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 일단 무한정 노동시간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 2017.9

일단 무한정 노동시간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 공공운수노조 집배노조 김효 정책국장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새 정부가 노동시간 특례 업종을 축소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는데, 가장 먼저 집배 노조가 생각이 났다. 이번 결정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해서 집배노조를 지난 8월19일에 찾았다.

"이번 결정으로 집배원의 노동시간이 상당히 줄거라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제 생각엔 그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우체국에서 일하는 집배원은 공무원인 정규직 집배원과 비공무원인 상시 집배원으로 나뉜다. 비율로 보면 공무원인 집배원이 1만4천명, 비정규직인 상시 집배원인 2천5백 명 이다. 이중 정규직 집배원은 노동시간 특례가 폐지 되어도 공무원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노동시간에 제한이 없다. 반면에 2천5백 명의 상시 집배원은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으로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이번 결정이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결정이 정규직 집배원과 비정규직인 상시 집배원 간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으로도 보인다. 

"상시 집배원이 비정규직이지만 정규직 집배원과 아예 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 일하는 팀도 같고 한 사람이 업무를 쉬게 되면 일을 나누는걸 견배라고 하는데 그것도 정규직 집배원, 상시 집배원 할 것 없이 다 같이 나눠서 일한다. 그래서 노동시간 특례 폐지로 상시 집배원이 1주일에 12시간 이상 연장 노동을 못 한다. 그리고 토요일에 기본 4시간에서 8시간 연장 노동을 하는 상황이 바뀌지 않거나, 인원을 충원하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남아있는 업무를 해야 하고 결국 정규직 집배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니 결국 무책임한 우정사업본부로 인해 정규직 집배원은 불만이 쌓이고 상시 집배원과 갈등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 예견된다."

노동시간 특례폐지 결정과 맞물려 우정사업본 부의 대안 마련이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떠한 상황인가.


"별다른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 상항이다. 지금 이대로 토요 집배를 진행한다면 지금까지 평일에 연장 노동을 했던 물량을 누가 처리하게 되는지 뻔히 아는데도 가만히 있다. 특히 명절이나 선거철이 아니라도 매월 15~25일은 물량이 폭주하는 시기다. 이때도 상시 집배원이 연장 노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지금보다 더 오래 건강을 해치며 일해야 한다. 이 모든건 무책임한 우정사업본부 때문이다. 사실 하루 이틀 일도 아니라 말하는 입도 아픈데, 일례로 2016년도에 사회적으로 집배원 장시간 노동이 문제가 되자 우정사업본부가 각 우체국으로 주당 44시간 이내로 노동시간을 제한하라는 지침을 내린 적이 있다. 그런데 업무량이나 인력 등 함께 조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없었다. 이 얘기인즉슨 우정사업본부는 문제를 면피하기 위해 서류 상으로만 시간을 줄이고 집배원은 이전과 마찬가지 로 연장 노동을 하라는 결정인거다. 심지어 주 44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제한하면서 연장 노동을 했던 집배원들은 연장수당도 제한되었고 통제받았다."

그럼 이번 정부의 결정을 어떻게 바라보고, 평가해야 하나.

"부족한 점은 있지만 집배 노조는 지금껏 집배원들이 노동시간 상한선 자체가 없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해왔다. 그래서 이번 노동시간 특례 폐지로 인해 전체 집배원의 20%인 상시 집배원의 노동시간이 절대적으로 단축되는 것을 매우 환영 하고 빠르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보고있다. 제도 시행 초기엔 집배원들 사이에서 문제 제기도 많고 불만이 없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공무 원에게도 노동시간 상한 개념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사회적인 인식이 생기고 우리도 그러한 요구를 다 시 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말씀하신대로 이번을 계기로 집배원의 노동시간 단축이 조금 더 현실로 가까워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이 아니라 십수 년 전부터 매년 10명 이상 집배원이 과로와 교통사고, 최근엔 과로자살로 사망 했지만, 집배원의 업무 경감이나 인원충원 등 제도적으로 개선의 노력이 미비했다. 토요 집배도 2015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1년 2개월 동안 잠시 쉬고서 바로 폐지했다. 당시 토요 집배가 부활할 당시 반대하는 집배원 비율이 사측과 가까운 한국노총인 우정노조 포함해서 70%나 되었다. 집배원들 이 우정노조의 결정에 이렇게 압도적으로 반대한 적이 별로 없었다. 집배원들의 이러한 불만이 결국 민주노조인 집배노조 건설로 이어진 거다. 많은 집배원이 주 40시간제 도입된 지 10년도 넘은 세월 동안 우리는 아직도 토요일에 일하고 있고, 동료들이 오늘도 죽지 말자고 이야기하면서 일해야 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결국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업무량 감소, 인력충원 문제로도 계속 싸워야 하는 상 황일 것 같다. 

"아무래도 집배원이 공무원이다 보니 예산을 우정 사업본부가 벌어들인 수입에서 계획한다고 해도 즉각 인력을 늘리는 게 쉽지가 않다. 그래서 일단 우정사업본부가 더는 마른걸레 쥐어짜듯 집배원의 생 명을 대가로 이윤을 남기는 건 그만두어야 한다. 그리고 토요 집배 폐지를 시작으로 점차 업무량과 인원 충원에 대한 대안을 하나씩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다." 

특집 1. 한국은 주5일제 근무라는 엄청난 착각 / 2017.9

한국은 주5일제 근무라는 엄청난 착각

권종호 선전위원


1998년 IMF를 극복하는 과정으로 출범한 노사정 위원회에서 사측과 정부는 노동계에 정리 해고 및 비정규직 채용요건 완화 등 고용 안정 성의 포기를 강요하였다. 그 반대 급부로 노동 계에 제시한 것은 법정 노동시간의 단축이었 다. 기존의 법정 기본 노동시간을 주 44시간에서 주 40시간으로 단축하겠다는 것인데 연평균 2,880시간을 근무하던 한국 사회 노동 현실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논의였다.

1998년 OECD 연평균 노동시간은 이미 1,900시간으로 (주 40시간 * 50주) 2,000시간보다도 적었다. 다시 말해 이미 기존의 OECD 국가 들에서는 모든 노동자가 주5일제 근무를 하고 있었고, 한국만 OECD 국가 중 최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었다. 이러니 노동시간 단축의 중요성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주 5일근무제에 대한 합의는 잘 이행되었을까?

각종 노동시간 통계 자료¹⁾에 따르면 한국은 2004년까지도 연간 노동시간에 큰 변화가 없었다. 노동시간 단축 논의는 1998년 시작되었 는데, 차일피일 제대로 된 법제화를 미루기만 했을 뿐 진행된 것은 없었다. 노동계가 매년 대규모의 총파업 투쟁을 벌이고 지속해서 요구하자 2004년이 돼서야 주 40시간 법제화가 이루 어졌다.

그러는 사이 1998년부터 2004년까지 200만이 넘는 비정규직이 급격하게 양산되었고, 이후 2015년까지도 이러한 비정규직의 규모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즉 개선해주겠다던 노동시간 단축은 2004년까지 미뤄두기만 하면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양산은 본격적으로 진행한 것이다.

[그림1] 비정규직 노동자 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그림2] 주6일 근무 비율 높은 직종 TOP10 (KBS 뉴스갈무리)


그럼 2004년 주 40시간이 법제화된 이후 라도 노동시간 단축은 잘 이루어졌을까?

노동시간은 2011년까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긴 했지만, 속도는 더디기만 하였다.

왜냐하면, 2004년부터 시행된 근로기준법 개정이 무려 7년에 걸친 단계별 시행을 부칙 상에 정해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2011년 이후 다시 노동시간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 고,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113시간에 달한다. 이는 2015년 OECD 평균인 1,766시간을 훨씬 웃도는 수준 으로 법정 노동시간이 주 40시간인 국가의 연간 평균 노동 시간으로 보기엔 매우 비정상적인 수치이다. 심지어 2011년까지 주 40시간 근로가 완료된 상태인데도 말이다.

<표1> 2015년 OECD 회원국 연간 노동시간 (사회진보연대)


<표2> 근로기준법상 법정노동시간 비교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표1, 2²⁾>는 2015년 OECD 회원국 연간 노동 시간과 근로기준법상의 법정 노동시간을 비교해 놓은 것이다. 사실 각국의 근로기준법상 법정 노동시간은 프랑스의 35시간을 빼면 한국의 주 40시간과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영국은 주 48시간이 법정 기준이며 연장근로는 1 주 60시간까지 가능한 것으로 되어있고, 일본은 연장근무 15시간을 포함하면 주 55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런데도 영국과 일본은 각각 연간 노동시간이 1,674시간, 1,719시간으로 한국의 2,113시간에 비하면 연간 400시간(근무일 50일, 2개월 이상) 정도 적게 일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나타나게 된 것일까

2004년 주 40시간이 법제화되고 2011년까지 실제 적용이 완료되도록 했지만, 노동부는 2004년 바로 주 40시간 법정 근로시간에 12 시간 연장 근로 외에 토, 일 휴일근로로 16시간이 추가될 수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행정해석을 내리게 된다. 결국, 주5일 근무를 위해 고용 불안정을 감수하면서 쟁취한 노동시간 단축이 어처구니없는 행정해석 하나로 다시 주 68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으로 돌아간 것이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한국의 근로기준법에는 법정 근로시간 기준을 아예 무시할 정도의 예외 업종들이 수도 없이 많다. 독일, 영국, 일본 등은 법정 근로시간을 넘겨 근무할 수 있는 업종에 대한 규정과 제약사항이 매우 자세하게 되어있다. 즉, 이러한 예외 업종은 매우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예외로 인정되지 않고 대부분 노동자는 법정 근로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심지어 업무 강도가 낮다는 이유로 한국에서는 24시간 맞교대(주 84시간 근무)가 자행되는 경비직도 독일 등에서는 법정 근로시 간을 준수하게 되어있다.

그에 비하면 한국의 법정 근로시간 예외 업종은 너무 광범위하다. 먼저 최근에 가장 논쟁이 되는 근로기준법 59조의 특례사업을 보자. 법에 정해진 특례업종이 1. 운수업, 물품판매 및보관업, 금융보험업, 2. 영화제작 및 흥행업, 통신업, 교육연구 및 조사사업, 광고업, 3. 의료및 위생사업, 접객업, 소각 및 청소업, 이용업, 4. 그 밖에 공중의 편의 또는 업무의 특성상 필요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업(현재 사회복지사업)이다.

이러한 업무는 1일 24시간 내내 근무도 가능하고 무제한 연장근무가 가능하다. 법정 근로시간 주 40시간은 딴 세상 이야기이다. 쉬지 않고 일만 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상황치고는 너무 광범위한 것 아닌가? 이러한 특례업종의 선정 이유는 다수의 국민이 자주 이용하는 사업에서 공중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저렇게 광범위한 업종에 종사하는 수많은 노동자는 다수의 국민이 아닌가? 그들의 편의와 건강은 안중에 없는가? 또한, 공중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상시적인 일손이 필요한 업종이라고 꼭 근무시간을 늘려야 하는가? 인력을 충원하면 되는 것 아닌가?

문제가 되는 업종은 이뿐만이 아니다. 근로기준법 58조의 주간근로시간제에 해당하는 업종(대표적으로 택시 기사), 근로기준법상 근로 시간 제한도 휴일, 휴게에 관한 규정도 적용하지 않는 63조의 적용제외 업종(농림, 축산, 어업 등의 일차 산업, 감시 또는 단속적 업무 - 대표적으로 경비 및 시설관리) 등 매우 많은 업종이 주 40시간의 법정 근로시간 기준이 있음에도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지도 않은 형태의 포괄 임금제'를 통해 계약 당사자 간의 합의라는 핑계로 법정 근로시간을 넘겨 근무하게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미 쟁취한 줄 알았던 노동시간 단축, 주5일 근무제는 여전히 멀고 먼 이야기이다. 98년부터 이어져 온 꼼수가 여전히 지속하고 있고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국회와 고용노동부는 실질적으로 주 68시간이 되어버 리는 행정해석의 문제, 너무 광범위한 특례업 종의 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논의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결정된 후에도 주 68시간 문제는 총 5년의 유예기간을, 특례업종은 전면폐지가 아닌 일부 폐지를 하겠다고 하니 이미 당연히 주어졌어야 할 권리임에도 또다시 노동자의 희생만 요구하는 꼴이다. 이러한 논의 중 가장 어처구니없는 내용은 당장 시행하면 막대한 재정 부담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시행이 미뤄지는 동안 노동자의 희생을 통해 막대한 이득을 취해왔다는 것이고, 노동자는 이미 너무 많은 고통을 당해왔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지금 당장 시행해도 이미 늦었다는 점, 고통받는 노동자가 너무나도 많다는 점이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 각주

1) the 300, "통계는 평균 주 41시간 근무…" 진짜 직장인의 삶은?
2) 표 2 박지순, 근로시간과 휴일에 관한 각국의 법규정

특집 5. 기업이 변해야 노동자가 생명을 지킨다 / 2017.8

기업이 변해야 노동자가 생명을 지킨다

재현 선전위원장

한국이 산재 공화국이다 보니 하루가 다르게 노동자의 부고 소식이 전해진다. 노동자 대부분은 노동자는 각종 안전사고와 과로, 골병 등 직업 병으로 인해 사망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머리기사처럼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가스총이라도 챙 겨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객에게 살해 위협을 느끼거나 실제 살해되고 있다. (“인터 넷 수리 기사는 가스총이라도 챙겨야 했을까” (2017.619 오마이뉴스))

또한, 고객의 물리적인 폭력만이 아니라 개별 회사로부터 실적, 감정노동, 과로 등 압박을 받은 콜센터, 방송업계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노동자의 죽음을 막기엔 역부족인 사후 대책들

노동자의 죽음이 계속되면서 이 문제가 이슈화 되고 사회적으로 경종을 울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달라진 것은 없다. 개별 기업 역시 노동자의 사망과 관련해서 최소한의 책임만 지면서, 노동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데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그 결과 대부분 기업은 노동자의 죽음을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조치가 아니라 사고 이후 대책을 마련하는 데 힘쓴다. 가령 노동자가 물리적으로 고객에게 대항할 수 있는 조처를 하는 방식이 다. 또는 경찰 혹은 방범 서비스 회사와 협력체계를 구축해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겠다거나, 사고 이후 유족/피해자에 대한 위로금 지급 정도가 대부분 기업에서 빠지지 않는 조치들이다.

기업이 노동자의 생명을 우선하는 조직으로 바뀌어야

이러한 대책도 마련되어야 하지만 실제 노동자의 죽음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개별 기업은 노동자의 생명보다도 이윤을 우선하는 가치와 철학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 아무리 개별 기업의 이윤이 중요해도 노동자가 목숨을 걸면서, 죽음을 무릅쓰면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없다.

개별 기업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고객에게 불편을 감수하고 서비스를 기다리게 하는 조치, 노동자가 위험 상황을 중단시키거나 해당 상황을 대피할 수 있는 권리,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 조건과 환경을 조성하는 시스템 구축 등에 힘써야 한다. 이러한 사항들은 개별 노동자가 조처를 할 수 없거나 개별 기업이 보장하지 않으면 개별 노동자가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다.

지난해 삼성 에어컨 설치 기사가 추락 불안정한 난간에서 일하다 사망했었다. 사고 이후 삼성 에어컨 설치 기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 현장엔 누가 갔어도 사망했을 거라고 말했다. 이때 만일 사망한 노동자가 고객에게 지금 이대로 일하면 추락할 수 있으니 고소작업 차량이 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과연 노동자가 사망했을까?

한편, 이 노동자의 죽음 이후 삼성 서비스노동자들의 투쟁 끝에 노동부와 에어컨 설치 기업은 반성과 노력의 결과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는 조치를 마련했다. 그래서 현재 현장 노동자들은 위험 상황 시 회사가 정한 매뉴얼에 따라 고객에게 고소작업차량이 올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만일 노동자가 지금 당장 일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삼성에 연락해서 작업 중지를 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 이러한 조치 이후 현장에선 이전과 다른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개별기업을 강제하기 위한 정부의 책임도 막중

이러한 조치는 결국 개별 기업은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는 데 있어서 매출액, 실적, 고객 서비스, 상품 생산량 변화를 받아들이느냐 마느냐 문제이다. 이럴 때 정부의 역할은 개별 기업이 위험업무의 부담을 덜기 위한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도록 해야 한다. , 솜방망이 처벌을 생각하고 노동자의 생명을 파리 목숨 취급하지 않도록, 해당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개별 기업에 막중한 책임을 물려야 한다. 대부분 기업은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것에 따른 조치가 이윤과 생산량에 막중한 피해를 주거나 안전문제에 있어서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정부는 개별 기업을 강제할 방안을 찾고 실제 집행해야 한다.

나가며

계속되는 노동자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들의 가치 변화와 이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막중하다. 이럴 때 노동자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하지만 그것에 그치지 않고, 위험 상황에서 노동자 스스로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도록 하는 대안 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

특집 4. 위태로운 인터넷 설치·수리 노동자들 / 2017.8

위태로운 인터넷 설치·수리 노동자들

나래 상임활동가

 

인터넷 강국이라 불리는 한국의 인터넷 설치·수 리 노동자들은 어떤 환경에서 일할까? 속도가 빠르고 안정적인 만큼 노동자들의 삶도 그럴까? 지 난해 927SK브로드밴드 의정부센터 인터넷 설치기사가 비 오는 날 전신주 위에서 작업하다 추락해 하루 만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분명 사고가 예상되는 작업이었지만, 당시 센터팀장은 실적압박을 하며 작업을 강행했다. 결국, 죽은 것은 전신주 위에 올랐던 노동자였다. 죽음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올해 616KT 자회사 KTs 직원은 인터넷 수리를 하던 중 흥분한 고객에게 살해당했다.

날씨뿐만 아니라 고객에 이르기까지, 인터넷 설치· 수리 기사노동자는 위태롭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725SK브로드밴드 자회사 홈앤서비스에서 근무하는 조정욱 님을 만났다.

▲ 업무를 하고 있는 조정욱 님의 모습 

일반적으로 개통, 멀티, 장애(수리)파트가 있는데 저 는 장애 업무를 맡고 있고, 통신업계에서 일한 경력은 14~15년 정도 됐습니다. 전에는 한국통신 KT에 있었는 데, 입사한 해 결혼을 했습니다. 그때 아내가 일하는 걸 물어보기에, 전봇대에 올라가는데 오늘 바람 부니 휘청 휘청했다는 얘기를 했죠. 아내가 그 얘기 듣고 직장을 옮겼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여기로 옮기게 됐죠.”

인터넷·TV 설치, 수리 노동자들은 대기업 원청 소속이 아닌, 원청과 위탁계약을 맺은 협력업체 소속이다. 거기서도 협력업체 소속과 개인 도급 방식의 형태가 혼재돼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느끼는 가장 근본적 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

실적 압박이 문제예요. 접수가 취소된다거나 하면 마 이너스 패널티를 줘요. 저희는 성수기, 비성수기 따로없어요. 아파트 입주 단지 오픈이나 봄·가을 이사철, 영 업정책이 시행되면 일이 몰려요. 보통 시간당 하나씩 접 수데요. 그런데 그 한 건이 인터넷 하나가 아니라, 요즘 IPTV가 많이 활성화 돼서 시간에 많이 쫓겨요. 건수로 치면 많은 집에 가는 건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요즘엔 인터넷과 TV가 여러 대인 집이 많거든요. 그 배선 다 하고 품질 측정하면 결국 시간에 쫓기죠. 점심 못 먹는 친 구들이 최근에도 제법 많아요.”

점심도 못 먹고 시간에 쫓겨 일하는 이들의 임금 수준은 기본급 138만 원, 식비 10만 원, 업무수행수 당이 10만 원이 공통이고 여기에 개통 목표 포인트 이상했을 때 플러스로 받는 것과 시간 외 수당을 받는다. 만약 목표 포인트를 채우지 못하면 공통으 로 받는 158만원이 전부다. 지금까지 월 2백을 못 넘긴 기사도 있다고 했다. 자회사 전환 후 임금인 상을 묻자, 기본급 10만 원에 식비 3만원 총 13만 원 인상이 끝이라고 했다.

자회사 전환됐어도, 저희는 정규직이라고 얘기 안해요. 사장만 달라졌죠. 저는 전에 하나넷이란 업체에서 속해있었는데, 지금은 홈앤서비스 자회사 소속인 거죠. 진짜 사장인 SK브로드밴드 직원으로 인정은 못 받은 거예요.”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 및 IPTV 설치, AS 업무를 103(직원 약 5,200) 위 탁업체를 둬 운영했다. 얼마 전 문재인 정부가 출 범하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자, 73 일 민간부문에서 최초로 자회사 정규직전환을 하기로 했다. 그동안 노동조합에서 끈질기게 간접 고용 문제를 제기하고, 2015년엔 80일 넘게 고공 농성도 불사했던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서울 강서·마포, 부산·제주·전주지역 5개 협력업체가 자회사 편입을 거부하고 있다. 어 수선한 상황에서 자회사 전환 후 분위기를 물었다.

이름은 바뀌었지만, 유니폼은 그대로예요. 분위기로 봤을때 달라진 건 하나도 없어요. 왜냐면 여전히 실적압박이 있고, 노동조합을 탄압했던 관리자들이 그 전에는 팀장이었는데, 지금은 센터장이 됐거든요. 센터장 되고 승계돼서, 똑같은 업무를 하고 있죠. 비조합원들도 또 시작이네그래요. 관리자들이 여전히 압박하고 그러니 까요.”

인력충원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인력충원이 미비 한 상황에서 휴가를 제대로 쓰기 어렵다. 서로 고생하는 동료들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있기 전에는 저녁 8시 이전에 집에 들어가지 못했 다고 했다. 조정욱 님은 저녁 늦게까지 근무하던 때로 돌아가면 어떨 것 같을지 질문을 하자 난색을 표했다. 

싫죠. 그렇게 일 못 해요. 그리고 우리 직군에 일하는 사람들은 평생직장이란 개념을 안 가져요. 이직률이 굉장히 높죠. 무엇보다 젊은 친구들이 들어오면 일은 힘든데, 처우가 나쁘니까 오래 근무할 생각을 못하는 거죠. 그나마 노동조합 생기고 싸워서 이직률이 약간 줄었어요. 그래도 여전히 이직률은 높죠. 그런데 요즘 자회사에서 지난 금요일, 토요일 프로모션을 걸었어요. 기사에게 저녁 6시 이후 개통 시 15천 원 추가 지급하겠데요. 결국, 야간개통을 하라는 거죠. 야간을 강제로 못 시키니 이런 조건을 걸더라고요.”

연장 근무도 회사 눈치 때문에 하는 사례가 많다. 관리자가 실적 압박 메시지를 직원 단체방에 계속 보내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 설치·수리 업계 노동자들의 안전사고 발생의 주요 원인은 실적압박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재해도 그렇고 모든 문제가 실적압박 때문에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수리 기사는 오전9시 반부터 첫 업무가 들어와요. 자회사 전환돼서 업무 관련 동영상 보면 915분 정도가 되죠. 그런데 일하러 나가는 것도 눈치가 보여요. 평일은 그렇다 쳐도, 토요일에는 45분 단위 할당이거든요. 토요일에는 두 지역을 맡아요. 그런데 지역은 더 넓고, 업무 시간은 45분이니. 컴퓨터 위치 변경만 해도 한 집에서 40분에서 1시간은 걸려요. 그걸 얘기해도 회사는 실적만 따지니까 신경도 안 쓰죠. 그래서 기사들 교통사고, 접촉사고 건수도 많아요.”

지난해 9월 발생한 추락사 문제도 여전히 현장에선 개선이 안 되고 있었다.

얼마 전에도 비가 왔거든요. 다른 기사들 얘기 들어보니, 비 조금 내릴 때 올라갔데요. 실적 때문에 미룰 수가 없었다고요. 비가 계속 오면 일을 못 해요. 그러면 실적이 안되죠. 날씨에 의한 문제인데도 담당 기사가 고객과 직접 통화해서 미뤄야 해요. 업무가 밀려있으니 한참 뒤로 배치되죠. 그러면 클레임이 발생되고, 해피콜 점수가 안나오죠. 고소 작업에 대한 2인 작업, 안전조치 매뉴얼도 없어요. 산업안전보건법에 나온 정도예요. 본사 지침으로 나온 건 우천시 승주금지, 그거 하나예요. 헬멧 착용하고 절연작업 장갑 끼고 그게 다죠. 2인 작업도 자기 업무가 끝나야 가능해요. 업무가 밀려있는 상황에서 안 될 수밖에 없죠.”

몸을 다치는 사고 외에도 마음에 상처를 많이 입는다. 고객들을 직접 상대하는 업무이기 때문이다.

처음 노동조합에서 임금단체협약 맺을 때도 감정노동자라는 점을 많이 강조했죠. 저희는 업무 특성상 고객이 통화를 하면 연락처를 저장해요. 그러면 새벽에도 인터넷이 끊긴다고 전화를 하는 분도 있어요. 받아서 내일 아침에 간다고 해도, 막 욕을 해대요. 얼마 전 일요일에 가족들과 점심을 먹었는데, 그날도 고객이 전화해서 불만사항을 얘기하더라고요. 지금 와서 빨리해놓으라고 반말을 해요. 결국, 밥 먹다 말고 나가서 통화하고, 담배 한 대 피우고 식당에 들어갔어요.”

문제가 있는 고객 대응도 기사 개인에게 떠맡겨진다. 다른 기사를 보내더라도 사고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난달까진 접수 시 다른 기사 방문 요청이 기재입되어 있으면, 기사에게 패널티를 부과했다고 했다. 조정욱 님은 회사가 그런 상황을 만든 것이며 강조했다

그건 회사가 그렇게 만든 거예요. 자회사 전환 되고서 아침마다 이런 구호를 외칩니다. ‘고객은 퍼스트(first)!’, 그걸 시작으로 하고 마지막엔 우리는 홈앤서비스!’를 외쳐요. 그 전에는 안 했죠. 일부 고객들은 무리한 요구를 해요. 예를 들어 컴퓨터가 한 대인데 회선은 4개를 연결해달라고요. 그래서 안 된다고 하면, 다른 기사를 불러요. 이런 문제는 회사가 막아줘야 해요. 하지만 기사 개인에게 책임을 미루면 정작 고객들과의 갈등만 키우죠.”

그렇다면 인터넷 설치·수리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 보장을 위한 시스템과 문화가 만들어지기 위해선 어떤 것들이 가장 먼저 마련되어야 할까?

이게 가장 고민 많이 했던 부분이에요.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왜냐면 가장 기본적인 스케쥴 조정조차 기사가 요청하는 대로 안 해주잖아요. 실적 압박에 대해 어느 정도 해소만 되도 진짜 많은 게 바뀔 거예요.”

최근 KT 자회사 KTs 인터넷 수리 노동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 설치·수리 기사들에 대한 작업중지권 요구가 나온 배경에 대해 물었다.

반드시 필요해요. 사실 위험요인을 미리 파악할 수 있으면 좋은데, 저희 업무는 그게 어려워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거든요. 가서 상황 발생하기 전까진 몰라요. 작년쯤 다른 인터넷 업체 기사가 작업 마치고 뒤돌아서 신발 신는데 칼에 찔렸어요. 다행히 작업복에 장비가 많아서 약간 찢어진 정도였죠.”

인터넷 설치·수리 기사노동자들을 비롯해 최근 반복되는 노동자들의 사고와 죽음을 막기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

사고들을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거의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더라고요. 이 노동은 대부분 노동인권이 정착되어 있지 않죠. 우리가 비정규직, 무기계약직,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공장 부품처럼 회사에서 취급하는 마인드를 바꾸지 않으면 안 돼요. 지금은 오로지 이렇게 해야 매출이 올라간다는 계산밖에 안 해요.”

20여 년 가까이 인터넷 설치·수리 노동자로 살아온 조정욱 님이 바라는 안전한 일터는 어떤 모습일까.

산재보험, 4대 보험 가입됐다고 안전한 일터가 아니에요. 그건 법적 테두리 안에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죠. 저는 노동자들이 인격적으로 대우받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안전한 일터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금도 더운 여름날 무거운 공구 가방을 들고 골목을 누빌 조정욱 님에게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노동인권이 정착되는 시기가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제가 나중에 노동자가 아닌 위치에 있다 해도 노동인권에 대한 간절함은 끝까지 갖고 살 거예요.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계속 그 생각이 날 테니까요.”

특집 3. 또 다른 노동자의 죽음을 막으려면 / 2017.8

또 다른 노동자의 죽음을 막으려면

재현 선전위원장


작년 1214일 새벽 3시경 경상북도 경산시 진량 읍에 위치한 CU 편의점에서 야간 노동을 하던 알 바 노동자가 살해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고객이 비닐봉지 비용 20원을 내는 문제로 알바노동자에게 시비를 걸었고, 스스로 분을 삭이 지 못한 손님이 집에서 흉기를 가져와 알바노동자 를 찔러 살인을 저질렀다.

죽음을 각오하고 일해야 하는 편의점 노동자

지난 524일 성장하는 편의점 산업 버려진 알 바노동자 - 야간알바 건강실태 안전대책 중심으 로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CU 편의점에서만 강력범죄 1,000여 건이 발생했 고, 이중 강도가 557, 강제추행 506, 강간 17 , 방화 8건 살인 3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사 건의 경우에는 5,0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 나 이번 사건은 어쩌면 예견된 사고가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편의점이 알바노동자에게 위험천만한 노동환경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사고 대응 시스템이 부재한 편의점

편의점은 기본 24시간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알바 노동자가 야간노동을 반드시 해야 한다. 그런데 운영 시간은 길지 몰라도 편의점 가맹점주의 월수 입은 대략 212만 원에 불과할 정도로 적은 상황이 다. 결국, 가맹점주는 본사에 지급해야 할 비용을 제외하고 알바노동자를 고용하는데 들어가는 인 건비를 줄이지 않는 이상 200만 원 이상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 결과 야간에 알바노동자가 혼자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주로 취객을 상대 하게 된다. 이렇다 보니 알바노동자가 취객으로부 터 각종 폭력과 시비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게다 가 혼자 일하기 때문에 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어떤 상황에서 건 매장과 계산대를 지켜야 해서 위험한 상황에서 매장을 나간다는 건 알바노동자가 상상하기 어렵다.

또한, 위험한 상황에서 알바노동자가 경찰이나 사 설 경비업체에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시스템도 부 재한 경우가 많다. 경찰은 인력이 늘 부족하고, 찰을 부를 수 있는 시스템도 미비한 경우가 대부 분이다. 사설 경비업체 서비스의 경우 온전히 가 맹점주의 지급능력과 의지에 달려있기 때문에, 알바노동자 개인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대안 을 만들기란 어렵다.

최근에는 본사에서 매장마다 수익성을 고려하기 보다 편의점 가맹점 늘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인적이 드물었던 동네 구멍가게가 우후죽순 편의점으로 바뀌면서 알바노동자가 더 위험한 곳에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기도 어려운 곳에서 일하고 있다.

야간 노동만 문제는 아니다

편의점이라는 공간 설계도 문제가 있다는 게 전 문가들의 지적이다. 가령 사건이 발생한 경산 CU편의점 계산대는 탈출구가 없는 자 구조였다. 진상 고객이 나가는 쪽문을 막고 흉기를 휘두를 경우 알바노동자가 피할 방법이 없다. 이 구조는 본사에서 더 많은 상품을 효율적으로 진열하기 위한 설계로 알바 노동자의 안전 문제는 고려되 지 않았다.

여성 알바노동자의 경우 남성 알바노동자와 달리 살해위협과 각종 성희롱과 성폭력에 노출된다. 여성 알바노동자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고 객으로부터 모멸감을 느껴야 하고, 도움을 요청 할 곳이 없다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알 바노동자를 폭력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없다 보니 여성 알바노동자는 일을 하면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사건은 이슈화됐지만 변한 것은 없다

CU 경산편의점 사건은 언론을 통해 쟁점이 되었 다. 그러나 이 사건이 알바노동가 왜 죽게 되었는 지, 구조적인 문제는 없었는지를 조명하기보다 가 해자가 얼마나 잔인하게 범죄를 저질렀는지, 정신 질환이 있는지 등 가십 거리에 집중되었다. 반면 에 또다시 알바노동자의 참혹한 죽음을 막기 위해 어떠한 조치와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는지 사회 적으로 논의가 확장되지 못했다. 그 영향으로 현 재 CU 본사는 사회적 비난을 덜기 위한 만큼만 대책을 내놓았다. 예를 들어 경찰과 업무협약으로 사고 대응하기, 계산대(POS)에서 경찰에 바로 신 고하는 시스템 만들기, 사고에 대한 위로금 지급 하기 등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후속 조치를 하는 데 집중되었다.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기업이 책임 있게 나서야

편의점 알바노동자의 안전사고를 실질적으로 예 방하기 위해선 편의점 운영에 있어서 권한과 능력 이 있는 본사가 시스템을 만드는 데 힘을 기울여 야 한다. 가령 이윤보다 노동자의 안전을 우선하 는 매장 공간 재배치,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 위협 하는 야간노동 폐지, 위험 상황에서 노동자가 작 업을 거부하거나 중단할 권리 보장, 충분한 현장 인력 충원, 노사공동으로 현장의 위험성을 평가하 고 개선하는 활동 등을 고민해 볼 수 있다. 하루빨 리 알바 노동자가 목숨을 걸고 일하지 않아도 되 는 현장을 만들기 위해 책임감 있는 조직의 역할 이 요구된다

특집 2. 배달 · 운수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현실 / 2017.8

배달 · 운수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현실

푸우씨 상임활동가


지난 76오늘은 일을 못 나가겠다고 연가를 낸 21년 차 집배원 노동가 자신의 일터인 안양우체 국 앞에서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다. 분신으로 집배 원의 열악한 근무조건을 세상에 알린 그는, 이틀 뒤 생을 달리했다. 이로써 벌써 올 한해 목숨을 잃은 집 배원은 12¹, 자살한 집배원의 숫자는 5명이다. 고인 을 죽음에 이르게 한 열악한 노동 현실은 배달·운수 노동자에게 낯설지 않은 현실이다.

살인적인 노동강도 장시간·중노동 과로

집배원을 포함해 배달·운수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장시간·중노동 과로의 심각성은 사회적으로 지속 해서 문제제기 되어왔다. 2013년 노동자운동연구 소가 진행한 집배원노동자의 노동재해·직업병 실 태 및 건강권 확보방안(2013.12) 연구결과에 따르 면 집배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비수기 57.6시간, 폭주기 70.2시간, 특별기 85.9시간²으로 매우 심각하다. 특히 고인이 근무했던 안양 지역은 최근 신도시 개발 등으로 물량이 급증해 인력 부족에 시달렸던 대표적인 곳이다. 그는 새벽 4시 반에 출근해 밤 10 시 반에 퇴근한 것으로 알려져 하루 18시간에 이르 는 초장시간 노동을 감당하고 있었다. 

운수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도 심각한 것은 마찬가 지이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79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에서 7중 추돌사고를 낸 광역급행버스 운전 자 김 씨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사고 전날인 8일 오전 5시부터 오후 11시 반 까지 19시간 가까이 일했다. 일을 마친 후 자정을 넘 겨 집에 도착하여 씻고 잠든 후 9일 오전 6시에 기상 하여 출근해서 다시 운전대를 잡은 시간은 오전 715분경. 이틀을 일하고 하루를 쉬는 근무형태에 따라 김 씨는 결국 이틀 동안 제대로 쉬지 못한 상태로 30 시간 가까이 차량을 운전하다가 대형 사고를 낸 것 이다. 따라서 사고를 낸 운전자의 졸음을 일으킨 과 로상태로 운행에 내몰리는 구조가 반드시 개선되어 야 한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사업용 차량 운전 사들이 2시간 이상 운행 때 반드시 15분 이상을 휴식 하도록 보장하고, 운행 간격도 최소 8시간 이상 유지 하도록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더욱 안타까운 것 은 올해 3월 김 씨의 동료노동자들이 관계 당국인 오산시청에 전날 운행 후 다음 날 운행 때까지 8시 간 휴식을 보장해 달라는 진정을 제기했으나, 근무 에 반영되지 않았던 점이다. 당사자들의 절박한 호 소는 무시됐고, 결국 대형 참극이 벌어졌다.

미국 고속도로안전청의 연구보고서는 18시간 동 안 잠을 자지 못한 상태로 운행하는 운전자는 혈중 알코올농도 0.05%의 음주 운전자와 상태가 비슷하 고, 21시간째 깨어있는 상태의 운전자는 알코올농도 0.08%³ 때 수준처럼 둔해진다고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또 다른 운수노동자들인 택시노동자들도 월 20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와 한국노동안전보건 연구소 등이 공동으로 택시노동자 건강 실태조사 연 구에 나선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운수노동자들이 도 로 위를 장시간 중노동으로 인한 피로’, ‘졸음을 견 뎌내는 현실은 위험천만하다.

더 빨리경쟁

과로만이 문제가 아니다. '배달공화국대한민국에 서, 배달·운수노동자는 고객 만족을 위해 더 빨리경쟁에서 더 많이희생되고 있다. 배달만을 전문으 로 하는, 신종 '배달 대행업체'의 등장은 속도경쟁을 한층 부추긴다.

지난 2011, 등록금을 벌고자 피자 배달을 하던 19 세 청년이 숨지면서, 이른바 '30분 배달제'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해당 업체의 30분 배달제 폐지로 이 어졌다. 그러나 2016년 또 다른 패스트푸드점 배달 원이 택시와 충돌해 목숨을 잃으면서 그가 10분 더 빨라진 '20분 배달'에 희생된 것이 확인됐다. 이들 중 다수가 스스로 콜을 받아 건당 수입을 챙기는 개 인사업자인 사장님으로 분류되어 사고를 당해도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인 것 은 익히 알려진 사실. 배달과 택배 등의 업무에 종사 하는 노동자는 사업주와의 분명한 종속적 관계에도 불구하고 고용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적인 계 약구조인 특수고용직이라는 이유로 노동자성을 발 탁당하며, 착취당하고 있다. 이들은 사실상 기본급조 차 없는 임금형태로 인해 건당 수수료를 위해 목숨 을 걸고 속도전에 뛰어든다.

근로기준법 59조 폐지와 특수고용노동자 의 노동자성 인정이 절박하다.

집배원, 버스, 택시 등 배달·운수노동자의 과로를 눈 감는 것은 근로기준법 59조에 포함된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업종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광범위한 특례업종 나열은 무한대로 노동자의 몸을 혹사하는 주범이다. 또한 특수고용직이라는 이름의 노동자 착취는 노동자성을 배제함으로써 사업주가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은 회피하고, 모든 부담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배달·운수노동자들의 노동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누리고 있는 편리함이 더는 부당한 노 동의 대가여선 안 된다.


* 각주

1) 사망원인은 5명은 자살, 5명은 심근경색, 뇌출혈과 같은 과로 사, 2명은 교통사고였다

2) 비수기는 폭주기를 제외한 평상시, 폭주기는 매달 14~22일즈음, 특별기는 구정, 추석, 선거기간 등을 의미한다.

3) 7/15일부터 강화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혈중 알코올농도 0.05%~0.1%는 벌금 150~300만원, 면허정지 처분을 받게된

특집 1. 계속되는 추락 사망 재해 근본적인 원인을 제대로 직시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 2017.8

계속되는 추락 사망 재해

근본적인 원인을 제대로 직시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이숙견 상임활동가


지난 6, 양산 아파트 외벽 도색작업 중 추 락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의 죽음은 많은 사람의 뇌리에 박힌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사망 사건이 발생한 초반에는 고인의 죽음이 매번 발생하 는 산재 사망 중 하나로 노동부 통계자료에서 나 확인할 수 있는 사건으로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조사과정에서 사망의 원인이 어 떠한 가해자에 의한 죽음이라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회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고인의 삶과 가족에 관한 많은 이 야기가 회자했고,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고인 에 대한 애도와 남은 유족에 대한 연민으로 무 려 2,552명이라는 국/내외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134,490,662원의 조의금이 전달했 다.(620웅상이야기카페 발췌) 지금도 시민들의 온정의 마음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한편, 지난 721일 울산지검은 가해자 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그런데 지금 그런데 말입니다.”는 말이 뇌리를 스친다. 눈물겹게 아름다운 소식과 마땅히 죗값 을 치르게 된 가해자의 기소 사실에도 불구하 고, 여전히 이 사건의 핵심적인 근본 원인을 언 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다. 정부와 기업 모 두 사건의 근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모든 책임을 가해자 씨에게 지우게 했다. 사망 사 건이 발생한 지난 6월로 시간을 되돌린다면, 만 약 아래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은 어쩌면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 1 새벽 일찍 일을 구하러 갔지만 결국 일감을 찾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온 S 씨는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잠을 청했다. 새벽부터 일감을 구하기 위해서 인력 사무소를 찾아갔지만, 허탕만 치고 온 터라, 짜증이 났다. 그런데 베란다 너머로 음악 소리가 들려서 잠 을 방해 받았다. 밖을 내다보며 시끄럽다.”고 고함 을 질러봤지만 음악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홧김에 옥상으로 뛰어 올라갔지만, 옥상엔 외벽 도장작업 중이라는 안내판과 함께 작업자가 외부인을 통제하 고 있었고, 씨는 작업자에게 음악을 꺼달라는 요 청을 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 양산지역 추락 사망 사고에서 우선 직시 했어야 할 사실은 제 3자의 살인행위보다 사업 주가 안전보건조치 이행의무를 다했는가 여부 다. 그 다음으로 그럼에도 필연적으로 사건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판단이다. 하지만 지난해 통 계 자료를 보면,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업무상 사고 사망자가 499명이었고, 그중 추락 사망자 가 절반을 웃도는 281(56%)이라고 한다. 이 통계치는 매일 1.5명의 건설노동자가 작업 현장 에서 사망하고, 그중 0.76명의 노동자가 추락 사고로 사망하는 끔찍한 현실이다. 그리고 대부 분의 산재 사망 사고의 원인이 사업주의 안전 보건조치 불이행으로 사실상 노동자의 살인을 내버려뒀다고 볼 수 있다.

비단 건설업뿐만 아니라 에어컨 설치/수리, 통신 케이블 노동자의 사망 사고도 심각하다. 20144, 20155, 20166(2016. 9. 7. 기준) 3년간 총 15명의 노동자가 에어컨, 통신 케이블 설치/수리 작업을 하던 중에 열악 한 노동조건, 죽음을 부르는 처참한 노동강도, 불안전하지만 작업중지를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면서 결국 일터에서 죽었다.

지난 731일 노동부는 “8월부터 2개월간 건 설현장 추락재해예방에 집중하겠다는 보도자 료를 발표하였다. 8월 한 달 동안 추락재해 예 방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9월 한 달은 추락 재해 취약사업장 1,000곳을 불시에 집중 감독 을 할 계획이란다. 노동부의 이러한 활동이 제 발 추락 사망 사고를 멈추기를 희망한다. 하지 만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원인 파악과 해결 없 이 부분적이고 단기적인 점검 활동으로 노동자 의 죽음을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올해도 폭염이 길어지면서 에어컨 설치 노동자 의 하루는 늘 바쁘다. 하지만 사업주와 정부는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 적어 도 아래와 같은 노동조건을 기본적으로 보장해 야 한다.

# 2 폭염이 장기화하고 있는 여름, 에어컨 설치의 계 절이 왔다. 하지만 다행히 이번 여름은 노동자의 안 전을 위해서 노사가 공동으로 지침을 만들었다. 이 제는 고객으로부터 에어컨 설치 주문이 폭주하더라 도 하루에 설치하는 대수를 2~3대로 한정하기로 했 다. 그리고 재촉하는 고객에겐 노동자가 아닌 회사 에서 양해를 구하고, 노동자와 협의해서 일하는 시 간 조율을 하고 있다. 설치 노동을 할 때는 각종 안전 사고 조치를 마무리하고 21조로 작업을 한다.

특집 5. 예방 급여 도입으로 산재 예방이 가능한가? / 2017.7

예방 급여 도입으로 산재 예방이 가능한가?

-근로복지연구원, 예방 급여 도입 제안


재현 선전위원장


그 어느 국가보다 취약한 사회보장 제도로 인해 산재 보험이 절실한 한국 사회에서 근로복지공단 근로복지연구원이 산재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산재 예방 사업과 산재보험사업 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산재예방급여’를 고민해보자는 문제의식을 던졌다. 이 제안은 지금까지 산재 예방은 안전보건공단, 산재 보상은 근로복지공단의 역할이었지만, 앞으로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에 보험 급여 항목으로 예방 급여를 신설해 산재 예방의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일깨우겠다는 것이다.


예방 급여 필요성을 고민하게 된 계기 

첫째, 근로복지연구원은 산재보험 급여 중 일부를 예방 급여로 사용한다면 다른 직업병 요인에 비해 압도적으로 산재자가 많은 근골격계, 뇌·심혈관계 질환을 관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근골격계, 뇌·심혈관계 질환은 작업 환경과 함께 업무 외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이라 개별 노동자의 건강 증진 활동을 지원해 산재자를 줄이자는 것이다. 

둘째, 업무상 질병 재해자의 상당수가 50인 미만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이고, 뇌·심혈관계 질환의 경우 50~60%가 중소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산재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예방 급여가 제도화 될 경우 지불 능력이 없는 사업주와 노동자가 건강을 보호 증진하기 위해 활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해외 사례의 경우

일본은 독립적인 보험 급여로 예방 급여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과로사가 사회 문제로 불거지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으로 노재보험으로 2차 건강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2001년부터 시행한 이 제도는 노동안전위생법에 따라 실시되는 정기 건강진단 중, 최근 진단 결과에서 뇌·심혈관계 질환에서 일정 항목에 이상 소견이 있는 경우 2차 건강진단을 통해 영양, 운동, 생활 지도는 물론 콜레스테롤 검사, 경동맥 초음파, 헤모글로빈 AIC검사 등을 실시한다. 대만의 경우 노공보험법 제4절 29조1에 따라 직업병 예방을 위한 검사 비용을 요양 급여에서 지급하도록 하고, 혈압, 혈관, 심전도, 소음 등 건강검진을 실시하여 산재를 예방하고 있다.


예방 급여 도입을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

현재 산재보험의 8/100은 산재보상보험 및 예방기금 지출에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산재보험에 예방적 성격을 강화하여 노동자가 업무상 질병이 발생하기 전 발병을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넘어야 할 장벽이 굉장히 높다. 우선 예방 급여 지급 대상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왜 해당 노동자에게 예방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지 정당성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한 것이다. 또, 예방 급여 지급이 업무상 질병을 예방할 수 있고, 실제 효과를 충분히 가져올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재정적 부담을 제도 안에서 해결 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노동자 건강을 예방하기 위한 이전 활동이 사업장 단위였다면 예방 급여는 개별 노동자도 지원 받을 수 있도록 법 제도를 개정하거나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방 급여 도입 논의 적절한가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예방에 힘쓰기 위해 다각도로 고민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의 주목적인 산재노동자에 대한 신속한 산재 인정, 치료와 재활, 요양 업무에 있어서 안팎으로 어떠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가뜩이나 부족한 사회보장제도로 인해 산재승인이 아니면 치료비를 보전 받고 요양을 갈 수 없는 산재 노동자들이 너무나 많은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산재인정 범위를 넓히고 신속한 보상과 요양 시스템을 가동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근로복지공단이 시급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다.


아직 초벌적인 고민 수준이라고 하지만, 예방 급여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많이 드는게 사실이다. 예방 급여 도입이 전혀 효과가 없지는 않겠지만 근골격계, 뇌·심혈관계 질환 예방을 위해 운동 치료, 재활 운동, 고혈압, 콜레스테롤, 식단 관리 등을 지원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겠는가? 근골격계, 뇌·심혈관계 질환은 노동조건과 환경의 변화 없이 기대하는 만큼의 산재 예방 효과를 거두기란 불가능하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승인을 기다리며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는 재해 노동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본연의 역할을 하는데 더욱 힘쓰길 바란다

특집 4. 감정노동 종사자 보호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 2017.7

감정노동 종사자 보호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콜라비 선전위원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중 열린 여러 세미나 중 지난 7월 6일 2017년 고객응대 근로자 건강보호 우수사례 발표대회에 참석해 여러 사업장의 사례들을 들어보았다. 제목의 ‘고객응대 근로자’는 ‘감정노동 종사자’의 다른 표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수사례 발표대회’인 만큼 발표에 참여한 병원, 콜센터 등 다섯 개 사업장에서는 감정노동 종사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다양한 측면에서 시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첫 번째는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의 사례였다. 이 병원은 노사 공동으로 실태조사, 캠페인 등의 활동을 펼쳐왔고, 실태조사 결과에근거해 각종 방안을 추진했다고 한다. 그중 바람직하다고 생각한 해결 과정은, 감정노동과 관련해 부서별 토론회를 열고, 토론회 결과에 따라 해결방안을 제안하여 실행한 것이었다. 응급실 내 부서별 토론회의 경우, 주로 진료에 대한 정보와 안내가 부족한 상황,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환자 또는 보호자가 폭언, 폭행을 보인다는 결론에 따라, 대기실에 현황판 화면을 설치해 각 환자가 현재 어떤 진료 단계에 있는지, 예상되는 대기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려주는 시스템을 마련하였다. 한편, 병원의 특성상, 외부 고객뿐만 아니라 내부 고객, 즉 직원간의 폭언 등도 감정노동의 주요 지점으로 지적되는데, 특히, 일반적으로 신규 간호사들이 취약하다. 이 병원의 병동 내 부서별 토론회에서는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신규 직원이 지정한 멘토로부터 입사 후 6개월간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익명으로 신고하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 등이 제안되었다.


감정노동에 대한 실효성 있는 관리방안은 현장 노동자들의 참여로부터 나온다. 일부 관련 부서나 관리자에 의해 제시된 관리방안은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한 점에서 이 병원에서 부서별 토론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실행한 사례는 본받을만한 부분으로 보인다.


씨제이그룹의 콜센터 운영사인 씨제이 텔레닉스의 사례도 소개되었다. 콜센터 상담노동자들의 경우, 그야말로 업무의 대부분이 감정노동에 해당하는 고위험군이다. 이 사업장에서는 고객응대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상황에 대해 개인별, 조직별 대응체계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었다. 상담 시작 시, ‘서비스 향상과 상담사 인권 보호’를 위해 상담내용이 녹음된다는 안내멘트가 송출되고, 실제로 상담 중 언어폭력이 발생할 경우에는 언어폭력 자제를 요청하는 ARS 안내 멘트를 2회까지 상담사가 내보낼 수 있다고 한다. 이후에도 언어폭력이 지속될 경우는 상담이 강제 종료되고, 이후 관리자가 해당 고객에게 연락해 사후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개인별 대응방법 이외에, 악성 고객을 전담하는 팀을 따로 구성해 운영하는 조직별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업무 특성상 상담사마다 욕설을 하거나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는 고객을 만날 수밖에 없을 텐데, 그러한 상황에서의 대응을 노동자 개인의 역량에 맡기는 것은 과도한 감정노동을 유발하고, 더 높은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고 능숙한 직원들로 구성된 전담 부서를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 중 한 가지일 수 있다. 비록 이러한 대응체계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자료가 제시되지 않았지만, 개인별, 조직별로 대응할 수 있는 이러한 체계를 갖추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그 외에도 여러 사업장의 사례가 소개되었으나, 감정노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기보다는 가족 친화, 행복 등을 내세운 직원 복지 사업이나 일반적인 스트레스 관리에 해당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아 다소 아쉬웠다.


각 사업장마다 특성에 맞게 조직적으로 접근하여 해결하는 방식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감정노동 종사자 보호는 개별 사업장에서의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접근을 의무화하기 위해서는 감정노동 종사자들을 보호하는 법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하고, 악성 고객에 대한 현실적 처벌 규정도 필요하다. 더 넓게는 나의 노동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노동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특집 3. 사물(IoT)인터넷이 바꿔 놓을 미래의 안전보건활동 / 2017.7

사물(IoT)[각주:1]인터넷이 바꿔 놓을 미래의 안전보건활동



정경희 선전위원


1차 증기기관의 발명, 2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대량생산, 3차 IT가 산업에 접목된 정보화시대에 이어 요즘 4차 산업혁명으로 Industry 4.0, 자동화, 자동생산시스템, 스마트화, 스마트팩토리 등 산업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논의가 국내외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산업의 변화는 노동의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새로 창출될 일자리보다 사라질 일자리가 더 많다고 참석한 전문가 모두가 우려하는 디지털시대 노동의 변화 속에서 나타나게 될 안전보건의 새로운과제에 대해 알아보고자 50주년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에 열린 세미나에 참석하였다.


디지털 산업시대의 기술적 동인과 가치창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분석, 모바일(통신) 등의 지능정보기술이 상호작용하여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즉 제품이나 서비스 인프라 같은 현실 세계에서 데이터를 획득·전송하여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같은 가상세계에서 취합·분석하여 지식을 추출하고 이를 현실 세계에 구현하여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각주:2]


디지털 산업시대 노동의 변화

○작업장의 변화

컨베이어 벨트 대신 AGV3[각주:3]가 차체를 싣고 RFID4[각주:4] 내 작업명세서에 기록된 후처리 작업자를 찾아 이동하는 셀 방식으로 생산하게 된다. 필요에 따라 작업장 바닥의 가이드라인만 바꿔서 제조라인을 다른 형태로 쉽게 변형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이미 외국에서 실현되고 있다.


○일의 성격이나 요구되는 능력의 변화

업무의 자동화로 패턴화된 작업이 감소하고,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기계가 모방할 수 있는 인간 노동의 범위가 확장된다. 산업용 로봇의 급격한 비용감소로 단순 제조업, 서비스업에서 인간이 수행하던 기능적 직무가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인간과 협업을 할 수 있는 범용목적 로봇인 Baxter는 2만 달러, UBRI는 3만 달러에 도입할 수 있어 차세대 로봇을 통한 직무 수행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일하는 시간과 장소, 협력파트너 물색방식의 변화

피라미드 구조에서 네트워크로, 지식노동 조직방식으로 변화하게 되는데 새로운 기회에 대응하기 위해 유연하고 신속한 구조를 채택한 네트워크 조직은, 구성원이 수평적 관계에서 상호의존하고, 생태계적 관점에서 인력과 재정이 배분되게 된다. 따라서 교대근무, 탄력적 근무시간, 파트타임, 호출형 근무 계약, 재택근무, 모바일근무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산재나 직업병의 책임성이 불분명해지고 작업량과 작업시간에 대한 스트레스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분산된 노동시장의 인력과 네트워크상에서 업무를 계약하는 새로운 노동방식

온디맨드 경제5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네트워크를 통해 항시 연결되어 작은 수요라도 언제 어디서나 충족할 수 있도록 적시수요의 경제적 특성을 구현한다. 따라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서로 다른 조직에 속한 개인들이 함께 일할 수 있고, 물리적으로 공유된 유동적인 공동 작업공간이 나타난다.


○인사관리에서 변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근무자의 위치, 활동, 생산성을 감시하는 것에서부터 노동자들이 덜 감시받고, 더 많은 자율성을 지니게 하며 성과와 혁신에 의해 평가받을 수 있도록 조직 구조를 개편하는 것까지 다양하게 변할 수 있다.


디지털화가 던지는 안전보건의 기회와 새 이슈

○전 생산 및 폐기물 처리 과정에 대한 연속적인 모니터링으로 관찰범위를 확대하여 사각지대를 최소화한다. 작업자의 헬멧, 허리띠, 신발 등의 센서를 통해 유해물질 농도, 작업자 수, 위치, 사고여부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작업장 내에서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전 공정 단계의 정보가 연계되어 필요한 자원, 필요시간과 인력에 대한 예측 가능으로 위험에 대한 대응력, 적응력, 회복력이 강화된다.

○안전을 고려한 기술개발과 제품디자인 등으로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안전관리가 되어야 한다.

○심리적 정신적 신체적 환경을 고려하여 사고예방을 위한 안전에서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산업안전과 사회복지정책의 융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새로운 노동변화에 조응하는 노동법, 지적재산법, 아직도 피처폰시대에 머물러 있는 개인정보 보호법이 뒷받침돼 개인뿐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가 침해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1.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란, 사람, 사물, 공간, 데이터 등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정보가 생성·수집·공유·활용되는 초연결 인터넷을 말한다. [본문으로]
  2. 출처, STEPI Insight, 2016 발간. [본문으로]
  3. automated guided vehicle, 사람이 직접 조작하지 않고 자동으로 짐을 운반하는 차. [본문으로]
  4.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극소형 칩에 상품정보를 저장하고 안테나를 달아 무선으로 데이터를 송신하는 장치. [본문으로]

특집 2. 직업성 호흡기 질환 - 원인 찾기에서 보편적 보장으로 / 2017.7

직업성 호흡기 질환

- 원인 찾기에서 보편적 보장으로


권종호 선전위원


직업성폐질환연구소는 직업성 호흡기 질환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와 업무관련성 전문조사(역학조사) 사업을 수행하는 근로복지공단 산하기관이다. 폐질환구소는 이번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에 연구소의 전반적인 활동을 소개하며 직업성 호흡기 질환의 현황과 중요한 문제가 되는 직업적 호흡기계 유해인자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였다. 직업성 호흡기 질환은 크게 직업성 암, 기도질환, 폐실질 질환, 감염성 질환으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직업성 호흡기계 질환은 폐실질의 질환인 진폐증이다. 현재까지도 진폐 질환자의 규모는 1만 5천 명을 넘고 있으며 2012년까지는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였으나 2012년 이후 광산업 이외 제조업 근로자들에게서도 진폐가 진단되고 있어 다시 점차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실제 폐질환 연구소에 업무관련성 전문조사로 의뢰되는 사례는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질병으로 신청된 사례 중 공단이 연구소에 다시 의뢰하는 사례들로, 진폐보다는 폐암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사례가 많았다. 2012년 호흡기계질환 관련 업무관련성 전문조사를 전담하기 시작한 이후 2016년까지 폐질환 연구소의 전문조사 내용 통계를 보면 폐암 431건, COPD 1,560건이 조사되었고 이 중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 사례는 폐암의 경우 291건(인정률 67.5%), COPD의 경우 773건(인정률 49.6%)이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2013년 7월 업무상질병 인정기준에 COPD가 포함된 이후 이에 대한 전문조사 의뢰가 2012년 3건, 2013년 6건이던 것에서 2014년 357건, 2015년 573건, 2016년 621건으로 크게늘었다는 점이고 이에 대한 업무상 질병 인정도167건, 249건, 354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직업적 요인이 강력하게 작용했음에도 흡연 등 개인적 요인과의 관련성으로 배제되던 질환이 제대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임에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아직 직업병으로의 인식이 확대되지 못했다는 점, 인정률이 다소 낮다는 점 등은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이번 폐질환 연구소 발표에서는 중요한 직업성 폐질환의 유해인자로 실리카(모래 먼지 성분)와 디젤 매연을 꼽았다. 다른 많은 폐질환 유해인자들이 있지만, 실리카와 디젤 매연은 노동자들이 흔하게 접하면서도 그 위험성을 잘 모른다는 점, 유해인자로서 가지는 중요성이 매우 과소 평가되어 있다는 점에서 시급하게 다뤄야 할 과제였다. 실리카는 흔하게 접하는 모래 먼지의 성분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한데 이미 1급 발암물질로 잘 알려져 있다. 폐질환 연구소의 최근 역학조사에서도 실리카 관련 136건 중 120건이 직업병으로 인정되었으며 이러한 내용으로 볼 때 매년 수십 명의 노동자가 실리카에 의한 폐암으로 사망하고 수백 명의 노동자가 실리카에 의한 진폐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도 기존의 작업환경 측정 결과들은 일반 대기 중 실리카 농도 0.002㎎/㎥에도 못 미치는 사업장 측정 결과를 제시할 정도로 믿음이 가지 않는 상황이며 제대로 된 측정 방법이 사용되지도 않고 있었다. 따라서 실리카 노출에 대한 제대로 된 측정과 실태조사가 절실하며 실리카 노출 고위험 업종에 대한 노출 저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디젤 매연은 심지어 1급 발암 물질로 지정되어 있음에도 작업환경 측정 및 특수건강진단 유해인자에 포함조차 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국내 노출 기준 자체가 없고 노출 평가 방법에 대해서도 일치된 의견이 없어 전혀 관리가 되지 않는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물류 창고 내 지게차 운전, 광산 및 터널 내 중장비 운전 등의 사례에서 측정된 디젤 매연 노출 수준은 심각하였고 이러한 디젤 매연 노출 작업자에서 폐암 발생 사례들이 다수 보고되고 있어 역시 시급한 대책이 필요한 상태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1급 발암 물질로 알려져 있음에도 측정 및 검진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관리 소홀을 방조하고 있어 이에 대한 법 개정이 절실해 보인다.


폐질환 연구소의 이러한 업무관련성 전문조사, 유해 인자에 대한 현황 파악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직업성 질환은 여전히 명확하게 설명되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새롭게 등장하는 물질들과 업무 환경, 영업비밀이라는 핑계로 가려진 유해물질, 노출 평가의 어려움 등은 직업성 질환의 원인을 더욱더 파악하기 힘들게 했다. 결국, 앞으로의 직업성 질환에 대한 판단은 원인을 찾는데 매몰될 것이 아니라 보편적 보장의 개념으로, 같은 피해(결과)에 대해 같은 보상(책임)이 이루어지는 결과주의적 관점을 채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로 인한 보상의 확대가 자연스레 질환의 예방으로 이루어지는 것, 그것이 궁극적인 근로복지공단과 폐질환 연구소의 공통된 목적임을 이 세션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특집 1. 미래 안전보건의 과제, 일하는 모든 사람의 건강 보장 / 2017.7

미래 안전보건의 과제, 일하는 모든 사람의 건강 보장


재현 선전위원장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노동부와 공단)이 1968년부터 매년 7월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으로 지정한 지 50회를 맞아 코엑스에서 산재 예방 50년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 안전보건의 과제를 고민해보는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이밖에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동안 특수건강진단, 위험성평가, 근로자건강센터, 작업환경측정, 명예산업안전감독과, 하청노동자 산재예방 등 노동자의 안전보건을 위한 제도에 대한 현재 상황 진단과 이후 과제를 고민하는 세미나를 진행하였다. 이번 <일터>는 제50회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에서 다뤄진 내용을 톺아보고자 하였다.


첫 번째로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국제심포지엄으로 진행한 ‘산재예방 50년, 미래 안전보건의 과제’에서 다뤄진 내용을 짚어보고자한다. 노동부와 공단은 이 주제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 사회가 변화하면서 일터 환경 역시 급격하게 변화하고있어,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데 필요한 점이 무엇일지 국내외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기 위해서라고 했다.


발표에 나선 해외 안전보건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작업장 환경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어 그에 따른 노동안전보건정책과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령 기술의 발전으로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한 노동자와 지리·공간적 의미의 일터가 아니라, 집을 포함해 어떤 곳에서든 일하는 노동자가 등장했는데 이들을 기존의 산업재해를 예방 정책과 시스템으로 보호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또, 현재 4차 산업혁명으로 나타나는 일자리 가운데엔 전통적인 고용 형태와 달라서 산업안전보건에 관하여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고, 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 노동강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또한 인공지능형 로봇 오작동 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는 문제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발표자로 나선 김왕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노동자의 안전보건을 보호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음을 공감하면서, 변화된 노동환경에서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방안으로 유해위험요인을 일으킨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현재 현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의 책임을 사업주 또는 사내하도급에서 원청 사업주에게만 물을 수 있는데, 점차 업무의 분화가 늘어나고 다양해지면서 기존에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맺고 있는 사업주에게만 책임을 부과해선 현장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힘들어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의 이러한 지적과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유해위험요인에 직접적인 책임자, 원인 제공자인 원청 처벌을 확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반갑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단지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 구조가 복잡해지고 기존 전통적인 고용관계의 변화로 인한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의 원인을 잘못 판단한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가령 현재 1년에 10여 명의 하청 노동자가 사망하는 현대중공업의 사례만 보더라도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문제가 아니라 재래형 사고가 반복되고 있고 지금의 제도가 위험의 외주화를 막지 못하거나 않는 것, 원청에 대한 처벌이 아닌 꼬리자르기식의 하청 업체 처벌이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가 이번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에서 최초에 일을 주는 원청이 현장의 안전보건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서 안전사고가 반복되고 있다고 반성하며 현장 안전사고에 가장 책임이 있는 원청 사업주, 발주자, 사외 도급인 등에 대한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것을 강조했다는 점. 고용노동부가 정부와 사업주가 기존 고용 관계에 있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하청, 특수고용, 애플리케이션 가입 노동자 등 일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보건을 보장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점은 환영하는 바이다. 앞으로 고용노동부는 말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 정부가 산업안전보건강조의 날을 맞아 위험의 외주화를 뿌리 뽑고 산업안전보건의 패러다임 변화를 선포한 만큼 구체적인 정책 마련과 실현을 위해 힘써줄 것을 당부한다.


특집 5.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위해 싸우는 이주노조 / 2017.6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위해 싸우는 이주노조

 


선전위원회



지난 5월 24일 이주노동자의 문제만이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 이주민의 인권과 노동권을 위해 싸우는 민주노총 서울경인이주노동조합(이주노조) 박진우 사무차장을 만나 지난 투쟁의 이야기, 이후 과제 등을 들어보고자 하였다.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저는 이주노조에서 일한 지 6년 정도 되었고, 하는 일은 주로 이주노동자 상담업무와 각종 이주노동 관련 회의, 대외적인 연대활동 등을 하고 있다.

 

이주노조는 언제부터 만들어져서 활동하고 있는가.

2005년에 창립했는데 당시 노동조합 설립 필증이 나오지 않았다. 이후 10년 동안 노조 인정 투쟁과 대법원소송까지 진행했고, 지난 2015년 6월 대법원에서 이주노조 합법을 인정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설립 필증을 주지 않아 7월 한 달 내내 농성해서 8월 21일 설립 필증을 받았다. 노조가 합법화되고 나니 이전과 비교했을 때 이주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면서 조합원이 꽤 늘어났다. 올해 이주노동자 메이데이에도 평소 참여하는 조합원보다 4배가 더 참가했다. 조합원들이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이번 일터에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문제를 다루는데 실제 현장에서 본 실태는 어떠한가.

2015년도 12월 18일 세계이주민의 날에 맞춰 고용노동부에 ‘고장 난 계산기를 고치라’고 요구하는 투쟁을 했다. 근로기준법 63조의 가산수당 이른바 0.5를 안 붙이는 거다. 대신 임금은 100% 줘야 하는데 당시 실태를 파악해본 결과 농축산업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300시간 일해도 계약서상 230시간 계약했다고 그만큼만 임금을 받는 그러한 상황이었다. 다른 노동자들 계약서도 실제 일하는 시간과 계약서상 시간, 임금, 노동조건이 다 달랐다. 그런데도 고용노동부는 관리 감독할 의지가 없어서 투쟁했다. 그리고 작년 국정감사에서도 이러한 고용노동부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최근 민주당 이용득 의원실로부터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 중 하나인 근로기준법 63조 폐지를 시행하려고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계절 이주 노동자 제도에 대해서도 싸움을 벌였다.

작년, 재작년 시범 사업을 할 때는 해당 지역이 정해져 있었다. 언론에서도 계절 이주노동자가 어떻게 일하는지 인터뷰하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 3월 법무부가 본격적으로 실시한다고 하여, 이주운동진영이 거세게 문제제기를 했다. 고용노동부 역시 고용허가제가 아닌 다른 제도로 이주민이 한국으로 들어오면 고용허가제 자체의 근간이 흔들리기 때문에 반발하면서 계절 이주노동자 제도는 현재 잠정 보류상태다. 계절 이주노동자는 각종 사회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자신들을 보호하거나 권리를 구제해 줄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없어서 폐지되어야 한다.

 

이 제도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고요.

고용허가제로 들어와서 9년 8개월을 꽉 채운 노동자를 ‘성실 근로자’라고 부르는데, 올해 7월 3,000명의 노동자가 해당한다. 앞으로 매년 이만큼의 노동자가 고용허가제 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이후에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큰 관심사다. 정부가 계절 이주노동자 제도를 도입한 것도 고용허가제가 끝나는 숙련 노동자가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주노조는 이런 단기적인 정책으로 이주노동자의 정책을 실현하는 건 불가능하고 노동비자나 영주권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경우 일터뿐만 아니라 병원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큰 장벽이라고 들었다.

이주민 가운데 백혈병이나 성병 같은 중대한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 있다. 그런데 이들에게 치료를 지원하는 병원이 많지 않다. 국가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실행하는데 예산이 바닥나면 그나마 있는 병원도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 또 법무부 통보의 의무면제 지침으로 인해 병원이든 학교든 이주노동자의 진료 사실을 알려야 한다. 그 결과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신분이 드러나기 때문에 병원의 문턱이 상당히 높다.

 

이후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어떤 활동을 고민하고 있는가.

우선 민주노총 내 조합원들과 함께 교육하고 호흡하면서 현장에서 내국인 노동자와 이주 노동자가 하나가 되는 현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건설이나 금속노조에서 이주노동자를 배척하는 현상들도 빚어지지만, 노동조합을 가입시키고 함께 투쟁하는 모범적인 현장사례도 충분히 있다. 또 앞으로 이주노조 지역지부가 있는 곳에서 선전전과 캠페인 노동조합 가입 신청 등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국에 미등록이주노동자까지 포함하면 전체 200만 명 정도가 있는데 2000년대 중반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그런 점에서 이주노동자의 문제는 우리가 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주노동자가 단결하고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노동조합을 만들고 조직화하는 것이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일터를 바꾸는 길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만이 아니라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울 수 있는 정치세력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이주노동자들이 더 나서야 한다.

 

특집 4. 오늘날 이주노동자의 건강권 / 2017.6

오늘날 이주노동자의 건강권



송홍석 향남공감의원, 회원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의한 부의 불평등은 빈국에서 부국으로의 강제된 이주노동을 낳았다. 한국도 내국 자본의 이해와 맞물려 이주노동의 국내유입이 꾸준히 늘면서 2016년 등록된 이주노동자만도 58만여 명에 이르렀다. 이주노동자는 내국인이 꺼리는 위험한 일자리를 메우며 한국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젊고 건강했던 이주노동자의 몸과 맘은 병들고 다치고 버림받고 있다. 전체 산재의 80%가 발생하는 50인 미만 소규모 영세사업장에서 주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6,728명이 산재를 당했고(재해율 0.87%), 88명이 사망했다(사망만인율 1.52). 같은 해 내국인의 재해율은 0.49%, 사망 만인율은 0.96%였는데, 강제귀국과 사업주 불이익으로 인한 광범위한 산재은폐 현실까지 고려하면 이주노동자의 건강권 현실을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안전하게 일할 권리, 위험을 회피할 권리의 문제 

이주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로 사업주의 이해만이 작동하는 고용허가제의 문제, 사업주의 안전 인지적인 경영인식의 부재, 국가적인 소규모사업장 안전보건관리체계의 문제 등을 먼저 꼽을 수 있다.

위험스럽기 그지없는 사업장을 회피할 권리는 사업장 변경 제한에 박탈당하고, 일하다가 산재를 당해도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는 고용허가제로 인해 이주노동자는 목숨을 내놓고 일하든지, 불법체류자가 되든지 불안한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이하의 인건비에, 하루 10시간 이상의 장시간·고강도·고위험 노동에도 군소리 없이 일하는데, 사업주는 안전보건 예방 의무를 알 필요도 이런 것에 돈과 시간을 허비할 이유도 없다.

2011년 외국인 이주노동협의회의 조사에 따르면, 사업장 이동을 원하는 이주노동자는 62%에 달했고, 이해할 수 있는 안전교육을 받은 노동자는 26.8%에 불과하였다. 2008년 이주노조 등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64%의 이주노동자가 회사를 옮기고 싶다고 했으며 그 주된 이유는 더 나은 작업환경으로 옮기길 원해서였다.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의 문제 

고용허가제의 시행에 따라 형식적으로는 모든 이주노동자가 산재법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업주가 산재보험 가입을 안 했거나 산재 신청과정의 어려움 혹은 산재 신청 후 강제 출국의 두려움 때문에 산재 치료와 보상의 문턱도 밟아보지 못하고 있다. 

또, 이주노동자들은 이주에서 오는 스트레스, 주거환경, 기후 등의 변화, 엄청난 노동강도, 휴식과 운동의 부족으로 인해 고혈압, 당뇨, 비만 등의 성인병 질환, 위장장애, 근골격계질환, 정기검진을 통한 건강관리의 부재, 수면장애, 불안우울 등의 정신건강 문제가 빈발한다. 그런데도 아플 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장벽이 존재하는데, 긴 노동시간, 의료비 부담, 언어소통의 문제, 단속의 두려움, 보건의료 관련 정보 부족의 현실 등이고, 이러한 내용은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여러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바 있다.

 

이주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하여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병들고 다쳤을 때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는 내국인과 이주민, 합법과 불법을 불문하고 누구나 보장받아야 할 인류의 보편적인 권리이다. 인권으로서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와 사업주는 ‘안전하게 일할 권리’, ‘위험을 회피할 권리’,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를 실현할 책무를 다 해야 한다.

먼저, 건강의 유해위험요인을 노동자 스스로 거부할 수 있도록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이주노동자의 정주권과 노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노동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사업주는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고, 정부는 재정적, 행정적으로 충분한 지도와 지원을 해야 한다. 또한, 입사 전의 형식적이고 일회적인 안전보건교육이 아니라, 입사 후 사업장별로 다양하게 존재하는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지속적이고 실효성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 보장을 위해서 거시적으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들에게도 건강보험을 전면 적용하여 경제적 장벽을 줄여야 한다. 산재 신청도 의료기관이 직접 해야 하고 신청 후 강제 출국 등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 또한, 이주노동자의 생활임금 보장과 노동시간을 규제하고, 언어장벽 해소를 위한 통번역시스템을 구축하여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당장에 보건의료서비스의 장벽을 낮추기 위한 노력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의료공제회와 같은 민간 차원의 지원이 활성화되고, 보건소나 공적 의료기관에서 사업장을 찾아가는 보건교육, 전염성질환 예방활동, 보건의료 관련 각종 정보 제공 등도 필요한 일이다.

특집 3. 우리가 먹는 상추와 깻잎의 진실 / 2017.6

우리가 먹는 상추와 깻잎의 진실

- 반노동적·반인권적 계절 이주노동자 도입실태와 문제점



이나래 상임활동가



요 며칠 집에서 장아찌를 만들기 위해 끓이는 간장 냄새가 진동했다. 마늘종, 양파, 깻잎 등 종류도 다양하다. 집에서뿐만 아니라 흔히 식당 반찬으로 나오는 것들이다. 맛이 있기도 하지만, 집에서나 식당에서나 부담 없이 이런 종류의 채소를 접할 수 있는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그 농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저임금을 받는다는 것이다. 특히, 농촌의 이주노동자 문제는 심각하다.


초단기 계절 이주노동자 제도 확대하는 정부

정부는 올해부터 초단기 계절 이주노동자 제도를 3월 13일부터 전국적으로 확대했다. 이주노동자들은 단기 취업(C-4)비자로 농번기에 입국해 1~3개월(90일 이내) 체류하며 지정된 농가에서 일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제도다. 체류 기간연장은 허용되지 않으며, 재입국은 농번기 때만 가능하다.

법무부는 제도 도입 취지를 ‘농번기 극심한 구인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을 단기간 고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농민과 지자체의 숙원을 반영’하는 것이라 밝히며 2015년 10월부터 시험 시행했다. 지자체가 필요한 만큼의 이주노동자를 법무부에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이주노동자를 내주고, 지자체는 이주노동자를 농가에 배정한다. 그러나 노동계와 이주노동자 당사자들은 이 제도에 대해 우려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농가를 책임지는 이주노동자

우리나라 농가는 이주노동자들이 책임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촌 고령화와 주민 축소로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이 자리를 채운 것은 다름 아닌 이주노동자이다. 한국 거주 농업 이주노동자는 2016년 3월 법무부 기준 2만 4,281명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합칠 경우 3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농업 분야에 2003년부터 산업연수생제도가 도입되면서 932명의 농업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들어왔다. 초창기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 어업보다 농축산업은 규모가 작았다. 그러나 점점 농축산업의 이주노동자 수가 증가한다. 2009년에는 2,000명으로 건설업과 같고, 2010년부터는 건설업 1천600명, 어업 1천100명에 비해 농축산업이 3천100만 명으로 치솟는다. 그리고 올해 2017년에는 건설업 2천400명, 어업 2천600명에 비해 약 2.5배에 달하는 6천600명이 농축산업에 도입될 예정이다.


인권과 노동권이 실종된 계절 이주노동자의 현실

점차 한국에 정착하는 이주노동자 특히 농업 이주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은 보장되지 않는다. 장시간노동에 저임금, 임금체납, 언어폭력과 폭력, 성희롱과 성폭력 등 온갖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계절 이주노동자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들은 단체로 입국해, 각각 농가로 배정되고, 취업 기간이 종료되면 단체로 출국한다. 취업 기간은 3개월로 제한되어 더 일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농촌에서 가장 바쁜 기간 동안 일하기 때문에 노동 강도는 무척 강하다. 이때를 위해 이주노동자들은 철저히 ‘이용’당한다. 그리고 그 기간이 종료되면 농번기가 아니란 이유로 쫓기듯 출국당한다. 그리고 지정된 농가에서만 일해야 하고, 사업장 이동 역시 불가능하다. 이들은 이동의 자유마저 박탈당한다. 문제가 있는 사업장일지라도 꾹 참고 근무해야 한다.

이미 시범사업을 한 괴산군에서 계절 이주노동자들의 3개월 치 임금을 근로계약이 끝나고 귀국하는 시점에 현금으로 지급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괴산군은 월급을 제때 받게 되면 사업장을 이탈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농축산업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휴일‧ 휴게의 적용을 받지 않아 장시간노동과 저임금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건강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에서도 배제당한다. 취업 기간이 3개월 미만인 비정규직은 건강보험과 산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므로 다쳤을 때 제대로 치료받기 힘들다. 아픈 몸을 치료하는데 돈을 다 써 수중에 돈 한 푼 남지 않은 이주노동자들의 사례는 흔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얼마나 이 사회가 이주노동자를 노예로 취급하고, 비인격적으로 대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정부의 이주노동자 체류 정책의 최우선 목적은 ‘정주화 방지’이다. 값싼 저임금의 노동력이 필요해 이주노동자들을 들어오게 하지만 장기간 일하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 결국, 정부는 오직 농촌의 인력난 해소에만 급급해하며 정작 이주노동자들의 반인권적‧ 반노동적 문제는 내버려 두고 있다.


계절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라!

장시간 노동에 저임금, 폭력적인 노동강도 강화, 사회보장 박탈하는 계절 이주노동자 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이미 농촌 이주노동자들의 문제가 심각하다. 그런데 기존에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노력은 하지도 않은 채, 정부와 지자체는 오히려 문제가 더욱 악화할 소지가 있는 계절 이주노동자 제도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정부가 즉각 시행해야 할 것은 이주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장시간, 저임금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며 반인권적‧ 반노동적 행위를 멈추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