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 급여 도입으로 산재 예방이 가능한가?
-근로복지연구원, 예방 급여 도입 제안
재현 선전위원장
그 어느 국가보다 취약한 사회보장 제도로 인해 산재 보험이 절실한 한국 사회에서 근로복지공단 근로복지연구원이 산재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산재 예방 사업과 산재보험사업 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산재예방급여’를 고민해보자는 문제의식을 던졌다. 이 제안은 지금까지 산재 예방은 안전보건공단, 산재 보상은 근로복지공단의 역할이었지만, 앞으로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에 보험 급여 항목으로 예방 급여를 신설해 산재 예방의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일깨우겠다는 것이다.
예방 급여 필요성을 고민하게 된 계기
첫째, 근로복지연구원은 산재보험 급여 중 일부를 예방 급여로 사용한다면 다른 직업병 요인에 비해 압도적으로 산재자가 많은 근골격계, 뇌·심혈관계 질환을 관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근골격계, 뇌·심혈관계 질환은 작업 환경과 함께 업무 외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이라 개별 노동자의 건강 증진 활동을 지원해 산재자를 줄이자는 것이다.
둘째, 업무상 질병 재해자의 상당수가 50인 미만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이고, 뇌·심혈관계 질환의 경우 50~60%가 중소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산재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예방 급여가 제도화 될 경우 지불 능력이 없는 사업주와 노동자가 건강을 보호 증진하기 위해 활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해외 사례의 경우
일본은 독립적인 보험 급여로 예방 급여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과로사가 사회 문제로 불거지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으로 노재보험으로 2차 건강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2001년부터 시행한 이 제도는 노동안전위생법에 따라 실시되는 정기 건강진단 중, 최근 진단 결과에서 뇌·심혈관계 질환에서 일정 항목에 이상 소견이 있는 경우 2차 건강진단을 통해 영양, 운동, 생활 지도는 물론 콜레스테롤 검사, 경동맥 초음파, 헤모글로빈 AIC검사 등을 실시한다. 대만의 경우 노공보험법 제4절 29조1에 따라 직업병 예방을 위한 검사 비용을 요양 급여에서 지급하도록 하고, 혈압, 혈관, 심전도, 소음 등 건강검진을 실시하여 산재를 예방하고 있다.
예방 급여 도입을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
현재 산재보험의 8/100은 산재보상보험 및 예방기금 지출에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산재보험에 예방적 성격을 강화하여 노동자가 업무상 질병이 발생하기 전 발병을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넘어야 할 장벽이 굉장히 높다. 우선 예방 급여 지급 대상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왜 해당 노동자에게 예방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지 정당성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한 것이다. 또, 예방 급여 지급이 업무상 질병을 예방할 수 있고, 실제 효과를 충분히 가져올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재정적 부담을 제도 안에서 해결 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노동자 건강을 예방하기 위한 이전 활동이 사업장 단위였다면 예방 급여는 개별 노동자도 지원 받을 수 있도록 법 제도를 개정하거나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방 급여 도입 논의 적절한가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예방에 힘쓰기 위해 다각도로 고민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의 주목적인 산재노동자에 대한 신속한 산재 인정, 치료와 재활, 요양 업무에 있어서 안팎으로 어떠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가뜩이나 부족한 사회보장제도로 인해 산재승인이 아니면 치료비를 보전 받고 요양을 갈 수 없는 산재 노동자들이 너무나 많은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산재인정 범위를 넓히고 신속한 보상과 요양 시스템을 가동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근로복지공단이 시급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다.
아직 초벌적인 고민 수준이라고 하지만, 예방 급여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많이 드는게 사실이다. 예방 급여 도입이 전혀 효과가 없지는 않겠지만 근골격계, 뇌·심혈관계 질환 예방을 위해 운동 치료, 재활 운동, 고혈압, 콜레스테롤, 식단 관리 등을 지원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겠는가? 근골격계, 뇌·심혈관계 질환은 노동조건과 환경의 변화 없이 기대하는 만큼의 산재 예방 효과를 거두기란 불가능하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승인을 기다리며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는 재해 노동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본연의 역할을 하는데 더욱 힘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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