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종 노동자의 교대제 및 건강영향 실태조사 연구
* 한노보연에서는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금속노조와 함께 철강업종 노동자의 교대제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설문조사 방식의 연구 결과를 [일터] 2번에 걸쳐 연재합니다.
I. 연구의 배경과 목적
철강업종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으로 경영의 효율성을 위해 교대근무로 24시간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철강 대기업들은 4조 3교대제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최근 자동차 업종의 심야노동 철폐와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변화의 바람이 철강업종에도 일고 있다. 올해 모두 금속노조 산하 지회로 전환하면서 산별 통합을 이룬 현대차그룹 계열 철강사업장들에서 현대기아차의 ‘주간연속2교대제’ 변화에 맞추어 교대제 변경에 대한 요구가 일고 있으며, 현대제철에서는 5조 3교대 도입을 지난 임단협 요구안의 하나로 상정한 바 있다.
올해 금속노조 철강업종분과에서는 5조 3교대와 같은 교대제 개선을 2013년 임단협 핵심 공동요구안의 하나로 상정하였고, 그 근거마련을 위한 실태조사를 계획하였다.
연구소는 우선 이번 조사에서 철강 노동자의 교대노동 실태를 파악하고, 오랫동안의 교대노동이 노동자의 몸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확인하여 그 핵심적 원인이 자본의 필요에 부응하는 교대제 방식에 있음을 밝히려 하였다. 또한, 이번 조사를 통해 현장의 요구와 필요가 더욱 커지고 그 목소리가 모인다면, 앞으로 보다 체계적인 연구 활동을 통해 대안적 교대근무 변경을 위한 본격적인 사업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II. 연구의 방법과 내용
본 연구조사는 설문조사를 주축으로 진행하였다. 설문의 주요 내용은 근무형태와 노동시간 / 사회경제적 생활 및 여가 생활 / 교대근무로 인한 건강영향 / 사고 경험 / 노동강도 / 교대제 관련 인식조사 등이었다.
III. 설문조사 결과
1. 설문 참여자 분포 및 특성
- 본 조사에는 금속노조 철강사업장 중 6개 지회(현대제철 인천지회, 현대제철 포항지회, 충남 현대제철지회, 현대하이스코 당진지회, 현대하이스코 순천지회, 현대비앤지스틸지회)가
참여하였다. 총 7,441명 중 2,468명이 설문에 참여하였으며, 참여율은 33.2%였다.
2. 근무형태와 노동시간
1) 근무형태
- 설문 참여자 중 교대근무자는 84.3%였고, 주간고정근무자의 비율은 15.7%였다. 교대근무자의 93%는 4조 3교대로 일하고 있었다.
2) 노동기간
- 철강업 총 교대근무기간은 평균 10.5년, 20년 이상 교대근무를 한 비율은 18.4%에 달했다.
3) 노동시간
- 최근 3개월 동안의 1일 평균 노동시간은 8.3시간, 한 달 노동시간은 187.5시간, 한 달 잔업시간은 22.5시간, 한 달 대근 횟수는 2.5회, 한 달 특근 횟수는 2.3회였다.
- 지회별로 초과노동의 정도에 따라 한 달 노동시간은 최저 160시간~최고 286시간으로 차이가 커졌다. 하이스코 순천/당진지회의 한 달 노동시간이 긴 편이었다.
3. 사회 경제적 생활 및 여가생활
1) 임금
- 세금을 포함한 1년간 총임금은 평균 6,962만 원이었다. 지회별로 임금 차가 심했는데, 현대제철 포항지회(7,617만 원)와 비앤지스틸지회(5,304만 원)는 2천여만 원의 차이가 있었다.
- 지회별로 연봉 중 잔업·특근 수당이 차지하는 비율 차이도 심하였다. 하이스코 당진지회가 12.8%(67.7만 원)로 가장 높았고, 비앤지스틸지회가 6.4%(28.4만 원)로 가장 낮았다.
2) 생활의 만족도
- ‘집안일(가사 및 육아)과 가족관계’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70.4%로 만족도가 비교적 높았지만 ‘사회생활 및 여가생활’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44.3%, ‘경제적으로 만족한다’는 응답은 48%로 절반이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 교대근무자가 모든 영역에서 주간고정노동자보다 생활만족도가 낮고 불만족도가 높았다. 생활만족도는 사회적 건강을 알 수 있는 지표들 중 하나인데, 특히 사회 및 여가생활과 경제적 필요 충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 교대근무자들의 사회적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으로 판단되었다.
- 노동시간에 따른 생활만족도 분석에서 노동시간이 짧을수록 전반적인 생활의 만족도가 높았다.
4. 교대제로 인한 건강영향
1) 수면 건강
변수 | 주간고정근무 |
| 교대근무자 |
|
주간 근무시 | 저녁 근무시 | 야간 근무시 | ||
평균 입면 소요시간 (분) | 26.2 | 31.4 | 37.6 | 36.3 |
평균 실제 수면시간 (시간) | 6.4 | 6.1 | 6.7 | 5.8 |
필요한 평균 수면시간 (시간) | 7.6 | 7.7 | 7.7 | 8.1 |
평균 잠을 깨는 횟수 (회) | 1.8 | 1.7 | 1.7 | 2.5 |
주관적인 수면의 질 (대체로 나쁘다+아주 나쁘다) (%) | 32.8 | 40.8 | 41.4 | 84.4 |
수면 중 잠을 깨는 경우 (%) | 72.6 | 66.2 | 69.6 | 92.2 |
<교대 시간대에 따른 근무형태별 수면 실태 분석>
종합적인 수면 건강의 지표라 할 수 있는 ‘주관적인 수면의 질’은 주간고정근무 → 교대(주간) → 교대(저녁) → 교대(야간)로 갈수록 악화하였다. 야간 노동이 수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뚜렷하게 드러난 셈이다.
- 평균 수면 시간은 교대 근무자가 야간 근무 때에 평균 5.8시간으로 가장 짧았고, 필요 수면시간을 묻는 설문에서도 8.1시간의 수면 시간이 필요하다 하여 실제 수면 시간보다 2.3시간이나 더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 누워서 잠들 때까지 걸린 시간은 주간고정근무자의 경우 26.2분인데, 교대근무자는 35.1분으로 교대근무자가 더 잠들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교대근무자들 내에서도 특히 저녁이나 야간 근무때 잠드는 것이 더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 교대 근무자 중 야간 근무때 잠을 깬다고 응답한 비율이 92.2%에 달했고, 수면 중 잠을 깨는 횟수도 평균 2.5회로 수면의 질이 뚜렷하게 나빴다.
- 교대 근무자는 잠들기 위해 음주할 가능성도 높았다. 지난 한 달간 잠들기 위해 음주한 경험이 주 1회 이상이라는 응답이 거의 40%에 달했으며, 주 3회 이상이라는 응답도 12.4%에 달해 수면 장애로 인한 알코올 의존도 우려되었다.
- 응답자의 47.3%에서 중등도 이상(불면증 자가진단점수 15점 이상)의 불면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한 불면증(불면증 자가진단점수 22점 이상)도 응답자의 15.2%에서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2011년 금속 수면연구보다 입면 소요시간, 실제 수면시간, 주관적인 수면의 질, 수면을 위한 음주, 불면증 등의 항목에서 수면의 질이 더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 다음호에는 정신적·육체적 소진, 노동강도, 교대제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등에 관한 내용이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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