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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6월호_현장의 목소리]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의 뿌리를 키워낸 한국 기업들 -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활동가 인터뷰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의 뿌리를 키워낸 한국 기업들 -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활동가 인터뷰 김다연 상임활동가 2월 1일 새벽 미얀마 쿠데타가 일어난 지 벌써 4개월이 지났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5월 30일 기준, 사망자만 840명에 이른다. 쿠데타 기간이 하루 늘어날수록, 다음날 7명이 새로운 사망자로 집계된다. 지금 지나가는 몇 시간, 몇 분이 곧 사람 목숨이다. 미얀마 시민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걸 명확히 자각한 채로, 오늘도 불복종 운동을 버텨내고 있다. 이들의 투쟁에 발맞춰, 한국 사회도 연대의 움직임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장의 한복판에서 있는 국제민주연대의 나현필 활동가를 만나, 그간의 연대와 현재의 고민이 무엇인지를 들을 수 있었다. 적극적으로 대응한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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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6월호_현장의 목소리]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의 뿌리를 키워낸 한국 기업들 -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활동가 인터뷰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의 뿌리를 키워낸 한국 기업들 

-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활동가 인터뷰

김다연 상임활동가

 

 

▲ 미얀마 시민들이 군부에 쓰러져가는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기업이 미얀마 군부와 사업으로 이어져 그 돈이 고스란히 군부로 들어가고 있다. 나현필 활동가는 한국 기업이 해외 사업 시 인권침해에 대한 예방책을 마련하게 하거나, 실제 문제 발생 시 정부에서 특별하게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2월 1일 새벽 미얀마 쿠데타가 일어난 지 벌써 4개월이 지났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5월 30일 기준, 사망자만 840명에 이른다. 쿠데타 기간이 하루 늘어날수록, 다음날 7명이 새로운 사망자로 집계된다. 지금 지나가는 몇 시간, 몇 분이 곧 사람 목숨이다. 미얀마 시민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걸 명확히 자각한 채로, 오늘도 불복종 운동을 버텨내고 있다.

이들의 투쟁에 발맞춰, 한국 사회도 연대의 움직임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장의 한복판에서 있는 국제민주연대의 나현필 활동가를 만나, 그간의 연대와 현재의 고민이 무엇인지를 들을 수 있었다.

적극적으로 대응한 한국 정부, 하지만 기업 투자 영역 제재는 빠져

한국 사회의 대응은 크게 정부와 시민사회 두 축에서 이뤄지고 있다. 다행히 한국 정부는 비교적 빠른 조치를 보였다. 전략물자와 무기 수출을 금지하고, 미얀마 군경과의 협력을 중단했으며 미얀마에 지원했던 유무상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모 조정, 국내 미얀마인들의 체류자격의 연장 등 미얀마 군부에 제재를 걸었다. 나현필 활동가는 정부가 가장 핵심적인 제재방안인 '미얀마 군부와 사업하는 한국 기업들에 대한 조치'를 배제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정부의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작년 홍콩과 태국 시위에 이어 이번 미얀마 민주항쟁 국면까지, 광주 민주항쟁이 국제 사회에서 호명됨에 따라 한국 시민사회에서 정부의 연대를 강력하게 요청하는 흐름이 있는 것 같아요. 이미 현 집권당이나 보수진영 모두 미얀마 문제와 친연성이 있었고, 여기에 일련의 강력한 사회적 요구들이 결부되면서 미얀마 군부 제재 결의안이 굉장히 빨리 나왔어요. 이례적이었죠. 저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필요한 내용을 담았고요. 그런 점에서 정부 조치가 의미는 있었다고 보는데, 역시 비판지점은 있죠. 가장 핵심적인 한국 기업 투자를 다루지 않았어요. 현재 정부가 미얀마-태국 국경지역에 난민들을 수용할 수 있는 '코리아 세이프 존'을 건설하고 있는데, 사실 정작 군부를 저지하는데 중요한 방안은 한국 기업들이 군부와 결탁해 진행하는 사업을 제재하는 거예요."

미얀마 군부의 무력, 경제력을 키워낸 한국 기업들

2015년도에 아웅 산 수 치 국가고문을 위시한 민족주의민족동맹(NLD)이 첫 문민정부를 열기 전까지, 현재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는 1988년부터 미얀마를 통치했다. 군부의 미얀마 인권침해 문제는 꾸준히 문제가 됐으나, 포스코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미얀마에서 군부와 결탁해 사업을 해왔다.

바세나르 협정 가입국인 한국 정부는 군부 정권인 미얀마를 '방산물자 수출 요주의 국가'로 지정하고 군수물자 수출을 매우 엄격히 제한하고 있었지만, 2001년 현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전신인 대우인터내셔널은 포탄 생산 공장설비와 기술자료를 넘기는 계약을 맺고 사업을 진행했다. 이는 군수물자가 아닌 '일반 공작기계류'를 수출하는 것처럼 꾸몄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사건은 2006년에 적발됐다. 또한 대우인터내셔널은 천연가스를 채굴하는 슈웨 가스전 사업으로, 군부가 어마어마한 돈을 거머쥘 수 있게 했다. 가스전 개발 및 파이프라인 건설 과정에서 현지 주민들의 토지를 강제 몰수하고, 강제노역이 일어나는 등의 인권침해 문제가 발생한 것은 물론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면서 가스전 사업을 운영하게 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해당 사업 지분 중 51%를, 한국가스공사는 8.5%를 소유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의 자금줄이 되는 미얀마국영석유가스회사(이하 MOGE)는 25%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 매년 2~4천억의 배당금을 받는다. 이렇게 MOGE가 여러 가스전 사업으로 취하는 돈은 연간 약 1조 5천억 원으로, 미얀마 정부 예산의 10%에 달한다. 가스전 사업에 대한 제재가 절실한 이유다.1) 한국 기업들이 미얀마에 수출한 기술과 거둬들인 돈은, 미얀마 군부가 자신들의 무력과 경제력을 증강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

한편 쿠데타가 일어난 지 3개월이 넘어가는 무렵인 5월, 군부는 무기를 구매하기 위해 중국과 함께 UN의 미얀마 제재를 반대하고 있는 러시아로 사절단을 보냈다. 한국 기업이 미얀마 군부와 함께 거둬들인 막대한 부는 결국 군부의 통치 권력을 유지를 위해 미얀마 시민들에게 쏟아내는 포탄과 총알이 됐다. 그리고 그 돈은 국내에서도 돈다.

UN과 아세안의 국제적 개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군부가 막대한 수익을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는 한, 쿠데타와 학살이 쉽게 멈출 리 만무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그에 기여하고 있다. 나현필 활동가를 비롯한 시민단체의 활동가들과 시민들은, 그중에서도 가스전 사업을 운영하는 포스코와 군부의 결탁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압박을 가해 왔다.

"군부의 로힝야 학살 때문에 UN에서 보고서를 냈었어요. 그래서 저희도 작년 11월 쿠데타 전에 이미 인권위와 한국의 OECD 가이드라인 연락사무소, UN기업과 인권 실무그룹 이렇게 3곳에 진정을 넣었어요. 인권위에서는 인권위의 조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아 기각됐고요. 한국 정부가 운영하는 산업통상부 소재 연락사무소2)는 벌써 5월 말인데 1차 평가도 안 내고 있어요. 한국 연락사무소의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친기업적인 부서이다 보니 그동안 연락사무소의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OECD 가입국가들에는 이 연락사무소가 다 있는데, 다른 나라에서도 아주 잘 된다고 할 순 없지만, 한국에선 특히 잘 안 돼요.

두 번째는 '포스코·한국가스공사 미얀마 군부와의 관계 단절 촉구 서명운동'인데요. 만 명 서명 채우는 데 1달 걸렸어요. 미얀마 시민들의 불복종 운동과 군부 규탄에 대해서 시민들이 지지를 많이 하는데도, 한국 기업의 사업 제재에 대해서는 만 명 서명받는 것도 참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사업까지 못 하게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냐 돈도 많이 버는데' 이런 정서가 있는 것 같아요. 서명 전달하고, 기자회견도 계속하고, 국회 대응도 하고 있는데 포스코가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소송도 대규모 캠페인도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더 수위를 올려야 하는지가 가장 큰 고민이에요."

인터뷰 다음 날인 5월 28일, 포스코는 MOGE로 지급되는 배당금의 일부를 지급 중지하기로 했다. 역시 미얀마에서 가스전 사업을 운영하는 프랑스 에너지그룹 토탈과 파이프라인 수익금 수십억 원을 지급 중지한다는 입장이 발표된 이후였다. 포스코보다 토탈에서 먼저 그런 반응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토탈의 파이프라인과 관련해서 인권침해를 당한 주민들이 미국법원에 소송을 낸 적이 있어요. 미국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어서 소송에서 지면 어마어마한 배상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법적 공방하다가 합의했어요. 토탈이 합의금으로 막대한 금액을 줬고요. 그런 경험이 있다 보니까 이번처럼 선제 조치를 하는 거죠."

하지만 토탈과 포스코에서 지급 중지할 배당금 액수는 전체 가스전 사업 수익금의 아주 일부에 불과해 실질적인 압박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미얀마에서 군부에 자금을 댈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은 포스코뿐만이 아니다.

"많이 부각은 안 됐는데, 이노그룹이라고 있어요. 2007년에 시작해 현재 미얀마에서 건설, 환전소, 대출사업 등 14개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어요. 이노시티라고 군부가 쓰던 양곤 지역의 토지에서 우리로 치면 호화 아파트 주거단지 건설사업을 2007년부터 하고 있는데, 군부와 유착되지 않고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사업이거든요. 또 최근에 이노그룹이 미얀마에서 운영 중인 의류 공장에서 군복을 생산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어요. 쿠데타 이후에도 군복을 생산하고 있다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죠. 언론에 알릴 준비를 하고 있어요."

해외 지역민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사업을 막을 시스템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미얀마 시민들의 인권침해로 이어지는 사업 규제를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 나현필 활동가는 한국 기업이 해외 사업 시 인권침해에 대한 예방책을 마련하게 하거나, 실제 문제 발생 시 정부에서 특별하게 개입할 수 있는 지점이 없는 시스템을 핵심적인 문제로 꼽았다. 그런 만큼 현재는 곧 있을 대선 전에 국회가 그러한 시스템을 위한 입법을 하도록 하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그런 시스템은 징벌적 손해배상과 같은 확실한 처벌 규정을 두고, 이를 우려해서라도 기업이 인권침해의 문제를 예방하거나 사업 자체를 재고하도록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토탈의 사례처럼 2016년에 포스코의 가스 터미널 주변 토지수용 문제를 두고 현지 농민들이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어요. 근데 5년이 지난 지금까지 1심 판결도 안 나고 있어요. 기업이 잘못하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선례가 생겨야 기업들도 조심할 텐데, 한국은 아직 그런 게 안 돼 있죠. 그래서 저는 이 판결이 중요할 거라고 봐요. 중대재해처벌법과 마찬가지로요. 기업들이 예방할 수 있게 장려하는 방식들도 계속 가야 하지만, 처벌이 반드시 동반돼야만 가장 확실한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해요."

포스코는 기업의 윤리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사회적 책무를 다 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기업을 평가하는 ESG(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 기준 중 최고등급을 받았다. '사회적 책무를 다한 기업'이라는 타이틀과 시민들을 공격할 무기들을 사들이고 있는 미얀마 군부에 자금줄을 대고 있는 기업이라는 현실 사이 거리가 아득하다. 포스코는 국내에서 2018년 이후, 올해 2월까지 산재사망만 19명을 낸 기업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더더욱 그렇다.

"포스코가 근데 군부에 결탁했다고 해서 주가가 떨어지는 건 아닐 것"이라는 나현필 활동가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기업활동은 어쩔 수 없지'라며 눈 감는 우리는 도처에 있다.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되지만, 한편 그것은 우리 사회적 인식의 단면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기에 마음이 무겁다. 무고한 시민들을 죽이고 체포하고 구금하는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면서, 동시에 한국 기업과 우리의 현주소에 무감해도 괜찮을까. 한국 기업들이 미얀마를 비롯한 다른 국가에서 어떻게 사업을 하고, 그곳의 사람들은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봐야 할 시점이다.


1) 2017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군부가 로힝야족 학살을 일삼던 시기에 ‘대민 지원용’ 선박이라는 명목으로 포장해 군함을 대리 구매까지 해줬을뿐더러, 현재 양곤의 군부 소유 땅에서 롯데호텔과 함께 호텔사업도 유지하고 있다.

2) 기업이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진정이 들어오면 1차 평가를 해서 기업들이 가이드라인 위반할 소지가 있는지를 판단해, 필요하다면 정부가 테이블을 주선하고 기업을 불러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