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7월 18일 고시된 ‘구로단지 첨단화 계획’은 과거 산업단지 개발계획과는 크게 달랐다. 정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지원 주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는데, 아파트형 공장이 산업생산의 공간으로 활용되기 보다는 시세차익이나 준공 이후 임대수익을 위한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산업용지 상승률은 전국의 지가 상승률보다 무려 12%포인트 이상 높았다. 2004년에는 지대가 무려 48.8%나 상승했다. ‘구로단지 첨단화 계획’은 부동산 가격만 올려놓았고, 제조업은 정상적으로 영위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뿐만 아니었다. 2009년 12월, 정부는 2단지 전체를 지식기반산업 집적지구로 지정해 지원시설 면적의 50%에 대해 소매업(아웃렛)을 허용하는 형태로 관리계획을 수정했다. 부를 생산하는 산업자본이 아니라 이익을 분배하는 상업자본이 지식서비스산업이라는 명목을 앞세워 국가산업단지에 들어올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2010년 10월 정부는 QWL 밸리를 내세워 구조고도화 사업을 본격화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2010년 4월과 7월, 산집법과 그 시행령을 연달아 개정해 공동주택(원룸), 극장, 호텔 등의 시설이 들어올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시켰다. 반월․시화는 물론, 창원, 대구 등 전국의 수많은 공단에서 부동산 임대수익을 노리는 오피스텔 건물이 공단 내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반월․시화,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는 호텔도 들어서게 된 것이다. 임대업을 앞세운 투기자본, 서비스산업을 앞세운 상업자본이 국가산업단지 내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013년 9일 수립된 서울디지털산업단지 구조고도화 계획은 6개 지역을 재개발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산업시설 및 공공시설을 상업자본, 임대자본이 들어올 수 있는 지원시설로 용도변경하고 주거시설이 추가로 들어올 수 있게 해서,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생산자본이 아니라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임대사업을 유치해, 부동산 시세 차익을 꾀할 수 있는 수익구조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이것은 국가산업단지로서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존립을 뿌리째 흔들고 말 것이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노동자들의 임금은 점점 하향 평준화되고 있고, 전국평균보다 적게 받으며, 더 많이 일하고 있다. 지대 부담이 높아지면 기업주들은 그 손실분을 만회하고자 임금을 매우 낮게 억제시키려 한다. 부동산 시세차이를 누릴 수 있으면 기업주들은 사업을 포기하고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철수해버린다. 상업자본과 투기자본의 수익이 극대화되면 노동자들의 고용은 불안해지고 임금은 억제될 뿐이다. 공단구조고도화사업은 이런 결과를 더 부추길 뿐이다.
2013년 제출된 ‘서울디지털산업단지 구조고도화 사업계획’에는 노동자의 상태가 어떤지 돌아본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높아만 가는 공단 땅값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 대책도 없다. 녹지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노동조건이나 복지문제를 개선하려는 의지조차 발견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의 근본적인 이유는 노동자들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수렴하려는 의지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해 저임금․저소득 노동자의 주거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전할 수 있는 지원시설 부지나 공공시설 부지를 녹지로 조성할 방안을 세워야 한다. 노동자 복지시설을 늘릴 수 있는 여지는 없는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국가산업단지로서 순기능을 할 수 있는 생산적 자본이 들어올 수 있도록, 투기적 요소들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공단 50년, 노동자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되돌아보고자 한다면, ‘서울디지털산업단지 구조고도화 사업계획’은 전면 재검토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