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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간 「일 터」/[특 집]

[일터3월_특집1] 작은 사업장 안전보건 실태와 개선과제 / 2021.03

[작은 사업장의 큰 문제들]

작은 사업장 안전보건 실태와 개선과제

류현철/소장, 직업환경의학전문의

20년 12월 7일,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위한 활동가 워크숍>이 있었다

차별과 불평등의 역사는 길고도 질기다. 왕족‧귀족과 평민‧노예라는 혈통으로, 섬기는 신과 믿음의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민족이나 인종과 피부색으로, 남성과 여성 혹은 기타의 성별로 차별해왔고 불평등을 당연시 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차별과 불평등의 양상은 달라졌지만 지속되고 있다.

중세시대 차별의 잔혹성에 비하자면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나 21세기 노동의 현장에서 차별은 만연하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의 노동자들은 비교적 안전 수준이 높아졌으며 어쩔 수 없이 위험을 감수해야하는 경우에는 위험수당이라는 명목으로 금전적 보상의 수준도 높아졌다. 그러나 작은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위험하거나 더 위험해졌으며, 위험수당은커녕 일자리를 유지하는 조건 자체가 위험 감수를 전제하기도 한다. 일터의 위험에 있어 불평등과 차별은 만연하다.

작은 사업장 일터 안전건강에서의 차별과 불평등

2020년 11월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에서는 '30인 미만 '작은사업장' 노동자 실태와 정책 대안'이라는 의미 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오늘의 전태일 보고서'라는 부제를 단 보고서는 한국 사회에서 '작은'사업장 노동자들이 처한 불평등의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30인 미만 작은 사업장 수는 전체 사업체의 97.9%, 종사자 수(자영업자 포함)로는 61.1%가 작은 사업장에서 근무한다. 노동자 수는 2019년 8월 기준으로 약 58.4%가 작은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여성, 고령자, 저학력 노동자 등 취약계층 노동자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작은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임금, 노동시간, 종사상 지위, 사회보험, 안전보건 등 대부분의 권리에서 차별을 겪고 있다는 것이 각종 통계와 질적 조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이는 한국의 경제적 사회적 변화과정과 맞물려 있다. 1970년대 정부 주도 하에 제조업 육성 정책을 바탕으로 해서 1980년대를 거치며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수출을 통해 성장한 대기업은 독자적 성장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는 대기업을 정점으로 하는 '하청 계열화' 방식의 동원 전략을 통해서 뒷받침되었으며 중소기업은 위계화된 하청 시스템의 하위 파트너로 편입되고 말았다. 원하청 불공정거래로 인한 기업간 격차는 확대되고 이는 결국 기업의 규모에 따른 노동자들 간의 격차로 이어지고 사회적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

불평등은 일터 안전건강문제에서 더욱 적나라하다.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시설, 장비, 인력, 시술 등 자원이 소요되기 마련이나 불공정한 원하청 거래관행으로 인해 작은 사업장에는 위험관리에 따르는 자원과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터의 안전보건 수준과 관련된 요인은 위험통제와 관련된 기술력, 사업주의 의지, 정부의 규제 정책 등등 다양하지만 이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위험은 '작은'사업장에 수렴되고 증폭된다.

원하청 관계를 통해 책임 없는 위험의 이전을 통한 기업의 이윤추구를 용인해주겠다면 정부가 위험 관리의 책임을 지고 비용과 자원을 동원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기존의 정책은 위험의 방조를 선택해왔다. 불공정한 거래관행을 개선을 통한 최소한의 안전보건관리 비용을 보장해주지도 않았으며, 관련한 공공적 지원은 미미했다. 오히려 작은 사업장에게 영세성을 이유로 안전보건관리체제 구성 등의 의무를 면제해주고 소극적인 규제로 일관해왔다.

원청의 책임에 대한 법적 규정 역시 실질적으로 담고 있지 못하다. 위험을 관리할 시설과 자원에 대한 지불 부담 능력이 없는 사업주가 위험을 담보로 생산이나 영업 활동을 유지하는 것을 영세하다는 이유로, 생존권 보장이라는 이유로 용인한 결과는 노동자들의 손상과 죽음으로 귀결된다.

2019년 산재 통계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의 사망 만인율은 1.65로 전체 평균 1.08보다 1.5배 이상 높고 이는 산재 통계가 작성된 이후로 변하지 않는 양상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산재보험 대상 노동자 중 16.0%를 차지하지만 사고 재해자중 33.9%, 사고 사망자 중 35.2%를 차지한다. 떨어짐, 끼임, 부딪힘, 깔림 등 재래식 사고의 위험이 관리되지 않고 있는 작은 사업장 노동자일수록 더 많이 다치고 죽는다.

질병재해에 있어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비율은 17.4%, 질병사망자에서는 16.6%이지만 이는 산재보상 절차와 승인에 있어서 장벽이 더 높은 질병재해의 경우에는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접근성 자체가 낮다는 사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최민, 작은 사업장 노동자 건강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과제,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위한 활동가 워크숍 자료집, 2020)

이렇게 수 십년 간 변함없는 결과를 마주하면서도 작은 사업장 안전보건관리는 해결 안 되는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 예방조치는 미진하고 생색만 내는 수준으로, 작은 사업장은 위험이 상존하지만 관리 책임은 공백인 상태가 지속된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정에서도 작은 사업장 안전보건 문제를 대하는 제도권의 인식의 일면은 그대로 드러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 과정은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들과 시민의 안전에 대한 인식수준의 성장을 반영하고 있다. 과거 압축적인 산업화와 경제성장과정에서 용인되던 노동재해에 대해 이제 기업의 책임을 따져 묻고 있으며, 특히 원청을 포함한 진짜 사장 처벌이라는 사회적 쟁점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손질된 중대재해처벌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그 적용을 유예하고 있다. 법의 실효성의 차원을 떠나서 중대재해의 상당부분이 발생하고 있는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할 권리에 대한 가치절하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적용범위의 축소를 통해서 원청이 면책되고 있는 현실의 반증인 것이다.

작은 사업장 안전보건,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먼저, 사업주의 안전보건 관리책임은 사업장의 규모와 무관하게 동등하게 주어져야 한다. 위험관리 실패의 결과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업장의 규모가 아니라 위험관리의 실패로 인해서 빚어지는 결과의 중대성에 따라 합당한 책임을 지우도록 해야 한다. 위험물을 중심으로 도급 금지 등의 관리책임을 상향할 것이 아니라 일터의 위험 관리에 소요되는 자원의 크기와 비용지불능력에 따라 관리 책임을 지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 무엇이 얼마나 왜 위험한지 알고 무엇부터 개입해야할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차원의 제대로 된 위험성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관리는커녕 등록조차 되지 않은 작은 사업장과 노동자들을 파악해야 한다. 안전상 문제는 주로 사업장 단위의 등록이 필요하며 보건상의 문제는 경우는 노동자 단위의 관리가 필요하다. 등록의 통로는 기존의 여러 법제를 활용하고 정보 공유를 통해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화학물질 유통, 위험 기계 기구의 유통에 따라서, 기업의 서플라이 체인을 따라서, 공장설립 인허가를 통해서 등록할 수 있다.

또한 지원을 전제로 한 자발적 등록(안전보건공단의 기존 지원사업 활용)과 중대한 위험이 확인된 경우 관리와 규제를 전제로 찾아내서 등록하는 등의 다양한 통로를 활용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기존의 안전보건관련 자료와 통합하여 위험을 파악해야 한다.

이에 기반하여 개별 사업장 단위의 위험성평가가 아닌 산업생태계 전반에 대한 위험성평가가 수행되어야 한다.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상황이 아닌 구체적인 위험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며 사업장 규모 자체로서 가지는 보편적인 위험이 아닌 실제적 수준에서 고위험 우선관리 대상을 파악해야 한다.

위험관리에 소요되는 자원과 비용에 따라 원청이 책임져야 할 부분을 정해야 하며 위험관리에 필요한 기본적인 장비, 자원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는 진입장벽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산업 생태계 전반에서 원재료를 포함한 생산-유통-폐기의 전 과정에서 소요되는 안전보건관리 비용은 마진(margin)이 아니라 원가(cost)로 여겨지게 만드는 필요하다. 위험으로 이윤을 얻는 자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공공의 역할이 필수적으로 요구될 수밖에 없다.

그간 정부의 작은 사업장 지원 사업은 목적과 방향이 없는 퍼주기식 금전 지원이 대부분이었다. 사업장 규모만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지원이나 규제를 통해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커버리지 수준 등을 예측하고 개입해야 한다. 위험 관리에 필요한 조건과 자원이 미비한 작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일정 수준의 지원을 통해서 관리가 가능한 경우와 불가능한 경우를 가려 지원하거나 혹은 해당 업종에서 배제할 수 있어야 한다.

작은 사업장의 위험관리와 노동자들의 건강관리에 대한 지원은 물론이거니와 관리 감독에 있어서도 국가, 정부, 지자체 각각 역할에 대해서 고민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기획하고 수행할 건전한 안전보건행정조직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이 실질적 교섭과 협상력에 기반한 권리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산안법 개정으로 사업주의 안전보건관리체제 구성과 노동자의 참여 보장 의무가 규모와 무관하게 적용되는 등 형식적 권리가 획득된다고 해서 바로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이 획득되는 것은 아니다.

2019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노조가입률은 4.0%로 300인 이상 사업장의 33.5%에 비해서 현저히 낮고, 2020년 민주노총에서 전략조직화 사업의 일환으로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5%만이 노동조합 조합원이라고 응답했으며 이는 2018년 한국의 노조 조직률 11.8%에 훨씬 못 미친다.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드는데 있어서 노동자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노동조합 활동이 노동안전보건 수준을 높인다는 것은 학술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다. 

작은 사업장의 안전보건 문제는 실타래처럼 얽혀 쉬운 해법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해결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자연도태(?)를 기다리며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할 일을 하자. 삶과 죽음의 크기는 사업장의 규모와 무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