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목소리] "요금소 수납원이 얼마나 우스웠으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박순향 전국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본부지부 부지부장 인터뷰

지난 6월 30일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43명이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서울 톨게이트 지붕에 올랐고, 500여 명이 청와대와 서울요금소 주변에서 노숙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1심, 2심에서 도로공사의 직접고용 판결을 받았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고 대법원까지 소송을 끌고 간 도로공사가 '자회사' 전환을 내세우며 이를 거부한 노동자들을 일시해고 했기 때문입니다.

연구소 최민 상임활동가가, 전국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본부지부 부지부장 박순향님과의 인터뷰를 전합니다.

http://omn.kr/1ke1c

 

"요금소 수납원이 얼마나 우스웠으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현장의 목소리] 박순향 전국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본부지부 부지부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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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죽음의 행렬... 과로사 없는 우체국 위해 투쟁은 계속된다" 전국집배노동조합 최승묵 위원장

[현장의 목소리]

"죽음의 행렬... 과로사 없는 우체국 위해 투쟁은 계속된다"

전국집배노동조합 최승묵 위원장 인터뷰

 

최민 상임활동가

7월 24일 오전 6시 30분, 최승묵 집배노조위원장이 양천우체국 앞에서 출근하는 집배원들에게 선전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현재 여의도 우체국이 공사 중이어서 양천, 여의도 우체국 소속 집배원들이 모두 양천우체국에서 우편물을 받아 배달에 나섰다. 장시간 중노동하는 집배원의 현실을 보여주듯 오전 6시부터 출근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집배노조는 지난 2년 동안 집배원의 장시간 중노동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해왔다. 2017년 안양과 서광주에서 집배원들이 연달아 자살하고, 노조가 이에 대응하면서 집배원 과로사 문제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한 고발, 사회적 지지와 연대를 모으기 위한 활동, 집배원 노동강도를 평가하고 드러내기 위한 자체 조사와 연구 등 다양한 활동으로 집배원 인력 증원과 완전한 주5일제를 요구해왔다.

긴 진통 끝에 우정사업본부 노사와 전문가가 참여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 꾸려지고, 2018년 10월 22일에 7대 권고 사항이 노사 합의로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약속했던 2000명 인력 충원과 토요택배 폐지를 위한 노력 등은 이어지지 않았다. 우정본부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미적대는 사이 2019년에도 집배원은 계속 죽어 나갔다. 상반기에만 9명이나 되는 집배원이 사망하면서, 집배원들 사이에서 싸워야 한다는 결의가 모였다. 6월 13일 우정 노조, 집배노조 등 집배원이 가입돼있는 노동조합들이 모두 모여 대표자 회의를 열고, 총파업과 공동 투쟁을 결의했다. 6월 24일 총파업 투표에는 94.4% 참여, 92.9% 찬성으로 압도적으로 총파업이 가결됐다.

집배원 과로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파업을 앞두고 언론 반응도 우호적이었다. 하지만 결국 7월 8일 다수 노조인 우정노조는 결국 파업을 철회했고, '노동존중' 정부의 국무총리는 SNS에 '한 번도 파업하지 않은 자랑스러운 전통'과 '우정노조의 충정'을 칭찬했다. 다수 노조인 우정노조의 변심으로 파업은 무산되었지만, 과로사 대응 활동을 주도해 온 집배노조는 여전히 바쁘다. 출근 선전을 마치고 최승묵 전국집배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났다.

"6, 7월 정신없었다. 지난 2년간 집배원 과로사, 중노동 관련해서 노동조합이 해 왔던 활동을 모아내고자 말 그대로 '총력'을 다 해 활동한 시기였다. 우리의 주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얘기하는 노동존중시대, 산재 사망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선언, 노동시간을 1800시간으로 낮추겠다는 약속과 맞닿는 요구였다. 한국 사회 노동자들의 과로사, 장시간 노동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문제로 한껏 확산이 되자 드디어 정부가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 국가 기관부터 선도적, 모범적으로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집배원 과로사 문제를 풀지 않으면 민간영역 그 어디도 달라지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 구성된 후 1년 6개월 동안 집배원 대상으로 전수에 가깝게 조사하고 연구해서 내놓은 결과였다. 집배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우리 노조뿐 아니라 범사회적으로 벌어졌고, 이를 통해 우정사업본부로부터 약속을 받아낸 것이었다.

그런데 우정사업본부는 2019년 초에 이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나갔다. 우편 사업 적자, 경영 위기설을 내놓으면서 현장 노동강도를 더 높였고 무료노동으로 내몰았다. 인력 충원으로 정상적인 노동조건을 만들고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하는데, 인력 충원 없이 초과근무 수당 예산만 반 토막 내놨다. 인원은 늘지 않았는데 2019년 1/4분기 택배가 22.6% 증가했다. 인력은 충원되지 않고 물량은 증가했는데 수당이 줄었다는 게 말이 되나? 많이 일해 적자와 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이었다. 올 초 현장은 '아비규환'이었다. 그러다 5월 12일 부처님 오신 날, 집배원 세 분이 사망했다. 그 뒤에 당진에서 한 분 더 돌아가셔서 상반기에 9명의 집배원이 숨졌다. 그중 공주우체국 34살 이은장 집배원은 비정규직 3년 만에, 정규직 꿈도 못 이룬 채 과로사로 숨을 거 뒀다. 정부나 우정사업본부의 정책이 현장 노동자를 어떻게 죽일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래서 6월 투쟁이 이어졌다. 죽음의 행렬을 멈추라는 강력한 투쟁 요구가 현장에서부터 있다. 우정노조가 파업을 졸속 합의로 철회하면서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하지만 합의의 내용이나 절차를 보면서 우정노조 조합원들이 우정노조의 실체를 깨닫는 계기가 됐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벼락이 한 번 치면 잠깐 세상이 아주 밝아지는 것처럼, 파업을 철회하는 그 찰나의 순간에 그 노조의 실체가 드러나고, 실제로 투쟁을 이끄는 조직의 모습을 집배원들이 똑똑히 볼 수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승묵 위원장은 파업 철회 후에도 집배원들 사이에서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고 본다.

"파업 철회 후 정말 정신이 없었다. 7월 9일 예정 돼 있던 총파업 철회되었지만 현장은 식지 않았다. 현장의 열망도 여전하다. 이를 모아내기 위한 현장 순회와 선전전을 이어가고 있다. 많은 현장 집배원들이 우정노조에 대한 크나큰 실망을 표했다. 보름도 안 되는 사이에 수백 명이 우정노조를 탈퇴했다고 들었다. 지난 2주 사이 우리는 조합원이 200명 늘고, 9개 지부가 새로 설립됐다. 이런 흐름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우체국 출근 선전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노사 간 교섭권이 중요한 이유는 그걸 통해 현장의 노동조건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사측에 지배당하는 어용노조에 교섭권은 의미가 없다. 현장의 자주적인 민주노조가 투쟁할 때 교섭을 통해서보다 현장을 더 많이 바꿔낼 수 있다는 것을 지난 3년 동안 우리가 스스로 보여줬다고 자부한다.

노동시간이나 인력, 업무 환경 등 지금까지도 집배노조의 투쟁으로 현장이 많이 바뀌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에 총파업 가결까지 가게 된 것도, 우리가 집배원 과로사, 중노동 문제를 전방위적으로 알리고, 단호하게 투쟁해 왔기 때문이다. 단체교섭권 쟁취도 중요하지만 투쟁으로 현장을 바꾸고 잘못된 제도를 바꿔 현장이 올바르게 자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집배원이 1만 6천 명인데, 2019년 이내에 조합원 2천 명, 100개 지부 시대를 열기 위해 매진할 것이다." 

▲ 과로사 없는 우체국을 위한 노동조합의 다양한 활동 중 하나가 선전전이다. 최승묵 위원장이 아침 출근 선전전 중이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배원들의 현장이 여전히 뜨거운 이유는 우정사업본부와 우정노조의 이번 합의안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8년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 권고했던 정규직 2천 명 증원 대신, 위탁택배원 750명을 포함한 집배 인력 988명 증원에 합의했다. 인력 충원 규모도 축소됐고 위탁택배원이 증가했다. 우체국 위탁 택배 노동자들은 우정사업본부 자회사 격인 우체국 물류지원단과 계약을 맺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이다. 공공기관 정규직화 기조에도 맞지 않고, 언제든 경영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길 수 있다.

기획추진단이 권고하고 우정사업본부도 받아들였던 '토요근무 폐지 사회적 협약' 역시 '농어촌 지역 집배원 주 5일 근무 체계 구축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 기구 운영'으로 축소되었다. 특히 우정사업본부가 토요근무 폐지를 위한 사회적 협의를 만들어가는 것은 전체 택배 시장과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는 이런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

"과중한 노동을 바꾸기 위해 꼭 필요한 것 중 하나는 '근무 일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고강도 노동을 하는데 충분히 쉴 수 없으면 건강하게 일할 수 없다. 우리는 주 5일 근무를 주장하면서 토요일에 일하는 것을 이슈화해왔다. 사용자 측에서는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일 년 365일 가동하고 싶어 한다. 우리의 구호는 '같이 일하고 같이 쉬자'는 것이다. 정규직은 주말에 쉬고, 특수고용직은 토요일에 나와 토요 택배를 맡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고 본다. 이런 노력이 배달노동자 전체로 확산하기를 바라며 연대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의 토요 택배를 멈출 수 없는 이유가 국민들, 소비자들 때문이라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는 홈쇼핑 등 기업 택배들이다. 배달이 계속되고 이윤이 늘어나는 것을 기업들이 원하고 있다.

택배나 배달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사실 택배는 원가보상률이 1도 나오지 않는다. 하면 할수록 적자라는 얘기다. 택배 시장의 문제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운송료로 과다출혈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걸 배달노동자의 저임금, 건강과 생명이 채워주고 있던 셈이다. 그래서 하반기에는 배달노동자 전체와 소비자 단체를 포함한 범시민사회단체를 망라해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형성해 나가려고 한다.

현장에서는 이와 발맞춰 '토요일에 병원 가자. 토요일에 친구나 친척 결혼식에도 가자'는 운동을 하고 있다. 평일에 장시간 노동을 하다 보면 병원도 못 갈 지경이다. 토요일이라도 병원도 가고, 사회활동, 가정사도 챙겨야 한다. 토요일마저 일하다 보니 절로 골병이 든다. 그런데 우정사업본부는 토요근무 강제 명령을 내리고 거부하는 경우 징계 운운하고 있다. 아파서 휴일에 병원 좀 가야겠다는 사람에게, 일할 사람 없으니 무조건 나오라는 식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대응을 준비하면서, 토요일만이라도 강제 노동을 거부하는 형태의 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다."

집배노조는 7대 권고안에 담겼던 집배 부하량 산출 시스템 개선, 조직문화 혁신 등의 과제가 이행될 수 있도록 강제하기 위한 활동 계획도 세우고 있다. 사람을 기계처럼 여유율도 계산하지 않고 집배 노동의 표준시간을 산출한 '집배 부하량'이 오·남용되는 것을 막는 활동도 과중 노동을 개선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다. 집배노조가 집배원 과로사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노동자의 과로 노동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앞장서고 싶다는 얘기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집배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 강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시간, 노동강도를 만들어가는 집배노조의 거침없는 행보를 기대한다.

"집배원들은 매일 전국의 사업장을 찾아다니며 국민들, 노동자들을 만나고 있다. 작은 영세사업장부터 큰 대기업까지 모든 곳에서 각 노동자가 얼마나 고단할까 생각한다. 과로 노동 문제는 집배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로해서 생명을 잃고, 건강과 행복을 잃는 모든 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우리가 앞장서자는 생각이 강하다. 집배노동자가 그동안 국민들의 지지를 많이 받았는데, 앞으로는 한국 사회의 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배노조가 앞장서 나가고 싶다." 

[현장의 목소리] 공장 담벼락을 넘어, 노동자와 지역 주민의안전한 삶과 일터를 만들자 / 2019.07

[현장의 목소리] 

 

 

공장 담벼락을 넘어, 노동자와 지역 주민의 안전한 삶과 일터를 만들자

 

 

나래 / 상임활동가 

 

 

2014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발생한 화학물질 사고만 15건. 전부 충북에서 발생한 사고의 건수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5월 13일 제천시 한 업체에서 화학물질 폭발사고가 터져 3명이 숨지기도 했다. 사실 이런 사고는 충북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고용노동부의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 산업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 7월까지 4년 7개월간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에서 화학물질에 의한 폭발·파열·화재나 화학물질 누출·접촉으로 사망한 노동자가 총 100명에 이른다. 부상자도 2천169명에 달한다. 유해 위험물을 취급하지만 안전교육을 시행하지 않은 사업장은 총 1천228곳에 달한다.


과연 대한민국에 안전한 곳이 있는지조차 의문인 현실에서 ‘자본의 탐욕으로부터 안전한 삶과 일터!’를 핵심 키워드로 삼는 충북노동자시민회의가 작년 9월에 출범했다. 유해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고민과 활동을 이어나고 있는지 소집권자이기도 한 조남덕 씨를 지난 6월 25일 화요일 청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충북 노동자시민회의 소집권자,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콘티넨탈 지부장 조남덕

 

“저는 자동차 계기판을 만드는 노동자입니다. 회사에서 근무한 지는 23년 정도 됐습니다. 한 곳에서만요. 그리고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콘티넨탈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충북노동자시민회의(이하 노동자시민회의)는 유튜브에 한 청년 노동자가 나와 박근혜가 퇴진하면 나의 삶이 바뀔 수 있는 것이냐고 묻는 동영상이 주요한 출발점이었습니다. 박근혜 퇴진 이후에 촛불의 힘이 실제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일터가 바뀌는 운동으로 발전하고, 노동자와 시민이 그 운동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고민이 있었죠. 그쯤 충북지역의 다이옥신 소각장 문제, 라돈침대 문제가 부각됐던 때이기도 합니다.


노동자는 노동조합을 통해 자신의 일터를 바꾸고, 시민사회단체는 지역사회의 개입을 통해 활동하는데 그 과정에 노동이 배제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지역과 노동이 어떻게 만날 것인가 고심했죠. 동시에 유해화학물질을 빼놓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지역의 단체와 노동조합이 만나 간담회를 진행했고, 작년 9월 창립총회를 열었습니다. 이후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공부도 하고, 운영위원회 회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노동과 안전, 건강을 키워드로 삼는 조직이 생겨나면서 주변에서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 물었다.

“다들 처음에는, 특히 노동조합의 경우 ‘뭐지?’ 이런 분위기가 있었죠. 노동조합이라고 하면 보통 정해진 A, B, C가 있는데 노동조합이 유해물질, 환경문제를 갖고 뭔가 해보자고 하니깐 취지는 공감하나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지역에서 노동자들이 경제적 이익 투쟁 말고 환경 문제를 두고 지역사회에서 목소리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선전전을 하며 확인한 것은 반응을 적극적으로 주시는 분의 경우엔 내용에 공감하며, 노동자들과 이 문제에 나서서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연락을 주기도 하셨고요. 충북이 워낙 대기질 문제가 심각하기도 하거든요. 더불어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을 넘어서는 제기를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있었습니다.”


자신이 일하는 일터의 담벼락을 뛰어넘는 것. 그것이 노동자시민회의의 출발점이자 도전이기도 했다.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사람들은 모여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일 계속되는 사고 소식에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제천 사고와 관련해 관심이 많습니다. 활동을 아직 왕성하게 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서 카드 뉴스도 제작하고, 기자회견도 열었어요. 지역사회와 노동자들에게 이 문제를 알려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거죠. 또 다른 활동은 대기오염물질 조작사건과 관련해서 노동조합도 찾아가고, 간담회도 하고 공동 기자회견도 열었어요. 사업장 전면 실태 재조사 촉구 기자회견이었죠. 이때 많은 기자가 찾아와서 솔직히 놀라기도 했어요. 지역사회의 노동자들이 공장 밖을 나와 환경문제, 유해물질문제에 대해 함께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이만큼의 관심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노동자시민회의는 본인 스스로 어떤 역할을 부여하고 있을까.


“사실 사고가 나면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사람들이 즉각적으로 알기 쉽지 않아요. 사고가 난 현장에 가까이 사는 사람들도 이것이 나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럴 때 ‘당신 삶에 어떤 영향이 있어요.’라고 해석해주고, 그것이 왜 일어났는지, 어떤 것들이 차단되어야 우리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지 계속 설명해주는 것, 그리고 각 일터와 내 일상이 연결되어 있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기도 하죠. 그런 활동이 우리의 1차
목표입니다.


제천 사고의 경우에도 사실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굉장히 한정될 수밖에 없어요. 정보가 워낙 차단되어 있거든요. 그런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정부와 기업에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줄 필요가 있죠. 노동자시민회의가 확인한 것은 그동안 노동조합이 자기 사업장, 자기 안전문제가 아니고서는 지역과 함께 하겠다는 고민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이에요. 그것을 앞으로 해나가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고, 기자회견을 통해 지역사회가 관심을 갖게 됐다는 걸 본 거죠. 이런 것들이 계속 필요합니다. 또한 이런 것들이 충북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연결 되어야 하고요.”

 

노동자시민회의 회원들이 지역에서 거리 선전전을 진행하는 모습. 이들에게 거리에서 시민과 노동자를 만나는 것은 중요한 활동 중 하나다.


가장 최근 이슈가 됐던 제천 화학폭발사고의 경우에도 노동자시민회의 가 갖는 주요한 문제의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화학폭발사고가 난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사고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노동자시민회의를 포함한 지역 노동계가 기자회견을 통해 노동자와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진상조사 및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사고가 난 공장은 유해화학물질을 일상적으로 취급하는 화학업체이다. 그런데도 사고가 발생한 것은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동안 여러 번의 위험 신호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 사고를 겪은 후 노동자 시민회의 역시 고민이 깊어졌다.

“저희가 평상시 생각했던 것보다 위험에 정말 그대로 노출됐다는 것이 확인됐죠. 위험을 평소에 관리·감독 하지 못했고, 지자체 역시 현황 파악도 하지 못한 것이죠. 그런 상황 자체에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동자시민회의가 계속 주장한 것은 사업장에서 유해화학물질이 얼마나 사용되고 있고, 관리되고 있는지 지역과 일터의 노동자들이 알 수 있도록 언제든 자료를 요구하고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것이었어요. 어떤 대책위를 꾸린다고 하더라도 피해 보상 얼마로 끝날 뿐이고, 제도적 변화는 없을 거란 생각이 이번 사례를 통해 재확인된 거죠. 사실 지역 명예산업안전감독관 같은 제한적이긴 하지만 참여할 수 있는 제도도 있거든요. 이런 것들을 어떻게 구축해 나갈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지난 2016년 7월 26일, 조남덕 씨 본인 역시 화학물질 유출 사고를 직접 경험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일 반복되는 화학물질 사고가 남의 일 같지 않다. 공단 내에서 ‘티오비스’라는 화학물질 2개, 드럼 300리터가 유출 됐는데 그 자체로 유해물질은 아니지만, 유해물질인 황화수소가 생성될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물질이기도 하다. 반경 300미터 지역엔 대피령이 내려졌다. 사고 공장과 콘티넨탈의 지도상 직선거리는 300미터였다. 하지만 당시 콘티넨탈엔 대피령이 내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콘티넨탈 직원들은 가스 누출사고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듣지 못했다. 결국 당시 지회장이었던 조남덕 씨는 조합원들을 대피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용자 측은 조남덕 씨를 사업장을 무단으로 이탈했고, 회사의 작업 복귀 요청에 불응했단 이유로 징계위에 회부했다. 현재 대법원에 가 있는 상태다.


“최근 사고를 보면 우리 사업장 상황과 겹쳐 보여요. 일하는 공간에서 엄밀히 말하면 노동자에게 위험을 거부할 권리가 없어요. 특히 이번 산안법 개정을 보며 더욱 걱정되는 상황이죠. 자꾸만 노동자들 스스로 위축시키고,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간다면 어느 누가 자신과 일터의 안전을 위해 권리를 행사하려고 할까요?”


일터에서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위험한 작업을 거부하거나 피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 더불어 알권리 역시 제대로 보장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권리는 아래로부터, 위험 노출이 쉽게 될 수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란 곳이 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SK하이닉스 공단이 있어요. 근처에 5천 세대가 넘는 주거지역이 있고요. 실제 비오거나 날씨가 흐리면 냄새가 많이 나요. 신고해도 지자체는 알았다고만 하고요. 해당 주민들은 이상한 걸 알아요. 그런데 답답한 게 냄새로 아는 것 외에도 어떤 것이 위험한지 알아야 하는데 알 수 있는 정보가 없어요. 앞으로 공장이 더 들어올 텐데, 주민이나 노동자가 얼마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알 수가 없죠. 무엇보다 주민과 노동자들에게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고,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제공해줘야 해요.


노동자시민회의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은 일터가 안전해야 지역 시민의 안전도 지킬 수 있다는 거예요. 노조가 있는 사업장보다 노조가 없는 곳,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곳 등 여기서 노동자시민회의가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봅니다. 안전을 지키는 주체는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 노동자, 지역 주민들이거든요.”

[현장의 목소리] 공항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인력 부족 / 2019.06

[현장의 목소리]

 

 

공항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인력 부족 

 

 

박기형 / 상임활동가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전환 대상 사업장 제1호는 바로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항공사)로 결정됐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약속은 자회사 전환으로 축소되었고, 심지어 자회사 전환마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성과 안전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인천공항 제1터미널 3층 8번 출구 앞에서 천막농성을 4개월여 넘게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22일 인천공항 제1터미널 3층에 위치한 천막농성장에서 인천공항지역지부 양문영 조직부장, 정해진 노동안전보건국장, 박상민 탑승교지회장 등을 만나 현 투쟁 상황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정규직 전환 피하려는 채용비리의혹, 해고 구실에 불과

2017년 12월 26일 공항공사와 정규직 전환을 합의했지만 1년 후인 2018년 12월 26일 한국노총과 공항공사가 다시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2017년 합의서에는 3000여 명을 직접 고용하고 그 외 7000여 명의 인력을 2개의 별도 법인을 설립해 고용하기로 했다. 고용 형태에 관해서는 직접고용 시 관리직 미만은 면접 및 적격심사 후 채용하고 관리직 이상(보안 검색, 경비 및 야생동물은 4급 이상, 소방대는 3급 이상)은 경쟁 채용하며 탈락자는 별도회사 채용 등을 통해 고용을 보장하고, 별도로 자회사를 통해 고용될 대상 노동자는 전환 채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2018년 발표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인천공항을 방문한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한 3000여 명에 대해 경쟁 채용 도입을 추진한다고 명시했다. 어느 날 갑자기 해고의 위험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공항공사가 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자들에게 경쟁 채용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양문영 : "2018년 1월 제2터미널의 개항이 예정되어 있어서 2017년 말 개항 준비단계에서 3000여 명을 추가 채용하기 시작했었죠. 2017년 합의 당시에는 이미 일하는 인원이 9000여 명에 달했어요. 그래서 2017년 합의 과정에서 제2터미널 인원까지 포함한 1만여 명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죠. 하지만 2018년 발표를 전후로 채용 비리를 문제 삼았어요. 당시 공공기관 채용 비리가 사회 이슈로 떠오른 때였죠. 공항공사와 한국노총은 기존에 근무했던 인원은 제외하더라도, 정규직 전환 발표 이후에 입사한 사람에 대해서는 채용 비리 의혹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어요. 그러면서 심사를 더 까다롭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경쟁 채용 방식 도입을 추진하기로 발표해버렸어요. 저희는 이에 반대하며 2017년 합의서를 지키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정해진 : "5월 12일 이후 입사자 모두에게 의혹이 있다고 전제하는 건 부당하죠. 무엇보다 채용 비리를 시험으로 거른다는 게 말이 안 되죠. 채용 비리는 불법이니까 경찰 조사나 감사를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경쟁 채용하겠다는 것은 비리를 적발하겠다는 게 아니죠. 경쟁에서 탈락한 인원은 전환 승계하지 않고 해고하겠다는 구실을 찾는 거죠. 전환대상자 임금 수준이 공사 정규직의 1/3 수준인데도, 경쟁 채용으로 시험을 치려는 것은 일정 인원은 꼭 떨어뜨리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어요."
 


인력 부족 해결을 위해 근무환경 개선해야 

이들은 모두 공항공사가 채용 비리를 운운하기 전에 가장 심각한 문제인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의 인력 부족으로 인해 갖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항공사와 용역업체가 계약한 T.O조차 채우지 못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박상민 : "탑승교 사업장의 경우 지난 1년 동안 T.O를 채워서 근무한 적이 없어요. 만약 채용 비리를 해서라도 들어오려는 좋은 직장이라면 지원하는 사람이 넘쳐야 정상이겠죠. 그런데 실제로는 지원조차 적어요. 처우가 열악하기 때문이죠.

정해진 : "설령 긴 채용 절차를 거쳐 인원이 충원되었다고 해도 처우가 열악하면 오래 남아있기가 힘들어요. 하루 일하고 그만두는 사람, 일주일하고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요. 지원할 때에는 자회사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니 용역회사와 다를 바 없다는 걸 깨닫기 때문이에요. 자회사라 채용 기준이 올라가고 지원하는 분들의 스펙도 올라가는데, 근무환경과 조건이 개선되지 않았죠. 일은 힘들고 처우는 열악하고. 그러니 기대했던 바와 다른 상황에 크게 실망하게 되는 거죠."

교대제 개선 위해 3200여 명 충원해야

까다로워지고 길어진 채용 절차와 기간, 용역회사 시절과 다를 바 없는 처우뿐만 아니라 교대제로 인한 높은 노동강도도 인력 부족을 일으키는 주요한 문제였다. 공항은 24시간 돌아가는 사업장의 특성상 교대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교대제로 인한 어려움이 컸다. 

양문영 : "사업장 대부분에선 3조 2교대를 운영하고 있어요. 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교대제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청소 노동자분들은 오전조/오후조/야간조로 고정되어 있고, 근로시간은 7시간 반씩 주6일제로 책정되어 있어요. 이 때문에 주5일제 전환을 요구하고 있어요. 

교대제에 있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도 있어요. 정규직은 4조 2교대를 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희도 4조 2교대 전환을 요구하고 있죠.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공공운수노조에서 진행한 2017년 연구보고서의 분석을 현재 인원에 적용해볼 때, 교대제 개선에 필요한 인원은 약 3200여 명 정도로 나와요. 이 정도 인력이 충원돼야 장시간 노동, 야간 노동, 높은 노동강도로 인한 과로와 산재를 예방할 수 있겠죠. 하지만 공사는 관심이 없어요. 최근 보안검색대의 경우엔 주52시간제를 도입하기 위해 인력충원 없이 교대근무를 12조 8교대로 전환하여 운영하겠다고 했죠."

제2터미널 개항 후 승객 안전 위험, 이유는?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공사는 계속해서 T.O를 줄여왔다. 반대로 제2터미널 개항과 저가 항공사 출범으로 운항 편수가 증가하여 업무량은 갈수록 늘었다. 그러다 보니 연휴나 휴가철마다 운항 편수와 이용 승객은 항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런데도 공항공사는 제2터미널이 개항하면서 전체 근무 인원이 늘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업무량 증가 대비 인력충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야간 노동 시 연속휴게 시간이 보장되지 않으며, 연월차 사용을 제한받고 안전 및 보건 교육도 형식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박상민 : "탑승교 근무 인원은 2018년 1월 제2터미널 개항 전까지는 여객터미널 108명, 탑승동 80명이었는데 개항 이후 각각 87명, 63명으로 줄었어요. 인원 부족으로 메뉴얼대로 근무하지 못해요. 매뉴얼에 따르면 비행기 착륙 30분 전에 점검하고 착륙 후 항공기와 접현하고 승객이 내리고 정비와 내부 청소가 끝나 항공기와 이현할 때까지, 근무자가 대기하게 되어있어요. 하지만 인원이 부족하니 핵심업무만 해요. 여기서 잠깐 접현하고서 다른 데 가서 잠깐 이현하는 식이죠. 한 시간가량 해당 근무 장소에 머물면서 탑승교 오작동 등 비상상황에 대처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거죠. 더구나 장비가 인천공항 개항할 때 설치한 거라 20여 년 가까이 되었어요. 그래서 노후 상태가 심각하죠. 하루에도 수십 건씩 장애가 발생해 민원이 끊이지 않아요. 그런데 공사는 최근 장비 사용 연한을 10년 더 늘렸어요. 설비 투자 없이 이윤을 늘리겠다는 거죠. 이 때문에, 근무자 과로만이 아니라 승객 안전에도 위협받을 수 있어요."

정해진 지회장도 수하물 장비 노후로 고장이 빈번하다고 지적하며 2016년 1월에 발생한 '수하물 대란'을 언급했다. 당시 3000개가 넘는 수하물을 근무자가 직접 옮겼고 그로 인해 30분 가량 업무가 지연되면서 승객의 불편함을 초래했다. 그뿐만 아니라 30~40kg의 수하물을 급하게 옮기다 보니 노동자들은 부상과 사고 위험에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작업 대부분이 지하에서 이뤄져 직업병의 위험도 크다. 각종 폐기물, 오수 처리 시설과 함께 컨베이어벨트가 작동하고 있어 각종 분진과 유해물질에 노출된다. 최근 20년 가까이 근무한 조합원이 폐암을 진단받고 산재 인정받은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컨베이어벨트 주변 안전설비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다수며 면적 대비 환풍기 설치 대수도 부족한 실정이다. 정해진 지회장은 운영 설비도 개선하지 않는 상황이니 안전설비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자회사 전환은 인력 부족, 열악한 처우의 근본적 문제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 모두 위협받는 상황에서 공사가 인력을 충원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건비를 절약하여 비용은 최소화하고 이윤은 최대화하겠다는 공사의 경영 태도 때문이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별도 항목으로 간접고용 인원의 정규직 전환 점수가 포함되기 때문에, 경영 평가 점수를 높이기 위해 현재 간접 고용된 인원들은 정규직 전환하겠지만 인건비 자체를 늘리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자회사 전환 과정에서 사업비 규모도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회사 전환 과정에서 전환 대상 사업장의 용역계약이 완료되면 운영서비스, 시설관리와 수의계약을 하는 것으로 변경된다. 이때 대부분 사업장에서 낙찰률이 떨어져 기존에 비해 낮은 단가로 사업비가 책정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회사에 고용되더라도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거나 추가 인력을 충원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용역계약 시 물가인상분을 급여인상이 아닌 연말정산으로 대체한 사업장의 경우 전환 승계하면서 노동자들의 실질 급여가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시설임대수익을 위해 안전설비·휴게공간은 뒷전

이와 함께 공항공사가 운영 설비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해진 지회장은 노동자들의 휴게공간을 제공하지 않으려는 태도와 연장선에 있다고 말했다. 공항 설계 시, 근로자 1명당 적정 사무·휴게공간 면적이 배정된다. 하지만 공항공사의 전체 이윤 중 시설임대수익이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 공항 3층에 위치한 편의점 한 곳의 1년 임대료가 약 30억에 달할 정도다. 그러니 승객 이동이 많고 접근성이 좋으며 쾌적한 2~3층은 항공사와 면세점, 상업 시설에 임대하는 반면, 열악하고 눈에 띄지 않는 1층과 지하에 용역업체 사무소, 노조 사무실, 휴게·대기실을 배정하는 것이다.

양문영 : "자회사와 안전근로협의체를 열어 운영시설, 안전설비, 사무 및 휴게 시설을 개선하려고 해도 시설 전반에 대한 권한은 공항공사가 갖고 있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이를 위해선 공항공사와 안전근로협의체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해요. 공사, 항공사 등 노조 없이 하는 안전근로협의체도 있지만 한계가 있죠. 최근 공항공사에 원하청 노사 안전근로협의체를 구성하라는 지침이 내려왔어요. 그러나 세부 운영지침이 없어서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에요. 속히 구체적인 운영 방안이 나와야겠죠." 

긴 인터뷰를 마치고 보니 공항공사의 태도는 한 마디로 '비용 최소화'로 요약될 수 있었다. 인건비와 시설투자비를 아껴서 이윤을 최대한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력 부족과 시설 노후로 인해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은 위협을 받고 있다. 부푼 마음을 안고 공항을 오가는 시민들과 공항을 일터로 삼아 삶을 영위하는 노동자들. 그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선 속히 인력충원이 이뤄져야 하며 문재인 정부가 약속했던 정규직 전환, 그 취지가 지켜져야 할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 “오늘 하루 무사히 집에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출근해요”/ 2019.02

[현장의 목소리]

 

 

 

오늘 하루 무사히 집에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출근해요

- 건설노조 전기분과 김인호 위원장 인터뷰

 

 

 

나래 / 상임활동가

 

만약 전기가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상상을 하고 싶지만 도저히 잘 생각 나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는 전기를 필요로 하는 물건의 사용을 일상적으로 하고 있고,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되는 전기를 제대로 공급할 수 있도록 일 하는 전기원 노동자를 얼마나 떠올려 봤을까. 전국에 약 5천 여명의 전기원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싸움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 211일 노동조합 근처에서 건설노조 전기분과 김인호 부위원장을 만났다. 본인 역시 72년부터 전기원으로 일해왔다며 소개를 했다.

전기를 공급하고, 문제가 없도록 관리·보수하는 노동자들의 하루 일과는 어떨까. 과거보다 노동조합이 생겨 출퇴근 시간, 주말에 변화가 생겼다고 반가운 이야기가 나왔다.

“노동조합이 있어서 출퇴근 시간이 전과 달려졌습니다. 지금은 오전 7시30분까지 출근해서 8시에 현장에 나가요. 그리고 저녁 6시까지 근무하고요. 우리 업무는 배전설비를 설치하는 업무와 설치된 배전설비를 유지, 관리, 보수하는 업무로 설명할 수 있어요. 점심시간은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인데, 휴게시간은 따로 없습니다. 한전에서도 한 낮엔 더우니 점심시간 포함해서 2시간 쉬라고 지침은 내리는데, 회사가 잘 지키지 않아요. 일 능률이 떨어지니까 그런거죠. 그러다보니 여름에도 차라리 쉬지 않고 5시 정도 일찍 퇴근하는 상황입니다. 사실 노동조합 없을땐 새벽에 나와서 별 보고, 별 보면서 퇴근했어요. 하루 12시간, 14시간 가까이 일했죠. 그런데 노동조합 생기고 나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거에요. 지금은 주말에 쉬고, 주 5일제로 맞추고 있죠. 조합원들이 많이 좋아합니다.

휴게 공간도 문제입니다. 너무 더울땐 소장이 10~20분 정도 그늘에서 쉬고 오라고 해요. 그러면 그늘에 잠깐 앉아 쉬는 정도죠. 겨울엔 쉴 수 있는 공간 자체도 없어요. 거리에서 일을 하니깐요. 앉아있으면 너무 추우니깐 그냥 안쉬고 일해요.“

휴게공간은 여전히 거리의 노동자들에겐 문제다. 전기원 역시 주로 거리에서 일을 하고 휴식을 취해야하는 조건이기 때문에 휴게공간은 절실하지만 마땅하지 않다. 너무 추워 차라리 일을 해 추위를 이긴다는 상황이 전기원의 노동환경을 여실히 드러낸다.

전신주에 올라가고, 활선차량에 올라 고공에서 배전보수업을 하는 전기원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22900볼트 고압전류를 만지다 다치거나 사망한다는 아픈 뉴스를 접했던 터라 그게 가장 첫 번째로 나오는 대답일거라 생각했지만 달랐다. 그 앞에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어렵고 힘든건 정신적으로요. 항상 조심을 많이 해야 하잖아요. 감전되서 다치면 저희는 장애를 입어요. 아니면 죽는거죠. 그러다보니 최고로 시달리는게 정신적 스트레스에요. 그 다음으로 노동강도죠. 안전띠 하나 의지에서 몸 전체를 사용하다 보니 너무 힘들어요. 안전장치가 있다 하더라도 사고는 일어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전자파에 노출되다 보니 신경이 그만큼 사람들이 예민해져요. 동료의 죽음을 목격하는 것도 힘들고요.”

우리나라 전기소비량은 2017년 기준 세계 7위를 차지했다. 특히 2000년 이후 연평균 전력 소비 증가율은 4.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위를 차지했다. 이렇게 소비량이 많은 이유는 산업용 사용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전력 용도별 사용비중(판매량)은 산업용 56.3%, 일반용(상업용) 21.9%, 주택용 13.5%이다. 매년 여름이면 에어컨 사용 급증에 의한 전기요금 문제로 언론이 시끄럽지만 정작 전기원의 노동환경과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관심이 없다.

김인호 위원장은 산업규모 거대화, 전기소비량 증가에 따른 노동자들의 위험이 중요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직접활선공법은 가정용 220볼트의 백배인 22900볼트 전력이 그대로 흐르는 상태에서 전선교체를 손으로 직접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현장에선 죽음의 공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2만2900볼트인데, 전기 소비량도 많아서 그렇지만 이미 포화상태라 선로구성을 할만한 곳이 없어요. 그래서 암페어가 높아지고, 강해지는거죠. 살아있는 전기는 활선차 타는 분들이 주로 작업해요. 저압을 만질땐 주로 배선공들이하고요. 지금 현장은 직접활선작업이라 활선업무가 많죠. 그런데 인력이 충분치 않아요. 회사가 보유한 활선차가 2~4대 정도거든요. 한전 업무 처리 기준에는 활선전공 4명, 배선전공 7~8명 수준으로 되어 있어요. 그런데 활선차가 충분치 않다보니깐 작업이 힘들죠. 작업을 할만한 시간도 충분치 않고요. 그리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직접 해보기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그렇게 배울 시간도 두지 않아요. 그만큼 일이 더뎌진다고 생각하는거죠. 사람이 감전되고 다치고 나서야, 새로운 사람이 일을 배워요. 아주 안좋죠.

직접활선공법은 이런 상황에서 매우 위험해요. 그래서 한전도 이 공법을 2021년까지 폐지하겠다고 선언했어요. 그런데 그게 제대로 안되고 있죠. 대안 중 하나로 정전 작업을 할 수도 있어요. 전체는 못죽여도 작업하는 구간만큼은요. 하지만 한전에서는 하기 싫어하죠. 민원이 빗발치거든요. 하지만 정전을 하는게 가장 안전하다고 봐요. 호주도 전체는 못 죽여도 자기들 일할 구간은 죽이는 걸로 알고 있어요. 기업들이 굉장히 민감하죠. 생산에 타격을 받기 때문에요. 그런데 안했던 공법이 아니에요. 과거에 했던 공법입니다.”

지난 115일 노동조합은 고 김용균 님 분향소 앞에서 한전 협력업체 비정규직 전기 노동자 다 죽는다, 전기 노동자 안전할 권리 쟁취! 생존권 사수!’ 충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를 추모하는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러자 김인호 위원장은 같은 비정규직으로서 당연했고, 안타깝게 소중한 목숨을 보냈다는 생각으로 기자회견에 임했다 말했다. 더불어 한전에서 예산삭감과 인원 축소까지 할 계획을 내놓아 걱정이 크다고 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김용균 님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월 18일에 한전 나주본사 앞에서 총파업도 했죠. 한전은 지금 예산삭감하고, 인원을 분기별로 줄이겠다고 한 상황입니다. 공사 계약금액이란게 있는데 그걸 100% 시행 안하고, 70~80% 정도로 줄이겠다는 거에요. 그러다보니 회사는 회사대로, 조합원은 조합원대로 걱정이 크죠. 이러다가 우리 다 죽는거 아니냐, 이런 말도 나와요. 예산을 삭감한다는건 곧 인원을 축소한다는거에요. 아이엠에프 시절에 엄청난 금액을 삭감한 경험이 있어요. 그런데 그때 노동자들은 죽어났지만, 회사는 돈을 벌었죠. 회사에 이용당한 거에요.”

향후 이를 두고 큰 싸움이 예상되는데, 조합원들이 어떤 요구들을 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만약 노동조합 요구안을 안들어주면 조합원들은 며칠이고 현장 멈추는 투쟁을 하자고 얘기하고 있어요. 말로만 하는게 아니라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주자는거죠. 그런 기획을 노동조합이 하고 있습니다. 안전하게 일을 제대로 해야하는데, 목숨을 담보로 하는게 전기원 노동자들이 감당하는게 맞냐고 집회에서 발언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조합원들이 모두 그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 일하는 사람들, 고생이 큽니다. 전시 사고가 하루에 많이 나거든요. 심지어 보수를 안해서 폭삭 주저 앉은 사고도 나요. 차가 부딪혀서 전신주 사고가 나기도 하고요. 전선이 노화되서 전기 사고가 나기도 하고요. 사고가 전국적이에요. 그렇게 급작스럽게 발생하는 사고를 우리 전기원 노동자들이 다 맡아서 합니다. 돌발대기자가 있는데, 그 분들은 주말에 쉬다가도 나가야 해요. 그러니 돌발대기자로 걸리면 마음대로 쉬지도 못합니다. 한전에는 정작 이 업무를 할 사람이 없어요. 대부분이 관리하는 사람들이죠. “

목숨을 담보로 일하는 전기원, 그렇다면 실제 일하다 겪는 사고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건설노조가 조사한 결과 2016년부터 20185월까지 사망사고 10, 감전화상 18, 추락재해 2, 신체절단 재해 5, 기타 중대재해는 2건으로 집계됐다. 2017년에만 감정화상 사고가 13, 신체절단 재해는 4건이 몰렸다. 매해 14명 이상이 중대재해를 입었고, 그 중 매해 2~3명이 목숨을 잃는 실정이다. 노동조합은 실제 이 조사결과보다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

“그나마 요즘은 산재를 하는 추세에요. 그래도 여전히 공상처리가 많죠. 한전 자체도 자기 지사에서 사고가 나면 성과금에 영향을 받거든요. 그래서 쉬쉬하고 공상을 하는거에요. 산재처리는 사실 사고가 바로 난 직후에 하질 못해요. 눈치가 보이는거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 조합원의 백혈병 산재 인정은 의미가 큽니다. 전자파로 인해 백혈병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 인정된것이니까요. 최근 광주전남에서도 1~2명의 피해 노동자가 나왔어요. 그래서 산재 신청을 한 상황입니다.

사실 근골격계질환도 심각해요. 목, 어깨, 무릎, 허리 성한데가 없죠. 스마트싁공법을 개발한다 어쩐다 하는데, 실제 현장에선 실효성이 없어요. 일 하는데 길이나 간격이 적합하지 않거든요. 일 하는 사람이 오히려 그렇게 작업하다가 더 다치는거에요. 우리는 오히려 병을 악화시키는거라고 봅니다.“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죽지 않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전기원 노동자들의 싸움이 다시 시작됐다. 김인호 위원장은 전기원 노동자와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전기원 노동자들이 언제나 안전을 먼저 걱정하고, 가족들을 생각하고 일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되면 좋겠습니다. 건설노조 분과위원장으로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 노동조합도 앞으로 열심히 노력할 거란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시민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전기원들은 일하러 나올 때 오늘 하루 무사히 집에 들어갈 수 있을까 걱정하며 일 한다는걸 알아주시면 좋겠어요. 전기원 노동자들이 그만큼 원활히 전기 공급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도요.

마지막으로 정부와 한전은 우리 전기원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면 좋겠습니다.“

 

 

[현장의 목소리] 공단의 담을 넘어 희망을 찾는다 / 2019.05

[현장의 목소리] 

 

 

공단의 담을 넘어 희망을 찾는다

 

 

나래 / 상임활동가 

 

 

지하철 4호선 하늘색 선을 남쪽으로 쭉 따라가다 보면 거의 끝자락에 가서야 눈에 들어오는 역명이 있다. 안산역이다. 반시화 산업단지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일명 반월시화 공단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공단이란 명칭에서 풍겨오는 것들 드러내고 싶었던 것인지 2011년에 안산시와 시흥시는 어두운 이미지의 고정관념 타파와 사단 구조고도화산업의 기류에 발맞춰 신선한 산단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스마트허브라는 명칭을 사용키로 한다. 이름을 바꾼다고 속이 자연스레 바뀌진 않는다. 반월시화 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환경의 변화를 몸소 경험해야 한다.

25만여 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일하고, 전체 입주업체 80%가량이 소규모 영세기업이다. 이들은 법 테두리 망에서 가장 벗어나 있다. 일명 작은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뿐만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도 적용 제외되는 내용이 상당하다. 그러다보니 문제를 드러내는 것부터 실제 노동조건을 바꾸기 쉽지 않다. 이런 현실의 벽을 넘고, 공장과 공장의 담벼락을 넘어 지역으로 함께 모여 공단 노동자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행동을 조직하는 모임 반월시화공단노동자권리찾기모임 월담의 이미숙, 유월 활동가를 지난 423일 안산역 인근에 위치한 월담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미숙 “반월공단, 시화공단 두 곳은 70년대 중반 서울이 과밀화되고, 무분별한 공업화 정책으로 유해물질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정책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탄생했어요. 수도권에 있는 공장을 이전할 곳을 골랐고, 서울과 가까운 안산과 시흥이 선택됐죠. 업체당 고용 인원은 평균 20명 이내에요. 그정도로 영세하죠.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로 살기 힘들다고 하는데, 특히나 이곳에 있는 소규모업체 노동자들은 더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어요.”

유월 “‘왜 반월시화 공단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이곳은 안산에서 봤을 때 상당히 중요한 곳이에요. 많은 일자리, 공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죠. 안산에 살면서 노동자 관련한 것을 한다고 하면 반월시화공단을 빼놓을 수가 없어요.”

주요 문제로 지목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악취. 시 역시 해결을 골몰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제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입주한 공단이 오히려 노동자, 주민의 생활, 건강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유월 “시에서도 장기적으로 환경 기준을 높여 부합하지 않는 업체들은 내보내는 방향으로 한다던데, 여전히 지금도 냄새가 심해요. 지금도 안개가 끼면 공단에서 맡았던 냄새를 상가나 주거단지에서 맡기도 해요. 그때 왜 악취가 나지 생각했는데 공단에서 맡았던 냄새가 여기서도 나는 걸 알았죠.” 월담이 생긴 지 5년째인데 시작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해오는 것이 있다. 바로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는 일, 선전전과 ‘난장’이다. 선전전은 매주 목요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진행하고 있고, 지금은 노동법률상담을 중심으로 하는 난장 사업은 매월 둘째주 수요일 저녁 안산역에서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미숙 “난장 사업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우리가 직접 들어보자는 거였어요. 우리가 하는 이야기들이 공단 노동자들에게 뜬구름 잡는건 아닌지, 어떤 이야기를 해야 닿을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처음 세웠던 것들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꾸준히 거리로 나가서였을까. 문제가 생겼을 때, 혹은 궁금한 게 있을 때 월담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한다. 이렇게 공단의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며 공단이 어떤 곳이라고 느꼈는지 물었다.

유월 “상담은 다양한 케이스가 접수돼요. 이곳은 법이 없는 곳이란 생각이 들어요. 상담뿐 아니라 공단 연구사업 자료, 통계를 찾아서 사업 기획을 하기도 해요. 예를 들면 15~16년 전자산업 규모가 가장 컸던 때인데 그 뒤론 규모가 줄었어요. 앞으로도 공장 해외 이전으로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요. 그런 과정에서 만나는 노동자들이 문제를 얘기하면 그걸 주목하죠. 최근 주목하는 변화론 아파트형공장 증가에요. 임대사업자들이 들어와서 투기를 하는 거죠. 임대료를 주면 그만큼 노동자들에게 가는 부분이 줄어들거든요.”

그간 활동해오며 기억에 남는 사람 혹은 사건은 없었는지 궁금했다.

유월 “딱 한 명은 아니고요. 많은 사람이 자기 일터가 불법인데, 내가 말을 못하니깐 견디고 살아야 한다 생각을 많이 해요. 법은 복잡하고, 무엇이 합법이고 불법인지 알 수 없거든요. 어떤 경우가 있었냐면 한 회사 사장이 당장 이번 달부터 토요일 근무가 노동시간에 포함 안 된다고 하면서 임금을 깎았다는 거예요. 최저임금 인상되니깐 임금 안 올리려고요. 무슨 수를 쓴다거나, 산입범위를 조정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이번 달부터 법 적용이 달라졌다고 하는 거예요. 당사자가 이상하게 생각해서 저희한테 물어본 거죠. 정말 뻔뻔한 거짓말인데, 그게 회사 안에선 법으로 정착돼요. 그리고 또 다른 사례는 노무사한테 거짓말을 하게 한 경우도 있어요. 당연히 노무사면 불법인걸 알았을 텐데도 거짓말을 한거죠. 그런데 사람들은 노무사라고 하니깐 부당해도 사인을 하고요.”

이미숙 “16년에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어요. 10명 정도 만나서 인터뷰를 했거든요. 괴롭힘 사례가 많았어요. 정말 아직도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심각했죠. 화장실 횟수 제한부터 가방/사물함 검사까지. ‘머리가 왜 이따위야.’, ‘반바지는 왜 입었어.’ 등의 복장 검사도 있고, 외모지적도요. ‘아줌마, 어이’는 기본이죠. 마음에 안 드는 사람 찍어서 괴롭히고, 산재 처리해서 회사 피해 입혔다고 은근히 퇴사하게 하고요. 그 이야기를 하면서 몇몇 분들이 공장 다니면 다 그런 거아니냐고 하시더라고요. 스스로 그런 대우를 받아도 되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 거죠. 사실 공장 다닌다고 그런 취급을 받아도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저도 생각해보면 공장 다닐 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현실에서 그런 것들이 바뀌지 않고선 직장내괴롭힘방지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현장에서 정말 얼마나 작동할까 싶어요.”

기본적인 노동조건/환경 문제, 유해 화학물질 문제와 더불어 직업계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문제도 월담의 주요 관심사다. 20183월부터 7월까지 진행된 직업계고 산업체파견 현장실습 노동환경 및 노동세계 진입 실태조사는 반월시화공단의 참여자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조사 지역이 될 만큼 반월시화공단엔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등 각지에서 온다. 경기도 지역이 특히 많으며, 안산에 있는 한 공고의 경우 15년부터 16년까지 반월공단 내 213개 업체에 생산직으로 현장실습을 보냈다. 그 외 안산, 시흥 지역의 공업고가 반월공단 내 제조업체로 현장실습을 보냈다. 전공과 관련 없는 제조업 생산직으로 말이다.

유월 “저희가 만난 현장실습생 분들은 본인이 배운 걸 실습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떤 분이 그러더라고요. 첫날 공장에 들어갔는데 ‘아 여긴 아니구나’ 생각했데요. 일 시작하기도 전에요. 너무 지저분하고, 내가 지낼 일터로서 현장실습만 아니면 당장 그만뒀을 곳이라고요. 그래서 그날 입시 준비하는 거로 마음 먹었데요. 이렇게 공장 노동자로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에요. 다른 분들은 실습만 끝나면 당장 그만둬야지라고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실습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어요. 위반사항도 너무 많았고요. 조사에 참여한 현장실습생 분들이 자기들이 아니면 젊은 층의 노동자가 올 가능성이 없다고 했어요. 최저임금 받는데 왜 여길 오냐는 거에요. 단체 카톡방에서 흔히 나오는 말이 상여금 없으면 폰팔이 하지 공장에 왜 있겠냐는 거에요. 서비스업에서 남성들이 할 수 있는 일로 핸드폰 판매가 있다면, 그런 걸 하지 최저임금 받으면서 뭐하러 공장에 있냐는 거죠. 노동시간 따져보면 최저임금도 안주는 거죠. 현장실습생인 자기들이 아니면 여기 올 사람 없는 거고, 기업도 이 제도를 활용하는 거고요. 남성의 경우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대안 가는 거 아니면 할 이유가 없다는 거에요. 이후 자기가 공장 노동자로 일 한다고 해도, 이곳은 아니란 판단을 하는 거죠.”

월담은 올 하반기 본격적으로 직업계고 현장실습 문제를 다룰 계획이다. 학교 앞 선전전부터 현장실습을 나가기 전 학생들을 모아 모임을 만들어 실습 나가기 전 여러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모아내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영세하단 이유로 적용이 필요한 법에서 오히려 배제되고 있는 문제를 물었다. 지난 411일 헌법재판소는 상시 4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일부만 적용하고 부당노동행위 조항도 적용하지 않는 근로기준법과 시행령을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근거로 근로자 보호의 필요성과 사용자의 법 준수 능력간의 조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들었다. 사업의 영세성, 관리감독의 어려움, 비용 지불 능력의 어려움 등을 들어 차별과 배제 정당성을 오히려 국가가 승인한 것이다.

이미숙 “어떤 분이 상담하러 오셨는데 물어보니 5인 미만 사업장이더라고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이 ‘그럼 난 노동자도 아니네’라고 하시더라고요. 우리가 만나는 분들 대부분이 그래요. 모든 게 법으로 해결되진 않지만 기본적으로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은 전면적용되어야 해요. 그런 것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지지 않으면 너무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게 돼요.”

유월 “어떤 문제가 있다고 하면 법을 통한 방법이나 다른 방법을 모색해요. 그런데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뭐가 안 나와요. 뭘 얘기해도 일단 법이 없단 거죠. 당사자도 어렵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보통 상담에서 끝나죠. 정말 큰 문제에요. 공단에서부터 가장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공단에서부터 폐지하자고, 공단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안전보건공단의 슬로건은 안전은 권리입니다이다. 과거보다 진일보한 것은 맞지만 슬로건과 현실이 전혀 맞지 않는 상황은 변화가 필요하다. 일하는 사람 누구라도 권리에서 배제당할 이유는 없다. 그것이 안전과 권리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반월시화 공단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월담에서 그 희망의 새싹이 움트길 고대한다.

[현장의 목소리] 반복되는 중대재해, 악순환의 고리 끊어내야 / 2019.04

[현장의 목소리] 

 

 

 

 

반복되는 중대재해, 악순환의 고리 끊어내야 

 

 

 

 

박기형 / 상임활동가 

 

 

 

 

지난 3월 13일 오전에 한화 대전공장 폭발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노동자 세 분의 합동 영결식이 열렸다. 사고 발생 28일 만이었다.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를 위한 합의문을 받고 나서야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 어려웠을 한 달여의 시간 동안 장례식장을 지키며 유가족들과 연대해온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오임술 노동안전국장을 지난 3월 15일 대전에서 직접 만나 한화 대전공장 폭발사고 이후 대응 과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 한화 대전공장 폭발사고에 어떻게 연대하게 되셨나요?


"장례식장을 먼저 찾아가 유가족들을 뵈었죠. 물론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부터 체계적으로 결합하지는 못했어요. 아무래도 한화 대전공장은 한국노총 사업장이고 돌아가신 분 중 한국노총 조합원도 계셨으니까요.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에서 이번 중대재해 사망사고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고심이 많았죠.

그렇지만 이번 사고에 결합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하고 지역본부 차원에서 대응하게 되었죠. 그때 다른 시민사회단체들 또한 함께 해주었고, 이후 방사청 항의 방문이나 국회 투쟁에 정의당 대전시당에서도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대전지역본부뿐만 아니라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하여 지원하게 되었어요. 저는 장례식장에 자주 거하며, 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과 함께 유가족들에게 대응 과정에 필요한 조언을 드렸죠. 

그때 유가족들이 고 김용균 노동자 어머니 김미숙님의 투쟁을 보고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주셨어요. 사고 발생 직후인 2월 15일에 청와대 게시판에 '한화 대전공장 폭발 진상규명' 국민청원을 올리셨죠. 유가족들이 크게 분노하신 건 작년에 발생했던 사고 이후로 9개월 동안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조치 등 하나도 제대로 이뤄진 게 없었다는 사실 때문이에요.

 

국민청원이 진행될 때쯤 저 혼자서라도 연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장례식장에 찾아가게 되었죠. 유가족들께서 많이 질타하셨어요. 지역에서는 도대체 뭐 하고 있었냐고. 그 말을 듣고 나니 참 마음이 무거웠어요. 물론 대책위원회가 꾸려지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곁에서 뭐라도 함께 하며 힘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때 유가족들이 세종시, 한화, 방사청, 노동청 등으로의 항의 방문 및 지역 내 현수막 게시 등 연대를 요청했고, 지역활동가들과 함께 곁에서 도움 드리게 되었어요."


- 작년에 있었던 사망사고에 대해 좀 더 얘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우선 지난 2월에 있었던 사망사고는 70동 공장에서 벌어진 것이에요. 로켓 추진체와 코어를 분리하고 유압실린더를 연결하는 이형작업을 하다 폭발이 발생해서 20~30대 청년노동자 세 분이 돌아가셨죠. 같은 사업장인 한화 대전공장에서 작년에도 비슷한 사망사고가 있었어요. 2018년 5월 29일 51동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다섯 분이 중대재해로 사망했죠.

사고가 발생한 이후 노동청에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고, 처벌 126건, 과태료 2억 6156만원(322건), 시정지시 31건, 권고 7건 등 총 486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행위를 적발했어요. 그리고 한화 측에서도 안전대책을 시행한다는 명목으로 공정위험평가서 또는 위험요인발굴서를 작성하기로 했었죠. 그때 노동자들이 참여해서 70개 동에서 135건의 위험요인을 발굴했다고 해요.

하지만 어떠한 개선 조치나 재발방지 대책이 취해지지 않았어요. 2018년 5월 발생했던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고요. 안타까운 건 당시 위험요인발굴서를 작성했던 분 중의 한 분이 이번 폭발사고로 돌아가신 거예요. 유가족들이 분노하신 것도 그때 제대로 조사, 처벌, 개선이 이뤄졌으면, 이런 일이 반복되었겠냐는 거죠. 더구나 최신식 첨단무기인 천무를 생산하는 공장의 작업환경이 다른 일반 공장들보다도 더 열악하다는 것에 충격을 많이 받으셨다고 해요."
       
- 비록 대책위가 꾸려지지 않았지만, 유가족들과 함께 대응해오셨잖아요. 지역 차원에서는 어떤 활동들을 진행하셨나요?


"대책위가 구성되어서 그 일원으로 참여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활동하기엔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렇지만 진상규명, 재발방지 차원에서 유가족들과 공감대가 형성되었죠. 결국 한화 대전공장에서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할 수 있는 선에서 도움을 드리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같은 법률적 자문이나 현수막과 성명서 등의 내용 수정 및 게시, 항의 방문 시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의 연대요청 등을 계속했죠. 특히 한화 및 유관기관들과 유가족들이 합의하는 과정에서 작업중지해제심의위원회에 노동자 참여권을 보장받기 위한 조항을 넣을 수 있도록 유가족들과 여러 차례 소통했어요."

- 3월 4일 대전시, 대전고용노동청, 대전소방본부, 방위사업청 등이 참여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주재한 '한화 중대재해 관계기관 회의'에서 유가족들의 요구사항이 담긴 합의문이 받아들여졌잖아요. 여기서 어떤 내용을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하셨나요?


"노동자들의 위험은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장 잘 알잖아요. 그래서 노동자들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씀드렸죠.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외부 전문가가 작업중지해제심의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어요. 유가족분들 또한 외부에서의 개입과 견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셔서, 외부 전문가 참여 보장 내용이 합의문에 반영되었어요. 폭발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화약만이 아니라 작업공정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죠. 그래서 앞으로 해당 합의문에 근거해서 외부 전문가 선정 과정에서 다양한 인원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겠죠. 

이와 함께 연 1회 위험환경평가를 시행하기로 합의도 했어요. 여기에 방사청, 노동청, 대전소방본부, 대전시와 대전소방본부가 추천한 전문가 외에 조합원 투표로 선출된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 참여하지요. 그리고 작업 중지 및 해제, 위험환경 평가를 실시할 때, 위험요인발굴서를 심의위원들이나 조사단에게 공유하기로 했잖아요. 이 정도에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이전에 비해 노동자들의 참여 측면에서는 진전된 부분이 있다고 봐요."

- 방산업체가 갖는 특수성 때문에 노동자에 대해 기밀엄수, 보안유지 등을 이유로 통제가 어느 정도 가해진다고 알고 있는데, 노동자 참여 측면의 진전은 어떤 내용인가요?


"위험요인발굴서의 공개 및 공유, 합동조사단에 의한 위험환경평가를 약속이 의미 있는 이유는 노동자 참여가 일정 수준이나마 보장받았다는 것뿐만 아니라 한화 대전공장의 특수성 때문이기도 해요. 한화 대전공장은 군사무기를 만드는 방산업체예요. 그래서 국방부와 방사청이 모두 연관되어 있어요. 기밀유지, 보안 등의 이유 때문에 외부에서 관리감독하기가 어려운 특성이 있는 거죠. 더구나 발주처가 국방부인데다, 거의 방산업을 특정 기업들이 독점하다시피하기 때문에 패널티를 가하기가 여러모로 어렵죠.

그리고 해당 사업장에 적용되는 안전관련 법제도도 방위사업법, 산업안전보건법 둘 다 적용을 받아요. 그래서 사업장 안전문제에 대해 어디까지가 노동청이나 방사청의 책임인지 명확하지 않아요. 서로 자기 소관이 아니라고 떠넘길뿐이죠. 이런 식으로 방산업체 사업장이 지닌 특수성 때문에 안전보건관리가 제대로 되기 어려운 한계가 있어서 감독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죠.

그만큼 안전보건 관련 정보가 보안 문제를 이유로 은폐되지 않고 노동자와 조사단에게 공개하는 것도 중요해요. 노동자 자신이 어떤 위험에 노출되는지 알면, 대응하거나 관련된 요구를 할 수 있으니까요. 작업장의 정보가 공개된다 하더라도 일상적인 안전보건 활동 같은 작업장 분위기가 중요해요. 작업장 내에서 노동조합 활동이 활발해져야, 합의문의 내용이 작업장에서 진짜로 실현되고, 안전한 작업장을 노동자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현장 통제력을 가질 수 있다고 봐요.

- 대전 한화공장 폭발사고의 원인에 대한 진상조사가 진행되고 있잖아요. 이형 작업에 대한 실험 조사로 물리적 요인 또는 작업장 내 위험이 밝혀진다고 해도, 그걸 제거 또는 관리하기 위해 작업장 안팎에서 유가족들 또는 연대단체 및 활동가들과 고민을 나눈 적이 있으신가요?


"유가족 중 몇 분은 한화와 관계기관들이 처벌받지 않는 것에 많이 답답해하고 화도 내셨어요. 사업장에 대한 관리 감독의 책임을 그들에게 물을 수 없는 상황에 실망하신 거죠. 그래도 대응 과정에서 저나 다른 분을 통해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에 대해 알게 되셨죠.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의 취지와 내용에 크게 공감하시더라고요.

또한, 노동조합이 사업장의 안건보건문제에 대해 대처하는 방법도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어요.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노동안전보건활동에 대한 인식이 낮은 곳이 많아요. 대개 당장 위험하지 않고, 내가 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로 안전보건문제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요. 하지만 정말 산재사망사고가 없었을지, 정말 위험하지 않은 것인지 의문이 들어요.

자신들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죠. 더욱이 노동안전보건활동은 임금과 각종 수당 등 다른 문제들에 비해 부차적인 것으로 자주 밀려나죠. 특히 단체협상이 시작되면, 협상 테이블에서 노동안전보건문제는 거래를 위한 수단, 흥정의 대상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보니 지속적이고 확실하게 안전보건과 관련한 활동을 해내기가 어렵죠.

작업장 내 어려움도 있지만, 중대재해의 경우 지역 차원에서 연대해서 경험을 나누고 함께 대응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를 위해 중대재해에 대처하는 매뉴얼을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그런데 매뉴얼을 포함한 대응활동이 가능한 조직 단위가 없어요. 예를 들어, 한화 대전공장 폭발사고 발생 시, 대전충청권 내에서 공동대응을 할 수 있는 조직 단위가 필요한 거죠. 이를 위해서 공장 담을 넘어선 지역 내 역량 있는 네트워크가 구축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현장의 목소리] 아이들 마음의 오아시스 학교 상담선생님의 눈물 / 2019.03

[현장의 목소리]

 

 

 

 

아이들 마음의 오아시스 학교 상담선생님의 눈물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화성청소년상담사 인터뷰-

 

 

 

 

 

경희 / 선전위원

 

 

 

 

 

새 학년 준비로 바빠야 할 상담선생님들이 경기도교육청 앞 차가운 인조대리석 위에서 두 달 넘게 노숙농성을 하다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학교로 돌아가게 해달라는 화성시 학교 청소년상담사 박호진, 김선희, 안미숙 선생님을 지난 130일에 만났다.

 

화성시 가서 따지지 왜 여기에 온 거야!’ 기자회견을 마치고 교육청 현관 앞 로비 농성장을 차리려는 상담선생님께 경기도교육청 관계자가 방해를 하며 한 말이다.

 

착잡하죠. 새해를 모두 천막에서 보냈기 때문에 마음도 불편하고요. 화성시는 해고하고,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은 상황이라 더 답답해요.”

 

대부분 선생님들이 2~6년간 한 학교에서 근무했는데 어떻게 계약해지로 해고를 당할 수 있는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2012년에 경기교육청에서 채용공고가 나서 학교장 면접을 보고 화성에서 처음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잠깐 쉬다 20149월에도 학교장 면접을 보고 학교에서 근무해 교육청에서 채용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2015년에 2년 이상자에 대해 조사를 했고 연말이 되니 무기계약직 전환조건이 만2년 초과자로 바뀌었어요. 교육청에서 무기계약직이 안 된 선생님은 다른 조치가 있을 것이니 교육공무직 인력풀에 이름을 올리고 기다리라는 공문이 왔어요. 그것에 혁신교육지구 창의지성사업의 1MOU가 끝났다는 걸 의미한데요. 그리고 2MOU에서는 창의지성사업은 하나 인력사업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네요. 그런데 저희는 그것을 알 수 없죠. MOU협약서를 일일이 공개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학교에선 저보고 다시 올 거죠?’를 연발하여 물어보시더라구요. ‘학교에서 저를 버리지 않으면 다시 오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일단 학교에서 다시 공고 나기를 기다렸는데, 어느 선생님에게 연락이 왔어요. 교육청 말고, 화성시 홈페이지에 채용공고가 났다고 하더라고요. 교육청이 아닌 화성시에서 공고가 나는 게 좀 놀라웠지만 학교에서 다시 일할 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그리고 다시 2016328일자로 기존학교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어요. 계약서에 서명할 때 20161231일로 되어있어 또 놀랐어요. 학교의 학기는 2월에 끝나는데 저희는 연말까지로 되어있어 저희가 항의했죠. 그랬더니 171월에 계약서를 또 쓰더라고요. 1년짜리로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희는 이것이 파견이라는 것을 감지하지 못했어요. 저희는 지금껏 학교에서 근무하고 학교에서 일을 했고. 교육부업무(위클래스)를 한 것이지 시청일이나 위탁업체의 일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공공기관(학교)에 근무한다고 생각했는데 20178월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전환심사 1차 조사에 해당사항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파견직이라 하네요. 그래서 조사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서 그때 알았어요. 내년에 또 조사하는 게 있으니 그때 대상이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18년까지는 버티고 기다리자 했어요.

 

2018년도에 계약서에 서명할 때는 위탁업체가 바뀌었다 하네요. 저희가 원해서 위탁업체가 바뀐 것도 아니고 생각해보니 2년이 되면 무기계약을 해야 하는데 우린 2년이 넘으니 무기계약이 안 되게 하는 방법으로 이제는 위탁업체를 바꾸는 꼼수를 부리더라고요. 그래도 어떻게 해요. 사회적 약자이니 그렇게라도 버티고 있어야 무기계약이든, 정규직이든 하겠다 싶어 계약했어요. 그리고 201810월이 되었는데 더 이상 이 사업을 하지 않겠다하는 거예요. 위탁업체가 바뀌고 2년이면 무기계약이 돼야 하고, 상시지속업무다보니 정규직전환심사 조사대상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화성시의 정규직원이 되어야 하거든요. 그러니 안하겠죠.”

 

 

무기계약직 전환조건이 만 2년 초과자로 바뀌면서 하루가 모자라 무기계약직 전환이 안 된 선생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고 한다.

 

 

“201431일부터 2016228일까지 근무하셨어요. 본인은 만 2년이 돼서 무기계약직이 된다고 기대했는데 명단에서 빠진 거죠. 상담사도 감정노동자다 보니 정신적으로 힘들 때는 약을 복용하기도 해요. 그 분도 약을 복용하고 계셨지만, 하루 모자란 부분에 대한 억울함과 불안감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어요. 선생님이 언제 학교로 갈 수 있을지에 대해 얼마나 불안하고 억울했을지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당시 저희는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했어요. 고용이 불안정했기 때문에 겨우 선생님 몇 분이서 조문가는 정도였죠. 그 선생님께 미안한 마음이 아직 남아있어요

 

평소 시민과의 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화성시장. 그런 그가 법대로 하라며 간담회를 박차고 나간 까닭은 노조관계자는 시민이 아니라고 생각했을까? 아님 노동 감수성의 결핍일까?

 

상담사 40명이 가서 이야기를 한들 시장 님 앞에서 저희가 얼마나 이야기를 할 수 있겠어요.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에요. 교장선생님이 부르시면 사실 그 앞에서 마음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 없어요. ? 상관이니까요. 더군다나 법적인 것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노조관계자분들과 상의를 하고 면담에 함께 할 것을 요청했어요. ‘왜 노조에서 왔냐?’고 말씀하셔서, 저희는 법을 잘 몰라서 노조관계자와 같이 왔다고 하니 나는 면담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40명이라 면담에 응해야 한다기에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으러 왔다. 그런데 여러분은 무장을 하고 왔다.’며 굉장히 불쾌해하며 그럼, 법적으로 하라는 말을 남기고 그 자리를 떠나셨어요. 무장을 했다니요? 그럼 직장에서 상관이랑 일에 대해 서로 이야기해야 하는데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냥 갈수 있나요? 어떤 질문을 하면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을 준비해 가야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생각해요.”

 

상담선생님은 학교에서 주목받는 위치는 아니다. 그래서 평소 업무가 궁금했다. 인터뷰를 하며 애플데이, 친구사랑데이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학교 프로그램 모두 상담선생님의 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학교행사, 행정적인 일도 하지만 주로 상담을 합니다. 위기상담의 경우 바로 개입해서 연계시키고, 자살이나 자해의 경우 정신건장증진센터로 연계하기 전까지 위기상황을 저희가 돕고요. 학부모 상담이 그 다음으로 중요하고, 교사들이 아이들 상담과 관련해서 자문을 구하기도 합니다. 상담이 50분이면 그것을 일지로 정리하고, 통계를 내서 가지고 있어야하거든요. 교육청에서 봄에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정서인성특성검사는 초1, 4, 1, 1에 시행합니다. 통계를 내어서 분류를 하면 상담이 필요한 경계에 있거나 지속 상담이 필요한 경우 진행 합니다.

 

예방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의 자존감, 사회적 기술 증진 집단프로그램이 있고, 아이들의 일반적인 교우관계를 위해 해마다 계절별 행사들이 있습니다. 봄에는 친구사랑 데이, 가을에 애플 데이, 겨울에 우리들의 크리스마스 등 선생님마다 특색 있는 사업을 해요.”

 

최근 들어 학교 학생의 20%가 이상심리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만큼 상담선생님 역할이 많아지는 이유이다. 학교 현장에서 어떤지 들어보았다.

 

 

최근 들어 학교 상담이 전문적인 이유는 다루기 어려운 우울감, 급성 조현증상, ADHD 같은 병리적인 문제를 가진 아이들의 숫자가 늘고 있어 전문적 지식이 필요합니다. 유사 자폐 같은 경우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가능하고, 복합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을 경우 몇 년씩 약물복용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약효가 떨어지는 오후 2~3시 정도에는 자기 간극이 떨어지고 불안할 때 그 시기를 같이 버텨주고 견뎌주는 것, 학교 내에서 이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에요. 특히 아이들이 극단적인 행동을 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저희가 적극 개입합니다.”

 

학생, 학부모, 교사까지 상담을 하다보면 정작 상담선생님의 소진은 어떻게 해소할까. 또 상담사에게 직무스트레스를 줄이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상담윤리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내담자의 비밀보장이거든요. 학부모가 자발적으로 요청해서 상담이 진행돼도 학교 내에서 상담자, 상담내용 등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요. 상담이라는 것이 내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다보니 외적인 행동의 변화가 금방 나타나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모든 문제를 혼자서 감당하다보니 힘이 들어요. 그럴 때는 신앙의 힘, 난타나 춤 같은 취미활동 혹은 동료나 선생님들과 슈퍼비젼을 통해서도 하고, 센터에서 자존감 향상 교육연수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여름과 겨울에 한 번씩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기 어려워요.”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했던 마음을 보여주고, 밝게 웃는 아이의 얼굴을 보면 그 아이의 지원자로 버텨주는 엄마 같은 존재로 학교에서 자리매김하는 것이 보람이라며 말씀하시는 동안 얼굴이 쨍하고 밝아진다.

 

 

초등학생이었던 아이가 고등학교 교복 입고 찾아와요. 담임선생님은 학년이 바뀌면 학생과의 관계가 끝나지만, 저희는 그 학교에 근무하는 동안은 그 아이를 계속 보게 돼요. 평소 지적을 받다가 한번이라도 칭찬을 받으면 소위 꼴통 짓을 하다가도 멈춰요. 학기 초에 학부모 상담주간이잖아요. 10회기, 20회기 아이와 함께 부모님 상담을 진행하면 가정의 변화가 생겨요. 다문화가정의 경우 어머니께 가정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담과 양육태도 같은 교육을 병행해요. 청소년상담사라고해서 아이들만 상담하는 것 같지만, 교사의 심리적 소진 예방, 학부모님을 통해 가정을 살리는 일을 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느끼거든요. 그래서 각 학교에 상담사선생님이 상주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고용안정을 바라는 그들의 희망이 해고를 당할 만큼의 잘못인가! 상담선생님이 하루속히 복직되어 아이들과 학부모의 고민을 들어줄 수 있도록 화성시와 경기도교육청 모든 노력을 해줬으면 한다.

 

 

 

 

 

[현장의 목소리] “전태일의 정신을 이어갑니다” / 2019.01

“전태일의 정신을 이어갑니다”

서울봉제노동조합 이정기 지회장 인터뷰

장영우 (선전위원)


작년 11월 봉제노조 창립총회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 봉제노조 이정기 지회장을 보문동 일터에서 성탄일에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이정기 지회장은 성탄절임에도 불구하고 쉬지 않고 출근했다. 인터뷰 중에도 이정기 지회장의 재봉틀은 계속 돌아갔다. 



- 봉제 일하는데 노동환경은 어떻습니까?

"저희는 일이 있을 때 일을 하고 없을 때는 놉니다. 객공이라고도 합니다. 좋은 말로 프리랜서로고도 하겠네요. 재단사, 미싱사의 직종마다 차이는 좀 있겠지만 일감이 들쑥날쑥 합니다. 일이 몰릴 때는 햇볕한번 보지 못하고 하루 16시간씩 일하기도 해요. 일이 없을 때는 아예 놉니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부업을 하는 경우도 있고요. 봉제업하는 사업주이자 노동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 같은 경우 아내랑 둘이서 일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대규모로 옷 만드는 건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이전해서 소규모로 부부가 같이 일하거나 몇 명이서 일합니다. 이러니 사장이라고 해도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지요. 주 52시간 노동시간, 최저임금 같은 건 다른 나라 이야기예요. 4대 보험 같은 사회보장이 없어요. 일이 많을 때는 사람을 구하기 힘들고 일감이 없을 때는 일을 구하기 힘들어요. 이러니 월급제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지 않아요. 예전에는 그래도 일감이 꾸준하게 있어서 요즘은 일감이 없어서 더 문제긴 하고요.

저는 18살 때부터 30년 미싱 일을 했어요. 그런데 제가 막내뻘이에요. 더 이상 젊은 친구들은 이 일을 하지 않으려 하죠. 일이 규칙적이지 않으니 임금은 낮고, 4대보험도 안되는데 좁은 데서 계속 앉아 있는 등 작업환경은 열악하니깐요. 젊은 사람들은 거의 없고 간혹 젊은 사람들이 있다면 이주노동자들이예요."


- 여기서는 어떤 옷들을 만드나요?

"저는 주로 남자 상의를 만들지만 일감이 없는 경우에는 바지나 다른 옷도 만들어요. 미싱사는 여자가 많은데 남자 옷 만드는 남자미싱사들도 있어요. 요즘 양복은 기성복 많이 입지만 예전에는 대부분이 남자들이 양복을 재단도 하고 미싱도 했어요. 여기서 옷을 만들어 동대문에 납품합니다."


- 일하다 보면 건강에 좋지 않으신지요?

"예전에는 재단사들이 옷감을 자르다가 손가락, 손가락 사이가 잘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이런 사고는 별로 없고요. 미싱하는 사람들은 바늘에 가끔 찔리기도 하는데, 큰 사고는 아니니깐요. 대신 한 자세로 오래 일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허리, 어깨의 관절통을 호소해요.

예전처럼 일감이 꾸준하게 있었을 때는 일정하게 수입이 보전이 되었어요. 그때는 누가 시켜야 일하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일감이 있으면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어요. 미싱하는 사람들도 일감이 있을 때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열심히 일해요. 저 또한 20년 전 보다 지금 일을 더 많이 하는거 같네요.

그리고 여기 옷 먼지가 많아요, 옷 운반하다가도, 옷감을 가위질로 자르다가도 눈에 보이지 않는 옷 먼지가 많이 생겨요. 여기 책상도 손가락으로 한 번 문지르면 옷 먼지가 손가락에 까맣게 묻어 있어요. 그래서 저도 그렇고 제 주변에는 비염이 많아요. 목이 칼칼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30년 전에는 좁은 공간에 소설에 나오는 다락을 만들어 다닥다닥 붙어서 일하고 거기서 잠도 자고 했는데 요즘은 다락에서 일하는 데는 거의 없다고 봐야죠."


- 노동조합을 만드신 이유는요?

"작업환경이 안 좋다보니 예전부터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요즘은 자기 목소리를 내는 단체가 많잖아요. 근데 저희는 아직까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없잖아요. 우리 봉제노동자들은 제조업처럼 한 곳에 모여있지 않고 서울에 뿔뿔이 흩어져 조직하기 힘들었던 점이 있고 노동자도 있고 노동을 하는 사업주도 있으니깐 노조가 안 만들어졌던 거요. 상황이 이러니 노조를 만든다고 해서 다른 노조처럼 노동시간이나 임금협상을 이야기할 수도 없잖아요.

그런데 요즘 소상공인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우리도 소상공인인데 우리를 대변하는 단체가 없었고 아무도 우리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요. 정치하는 사람들도 우리를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선거 때 잠시 이야기할 뿐이라서 현장에서 바뀐 건 없어요. 근데 봉제노동자들은 정말 많아요. 서울의 지하에 있는 공장은 봉제공장이라고 보면 되요. 창신동, 신당동, 보문동, 길음동, 중곡동, 면목동 등 봉제 공장이 상상보다 많아요.

시에서 낸 통계를 보면 봉제 노동자가 9만3000명이나 되요. 물론 80년대는 27만 명으로 지금보다 훨씬 많았지만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목소리를 내지 못하니깐 사회적인 관심도 못 받았어요. 그래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조를 만들게 된 거예요. 사람들을 모으면 뭔가 할 수 있는게 생길 거 같기도 하고요."


- 노동조합을 통해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우선은 노조를 통해 복지나 처우를 향상시키는 것을 생각하고 있어요. 공제회를 만들어 퇴직금을 조성하고 비영리의료기관과 협약을 맺어 의료적인 필요가 있을 때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고 기금을 마련해서 급전이 필요한 경우 이 기금을 통해 대출 받는 것 같은 사업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더 나아가 당장은 해결방안이 없어 보이는 일감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해요. 우리끼리 할 수 있는 부분은 우리가 하고 우리가 하고 우리가 못하는 건 관청이나 서울시에 이야기 해보려고 해요."


- 봉제일 하는 분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봉제 일을 오래한 분들은 비록 학력은 초졸이나 중졸로 짧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채로 살아왔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30년 이상을 살아왔기 때문에 자부심이나 자존심이 있어요. 한편으로는 대체적으로 순응하는 편이라 수입이 줄어들 경우 싸워서 쟁취하기 보다는 '내가 좀 더 일하면 되지'라는 생각하는 편이예요.

노조에 대해서 좋지 않게 인식하는 분들이 많아요. 지난번에 공제 관련하여 시급한 서비스를 논의하려고 설문지를 돌렸어요. 필요성을 느끼고 호응해주는 사람들이 있는가 반면 사업주들은 크게 손해 보는 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예전에 청계노조에 대한 반감, 노조하면 시위나 폭력 같은 선입견이 있어 반응이 좋지않은 경우도 있어요. 이건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되는데 다들 나이가 있다 보니 설득이 쉬울 것 같진 않아요. 노조홍보를 겸해서 일일이 방문해서 설문지를 돌렸는데 아직까지도 설문지 작성하는 것도 겁먹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한편으로는 노조 만들어서 할 수 있는 게 뭐냐고 회의적인 사람들도 있어요. 저희는 노조를 만들어 임금을 교섭하고 노동시간을 줄이려는 걸 하는 건 아니니깐요. 하지만 소외되고 관심 받지 못하고 살아왔던 분들한테 사소한 것들이지만 챙겨주고 신경써주는 단체가 있고 이 단체를 통해 소속감을 느끼면 좋겠어요. 이분들이 생각이 잘 안 바뀌어 그렇지 우리들의 진실성을 알아준다면 노조를 끝까지 믿어줄 거 같아요."


- 지회장은 어떻게 하시게 되었는지요?" 

"저는 과거에 청계피복노조활동을 했어요. 하지만 생계에 바쁘다 보니 이런 쪽 일은 잊고 살았어요. 그래서 지회장을 생각해 본적은 없어요. 우리 환경이 워낙 열악하다 보니 노조가 만들어지면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주변에 사람이 없다보니 지회장을 하게 된 점도 있고, 제가 미싱사다 보니 상황도 잘 알아 노조일 하는 것이 일하는 분들한테 설득력도 있는 거 같아 하게 됐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더 하시자면요.

"어떤 분들은 옷감을 기계에 찍으면 옷이 바로 만들어지는 줄 알아요. 하지만 옷 만드는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 손이 많이 가는 노동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힘든 환경에서 봉제 일에 종사한다는 것입니다. 요즘 소상공인들이 힘들다는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습니까? 소상인들도 임대료나 인건비 때문에 힘들고 저희 소공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힘든 사업주에게 임금 받는 노동자들도 더 힘들 거예요. 우리 노조는 노동자와 사업자와 함께 살길을 찾아보자는 겁니다. 사업자와 노동자를 분리하여 갈등을 일으키자는 목적으로 노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임을 알려드리고 싶네요. 그래서 많은 분들 같이 하고 우리 목소리를 내고 사회적으로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습니다."

[현장의 목소리]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 공공운수노조 한국잡월드분회 인터뷰 / 2018.12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 공공운수노조 한국잡월드분회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지난 11월 30일 한국잡월드가 노사정 교섭으로 합의안을 만들었다. 29일 16시간에 이르는 교섭 끝에 합의한 것이다. 집단단식 농성 10일 차, 청와대 농성 38일 차, 경기지청 농성 36일 차만의 일이다. 직접고용을 쟁취하지 못한 것이 큰 아쉬움이나, 조합원 전원을 자회사로 전환 채용하되 상생발전협의회를 구성하여 2020년까지 고용 및 처우개선 등 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정규직 전환의 문제를 드러내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한국잡월드 노동자들의 노고에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 - 기자 말


“꿈이 뭐예요?”라는 질문. 어린이, 청소년 시절에 이 질문을 안 들어본 사람이 있을까? 하고 싶은 일을 행복하게 상상하면서 공책에 스케치북에 열심히 그렸던 지난날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노동과 직업에 대한 즐거운 상상과 체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곳이 있다. 바로 한국잡월드(Korea Job World)이다. 2012년에 개관한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잡월드는 종합직업체험관이다.

한국잡월드에는 약 380명의 직원 중 330명이 비정규직이고, 275명의 직업체험 강사 모두 간접고용 비정규직(파견, 용역)이다. 용역업체만 7개다. 반면 정규직은 단 50명에 불과하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다양한 직업, 노동을 체험시키며 꿈이 아닌 현실로 나아갈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일을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임에도 비용을 줄이기위한 목적으로 비정규직이란 나쁜 일자리를 양산했단 점에서 공공기관 정규직화 문제를 돌아보게 한다.

모든 노동자는 비정규직이 아니어야 한다고, 그러니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직접고용을 지킬 것을 촉구하며 지난 10월 19일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왜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 11월 19일 농성 장소인 한국잡월드 로비에서 이주용 부분회장, 정민지 총무부장, 김현아 조합원을 만났다. 


▲ 왼쪽부터 인터뷰에 참여한 김현아 조합원, 정민지 총무부장, 이주용 부분회장 


“저도 이런 일 하고 싶어요”라는 말 한마디에 얻는 힘 그리고 노동조합 결성

이주용 부분회장은 청소년체험관에서 군훈련 담당으로 파트타임으로 일했다가 강사로 전환되어 3년째 한국잡월드에서 일하고 있다. 정민지 총무부장은 전통공예 담당으로 6년째 아이들을 만나고 있으며, 김현아 조합원은 현재 고성능차디자인센터 담당으로 일한지 2년 반 가까이 됐다. 담당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모두 다르지만, 직업체험 강사라는 직업에 쏟는 애정은 모두 컸다.

김현아 “아이들이 재미있어하고, 다음에 ‘또 올게요’, ‘저도 이런 일 하고 싶어요’라고 말할 때, 내가 한 이야기에 질문할 때 하루가 뿌듯해요. 그리고 전국에서 이곳으로 모든 아이가 오는데, 내 교육을 받고 간다는 자부심도 크죠.”

1년 단위 계약직, 월급이 160만 원이 갓 넘는 열악한 조건임에도 하는 업무에 자부심을 가지며 열심히 일해왔다. 하지만 정부와 회사는 이들의 열정을 착취하면서 정규직 전환이 아닌 자회사로 마음에 생채기를 냈다. 노동조합을 만들게 된 계기를 묻자 이주용 부분회장은 정규직 전환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힘이 없다는 것을 직접 느꼈기 때문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주용 “처음에는 직원들이 5000원씩 모아서 노무사 자문을 구했어요. 노·사·전협의체가 꾸려져서 들어가긴 했는데 우리가 주장하는게 맞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회사에 노무사 배석을 요청했는데도 거부당했어요. 노무사님도 도대체 회사가 이렇게까지 자회사를 강행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면서 이렇게 되면 노동조합의 힘이 필요할지 모르겠다고 이야기 하시더라고요. 사실 이전부터 노동조합 얘기는 나왔는데 1년 단위 계약직인 처지다 보니깐 노동조합 결성에 대한 부담이 컸죠. 그러다 지금 분회장님이랑 몇 명이 회사 때려치울 각오하고 노동조합 가입서를 돌렸는데 당일 50명이나 가입을 했어요.”

무늬만 정규직 ‘자회사’ 밀어붙인 한국잡월드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을 발표하자 작년 8부터 노·사·전문가협의체를 열었다. 하지만 간접고용 노동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강사 직군을 처음부터 협의체에 포함하지 않았다. 당사자들은 전환 대상자인 줄도 몰랐다고 했다. 이후 협의체에 참여하게 됐는데, 논의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온전한 정규직화가 아닌, 자회사 전환을 밀어붙인 것이다. 결국 자회사 전환을 반대했던 노동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4월 3일 자회사를 결정했다.

이주용 “지금 자회사로 간 분들은 실망감, 배신감이 엄청나세요. 회사 말만 믿고 자회사 전환을 한건데 달라진 게 없데요. 임금도 안 주던 식대 주던 거 말곤 달라진 게 없고요. 오히려 관리자가 하는 말이 일단 다녀보고 임금이 적으면 그만두면 되지 않냐고 말하더라고요.”

자회사로 전환된 동료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자회사 전환은 이름만 다른 고용불안을 일으켰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일손을 놓으면서까지 자회사 강행을 막기로했다. 전면파업, 청와대 노숙농성,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농성, 민주노총 경기본부장 단식까지 이어가고 있지만, 정부와 회사는 묵묵부답이다.

결국 조합원들은 곡기까지 끊었다. 11월 21일 41명의 조합원이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좋은 직업체험 강사가 되고 싶어요” 바람과 다른 노동환경 

단지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만 문제가 아니었다. 매일 출근했던 중앙 로비를 바라보며, 이들이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그간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회사는 강사들이 애정을 갖고 일하게끔 지지나 지원을 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잡월드는 미션으로 ‘고객가치’와 ‘전문역량’을 걸어 놓고 있지만, 정작 아이들과 직접 만나는 강사들의 역량을 키워주지 않고 있다.

김현아 “프로그램을 잘할 수 있게 필요한 것들을 얘기하면 재정이 없다고 하면서 아무것도 안해줄 때가 가장 힘들어요. 돈 없다고 하면서 문제 생기지 않게 해달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하다가 나중에는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지고, 열정도 안 생기고, 그냥 시간 때우다 가지라는 생각까지 들게 돼요. 직무교육도 없기 때문에 프로그램 진행 가이드, 대본 시나리오만 받아서 하는 상황이에요. 담당하는 직업 프로그램도 돌아가면서 하는데, 사실 저희 모두가 전공자는 아니거든요. 그러면 아이들에게 직업 내용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강사부터가 역량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지원을 해주지 않아요.”

화려한 수식어가 가득한 한국잡월드는 노동자의 건강·안전 문제에도 소홀하다. 실제 강사들이 담당하는 체험에 따라 강사들 역시 그 직업에서 얻는 직업병 문제를 겪는다. 

김현아 “일하다 쉬는 공간이 없어서 쉴 자리를 만들려고 창고를 정리하다가 어깨가 다쳤어요. 그래서 한 달가량 입원했어요. 청소년체험관으로 와서 레스토랑 프로그램에 배치됐는데 관리자에게 어깨가 아파서 일할 때 고려해달라고 요청했어요. 그런데 후라이팬이 무겁잖아요. 그걸 계속 사용하고, 프라이팬이 좋지 않아서 설거지하는 것도 어깨에 무리가 가더라고요. 프라이팬 바꿔 달라고 했더니 예산이 없다고 거절 당했어요. 결국 치료받은 어깨가 다시 아파서 지금도 병원 치료를 받고 있어요. 다친 첫 진료비만 서울랜드에서 주고, 그 이후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저뿐만 아니고 다른 분의 경우엔 허리 디스크가 있는데 계단 오르락내리락 하는 일을 하시다 다쳤는데, 무급휴가라도 달라고 했더니 퇴직 처리하고 재입사로 들어온 경우도 있어요.”

매일 수많은 체험객을 만나는 강사들은 감정노동과 성희롱 등 다양한 문제를 겪는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정노동자 10명중 3명은 고객 응대 과정에서 위험 수준의 과부하·갈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고, 대면응대 비율이 높을수록, 남성보다는 여성의 위험 수준이 더 높았다. 하지만 회사는 반복되는 문제임에도 적극적으로 조처를 하지 않고있다.

이주용 “청소년체험관은 초·중등학생이 많이와요. 그런데 간혹 남학생 중 여자 강사에게 난감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일례로 뉴스제작 프로그램이었는데 한 학생이 바지를 벗으려고 해서 제가 바로 가서 말린 적이 있었죠. 그런 일을 겪으면 강사가 충격을 크게 받고, 일을 다시 하는데 힘들죠. 하지만 회사는 형식적인 대응 매뉴얼만 얘기하고, 관리자들은 즉각적으로 대응을 해주지 않아요. 책임을 회피하는 거죠.”

안전교육도 노동자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 맞춰 진행되지 않고 있다. 회사 관리자가 교육 자료를 넘기며 ‘이건 우리랑 맞지 않는 상황인데, 알아만 두세요~’라고 말할 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정민지 “바뀐 정부에 대한 신뢰가 있었죠. 예전에는 정치에 관심도 없고, 잘 몰랐어요. 그런데 이제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두고 말장난하는 기분이에요. 자회사로 전환돼도 우리가 겪은 상황, 처우, 부당함은 그대로 남아있는데, 이름만 비정규직이 아니게 되는 건데 말만 ‘정규직’이라고 하는 거죠.”

인터뷰에 참여한 세 명 모두 입을 모아 현장의 의견이 반영된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이 어느새 또 다른 나쁜 일자리 양산인 자회사 전환으로 가는 문제를 한국잡월드 노동자들은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다.

모두가 바라는 한국잡월드는 어떤 곳일까?

김현 “한국잡월드는 교육 시설이에요. 그런데 회사는 교육 측면보다 사업을 부각해요. 말 그대로 직업 체험이 우선될 수 있도록 큰 노력이 필요해요. 직업에 귀천이 없고 한 기관에서 각자의 역할을 맡아 성실히 해나가고 있기 때문에 회사의 가치관이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것, 차별이 아닌 각자의 역할에 대한 차이만 있다는 것. 그것이 진짜 직업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비정규 없는 세상, 그게 진짜 한국잡월드가 그려야 하는 현실이다.

[현장의 목소리] 목숨 걸고 일하는 청소노동자의 하루 / 2018.10

목숨 걸고 일하는 청소노동자의 하루

- 마포구 청소위탁업체 노동자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사람들은 더 사용할 수 없어지거나, 가치가 없어진 물건을 쓰레기라 칭하고 버린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발생시키는 폐기물을 '생활폐기물'이라고 하는데, 환경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5년 기준 하루 평균 51,247톤, 1인당 0.97kg 정도다.

하지만 우리는 이 쓰레기들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치워지는지 잘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바로 그 일을 하는 사람들, 거리 환경미화원들은 어둠이 내린 밤에만 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도시의 유령'이라 불리기도 한다.

지난 9월 14일 오전 9시 마포구청 앞에서 피케팅 중인 그들을 만났다. 마포구 청소 위탁업체 소속 청소노동자들인 이들은 민간위탁 폐지와 직고용 전환,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인터뷰는 배성훈 위원장, 신용진 조합원, 서복석 조합원, 김성민(가명) 조합원 총 4명이 함께 했다.

이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한 건 작년 7월이다. 무엇보다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배성훈 "주 6일 야간근무를 합니다. 지금보다 당시엔 10명가량 적은 인원으로 일을 했고, 작업량도 훨씬 많았습니다. 관리직 빼고 22~23명 정도가 근무했어요. 아무리 짧게 끝나도 평일 10시간 근무는 기본이었어요. 저희가 토요일 휴무인데 쉬고 출근하면 쓰레기가 쌓여있어서 12~13시간 일을 해야 했죠. 게다가 관리자들은 사람 취급도 안 해주고, 막말을 서슴지 않았죠. 하다못해 내 연차도 자유롭게 못썼어요.

그래서 노동조합을 결성했는데 사측 탄압이 거셌습니다. 신입 직원 중 수습 하던 분들은 계약해지 당했고, 퇴사도 당했어요. 대부분 노동조합 가입을 하려는 분들이었죠. 노동조합 생기고 나서 회사는 신규직원을 10명가량 채용했어요. 상대적으로 저희 조합을 축소시키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 소속 조합원이 8명이에요. 대표노조는 기업노조가 됐죠."


이들의 일과는 밤에 시작된다. 일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을 하는데, 일요일 출근은 오후 4시 30분~5시에 하여 다음날 오전 6시~7시에 퇴근, 화~금요일은 저녁7시까지 출근해 다음날 오전 5시~6시에 퇴근했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후에도 한동안 유지되다 얼마 전부터 일요일 저녁 7시에 출근해 오전 6~7시에 퇴근, 다른 요일에는 밤 9시에 출근을 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한다.

쓰레기양도 어마어마하다. 뉴스타파 보도 영상(18년 1월25일)에 따르면, 마포구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의 경우 혼자서 하루 3톤이 넘는 폐기물을 처리하고 1805세대를 돌아야 한다. 5분에 쌀 한가마니(80kg) 무게에 이르는 폐기물을 쉼 없이 들어 올려야 겨우 일을 마친다.

휴일은 일주일에 토요일 단 하루다. 토요일 오전에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 1주일 치 피로를 푸는 잠을 취하고 나면 출근해야 하는 일요일 밤이 금세 돌아온다. 만약 토요일에 일이 있다 치면 그마저도 날린다. 사실상 이들에게 온전히 쉬는 날은 없다.

연속 야간근무를 해도 되는 걸까? 야간노동은 노동자 건강에 절대 좋지 않다. 가장 흔하게 수면장애, 우울과 불안, 소화기계 질병을 일으키고, 오랜 기간 야간 노동에 종사할 경우 뇌심혈관 질환과 암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수명을 단축시킨다.

그럼에도 이들은 6일 연속 야간근무를 한다. 서복석 조합원은 벌써 11년째다.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연속 야간근무 개수, 야간근무와 다음 야간근무 사이의 간격, 1주일 및 1개월에 가능한 야간근무 일수 등 세부적 규제가 없다. 단지 임금가산과 보상휴가만 명시할 뿐이다.

김성민 "불면증은 당연해요. 생체리듬이 바뀌니까요. 정말 힘든 건 생명의 위협을 매일 느낀다는거예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일을 하는데 말이죠."

서복석 "야간에는 시력이 저하돼요. 빛에 약해지죠.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오래 못 쳐다봐요. 별것도 아닌 거에 신경도 예민해져요. 잠도 많이 못 자죠. 자더라도 깊이 못자요. 사실 야간 일을 하지 말아야죠."


하지만 마포구청은 문제를 제기한 노동조합에 주민들이 냄새와 청결 문제로 낮에 하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밤에 하는게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야간노동으로 겪는 문제는 건강 문제만이 아니다. 사회적 관계까지 단절된다.

배성훈 "가족 모임이요? 상상도 못하죠."

서복석 "친구들하고 멀어져요. 모임에 가서 술 한잔해도 일찍 뻗어요. 2차 갈 생각도 못하죠. 모임에 가서 심지어 졸아요."


아픈 몸과 사회적 관계 단절은 정신 건강까지 위협한다. 일을 하며 받는 스트레스는 이미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김성민 "어느 직장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같은 경우는 민원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해요. 동일한 곳에서 민원이 들어오면 사유서를 써야 해요. 누적되면 징계도 가능하죠. 회사에서 노동자가 마음에 안 들면 해고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해요."

노동자로서 자존감이 날아가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휴게시설이 근무지마다 있지 않아 지하철 화장실이나 빌라 주차장 뒤편에서 눈치 보며 갈아입는다. 어둡기 때문에 감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회사 옥탑에 탈의실이 가건물로 하나 있지만, 그곳에 가는 것은 거리가 멀어 불가능하다. 탈의실만 아니라 휴게실, 샤워실 등 필요한 공간이 없는 문제도 심각하다.

배성훈 "저희는 밥도 못 먹어요. 미화원 근무복을 입고 쓰레기를 수거하다보면 오물이 많이 묻어요. 냄새가 나서 식당을 못 가죠. 그래서 정말 배고픈 사람만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을 사 먹는 정도예요. 그러다가 저희가 문제 제기를 계속하니까 이제야 취업규칙에 있는 1시간 휴게시간을 보내게 됐어요."

이들의 담당지역은 마포구인 상암동, 성산동, 합정동, 상수동, 창전동, 서강동 6곳이다. 유동인구도 많고 상업지구가 몰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배성훈 "상암동은 다 빌딩이라 무거운 게 많이 나와요. 100L 쓰레기봉투에 150L 양의 쓰레기를 담아 버려요. 그리고 농수산물 시장도 어려운 곳 중 하나예요. 거긴 쓰레기 압축기를 쓰거든요. 젖은 쓰레기를 100L 봉투에 담아 버리는데, 80~100kg 정도는 나갈 거예요. 둘이서 낑낑대며 겨우 들죠. 시장에 가면 그런 야채 쓰레기가 엄청 쌓여있어요. 제가 올해 1월에 거기서 수거작업 하다 청소차 회전판에 손이 껴서 부러졌어요."

김성민 "쓰레받기나 빗자루 사용은 엄두도 못내요. 일단 큰 마대자루를 땅바닥에 놓고 손으로 막 쓸어 담아요. 봉투에 잘 담겨 있으면 좋은데, 편의점 봉다리 같은데 넣고 안 묶어 두는 게 많아요."



마구 섞여 있는 쓰레기, 묶여있지 않은 봉투, 날카로운 것 등 위험 물질이 섞여 있지만 알 수 없는 상황 등이 청소 노동자들의 안전을 항상 위협한다. 무게 제한 없이 담긴 무거운 쓰레기 뭉치를 청소차량에 직접 들어 던지고, 받는 과정에서 근골격계 질환, 부상, 추락의 위험도 높다.

청소 차량 적재함에 쓰레기를 담고 발로 눌러 담으면 어느새 산처럼 높이 쌓이지만, 회사는 노동자들의 안전이 아니라 한 번 실어 나를 때 무조건 많이 담는 게 중요하기에 무시한다. 전기선이 낮게 위치한 주택가를 치울 땐 긴장하게 된다. 밤이라 잘보이지 않는 전깃줄이나 나뭇가지에 걸려 추락하거나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적재함에 올라타 있다가 전깃줄에 얼굴이 걸려 입이 찢어진 동료도 있다.

배성훈 "발판에 매달려 이동하다가 사망 사건이 많이 생겼죠. 마포구청에 불법 아니냐고 물었는데, 서로 책임을 미루더라고요. 결국 신문고에 올려서 떼게 했어요. 그런데 다른 업체는 발판을 다시 붙여서 매달려 일하더라고요. 저희는 걸어 다녀요. 조금 거리가 있으면 운전석 자리에 탑승해요. 걸어 다니는 게 훨씬 안전해요."

이처럼 사고의 위험도 높고 중량물 취급의 반복 작업을 해서 몸이 성한 곳이 없지만 산재처리는 꿈도 못 꾼다. 공상처리라도 해주면 다행인 현실이다. 산재 신청을 하겠다고 회사에 얘기했더니 인정 못 해준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위탁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마포구청도 별 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안전하게 일할 노동환경을 쟁취하기 위해 마포구와 업체를 상대로 민간위탁이 아닌 직고용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에 대한 조치를, 조합원 상대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하지만 마포구청은 올해 노동조합과 면담을 진행하고 나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고, 회사는 조합원들에게 징계처분을 몰아붙이고 있다. 그럼에도 결코 노동조합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배성훈 "청소 노동자들에겐 안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진 항상 위험을 강요받았어요. 내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안해야 해요. 야간근무는 매우 위험합니다. 야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사고가 많아요. 그리고 민간위탁 형태는 업체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인원수를 줄이고, 안전에 투자를 하지 않아요. 전문 경영인이 보다 나은 서비스와 질을 제공하기 위한다는 목적에도 맞지 않죠. 사실 소수 몇 명을 먹여 살리는 게 민간위탁입니다. 다수의 노동자들을 죽여가면서요."

김성민 "저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와도 일해요. 만약 구청 소속이었다면 험한 상황에서 최소한 한 시간이라도 작업중지 시켰을 거예요. 저는 저희가 하는 이 일이 공공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산업안전보건법이 모든 노동자에게 제대로 적용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청소노동자들이 어떤 건강 문제에 처해있는지도 제대로 연구되고, 조사되면 좋겠습니다."

신용진 "우리가 다 같이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함께 하면 조금씩 변화할거라 생각해요. 우리가 비록 소수노조지만 회사도 분명 우리 눈치를 보거든요. 함께 뭉쳐서 바꿔내는 게 우리 힘의 원천이기도 해요. 많은 분들이 함께하면 좋겠어요."

서복석 "전국의 청소노동자분들 현실적으로 일을 그만두는 게 어렵겠지만, 그래도 힘들다면 과감히 건강을 꼭 먼저 챙기시라는 얘기를 꼭 하고 싶습니다."

[현장의 목소리] 지난 38년의 세월을 뒤엎다 / 2018.09

지난 38년의 세월을 뒤엎다

-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대구카톨릭대의료원분회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이번 현장의 목소리는 대구가톨릭대학병원 노동조합을 찾아갔다. 대구가톨릭대학병원 노동자들은 선정적인 의상을 입어야 하는 강제 장기자랑, 관리자 이삿짐 나르기, 공원 조성 기부금 강요 등 부당한 갑질은 물론 병원 이익률과 반대로 가는 임금 인상, 임산부 강제 야간 노동, 장시간 과로 노동 등 부당한 업무환경을 바꾸기 위해 파업 투쟁에 나선 상황이었다. 지난 38년의 세월을 뒤엎기 위해 투쟁하는 조합원과 현지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조직국장 동지를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8월 16일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진행하였다.

억눌린 분노를 노동조합으로 조직하다

“안녕하세요. 우리는 11년차 간호사, 7년차 간호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보 조직국장 현지현입니다.”

현지현 지금 노동조합은 1,300명이 가입 대상자인데 조합원이 900여 명 정도 가입해있어요. 간호사, 의료 기사, 방사선사 등 모든 부서에서 일하는 분들이 함께하고 있죠.

11년차 간호사 사실 처음 병원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고 했을 때는 망설였는데 우리가 몰랐던 병원 실상도 알게 되고 하면서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다 같이 노동조합에 가입했어요.

7년차 간호사 저도 비슷한데요. 널스케입이라고 전국에 간호사들이 이용하는 홈페이지가 있는데, 거기에서 저희 병원이 이슈가 됐어요. 그런데 그 이슈가 된 이야기들이 과장이 아니라 모두 사실이었다는 거에 분노해서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되었어요.

부당한 업무를 강제 당하며 일해왔다

7년차 간호사 병원이 인증평가를 받기 위해 준비할 때마다 사직하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다른 병원도 상황이 비슷한데 간호사 업무랑 관련 없는 일을 너무 많이 시키거든요. 가령 걸레로 병원 휠체어를 닦으라는 거부터 시작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을 다 해요. 본격적인 준비만 두 달 정도 하는데 이때는 아침 데이 출근하면 밤 10시에 퇴근해요. 문제는 평상시에도 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예요. 말이 8시간 근무지 환자 보는 일이 교대 시간을 딱딱 맞춰서 끝내기가 어렵잖아요. 그런데도 가끔 제시간에 딱 맞춰서 정시 퇴근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눈치를 많이줘요. 어떤 분들은 그렇게 일찍 갈 거면 여기로 퇴근하지 말고 구석 엘리베이터 타고 퇴근하라고 하더라고요. 밤새워서 나이트 근무를 해도 다음날 데이 근무자들이 티 타임 할 때까지 남겨두고 집에 차 마시고 가라고 하기도 해요. 지금껏 아무리 힘들게 일했어도 그날 딱 하루 일찍 퇴근하면 그 병동은 퇴근을 빨리 한다더라 소문이 나요. 병원 자체가 간호사들이 집에 늦게 가야 일 잘하고 열심히 한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니까 다들 이렇게 살았어요.

현지현 대구가톨릭대학병원이 환자들이 직접 간호사, 의사 의료 서비스나 친절도 같은 걸 평가하면 전국 상위권에 들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거든요. 그 이야기를 뒤집어 보면 그만큼 일하는 사람들이 높은 강도로 일하고 있다는 뜻이거든요. 

그동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11년차 간호사 노동조합이 있기 전에는 간호사들이 임신 마지막 달까지 나이트 근무를 하는 게 당연했어요. 저는 이 병원이 처음 다니는 병원이고 이직을 했던 적이 없어서 다른 병원에서도 다들 그러는 줄 알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다른 병원에서 일하는 친구들 이야기 들어보니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고 임신한 노동자에게 동의를 구해야한다는 거예요. 우리 병원은 지금까지 무조건 강제였거든요. 이 문제는 너무 심각해서 저희가 노동조합을 만들고 이것부터 바로 바꿨어요. 그리고 전에 제가 몸이 아파서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병가는커녕 제 휴가랑 오프 이용해서 치료 받았어요.

7년차 간호사 대구에 대학병원이 4개가 있는데요. 우리 병원이 병상도 제일 많고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있는데 급여는 정말 작았어요. 그런데도 대부분 종교 재단이 운영하는 병원인데 다른 민간 병원보다 양심적으로 운영하지 않을까 기대를 걸고 버티면서 일해왔는데 달라지는 건 없었어요.

현지현 아무래도 노동조합 처음 만들 때 조합원들에게 갑질 중단해달라는 요구가 제일 많았어요. 관리자들의 부당한 인사나, 간호사들 선정적인 장기자랑 시키고, 관리자가 이사하면 이삿짐 날라줘야 하고, 눈 오면 병원 눈 쓸게 하고 그런 것들이 심각했더라고요.

11년차 간호사 예전에 병원에서 공원을 만든다고 전 직원들이 기부하도록 강요한 적이 있었어요. 제일 작은 구좌가 5만 원이었는데 최고 60만 원까지 할 수 있어서 다들 어쩔 수 없이 참여했어요. 그리고 끝전 기부하자고 해서 월급에서 끝전을 강제로 기부했거든요. 저는 지금까지 병원에 돈이 이렇게 많은지 모르고 기부했었는데 이것도 어이가 없어요. 또, 병원이 체계 자체가 없어요. 우리는 지금까지 임금명세서가 어떻게 되어있는지도 모르거든요. 같은 동기인데 월급이 다른 경우도 있어서 총무과 물어보면 너희가 재수가 없는 거라고 말하고 끝이었어요. 여기가 38년 된 병원인데 기본적인 시스템 자체가 없다는 게 정말 말도 안 되죠.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시스템이 없었다

현지현 여기 병원은 직장 갑질 문제만이 아니라 행정적으로도 문제가 많았더라고요. 지금까지 출퇴근을 주 5일 40시간으로 운영한게 아니었어요. 그래서 하루는 8시간 일하고 어떤 날은 6~7시간 일해서 남는 시간을 토요일에 시키는 방식이었어요. 이렇게 해서 토요일에 휴일, 연장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기본급으로만 일은 시킨 거예요.

11년차 간호사 아침에 출근했는데 만약 환자가 줄었잖아요. 그러면 병원에 다 왔는데 집에 가라고 그래요. 반대로 휴가나 오프여서 쉬고 있는데 환자가 많다고 출근하라 그래요. 해외여행이라도 가면 왜 네가 마음대로 해외에 나갔냐고 뭐라고 하고요. 최근엔 조합원한 분이 파업 중간에 휴가를 써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부서장이 환자 버리고 병원 나갈 땐언제고 휴가 가냐고 비난을 했다는 거예요. 외래팀장인 수녀님들은 노동조합에서 파업하면서 소식지를 냈는데 거기에 수녀님이 아니고 수녀라고 했다고 역정을 내더라고요. 여기는 기본적으로 신부님이나 수녀님이 최고 VVIP 에요. 만약에 본인이 일하는 병동에 입원이라도 했다 하면 기본적인 치료는 물론이고 물 떠다 드리고 심부름하고 수발들어야 해요.

대화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했다

현지현 작년 12월 27일에 노동조합을 만들고 지금까지 7개월 정도 교섭을 진행했는데요. 4월까지는 병원 책임자인 의료원장이 교섭에 나오지 않겠다고 해서, 책임자가 나오라는 교섭에 집중했어요. 그러다 의료원장 나오고 파업에 돌입하고 나서 4차례 정도 교섭을 했고 지금까지 대화를 하는 상황이에요.

노동조합은 이번이 첫 단협을 체결하는 거다보니 핵심 요구안이라고 해서 10개를 논의하고 있는데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임금 문제가 안 풀려서 다른 사항들도 진전을 못 하고 있어요. 병원은 자신들의 제시한 임금 문제를 노동조합이 받지 않으면 이후 대화도 없다고 하고요.

끝까지 힘내서 투쟁해보자 다짐하고 있다

11년차 간호사 사실 다른 거보다 환자, 보호자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들 얼마나 힘들었길래 이렇게까지 나와서 투쟁을 하냐고 많이 응원해주더라고요. 그게 제일 힘이 돼요. 파업 투쟁하면서는 사실 처음엔 3일이나 7일이면 병원이 교섭하겠지,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겠지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고 싸우면 싸울수록 병원의 실체를 알게 되니까 그래도 내가 11년을 몸담았던 병원인데 안타까운 마음도 들고 그렇네요. 마음 한편으로는 걱정이 많이 되는데 그래도 지금 포기하는 건 말도 안 되니까 힘내서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이 들어요.

7년차 간호사 투쟁하면서 울컥했던 적이 많았어요. 우리가 누렸어야 할 기본적인 권리 조차 누리지 못했구나. 지금까지 재단 좋을 일만 했구나 그런 걸 많이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노동조합이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11년차 간호사 저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학교 졸업하고 여기가 첫 직장이고 다른 곳에 이직했던 적이 없어서, 우리 병원이 노동조합이 없는 곳이니 할 수 없지라고 생각하고 말았거든요. 가까운 지역에서 영남대나 경북대병원에서 파업한다고 해도 그저 다른 세상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직장 생활 하면서 우리끼리 툴툴거리기만 했지 이런 목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를 상상하지 못했거든요. 나 혼자 할 수도 없는 일이고요.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7년차 간호사 저도 지금까지 부당한 상황을 보면 투덜거리고 말았거든요. 만일 돌파구가 있다면 퇴사다 이렇게 생각했었고요. 다른 간호사들도 마찬가지였을 텐데 이제는 달라진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 말을 하고 싶다

11년차 간호사 조합원들 함께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서로 의지하면서 여기까지 왔으니까 앞으로 며칠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버텼으면 좋겠어요.

7년차 간호사 이때까지 힘들지만 버텨서 왔으니까 열심히 투쟁해서 꼭 같이 승리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지난 9월 2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가톨릭대학교의료원 분회가 병원과 잠정합의하였다. 파업투쟁 39일 동안 모든 조합원들이 한 마음으로 싸웠기에 이뤄낸 소중한결과이다. 노동조합은 이번 파업을 계기로 노동자들이 단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 가장 큰 성과이고, 앞으로도 환자와 노동자 모두가 안전한 병원을 만들기 위한 현장투쟁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 기본 합의 사항 *

▲ 기본급 정률 5.5%+정액 6만원 인상

▲ 갑질 전수조사, 부서장 상향평가 인사반영

▲ 주5일제 도입, 시차근무 폐지

▲ 간호사 1인당 환자수 10~12명 고정

▲ 배치전환 원칙 마련

▲ 육아휴직급여 지급, 임신기간/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 외주용역 금지 및 불법파견 정규직화

[현장의 목소리] 2018 여름건강현장활동 대학생, 모두의 건강을 고민하다 / 2018.08

2018 여름건강현장활동 대학생, 모두의 건강을 고민하다


활자, 그 너머에서 배우다 

윤상일 보건의료학생 매듭

그 일이 터졌을 때 나는 먼 지방에 있었다. 먼지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 입 속의 검은 잎(기형도), 문학과지성사, 1989


스스로를 '노동'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먼 사람이라 생각했다. 고등학생은 물론, 대학생이 되었을 때도 '노동', '노동자'라는 단어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다. 단어가 주는 불온하고 강렬한 인상 때문이었을까.

애써 '일', '일하는 사람'이라고 바꿔 부르곤 했다. 의대에 진학하고 나서는 두꺼운 교과서와 수많은 강의록에 허우적대며 사회와 담을 쌓고 지내면서 노동과 더 멀어졌다.

그러다 노동자 건강권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어느 한 책 덕분이었다. 그 책의 저자는 우리네 사회는 질병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묻고 있으며, 때로는 일터 자체가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반올림, 원진레이온 등 사례를 설명하며 '어떤 학자는 노동자들의 편에 서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의 말에 설득이 되어, 이후 학내 동아리에서 같이 책과 뉴스 기사를 읽으며 노동자 건강권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그러던 중 보건의료학생 매듭에서 여름방학에 건강현장활동¹⁾ (이하건활)을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2주밖에 없는 방학 중에 6일을 바쳐야 한다는 점에서 조금은 망설였지만, 포스터에 적힌 '학교와 병원에만 있으면 알 수 없습니다'라는 글귀에 설득되어 길게 고민하지 않고 신청했다.

건활은 글이 차마 담아내지 못한 현장의 모습을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현장은 글을 통해 접한 것보다더 열악했다. 지난 6월 시안화수소 중독으로 인한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인천남동공단에서 노동자 119연락처가 적힌 종이를 나눠주면서 눈에 들어온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공단 내부를 자세히 둘러볼수는 없어, 모든 장면을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수많은 담배꽁초와 숨 막히듯 더운 공기는 현장의 상황을 충분히 담아내는 듯했다. 특히 시안화나트륨 라벨이 그대로 붙어있는 쓰레기통은 두 눈으로 보아도 믿기지 않았다. 불과 1달 전 이곳에서 사람이 죽었는데도 말이다. 쓰레기통 하나만으로도 인천남동공단이 위험 물질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고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현장 당사자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책이든 기사든 필자가 현장에 오기 전 접한 글들은 현장 당사자의 목소리를 가공한 결과물이었다. 웹툰 『송곳』과 인천공항 노동자들에 대한 사전 세미나를 통해 노동조합과 그들의 현실을 접할 수 있었지만, 현장에 직접 가서 들은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목소리는 글보다 더 열악하고 복잡다단했다. 수북이 쌓인 정체를 모르는 먼지들, 노동시간 52시간을 어떻게든 끼워 맞추겠다며 공항 공사에게 억지로 강요당한 12조 8교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 어떻게든 임금을 최소한으로 주려고 하는 공항 공사의 지능적인 꼼수.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불건강에 기여하고 있었다.

현장의 이 모든 열악한 환경이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몰라서 생기는 것일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현장에 찾아가기 전 사전 세미나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모두가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었다. 서울아산병원의 고(故) 박선욱 간호사 자살 사고는 태움이라는 기이한 일터 문화와 간호사 인력 부족이, ST유니타스 웹디자이너자살 사고는 과로를 조장하는 포괄근로계약이 문제였다. 인천남동공단 시안화수소 중독 사망 사고는 하청업체에 가해지는 낮은 단가의 압박, 부족한 위험 물질 관리 및 규제 제도와 원청 처벌의 부재가 문제였다.


한번은 휴식시간에 친구들과 모여 노동자가 건강하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와 그에 대한 대책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결론은 뻔했다. 생명보다 돈과 이익을 중요시하는 자본주의의 구조가 문제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뒤엎고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우리는 자조 섞인 말투로 이야기를 나눴다. 덤으로 '4차 산업혁명이 노동 구조를 바꾸면 노동자들이 더 건강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때 친구들과 나눴던 말들이 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구조를 바꾸자는 말은 한편으로 공허한 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구조를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건의료학생의 입장에서 볼 때 현실적인 대안은 막막하다. 2년여 전 파견직 노동자 6명이 메탄올 중독으로 인해 실명했을 때도, 노무사 선생님들은 원청을 처벌해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외쳤다. 

피해자 중 한 명은 UN 인권이사회에 가서 원청과 정부에 책임을 요구한다는 발언을 했는데도, 지금까지 변한 것은 없다. 심지어 같은 공단에서 시안화수소로 인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분명해 보이는 대안마저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학생 입장에서 제안할 수 있는 대안이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 왜 이들의 외침이 전달되지 않았을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필자는 보건의료인의 무관심이 큰 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프랑스를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학교 교육과정에 노동문제에 대해 경제 · 사회 · 윤리적 측면의 광범위한 교육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심지어 독일은 초등학교에서 모의 노사교섭을 진행한다고 한다.²⁾ 반면 우리나라는 노동권에 대한 교육은 거의 하지 않을뿐더러, 노동권 교육시간을 제외하면 노동이라는 표현을 수업시간에 듣기도 힘들다. 대학교에 오면 사정이 달라질까. 그렇지 않다. 대개 보건의료학생들은 고등학교에 다닐 때까지 학교가 시키는 것들을 꼬박꼬박 잘 지켜가며 대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이다. 애초에 이런 학생들이 노동권에 관심이 별로 없고, 혹시나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사회과학동아리에서 알아서 찾아가며 공부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 초, 내과 강의시간에 대사성 산증이 다뤄진 적이 있다. 그 시간에는 대사성 산증의 원인, 기전, 표준 치료 등에 대해 배웠다. 교수님은 "메탄올에 의해 대사성 산증이 생길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으니 몰라도 된다"며 지나가듯 말씀하셨다. 병원 안에서는 맞는 말일지 모른다. 하지만 병원 밖, 피해자분들께는 틀린 말이다. 2년 전 메탄올 중독 실명 사고, 1달 전 시안화수소 중독 사고 피해자분들 모두 대사성 산증으로 아파해야만 했다.

대사성 산증 강의 삽화에서 알 수 있듯, 의학 교육은 (적어도 필자의 학교에서는) 지나치게 과학적 측면에서만 이뤄진다. 의학을 사회적 맥락에서 바라보려는 사회 의학도 엄연히 의학의 하나의 패러다임으로서 존재하지만, 과학적 의학만을 진정한 의학이라 생각하며 교육하는 의과대학의 입장에서 사회 의학은 잊혀 버린 옛 이론일 뿐이다. 필자는 의학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의학이 지금까지 발전한 데에는 과학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과학적 의학만이 의학의 전부가 아니며 의과대학에서 사회 의학도 과학적 의학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요즘 보건의료학생에게 "의학은 사회과학이며, 정치는 대규모의 의학에 불과하다"라는 말을 병리학의 아버지, 루돌프 피르호(Rudolf LudwigKarl Virchow, 1821-1902)가 했다고 말해주면 믿을까? 1848년 초, 상부 실레지아 지역의 직조공들 사이에서 전염병이 유행했다. 이에 당시 유능한 의사였던 루돌프 피르호는 현장으로 가서 머물면서 전염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조사했다. 

그가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전염병의 원인으로 빈곤을 지목하며, 노동을 해도 노동자의 몫에 돌아가는 돈이 적은 현실을 비판하고, 무능한 정부를 비난하는 대목이 나온다. 훗날 세균이 질병의 원인이라는 세균설이 입증되면서 당시의 전염병이 Rickettsia prowazekii라는 균에 의한 발진티푸스임이 밝혀졌지만, 루돌프 피르호의 주장이 오늘날 우리나라의 보건의료학생들에게 주는 울림은 크다. 결국은 교육이다. 교육이 바뀌고 보건의료학생들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 진부한 대안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필자는 보건의료인이 한 사람이라도 더 노동자 건강권에 관심을 두고 아픈 노동자의 곁에 선다면, 그들의 목소리는 더욱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건의료인이 과학 교과서 너머, 활자 너머의 현장과 연대하는 사회가 오길 꿈꿔본다.

* 각주
1) 건강현장활동은 보건의료학생 매듭이 기획하는 활동으로, 건강할 권리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 5박 6일 간 산업 재해, 의료민영화, 여성 건강권, 노동 건강권 등에 대해 세미나를 하고 현장을 찾아가는 활동이다. 올해 건강현장활동에서 노동, 인천남동공단 시안화수소 중독사망사고, 반올림, 인천공항 교대제다. 현장활동은 각각의 주제에 대해 먼저 글을 읽고 생각을 나눈 다음, 현장에 찾아가서 선전전이나 간담회를 진행했다.
2) 김소연, 『"한국 노동교육 전무…독일 초등학생은 단체교섭 배워"』 한겨레, 2012년 11월 18일



현장에 가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형섭 보건의료학생 매듭


불건강한 환경에 놓인 수많은 사람이 있고, 단순히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병원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적 원인이 존재한다. 책이나 뉴스를 통해 많이 접한 이야기이고, 이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지난 세월을 살아왔습니다. 현장은 방문하지 않으면서 그에 관련한 뉴스만 들으면서, 학업 때문에 바쁘거나 해서 지칠 땐, 잠시 귀 기울이는 것을 멈추기도 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자부심에 사로잡혀 살았던 것 같습니다. "나 이런 이슈들 알고 있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저희는 이번 건강현장활동에서 故 박선욱 간호사 공동대책위원회와 ST 유니타스 과로 자살 대책위원회, 반올림, 인천남동공단, 인천공항,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분회 등과 연대하였고 먼저 아산병원에 찾아가 선전전을 진행하였습니다. 병원은 으리으리하였고 그에 맞게 수많은 환자가 붐볐습니다. 병원이 크니깐, 게다가 아산병원이니깐 환자들은 병원의 의료를 믿고 자신의 몸을 맡기지만 정작 의료진들이 인력 부족에 의해 그에 따른 "태움"에 의해 고통 받는 것은 전혀 몰랐습니다.

'리플렛을 나눠주면서 정말 이런 일이 있었어요?'라면서 매우 놀란 시민분도 있었고, 같이 아산병원을 욕하면서 공감해주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단순히 저만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공론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고, 그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호소하고 알리는 것 자체가 정말 힘들다는 것 역시 깨달았습니다. 책상에만 앉아있으니 알 턱이 없었고, 알기만하고 행동하지 않았던 내가 위선적이었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故 박선욱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 것은 스트레스 조절을 못 한다거나 우울증이 있었다는 등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간호사의 수련기간도 부족하고 수련을 담당할 인력 역시 부족하게 된다면, 감정적 스트레스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교육받는 사람과 교육하는 사람 모두 고통스럽게 됩니다. 게다가 아직은 본인의 일에 익숙지 않은 간호사가 현장에 투입되게 된다면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환자에게 불이익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이런 환경에서 일한다면 신규 간호사는 환자에게 해가 되는 존재로 스스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고 의료인으로서 효능감은 바닥에 떨어지게 됩니다. 이는 결국 구조의 문제입니다. 자살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고, 범인은 병원입니다. 추모의 의미로 보라색 리본을 육교에 묶으면서 보이는 병원이 과연 생명을 살리기만 하는 곳인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인력 부족과 직장 내 괴롭힘, 과로의 구조에 갇혀 사는 의료인들을 포함한 병원 노동자들을 바라보며, 사실 한국의 모든 노동자가 이러한 현실에 처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라면 독서나 영화감상과 같은 취미생활은 사치이고,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과 여유롭게 보낼 시간은 당연히 없고, 밤새워서 일하기도 하고 휴가 반납하기도 하면서 직장 내 상사의 괴롭힘도 다 버티면서 사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는 프레임에 갇혀 살진 않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동 구조가 과연 누구한테 이득이 돼서 굳건히 존재하는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후 저희는 반올림 농성 마침 문화제에 참여하였습니다. 삼성전자, 조정위원회와 반올림이 중재합의서에 서명을 하고 1023일의 긴 농성이 끝난 현장이었습니다. 저희를 비롯해 많은 연대 단위들이 같이 발언하고 반올림 분들과 같이 지난 농성했던 순간들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영광스러운 날에 함께하게 되었고, 저는 그날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이렇게 지난한 싸움을 해온 현장이 있었는데, 그리고 그러한 현장 역시 알고 있었는데, 왜 난 바쁘다는 이유로, 과제가 많단 이유로 같이 농성장 지킴이를 많이 하지 못하였고, 그들과 공감하지 못하였는가. 승리의 기쁨을 같이 나눌 자격이 있는가.

그러나 문화제에 다녀온 후 작업환경보고서 공개가 될 경우 기업의 영업비밀이 노출되어 이익이 침해할 수 있다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이 나와 아직 세상은 노동자의 편이 아니라 기업의 편이라는 생각이 너무 들었습니다. 언제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한다는 것, 생명 없는 이윤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세상이 알까요.

반올림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일하는 작업장에 대한 알 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인천남동공단을 방문하여 선전전에 참여하였습니다. 인천남동공단에선 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잃거나 마비가 되거나, 시안화수소 중독으로 노동자들이 죽어갔고 왜 자신이 아픈지 모른 채 자신이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공단 내 식당으로 식사를 하러 가면서 주변의 공장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내부에 들어가 자세히 살펴보진 못했지만, 얼핏 봐도 안전관리가 부실한 작업환경에 놓여 있었고, 대부분 하청업체에서 파견근로 하는 노동자들로 자신의 안전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작업환경 측정하는 기업조차도 관련 사업장들과 관련이 되어 있어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파견업체, 하청업체, 원청업체, 정부 그 무엇도 이들의 건강을 책임지지 않고 방기했습니다. 파견업체나 원청은 작업장 탓으로 돌리고, 하청업체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노동자를 지켜줄 수 있는 안전 장비나 화학약품 등을 갖추지 않고, 정부는 이러한 위험을 미리 방지하지 못하였고 하청업체들이 경쟁력을 위해 노동자의 안전을 희생하게 하도록 만든 환경 역시 방치하였습니다. 결국 근본적으로 자본이 낳은 파견과 하청의 구조가 노동자들의 건강보다 이윤추구에 힘쓰도록 만든 것이죠.

노동으로부터 소외된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선 사업장 자체의 잘못도 크지만, 그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저희는 인천공항에 방문하여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합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선전전에 동참하였습니다. 문재인대통령이 취임 후 공항에 찾아가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화하겠다며 선언했었기에 저는 잘 되겠거니 하고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으나 실상을 그렇지 못하였습니다. 아직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진행 상황은 더디고, 직접고용이 아니라 자회사를 설립해 간접고용을 진행하며, 아직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의 차별은 심하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몇몇 노동자들은 12조 8교대제와 같은 비인간적인 교대제에 처해있고, 대부분 4조 3교대제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건강한 교대제는 없듯, 야간근무를 하여도 제대로 된 쉬는 시간을 보장받지 못한 채, 모두 겨우겨우 일하며 24시간 공항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이번에 주 52시간 근무제로 전환되면서 기존의 교대제 근무를 하시는 분들의 일하는 시간은 단축하되 인력은 충원하지 않아 훨씬 더 고된 강도의 노동환경에 처할 위기입니다.

현장을 방문해보니 공항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시는 노동자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사실 공항에 가면 여행을 가는 느낌이 들어 싱숭생숭한 느낌이 많이 들었고, 그 안에서 일하시는 노동자분들은 생각해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장에 방문하고 왜 우리가 공항을 갈 때마다 깨끗한지, 수화물이 처리되는데 착오가 없는지, 승강기나 무빙워크를 이용할 때 고장이 없고 고장이 나도 빠르게 고쳐지는지, 보안 검색이나 출입국 심사 시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는지, 공항 내 위험 상황 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지, 공항과 비행기를 연결해 주는 통로가 덥거나 춥지 않고 탑승 시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는지, 이착륙 시 두려워하지 않고 안전한 비행이 되도록 활주로가 정리되어 있는지 등 우리가 지나쳤던 모든 노동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공항뿐만 아니라 모든 우리가 누리는 시설에서, 제품에서 지나쳐왔던 노동들이 있겠죠.

이런 수많은 노동자가 그러나 같은 직장에서 노동해도 비정규직이라고 차별당하고 교대제에 의해 불건강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 역시 잘 몰랐습니다. 알아도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였고, 저의 일로 와 닿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정말 현장에 와 봐야 이들의 존재를 느낄 수 있고 비로소 문제를 인식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분들 역시 자본에 의해 착취당하는 노동자로 비정규직이라는 값싼 노동력으로 사람이 치환되고, 노동자를 사람 취급하지 않아 안전관리 역시 미흡해 수하물 관리하다가 벌레에 쏘여 하반신이 마비되거나, 분진에 의해 폐암이 생기고, 노동 강도도 높아 골병이 드는 등 건강권이 침해되고 있었습니다. 공사로서 타 기관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데, 정작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비인간적인 교대제를 적용하는 등 노동자 착취에 모범이 되고 있었습니다.

이토록 다양한 현장을 방문하면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을 만나보았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일 때문에 다치고 아팠다는 것입니다. 그들을 아프게 한 구조를 살펴보면 얼마나 자본이 치밀하게 일터에 들어와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구조를 짜왔는지, 이런 불건강한 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워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먼저 이러한 환경에서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는 병원의 규모나 병상수에 따라 필수 의료 인력을 정해두고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노동자들의 알 권리가 보장되도록 기업보다는 힘없는 노동자의 편에 서야 합니다. 산재 입증책임을 노동자가 아니라 사업장이나 기업이 하도록 해야하며, 영업기밀이라며 공장이 작업환경을 숨기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건강권을 침해하는 사업장을 찾아 강하게 처벌해야 하고, 이를 보장할 수 없는 사업장들을 돕기 위해 금전적 지원을 해주거나, 하청업체끼리의 경쟁을 줄이기 위해 원청의 하청 후려치기를 막는 규제를 두고,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작업환경이나 안전 문제를 원청에도 직접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작업환경측정 역시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감시해야 하고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부족한 인력 역시 충원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노동자들은 결국 더 아파할 것입니다.

저는 우리가 모두 얼마나 자본주의가 사회에 요구하는 이윤 중심, 효율 중심의 사고에 갇혀왔는지 반
성하며,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선 어떤 가치를 우선 시 해야 하는지를 돌이켜 봐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건강한 삶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건강한 삶은 일하기 위한 삶이 아니라 일과 일 이외의 삶이 공존하는 삶입니다. 이를 위해선 노동자들은 일할 때도 자신이 어디서 무슨 약품이나 기계를 다루면서 어떤 일을 왜 하는지 알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이 어느 시간에 어느정도 일을 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으며, 그에 합당한 것을 넘어 일 이외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만큼의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몸을 버리고 죽어라 일해야 겨우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한 일에 효능감을 느끼며, 건강권을 보장받고, 결정권과 통제권을 지닌 주체적인 노동자 말입니다. 이렇게 노동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가 변해야 모두가 건강하게 노동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자본가와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건강한 삶과 일터를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 다녀온 후 전 정말 안일하게 살아왔음에 반성하였고, 노동자들의 삶과 사회적 구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모든 노동자가 건강한 그 날까지 얻은 깨달음을 잊지 않고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ST 유니타스 간담회를 다녀와서

이지연 보건의료학생 매듭

이번 2018 건강현장 활동에서는 주로 여성 건강권과 노동자의 건강권을 다루었고, 몇 개의 현장을 방문하여 간담회를 갖기도 하고 직접 현장에서 연대하기도 하였다. 이 중에서 ST 유니타스 간담회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소개해보고 싶다. ST유니타스에서 과로로 인해 자살한 웹 디자이너 故 장민순 씨는 회사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가장 심각했던 것은 과로로, 일주일에 연장 근로했던 시간이 법으로 정해진 기준인 12시간이 넘는 주가 ST 유니타스에서 근무한 총 129주 중의 46주가 되었다. 이는 근로기준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행위이다. 또한, 이와 같은 과도한 업무로 인해 회사에 입사하기 전 거의 완치되었던 우울증이 재발하게 되었다. 우울증 악화로 휴직하고 돌아온 고인에게 회사는 총 4명분의 일을 맡겼다. 그뿐만 아니라 업무 외 시간에 연락하거나, 수당도 주지않는 업무 참여 여부를 인사 고과 등에 반영하는 등, 직장에서의 갑질도 비일비재하였다.

이런 상황 뒤에는 특정 법령이 자리하고 있었다. 일 최대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월 69시간까지 연장 근로를 시킬 수 있는 탄력 근무제로 인해 노동자는 연장 근로와 야근을 매우 압축적으로 하게 되었다. 단적으로, 고인의 경우는 하루에 12시간 이상 근무한 비중이 18%가 되었다. 하지만 고인의 연봉 근로계약서에는 이미 주당 16시간이 연장근로수당으로 책정되어 있었다. 이것은 이미 이 자체로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한 것뿐만 아니라, 노동자는 이러한 포괄 임금제로 인해 만성적으로 야근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근무환경에 못 이겨 자살을 한 직원에 대해 회사는 과로 자살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 심지어 고인은 이미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우울증이 거의 완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이것을 개인의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치부했다. 이러한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하루 최장 노동시간을 법으로 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근무시간 이외의 연락을 지양하도록 해야 하고 과도한 업무를 방지하기 위해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 실적이 인격이라 하는 회사를 향한 IT노동자들의 싸움! / 2018.07

실적이 인격이라 하는 회사를 향한 IT노동자들의 싸움!

- 한국오라클노동조합 김철수 위원장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미국계 IT회사 한국오라클(ORACLE)은 미국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회사이다. 데이터베이스 관리 솔루션, 클라우드 어플리케이션을 기업에 공급하는 기업으로 서버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은 들어보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외국계 IT업계에서도 많은 이들이 선망하기도 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한국오라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터에서 행복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한국오라클노동조합은 지난 5월 16일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을 진행하며 일터를 바꾸기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 6월 12일 한국오라클노동조합 김철수 위원장을 만났다. 이날도 조합원들은 파업 참여를 위해 용산 철도회관에 모여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 한국오라클노동조합 김철수 위원장 (출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17년 10월에 설립된 한국오라클노동조합의 역사는 짧지만, 노동자들이 겪은 부당한 대우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고 한다.

“사람들이 외국계 회사인 한국오라클을 보면 돈을 잘 벌고, 거의 놀면서 일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을 안 만들어도 되는 거 아니냐고 묻기도 했죠. 하지만 실제 일하는 노동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한국오라클의 임금 체계는 성과급제다. 회사는 계속해서 기본급을 인상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성과를 내야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택했다. 결국 회사를 오래 다닐수록 소위 성과가 좋지 않은 직원은 오히려 임금이 삭감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성과급제가 노동자의 삶을 위태롭게 만든다.

“한국오라클은 매니저 중심의 회사입니다. 매니저와 친한 사람이 좋은 고객사를 받아가죠. 그런데 이런 식으로 성과를 내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대다수는 그렇지 못하죠. 오히려 눈 밖에 나면 압박을 하며 내보내려고까지 합니다. 노조가 파악한 것으론 직원 90% 정도가 10년째 임금이 동결된 상황입니다. 신입직원이 연봉이 높아요. 오래 일한 직원들은 얼마나 자괴감이 들겠습니까.”

김철수 위원장은 한국오라클이 오로지 돈만 벌면 모든 게 다 된다는 식으로 운영되는 곳이라고 했다. 노동강도가 높기로도 유명한데, 노조가 파악한 것으론 주당 110시간 이상 근무하는 노동자도 있었다. 엔지니어의 경우 문제가 생기면 바로 출동해서 업무를 처리해야 해서, 주말에도 24시간대기다. 만약 규모가 큰 장애면 일주일 이상 밤새고, 집에조차 가지 못한다. 인력이 부족해 교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오히려 직원들에게 주당 근무시간을 80시간까지만 입력하게 해서 제대로 수당을 지급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회사는 80시간 이상의 노동시간은 대체휴가로 사용하라고 하지만 만성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이들에겐 꿈같은 소리다. IT업계에만 20년, 한국오라클 입사는 올해 9년 차인 김철수 위원장은 이런 문제들 때문에 노동조합을 선택했다.

“노동여건이 너무 열악합니다. 제가 위원장을 하게 된 가장 큰 결심은 옆에 있던 동료들이 하나둘씩 회사를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예요. 본인이 원해서 나가는 것 같지가 않았어요. 보통 이직하는 사람들은 갈 곳을 알아봐서 입사하고, 그 뒤에 사직하는 게 순서죠. 그런데 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알아본 결과 권고사직으로 포장해서 해고를 했던 겁니다. 이분들을 만나서 얘기 들어보니 울면서 얘기하더라고요.

오라클이 3~4년 전부터 클라우드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꿨습니다. 클라우드 사업을 확장하려면 비용에 문제가 생기니 직원들을 정리해야 한다고 판단한 거죠. 법무팀에 직원들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오라고 하고, 사람들을 골라 권고사직, 사실상 해고죠. 그런데 그 사람들에게 아무 데도 얘기하지 않겠다는 조항에 사인하게 해서 어떤 문제도 밝히지 못하고 나갔죠. 한국오라클이 김앤장에 어마어마한 돈을 준다는 건 고객사들도 아는 얘기입니다.”

노동조합이 더욱 답답한 건 한국지사가 미국 본사 핑계를 대며 어떤 의무와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지사장과 매니저에게 모든 권한과 소통이 제한되어 있다. 한국지사는 노동조합에 ‘본사가 완강해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이러한 한국지사의 주장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본사는 심지어 한국오라클노동조합을 테러집단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철저하게 한국지사가 정보와 소통구조를 장악하고 있는 조건에서 노동조합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파업을 선택했다.

일을 멈추는 것, 그렇게 해야 자신들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 기울이고 변화의 바람이 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저희가 노동조합을 만든 이후 집행부, 대의원 분들 중 이전에 노동조합 만들려고 했던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용기를 못 낸 거죠. IT업계는 이직이 심합니다.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되지’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노동자’라는 인식도 희박해요. 소위 전문직이라고 생각하죠. 노동조합에서도 이런 인식을 변화시키는데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교육도 하고, 홍보도 하니 점차 가입률도 높아지고 파업 참가율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도 찬성이 96%로 압도적이었죠. 하지만 여전히 한국지사장은 본인이 뭘 잘못 했냐, 자기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고 주장합니다. 본사에도 상황을 계속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회사가 들으려고도 안 합니다.”

오라클은 한국지사뿐만이 아니라 해외 곳곳에 지사가 있다. 당연히 그곳에도 노동조합이 있다. 한국오라클노동조합의 소식을 들은 다른 나라의 노동조합 반응은 놀라움이었다고 한다. 물론 유럽지사 노동조합도 문제는 있지만, 한국 상황과는 다르다. 한국이 더 열악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투쟁을 멈출 순 없었다. 김철수 위원장은 무엇보다 조합원이 힘들더라도 지치지 않게, 즐겁게 투쟁하려 노력한다고 했다.

“IT노동자들의 의식을 바꾸는 데 오래 걸렸습니다. 노동조합 활동이 아직 낯설죠. 우선 다 같이 모여 재미있게 하려는 방식으로 투쟁을 하려고 합니다. 파업에 참가하는 조합원들도 우리가 회사에 굽히고 들어갈 수 없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계속 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특히 여러 프로그램 중 회사 한 바퀴 돌기가 반응이 제일 좋았습니다. 노동조합 가입한 사람이어도 가입을 아직 못한 사람이어도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파업에 참여한 사람들과 얼굴도 보고, 설득할 기회가 되기 때문에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서로 봐야지 얘기가 되고, 나는 왜 이럴 수밖에 없는지 어려움을 얘기할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시간입니다.”

노동조합이 생기고 나서 조합원들에게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이건 내가 얘기할 수 있는 권리구나, 당당하게 회사에 요구할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과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사측에 의해 억눌려왔던 권리를 향한 의식과 행동들이 뭉치니 깨어난 것이다. 

“오라클이란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 느낌과 경험은 ‘자유롭다’ 였습니다. 출퇴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분 시간에 쉬거나 개인 생활도 할 수 있었죠. 그런데 회사에 ‘실적이 인격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 이런 자유는 실적이 내야 보장되는 겁니다. 만약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노동자를 압박해대죠. 엄청 쪼는 거예요. 고객사 어디 갔다 왔냐, 레포트 가져와라, 시간당 레포트 내라고 하는 곳도 있습니다. 최근 노동조합이 파업하자 30분 단위로 레포트를 제출하라고 합니다. 사실상 내용은 누굴 만났고, 뭐하고 있고 이런 걸 적어서 내라는 거죠. 한국식으로 굴리는데, 더 심하게 굴리고 결국 해고하는 겁니다.”

급격한 기술의 발달과 빠르게 변화하는 IT업계에서 노동자들은 강도 높은 업무 능력을 요구받는다. 개발을 위한 장시간 노동과 몰아붙이기 식의 근무 스케쥴로 인해 다양한 건강상 문제를 겪는다. 한국오라클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퇴사한 사람들에게 들은 얘기인데 마감 때만 되면 영업 사원들을 가위에 눌려 일찍 깬다고 합니다. 제가 요즘 노동조합 활동하면서 오전 7시 정도에 회사에 나갈 때가 많아요. 그런데 그 시간에 오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왜 이렇게 일찍 출근했냐고 물으면 마감을 해야 하는데, 잠이 안 와서 그냥 출근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스트레스 때문에 잠도 못 자는 상황이에요. 그리고 고용불안에 시달리죠. 업무 성과와 모든 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윗사람에게 찍혔다는 ‘찍퇴’에 큰 불안이 있습니다. 매니저에게 무조건 굽신할 수밖에 없어요. 불만이 있어도 얘기 못 하죠. 이런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은 술이나 흡연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결국 정신질환에 시달립니다. 노동조합 만들고 나서 굉장히 자주 오는 상담 중 하나가 병원에 가서 정신 관련 상담을 받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는데 회사가 병가 신청을 안 받아준다는 거예요. 회사가 병가 대상이 아니라고 해버리는 바람에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겁니다.

엔지니어분들은 잠도 못 잡니다. 우울증이 기본이에요. 덤프트럭이 지나가는데 문득 거기에 부딪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잠을 잘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거예요. 이게 다 우울증 증상이고, 심각한 문제인 거죠.”

노동조합은 지금도 파업 중이다. 최근에는 거래처 기업의 고위임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귀족 인턴’을 받아온 사실까지 밝혀졌다. 또 한국오라클 임원이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하고도 사건을 축소한 뒤 피해 여직원의 퇴직을 강요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여러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노동조합은 계속해서 상황을 알리고 국회, 정부, 외국까지 대상으로 투쟁의 방향으로 삼고 있다. 김철수 위원장은 한국오라클 노동자들을 대표해 IT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일 할 수 있기 위한 방향에 대해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했다.

“한국오라클에는 거의 100개 이상의 조직이 있습니다. 1명인 조직도 있어요. 당연히 서로 잘 몰랐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잘 뭉치지 못했습니다. 서로 이해관계도 다르고 모르니까요. 그런데 노동조합이 생기고 자유발언도 하고, 서로 어려운 점도 이야기하다 보니깐 단합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각 부서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전체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힘이 생겼죠. 

IT업계가 노동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IT노동자들이 내가 월급을 받는 건 맡겨진 일을 하고 있기때문이고, 정해진 시간보다 더 일을 하는 건 회사의 문제라는 걸 인식했으면 좋겠습니다. 회사에 인력도 요구하고, 일도 줄여달라고 해야 하는 게 맞는 거죠.”

[현장의 목소리] 간호사 침묵을 깨다 / 2018.06

간호사 침묵을 깨다

[현장의 목소리] 고 박선욱 간호사 공대위 박고은님 인터뷰

재현 (한노보연 상임활동가)


지난 215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 고 박선욱 간호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고 박선욱 간호사는 서울아산병원 신규간호사로 약 6개월간 일했다. 이 소식을 들은 유가족과 전·현직 간호사들은 고 박선욱 간호사가 서울아산병원의 높은 노동강도와 태움 문화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며 병원에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서울아산병원은 묵묵부답이다.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한 시민들 기억에서도 점점 잊히고 있다. 그래서 이번 <일터>는 현직 간호사로서 "나도 너였다"며 제2, 3의 박선욱을 막기 위해 싸우고 있는 박고은님을 지난 523일에 만났다.


박고은과 고 박선욱, 다르지 않았던 간호사의 삶 

"저는 2010년에 간호학과 졸업하고 간호사가 되었는데요. 직장을 구하자마자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다른 동기들과 다르게 일을 연속해서 못했어요. 그래서 제 친구들은 8~9년 차 경력이 있는데 저는 어느 병원을 가나 박선욱 간호사처럼 신규였죠.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번 일에 마음이 더 쓰이고 공감 됐어요. 저는 심지어 박선욱 간호사보다 더 오랜 시간 신규 생활을 했으니까요." 

박고은님은 대학병원 간호사로 일을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태움과 각종 부조리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대학병원 정규직으로 입사를 했어요. 그런데 정규직으로 채용이 돼도 자리가 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거든요. 그때 병원이 prn(pro re nata: "필요하면"라는 뜻)이라고 정규직 간호사들이 자리가 날 때까지 대기하는 동안 계약직으로 일을 시키려고 했어요. 간호부 관리자들이 신규 간호사들이 다 모이는 자리에서 어차피 자리 나려면 기다려야 하는데 그 시간에 놀다가 입사하면 동료들에게 뒤처지니까 알바 한다 생각하고 와서 일 배우라고 하더라고요. 뭔가 그럴싸하게 말하면서 사실은 말도 안 되는 제안을 강요하는 거라 너무 황당했어요." 

박고은님과 다른 간호사들은 이 제안을 거부하기 쉽지 않았다. 결국 prn 신청서를 작성하고 일을 시작했다. 이때를 다시 기억하면 처음 직장에 갔는데 학교 실습 때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을 마주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일을 시작했는데 제가 예상치 않게 임신했어요. 그리고 설 연휴 동안 무리하게 일하다가 조기 진통이 와서 일주일 병가를 받았죠. 그렇게 쉬고도 회복이 안돼서 복귀 전날 부서장님을 찾아뵙고 조금 더 쉬면 안되냐고 했더니 막 뭐라 그러더라고요. 그렇지 않아도 다른 간호사들이 신규 간호사가 임신해서 병가로 쉬고, 나이트도 빠지고 일 시키기도 불편하다고 불만들이 많은데 대체 나한테 뭘 어떡하라는 거냐고 짜증을 내는 거죠." 

결국 부서장은 박고은님에게 '너에게 더 줄 수 있는 휴가는 없으니 계속 출근하든지 일을 그만두든지 결정'하라면서 사실상 퇴사를 종용했다.

"그때는 아무리 여기가 좋은 대학병원이라고 해도 제 컨디션이 더는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일을 하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그렇게 사직서를 쓰고 나왔죠." 

박고은님은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생활도 해야 하고 간호사로서 경력이 끊어진다는 불안함과 부담감 때문에 대학병원에서 운영하는 건강검진센터 내시경실에서 다시 일자리를 구했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아이 문제로 결국 일을 그만둬야 했고 국내 로컬 병원으로 일자리를 옮겼다. 

"제가 그전에는 대학병원이거나 대학병원에서 운영하는 검진센터에서 일했거든요. 병원들이 좋아서 그랬다기보다는 대학병원 체계가 굉장히 익숙했어요. 그런데 국내 로컬 병원에서 일 해보니까 상상했던 거 이상으로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기본적으로 일회용품을 재사용하거나 재소독 하고, 간호사들이 의사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더라고요. 의사들은 환자들 감염관리나 안전문제에 관심이 없고 간호사들한테 일을 다 떠넘기고요. 이런 데서는 도저히 양심적으로 환자를 못 보겠다, 생각해서 병상 규모가 큰 로컬을 가봤는데 역시 똑같더라고요. 그렇게 3개월 다니다 그만두고 2일 다니다 그만두고 몇 번은 더 이직했어요." 


'못난 사람, 못난 간호사'로 만드는 인력부족과 태움문화 

박고은님은 여러 경력 중 학생 때부터 가고 싶었던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도 일했다. 고 박선욱 간호사도 같은 중환자실에서 일했던지라 감정이입이 더 된다고했다. 

"제가 중환자실 경력이 없었는데 병원 쪽에서 관계 없다고 해서 면접을 보고 합격했어요. 그런데 첫날 출근해서 수간호사랑 면담하는데 제가 무경력자인지 몰랐더라고요. 병원이랑 중환자실이랑 소통이 잘 안된 거죠. 중환자실 선생님들은 사람이 부족해서 경력자를 구해달라고 했는데 신규가 와서 자기 일도 하고 저도 가르쳐야 할 판이니 화가 났겠죠. 그래서 매일 혼나고 몇 간호사들이 제 프리셉터 없을 때 윽박 지르고, 눈칫밥 먹고 살았어요. 근데 사실 이런 거 때문에 힘든 건 두 번째였고요, 뭐가 가장 힘든 줄 아세요? 내가 생각해도 나 자신이 여기서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때요. 나는 중환자실에서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도움이 못 되는 사람이구나, 그래서 이런 싫은 소리 들어도 마땅하다고 스스로 이런 생각이들 때가 사실 제일 힘들었어요." 

박고은님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일하다 계속 쓰러졌고, 결국 병원도 그만두게 되었다. 

"이사하면서 그만둔 거긴 한데 지금 생각해보면 도망치고 싶었던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아요. 아마 박선욱 간호사도 많은 순간 도망치고 싶었겠죠. 게다가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은 국내에서 가장 위급하고 위중한 사람들이 오는 병원인데 다들 일도 제대로 안 가르쳐주고 사람을 태웠는데 어떻게 일을 잘할 수가 있겠어요." 

박고은님은 본인이야 살면서 여러 풍파를 겪고 이제야 마음이 조금 단단해졌다고 생각하지만, 막 학교 졸업하고 사회로 나온 박선욱 간호사는 얼마나 힘들었을지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개인의 탓이 아닌 무책임한 병원 문제에 집중해야 

"언론이나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면 서울아산병원이 문제라기보다 박선욱 간호사를 괴롭힌 프리셉터나 같은 병동 사람들을 악마화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저는 그건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저번 집회 때도 이야기했지만 그 병원이나 부서 분위기가 어떤지, 구조는 어떤지를 파악하고 시스템에 관해서 이야기 해야지 개인을 먼저 손가락질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 한편에서는 박선욱 간호사가 일을 진짜 못해서 선배들이 참다, 참다 그런 거라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저는 박선욱 간호사가 아무리 일을 못 했다고 해도 '그럼 일 못 하는 사람은 꼭 죽어야 하냐'고 되묻고 싶어요. 아니, 일을 못 하면 트레이닝을 해주라고 선배들이 있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병원에서 박선욱 간호사가 학교 성적도 좋고 긍정적인 성격이니까 일 잘할 것 같다고 채용했으면 잘하든 못하든 병원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잖아요. 그리고 일한 지 겨우 몇 달 된 신규 간호사가 일을 못 하면 또 얼마나 못했겠어요. 쉬는 날에도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자기 스스로를 탓했던 게 박선욱 간호사예요." 

이런 이야기가 도는 건 바로 이 사건 때문이다. 고 박선욱 간호사는 동료 3~4 명과 함께 해야 하는 환자 체위변경을 간호조무사와 단 둘이 하던 중 중환자의 담즙을 배액 하는 관을 빠지게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한다. 이런 경우 환자는 재시술 해야 해서 책임이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박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박고은님은 박선욱 간호사는 이 일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일하는 내내 태움을 당하는 것도 모자라 환자에게 실수까지 했으니 낭떠러지로 몰리는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했다. 

"그 일은 환자한테 폐를 끼치고 잘못한 건 맞아요. 하지만 그 일에 대해서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면 되는 거잖아요.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잘못한 게 있어서 책임감을 느끼고 죽었다고 하는데, 이 실수가 본인이 죽음으로 갚아야 할 만큼 중대한 과실은 아니라고 생각해요만약에 저라도 제가 일을 잘못해서 환자가 죽었다면, 내가 죽어서라도 죄를 갚아야 하는거 아닐까 고민했을거예요. 하지만 그런 상황도 아니었고 사실 박선욱 간호사가 실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어요. 

보통은 중환자실 환자는 많은 장비를 달고 있고 의식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4명 정도가 같이 환자 체위변경을 하는 게 맞아요. 아무리 적어도 3명이 같이 환자 자세 바꾸고, 처치하고, 장비 고정하고 이런걸 해요. 그런데 병원에서 박선욱 간호사한테 2명만 가서 그 일 하고 오라고 시키면서 사고가 생겼죠. 그 일이 있고 나서 박선욱 간호사는 너무 괴롭고 외로웠을 거예요. 병원은 자기한테만 잘못을 뒤집어 씌우고 도와는 사람은 없고 나 힘들다고,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한테 도와달라고 할 수도 없었겠죠. 

정말이지 만일 이때 단 한 사람이라도 다음부터는 안그러면 되니까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고, 그리고 2명만 환자 체위변경하게 한 병원도 잘못이 있다고 박선욱 간호사의 책임을 덜어줬다면 어땠을까요."

 

병원을 바꿔야 간호사의 삶도 바뀌어 

"우리 사회는 이런 일이 벌어지면 몇몇 개인의 문제로만 이야기하면서, 다른 문제들은 묵인하거나 방관해 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은 달라요. 전국에 있는 간호사들이 병원 시스템의 문제다, 신규 간호사 교육 과정이 잘못됐다고 목소리 내고 있잖아요. 서울아산병원같이 한국에서 제일 큰 병원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다른 소규모 병원은 얼마나 더 심각하겠어요. 그러니까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가 힘을 모아서 병원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서울아산병원은 사과는커녕 아무런 말도 없네요. 어떻게 그럴수가 있죠. 박선욱 간호사가 결국 죽음을 선택한 게 자기 직장에서 일하다 죽은 거잖아요. 그러면 사과해야죠. 산재를 인정받도록 도와줘야죠."

 박고은님은 마지막으로 자신도 매일 태움을 당하면서도 이 문제를 방관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통계, 연구 보고서들 보면 학대받은 아동이 학대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고 가정폭력을 당한 사람이 폭력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하잖아요. 저는 간호사도 비슷한 거 같아요. 간호사들은 이미 학생 때 실습하면서 선배들한테 혼나고, 또 혼나는 걸 보거든요. 그러니까 직장 구하면 혼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아이를 키우다 보니까 생각이 든 게 어떨 때 아이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 소리 지르고 매를 들 때가 있잖아요. 그게 굉장히 잘못된 방법인데 아이한테 소리 지르고 눈 한번 부릅뜨고 매를 들면 아이가 눈치를 보거든요. 그건 에너지도 별로 안 들고 당장 아이 행동을 바꿀 수 있어서 편해요. 그런데 이런 폭력적인 방식은 결국 인간의 영혼을 훼손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도 쉽지 않은 게 아이를 존중 하면서 행동을 바꾸게 하려면 하나를 만 번 설명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성인은 만 번까지는 아니겠지만 신규 간호사를 가르친다고 했을 때 선배가 만 번 가까이 이야기할 만큼 에너지와 노력이 필요한데, 생각해보세요. 병원 인력은 늘 부족한데 선배가 신규 간호사가 들어오면 어떤 식으로 가르치게 되겠어요. 화내고 눈 부릅 뜨는 게 편하고 빠르겠죠. 저는 그래서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을 수 있는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간호사들도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조금 더 상대방을 인간적으로 대하고 존중하려는 노력도 해야겠지만요." 

현재 박고은님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를 비롯해 간호사단체와 개별 간호사, 노동시민사회 단체들이 공동으로 구성한 '고 박선욱 간호사 공대위'에 함께하고 있다. 공대위는 앞으로도 서울아산병원의 사과, 산재인정, 재방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끝까지 싸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