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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3월_특집3] 작은 사업장, 필요한 규제와 절실한 지원 - 경기동부 근로자건강센터 공유정옥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인터뷰 / 2021. 03 [작은 사업장의 큰 문제들] 작은 사업장, 필요한 규제와 절실한 지원 경기동부 근로자건강센터 공유정옥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인터뷰 유청희 상임활동가 규모가 큰 국내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법이 책임을 부여하고 규제해 산업재해를 예방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소규모 사업장은 대부분 법조항이 적용 예외로, 법 규제의 '빈 곳'에 남아있다. 2019년 산재발생현황을 보면, 국내에서 산업재해를 입증 노동자 10만 9242명 중 8만 3678명(76.5%)이 5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이다. 산업재해는 더 많이 발생하지만, 법적 규제는 덜 받는 곳이 바로 '작은 사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환경을 만드는 데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곳이 바로 전국의 안전보건공단 산하 근로자..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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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3월_특집3] 작은 사업장, 필요한 규제와 절실한 지원 - 경기동부 근로자건강센터 공유정옥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인터뷰 / 2021. 03

[작은 사업장의 큰 문제들]

작은 사업장, 필요한 규제와 절실한 지원

경기동부 근로자건강센터 공유정옥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인터뷰

유청희 상임활동가


규모가 큰 국내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법이 책임을 부여하고 규제해 산업재해를 예방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소규모 사업장은 대부분 법조항이 적용 예외로, 법 규제의 '빈 곳'에 남아있다. 2019년 산재발생현황을 보면, 국내에서 산업재해를 입증 노동자 10만 9242명 중 8만 3678명(76.5%)이 5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이다. 산업재해는 더 많이 발생하지만, 법적 규제는 덜 받는 곳이 바로 '작은 사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환경을 만드는 데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곳이 바로 전국의 안전보건공단 산하 근로자건강센터다. 근로자건강센터는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이 연결되고 안전보건공단과 계약한 민간기관이 위탁해 센터를 운영한다.

경기도 성남시 산업공단에 위치한 경기동부 근로자건강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공유정옥님을 만났다. 공유정옥님은 센터에서 노동자들에게 건강 상담을 하고, 사업장을 방문해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교육하며 사업주, 관리자, 노동자들과 만나고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과 노동자 건강권을 위해 가장 필요한 안전보건관리 활동은 무엇인지 물었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A부터 Z까지

소규모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자주 일어나니 관리를 해야 하지만, 현재 법에서는 산재 예방을 위한 규제 조항에서 소규모 사업장들을 적용 예외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물적·인적 자원 면에서 부족하다는 것이 그 근거일 수는 있지만, 이들 사업장에서 사업주들이 자발적으로 안전보건관리를 하며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정부는 이러한 사업장에 지원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경기동부 근로자건강센터에서 주로 만나는 노동자들은 누구인지, 진행하는 사업은 무엇인지 물었다.

"주로 20~30명 규모 사업장에 방문해요. 사업장에 가서 상담, 교육, 컨설팅 하면서 사업장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의사들은 건강, 작업환경, 보호구 상담을 하고 간호사 선생님들은 뇌심혈관 예방 상담을 해요. 근골격계질환 예방실에서는 운동치료, 스트레칭 가르치는 일을 하고요. 심리파트에서는 상담심리사가 감정노동 노동자들에게 교육을 하고 심리평가도 진행합니다. 사업장 다니면서 정신건강 관리 필요한 사람들이 있으면 상담을 권하기도 하고요. 산업위생기사, 직업환경팀에서 사업장 보건관리, 화학물질관리 등 컨설팅을 하고 안전보호구 지도, 위험 표지, 포스터, 스티커 제공하는 활동까지 여러 가지를 합니다. 주로 작은 공장들을 방문하는데요. 의사, 간호사, 산업위생기사 셋이 가요. 노동자 한 명씩 만나서, 건강진단 결과표 설명하고 현장 순회도 하고요. 보건관리대행 사업과 유사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산업위생기사는 작업환경 컨설팅 보고서를 보내는데, 그 후에 사업장에 재방문해서 개선하도록 권고도 합니다."

안전보건관리를 위해서 사업장에 방문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한다. 센터에서는 고용노동부 지청이나 안전보건공단 지사와 연계해 센터가 방문하는 계획을 사업장에 안내할 수 있게 한다. 특수건강검진을 진행한 곳에는 사후 관리를 위해 연락을 달라고 한 다음 신청이 오면 찾아가며, 신청이 오지 않으면 별도로 연락해 찾아가기도 한다. 공공 또는 민간어린이집 연합회가 회의를 할 때 찾아가 제안하고, 산업단지 관리공단을 통해서도 안내를 한다. 센터에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해서 사업주들이 방문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갖가지 방법을 써서 센터에서 방문할 방법을 만드는 것이다.

"센터에서 여러 방법을 써서 사업장을 찾아가지만 이런 것이 안 되는 업체들, 결국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은 답이 없어요. 법으로 강제할 수도 없는 거고요. 20인 미만 제조업에는 보건관리의무가 없으니 근로자건강센터를 통해서 안전보건관리를 받도록 법을 바꾸자는 주장도 하고 있습니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라면 무엇일까? 노동자들이 일반적으로 겪는 질환이나 회사에서 취하는 조치는 충분한지 등이 궁금했다. 또한, 작업 사업장의 노동 환경이나 안전보건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지 물었다.

"사실 사업장에 갔을 때 사업주나 공장장 같은 관리자는 거의 만나지 못해요. 상대하는 사람은 온갖 업무를 다 하는 노동자인 경우가 많죠. 상담 후 결과가 사업주에게 닿아야 하는데 잘 안 돼요. 전혀 정보가 없거나 잘못된 정보를 가진 사업주들도 있어요. 이런 곳들은 두세 달에 한 번씩 열 번 정도 만나면 수준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 사업장들은 학교를 가지 않았다고 할 수준이에요. 문맹이라고 할 수 있죠. 아주 기본적인 것이 제공되어야 하는데 안 되는 상황이에요. 왜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고가 나는지 알 수 있어요. 지식, 정보, 교육이 가서 닿은 적이 없으면 특출한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위생을 전혀 모르고 노동자는 아프죠. 사회의 진보, 성숙 속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문맹과 견주는 건데요. 문맹을 타파하기 위해 뭔가를 시도해본 적이 없었어요. 사업주는 국가가 개입하는 데 불만을 표하고요. 두세 달에 한 번씩은 가고, 일정 기간 동안 반복해서 만나고 잘 되면 졸업하는 식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기초 산업보건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과 사람도 많아져야 하고요."

필요한 곳에 필요한 지원을

인터뷰 내내 공유정옥님은 지속적으로 들여다보아야 많은 사업장이 안전해진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렇다면 산재예방을 위해서 산업안전보건법으로 풀어내야 할 것, 법제도와 다른 방식으로 풀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작은 사업장에 필요한 조치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진짜 문제를 풀려면 케어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A에게는 어떤 조치를, B에게는 어떤 도움을, C에게는 어떤 지원을 하는 식이어야 하죠. 전체가 다 들어오는 그림을 그려놓고 할 수 있는 곳부터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해야 해요. 이 전체 그림를 그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국에 23개 근로자건강센터가 있지만, 이걸로는 부족하고 100개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도 합니다. 또 모델을 만들어봤으면 좋겠어요. 파주의료원 같은 공공병원에서 하는 방식이나 민간기업에서 하는 건강센터도 의미 있죠. 조직된 노조에서도 시도해봤으면 해요. 5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보건공단이 하는 근로자건강센터와 다른 식으로 해봤으면 하는 거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을 제외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3년간 적용을 유예하게 되었다. 산업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소규모 사업장에게 이 법을 적용 유예하고 아예 적용하지 않는다는 데 어떤 문제점이 있다고 보는지 물었다.

"이 법은, 정규분포에서 계속 사업을 해서는 안 될 정도로 가장 나쁜 상황의 사업장을 걸러낼 장치라고 생각해요. 사업주의 자격을 묻는 법이라 생각합니다. 규모로 예외 두는 것에 물론 동의할 수 없고요. 산안법 처벌이 너무 약한 것도 맞아요. 분명히 처벌할 곳과 처벌이 아니라 다른 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 곳들은 프레임에 안 들어온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기에도 힘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기초 공부를 하게 도울까도 생각해야 합니다. 처벌밖에는 답이 없는 사업장은 처벌해서 본보기가 되게 해야 하고, 여기 전략도 필요합니다."

노동계, 정부의 과제

작은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노조 조직률 면에서도 저조하다 보니 건강하게 일하는 것이 노동자의 권리라는 인식을 갖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노동자들에게서 가능성을 보았다면 어떤 것이 있었는지 노동계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일지 물었다.

"쉽지 않은 건 맞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물꼬가 트이기도 하더라고요. 권리 주장이라기보다 '사장이 00해야 하는데 안 해', '건강진단 해준다더니 안 해준대' 이런 표현을 듣기도 하거든요. 이런 게 권리죠. 이런 인식이 보편적으로 확산되려면 계기가 필요해요. 역시 교육이 답이죠. 불만, 걱정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있으면 가능한데, 그런 자리를 조직해내야죠. 돌고 돌아서 결국 노동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노동자와 한 자리에 서는 운동이 같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가가기 어려워요. 노동운동, 지역운동, 계층운동 등 다양하게 만나는 시도가 있어야 해요. 그런 기회 면에서 사각지대는 고령노동자들이라고 할 수 있죠. 보편적인 권리의식도 부족하니까요. 또 노동조합에서 중년 여성 노동자들을 만나면 할 일이 많겠다는 생각도 해요."

정부는 사업장을 법으로 규제하고 근로자건강센터와 같은 방식으로 지원하기도 한다. 하나의 흐름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할 때 한 발씩 나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을 위해서 정부가 어떤 정책을 가지고 건강권을 설계해야 할까?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면, 30년을 보는 비전 세우기라고 생각합니다. 시스템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지반을 다듬으며 집을 짓지 않거든요. 일목요연하게 정비할 방법을 구상하고 체계적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개별 사안이 돌아가게 해야 해요. 계속 점검해가면서 정부, 입법, 행정, 노동계같은 기구가 청사진을 따라가면서 리포트가 나오는 구조였으면 합니다. 영국은 정기 리포트를 제출하게 하고 있어요. 이걸 놓고 반대하고 요구하면서 논쟁하는 구조가 한국에도 있었으면 합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이 안전과 건강을 보장받으려면 정부와 노동계의 역할은 백번 강조해도 부족해 보인다. 그런 한편으로, 근로자건강센터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현장에 다니고 교육할 때 작은 사업장 사업주의 인식과 노동 환경에 아주 조금 변화가 생길 거라는 게 예상되기도 한다. 그 변화, 아주 느리게 올 변화를 위해 법과 제도, 지원책이 꾸준히 모아져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