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3. 죽음 부르는 일터 괴롭힘 /2016.12

죽음 부르는 일터 괴롭힘



송홍석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2016년 3월 17일, 대표적인 노조파괴 사업장인 유성기업에서 마흔두 살 한광호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성기업은 2011년 직장 폐쇄 이후 깡패를 동원한 폭력과 무차별적인 고소 고발과 징계로 조합원들을 경제적, 정신적으로 탄압하며 삶을 파괴해왔다. 그렇기에 고 한광호 열사의 죽음은 예견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11차례 고소를 당했고, 2건의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었고, 3번째의 징계를 위한 사실 조사가 진행 중이었다. 유성기업과 현대자동차 자본은 검/경을 비롯해 국가권력의 비호 아래, 2011년 이후 조합원 1인당 많게는 50여건, 보통의 경우 수십 건에 이르는 고소 고발로 조합원들은 수시로 경찰 조사와 재판에 시달리고 경제적, 사회적으로 끊임없는 고통을 가했다. 절반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과 같은 정신질환 고위험 군으로 노동부는 임시건강진단 명령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현대 유성자본은 이미 산재 승인된 5건의 정신질환에 대해서 산재 승인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는 파렴치한 짓까지 저질렀다. 실로 노동자 죽이는 ‘살인 기업’, ‘살인 자본’이라 부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2016년 5월 7일,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신분으로 외식업체 ○○○에 조기 취업했던 열아홉 살 청년노동자가 일터에서 뛰쳐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는 일이 욕 먹기’라며 심한 욕설과 폭행에 괴롭힘당하고, 42번의 오마(오픈과 마감) 벌칙으로 2시간 조기출근에 밤 11시 넘어서까지 초장시간 노동에 수면 부족을 호소하며 체중이 10kg이 빠졌다. 2도 화상을 입었음에도 병원에 갈 수 없었던 청년노동자는 이런 괴롭힘이 힘들어서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계속 근무를 강요당했다. 그리고 그는 5월 7일 토다이 물류창고 근처에서 작업복을 입은 채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나서야 괴롭힘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죽음에까지 이르렀던 가학적 노무관리와 일터 괴롭힘은 살인적인 자본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다. 일터 곳곳에서 노동자의 자존감과 존엄성을 뭉개고 자본의 힘에 굴복시키려는 행위들, 노동자 간 갈등과 경쟁을 부추기는 조직 환경들은 노동자의 힘을 약화해 파편화하려는 ‘일터 괴롭힘’의 양태들이다. 이러한 현실을 드러내고 저항하여,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