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_현장의목소리] 독점적 지배구조 개혁, 노동환경 개선의 출발점-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 오세윤 지회장 인터뷰

 

독점적 지배구조 개혁, 노동환경 개선의 출발점

-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오세윤 지회장 인터뷰

 

박기형 선전위원

 

지난 525일 네이버에서 일하던 한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 20년 가까이 IT업계에 종사한 고인은 네이버 지도 중 내비게이션을 담당한 기술자이면서, 동시에 네이버 지도 서비스 개선을 담당한 팀을 이끄는 조직장이었다. 평소에도 주변 지인들에게 네이버 지도 서비스의 개선점을 물어보았으며, 개발업무 관리프로그램인 깃허브에 휴일과 주말 구분 없이 업무기록이 수시로 올라왔다고 한다. ‘내비게이션 서비스 업계 1’. 2019년부터 네이버 지도 서비스를 담당한 고인의 팀에 부과된 목표였다. 이를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지속된 과로와 한 임원의 과도한 직장 내 괴롭힘이 의심되었다.

 

사측에서는 사건 직후 리스크관리위원회를 통해 자체 조사를 진행했고, 지난 625일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 해당 임원의 인사와 관련된 책임자들과 가해자들에게 징계조치를 내렸다.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경고를 받았는데,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네이버에서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다른 계열사들에서의 직책은 유지하였기에,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이하 네이버 노조)은 사측의 조사가 협소하게 진행되는 것을 비판하며 531일부터 623일까지 자체 조사를 진행하였고, 재발방지대책을 담은 최종보고서를 628일에 발표하였다. 네이버 노조는 이번 사건이 특정 임원의 개인적 책임으로 축소되어서는 안 되고,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하며, 나아가 성과 중심의 경영만 강조하면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묵살하는 경영진의 의사결정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23일 금요일 오후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노조가 사측과 별도의 자체 조사를 하게 된 배경을 물었다. 오세윤 지회장(이하 오 지회장’)은 네이버가 회사 내 문제를 조사하고 처리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네이버는 사내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사건 처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명분으로 사건해결을 사외이사들에게 맡겨왔다고 한다. 지난 2018년 사내이사의 채용 비리가 터졌을 때도, 사외이사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외부의 법무법인에 조사를 의뢰했다. 문제는 해당 기관의 입장에선 네이버가 수익성이 큰 고객이라는 점에서 온전히 독립성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점이었다. 그러니 조사범위가 축소되거나 제대로 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등의 한계로 이어지고 말았다. 더욱이 오 지회장은 위원회 소속 사외이사들도 그 명칭과는 달리, 실제로는 사측의 입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외이사 임명 권한을 누가 쥐고 있는지, 해당 사외이사가 누구의 관점과 이해관계에 입각해 사건을 처리하는지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상시적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보상위원회, ESG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 중 리스크관리위원회는 2020년에 기존 투명성위원회의 역할을 확대 개편한 것이다. 투명성위원회는 201612월 기업지배구조 개혁, 즉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다는 취지로 이해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사퇴하고 임원제를 폐지하면서 글로벌인사위원회를 대신하여 구성되었다. 당시 논란이 되었던 검색어 순위 조작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 한성숙 현 네이버 대표가(당시 대표 내정자) 투명경영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투명성위원회를 직접 이끌었다. 리스크관리위원회는 투명성위원회에서 담당했던 회사의 중요한 대외정책, 사회공헌 및 재단출연, 환경·사회 관련 제반사항과 대규모 내부거래 등의 심의기능에 더해, 전사 통합적 리스크관리 기본방침 및 전략수립·관리기능을 맡고 있다. 위원회 구성원은 총 3인으로, 모두 사외이사다.

 

이렇게 보면, 네이버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여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외이사가 형식상 회사 밖의 사람이라 하더라도, 실질적인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면 내부자나 다를 바 없다. 더욱이 네이버의 전체적인 기업지배구조의 형식과 실질이 분리되어 있다면, 더 주의해야 한다. 네이버의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네이버와 그 계열사의 임원직 현황을 살펴보면, 이해진 GIO와 삼성SDS 시절부터 함께한 창립멤버인 최 COO는 해피빈 재단대표직을 제외하고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이사 등 네이버 계열사 7곳의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그 외 채선주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이해진 GIO의 측근들이 네이버랩스, 네이버클라우드, 스노우, 네이버웹툰 등 주요 계열사의 임원을 겸하고 있으며, 책임리더들 중 일부는 9~10곳까지 계열사 감사직을 겸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오 지회장은 2017년 이후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출된 경영체계 개편논의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네이버가 관계하는 사업마다 이를 담당하는 계열사를 별도의 법인으로 설립했는데, 형식적으로 볼 때는 각 계열사의 독립성을 보장함으로써 독점적 지배구조를 선진적으로 개선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실질적으로는 임원 겸직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이해진의 신뢰를 받는 C-Level(CEO, COO, CFO )의 몇몇 경영책임자가 권한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 형식적으로만 분리해 법적인 책임은 지지 않고, 실질적 지배력은 유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오 지회장은 실무에 있어서 소수의 경영진에 의한 탑다운(Top-down)’ 방식의 의사결정구조가 열악한 노동환경의 근원에 자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IT업계의 노동문제를 지속해서 대응하면서 느낀 바가 있습니다. 바로 IT업계에서 성공한 경영진들이 갖는 공통된 태도입니다. 그분들은 사업이 잘 안 되는 이유를 아랫사람이 열심히 일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영진의 사업방향은 올바른데 이를 노동자들이 성실히 따라와 주지 않아서, 또는 글로벌 경쟁이 심해지는데 살아남기 위해 더 치열하게 일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노동자는 시키는 대로 최대한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된다는 거예요.”

 

오 지회장은 IT업계의 경영환경은 기술발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며, 특히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에서는 사람들의 필요를 잘 살펴야 하기에,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소수의 경영책임자만의 판단이 아니라, 시장의 동향과 방대한 정보를 직접 마주하는 일선 실무자들의 판단까지도 경영에 잘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자율성이 부여되어야 하며, 상향식 의사결정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하지만 오 지회장은 네이버에선 여전히 시키는 대로만 하라는 조직문화가 강고하다고 꼬집었다. 이로 인해, 무리한 업무일정을 강요하거나, 이번 사건처럼 오래전부터 업계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문제가 되었던 사람을 무리하게 채용하여 업무강도를 높이는 식으로 성과를 내려고 하는 등의 성과압박이 당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하나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팀 전체의 협력이 중요한 사업들에 대해 팀원 간 성과경쟁을 시키는 방식의 노무관리도 노동강도와 업무 스트레스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요컨대, 이번 사건은 장시간 노동과 성과급 경쟁, 이를 강제하는 위로부터의 일방향적 의사결정구조, 나아가 창업자와 그 측근들의 인사·기획 등의 권한 독점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더욱이 오 지회장은 이런 여건 때문에 제대로 된 조사나 개선조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내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비롯한 여러 사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려면 퇴사를 각오해야 할 정도다.

 

네이버 노조는 이번 사건의 해결을 위해 노동환경을 개선을 논의하기 위한 기구로서의 재발방지대책위원회를 제안했다. 직장 내 괴롭힘 등 노동문제를 신고·조사·징계할 수 있는 기구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고 신뢰를 담보할 수 있도록 노사동수로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아직까지 응답이 없어, 단체교섭을 통해 이를 관철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더해, 앞으로 조직장에 전적으로 부여된 인사권한을 별도의 인사 시스템으로 독립시키거나, 성과급 중심의 인금체계와 성과평가기준을 개선하거나, 경영진 겸직을 완화하고 새로운 리더쉽에 대한 논의를 노동자와 함께 구상하며, 리더 임명 및 사업운영에서도 해당 조직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의사결정구조로의 전환을 논의해나갈 예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