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5월_특집1] 가사노동, 착취에서 벗어나 노동권 쟁취의 길로!

일터5월호_특집1

가사노동, 착취에서 벗어나 노동권 쟁취의 길로!

당신이 가정에서 일상을 보내는 동안 스스로 하지 않았지만 거슬림이나 불편함이 없도록 많은 것들이 갖추어져 있다면 필요한 여러 가지 일을 다른 누군가가 해놓았다는 말이 된다. 당신이 쓴 수건을 빨아서 건조시키기, 설거지하기, 쌀 구입하기, 돌봄이 필요한 가족 구성원의 일상을 케어하는 일까지. 여기 보이지 않는 가사노동이 있다.

오랫동안 가사노동은 무급노동 영역에 있었고 노동으로 인식되지도 않았다. 그 노동 대부분은 여성들이 맡아왔고 지금도 그렇다. 가부장제 하에서 남성은 사회로 나간 반면, 여성은 가정에 머물며 가사노동을 담당하게 되었고 여성의 가사노동은 오랜 세월 가치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가사노동이라는 노동

여성들의 가사노동은 애정이나 여성의 본성으로 오래 인식되었고 노동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70년대 페미니스트들은 가사노동에 임금을 지급하라는 투쟁(Wages for Housework)을 시작했다.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하에서의 착취를 이제 끝내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70년대 영국과 이탈리아,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가사노동에 임금을 지급하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이 투쟁은 단순히 가사노동에 임금을 지급하라는 요구가 아니라, 드러나지 않던 가사노동이 노동임을 선포하는 강력한 싸움이었다. 여성들이 가사노동을 거부할 때 남성과 사회의 일상이 어떻게 흔들릴지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70년대 가사노동 임금 투쟁을 이끌었던 실비아 페데리치는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을 투쟁할 때는 우리의 사회적 역할을 직접적으로 분명하게 거역하면서 투쟁한다고 밝혔다.

여성들의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 투쟁은 가사노동뿐 아니라 모든 무급 노동에 대한 싸움이기도 했다. 이런 싸움은 확장하면서, 또 다른 방향으로 갈라지기도 하면서 이어졌다. 2018년 스페인에서는 여성들이 전국적 파업을 선언하고, 2시간 동안 부분파업에 돌입해 530만 명이 동참했다. 그 결과 열차 300편이 운행을 취소했다. 또한 여성단체들은 가사를 내려놓으라고 선언하였고, 여성들이 아파트 발코니에 앞치마를 내걸기도 했다. 모든 차별과 착취를 끝내기 위해 노동조합과 여성단체가 함께 했고, 일하는 여성과 전업주부가 함께 행동에 참여했다. 이 행동은 가사노동을 하는 무급 여성 노동자들과 유급 여성 노동자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한쪽이 착취된다면 다른 한쪽 역시 착취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신호를 보여주었다.

이와 같은 투쟁이 있었지만, 여성의 노동이, 여성의 무급 가사노동이 제대로 인정받는 시대가 오지는 않았다. 다만, 여성들은 공고한 가부장제 하에서 여성들은 모든 차별과 착취에 대해 계속해서 싸울 뿐이다. 한편, 여성들이 사회 진출을 시작하면서 집 밖에서 유급 노동을 하게 되었으므로 가사노동을 대신 할 사람이 필요해졌고 그 결과 하나의 유급 가사노동 시장이 생겼다. 남성의 노동에는 큰 변화가 없었고 여성의 노동에 변화가 생기면서 새로운 가사노동 시장이 생겼다는 것은 씁쓸하면서도 흥미롭다. 가사노동 시장에 진입한 노동자들 역시 여성이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가사노동 임금 투쟁을 하면서 가사노동의 사회적 역할을 외쳤지만, 가사노동 시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이런 가치는 반영되지 않았다. 반대로 낮게 평가된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가 그대로 시장에도 반영되어 가사노동자들을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가사노동 시장 형성과 노동권 배제

시장화된 가사노동을 법제도는 어떻게 정의할까? 근로기준법은 제2조에서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편, 동법 제11조 제1항 단서에서는 가사사용인에 대해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해두었다. 가사노동을 비공식 노동으로 보는 관점이 법제도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역시 시행령 제2조 제4호에서 가구내 고용활동에 대해 법 적용을 제외하고 있어 가사노동자들은 법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때문에, 가사노동자들은 엄연히 노동하고 있지만, 일하다가 다치거나 질병을 얻었을 때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없고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고 만다. 이렇게 가사노동자들이 법 적용에서 배제되고, 가사노동의 여러 문제가 개별화된 영역에 남아 있을수록 이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정, 인권 침해 문제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가사노동자의 법 적용 제외 이유는 무엇일까. 가정은 상호의존과 애정에 바탕한 공간으로 상상되기 때문에, 시장의 가치와는 상충될 수밖에 없고 기존의 노동법상 권리는 가정에서는 부적합한 것으로 인식되는 것을 하나의 이유로 들 수 있다. “가사서비스는 전형적인 여성의 일로 인식됐기 때문에 그에 대한 지위 및 대우가 정당화되었다는 점은 또 다른 근거가 된다. 누군가의 가정은 다른 이의 직장이 될 수 없으며, 하필 그 일이 여성의 일이라는 것이다.

가사노동이 본업임에도 노동자들은 업무를 하기로 한 당일 아침에도 이용자에게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기도 하는 등 고용이 매우 불안정하다. 다른 직종에서는 보기 힘든 일이 가사노동에서는 이렇게 생기기도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2015<비공식부문 가사노동자 인권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중개업체를 통해 이용자의 집에 노동을 제공하는 가사노동자들이 겪는 심각한 고충 중 하나는 이용자들의 하녀처럼 대하는 원시적인 태도였다. 가사노동자들을 동등한 노동자로 보지 않는 것이다. 또한 타인의 집안이라는 매우 폐쇄된 공간에서 이용자에게 인권이 침해되는 경험을 할 가능성이 있고, 일터에서 성폭력이나 육체적 폭력이 발생할 경우, 이용자와 단둘이 있어 대처하기가 다른 직장에 비해 훨씬 어렵다. 가사노동이 남성들이 하는 노동과 종류가 다른 노동이지만, 동등한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 시장이 형성된 이후에도 동일하게 유지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문제 발생 시 법 적용을 받는 노동자에 비해 해결, 보상을 요구하기보다 참고 넘어가는 일이 빈번할 수밖에 없다.

가사노동자법 제정 시도 및 쟁점 검토

오랫동안 비공식 노동으로 인식되었던 가사노동은 ILO의 협약 이후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ILO2011년 제100회 총회에서 가사노동자의 인간다운 노동에 대한 협약(Convention Concerning Decent Work for Domestic Workers)을 채택했다. ILO 협약의 주요 내용을 보면, 가사노동자들에게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권 인정, 모든 종류의 강제노동 금지, 아동노동 금지, 차별 금지 등을 명시하고(3), 모든 종류의 학대, 추행, 폭력으로부터 가사노동자를 보호하도록 하며(5), 가사노동자들에게 고용 관련 조건을 명시하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7), 노동시간, 연장노동수당, 휴게시간, 주휴, 유급연차휴가에 대해 일반 노동자와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고(10) 명시하는 등 가사노동자와 가사노동자의 노동권을 보호하도록 했다.

ILO 협약 채택 이후 2012년부터 국내에서 가사노동자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수차례 발의되었지만, 지금까지 제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거의 매년 법안이 발의되었는데, 2020<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이라는 동일한 이름으로 정부안, 이수진 의원 안, 강은미 의원 안이 발의되고, 213월 임이자 의원 안이 국회에 발의되었다. 발의된 법안들을 보면 정부에서 인증받은 제공기관과 가사노동자가 근로계약을 맺고 사용관계를 명확히 하게 된다. 또한 주당 근로시간을 15시간 이상으로 정하고 노동자들이 초단시간 근로에서 벗어나게 해 주휴 수당과 연차유급휴가를 받게 한다. 발의된 네 개의 법안대로라면 제공기관와 계약한 가사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역시 적용받게 된다. ILO 협약과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대로 상당 부분 가고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은 법안이 마련되면 안정적 노동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가사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기관은 가사노동자 법안을 추진해온 가사노동자 협회, 여성단체에서 꾸준히 요구해온 것이기도 하다.

가사노동자들은 비공식 노동에서 벗어나 다른 노동과 업무가 다를 뿐 같은 노동을 제공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가사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해 사용자 단체와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우루과이의 경우, 가사노동자들이 전국가사노동자연맹에 소속되어 이용자 단체인 가정주부연맹과 교섭한다. 이들의 단체교섭의 결과는 교섭 당사자뿐만 아니라 우루과이의 모든 가사노동자에게 전국적으로 확장되어 효력을 미친다. 미국에서는 개별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교섭 단체를 꾸려 가사노동자들과 교섭을 진행하기도 한다. 아직 해보지 않았을 뿐 이를 위한 투쟁이 있다면 한국에서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가사노동자들의 온전한 노동권 보장의 길

10여 년간 가사노동자들의 법제화가 시도되었으나 한 번도 제정으로 이어지지 못한 가운데 어떤 법제화인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가사노동자 고용개선을 위해 현재 논의되는 법안들은 제도 안에 포함되지 않았던 가사노동자들을 임금, 근로계약, 노동시간, 고용안정의 측면에서 보호하기 때문에 분명 진일보한 면이 있다. 여성의 가사노동이 오랫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상황을 타파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는 법안이다. 그러나 현재의 가사노동자법 제정 움직임은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서 가사노동자 적용 제외 조항을 삭제하려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정부가 인증하는 제공기관과 계약을 맺지 않은 가사노동자는 여전히 법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되고 사각지대에 머물게 된다는 한계가 있다. 여전히 여성이 하는 가사노동이 비공식적 노동으로 남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법안을 통해 가사노동에 대한 오랜 차별이 사라질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 부분이다.

가사노동자들에게 온전히 노동권을 보장해 노동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지급해야 하고, 쉴 권리,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또한, 집단적으로 노동조합을 조직해 사용자 단체와 교섭을 진행하고 행동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것이 비가시화되고 비공식 노동 영역에 있는 가사노동자들이 드러내고 목소리 내게 하는 길이다. 가사노동이 멈추면 모두의 생활이 멈추고 사회가 멈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유청희 상임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