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재해노동자 측의 진술에 더 귀를 기울였다면, 반도체 공정의 특수성과 사측의 자료 왜곡ㆍ은폐 문제까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고려하였다면, 필요치 않은 시간이었다. 3년 전 서울행정법원이 공단 판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불승인 처분을 취소하였을 때, 그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기만 하였더라도 크게 줄일 수 있었던 고통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근로복지공단은 이제라도 법원의 판결을 수용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상 제도의 올바른 운영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고, 산재보상 제도는 일하다 다치거나 병든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치료비와 생계비를 보장해 주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법원은 산재보상 제도의 그러한 취지를 고려하여 이미 여러 차례 직업병 인정 기준을 확대하는 판결을 내려왔고, 이 사건 법원 역시 그러한 취지에서 두 차례에 걸쳐 같은 결론의 판결을 내렸다. 만일 근로복지공단이 또 다시 법원의 판결에 불복한다면, 이는 본연의 존재의의와 역할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이미 오랜 시간 이어온 유족들의 고통을 더는 강요하지 말라. 

근로복지공단은 법원의 산재인정판결을 즉각 수용하라.


  2014. 9. 2.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