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 종사자 보호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콜라비 선전위원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중 열린 여러 세미나 중 지난 7월 6일 2017년 고객응대 근로자 건강보호 우수사례 발표대회에 참석해 여러 사업장의 사례들을 들어보았다. 제목의 ‘고객응대 근로자’는 ‘감정노동 종사자’의 다른 표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수사례 발표대회’인 만큼 발표에 참여한 병원, 콜센터 등 다섯 개 사업장에서는 감정노동 종사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다양한 측면에서 시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첫 번째는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의 사례였다. 이 병원은 노사 공동으로 실태조사, 캠페인 등의 활동을 펼쳐왔고, 실태조사 결과에근거해 각종 방안을 추진했다고 한다. 그중 바람직하다고 생각한 해결 과정은, 감정노동과 관련해 부서별 토론회를 열고, 토론회 결과에 따라 해결방안을 제안하여 실행한 것이었다. 응급실 내 부서별 토론회의 경우, 주로 진료에 대한 정보와 안내가 부족한 상황,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환자 또는 보호자가 폭언, 폭행을 보인다는 결론에 따라, 대기실에 현황판 화면을 설치해 각 환자가 현재 어떤 진료 단계에 있는지, 예상되는 대기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려주는 시스템을 마련하였다. 한편, 병원의 특성상, 외부 고객뿐만 아니라 내부 고객, 즉 직원간의 폭언 등도 감정노동의 주요 지점으로 지적되는데, 특히, 일반적으로 신규 간호사들이 취약하다. 이 병원의 병동 내 부서별 토론회에서는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신규 직원이 지정한 멘토로부터 입사 후 6개월간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익명으로 신고하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 등이 제안되었다.
감정노동에 대한 실효성 있는 관리방안은 현장 노동자들의 참여로부터 나온다. 일부 관련 부서나 관리자에 의해 제시된 관리방안은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한 점에서 이 병원에서 부서별 토론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실행한 사례는 본받을만한 부분으로 보인다.
씨제이그룹의 콜센터 운영사인 씨제이 텔레닉스의 사례도 소개되었다. 콜센터 상담노동자들의 경우, 그야말로 업무의 대부분이 감정노동에 해당하는 고위험군이다. 이 사업장에서는 고객응대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상황에 대해 개인별, 조직별 대응체계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었다. 상담 시작 시, ‘서비스 향상과 상담사 인권 보호’를 위해 상담내용이 녹음된다는 안내멘트가 송출되고, 실제로 상담 중 언어폭력이 발생할 경우에는 언어폭력 자제를 요청하는 ARS 안내 멘트를 2회까지 상담사가 내보낼 수 있다고 한다. 이후에도 언어폭력이 지속될 경우는 상담이 강제 종료되고, 이후 관리자가 해당 고객에게 연락해 사후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개인별 대응방법 이외에, 악성 고객을 전담하는 팀을 따로 구성해 운영하는 조직별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업무 특성상 상담사마다 욕설을 하거나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는 고객을 만날 수밖에 없을 텐데, 그러한 상황에서의 대응을 노동자 개인의 역량에 맡기는 것은 과도한 감정노동을 유발하고, 더 높은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고 능숙한 직원들로 구성된 전담 부서를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 중 한 가지일 수 있다. 비록 이러한 대응체계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자료가 제시되지 않았지만, 개인별, 조직별로 대응할 수 있는 이러한 체계를 갖추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그 외에도 여러 사업장의 사례가 소개되었으나, 감정노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기보다는 가족 친화, 행복 등을 내세운 직원 복지 사업이나 일반적인 스트레스 관리에 해당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아 다소 아쉬웠다.
각 사업장마다 특성에 맞게 조직적으로 접근하여 해결하는 방식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감정노동 종사자 보호는 개별 사업장에서의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접근을 의무화하기 위해서는 감정노동 종사자들을 보호하는 법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하고, 악성 고객에 대한 현실적 처벌 규정도 필요하다. 더 넓게는 나의 노동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노동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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