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노동자 대책에 노동권 보장은 필수다]
버스노동자들의 안정적 노동이 필수노동자 대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정홍근 본부장 인터뷰
유청희/상임활동가
1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전국민이 코로나19로 불안과 두려움을 겪어야 했다. 전염병은 당연하게 여기던 일상에 균열을 만들었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등의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고 많은 일터가 재택근무로 업무 장소를 바꾸기도 했다. 멈춘다는 것에 우리가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멈출 수 없는 곳도, 그런 노동자도 많다. 정해진 노선을 운행하는 버스노동자들이 그렇다. 과연 이들의 시간은 어떠했을까?
서울시 성동구를 시작으로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 조례가 제정되고, 정부와 여당이 필수노동자 지원 대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후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 조례는 전국적으로 제정되고 있다. 보건·의료, 돌봄, 교통 등의 노동자들은 시민들이 비대면으로 활동하는 시기에도 대면 노동을 하고 있고, 건강을 위협받을 수 있어 점검과 보호가 필수적이다.
버스노동자들 중에도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이 뉴스 기사를 통해 알려지고 간혹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는 승객을 통제하는 중에 폭행을 당했다는 뉴스가 나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은 평소 안고 있던 문제가 그대로 드러나게 만들기도 했는데, 이 시기 버스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 문제를 묻고, 필수노동자 지원 및 보호 대책에 반드시 담겨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의 정홍근 본부장을 만나 들어보았다.
버스 업종은 지자체로부터 임금 등 지원을 받으면서도 회계는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 않아 채용 비리, 횡령 등의 문제를 오랫동안 풀지 못한 채 안고 있다. 정 본부장은 버스가 이윤 창출이 아니라 공공사업으로 변화해야 함을 피력하며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완전공영제'를 제시해왔다. 이미 임금 등 상당액의 지원금을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기도 하다.
공공성을 분명히 할 때 시민들에게 필요한 곳으로, 시민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버스 노선이 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필수노동자 지원 및 보호 대책 역시 공공성이 그 핵심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스노동자의 코로나19 시기 노동
버스노동자들은 업무 중에 많은 승객들을 대한다. 누가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른다는 예측불가능성에서 오는 불안과 두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기인한 업무상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승객이 마스크를 쓰지 않아 써 달라고 요구하다가 버스기사가 폭행당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기존에도 버스노동자들의 폭행 피해는 있었던 일이지만 폭행당하는 이유가 한 가지 추가된 것이다. 이렇게 감염병은 평소 있던 위험이 더 증폭되는 원인이 되었다. 일반 시민들은 이런 뉴스를 보며 안타까움을 표하겠지만 그 일을 겪은 버스노동자는 어떨까?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가 이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가 워낙 확산세라서 처음보다는 인식이 바뀌고 완화되었죠. 힘없는 사람들의 한이랄까요. 시민들이 언론을 보면 폭행당한 버스기사 보면서 안타까워하지만 우리는 하소연 할 데가 없어요. 회사에서는 어느 회사에서 벌어졌다는 거 자체가 지자체 평가 대상이 되는 이유다 보니까 쉬쉬하고 그래도 일하라면서 달래고 끝내는 식이에요. 우리도 '내가 왜 맞아야 돼' 하는 분노는 있지만 어떻게 보면 어머니 같고 형제 같아서, 고발하고 조사받는 거 생각하면 복잡하니까 거의 '내가 운전하는 게 죄지' 하고 포기하죠.
코로나 관련해서 위험을 줄이려면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 해요. 물론 회사에서는 주5일근무제를 요구해도 6일, 7일 다 시키고 싶어 하죠. 신규채용하면 그만큼 기본금, 상여금이 다 뛰니까요. 그래서 주5일 근무제로 가야한다는 것이 우리가 주장해온 것인데,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포함되어있었으니 노사가 합의하면 12시간을 더 할 수 있었죠. 그렇게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가, 다행히 특례업종에서 제외되어 주52시간제가 시행됐어요. 그런데 이번엔 탄력근로제로 업무시간을 늘려버렸어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노동시간이 통제되겠습니까."
'아프면 쉬라'는 공허한 외침
필수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대면노동을 하는 버스노동자들이 안전을 보장받으려면, 감염병이 확산되는 시기 내내 정부가 전국민에게 제시했던 '아프면 집에서 쉬라'는 권고가 이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면서도 실행하기 어렵다는 모순이 버스업계에서는 코로나19 전부터 있었다. 아플 때 휴가를 내 쉬는 일은 한국의 노동자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특히 한 사람이 자리를 비우면 누군가가 대신 채워야 하는 상황에서, 버스 회사들은 '쉴 권리'를 보장하기보단 어떻게 해서든 그 시간만 넘어가기를 기대하며 노동자에게 노동을 권한다.
"법으로 연차휴가가 보장되지만, 연차를 내라고 하는 회사는 전국적으로 100개 중 10개도 안 될 겁니다. 대부분 수당으로 줘 버려요. 누군가 쉬면 그만큼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데 회사입장에선 비용이 더 드는 일인거죠. 회사에서 용인 안 해줍니다. 대신 돈으로 주죠. 노사가 합의를 하면 법적 강제력이 없는 거예요. 근로기준법에 무조건 쉬라고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법으론 연차휴가를 제공해야 한다고 되어 있긴 하지만, 우리가 연차를 돈으로 받겠다고 합의된 것을 무효화할 강제력은 없어요."
버스 업종은 장시간 노동으로 오랫동안 악명을 떨쳐 왔다. 새벽에 출근해 밤에 퇴근하는 일이 다반사인 업종이다. 장시간 노동은 버스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치고 스트레스 대응도 어렵게 만든다. 게다가 시내버스 노동자들은 한 번 운행을 시작하면 종점까지 가야하니 원할 때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이 어렵고, 그러다 보니 방광염은 흔히들 앓는 질환이다. 허리 질환에, 사고 위험도 이들이 갖는 큰 두려움 중 하나다.
또 너무나 자연스러우면서도 쉽게 잊혀지는 어려움이 바로 정신적 스트레스다. 아침에 담뱃갑에 십계명을 적고 마음을 다스리며 출근한다고 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일을 하다보면 마음 다스리기는 요원해진다.
감염 위험에 고용 불안까지 덮치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대면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이 적어도 덜 위험하게 일을 하려면 마스크나 손소독제 같은 보호구는 안정적으로 지급되어야 한다. 특히 그 자리를 떠날 수 없는 버스노동자에게는 더 그렇다. 그런데 이런 충격이 올 때 쿠션 역할을 하는 곳이 보이지 않는다.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회사는 하지 않고 노동자가 고스란히 겪어내야만 한다.
버스노동자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겪은 즉각적인 어려움에 대해 방역 등 회사의 안전조치, 감염 위험에 대한 보상, 유급휴가같은 보호 및 지원이 있었을까? 노동자들에게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보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완충 조치는 일어나지 않고 노동자들을 사지로 몰고 있다.
"초기에 우리도 마스크도 제대로 지급이 안 된다는 말이 많이 공유됐습니다. 하나를 주고 며칠 쓰라는 곳도 있고요. 심지어 회사에 마스크를 요구했더니 지자체에서 안 나와서 못 준다 이런 식으로 무시당하고 노동자들 개인이 사는 경우도 많았어요. 버스노동자 폭행도, 그렇게 노동자들이 폭행당하고 언론에 나올 정도면, 경영자들이 버스노동자들 폭행한 승객에 처벌을 더 강화하라고 하는 것이 맞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지만요.
코로나 때문에 생긴 변화라면 근무를 못 한다는 거죠. 운행이 감축되었으니까요. 재난 시기라서 지급된 것이 고용유지지원금인데요. 고용유지지원금이 운행감축으로 인해서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니까 국가에서 임금의 70%를 주고 유급휴가를 쓰라고 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30%는 일단 회사가 지급한 뒤 지자체에 신청하면, 다시 돌려받아요. 근데 이것도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거예요. 이렇게 지원을 하는데도 전국적으로 경영을 제대로 못 해서 노선 폐지하고 폐업하는 버스회사들이 수두룩합니다."
필수노동자에게 꼭 필요한 지원·보호 대책
최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정이 버스 격일제, 복격일제를 하루 2교대제로 변경하고 준공영제 등 운영체계 다각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버스본부는 하루 2교대제를 환영하면서도 '완전공영제'로 나아가야한다고 입장을 냈다. 버스노동자들이 필수노동자로 그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감염병 상황에서 건강과 임금, 고용 역시 지자체와 국가 차원의 보장이 있어야 한다. 정부 및 여당의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 대책 역시 마찬가지다.
"필수노동자 지원·보호 대책 취지에는 공감합니다. 그런데 강제사항이 없다는 점이 아쉬워요. 조례 만들고 대책 세우는 것은 좋은데, 이게 사업주들의 협조 없이는 못 한다는 것이 문제죠. 지자체장이 계획을 세운다고 한다면 '재난수준에 대해서는 지자체장이 제출하면 지원을 받고 있는 사업장은 따라야 한다'고 단정지어야 하는데,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하고 있어요. 운행이 감축하더라도 임금을 우선 지급하라는 조항을 줘야 합니다. 그래야 조례에 대한 정의가 살아나는 거죠.
버스노동자는 감염병에 취약하니까 민간 기업에서의 대책보다는 지자체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봐요. 지자체가 공공 영역의 버스노동자들의 휴식과 임금에 대한 불안함을 없애려면 조례에 대해서도 강제성을 두게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어느 사회든지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사회가 굴러갑니다. 필수라는 건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잖아요? 파업해도 필수인력 남겨놓고 하듯이요. 그렇다면 노동자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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