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_현장의목소리] 직영화 파업투쟁 승리는 노동자와 가입자의 권리 지키는 길-국민건강보험공단 김숙영 고객센터지부장 인터뷰-

 

직영화 파업투쟁 승리는 노동자와 가입자의 권리 지키는 길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숙영 고객센터지부장 인터뷰-

 

1577-1000, 국민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에 볼일이 있을 때 이용하는 전화번호다. 하지만 통화가 되기까지 여러 번의 전화 시도와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몇 십분 동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연결되어 주민번호를 눌렀어도 개인정보에 관한 몇 가지를 더 확인 후 용건을 물어본다. 공단의 실무담당자와 통화가 필요한 경우 바로 연결되지 않고 민원인의 연락처를 남겨 담당자가 다시 전화를 주는 민원인에게는 매우 불편한 시스템이다. 건보공단이 왜 이렇게 복잡하게 일할까? 풀리지 않은 의문은 69일 오전 수원에서, 하루 전 무기한 파업투쟁을 선포하고 바쁜 일정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신 건보공단고객센터지부 김숙영 지부장과의 인터뷰에서 말끔히 해소되었다.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있는 건보공단

인터뷰 하루 전 무기한 파업을 선포한 기자회견이 있었다. 지난 2월 파업 투쟁 후 이번에는 초강수를 결의한 것이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 이유를 먼저 물었다.

“2019년 12월 4일 지부 설립신고를 했고, 21일 제가 선출되고 그때부터 끊임없이 건보공단에 대화를 요구했어요. 노동 강도가 강하고 노동환경이나 처우가 너무 열악했어요. 12개 센터에 11개 도급업체를 교섭해야 하는 상황이라 원청인 건보공단에 대화를 요구했는데 안 만나줬어요.”

“2020년 대구 고객센터에서 감염으로 휴업이 들어가고, 구로고객센터에서 집단 감염이 되면서 건보공단에 조치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저희는 공단 직원이 아니니 위탁업체에 얘기하라는 거였어요. 위탁업체는 책상, 컴퓨터, 의자, 장소, 인력 모든 것을 건보공단이 하기에 설치를 마음대로 할 수 없어 해줄 수 없다는 거예요. 그 후 정부에서 발표한 가림막과 마스크, 유연근무 등 가이드가 있었어요. 건보공단에서 취해 준 조치는 앞면 가림막이었어요. 1인 시위해서 얻은 게 옆면 가림막이었고요.”

“마스크도 2020년 4월 위탁업체가 바뀌면서 일주일에 한 개씩 주는 거예요. 너무너무 스트레스였어요. 하루에 120~130건 콜을 받는데 한 시간 정도만 일하면 마스크 안에 습기 차고 열감 있으니 발열 생기고, 민원인들이 말소리 안 들린다고 뭐라 하니 배에 힘주고 큰소리로 얘기하는 상황들이 벌어지면서 구토, 두통, 발열이 심해지는 거예요. 구로센터에서 가족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고, 임산부, 기저질환자, 가족 중 환자나 노약자가 있는 분이 있으니 불안하고 고통이 심했어요. 건보공단, 위탁업체와 같이 만나서 대책을 세우자고 했으나 만나주지 않았어요.”

“2월, 24일간 파업하는 동안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파업할 수 없는 상황, 시민대책위의 중재시간이 필요하고, 국민들의 고통이 있어서 현장으로 들어가서 현장투쟁을 하면서 건보공단이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언제든 파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들어갔어요. 3~5월이 지났는데,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진전이 없으니, 조합원 입장에서 이 상황을 두고 볼 것이냐,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를 통해서 이 논의를 하겠다고 하면서도 고객센터지부는 들어오지 말라고 하고, 들어오려면 정규직노조와 같이 들어오든지, 둘 다 빠지든지 하라는데 사실 당사자는 저희거든요. 당사자는 빼고 전문가와 공단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도 모르는 곳에서 저희 내용을 결정한다고 하니 지난번처럼 강력하게 항의할 수 없는 거죠. 이번에는 마무리를 하자는 의미로 무기한 전면 파업을 결의하게 되었어요.”

 

힘겹게 코로나19 상황을 이겨내고 있는 상담사들

구로고객센터의 집단감염은 밀폐된 공간에서의 감염 위험성으로 주목받았던 사건이기도 하다. 국민건강을 먼저 생각해야 할 건보공단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19 콜에 관한 민원이 폭주하다보니 건보공단고객센터 인원 중 1,623명이 근무하는데 관리자를 제외한 1400명 중 500~600명이 차출되고, 재택근무인원이 빠져나가니 업무도 줄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힘들었죠. 질병관리청 업무로 갑자기 차출되신 분들은 두꺼운 페이퍼북을 놓고 3시간 100명이 넘게 집체교육만 한 후 업무를 해야 하는데 코로나19 상황이 수시로 바뀌었어요. 고객입장에서 시원한 답변을 못 받으면 면박을 줄 수밖에 없고, 저희는 스트레스를 이중으로 받고 있었지만 건보공단을 여전히 묵묵부답이었어요. 정부에서 코로나19 단계를 3단계로 올려 재택근무를 30%로 올려야하는데 저희는 10%로 떨어뜨렸어요. 국가의 재난적 상황에서 개인정보를 이용해서 업무하는 자는 예외라는 거예요.”

 

상담품질보다는 콜 건수로 평가하는 시스템

공공기관 위탁업체는 한정된 도급비로 인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위탁으로 인한 문제는 단지 임금뿐만이 아니었다.

“임금교섭이 중요했던 이유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친절하고 정확한 안내가 가장 중요한데 도급업체가 운영하다보니 콜 수로만 생산성을 판단하는 거예요. 5분 동안 통화할 내용도 최대한 2분 30초로 줄이는 사람들이 월급을 더 많이 가져가는 거예요. 복잡하고 어려운 상담은 오래 걸리고, 단순한 것은 금방 해결할 수 있잖아요. 그것은 내가 노력해서 되는 것이 아닌데 콜 수로만 평가하는 건 제대로 반영하는 게 아니죠. 그리고 ‘고객님 제가 확인해보겠습니다.’하고 시간이 몇 초 지났느냐에 따라 점수가 달라요. 그러나 고객은 상담사가 정확하게 찾아서 안내해주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이 더 중요한 것은 아니거든요. 업무가 방대하다 보니 오래 걸릴 수도 있고, 고객님께 양해를 구하고 찾아서 전화드리겠다고 하면 좋은데, 그것은 건수에 안 들어가요.”

“인센티브는 0~40만 원 가져가는데 40만 원 가져가려면 160콜 이상은 받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죽어라 일해야 해요. 200콜 받으면 점수를 3점 준다고 하면 화장실도 못 가고 일해야 해요. 이런 노무관리가 고객센터의 기능을 훼손하는 첫 번째거든요. 건보공단에서는 220만 원을 직접 인건비로 주라는데 위탁업체는 최저임금만 주고 나머지는 인센티브로 나눠주다 보니 세전 금액이 220만 원을 제대로 받아가는 사람은 130명 중 3~5명 정도밖에 안 되는 거죠. 이런 게 노동자 건강을 다 해치는 거죠.”

 

국가는 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국가는 국민의 개인정보를 관리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이 정보를 민간업체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그것도 2년마다 바꿔가면서 말이다.

“몇 가지로 본인확인 후 고객의 정보가 열리는 순간 상상 이상의 개인정보가 나타나요. 재산 상태나 해외출국내역은 물론이고 현재의 배우자가 몇 번째인지, 자녀가 입양아인지 아닌지, 범죄여부 등 그래서 경찰 쪽에서 자료협조요청을 많이 하죠.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관계에 있는 사람, 직장의 정보까지 조회가 돼요. 그런데 민간위탁업체는 2년에 한 번씩 바뀌어요. 그 부분도 상당히 찝찝한 부분이죠. 고객센터에서 취급하는 국민의 개인정보에 대해 건보공단이 공적 책임을 지라는 게 저희의 요구인 거죠. 2월에 쟁의권 확보하고 첫 번째 요구가 이 문제에 관해서 건보공단 이사장과 대화하자는 것이었어요.”

 

4대 보험 고객센터 중 건보공단만 직영 안 해

건보공단 고객센터가 2006년부터 위탁되었고, 16년이 지난 시점에 직영화 요구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했다.

“문재인정부가 2017년 5월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하고, 4대 보험 중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을 다루는 곳은 2019년 이후 모두 정규직 전환이 됐고, 건보공단만 남아있어요. 보건복지부 고객센터는 처음부터 직영화로 출발했고,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공적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므로 고객센터가 직영화 되었어요. 건보공단이 규모가 가장 크고, 업무도 복잡하고 많은데 아직까지 안 되고 있어요. 정부는 비용의 문제로만 보고 너무 많다 직원이 반대한다는 핑계만 대고 있죠.”

“가입자 입장에서 전화하시면 업무기능에 맞게 건보공단 직원이 처리하는 게 맞죠. 그렇다고 해서 저희가 공단직원처럼 되겠다는 게 아니라 건보공단의 1,069가지의 상담업무를 공단에서 책임지고 운영하라는 것이거든요. 고객센터에 있으면 건보공단의 전반적인 업무와 시시때때로 변경된 내용을 알아야 상담할 수가 있거든요. 상담업무에 있어서 2년마다 바뀌는 도급업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1도 없어요.”

 

파업투쟁은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넘어 가입자의 권리를 지켜내는 길

공공기관에서 가장 힘든 일은 민원을 접수하고 처리하는 것이다. 위험은 외주화된다는 말이 일치되는 대목이다. 방광염, 신우신염을 앓는 사람도 많고, 성대결절, 혈액순환 불순, 시급하게 대책이 필요한 근골격계질환 등 다양한 업무상 유해요인에 노출되어 있었다. 고객센터 상담사의 감정노동은 익히 알려진 바 있다. 감정노동예방매뉴얼이 존재하고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한다. 고통의 사슬을 끊을 직영화 투쟁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물었다.

“약간의 임금이 오르거나 처우개선 하는 정도 가지고는 업무평가, 인사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우리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우리가 힘들다고 어렵다고 덮고 간다면 5년이든 10년이든 이 상태로 간다고 생각하거든요. 처음 말을 꺼냈을 때는 건보공단이 아예 만나주지도 않았어요. 이제야 민간위탁사무협의회를 열겠다고 했지만, 정작 노동자들의 목소리와 현장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에는 귀 기울이려고 하지 않았어요. 건보공단이 이게 정말 문제이구나 그러니 뭔가를 해야 하는구나라고 깨달을 수 있는 계기를 이번 파업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의를 단단히 해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후회하지 않을 만큼 있는 힘을 다해서 싸워봐야죠. 우리의 요구가 정당하기 때문에 아무리 생각해도 노동환경을 바꾸고 노동권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미래에 건보공단 가입자의 권리를 지켜드리는 길이라 생각해요.”

 

가입자, 시민들께 드리는 말씀

“입사할 때는 가입자의 한 사람으로 ‘건보공단 1577-1000에 전화할 일이 얼마나 있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일해보니 정말 많은 거예요. 시민들이 시간을 쪼개서 내가 낸 보험료에 대한 권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 전화를 주시는 거잖아요. 법적 테두리 안에서 해결은 다 못하더라도 건보공단에서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정도의 상담시간만큼은 저희에게 보장해달라는 거예요. 몇 콜을 받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내가 가입자한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가치를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만이라도 해달라는 거죠.”

“파업하는 동안 전화연결이 안 되면 얼마나 답답하시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사의 근무환경뿐 아니라 가입자의 민원 해결환경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을 기억해 주셨으면 해요. 앞으로 건강보험의 역할이 더 커질 텐데, 그에 걸맞은 고객센터가 되는 기회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가입자 분들이 언론에서 뿌려대는 말에 현혹되지 않고, 객관적 입장에서 저희의 요구가 어떤 것이고 왜 하게 됐는지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희도 최대한 노력해서 좋은 결과 얻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정경희 선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