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5월_특집2] 가사노동자의 몸을 노동자의 몸으로 인정하라

일터 5월_특집 2

가사노동자의 몸을 노동자의 몸으로 인정하라

 

62세 재가요양보호사 이씨는 하루 동안 네 집을 방문한다. 치매환자 홀로 사는 집, 거동이 불편한 80대 노인 부부의 집, 70대 여성 노인의 집 두 군데를 차례로 돌고 퇴근을 한다. 어느 날 70대 여성 노인 집을 방문했을 때 장 봐온 것들을 옮기다가 어깨에서 뚝 하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통증으로 며칠을 앓다가 정형외과를 방문해 우측 회전근개 완전 파열을 진단받았다. 결국 그녀는 수술을 했다. 비슷한 일을 겪은 동료 재가요양보호사의 소식을 듣고 자신도 산재를 신청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수술 후 한 달 반, 보호대를 풀고 재활치료 중인 그를 진료실에서 만난 근로복지공단 의사는 그간 어떤 일을 해왔는지 묻는다.

재가요양보호사 한 지는 이제 1년 반 정도 되었고, 이전에는 10년 정도 남의 집 집안일 도와주는 일을 하다가 그만뒀어요. 그 전에는 남편 사업이 괜찮아서 집안일만 했고요. 그 때 일하면서도 이렇게 저렇게 다치고 아플 때 있었는데 우리 집에서 일 할 때도 그 정도는 힘드니까 그냥 참고 지냈어요.”

가사서비스노동자로서 지내온 시간들을 노동자 스스로가 도와주는 일로 표현하는 것은 그의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역사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돌봄을 제공하고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로 어깨 부담작업을 수행해왔지만 산재보험에서 인정하는 어깨 부담 작업 경력은 18개월인 셈이다.

또 다른 60대 여성 정씨는 재작년, 고객의 집 화장실을 청소하다 미끄러져 손목 뼈가 골절되었다. 고객에게 치료비를 요청해보았지만 어떤 의무조항도 없었기에 400만원 가량의 치료비를 스스로 떠안았다. 손목뼈 고정 수술을 2번 받는 동안 그는 이른바 생산활동을 할 수 없었는데, 노동자 신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실업급여도 없었고 은행 대출도 불가능 했다. 노동자인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그는 다시 비공식부문 가사노동자로 돌아갔고, 일하다 손목이 또 부러지지는 않을까 두렵다.

드러나지 않는 가사노동자의 아픈 몸

2017년 고용노동부는 국내 가사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규모를 25만명으로 집계했고 2020년 한국가사노동자협회는 30만명에서 5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가사도우미, 산후관리사, 베이비 시터, 그리고 펫 시터까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들의 몸은 한 번도 노동자의 몸으로 지칭된 적이 없었으며 제대로 된 숫자조차 파악된 적이 없었다.

국내 가사노동자의 건강권에 대하여 다룬 연구 중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진행한 비공식부문 가사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는 가사도우미, 간병인, 육아도우미 5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연구 결과 가사도우미, 간병인, 육아도우미 각 집단에서 최근 1년간 경험한 건강문제 중 가장 높은 빈도를 보인 것은 근골격계 증상’(간병노동자 77.6%)아픈데도 일함’(가사도우미 74.3%, 육아도우미 57.2%)이었다. 근골격계 증상은 가사도움, 간병인, 육아도우미 모두에서 빈도가 가장 많이 또는 2번째로 많이(육아도우미) 경험했다고 보고되었다. 앞서 만나본 이씨와 정씨 역시 가사노동자로서 경험하는 근골격계 위험을 잘 보여준다. 반복적인 근골격계 부담작업으로 인한 건강상의 불편이 있음에도 계속해서 일해야만 하는 아픈 몸들의 이야기는 이미 낯선 것이 아니다.

그런데 가사노동자가 겪는 건강의 위험은 그 뿐만이 아니다. 같은 연구에서 가사도우미의 경우 독한 세제로 인한 각종 건강문제를 다수가 경험했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간병인은 정신적 스트레스 관련 높은 경험률을 보고하였다. 간병인의 경우 무시당한 경험, 과도하게 감시당한 경험을 가장 많이 했다고 응답했다. 가사도우미와 간병인은 물품 분실 관련하여 부당하게 의심 받은 경험은 11%, 업무 수행 과정에서 과도하게 감시당했다는 응답도 가사 28.2%, 간병 31.4%, 육아 17.9%로 높게 드러났다. 과도한 감시와 관련하여 CCTV가 설치돼 있음을 인식하는 경우가 16~32%에 달했는데, 가사노동자에게 사전 동의를 받은 경우는 26%에 불과했다.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직장내 괴롭힘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에서 ‘CCTV를 통한 지나친 감시가 명시되어있는 것을 고려하면 노동자로서 가사노동자의 일터는 그 기준 밖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게 감시당하고 있음에도 성희롱, 성폭력에의 노출 역시 크다는 점 역시 아이러니하다. 간병인의 경우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답변은 전체의 30.8%에 달했다.

2015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는 가사서비스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건강실태 연구를 발표하며 근로환경조사 내 가사서비스 노동자라는 범주와 돌봄노동 노동자(보육교사, 간병인, 육아도우미)’를 나누어 돌봄노동자와 다른 가사노동자들만의 특성을 확인하고자 돌봄노동자 780, 가사노동자 165명의 자료를 인용해 가사노동자들의 특성을 살펴보았다. 해당 연구에서는 중고령자가 많은 가사노동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분석대상자인 전체노동자·돌봄노동자·가사노동자의 연령대를 동일하게 하였으나 본인 스스로 평가하는 건강수준은 가사노동자가 가장 낮았고, 실제 직무(가사노동 등)로 인해 발생된 질환들도 가사노동자에게서 많이 보고되었다. 신체적 질환 이외 우울과 불안장애 등의 심리정서적 건강문제도 가사노동자가 상대적으로 많았고, 이 또한 가사노동자로서 업무를 시작한 이후에 경험한 사례들로 확인되었다.

가사노동자들이 경험하는 열악한 노동조건(아플 때 일해야 했던 경험, 원할 때 휴식이 불가능했음, 건강·안전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함)과 노동환경(근로환경 만족도, 고용 안정성, 보상의 적절성, 일의 가치성)이 건강(주관적 건강,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 정신건강 지표)과 연관성이 있는지도 분석을 수행하였다. 그 결과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이러한 부정적 노동조건, 노동환경의 세부 항목들이 건강의 세부항목과 연관성이 있었다. 이 연구에서는 실태조사를 위해 총 800명의 가사서비스노동자를 대상으로 직접 개발한 설문 역시 진행하였는데, 고객으로부터 위험한 작업을 요구 받은 경험자는 무경험자에 비해 주관적 불건강은 1.92, 근골격계질환 경험은 1.99, 안전사고 경험은 7.11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플 때 일한 경험자는 무경험자 보다 주관적 불건강은 3.21, 우울감은 3.52, 근골격계 질환 경험은 2.63, 그리고 안전사고 경험은 3.49배 더 많았다. 특히, 물건 파손/도난 오해 경험자와 부당한 대우 경험자는 각각 무경험자 보다 우울감 경험 확률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구 밖에서, 표집되지 않은 근로자 모수에서 얼마나 많은 가사노동자들이 일하다 다쳐 일을 못하게 되었는지, 혹은 아픈 몸을 견디며 일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안에 가사노동자들은 포함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일하고 있는 가사노동자의 수는 물론이거니와 일하다 다친 가사노동자의 수는 아무도 모른다.

가사노동자의 몸을 노동자의 몸으로 인정하라

가사노동이 사회의 근간을 유지하는 필수 노동임에도 가사노동자는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취약한 일자리로 다시 한 번 자리매김 하고 있다. 20206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여성가족부는 가사노동자 290명을 상대로 코로나 19가 가사노동자들의 일자리에 미친 영향에 대해 조사했다. 응답자 10명 중 7명 이상은 코로나19 전후 방문가정 수가 줄어들었다고 응답했다. 연구에 참여한 가사노동자의 월 평균 수입은 112만원으로 코로나 19 이후 월 평균 수입은 63.9만원이었으며 코로나19 이전보다 48.4만원이 감소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에 대해 가사노동자 10명 중 8명은 수입 감소를 꼽았고 7명은 일방적 방문취소로 인한 어려움을 꼽았다. ‘코로나 감염위험5.6명이었다. 코로나 시대에 가사노동자들이 감염보다 더 절실하게 느낀 위협은 수입 감소와 일방적 방문취소였던 것이다.

타인의 가정 내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은 이전과는 또 다른 어려움을 야기한다. 2015년에도 가사노동자들은 휴게시간 없이 개별 고객 집에서 일만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4시간 시간제로 일할 경우 10분에서 20분가량만이라도 쉬고 싶다는 것이 그들의 요구였으나 고객의 요구에 맞춰 일을 다 끝내려면 쉬지 않고 일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이집과 학교가 돌봄노동을 가정으로 이행시키며 업무 요구도는 더 가중되었지만 그 자리마저 놓칠세라 두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노동관계법이 가사노동자의 보호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일을 하다 다쳐도 고용주는 이를 부담할 법적 책임이 없다. 가사노동자를 노동관계법의 보호가 미치는 곳으로 포섭하려는 노력은 18대 국회로부터 현재까지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실질적인 근로계약과 그에 따른 노동자 보호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를 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가사노동자의 사용인을 명확히 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원칙적으로는 그 노동자의 서비스를 받는 가정이 사용자처럼 보이나 실상은 가사노동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직업소개소, 알선업체, 간병업무를 지시하는 병원 등)이 있기 때문인데, 결국 가사노동자의 사용인, 가사노동자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업무의 지휘, 감독을 누가 하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다변화하는 노동시장 형태와 고용관계 때문에 보편적인 노동관계법에서 보호받지 못 하는 노동자들의 얼굴은 이미 낯설지 않다. 중요한 것은 평가 절하된 가사노동자의 노동을 다시 수면위로 올려 필수영역에서 일하는 여성의 몸을 일하는 몸으로 다루지 않는다면 여성노동의 문제는 답보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성 노동자이자 비전형, 비공식영역의 노동자로서 가사노동자는 가장 취약한 일하는 몸인 셈이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 111항의 가사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문구에 근거해 가사노동자들은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60여년을 보내왔다. 2011ILO 가사노동자 협약 채택을 계기로 정부에 가사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을 강력히 요구하기 시작했으나 그 후로 다시 10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가사노동자의 몸은 노동자의 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노동자의 아프면 쉴 권리가 화두에 오른 가운데 일하는 몸으로서 인정받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는 부디, 가사노동자의 노동권을,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

(정지윤 회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