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호_연구리포트] 2021 한국 과로사•과로자살 발생 현황 이슈페이퍼

2021 한국 과로사과로자살 발생 현황 이슈페이퍼

 

장향미 회원, 노동시간센터

 

2020년도 한국 과로과로자살 현황

동아시아과로사통신은 한국(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대만(OSHLink), 일본(POSSE) 세 국가의 노동안전보건분야 시민단체가 과로사과로자살의 현황을 파악하고, 이에 함께 대응하고자 만든 네트워크입니다. 올해부터는 각 국의 매년 과로사과로자살 현황과 산재 승인율을 추적을 목적으로 한 이슈페이퍼를 발간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번 연구리포트 코너에서는 지난 2015~2020년 과로사과로자살 발생건수 및 산재승인율 변화 추세를 다루고 있는 한국의 이슈페이퍼를 싣습니다.

 

1. 2020년도 업무상 뇌심혈관계 질병과 사망(과로사 추정), 정신질환, 자살(과로자살) 산재

현황

2020년 업무상 뇌심혈관계 질병에 대한 산재 판정건수는 2,429, 승인건수는 929건으로 승인율은 38.25%이다. 이 중 사망자수는 273명으로 나타났다. 업무상 정신질환에 대한 산재 판정건수는 581, 승인건수는 396건으로 승인율은 68.16%이다. 업무상 자살에 대한 산재 판정건수는 87, 승인건수는 61건으로 승인율은 70.11%이다.

[1: 업무상 뇌심혈관계 질병, 정신질환, 자살 통계(2020)]

케이스

질병
총계(질병+사망) 사망
산재신청 승인 승인율 산재신청 승인 승인율
업무상 뇌심혈관계 질병 2,429 929 38.25% 670 273 40.75%
업무상 정신질환 581 396 68.16% - - -
업무상 자살(과로자살) 87 61 70.11% 87 61 70.11%

(자료출처 : 근로복지공단)

 

2. 업무상 뇌심혈관계 질병과 그로 인한 사망(과로사) 발생 현황

산재 인정을 받은 뇌심혈관계 질환 사망자수(과로사)2015149명에서 2019292명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8년 뇌심혈관계 질환의 산재 승인률이 41.28%로 전년대비 8.72%으로 상승하였는데, 이는 정부가 과로사 인정 기준을 완화한 영향이 크다. 2020년 뇌심혈관계 질환의 전체 산재 승인건수는 929건으로 전년대비 26.56% 줄었으나, 산재 승인 사망자수는 273명으로 전년대비 6.5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과로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더 늘었다.

[2: 업무상 뇌심혈관계 질병(2015-2020)]

케이스


연도
총계(질병+사망) 사망
산재신청 승인 승인율 산재신청 승인 승인율
2015 1,970 482 23.45% 585 149 25.47%
2016 1,911 421 22.03% 577 150 26.00%
2017 1,809 589 32.56% 576 205 35.59%
2018 2,241 925 41.28% 612 266 43.46%
2019 3,077 1,265 41.11% 747 292 39.09%
2020 2,429 929 38.25% 670 273 40.75%

(자료출처 : 근로복지공단)

 

3. 업무상 정신질환 및 자살(과로사) 발생 현황

최근 6(2015~2020) 업무 관련 정신질환 및 자살의 산재 신청 및 승인건수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이다. 업무 관련 정신질환 산재 인정률 또한 201538.18%에서 202068.16%로 증가하였고 업무 관련 자살 산재 인정률도 201537.29%에서 202070.11%로 증가하였다. 2018년 업무 관련 정신질환 및 자살 승인률이 전년대비 각각 15.85%p, 22.86%p 증가하였는데, 질병판정위원회 심사위원 구성의 변화와 함께 심사과정에서 판정 요건의 해석을 종전보다 폭넓게 해석함으로써 승인률이 전체적으로 높아진 영향에 따른 것이다.

[3 : 업무상 정신질환 발생 현황(2015-2020)]

케이스




연도
총계 승인질병상세
산재신청 승인 승인율 우울증 적응장애 급성 스트레스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불안장애 기타
2015 165 63 38.18% 17 13 9 14 2 8
2016 183 85 46.45% 14 21 5 25 4 16
2017 213 126 59.15% 52 32 8 21 1 12
2018 268 201 75.00% 72 53 15 36 5 20
2019 331 231 69.79% 66 78 15 39 13 20
2020 581 396 68.16% 113 162 23 55 19 24

 

[4: 업무상 자살(과로자살) 발생 현황(2015-2020)]

케이스




연도
총계 승인질병상세
산재신청 승인 승인율 우울증 적응장애 급성 스트레스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불안장애 기타
2015 59 22 37.29% 13 2 - - 2 5
2016 58 20 34.48% 7 - - - 1 12
2017 77 44 57.14% 34 - 2 2 2 8
2018 95 76 80.00% 49 2 3 1 3 18
2019 72 47 65.28% 25 1 5 - 2 14
2020 87 61 70.11% 41 1 1 - 3 15

(자료출처 : 근로복지공단)

 

4. 통계분석

1) 업무상 뇌심혈관계 질병과 그로 인한 사망

산재 인정을 받은 뇌심혈관계 질환 사망자수(과로사 추정) 는 2015년 149건에서 2019년 292건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8년 정부가 과로사 인정 기준을 완화하면서 이전 대비 과로사의 산재 승인율이 높아진 영향도 있다. ‘만성 과로’의 경우 기존에는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일 평균 60시간 초과하는 경우 업무와 질병의 연관성이 크다고 봤다. 2018년 개정된 고시에서는 기준 시간(52시간)을 추가하고, 업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조건을 추가되었다. 또 과로 시간을 산출할 때 야간근무는 주간근무 시간의 30%를 가산하도록 했다.

과로사 승인률이 높아졌다고 해도 전체 업무상 질병 승인율이 60% 정도인데 반해 최근 6년간 뇌심혈관계 질병에 대한 산업재해 신청자 3,767명 중 과로사 인정을 받은 노동자는 1,335명으로 과로사 인정률은 여전히 35%로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2018년 7월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에서 주52시간 근무제(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가 시행되었고, 2020년1월1일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 2021년7월1일부터 5인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범위가 확대되었다. 그러나 2018년~2020년 기간 동안 매년 300명에 가까운 과로사 사망자수가 발생하였으며 과로사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17일 세계보건기구와 국제노동기구는 2000년~2016년 194개국의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뇌심혈관계 질환 사망자 실태를 분석한 공동연구보고서를 발표하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한국에서 10만 명당 5.9명이 장시간 노동에 의해 사망했다고 밝혔는데, 한국 통계청 자료에 대입했을 때 뇌심혈관계 질환 사망자는 2,610명으로 계산됐다. 해당 보고서의 수치를 통해 짐작컨대, 현재 산재 인정 통계에 잡히지 않는 과로사 사망자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2) 업무상 정신질환과 자살

최근 6년(2015~2020년) 업무관련 정신질환 및 자살의 산재 신청 및 승인건수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이다. 업무 관련 정신질환 산재 인정률 또한 2015년 38.18%에서 2020년 68.16%로 증가하였고 업무 관련 자살 산재 인정률도 2015년 37.29%에서 2020년 70.11%로 증가하였다. 2018년을 기점으로 산재 승인률이 올라갔으나 산재 신청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 2021>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자살사망자가 24.7명으로, OECD 평균인 11명 보다 2배 이상이며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9년 한국 자살사망자수는 13,799명이며 2019년 경찰청 변사자통계에서 직장 또는 업무상의 문제로 사망한 사람은 598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19년 업무상 자살 산재 신청건수는 72건으로, 경찰청 변사자 통계의 직장 또는 업무상 문제로 사망한 598명과 비교했을 때 업무관련 자살의 산재 신청건수는 약 12%로 여전히 매우 낮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정신건강 악화와 자살 위험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7월4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20년 자살사망자 수는 잠정치 기준 13,018명으로 2019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사회적 영향이 본격화되는 2~3년 후 자살 증가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다. 1998년 무렵 한국이 겪었던 IMF 시기에는 경제위기로 인해 직장을 잃거나 사업이 어려워지는 등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많았지만, ‘회사의 어려움’을 이유로 진행된 구조조정 끝에 남은 이들의 업무상 부담 역시 늘어났던 시기였다. 당시 한국의 자살율은 급증했다. 코로나의 영향이 가시화되는 시기, 그러한 과거 경험이 반복될 수 있다. 과거에 대한 학습을 바탕으로, 과로사•과로자살이라는 사회적 재난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8월_연구리포트] 택배 노동, 적정 노동시간 산정할 수 있을까?- “택배기사 적정 근로시간에 관한 연구” 소개

택배 노동, 적정 노동시간 산정할 수 있을까?

- “택배기사 적정 근로시간에 관한 연구소개

 

한노보연 노동시간센터 김형렬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더디기만 하다. 분류작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의도 있었지만, 현장에서 실제 적용은 회사마다, 지역에 따라 다른 상황이다. 주당 52시간을 넘지 말아야 하는 노동시간 상한제가 있고, 이를 과로의 기준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택배노동자들에게는 주당 60시간 이하의 노동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특수고용형태로 생활임금을 유지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이 유지되는 체계는 택배 노동자의 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택배기사의 과로 방지를 위하여 노정 사회적 합의기구가 구성되었고, 2021121일 노정 사회적 합의(택배기사의 주 최대 작업시간은 60시간, 일 최대 작업시간은 12시간을 목표로 하되 그 구체적 작업 기준은 연구를 통해 정하고자 함)에 따라, 택배기사의 적정 노동시간을 제시하기 위한 연구용역이 추진되었다. 이 연구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한양대학교 장태원 교수팀에서 진행했으며, 연구결과는 지난 7월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에 발표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택배노동자의 작업 중 심박수를 이용하여 적정노동시간(원래 의미는 최대 허용노동시간)을 산정하였다. 연구는 설문, 면접, 심박수를 이용한 적정노동시간 산정 내용을 모두 포함하는데, 이번 글에서는 일부 설문내용과 심박수를 이용한 적정노동시간 관련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1.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설문)

 

4개 회사 91명의 택배 노동자가 설문과 심박수를 이용한 적정노동시간 산정 연구에 참여하였다. 일 평균 노동시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분류, 집화(개인, 사업장등에서 택배물품을 받아 오는 작업), 배송 등 모든 업무를 포함한 실제 하루 노동시간은 12.3시간(표준편차 2.1)이었다. 이중 분류작업에서 3.6시간(표준편차 1.1), 배송 작업에서 6.0시간(표준편차 1.8), 집화 작업에서 3.0시간(표준편차 1.9)으로 나눌 수 있었다. 택배노동자들은 여전히 상당한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 연구에 참여한 대상자에게서 실시한 설문과 실제로 측정한 결과에서도 하루 노동시간은 평균 11.5-12.3시간, 이를 16일로 환산하면 1주 노동시간은 69.0-73.8시간으로 상당히 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분 일평균 노동시간(시간)
평균 표준편차
분류 작업 3.6 1.1
배송 작업 6.0 1.8
집화 작업 3.0 1.9
12.3 2.1

 

2. 심박수를 이용한 적정노동시간 산정

 

택배 업무로 인한 신체부하 정도는 택배 배송량, 배송물품의 종류, 배송구역의 특성, 택배기사의 신체조건과 체력(심폐기능) 등 다양한 요건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나이, 배송구역 특성, 요일별 특성을 고려하여 측정시기, 대상자를 선정하였다. 나이는 다양한 연령대를 포함하되, 45세 미만과 45세 이상이 일정한 비율로 포함되도록 하였고, 배송구역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아파트 밀집지역, 많이 걸어 다녀야 하는 주택이나 빌라상가 밀집지역, 이동거리가 긴 시골이나 도서 지역의 3가지로 구분하고, 각 특성별로 일정 비율이 포함되도록 하였다. 측정시기는 요일별로 배송량과 신체부하 정도가 다를 수 있으므로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3일 동안 측정을 실시하였다. 4개 회사(A, B, C, D)별로 각각 24, 25, 12, 30명으로 총 91명이 연구에 참여하였다. 참여자는 대부분 남성으로(여성 1) 나이는 평균 43.8세였고, 40세 미만이 35, 40-49세가 24, 50세 이상이 32명이었다. 배송구역별로는 아파트 지역 배송자가 23, 주택빌라상가 지역 배송자가 33, 그리고 시골도서 지역 배송자가 35명이었다.

 

심박수 측정은 Polar M430을 이용하였다. Polar M430은 손목에 착용하는 시계 형태의 도구로써, 손목을 지나가는 혈류를 감지하여 심박수를 측정한다. 노동과정에서 심박수를 측정하고 계산식을 이용하여 심최대허용 노동시간 MAWT (Maximal acceptable work time) 산출하였다.

 

[그림 1] Polar M430

 

구분 전체 작업 배송 작업
실제
노동시간
MAWT 신체부하
지수
실제
노동시간
MAWT 신체부하
지수
A 10.7 7.5 1.46 7.1 6.9 1.10
B 11.8 8.1 1.50 7.3 7.4 1.06
C 13.1 8.2 1.66 7.7 7.0 1.25
D 11.4 8.3 1.42 8.7 8.2 1.11
전체 11.5 8.0 1.49 7.8 7.4 1.11
실제노동시간 : 측정 당일 실제로 일했던 시간
MAWT : 주어진 강도의 업무를 신체의 피로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시간
신체부하지수 : 실제노동시간을 MAWT로 나눈 값

 

이 연구에 참여한 택배노동자들의 실제노동시간은 11.5시간으로 업무를 신체의 피로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시간(이하 MAWT)”8.0시간보다 약 3.5시간 정도 초과하였다. , 신체에 부담이 되지 않는 시간보다 3.5시간 만큼 과중업무를 하였다. 분류작업을 하지 않고 배송만 한다고 가정을 하면, 배송 작업의 노동시간은 7.8시간으로 MAWT7.4시간보다 여전히 길었으나, 그 차이는 매우 줄어든다. 신체부하 정도를 의미하는 신체부하지수는 1.49로서 매우 높았으나 배송작업만 감안하면 1.11로 상당히 감소하였다.

 

3. 사회적 합의 주당 60시간 이내, 택배 노동자 건강위협 줄이기에는 아직 멀다

 

택배기사의 과로 방지를 위한 노정 합의기구에서 1차 합의한 내용은 “1주 최대 노동시간 60시간이다. 택배기사들의 1주 노동시간이 70시간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주 노동시간을 최대 60시간으로 제한한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주어진 강도의 업무를 신체의 피로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시간MAWT는 평균 8.0시간이었기 때문에, 이를 초과하는 경우 60시간 미만이라 하더라도 신체의 부담이 될 수 있다. 합의 내용인 분류작업 제외가 현실적으로 적용이 되어 택배기사들이 분류작업을 하지 않고 배송작업만 하게 된다면 노동시간을 더욱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연구는 육체적 부담이 높은 노동자들에게 심박수를 이용해 건강위험을 줄일 수 있는 노동시간을 산출하여 제안했다는데 의미가 있고, 향후 적정노동시간 산정에 활용될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적정노동시간의 산정에는 생활임금의 보장, 장시간 노동을 강제하는 저임금구조, 고용형태 등이 연관되어 있어, 이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말하기는 어려운 한계가 있다.

 

[7월_연구리포트] 하루 6시간 노동을 위한 노동시간단축 실험연구

하루 6시간 노동을 위한 노동시간단축 실험연구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들의 삶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국내외 수 많은 연구들이 증명해 왔다. 그런데, 우리가 장시간 노동이라 말할 때 기준이 되는 표준 노동시간은 얼마가 적절할까? 그리고 그 표준 시간을 정하는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상품화된 노동을 판매해야 살아갈 수 있는 자본주의적 질서를 전제할 때, 일을 해야 한다면 우리는 하루 몇 시간 노동해야 만족스럽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산업혁명 시기 유럽의 노동자들은 하루 20시간 일을 하는 경우도 많았고, 19세기 초반까지도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 이상 노동을 해야 했다. 130여 년 전 선언된 하루 8시간 노동제는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조차 되지 않았지만, 유럽의 국가들은 이미 주 35시간 이상 일을 하는 것은 인간적 삶을 유지하는데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주 30시간 노동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는 중이다. 이 글에서는 21세기의 의제가 될 하루 6시간 혹은 주 4일의 노동제를 위해 스웨덴과 핀란드에서 이루어진 노동시간 단축 실험에 대한 네 편의 논문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논문 두 편은 스웨덴에서 20051월부터 200611월에 걸쳐 사회서비스, 기술서비스, 돌봄, 콜센터 노동자 등의 공공부문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종단 연구에 기반한 것이다. 이 실험 연구는 주당 25%의 노동시간 단축이 풀타임 노동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기 위한 것이었다. 실험을 위해 한 집단은 이 실험 기간 내내 이전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으면서 하루에 두 시간 단축된 일 6시간 근무를 했고(실험집단), 다른 집단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실험 기간 동안 8시간 근무를 지속했다(통제집단). 노동시간 단축 실험이 시작되기 직전인 20052월에 두 집단에 대한 첫 번째 조사가 이루어졌고, 노동시간 단축이 이루어진 이후에는 양 집단에 대한 두 차례의 (20061-2, 그리고 200610-11)후속조사가 이루어졌다. 이렇게 두 집단 동시 조사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비교하여 두 시간 노동단축의 효과를 측정하였다.

첫 번째 논문은 노동시간 단축이 수면과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앞서 소개한 스웨덴에서 실험한 노동시간의 단축이 수면과 스트레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초점을 두었다. 이 논문은 직장에서의 일과 후 회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고혈압, 심박 증가, 만성피로, 수면 장애 등의 만성적 건강문제를 일으키는 부하 반응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근무 시간의 단축은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만큼 회복 시간을 늘려주기 때문에 만성적 건강 문제의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연구의 결과, 노동시간이 감소된 사람들은 8시간 노동시간이 유지되었던 통제집단에 비해 주관적으로 인지한 수면의 질과 수면 시간이 향상되었고, 일하는 시간 동안의 졸림, 스트레스가 감소하였으며, 잠자리에 드는 시간에 불안과 스트레스도 역시 감소되는 효과가 있었다.

이 실험에 관련된 또 다른 연구는 노동시간 감소 전 후, 사회복지사들의 스트레스 대처에 대한 비교 연구로서, 사회복지사라는 특정 직업군들의 스트레스 대처 방식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노동시간 감소의 효과를 평가한 논문이다. 저자들은 양적 분석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은 사회복지사들의 직업적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직업적 생활이 사생활의 영역에 침범하는 정도는 낮춰준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논문에서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직업적 삶의 상황과 관계적 특성을 고려하면서 노동시간 감축이 이들의 스트레스 대처 방식에도 영향을 주는지 연구했다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사회복지사는 노동시간 감소 이후 더 다양한 스트레스 대처 전략을 활성화해 자신의 대처능력을 증가시켰다, 또한 감정적 소진을 덜 경험하면서 긴급 상황에 대한 시간 관리를 더욱 조직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감축된 노동시간은 수면, 여가, 휴식 등에 직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시간을 활용하는 방식을 포함하여 업무에서 오는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까지 높여주는 효과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소개할 논문은 스웨덴에서 2005년에 이루어진 노동시간 단축 실험 이후 10여년만인 2015년부터 이루어진 노동시간 단축 실험에 대한 결과 보고서, 23달 동안 6시간 근무하기- 감소된 노동시간에 대한 실험적 후속연구 이다. 이 실험 연구는 스웨덴의 예테보리시 (City of Gothenburg)에서 20152월부터 201612월까지 요양병원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는데, 근무시간 감축이 이 지역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적 측면을 포함하여 요양병원 근무 간호사들과 병원의 환자들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이 기간 동안 스바르테달렌(Svartedalens) 노인요양병원의 간호사들은 급여는 그대로 유지된 채 하루 6시간 근무했으며(실험집단), 스바르테달렌 병원과 비슷한 조건과 규모를 가진 예테보리시의 다른 요양시설의 간호사를 통제집단으로 설정하고 진행하였다.

최근의 이 실험설계와 분석이 이전의 연구 방법과 다른 점은, Best Practice Theory 라는 방법을 적용해 실험집단(하루 6시간 노동)에서 나타나는 긍정적인 결과들이 단축된 노동시간의 효과인지 아니면 환경적 요소 등 다른 요인에 의해 이루어진 효과인지를 측정한 데에 있다. 노동시간 감축은 간호사들의 피로감과 스트레스, 활력, -여가 양립, 기본적 육체 활동, 근골격계 증상, 일반적 건강상태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저자는 Best Practice Theory에 의한 실험설계 분석을 통해 노동시간 감축 자체는 6시간 노동하는 사람들의 건강상태를 유의미하게 향상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으며 어떤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영향력도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2시간의 노동감축이 제대로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정책들이 실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구자는 다섯 가지 영역에서 이러한 추가적 개입을 추천하는데, 1) 증가된 여가시간 동안의 건강한 신체 활동, 2) 건강한 음식섭취 습관과 양질의 음식, 3) 만족스러운 근무 환경 조성, 4) 지속가능한 건강한 일터와 그로 인한 근무자들의 권리 향상, 마지막으로 5) 장기적이고 효율적인 조직 운영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연구는 앞선 스웨덴의 노동시간 단축 실험들보다 훨씬 앞서 핀란드에서 1996년부터 1998년까지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이루어진 실험에 대한 연구 핀란드에서의 노동시간 감축 실험에 대한 연구 이다. 핀란드는 1990년대 초반에 경제 불황 속에서 실업률은 급등했고 공공복지의 비전이 불투명해지는 상황이었다. 노동시장의 전반적 위축과 사회 불안으로 인한 공공복지에 대한 요구는 높아지는 데, 반면 가용자원은 감소하고 있었다. 이 실험은 현재의 일자리를 다른 사람들과 나눔으로써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과부하를 줄이는 동시에 교육 수준이 높은 청년들의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속에서 고안되어, 핀란드의 19개 지방자치단체들에서 3년간 실행되었다.

이 연구는 노동시간 감축이 건강뿐만 아니라 고용의 증가에도 영향이 있는지, 있다면 노동시간의 재편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효과가 가장 좋은지에 초점을 맞췄다. 이미 30년 전에 핀란드의 사회학자 파보 세페넨 (Paavo Seppänen)은 생산적인 조직은 12시간 운영되어야 하고 따라서 통상적인 하루 8시간 근무가 아닌 6시간 2교대제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특히 공공서비스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장시간 개방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 장시간 개방은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을 요구한다. 따라서 이러한 두 가지의 필요성을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 6+6교대제가 제기된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저자는 6+6교대제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근무 시간 제도를 시행하고, 이들을 상호 비교한다.

노동시간의 단축은 가족적 삶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고, 다양한 방식의 근무 시간 중 6+6교대제가 가족생활뿐 아니라 본인들의 개인적 삶에도 가장 긍정적인 효과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간 감축의 효과는 노동 강도가 가장 컸던 사람들에게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또한 노동자들의 노동윤리를 향상시키고 앱슨티즘 (뚜렷한 이유 없는 결근)을 줄여줌으로써 긍정적인 경제효과 역시 가져왔다.

사실 이렇게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 이루어진 수차례의 노동시간 단축실험을 통해 6시간 노동제는 그 긍정적 효과가 확인되었음에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폐지와 도입을 반복하며 아직 제도적으로 정착하지 못했다. 게다가 노동시간 단축이 노동자들의 삶과 경제적 측면에서 모두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명백히 뒷받침할만큼의 연구 자료가 충분히 축적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OECD 국가들 중 노동시간이 두 번째로 긴 한국에서도 최근 몇몇의 기업들이 주 4일제를 도입해, 노동시간 단축으로 자본축적의 위기를 극복하고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움직임이 있을 만큼 노동시간 단축은 세계적 흐름이 되었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현재의 실험과 연구들은 한국에 단축된 노동시간이 제도적으로 정착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지 그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다.

(신희주 회원(노동시간센터), 카톨릭대 사회학과)

 

 

 

 

[일터6월호_연구리포트] 장시간 근무와 개별 위험 요인이 심혈관 질환에 미치는 영향: 상호작용 분석(*)

장시간 근무와 개별 위험 요인이 심혈관 질환에 미치는 영향: 상호작용 분석(*)

강모열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가톨릭대 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연구 결과의 의미와 시사점


본 연구에서는 장시간노동이 뇌심혈관질환의 발병 위험에 미치는 영향이 기저질환 및 나쁜 생활습관의 존재 여부에 따라 다른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 결과에 따르면, (1) 장시간노동과 만성 기저질환은 뇌심혈질환의 발생위험에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이 결과를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장시간노동을 특히 더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산업재해 심사 시 기저질환이 있는 노동자가 더욱 장시간노동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당해 노동자에서의 업무부담과 질병발생 위험을 판단해야 한다. (2) 연구의 또 다른 중요한 의미는 장시간노동과 나쁜 생활습관이 유의한 상호작용이 없다는 점이다. 산업재해 심사에서 종종 흡연, 음주, 운동부족 등 생활습관이 좋지 않았다는 이유로 뇌심혈관질환의 발생 책임을 개인의 건강관리 부족 탓으로 돌리기도 하는데, 이번 연구에서 개인의 생활습관이 건강하지 못하더라도 장시간노동에 의한 심뇌혈관계질환의 발생위험에 추가적으로 유의한 상승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산업재해 심사 시 명백한 장시간노동의 증거가 있다면 개인의 생활습관에 관계없이 업무관련성에 대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시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학술적 그리고 공중보건정책의 관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잘 설계된 관찰연구와 임상연구에서 얻은 많은 증거는 기저질환(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비만 등)과 개별 위험요인(흡연, 음주, 신체활동부족 등의 나쁜 생활습관)이 뇌심혈관질환의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개별 위험요인은 근무시간이 긴 노동자 사이에서 더 자주 보고되는데, 여러 연구자들은 이러한 개별 위험요인에 의한 매개효과가 장시간노동과 뇌심혈관질환 위험도 상승 사이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실증적인 근거가 부족하여, 산재보상청구에 대한 업무관련성 판단 시, 개인적 위험요인이 있으면 청구인의 근무시간이 충분히 길어도 직업병으로 승인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장시간노동이 뇌심혈관질환의 발병 위험에 미치는 영향이 기저질환 및 나쁜 생활습관의 존재 여부에 따라 다른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연구방법

 총 7,336명이 본 연구에 적합한 분석대상으로 선정되었다. 그 중 7년의 관찰기간 동안 추적조사에 실패하였거나 뇌심혈관질환 관련 질병 외의 사유로 사망한 33명의 연구대상자가 있어, 최종적으로 2016년 추적기간이 끝날 때까지 7,303명의 연구대상자가 남았다.

 뇌심혈관질환의 발생여부는 본인 또는 가족 구성원이 답변한 설문지와 사망진단서를 사용하여 파악되었다. 추적기간 동안 새로 발병한 심혈관 또는 뇌혈관질환은 병원 방문 시 국제질병분류의 허혈성심장질환 및 뇌혈관질환을 사용한 진단에 대해 정의되었다. 추적기간 동안 발생하는 심혈관질환 또는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국제질병분류 10차 개정의 순환계질환 코드를 사용한 사인에 따라 파악하였다.

 장시간 노동은, 대한민국의 근로기준법상 법정근로시간인 주당 40시간 및 연장 주당 12시간 한도를 적용하고 있으므로, 주당 52시간을 초과하는 근무로 정의하였다.

 연령, 교육수준, 가구소득수준, 고용형태 및 직종분류를 보정한 후, 콕스회귀모델을 사용하여 장시간노동과 기저질환 및 나쁜 생활습관 여부에 따른 뇌심혈관질환 발생의 위험비와 95% 신뢰구간을 산출하였다. 생존기간은 2009년의 첫 번째 조사날짜와 뇌심혈관질환 발생날짜 사이의 기간으로 정의하였다.

 장시간노동과 기저질환 및 나쁜 생활습관과의 상호작용 효과를 추정하기 위해 상대적초과위험(relative excess risk due to interaction, RERI)1)과 기여비율(attributable proportion, AP)2)을 산출하여 평가하였다.

연구결과

뇌심혈관질환 발생률은 추적기간 동안 전체 6.8%, 남성에서 7.6% 및 여성에서 5.6%였다. 장시간노동과 기저질환 및 나쁜 생활습관에 따른 뇌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에 대한 분석 결과, 연령, 교육수준, 가구소득수준, 고용형태 및 직종분류를 보정한 후, 비만과 관련된 뇌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은 장시간노동군 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군에서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기저질환과 관련된 뇌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은 장시간노동군에서만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반해, 보정된 모델에서 현재흡연을 포함한 나쁜 생활습관은 오히려 장시간노동을 하지 않은 군에서만 뇌심혈관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성별에 따른 층화분석에서 비만과 관련된 뇌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은 남성 노동자들에서만 유의하게 증가하였고, 운동부족은 장시간노동을 하지 않는 여성노동자의 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과 유의한 연관성이 있었다.

뇌심혈관질환에 대한 장시간노동과 기저질환 및 나쁜 생활습관의 상호작용 효과를 분석해본 결과. 전체적으로, 장시간노동과 기저질환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호작용이 있었는데, 이러한 결과는 특히 남성노동자에서 보다 두드러졌다. 한편, 나쁜 생활습관과 장시간노동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호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시사점

전국민을 대표하는 종단연구자료에서 장시간노동과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비만 등 기저질환이 뇌심혈관질환 발생위험에 상호작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 장시간노동을 하게 되면, 두 위험요인이 상호작용 효과가 나타나 각각에 의한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합친 것보다 약 46% 정도 추가된 위험도 상승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흡연, 문제음주 및 운동부족과 같은 나쁜 생활습관이 장시간노동과 결합된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위험도 상승을 보이지 않았다.

본 연구 결과는 뇌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에 대한 장시간노동과 기저질환 간의 시너지효과를 시사한다. 예를 들어, 비만한 남성의 뇌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은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1.16배정도 높으나, 주당 52시간 이상 장시간노동을 하는 경우에는 비만한 남성은 비만하지 않은 남성보다 뇌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이 1.96배 더 높았다. 본 연구 이전에, 기저질환과 관련된 뇌심혈관질환과 노동시간 사이의 가능한 상호작용 효과에 대해 보고한 연구는 없었다. 다만, 한 연구에서는 노동시간과 주관적 안녕(well-being) 간의 관계에 대한 중재요인을 조사한 바가 있다. Pereira와 Coelho (2013)는 노동시간과 주관적 안녕의 관계에 대한 여러 중재요인을 조사하였는데, 건강하지 않은 개인의 많은 경우에 노동시간과 주관적 안녕 사이의 부정적인 관계가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저자들은 고령이거나 덜 건강한 직원의 업무일정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Virtanen(2012)이 Whitehall II 연구를 이용하여, 생활습관 요인 (수면시간, 흡연, 알코올 사용, 과일 및 채소 섭취, 운동 등)과 노동시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하였을 때, 유의미한 상호작용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들은 본 연구에서 관찰한 결과와도 일치한다.

우리가 아는 한, 이번 연구는 뇌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에 대한 장시간노동과 기존의 기저질환의 상호작용을 살펴본 최초의 연구이다. (1) 장시간노동과 만성 기저질환은 뇌심혈질환의 발생위험에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이 결과를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장시간노동을 특히 더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산업재해 심사 시 기저질환이 있는 노동자가 더욱 장시간노동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당해 노동자에서의 업무부담과 질병발생 위험을 판단해야 한다. (2) 연구의 또 다른 중요한 의미는 장시간노동과 나쁜 생활습관이 유의한 상호작용이 없다는 점이다. 산업재해 심사에서 종종 흡연, 음주, 운동부족 등 생활습관이 좋지 않았다는 이유로 뇌심혈관질환의 발생 책임을 개인의 건강관리 부족 탓으로 돌리기도 하는데, 이번 연구에서 개인의 생활습관이 건강하지 못하더라도 장시간노동에 의한 심뇌혈관계질환의 발생위험에 추가적으로 유의한 상승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산업재해 심사 시 명백한 장시간노동의 증거가 있다면 개인의 생활습관에 관계없이 업무관련성에 대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 본 연구결과는 <직업보건저널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에 발표되었다(Lee, W., Lee, J., Kim, H. R., Lee, Y. M., Lee, D. W., & Kang, M. Y. (2021). The combined effect of long working hours and individual risk factors on cardiovascular disease: An interaction analysis.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63(1), e12204-e12204).

원문확인 : https://doi.org/10.1002/1348-9585.12204

1) 두 위험요인을 동시에 노출되었을 때 상호작용으로 나타난 위험도와 두 위험요인의 개별 효과를 합산하여 산출한 위험도의 차이에 해당하는 부분

2) 두 위험요인에 동시에 노출되었을 때, 전체 위험도중에서 상호 작용으로 인한 효과의 비율

 

 

 

 

[연구리포트] 플랫폼 노동자 보호법안의 내용과 쟁점/2021.5

[일터5월_연구리포트]

플랫폼 노동자 보호법안의 내용과 쟁점

 

이글은 얼마 전 발의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기 위해 작성되었다. 구체적으로 플랫폼 노동의 특징과 보호방안을 살펴본 후 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쟁점과 대안을 제시하였다.

플랫폼 노동의 특징과 노동기본권 사각지대인 이유

최근 플랫폼 노동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플랫폼 노동은 컴퓨터의 웹(Web)이나 휴대폰과 같은 개인단말기의 앱(App)을 통해 일이 수행되는 노동을 의미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플랫폼 노동자는 최소한 22만 명이지만 정의에 따라 175만 명까지 늘어난다. 플랫폼 노동자는 고용계약을 맺지 않으며 매 건당 계약을 통해 일을 한다. 플랫폼 노동은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프리랜서에 가까운 크라우드형 미세작업 노동자와 호출(주문)형 긱(Gig) 노동이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는 데이터 입력 노동이며 후자의 대표적인 예는 음식배달 노동이다. 두 경우 모두 고용계약을 맺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 임금노동자가 아니며 근로기준법 등과 같은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갖지 못한다.

플랫폼 노동은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지만 동시에 적지 않은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플랫폼 노동자가 특수고용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노동은 특수고용 노동자와 유사한 형태의 독립 계약자이지만 대부분이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에 의해 직, 간접적인 통제를 받고 있다. 형식적으로 독립 계약자이지만 일을 수행하는 방식은 임금노동자와 유사한 면이 적지 않아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반대로 지금처럼 독립 계약자로서 존재할 경우 플랫폼 노동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도 동시에 늘어날 수 있다.

그동안 플랫폼 기업은 스스로를 노동력을 원하는 고객과 일을 원하는 사람들을 컴퓨터의 웹이나 개인 단말기 앱을 통해 중개해주는 프로그램 회사라고 설명해 왔으며 이러한 이유로 고용관계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플랫폼 기업은 일자리를 매칭해 주고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전통적인 오프라인 인력중개회사와 다를 바 없다고 하지만 이는 다음의 두 가지 이유로 사실이 아니다.

첫째, 플랫폼 기업이 전통적인 인력 중개업체와 달리 일에 대한 규율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조정한다. 노동력이 수요자인 개인이나 기업고객, 그리고 플랫폼 노동자는 모두 플랫폼 기업이 정해 놓은 약관과 규칙에 동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가장 민감한 사안인 수수료도 플랫폼 기업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의 규칙을 플랫폼 기업이 정해 놓는 것이다.

둘째, 알고리즘에 의해 플랫폼 노동자의 업무를 통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에 의한 평점주기와 업무 트래킹 등을 통해 관리하고 보수를 차등화하는 것인데, 이는 오프라인에서 노동자를 관리, 감독하는 기능을 한다. 이렇듯, 플랫폼 기업은 단순히 일을 중개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조직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스스로 정의하는 것처럼 단순한 프로그램 회사가 아니며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세 가지 방안

플랫폼 노동의 특징상 다수가 플랫폼 노동자의 보호에 대해 동의하며, 그를 위한 방안들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플랫폼 노동자에게 사회보험 의무 가입 권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플랫폼 노동자는 법적으로 임금노동자가 아니므로 근로기준법 등 노동기본권을 적용받지 못하지만,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여 일을 수행하며 어느 정도의 종속성이 확인되므로 최소한의 사회적 보호를 제공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다수의 플랫폼 노동자가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등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개선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고용보험 적용을 14개 특수고용 업종으로 확대하여 20217월부터 시행하고, 적용 범위를 점차 넓혀 모든 특수고용과 플랫폼 노동자, 그리고 자영업자까지 확대한다는 <전국민고용보험>로드맵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다만, 정부의 발표는 계획이기 때문에 확정하기는 어려우며 전국민고용보험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소득파악 등 세부 준비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특수고용과 플랫폼 노동자에 대해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을 전면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선 이들 노동자의 소득파악이 우선 이루어져야 하며 기업이 얼마를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도 정해져야 한다. 특고나 플랫폼 노동자의 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선 플랫폼 기업이 해당 노동자의 소득을 신고를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에 대한 법제도가 없는 상태이고, 플랫폼 기업 역시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플랫폼 기업에 보험금을 부과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라고 요청에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따라서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제도적 책임 부여가 필요하다.

둘째, 플랫폼 노동자 스스로 이해를 대변할 수 있도록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플랫폼 노동자는 특수고용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제도적으로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 노조법 상 노동자가 아니다. 일부에선 노조설립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비록 ILO 결사의 자유 관련 87, 98호를 비준하고 이를 계기로 특수고용이나 플랫폼 노동자의 노조설립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진 것은 맞지만 노조 설립 이후 단체교섭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법 상 노조3권을 보장받지 못하다보니 사용자가 단체교섭에 나서지 않는다. 노동조합의 목적이 노동자의 단결과 동시에 조합원의 경제적 권리를 보호하고 향상시키는 것이어서 사용자가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노동조합의 실효성이 크게 훼손된다. 이러한 이유로 특수고용과 플랫폼 노동자의 노조가입률이 높지 않은 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노조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은 플랫폼 노동자의 오분류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플랫폼 노동자 중 일부는 특수고용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실제는 임금노동자이지만 계약 형식이 독립 계약자로 되어 있어 억울하게 노동자로 인정을 못 받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8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규모추정 연구에 따르면, 임금노동자이지만 특수고용으로 오분류 가능성이 있는 노동자의 규모가 74.5만 명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노동의 경우도 오분류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오분류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절차나 제도가 없어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최초 발의된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의 내용과 쟁점

지난 318일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였다. 이 법안은 2020년 일자리위원회가 내 놓은 <플랫폼 종사자 보호대책>의 후속조치 성격이 강하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플랫폼 운영자 책임>
(5~6) 서면 계약서를 체결하고 계약변경 시 10일 전에 통보하며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15일 전에 내용, 이유. 시기를 플랫폼 종사자에게 제공하도록 함
(7) 플랫폼 운영자는 플랫폼 종사자의 산업재해보상보험,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의 적용 등을 위하여 자료 및 정보의 제공 등 관계법령에서 정하는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
(9~10) 플랫폼 운영자는 단독 또는 다른 온라인 플랫폼과 공동으로 플랫폼 종사자의 복지 증진을 위하여 퇴직공제 등 공제사업을 실시할 수 있음
(20~25) 플랫폼 운영자는 플랫폼 종사자에 대해 차별적 처우 금지, 불이익 조치 금지, 안전과 건강 보호, 괴롭힘 금지 등의 의무를 지님
<정부의 책임>
(29~30) 고용노동부장관은 플랫폼 종사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5년 범위에서 주기적으로 플랫폼 종사자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함
(36) 고용노동부장관은 이 법의 주요 사항을 위반한 플랫폼 운영자 또는 사업자에게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함
<다른 법률과의 관계>
(3) 플랫폼 종사자가 근로기준법, 노조법, 산업안전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등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하는 경우 해당 법률을 이 법에 우선하여 적용함

플랫폼 종사자 보호 법안은 의미와 한계를 모두 가지고 있다. 우선, 이 법안의 의미는 처음으로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분명하게 물은 것이다. 특히 플랫폼 노동자의 사회보험 적용을 위해 기업에 소득 등 정보제공 의무를 부과한 점이 눈에 띈다. 그러나 이 법은 특별법 성격으로 그동안 쟁점이 되어 온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제도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계도 명확하다. 다만 다른 법률과의 관계에서 플랫폼 노동자가 다른 법에 의해 근로자에 해당할 경우 해당 법률을 이 법에 우선하여 적용한다고 밝혀 앞으로 노조법 개정이 이루어 질 경우 노동자성을 인정받아 노동기본권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단서조항을 달아 두었다.

노동기본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과제

장철민의원의 법안은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묻고, 플랫폼 노동자의 보호를 위해 계약과 정보공개 등에 있어 최소한의 권리를 담은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과제도 적지 않다.

첫째, 플랫폼 기업의 사회보험 분담 책임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 기업은 직, 간접적인 공동사용자로 책임을 져야 함에도 지금까지 모든 책임에서 면제되어 왔다.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력을 통제하고 활용하여 이윤을 남기는 만큼 최소한 사회보험 관련 공동책임을 져야 하고 이를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 현재의 법안은 소득 등 정보제공의 의미만을 부여하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산재보상법, 고용보험법 등에서 플랫폼 사업주의 보험료 분담 책임을 다루어야 한다.

둘째, 노조법 개정을 통한 플랫폼 노동자의 온전한 노동3권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이번에 발의된 플랫폼 노동자 법안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이를 계기로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3권이 더 이상 논의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특별법을 계기로 플랫폼 노동자에 대해 보호 조치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으니 더 이상 노동기본권을 논의하지 말자는 입장을 강하게 주장할 수 있다. 따라서 플랫폼 사용자의 최소한의 책임을 다룬 이 법과 별개로 노조법 개정 논의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

앞으로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와 보호에 대한 논의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장철민의원의 법안만 해도 공청회 등을 앞두고 있으므로 논의를 통해 내용 수정이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악용의 소지를 줄이고, 애초의 목적대로 플랫폼 노동자의 보호가 분명해지는 방향으로 수정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또한 이 법의 통과 여부와 별개로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 개정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정흥준 회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연구리포트] 노동시간센터 연구동향 보고 - 최근 직업환경의학에서 주목할 연구들 / 2021. 04

[연구리포트]

노동시간센터 연구동향 보고 - 최근 직업환경의학에서 주목할 연구들

김형렬 노동시간센터

노동시간센터에서는 <일터> 2021년 4~5월 2차례 걸쳐, 노동시간과 관련한 주요 연구, 정책 동향을 싣고자 한다. 최근 직업환경의학 분야에서 주목받았던 연구 세 편을 소개하고 한국 사회에 비춰볼 때, 참고하거나 논의할 거리를 나누고자 한다.

1. 비정규직의 건강이 더 나쁜가? - 호주 사례를 중심으로 [각주:1]

첫 번째 소개하려는 연구는 호주에서 진행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건강을 비교한 연구이다. 노동시간과 관련한 연구는 아니지만, 고용형태와 관련해서 우리의 예상을 빗나간 연구 결과와 그에 대한 해석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

호주에서 진행된 몇 차례 연구에서 호주 비정규직들의 건강이 정규직에 비해 나쁘지 않거나, 오히려 건강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건강수준을 ‘SF-36’이라는 설문도구를 이용하여 조사하였는데, 육체적 활동, 통증, 활력, 사회적 기능 등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이 더 좋게 나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북유럽, 국내 연구에서 나온 결과와 반대로 나온 것이어서, 관련된 연구가 제대로 나온 결과인지, 호주만의 특성이 반영된 것인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논문에서는 호주에서 비정규직은 대부분 자발적 선택에 의한 것이고, 법에 의해 비정규직에게 임금을 더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 규정에 주목한다. 호주에서는 동일한 노동을 하는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에게 20%의 임금을 더 주도
록 법에 규정되어 있다. 삶의 질의 측면에서 오히려 비정규직을 선택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고용의 안정 대신 임금을 더 주는 선택이 오히려 책임감은 적고, 스트레스가 적어 건강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덜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설문도구가 아닌, 실제 건강의 차이가 나타날지 확인해 봐야 하는 것과 고용시장이 안정적인 상황과 그렇지 않은 시기에도 동일한 결과가 나타날지 등은 추가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이 연구의 결과를 근거로 고용안정과 임금의 트레이딩 논의가 가능할지, 우려 지점은 무엇인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건강영역
(기준집단: 정규직)
남자 여자
점수 Coefficient 95% 신뢰구간 점수 Coefficient 95% 신뢰구간
육체적 기능 0.55 -0.11 to 1.2 0.27 -0.26 to 0.8
통증 0.37 -0.35 to 1.1 0.9 0.25 to 1.54
일반적 건강 0.44 -0.07 to 0.96 0.41 -0.02 to 0.85
활력 0.53 -0.04 to 1.1 0.65 0.13 to 1.18
사회적 기능 1 0.28 to 1.73 0.58 -0.07 to 1.23
감정 1.81 0.73 to 2.89 1.24 0.24 to 2.24
정신건강 0.38 -0.15 to 0.9 -0.04 -0.51 to 0.42

표. 고용형태와 일반적 건강수준 (SF-36)

2. 과로사의 위험요인으로서 수면 부족 - 일본 트럭 운전 노동자 대상 연구 [각주:2]
두 번째 소개하는 연구는 일본의 트럭 운전자들의 과로 실태를 점검하여, 해당 노동자들이 수면 부족과 이로 인해 과로사의 전구증상인 피로의 위험에 처해있는 현실을 밝혀낸 연구이다.

본 연구에서는 과로사로 산재 승인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건 발생 전 전구증상을 중심으로 과로사위험상태를 정의하였다(Excessive fatigue symptom inventory). 일본 트럭 운전 노동자를 대상으로 과로사위험상태를 측정한 결과, 과로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수면, 노동시간 등의 관련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의 결과는 수면시간이 짧을수록 과로사의 위험지표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 연구에서 매우 주목해야 할 연구내용은 다음과 같다. 과로사로 산재 승인된 분들의 의무기록 등을 찾아,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있었던 전구증상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과로사 위험을 나타내는 설문 도구를 개발하였다. 26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해당 문항들은 아래와 같다.

(1) 땀이 많아짐, (2) 요통, 어깨통증 (3) 얼굴홍조, (4) 흉통, 압박감, (5) 호흡곤란, (6) 반복적인 구토, (7) 빈맥, (8) 팔다리 감각소실, (9) 갑작스런 시각 상실, (10) 심한 두통과 어지러움, (11) 말이 어눌해짐, (12) 심한 치통, (13) 감정적인 다툼, (14) 갑작스런 의식 상실, (15) 멈추지 않은 코피, (16) 밤에 잠들기 힘듦, (17) 유의미한 체중 감소, (18) 수면이나 휴식을 취했음에도 회복되지 않는 피로감 (19) 졸음, (20) 화를 참지 못하고 욱하는 일이 자주 발생, (21) 식욕 상실, (22)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직장을 그만두는 것에 대해 생각함, (23) 하루종일 잠을 잠, (24) 직장 끝나고 지쳐서 바로 잠이 듬, (25) 잠에서 일어나기 힘듦, (26) 일상생활 수행이 어려움

과로사가 이미 발생하면 대응할 수 없다. 이런 전구증상을 위험신호로, 빠른 대책을 마련하는 전략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림 1. 수면시간과 과로사 위험상태 관련성

이 연구에서 다른 트럭 운전 노동자들은 국내에서도 많은 연구와 정책 대안 등이 제시된 적이 있다. 이 연구가 진행된 일본은 직업 운전자에 대해 운전시간 제한을 두고 있는 나라이지만, 실제 트럭 운전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한 달에 80시간 이상의 연장근무를 하는 노동자의 비율이 8.7%였다. 국내는 어떨까?

국내 화물 운송 노동자들의 실태를 조사한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일반화물차 운전자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2.7시간, 월평균 일수는 23.3일로 나타났다.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월평균 약 300시간(12.7시간×23.3)을 일하는 셈이다. 표준운임비 산정, (전속성 등의 문제로) 산재 적용의 어려움 등 우리나라 화물 노동자들의 문제도 해결을 위한 방안이 빨리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3. 야간노동 건강문제를 줄이기 위한 스케쥴링 [각주:3]

세 번째 연구는 야간노동의 건강 문제를 줄이기 위한 교대제 스케쥴링에 대한 연구이다. 워크숍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나눈 논의와 체계적인 분석 등을 토대로 야간노동의 위험에 분석을 근거로 한 개선방안을 제시하였다.

야간노동의 제한은 유방암, 손상예방이 주요 근거로 만들어졌다. 연속야간근무 최소화, 근무간 시간간격 충분한 제공, 야간근무 시간 최소화가 가장 중요한 관리 지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야간노동에 대한 위험 중 첫 번째는 야간근무 동안 졸음과 사고 위험 증가하므로, 이에 대한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연속 3일미만 야간근무, 교대근무 사이 시간은 11시간 이상으로, 근무시간은 9시간 미만으로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유산예방을 위해서는 임신여성은 일주일에 1회를 초과하여 야간근무를 해서는 안 된다.

고혈압, 당뇨 유방암 등과 야간고정작업, 야간작업의 강도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고, 순방향 교대가 실험연구에서 생리적으로 더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다. 연령증가와 수면장애가 특별히 관련이 있다는 근거는 없지만, 야간근무를 하는 경우에는 수면효율이 떨어져, 야간근무후 수면을 단축시킨다. 50세 이상에서는 야간근무와 빠른 업무복귀(근무와 근무 사
이 시간이 짧음)가 피로와 수면장애를 증가시킨다. 야간근무시 조명, 개인적인 선호도를 반영하여 교대 스케쥴 반영, 피로 관리 프로그램 제공, 피로 발견 기술 (집중력검사, 눈깜박 확인 등), 멜라토닌 공급 등이 논의되고 있다.

교대근무를 하는 이상 건강에 유해하지 않은 노동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불가능한 것 같다. 역시 ‘좋은 교대제’는 없는 것이다. 그래도 교대근무를 해야 한다면, 여기서 이야기하는 야간근무 최소화, 고령, 임신노동자에서 야간노동을 제한하는 것은 최소한의 요구여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내에는 야간노동에 대한 규정이 많지 않고, 그나마 청소년, 임신노동자에게 야간노동을 금지하는 규정이 근로기준법에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본인이 동의하면 야간노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어서 실효성이 없다. 연속야간노동을 금지하는 규정은 아예 없다. 그래서 최근 물류노동자들이 연속 5-6일 야간 노동만 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고, 야간에 고정으로 근무하는 경우도 많다. 당장 이를 금지하는 규제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1. Is casual employment in Australia bad for workers’ health?”. Occup Environ Med 2021; 78:15–21. [본문으로]

  2. “Shorter sleep duration is associated with potential risks for overwork-related death among Japanese truck drivers: use of the Karoshi prodromes from worker’s compensation cases”. International Archives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Health, published online. [본문으로]
  3. “How to schedule night shift work in order to reduce
    health and safety risks. Scandinavian Journal of Work”, Environment & Health; Stockholm Vol. 46, Iss. 6, 
    (2020): 557-569. [본문으로]

[연구리포트] 여성노동자의 화장실은 왜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 / 2021. 03

[연구리포트]

여성노동자의 화장실은 왜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

지안 집행위원

연구 배경

화장실에 자유롭게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일하는 사람으로서 존엄의 문제이며 동시에 건강과도 직결돼있는 문제다. 그럼에도 그동안 다수의 일터에서는 화장실 문제가 고충 처리 수준으로 다뤄지거나 별거 아닌 일로 치부되면서, 노동환경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축소돼왔다. 최근 여성노동자의 화장실 이용과 관련된 문제들이 건설업, 서비스업, 제조업 등 다양한 업종과 직종을 망라해 드러나고 있다.

건설 현장에만 여성노동자가 13만 명으로 이는 전체 건설업 종사자의 10%를 차지하는 수지만,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일터의 중요한 문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여성노동자 비율이 높은 서비스업도 심각하다. 2018년 백화점면세점 판매직 노동자 근무환경 및 건강실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근무 중 화장실에 갈 필요가 있었으나 화장실에 가지 못한 경험을 한 노동자가 59.8%에 달했다. 10명 중 6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화장실 접근권이 박탈되고 있는 형편이다. 방광염, 근골격계질환 등 여러 질환이 있었지만, 특히 방광염의 경우 일반 인구의 발병률보다 3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에서조차 화장실과 휴게실 설치의 미비를 이유로 여성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처럼 일하는 여성들에게 화장실은 불편하고, 안전과 신변에 위협을 당하는 공간이거나 어떨 땐 권리와 기회까지 박탈되게 만드는 요소로 작동하고 있다. 노동 문제로서의 화장실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와 한노보연이 함께 다양한 업종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2020년 5월부터 11월까지 <여성노동자 일터 내 화장실 이용 실태 및 건강 영향 연구>를 진행했다.

법제도 분석

기존의 법제도 분석을 통해, 일터 내 화장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있는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2019년 건설노조 여성위에서 여성노동자들의 화장실을 의제화한 이후로 만들어진 사업장 세척·목욕시설 및 화장실 설치·운영에 관한 가이드는 강제력이 있는 법은 아니지만, 고용노동부 및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마련한 지침으로 노동부가 근로감독이나 시정지시를 할 수 있는 근거자료로는 활용할 수 있다. 일반사업장과 옥외작업장으로 구별해 설치기준을 마련하고 있기는 하나, 여성노동자들의 화장실 이용이 갖는 의미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화장실 설비 등이 노동자 건강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고, 공중화장실을 고객 전용 화장실로 지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일터 내 화장실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될 수 있다는 의의가 있다.

한편 산업안전보건법의 경우, 사업주에게 화장실 설치의무 및 관리의무를 명시적으로 부담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근로자의 건강 유지를 위한 작업환경을 마련하고 건강장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청결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포괄적인 의무규정을 통해 화장실 설치 및 관리의무도 부여할 수 있다. 화장실은 노동자들이 일하는 데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하는 시설로써 기본적인 작업환경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설문 분석

설문조사를 통해서 가장 기본적인 위생권이자 건강권과 관련된 문제인 화장실 사용 실태를 조사하고 이에 관련된 여성노동자의 건강 문제를 파악하고자 했다. 또한 노동환경을 조사함으로써 노동조건과의 연관성을 찾고자 했다.

14개의 산별 노조에서 총 889명이 설문에 참여했고, 이중 근무 형태에 따라 화장실 접근이 매우 다르다는 점에서 일정한 공간에서 일함이동/방문노동 노동을 함으로 나눠 조사·분석했다. 먼저 노동강도의 현황은 보그지수를 통해 확인했는데, ‘일정한 공간군의 보그 지수 평균은 12.69점으로 나타났고, ‘이동/방문군은 14.11점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일정한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노동강도에 가장 영향을 미친 요인을 인력부족노동시간고용불안 순으로 답했다. 반면 이동/방문군에서는 성과압박노동시간고용불안 순으로 답해, 고정사업장에서의 인력부족 문제와, 이동/방문 사업장의 성과압박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화장실 접근성의 경우, 업무를 수행하는 장소에서 1~2분 거리 내에 화장실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13.08%없다고 응답했다. 또한 화장실 도착 후 긴 대기 시간 없이 1~2분 이내에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묻는 말에서, 13.37%가능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100명 중 13명 이상은 화장실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접근성이란 화장실까지의 물리적 거리만이 아니라 노동시간 중 화장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지가 주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일정한 공간군의 경우, 근무 중 원할 때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이 대체로 불가능하거나 전혀 가능하지 않다는 응답이 응답자의 13.53%로 확인됐다. 원할 때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화장실에 갈 시간이 없다자리를 비워야 하는 경우 대체 인력이 없다사용 가능한 화장실이 너무 멀리에 있거나 인근에 없다로 확인됐다.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고, 그로 인해 노동 밀도가 높아져 화장실에 갈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동/방문군의 경우, 근무 중 원할 때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이 대체로 불가능하거나 전혀 가능하지 않다는 응답이 응답자의 57.7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용 가능한 화장실이 주변에 없거나 너무 멀리 있으며, 있어도 위생 등 시설이 너무 열악함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설문참여자의 48.3%는 화장실 이용과 관련된 건강 영향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러한 건강 문제는 화장실 문제에 대한 대응이 개별화돼 노동문화 속에서 심화한다. 화장실 이용과 관련해 수분 섭취 및 음식물 섭취를 제한한다고 한 응답률이 각각 전체의 36.9%, 30.3%로 나타났다. 화장실로 인한 심리적인 문제를 느낀다고 답한 응답자 역시 58.9%로 상당히 큰 폭으로 나타났고, 이들이 경험한 심리적 문제로는 불안감(64.5%), 자신감/자존감 저하(26.5%), 우울감(20.8%) 순이었다. 특히 화장실 이용이 어렵다고 답한 군의 91%가 심리적 문제가 발생하는 편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와, 화장실 접근성이 심리적인 문제 및 감정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화장실 이용은 질병의 유병률에도 영향을 미쳤다. 신우신염을 제외한 대부분의 질병에서 화장실 이용 어려움군이 이용 쉬움군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비율로 진단받은 것으로 나타나, 화장실 이용 정도에 따른 노동자들의 건강 증상 및 질병 유병률 차이가 있음이 드러났다.

'여성노동자 일터 내 화장실 이용 실태 및 건강 영향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화장실 지도 그리기에서 한 여성노동자가 자신의 일터(아래 네모)와 길을 건너 가야하는 화장실 건물을 그린 것이다. 출처: 지안

면접분석

설문 및 면접을 진행하면서, 여성노동자들의 화장실 문제가 다양한 직종연령대에서 보편적으로 경험되고 있음에도 문제화되지 않았는지에 주목했다. 여성노동자들이 화장실에 갈 수 없는 문제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다. 문제의 유형을 나눠본다면 사업장에 화장실이 미설치되거나 제대로 된 면적·시설·위생·안전 환경을 갖추지 않은 경우,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 자체가 마련되지 못한 경우, 극심한 노동강도로 인해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 등 다양하다. 이런 원인의 문제들은 화장실에 가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왜 노동시간의 배치에서 고려되지 않는지, 휴식시간은 왜 충분한 휴식과 화장실을 가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포함해서 구성되지 않는지, 화장실은 일하는 노동자가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왜 위생적이고 안전하게 마련되어있지 못한지 여러 고민을 제기한다.

즉 이 문제를 화장실을 이용해야 할 때, 단순히 화장실이라는 시설의 설치, 운영의 문제로만 한정해선 안 된다. 노동시간, 노동강도, 공간, 휴식의 배치가 노동자의 건강과 필요를 충분히 고려해 구성돼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필요하고, 더불어 이 목소리들은 노동자의 자기 몸과 노동에 대한 자율성 및 통제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화장실 이용조건과 환경을 봤을 때, ‘시간은 중요한 키워드이다. 전반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노동환경 속에서, 노동자들은 노동시간 속의 여유율은 물론이고 휴식시간조차 제대로 갖지 못했다. 이런 조건들 속에서 물과 음식물 섭취를 자제하거나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그냥 참는등 자신의 몸을 통제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1인 근무 매장에서는 대체 인력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했지만, 대부분의 직종 역시 최소의 인원만을 배치하며 인력을 운용하고 있었다. 자기 노동에 대한 자율성은 노동시간을 스스로 조절해 이용 접근을 향상하는 중요한 힘이다. 그러나 대면 및 방문 사업장에서는 고객 만족 평가제도와 민원 등으로 인해 노동자들 스스로가 자신을 단속하고 있었다. 또한 작업 중 휴식시간은 너무 짧게 배치돼 충분히 쉴 권리가 보장되지 않거나, 화장실의 긴 대기 시간을 만들어 이용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충분한 쉼의 보장, 휴식권이 화장실 문제와 연결돼있다는 점을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화장실을 포함한 일터의 공간역시 노동자들의 필요를 고려해 설계 및 운영되지 않고 있었다. 옥외작업장에서는 인원수에 따른 화장실 설치가 돼 있지 않았고, 일반사업장에서도 인원 대비 변기대 개수 부족이나 화장실까지의 긴 동선 문제 등이 확인됐다. 일터 내에 존재하는 차별이 화장실 접근성을 약화한다는 점 역시 주요한 지점이다. 같은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이지만, 원하청 관계사회적 신분성별 등에 따라 너무 다른 시설과 환경이 주어져 있었다. 이러한 일터의 환경 속에서 화장실 이용의 제약은 다양한 건강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었다. 가장 만연한 질환은 방광염이지만 신우신염과 같이 심각한 질병이나 혈뇨, 오줌소태 등 다양한 비뇨기계 증상들을 청취할 수 있었다.

결론 및 제언

대부분의 여성노동자들이 꼽는 화장실에 가지 못하는 주요한 원인은 노동강도이다. 따라서 여성노동자의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노동강도가 낮아져야 하고, 특히 노동시간의 여유율이 높아져야 한다. 그러나 사회적 인식의 변화에도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연구 참여자들의 대부분, 비뇨기계나 생식기 질환에 대해 동료들과 이야기 나눈 경험이 많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는 여성노동자의 화장실 문제가 사회적으로, 공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현실반영이기도 하다. 사회적 인식 수준에서 여성노동자들의 건강 문제가 노동자의 문제이자 중요한 건강문제로써 다뤄지는 것이 필요하고, 이러한 접근은 일터 내 차별을 지양하는 노력과 함께 상기돼야 할 지점이다.

노동자들의 화장실 접근과 관련된 법제도정책이 제정되는 것 역시 중요한 개선 방안이다. 화장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사업주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충분한 시설과 함께 위생적이고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현장의 노동조합 역시 이번 연구를 계기로 여성노동자들의 노동 실태를 다면적으로 드러내고, 여성 의제를 현장에서 더 발굴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노조 간부의 여성 비율을 의무적으로 높이고, 여성노동자 건강권 교육을 현장에서 주기적으로 실행하며, 장기적으로도 성인지적인 노동안전보건 활동이 가능한 현장, 일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연구리포트] 사무금융노동자의 정신질환 사태 / 2021.02

[연구리포트]

 

사무금융노동자의 정신질환 사태

 

김영선, 이유민, 정지윤, 류한소, 김지안, 최민, 장순원, 박경환/연구팀

 

 

1. 들어가며

  <사무금융 노동자 업무상 정신질환 실태 및 대응 연구>는 증권, 여수신, 보험 등 사무금융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정신질환 실태 조사로 2020년 3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됐다. 금융업 전체의 정신질환 상태를 다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기사분석, 설문분석, 면접분석을 활용했다. 이는 정신질환의 추세, 실태, 의미를 다면적으로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기사분석은 30여 년 간 미디어화된 금융노동자 자살 사건(109건)을 대상으로 자살의 분포와 추세를 파악했다. 설문분석은 조합원 1181명을 대상으로 정신질환 양상을 기술하고 집단별 차이를 구체화했다. 면접분석은 조합원 16명의 인터뷰를 통해 정신질환의 독특한 분포가 조직의 구조적 요인들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밝히고자 했다.

2. 기사분석: 추세

  금융노동자의 자살 추세를 보면, 전체적으로 가파른 증가세(90년대 22건에서 2000년대 32건, 2010년대 55건)를 보였다. 특히 2010-2013년(6건, 7건, 7건, 14건)과 2004-2005년(10건, 6건)의 시기가 유독 높았다. 지점 통폐합이나 인력 감축 등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크게 작용한 바다.
  자살 사건 가운데 업무관련성 자살의 비율을 시기별로 보면, 90년대 22건의 자살 가운데 업무관련성 자살은 9건(40.9%)이었다. 대부분 은행 노동자의 자살 사건이었다. 2000년대 32건의 자살 가운데 업무관련성 자살은 12건(37.5%)으로 증권 노동자의 자살이 많은 수를 차지했다. 2010년대 55건의 자살 가운데 업무관련성 자살은 26건(47.3%)이었다. 업무관련성 자살 사건이 경향적으로 증가하고 있었고 업무관련성 요인으로는 실적 압박과 연관된 내용들이 많았다. 이런 경향은 특히 2000년대 들어서면서 그리고 증권 노동자의 자살 사건에서 두드러졌다.
  금융노동자의 자살 사건을 다룬 기사에는 유달리 불법적 관행과 연관된 내용들이 많았다. 차명계좌, 지인계약 같이 업무 관행, 불법적 요소, 실적 압박 간의 경계가 모호하고 뒤엉키면서 발생한 사건들이다. 불법이 방조된 채 실적을 채워야 하는 업계 관행이 꽤 빈번했던 것으로 보인다.
  불법적 관행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기사에서 불법적 관행이 재현될 때 많은 경우 실적 쥐어짜기 시스템이 유발한 자살 ‘맥락’은 누락되고 만다. 이렇게 위법적 요소가 미디어화 될수록 자살은 개인 문제로 귀착되고 위법적 관행을 방조하는 실적 쥐어짜기는 재생산되는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살을 유발하는 맥락으로서의 실적 중심주의 조직문화나 경영방식을 면밀하게 문제화해야 하는 이유다.

3. 설문분석: 실태

  사무금융 노동자의 정신건강 지표는 ‘빨간불’이다. 고위험음주 및 업무 후 정신적 지침을 호소하는 비율이 매우 높았고, 직무스트레스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비율이 모든 업종에서 50% 이상이었으며, 감정노동 관련해서는 조직의 보호체계를 통해 지지받지 못한다는 응답이 90% 이상이었고, 감정부조화를 겪는 비율은 80%에 달했다. 또한, 대부분 직장 내 성적·정신적 폭력영역, 고객의 정신적·성적 폭력에 노출되어 있고,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25개 예시에 대해 90.4%가 직장 내 괴롭힘을 한 번 이상은 경험했다.
  둘째, ‘성과 압박’은 사무금융 노동자의 특징적인 위험 요소로 확인됐다. 노동강도를 강화시키는 요인에서 가장 많은 빈도를 보인 것은 “영업·업무 성과에 대한 압박”이었고, ‘업무적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에 압박을 느낀다’는 항목에서 80% 이상, ‘불법적인 행위를 해서라도 성과를 내고 싶을 때가 있는가’라는 항목에는 26.4%가 ‘있었다’고 답했다. 또한 성과 압박과 자살 간의 상관분석을 통해 성과 압박이 자살이라는 위험도 높은 상태와 관련성이 높게 나타났다.
  

▲   성과압박에 따른 자살 생각·계획·시도 간의 상관성

 

  정신건강 지표가 전반적으로 빨간불인 가운데, 업종별·직무별 위험의 정도는 달랐다. 첫째, 업종별로는 ‘여수신’의 경우 성과 압박에 대해 가장 높은 부담을 보였고, 특히 여성의 불안, 우울, 자살 생각·계획·시도 비율이 가장 높았다. ‘보험’의 경우 감정노동의 측면에서는 직장 내 지지체계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가장 높았고, 감정부조화를 가장 많이 느끼고 있었다. 특히 남성의 경우 불안, 우울, 자살 생각·계획·시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증권’의 경우 불법적인 일을 해서라도 성과를 올리고 싶은 성과 압박을 가장 많이 느끼고 있었다.
  둘째, 직무별로는 ‘본사 관리 및 지원’에서 여성의 우울 비율이 가장 높았다. ‘지점현장 관리 및 지원’은 정신적 지침이 가장 많은 직무였으며, 관계갈등 및 직무불안정에서 가장 높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남성의 불안, 우울, 자살 생각·계획·시도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본사 영업’의 경우 성과 압박을 95%가 경험하고 있었다. 또한 폭력에서 직장 내 정신적·성적 폭력도 높지만 무엇보다 고객의 신체적 폭력에 상당히 노출되어 있었고, 감정노동에서는 ‘직장 내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응답이 100%였다. 한편, 여성의 경우에는 자살 생각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직무였다. ‘지점 현장 영업 및 보상’의 경우에는 ‘성과 압박을 느낀다’는 응답이 95%를 차지했고, ‘불법적인 일을 해서라도 성과를 내고 싶다’는 응답이 43.7%로 매우 높았다. 그리고 감정노동 측면에서 감정부조화를 가장 많이 느끼고 있었으며, 여성의 경우에는 불안 및 자살 시도가 높은 비율을 보였다. ‘콜센터’의 경우에는 업무의 어려움 정도를 추정하는 보그지수에서 14.2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보였고, 정신적 지침에서도 90.3%나 되는 응답자가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한 직무스트레스 항목 중 직무불안정과 직무요구가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으며, 폭력 측면에서 고객의 정신적·성적 폭력의 경험이 93.1%로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전산 IT’에서는 직장 내 성적·정신적 폭력에 대해 70%나 응답했고, 여성의 경우에는 다른 직무에 비해 자살 생각이 50%로 가장 높았다.

4. 면접 분석: 의미

  첫 번째 키워드 ‘성과 압박’. 사무금융 노동자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은 성과 압박이었다. 2000년대 초반 성과급제 도입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 발견되는 노동자들의 정신질환은 성과를 위한 ‘자기 착취’를 노동자들이 내면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증권업의 경우, 노동자들의 자살은 증권업 자체의 ‘리스크’를 개별 노동자가 감수하는 구조에서 발생하는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위험에 대한 불안 정도가 높고, 24시간 계속되는 전지구적인 금융시스템 아래에서 증권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불면에 자주 시달린다. 보험업의 경우, 귀책사유 없이 금감원에 접수되는 소비자들의 ‘억지 민원’ 탓에 많은 노동자들이 공황장애를 호소했다. 한편, 성과 압박 체제는 저성과자 프로그램이 이름만 바뀐 채로 지속되는 모양새였고, 여성들에게 각오나 포기를 요구하는 남성중심적인 조직문화와 꽤 친화적이었다.
  두 번째 키워드 ‘욕 먹는 값’. 보험 보상 노동자들은 죄송함을 달고 살고 있었고, 증권 노동자들은 고객 손실까지 사비로 보전하며, 지점 관리 및 지원직 노동자들은 지점에서 큰 소리가 나지 않도록 사과해야 하는 등 저자세를 취해야 했다. 이들의 친절과 사과는 성과 압박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업장은 미미한 대응으로 일관한 탓에 보호장치가 부재한 형국이었다.
  세 번째 키워드 ‘괴물을 키우는 구조’. 상사의 괴롭힘은 관리자의 개인적 속성이 아니라 성과 압박이라는 체제와 연관된 결과라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과중한 업무부여, 승진 누락, 실적 몰아주기 등 조직 차원의 ‘합리적’ 방식들이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미시적인 관계 폭력으로 발현되고 있었다.
  넷째, 기술 변화 차원. 지점 관리 및 지원직 노동자들은 지점 축소 및 통폐합으로 극심한 노동강도를 호소했다. 신기술 변화의 이면에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강조한다. 노동환경의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를 당장 느끼지 않은 직종이라 하더라도 불안감에 휩싸여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신금융’ 상품 개발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잖게 발견됐다.
  마지막으로, 대응과 지지의 언어들. 직무스트레스에 대한 대응이나 지지가 조직적이라기보다는 취미 등의 개별적인 전략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또한, 낙인에 대한 우려로 정신질환의 치료 자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졌다. EAP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홍보 부족, 실질적인 접근의 어려움, 회사에 알려질 것에 대한 우려를 지적했다. EAP 프로그램은 정신건강의 문제를 호소하는 노동자를 위해 회사가 제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이지 최대한의 조치는 아닌 것이다.

5. 개선 방안

  첫째, 회사별 노동자 정신건강 증진 체계 수립. 정신건강 문제가 전반적으로 심각하지만, 개별화된 대응이 빈도 높게 발견됐다. 정신건강 문제의 원인 찾기, 필요한 자원 제공하기, 정신질환 앓고 있는 구성원의 적응 돕기 등 관련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체계 수립을 위해 우선 정신질환 문제가 조직 차원의 문제라는 인식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업종별, 직무별, 성별 다양한 원인 차이가 발견되는데, 이를 위한 실태 조사, 대안 토론 조직, 조합원 교육 등의 후속 조치도 요구된다. 서울교통공사의 ‘힐링센터’를 모델 삼은 ‘사업장 기반 정신건강 전담 기구’ 설치도 유효하리라 본다. 마지막으로, 포괄적인 체계 마련과 동시에 고위험군(남성 자살 시도 3.6%, 여성 자살 시도 5.5%)에 대한 예방 프로그램도 절실한 상황이다.
  둘째, 실적주의에 기대지 않은 금융노동 모색. 성과 압박과 자살 생각·계획·시도 간의 상관성이 높았던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실적주의 체계가 핵심 스트레스 요인이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성과평가와 분배원칙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가 생각하는 공정한 성과평가 기준 마련, 평가위원회 구성, 사업장별 평가방식에 대한 공개토론 등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또한 조직 차원의 영업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위험도가 높은 상품 개발이나 공격적인 영업 방식 대신에 안정적인 운용 방식을 통해 직무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상품 개발이나 영업 방식에 대한 노동자 관점의 평가 또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노동조합의 전략 및 정책 수립과 관련해 노조 간부 대상의 교육이 우선 실시되어야 한다. 일종의 정신건강 관련한 공감도와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이다. 또한 업종 전체의 ‘평균치’를 높이기 위해 법제도를 실질화해야 한다. 산별노조로서의 역할로 금융노동자들의 ‘공통적인 고통’을 매개로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법제도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작업 중지·대피’를 삽입하거나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위험성평가’를 금융업에 적합하도록 개발하는 사업을 우선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리포트] 영화스태프 등 단속적 근무 노동자의건강검진대상 누락문제 해결방안 연구

[연구리포트]

영화스태프 등 단속적 근무 노동자의 건강검진대상 누락문제 해결방안 연구

1. 영화스태프들의 지속된 건강검진 누락과 노동 상태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영화제작에 참여 하는 스태프는 한 작품 당 평균 4.7개월간 고용 되는 단속적 근무형태를 띤다고 한다. 2019년 영화스태프 안전보건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러 한 단속적 근무형태의 영향으로 영화스태프의 33%만이 최근 2년 이내 1번 이상 건강검진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는 영화산업노동조합과 함께 영화산업종사자 들의 낮은 건강검진 수검율의 원인을 찾아 그 문제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하였고, 더불어 이 들의 건강 상태와 정확한 건강검진 수검현황을 설문을 통해 파악하고자 하였다.

설문에 참여한 영화 스태프의 총인원은 204명이었으며, 평균 나이는 33.7세였다. 설문 대상자의 최근 3개월의 잔업을 포함한 하루 평 균 노동시간은 10.1시간이었고, 최근 3개월의 잔업을 포함한 1주일 평균 노동시간은 50.2시 간이었다. 최근 3개월간 주 52시간을 초과한 횟 수는 월 1주 이하가 26.7%, 월 2~3주가 18.4%, 매주가 11.3% 이었으며, 최근 3개월간 월 평균 1주일 이상 주 52시간을 초과한 인원이 전체의 과반수를 넘었다(56.5%).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야간작업 특수건강검진 대상여부에 속하 는 인원은 83명(44.9%)이었다. 

2. 영화스태프의 건강위험 요인과 건강 상태

영화스태프의 직무스트레스는 남성 노동자 의 경우 “직무 요구”, “직무 불안정”, “물리환 경”의 영역에서 참고치보다 높은 스트레스 수치를 보였으며, 여성 노동자의 경우 “직무 요구”, “직무 불안정”, “관계갈등”, “물리 환경” 영역에서 참고치보다 높은 스트레스 수치를 보였다. 높은 노동시간에서 나타나듯 남녀 모두 “직무 요구”가 높았으며, 단속적 계약이 특징인 상 황이 높은 “직무 불안정”으로 나타나고 있었고, 폭염과 한랭 노출 등의 유해한 업무환경이 높은 “물리 환경”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있었다. 또한 직장 내 부정적 행동경험 설문지(NAQ-R) 을 이용한 직장 내 괴롭힘 피해 해당자는 34명 (16.8%)이었다. 이는 국내의 연구에서 일반적 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조직 내 위험요인으로 간주되는 간호사 직군과 대등한 수준이다.

AUDIT-K 13점 이상의 고위험 음주자는 52 명(27.8%)이었으며, 전체적으로 일반 인구집 단에 비해 2배 이상의 수준을 보였다. 높은 니코틴 의존정도는 남성 34.5%, 여성 9.5%로 남성 노동자군에서 높은 니코틴 의존자의 비율이 2013년 일반 인구집단 남성 흡연자(27.6%)에 비 해 높게 나타났다. GAD-7 5점 이상의 불안증상 자는 86명(42.2%)였다. 2014년 지역사회 심리조사결과 가장 높았던 안산지역의 수치(23.9%)와 비교해도 18% 가까이 더 높았으며, 전 지역의 불안 증상자율에 비해서도 명백히 높았다. 

CES-D 21점 이상의 우울증상자는 38명 (18.6%)이었다. 이는 2014년 지역사회 심리 조사 당시 세월호 참사 직후의 지역사회 특성이 반영되어 가장 높게 측정된 안산지역의 우울 증상율 수치(11.8%)보다도 높다. ISI 15 점 이상의 불면 증상자는 25명(15.1%) 이었는데, 지역사회 일반 인구집단 연구 결과 수치가 6.9%~11.8%로 나타나는 것에 비해 더 높았으 며, 특히 평균연령 33.7세의 젊은 나이대를 고려하면 그 정도는 더 클 것으로 판단된다. 또 60%가량에서 4조 3교대 교대 작업을 하는 모 대기업 1,534명 근로자들의 11.4%에 비해서도 전체 불면 증상율이 높게 나타났다.

야간작업 특수건강진단 문진 기준의 소화 불량증은 전체 설문대상자 중 28명(15.1%)에 달했다. 이들 가운데 특수검진 야간작업 해당 자는 17명(20.5%)였으며, 특수검진 야간작업 비 해당자는 11명(10.8%)였다. 이는 2017년 야 간작업 특수건강검진 대상자의 동일 문진 결과 인 0.39%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리고 신체 한 부위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근골격계 증상자(NIOSH 기준4)는 55명(26.9%)이었다. 이는 2019년 금속노조 경남 근골격계 유해요 인 지역조사 연구에서 일반적으로 근골격계 질환 고위험 업종으로 알려진 모 자동차부품업체 (21.4%), 모 전자조립업체(18.3%) 및 모 조선업 체(15.4%) 보다도 높은 수치다.

<표 1. 영화업무 중 건강검진 횟수>

3. 영화스태프의 건강검진 수검상태와 검진 누락의 원인

대상자들은 평균적으로 8.62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해 연간 검진횟수는 1인당 0.12회로, 백분율 수검율로 변환하면 건강검진 수검 율이 연간 12%정도임을 추정할 수 있었다(표 1). 2018년 국가 일반건강검진 수검율인 76.9% 에 비교해 현격히 낮은 수치다.

공단 직장건강검진과 특수 건강검진에 대해 제작사로부터 안내나 정보를 받은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서, 공단 직장검진에서는 82.4%, 특수건강검진에서는 95.4%가 안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건강검진 미 수검의 이유로는 국가 직장건강검진(공단 직장건강검 진 및 노동부 특수건강검진)과 공단 지역 건강 검진 모두 ‘직장에서 안내해주지 않아서’가 가 장 높은 빈도를 보였다. 영화스태프의 건강검진 수검율이 낮은 이유로는, 대부분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더라도 1년에 2회 정도의 단기간 계약이 지속되다 보니 사업장에서 직장검진 자체를 시행하지 않아 왔다는 점이 크다.

더불어 직장검진 대상자로 고지받지 못하는 상황 역시 영향을 주고 있었다. 게다가 건강보험공단의 당해년도 지역 또는 직장검진 대상자 등록을 위한 시간 기준 에 포함되지 않는 반복적인 보험가입 변동이 있어, 이들은 제도적으로도 검진대상자 등록의 사각지대에 존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상자 의 45%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야간작업 특수 건강검진 대상에 해당하는데도 사업장과 관련 부처에서 정하는 특수검진 대상에서 빠져있다. 이러한 영화 스태프의 낮은 건강검진 수검율은 건강보험 가입자로서의 건강권의 형평성 문제 와 더불어, 본 연구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건강 위험 상황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줄 것으로 판 단된다. 그러므로 건강보험 가입자로서의 기본 권리인 건강검진 수검을 정상화하는 것이, 영화스태프 건강관리를 위한 기본적인 선결조건이다.

4. 영화스태프 등 단속적 근무 노동자의 건강 검진 정상화를 위한 제언

근로감독관은 직장건강진단 시행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서 일반적으로는 사업장의 검진 대상자 안내유무를 확인한다. 하지만 반복적 단기계약이 지속되는 업종에 대해서는 공단 송부 검진대상자와 현 근로자가 일치하지 않으므로 제작사에서 공지할 필요도 없으며, 공지의무도 무의미하게 된다.

(1) 이러한 제도적 허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속적 근로 업종에 대한 보건관리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신규입사자를 반드시 현재 건강 검진 운영세칙에 있는 검진대상자로 추가신청 할 것을 사업자의 의무로 삼고, 이를 산업안전 보건법 제175조의 건강검진 미실시 여부 판단 시 점검항목으로 하여 단속적 근로자들이 정상적으로 실제 근무사업장의 직장건강검진 대상 자로 등록 추가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제작사에서 제작이 시작되는 시점에 일괄 적으로 신규 계약자들을 검진대상자로 변경 및 추가신청을 하고 이를 공지하면, 기본적인 사 업장건강검진의 사업주 의무는 이행된 것으로 판단하도록 하며, 이후 개별적 또는 사업장단 위로 검진이 진행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는 건강검진운영세칙의 검진대상자 변 경 미신청에 대한 법적인 조치는 없는 상황이기에, 단속적 업종 근로자의 건강검진 미실시 와 미공지에 대한 사업주 의무 위반 판단은 법 적용의 사각지대에 있다. 이러한 사정으로, 영화 스태프의 경우 설문결과와 같이 야간작업이 반복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에 대한 관리나 야간작업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건강 보 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영화스태프의 야간작업에 대한 특 수건강검진을 정상화하고, 제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58조에 따르면, 정부 는 작업환경측정과 근로자 건강진단에 대해서 비용지원을 할 수 있고, 고용노동부 고시에 건강진단 지원 대상 역시 명시되어있다. 특수건 강진단 지원은 2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노 동자들과, 일용직으로 단속적 계약이 지속되어 검진수검이 어려우나 특수건강진단 유해인자 에 노출이 심한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함이다. 영화산업 노동자도 대표적인 단속적 계약 노동 자로 건강검진 수검율이 매우 낮고 본 연구에 서 볼 수 있듯 다양한 건강위험 상태에 있다. 게 다가 과반수에 가까운 인력이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야간작업 특수건강진단 대상에 해당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은 취약집단의 특수건강 진단 지원 조건에 적합하니, 산업안전보건공단 의 ‘건강디딤돌 사업’ 추가 지원 대상으로 선정 하는 것이 적절하다.

(2)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의 보완 역시 필요하다. 법률 제3조의6에 ‘안 전사고로부터의 보호’가 규정되어 있고, 영화 진흥위원회는 이 법률에 근거하여 영화촬영현 장에 응급차와 구조인력을 제공하는 ‘영화현장 응급의료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해당 법률은 이번 연구 주제인 건강진 단과 같이 직업병 예방이나 건강 증진을 위한 기본적인 활동에 관한 영화업자의 책임이나 국가의 지원은 적절하게 부여하지 못한다. 따라서 해당 조문을 개정하여, 영화업자에게 안전 사고뿐 아니라 질병 등 폭넓은 업무상재해 예방 활동 의무를 부여하고, 나아가 건강증진 활동의 의무까지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3) 더불어 영화산업근로표준계약서도 개정 해야 한다. 영화산업근로표준계약서는 2010년 시작하여 현재 영화현장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 는 표준적인 근로계약서이다. 계약서 <제12조 산업안전과 재해보상 조치> 조항 중 영화제작 노동자에게 국민건강보험법상의 건강진단 실시 및 안내 의무 조항을 넣어, 영화업자들이 본 인들의 의무를 인지하도록 하고, 영화제작 노 동자들의 당연하게 누려야 할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4) 또한, 영화진흥위원회에서 건강검진과 관련된 지원 활동을 실시해야 한다. 건강진단 제도 자체와 그 의의에 대한 설명 및 홍보가 필 요하다. 초반에 건강진단 제도가 자리잡을 때 까지 검진대상자 변경신청을 안내하고 지원하는 업무를 시행하거나, 2차 검진 비용지원, 건 강진단 실시율이 높은 영화업자에 대해 우대 방안을 마련하는 등의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5) 마지막으로, 영화노동자들뿐 아니라 상당수의 단기간, 프로젝트 기반의 고용계약을 맺는 노동자들이 건강진단과 그에 따른 사후 관리에서 누락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서비스 부문 중심으로 경제가 재편되고, 서비스 부문 일자리가 주로 저 숙련, 비정규직 위주로 확장되면서, 전통적 산업사회와는 전혀 다른 고용 형태 및 일의 형태들이 등장하고 있다. 영화 산업에서 노동자 건강보험 가입이 전면화 된 지 5년이 넘도록 여전히 5명 중 1명도 건강진단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사업장’과 ‘근로계약’을 중심으로 하는 건강보험의 직장 가입 자체의 문제를 대변하는 장면이다. 코로나 이후 전 국민고용보험 등 사회보험 체제 전환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으나, 가장 가입율이 높고 규모가 큰 건강보험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활발하지 않다. 주로 논의되고 있는 보장률 향상도 중요한 과제이지만, 이제는 모호해진 고용관계 때문에 국가검진대상에서 누락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사업장 기반의 직장 가입 체제 를 넘어서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연구리포트] 전국건설노동조합 <건축현장 본층 노동강도 평가> 보고서

[연구리포트]

전국건설노동조합 <건축현장 본층 노동강도 평가> 보고서

선전위원회 편집

1. 연구 배경 및 방법

2018년 형틀목수 노동강도 평가에서 아파트 본층, 주택, 아파트 지하 순으로 칼로리 소모량이 높았다. 노동조합이 투쟁으로 쟁취해 온 건설 현장의 노동시간 단축, 불법하도급 근절, 고용안정 등이 아파트 본층에서는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계속해서 아파트 본층 현장의 노동강도는 지속해서 높게 유지되고 있었다. 이는 본층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할 뿐 아니라, 조합원들의 본층 작업 진출을 막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현재 아파트 본층 작업의 노동강도와 작업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후 본층 노동자 조직화 등 논의의 기초 자료를 생성하는 것을 목표로 본층 노동강도 평가 사업을 실시하였다.

2. 설문조사 결과

우선 본층 알폼 작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평균 9.65시간으로 다른 노동자 집단에 비해 장시간 노동에 해당하였다. 주관적인 노동강도 평가 지표인 보그지수 평균값은 14.36이었다. 하루에 한 층을 작업해야 하는 공사기간 단축 압박과 성과급/하도급제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며, 양적으로 노동시간이 길뿐만 아니라 휴식 없이 계속해서 바쁘게 일해야 한다는 점에서 질적인 작업속도 또한 빠르다. 전체 응답자들의 적정노동강도 평가 점수의 평균을 살펴보면, 67.62점이고, 중위수는 70.00점이다. 현재 노동강도가 100점이라고 할 때의 평가이므로, 지금 수준보다 30%가량 노동강도가 줄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다음으로 본층 알폼 작업의 유해요인은 크게 인간공학적, 물리적, 화학적 유해요인으로 구분된다. 인간공학적 유해요인 중 중량물 취급의 경우, 설문에 응답한 본층 구간 알폼 노동자들 중 78.6%가 최소한 근무시간의 1/4이상 동안 중량물 취급이라는 물리적 유해요인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부위별로 근골격계 증상 호소율/유병율을 NIOSH 기준에 따라서 살펴보면, 기준1에 해당하는 증상자는 52.7%이었다. 건설업의 특성 및 알폼 작업의 높은 노동강도로 인해, 증상 호소율(어느 한 부위라도 기준1에 해당하는 경우)가 과반수 넘게 나타났다. 이는 평균 연령이 낮고 경력이 적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오히려 짧은 시간 내에 근골격계 증상이 빨리 나타나며, 따라서 상대적으로 노동강도가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체부위별 근골격계 증상 유병률을 보면, 기준1에 해당하는 신체부위 중 허리/등이 40.9%로 가장 높은 근골격계 증상유병률을 보였다. 알폼 작업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받아치기 작업의 위험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리적 유해요인의 경우, 여름철 고온은 근로환경조사 대상 전체에 비해, 10배 가량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고온과 저온에 따른 건강 영향 문제가 심각하다. 따라서 옥외작업이 불가피한 조건인 만큼, 혹서기나 혹한기 때에는 고용노동부에서 권고하는 안전보건관리 사항을 준수하고, ·그늘·휴식이라는 3대 요소를 제공하고, 작업중지, 노동시간 단축 및 휴식시간 증가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소음의 경우, 작업환경측정 결과에 따르면, 본층 구간 알폼 노동자의 소음 노출수준은 평균 93.9 dB, 최대 96.6 dB이었다. 법적 노출기준을 초과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귀마개 착용을 거의 하고 있지 않거나 귀마개 자체도 제대로 보급받지 못하고 있었다. 귀마개를 개별 의무 지급하고 실효적으로 착용하도록 조치해야 하며, 저소음 알폼, 저소음 도구의 도입 또한 고려해야 한다.

설문조사에서 본층 알폼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 대부분이 이주노동자임을 감안할 때, 이주노동자이기에 겪게 되는 어려움, 이주노동자이기에 상당한 노동강도를 견딜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건축현장 본층의 노동강도는 건설자본의 이윤구조, 알폼 작업의 특성 자체로부터 비롯되지만, 그러한 노동강도가 상대적으로 편차를 보이는 것은 이주노동자라는 요인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설문조사 결과에서 이주노동자, 특히 더욱 노동자로서의 지위가 열악한 국적의 노동자일수록 노동시간이 길고, 노동강도가 높으며, 연령이 젊은데도 근골격계질환 호소나 손상경험 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달리 말해, 이주노동자의 노동환경, 노동조건 등이 전체적인 수준에서 본층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3. 면접조사

면접조사에서는 건설산업연맹의 건설노조 조합원과 조합원 팀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포함한 총 20명의 노동자를 만났다. 면접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아파트 본층 건설 현장의 알폼 노동자들은 일 마치고 저녁의 사적 생활을 즐기기 어려운 정도의 높은 노동강도, 건설 노동에 대한 사회적 저평가, 불규칙한 일정과 불안정한 급여 등 건설 노동자 일반이 느끼는 노동강도와 직무스트레스의 문제를 공유하고 있었다. 그에 더해, 본층 알폼 작업의 높은 노동강도를 뚜렷이 인식하고 있었다. 10~20kg에 달하는 폼과 자재들을 아래에서 위로 인양하는, 일명 받아치기로 대표되는 심한 중량물 취급, 하루에 한 층을 작업해내야 하기에 일하는 내내 여유가 없는 작업 공정, 박리제 사용으로 기름이 손에 묻기에 재래식 형틀 목수보다 지저분한 일이라는 인식, 금속성 소음에 지속적으로 시달릴 뿐만 아니라 땡볕 아래에서 오랫동안 일해야만 하는 조건 등으로 인해, 스스로도 알폼 일은 어렵고 복잡한 일은 아니지만, 힘들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작업이 이런 방식으로 계속되도록 떠받치는 구조로는, 본층 작업을 지배하고 있는 도급제 계약과 맞물려 있는 공사기간 단축 압력, 이를 감내할 경제적, 사회적 동기를 가지고 있는 건설 산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를 짚어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본층 알폼 노동자들의 건강권 문제는, ‘다른 데보다 덜 다치는 곳’, ‘험하고 힘들어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 밑에 숨어 미뤄지고 있었다. 도급 노동 하에서 건강권이나 안전과 관련된 요구를 원청에 하지도 못하고, 주로 안전관리의 대상으로 취급되고 있었고, 다른 노동자들보다 산재에 대한 인식도 약한 편이었다. 다수를 차지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사각지대에 있어 더욱 그럴 것이다.

4. 현장조사 및 생체지표 측정 결과

아파트 본층 현장 조사는 525~26일 경기도 성남, 620, 22일 부산, 818~19일 부산에서 진행했다. 현장 평가 결과, 대부분의 하루 작업이, 거의 모든 근골격계 부위의 부담 작업에 해당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용노동부가 고시로 정하고 있는 11가지 근골격계 부담작업은 정형 작업에 해당되는 것으로, 공사 기간 중 위치나 하는 일이 달라지거나 건설업의 특징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본층 구간 알폼 노동자의 작업은 여러 가지 근골격계부담작업에 해당됐다.

관찰한 대부분의 작업자가 하루에 25회 이상 10kg 이상의 물체를 들어올렸다. , 재래식 구간 형틀목수와 마찬가지로, 쪼그리고 앉거나 무릎을 굽힌 자세에서 하는 작업도 많았다. 벽체 하부 조립, 아이스핑크 작업, 핀 줍고 치우기, 하부 자키(고정) 작업 등 하루 2시간 가까이 됐다. 천장 폼 조립 작업, 벽체의 상단 조립 작업은 모두 머리 위에 손이 있거나, 팔꿈치가 어깨 위에 있거나, 팔꿈치를 몸통으로부터 드는 작업으로 이 역시 대부분 2시간이 넘었다. 망치질은 거의 모든 작업에서 사용되는 작업으로, 손과 손목에 시간당 10회 이상의 충격을 주며 2시간 이상 반복된다. 천장 폼 조립 작업은 대부분 목을 젖히고 하는 작업이라서, 목 부담 작업 역시 하루 2시간이 넘는다. , 허리, 어깨, , 손목, , 무릎, 발 등 부담이 되지 않는 신체 부위가 없을 정도다.

여러 가지 근골격계 부담 작업 중에서도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으로 과도한 중량물 작업이다. 중량물 작업은 근골격계에 부담을 주는 유해요인일 뿐 아니라, 심혈관계에 부담을 주는 대표적인 노동강도 강화 요인이다. 원래 경량화를 위해 도입된 알폼의 크기가 커지면서, 자재가 과도하게 무거워졌다. 미드빔 조립 작업처럼, 작업시간 단축을 위해 여러 개의 자재를 조립하여 구조물을 만들어 작업하는 경우 무게가 훨씬 더 나가게 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매우 간단한 안전수칙도 무시되고 있었다. 지나치게 무거운 자재 운반, 두 사람이 나눠 들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중량물 작업, 빠르고 수월하게 작업하기 위해 생략하는 안전 수칙들은 단순히 노동강도를 높일 뿐 아니라 안전사고 위험도 높이고 있다. 게다가 재래식 구간보다 짧은 휴식시간, 긴 노동시간으로 본층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매우 높았다.

생체지표측정에서 신체활동량을 측정한 결과, 개인별 노동시간 한 시간 당 칼로리 소모량은 평균 약 시간당 134kcal에 해당했고, 측정한 심장박동수를 활용하여 최대적정노동시간과 과로지수를 산출한 결과, 10명의 측정 중 7명이 과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일하고 있는 시간과 최대 적정 노동시간의 비율을 의미하는 평균 과로지수는 1.5로 나타났다. 이는 지금 노동시간의 33%가량의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봤을 때, 본층 구간 알폼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매우 높았다.

5. 결론 및 제언

먼저, 근골격계질환 예방 및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활동이 시급하다. 노동강도가 높은 본층 알폼 노동자들이 산재보상을 통해 치료받을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아야 한다. 또한 보상에 멈추지 않고, 본층 알폼 작업에서 근골격계 부담작업을 줄이기 위한 예방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본층 현장 개선 중 중량물 취급을 줄이는 것은 가장 시급한 과제다. 적정한 무게만 취급할 수 있도록 자재 크기를 줄이거나 자재 단위 당 무게를 줄이는 등의 경량화를 추진해볼 수 있을 것이며, 받아치기 작업에서 인양기를 도입하는 기술적 방안도 가능하다. 작업 중간 충분한 휴식 시간을 보장하는 관리적 측면 또한 중요하다.

중기적으로는 본층 알폼 노동자들의 노동자 건강권 관련 문제의식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더욱 그럴 수 있다. 노동조합이 노동안전보건활동을 강화하여 건설현장에서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통해 문제의식을 고취시키는 활동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노동강도를 높이는 구체적인 문제들을 드러내는 것이 첫 번째이고, 다음으로 그에 대한 해결 방안을 요구하고, 현장을 개선해나가야 한다. 장기적으로 본층 알폼 작업에서 적정 노동강도를 쟁취하고, 이를 위해 적당한 공사기간을 설정하도록 해야 한다. 본층 알폼 작업의 노동강도를 낮추는 일은 아파트 건축현장 전체 공정, 하루 한 층을 올려야 하는 공사기간의 압박과 연관된다. 아파트 본층 현장에서의 하루 공정 작업 관행은 노동강도를 높이고, 작업 속도를 증가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적정 공사기간 쟁취 요구는 노동강도를 낮추고 작업을 안전하게 함으로써 본층 알폼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어렵게 하는 다단계 하도급이라는 노동관계 또는 산업구조를 장기적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장기적인 과제이기 때문에, 현재의 노동강도를 당장 낮추기 위해, 한층 당 작업에 투입되는 인력을 추가로 1~2명 확보하도록 해주는 방안 등을 고민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건설사의 이윤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그렇기에 이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다 보면, 결국 도급 관계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 등 보다 어려운 과제에 부딪히게 된다. 이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열린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이와 함께 건설사를 상대로 한 적극적인 대응이 수반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본층 알폼 작업이 적정한 노동강도로, 적절한 공사기간에 걸쳐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전략과 전술을 마련해나가야 한다. 또한 이를 현장에서 실현시켜볼 수 있도록 다양한 실험을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연구리포트] 코로나 시대, 돌봄 노동의 시간은? / 2020. 09

[연구리포트]

코로나 시대, 돌봄 노동의 시간은?

 

최민 노동시간센터, 상임활동가

코로나로 언택트가 유행이자 대세라고 한다. 비대면 수업, 비대면 회의, 비대면 배달에 이어 비대면 회식까지 한다니, 대세가 맞긴 맞는 것 같다. 바로 몇 달 전만해도 상상도 못 했을 활동들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역설적으로 코로나 시대는 실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비대면으로 대체할 수 없는 여러 필수적인 노동에 기대어 있었다는 점이 드러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코로나가 노동시간에 미친 영향 중 많은 논의가 일자리 감소 관련 직종 아니면 재택근무’, ‘디지털 업무등에 쏠려 있는 지금, 대신할 수 없는 노동을 하는 이들의 노동시간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올해 1월부터 스스로 안식년을 맞이해 주부역할을 주로 맡고 있는 프리랜서 기록활동가 림보, 공공운수노조 전국활동지원사지부(이하 활동지원사노조) 고미숙, 전덕규 활동가,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 신지선(가명) 씨를 만났다. 가까이에서 사람들을 직접 돌보는 일을 하는 이들은, 코로나로 인한 일상의 영향이 커진 것에 비례해 노동의 내용과 구성이 상당히 달라졌다.

돌봄노동의 변화 양상

어린이집의 경우, 노동강도가 높아졌다고 하기는 어렵다. 어린이들의 등원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신입은 5월 이후에야 받았고, 원래 다니던 어린이들도 재원율이 3월에는 30% 정도였다.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줄어들면서, 6월쯤 되어 대부분 출석하게 됐지만, 8월 초 다시 유행이 증가하게 된 거다. 원래 한 번 하던 소독을 두 번 하고, 놀잇감 세척은 매일 소독기 돌리는 것과 별도로 일주일에 두 번은 물로 씻고, 추가로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어린이집 전체 방역을 하지만, 원래 하던 것이 조금 더 늘어난 정도라고 느낀다. 더 큰 변화는 어린이 돌봄 그 자체다.

신지선(보육교사): “낯가림이 한참 심한 아이들도 있는데, 그 어린이도 너무 힘든 거다. 선생님들이 다 마스크 하고 있으니, 매일 낯설어하고, 낯가림이 별로 나아지질 않는다. 아침마다 울면, 마스크 내려서 얼굴 보여주면서 웃어야 겨우 따라 웃는다. 3~4세만 돼도 모두 테이블 하나당 한 명씩 떨어져 앉고, 각자 자기 놀잇감 가지고 놀고 있다. 소꿉놀이도 금지다. 혼자 할 수는 있겠지만. 어린이집이 그저 아이를 맡겨놓는 것만은 아니고, 사회성 발달도 기대하는 건데, 지금은 그걸 기대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어린이들은 부모의 감정 상태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데, 지금은 부모도 불안해하는 시기이다. 그런 영향에다, 9명 정도 나와서 같이 놀던 어린이집에 혼자 혹은 둘이 나와서 각자 앉아 있으니 어린이집에 나와 있는데도 고립감을 느끼는 거다.”

장애인 활동지원사의 경우도 난감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꼭 이용자나 활동지원사가 직접적으로 감염되거나 하는 극적인 상황이 아니라 하더라도, 원래 이용하던 복지관, 운동 강습이나 수업 등의 사회활동이 모두 중단되니 활동지원사의 부담이 매우 높아진다.

고미숙(활동지원사노조): “복지관을 못 다니게 되어도, 좁은 집에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발달장애인의 경우는 일정한 시간에 나가서, 일정한 신체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작 밖에 나와도 갈 곳이 없으니, 공원으로 산으로 하천으로 돌아다니느라 힘들다는 조합원들 소식이 많다. 멋쟁이였던 한 조합원은, 요즘 자기 꼴이 말이 아니라고 우스갯소리 할 정도다. 심지어 보통 복지관에서 활동하면, 거기서 점심도 해결했었는데, 복지관에서 식당 운영을 안 하니, 어떤 경우는 활동지원사가 도시락을 두 개 싸서 자기랑 이용자가 같이 먹으면서 지내고 있다고도 한다. 당연히 도시락까지 싸는 것은 의무가 아니지만, 이용자가 이용을 중단하면 언제든 고용이 중단되는 활동지원사 입장에서는 알아서 하게 되는 역할이다.”

다시 호명되는 가족여성에게 전가되는 부담

이런 부담은 다시 가족의 역할로 소환되고 전반적으로 여성의 부담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모두 뚜렷이 느끼고 있었다.

림보(기록활동가): “가장 큰 변화는 어린이가 태어난 이후로 가장 긴 시간을 붙어 지내게 됐다는 점이다. 코로나로 다른 친구들을 만나기도 어려워지다 보니, 키즈 카페를 운영하는 집 자녀인 친구랑 그 키즈 카페 가서 노는 것 말고는 어린이가 종일 집에 있게 됐다. 그런데 사실 가정주부에게는 집이 일터. 그런데 여기에 갑자기 하루 종일 누군가가 같이 있게 되는 거다. 당연히 이러저러한 갈등도 많아졌고, 어린이에게 쏟는 감정노동이나 노력도 훨씬 강도가 높아졌다. 그럼에도, 그래서 나는 적어도 밤 10시부터 2~3시간은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 약속이나 세미나 때문에 나가던 일정도 크게 줄이지는 않았다. 가사도 남편이 있을 때는 혼자 하지는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애쓰기도 하는데, 그런 걸 다 직접 챙기는 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모르겠다.”

신지선(보육교사): “돌봄 노동의 중요성이 다시 얘기된다고 하지만,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흐름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돌봄은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인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지금 같은 시기에는 믿을 것은 가족뿐이고, 돌봄 책임은 가족이 져야 한다는 생각이 훨씬 강해진 것 같다. 벌써 여성 일자리들이 먼저 위협받는 것 같고, 여성이 가정에서 돌봄 담당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어린이집 원아 어머니 중에도 육아휴직이 끝나가는데 퇴직 당했거나, 출산 후 구직 준비 중이었는데 구직 포기한 경우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전덕규(활동지원사노조): “장애인 중에는 가족조차 돌봄을 맡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육아 영역보다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 같지는 않다. 애초 활동지원은 재가서비스였기 때문에 어린이집처럼 이용이 극적으로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부담이 생기면 가족, 그것도 여성에게 전가되는 것은 확실하다. 진주에 있는 한 이용자는 감염 우려 때문에 2주간 이용 중단을 요구하고, 누나가 와서 그이를 돌보게 되었다. 이용자와 지원사가 모두 자가격리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했는데, 결국 이용자의 언니가 와서 2주간 돕게 되었다.”

위기마다 등장하는 가족이 다시 사회적 부담의 구원자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림보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 자체가 가족을 사회의 바깥으로 보고 있다고 일갈했다.

림보(기록활동가): “사회적 거리두기 자체가, 가족은 사회의 바깥에 있다고 자연스럽게 전제한 것이다. 공적 영역인 사회와 가정을 구분하고, 가정을 사적 공간으로 여긴다. 공적인 공간에만 침범하지 않는다면, 가족끼리 이전보다 훨씬 오랜 시간 붙어 지내든 말든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태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고 본다. 코로나 이후, 유럽 어느 나라에서는 가정 내 여성폭력이 하도 늘어서 SOS를 요청하는 비밀 신호도 나왔다고 하더라. 가족 역시 권력관계가 존재하며, 각자의 시간과 공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몇 년 전에 유행한 저녁이 있는 삶이 실은 전업주부의 희생을 기본값으로 놓고 그리는 환상이었다. 언제든 가족이 사회적 돌봄을 메꿀 수 있다는 우리 사회의 시선 역시 전업주부든, 임노동을 하는 여성이든, 가족 내에서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본다.”

출처: 고용노동부

돌봄노동 변화의 계급적 효과

특히, 돌봄과 관련된 역할을 최전선에서 맡고 있는 이들은, 코로나가 돌봄에 미친 영향이 전 사회에 미칠 계급적 효과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신지선(보육교사): “어린이들과 어린이집에 있으면 아주 밀접하게 접촉하게 되니, 서로 보호를 위해 마스크를 쓴다. 그런데 이게 아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밥 먹을 때도 일렬로 앉아, 대화를 안 하니 식사 지도도 안 된다. 아이들 양치 지도도 교사는 마스크를 화장실에 한 명씩 데리고 들어가서 양치질을 씻긴다. 그런데 아직 말을 배우고 있는 상태인 이 어린이들은 선생님이 마스크를 쓰고 ~ 해보세요.’ 하면 입을 벌리는 것을 못 하더라. 아직은 라는 언어적 단서만으로 안 되고, 선생님이 입을 벌린 것을 시각적으로 보고, 동시에 선생님이 턱을 눌러주면 저절로 입이 벌어지면서, 따라 해야 하는데, 선생님 입 모양이 안 보이니, ‘하라는 말을 알아듣지를 못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사실 이런 시기에 공적 육아, 사회적 돌봄 얘기를 꺼내기가 힘들 지경이다. 사적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집에서, 마스크를 하지 않고 보살핌 받은 어린이와 어린이집에서 긴급 돌봄 받는 어린이 사이에 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긴급 돌봄 받는 어린이들은, 부모가 일할 수밖에 없는 경우, 할머니 등 조력을 구할 수도 없는 경우다. 이런 기간이 길어지면, 그 영향은 정말 클 거라고 생각한다.”

림보(기록활동가): “아주 어린 이들의 돌봄만이 문제가 아니라, 공교육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 온라인 수업을 계속 밀어붙이는 것은, 사실상 온라인 수업을 옆에서 챙겨줄 사람이 있거나, 선행학습으로 이미 학교 교과 공부가 어렵지 않은 학생들, 50분의 온라인 수업을 알아서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학생들을 중심에 놓은 구상이다. 우리 집 어린이는 선행학습을 하지 않아서, 수업을 집중해서 들어야 새로 익힐 수 있는데, 아무래도 온라인 수업은 집중을 어려워한다. 3학년이라서 처음 영어를 배우는데, 담임 선생님이 어머니가 알파벳 좀 챙겨주세요.’하는데, 내가 영어까지 가르쳐야 하나, 그게 당연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리코더를 열 곡 연습하라는데, 앞에 한두 곡은 알겠는데, 뒤쪽 어려운 노래들은 나도 모르겠더라. 학교에서 같이 배운다면, ‘나만 어려운 거 아니구나, 쟤도 어려워하는구나, ? 저 친구는 잘하네, 나도 해볼까뭐 이런 다양한 반응과 생각을 하면서 잘하든 못하든 수업에 참여할 텐데, 혼자 앉아서 재미도 없고 어려운 공부를 하고 있으니, 학업은 물론 정서적으로도 부정적 영향이 클 것 같다. 장애인 어린이나 특별히 학습에 어려움을 많이 겪는 어린이라면, 그 영향이 더 클테다.

옆에서 챙기기 어려운 집, 학교 수업도 겨우 따라가는 많은 학생을 중심으로 고민했다면, 아예 1년 휴업을 선언하거나 온라인으로도 따라갈 수 있을 만큼 학습 목표량을 조정했어야 했다. 저절로 격차가 나게 해 놓고, 1년 뒤에 너는 이제 4학년이니 4학년 수업을 하자고 할 건가? 우리 사회의 교육이 사실상 누구를, 어떤 사람을 중요한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지 민낯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상황은 이런데, 정부의 역할은 거의 없어 보인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다. 마스크는 보육교사도, 장애인 활동지원사도 따로 지급받지 못 하고 있다. 활동지원사노조 전덕규 활동가는 인터뷰 때마다 마스크 물어보는데, 지자체에서 5장 받은 게 전부라고 손사래를 쳤다. 공적 마스크 공급할 때, 보육교사는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로, 웬만하면 평일에 출근한 뒤 나갔다 들어오지 말라고 해서 주말에만 사도록 압력을 받기도 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자기 마스크도 사고, 서비스 이용자 마스크도 구하느라 바빴다.

긴급 돌봄을 보낼 수 있는 학부모 규정이 정확하지가 않아, 어린이집 교사들과 학부모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벌어진다. 온라인 교육 시대에도, 배추흰나비를 키워야 한다고 해서, 애벌레가 담긴 통을 집에 들고 왔지만, 애벌레를 어떻게 운반하고 다뤄야 하는지 정보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하루 만에 애벌레가 죽은 집이 여럿이라고 한다.

코로나가 던진, ‘누구를 위한, 어떤 공교육인가’, ‘공적인 돌봄의 모양과 구성이 어때야 하는가’, ‘자본주의는 위기 시에 가족을 어떻게 소환하는가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놓치지 않으면서, 코로나 시대 우리의 돌봄 노동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아야겠다.

[연구리포트] 장시간노동과 신장기능 저하* / 2020. 08

[연구리포트] 

장시간노동과 신장기능 저하

강모열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연구배경

만성신장질환(Chronic kidney disease)은 단백뇨, 혈뇨 등 신장 손상의 증거가 있거나 신장기능을 나타내는 사구체여과율(glomerular filtration rate, GFR)60ml/min/1.73미만으로 감소된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만성신장질환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병률이 증가하여 주요한 공중보건 문제로 인식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20세 이상 성인인구에서 8.2%의 유병률이 보고된 바 있다.

만성신장질환의 직업적 위험 요소로는 납, 카드뮴, 수은, 베릴륨과 같은 유해금속과 이황화탄소, 삼염화에틸렌, 메탄올, 에틸렌글리콜과 같은 유기용제 노출이 알려져 있으나 만성신장질환의 발생과 진행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심리적 요인에 대하여는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사회경제적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신체 내 혈관 기능에 악영향을 미쳐, 만성신장질환이 발생하거나 악화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장시간노동 또한 신장기능 장애 및 만성신장질환의 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시간노동이 다양한 질병에 대한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이 잘 밝혀져 왔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고혈압, 당뇨는 신장의 미세 혈관 손상을 유발하므로, 신장의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충분한 생물학적 개연성이 있다(Chou 등, 2015).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시간노동이 만성신장질환의 발생 및 악화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연구는 현재까지 전무하였다. 최근, 업무상 과로 등으로 인하여 만성신장질환의 발생 및 악화를 주장하는 산업재해 보상 신청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여 적절한 보상과 예방적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한국 노동 인구에서 장시간근로와 사구체여과율로 측정된 신장기능 감소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하여, 이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연구방법

본 연구는 2007년부터 2017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20,851명의 20세 이상 임금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시간외 업무를 포함하여 얼마나 오래 근무합니까?’라는 질문으로 연구참여자의 주간 노동시간을 확인하였고, 이를 근로기준법에 따라 다음과 같이 4개의 그룹으로 분류하였다: 30시간 미만(단시간 주간 근무), 3040시간(표준이자 가장 빈번한 주당 노동시간), 4152 시간(일반적으로 허용된 초과 노동시간), 52시간 초과(특별한 상황에서 허용된 초과 노동시간).

연구팀은 12시간 공복 혈액 샘플을 사용하여 측정된 혈청 크레아티닌(Creatinine) 수준을 현재 임상 및 연구에서 많이 사용되는 MDRD(Modification of Diet in Renal Disease) 계산식을 이용하여 사구체여과율을 산출하였다. 이 방법은 처음에 iothalamate 제거율을 기본으로 하여 개발된 공식으로, 표준화된 크레아티닌 측정방법을 사용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와 현재 임상 및 연구에 흔히 사용하는 공식이다(Levey 등, 1999). 이후 주당 평균 노동시간과 사구체여과율의 연관성을 검토하였다.

연구 의의 및 한계

본 연구는 노동시간과 사구체여과율의 관계를 평가하여, 장시간노동이 신장기능 저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하였다. 분석결과, 52시간 이상의 장시간노동을 수행하는 집단에서 노동시간이 길어질수록 신장기능(사구체여과율)이 감소하는 뚜렷한 연관성을 발견했다. 이러한 결과는 장시간노동이 신장기능에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나타낸다.

장시간노동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하여 직간접적으로 신체 및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그 중 업무상 피로로부터 불충분한 회복은 다양한 건강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노동시간이 길수록 상대적으로 작업 후 휴식 시간이 제한되고, 원래 상태로의 회복을 위한 시간은 짧아지게 된다. 노력-회복 모델 (EffortRecovery Model)에 따르면, 업무 후에 적절한 휴식을 취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최적의 신체상태로 회복될 수 있지만, 적절한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심리생리학적 시스템은 계속 긴장된 상태로 남아 있어, 여러 가지 비가역적인 질병으로 진행될 수 있다.

장시간노동이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또 다른 기전은 높은 직무스트레스이다. 기존 연구에서는 초과 근무시간이 길어질수록, 높은 수준의 직무스트레스(높은 업무요구량과 낮은 직무자율성)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반복되는 심리적 스트레스는 교감 신경계(Sympathetic nervous system) 활동의 강화, 글루코코르티코이드(Glucocordicoid) 분비 증가 그리고 염증의 잠재적 위험을 상승시킨다. 그 결과, 만성신장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인 고혈압, 당뇨 및 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또한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는 잘못된 식습관, 비만 등과도 연관되어 간접적으로 만성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본 연구에서도 비만한 노동자(체질량지수25kg/m2)는 만성신장질환의 유병률이 높고 신장기능이 감소된 것으로 관찰되었다.

만성신장질환이 있는 경우,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현저하게 증가하는데, 사실 만성신장질환은 뇌심혈관계 질환과 고혈압, 당뇨와 같은 가장 주요한 위험인자를 공유하고 있다. 실증적으로, 미국에서 수행된 대규모 지역사회 기반 코호트 연구에서 사구체여과율 감소는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 증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국내에서 수행된 연구에서 노동시간은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당뇨 및 흡연 습관과 같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 요인과 크게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장시간노동은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간접적으로 신장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 고혈압이나 당뇨가 없는 연구참여자만 대상으로 분석을 수행하였을 때에도, 명확하게 노동시간과 사구체여과율 간에 선형적으로 음의 관계가 관찰되어, 당뇨나 고혈압 이외의 기전에 의하여서도 장시간노동이 신장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론된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한계가 있다. 첫째, 연구설계의 단면적 특성으로 인해 노출과 건강영향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립할 수 없었다. 기존에 신장질환이 있었던 연구참여자는 증상 악화를 예방하기 위해 조사 이전에 노동시간을 단축했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장시간노동이 신장이 미치는 위험이 실제보다 과소 평가되었을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제기된 문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연구대상의 변화를 검토하는 경시적(longitudinal) 연구를 통해 검증될 필요가 있다.

둘째, 본 연구에서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자체의 정보부족으로 인해, 출생 시 저체중, 신장 질환의 가족력, 진통제 사용 또는 업무 스트레스와 같은 노동시간과 신장기능 간의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인의 영향을 충분히 감안할 수 없었다.

셋째, 만성신장질환의 정의에 따르면, 신장의 구조 또는 기능 이상이 적어도 3개월 동안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데이터가 한 시점에서만 수집 되었기 때문에 신장기능의 저하 사례를 만성신장질환 정의와 일치시킬 수 없었고, 급성 신장질환 환자가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우리가 아는 한, 노동시간과 신장기능의 관계를 조사한 첫 번째 연구이다. 또한 이 연구는 한국인 전체 인구집단에 대한 대표성을 가진 자료를 분석하였기 때문에 분석결과를 일반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노동시간을 가진 노동인구집단을 대상으로 분석하였기에 노동시간과 신장기능 간의 연관성을 평가할 수 있는 보다 나은 기회를 얻었다.

결론

이 연구는 긴 노동시간이 신장기능 감소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임상 진료현장과 노동정책에서 시급히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장시간노동이 만성신장질환의 잠재적 위험인자임을 인지하여, 노동자의 질병 예방 및 보상을 위한 근거마련에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본 연구결과는 <직업환경의학회지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에 발표되었다(Lee D, Lee J, Kim H, Jun K, Kang M. Long work hours and decreased glomerular filtration rate in the Korean working population.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 Published Online First: 23 June 2020. doi: 10.1136/oemed-2020-106428).

[연구리포트] 누가 노동자의 밤을 사는가?- 물류산업의 야간노동 / 2020. 07

[연구리포트] 

누가 노동자의 밤을 사는가?- 물류산업의 야간노동

전주희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312일 새벽배송을 하던 쿠팡 비정규직 배송노동자가 경기 안산의 빌라건물 4층과 5층 사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한달 전 쿠팡에 입사해 배송업무를 수행하던 중이었다. 쿠팡맨들의 노동조합(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은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동료의 죽음에 대해 새벽배송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노조는 3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쿠팡에는 고객을 위한 새벽배송 서비스는 있어도 배송하는 쿠팡맨을 위한 휴식과 안전은 없다새벽배송 중단과 노동자 휴식권 보장을 요구했다.

노동시간센터는 지난 63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의실에서 <야간노동 새벽배송의 위험과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정진영 쿠팡노조 지부장과 함께 물류산업의 야간노동의 문제점을 듣는 자리를 가졌다. 이와 더불어 한국노동연구원에서 2019년 수행한 연구 <서비스업 야간노동 : 인간중심의 분업구조를 위한 제언>를 요약한 노동리뷰(20205월호) 소비사회와 야간노동 : 법적검토’(박제성), ‘이윤추구형 야간노동 : 야간배송기사 사례’(박종식)의 글을 함께 검토하면서 신성장동력이라고 추앙받는 물류산업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야간노동의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쿠팡, 마켓컬리 : 로켓이 도달한 샛별배송

야간노동의 문제는 19세기 자본주의 여명기에서부터 줄곧 존재해왔고, 노동자와 자본 간 노동시간을 둘러싼 계급투쟁에서 가장 첨예한 사안 중의 하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간노동은 사라지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쇼핑의 확대와 함께 새롭게 재구조화되고 있는 물류산업 전반에 걸쳐 매우 새로운 형태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 야간 장시간 노동이라는 전통적인 형태 위에 플랫폼 기반의 파편적인 고용과 쪼개진 노동시간,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날그날 노동에 대한 지시가 매번 달라지는 노동방식은 노동자의 생명을 급격하게 소진시키고 있다.

단순 택배기사와 쿠팡맨의 노동이 다른 이유는 쿠팡으로 대표되는 대규모화되고 자동화된 유통산업이 단지 온라인으로 주문받은 상품을 CJ대한통운과 같은 택배업체에 위탁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 배송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물류와 전자상거래 산업의 융합된 산업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박종식).

전통적 택배기사들이 개인사업자 신분의 특수고용노동자라면 쿠팡의 경우 직접고용을 통해 감성배송이라는 전략을 택했다. 처음 쿠팡맨의 감성배송이 등장 했을 때 맘카페를 중심으로 쿠팡맨의 감동택배 이야기가 엄청나게 퍼져나갔다. 고객에게 문자 보내는 것은 기본이고, 편지 써주고, 그림 그려주고, 상자에 사탕 붙여주고 하는 쿠팡맨의 미담이 마케팅 전략으로 성공하게 되면서 쿠팡의 매출이 성장하게 된다. 이후 매출이 증가하면서 정규직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그리고 쿠팡 플렉서’(특고)로 고용형태가 다변화된다. 이는 감성배송을 넘어 로켓배송, 새벽배송이 도입되고 증가하는 것과 연동된다.

“(쿠팡 플렉서를 왜 만들었나?) 업무가 늘어나고, 당일 배송이 약속된 시스템이니까. ‘내일 도착 보장이라고 고객에게 무조건 문자가 간다. 뜬다. 당일 배송물량은 무조건 배송해야 한다. 만약 못하면 쿠팡 캐시로 1천원이든 보상을 해준다. 인력이 부족하니, 유연하게 배송을 진행할 수 있는 직종을 만든 거다.”(쿠팡노조 지부장)

박종식에 따르면 단지 빠르고 정확하게 배달하는 로켓배송에 더해 신선식품을 배송한다는 발상은 새벽배송의 확대와 이를 위한 자체적인 물류 설비와 유통망, 직접고용 형태의 배송기사와 같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중 마켓컬리는 정육, 채소 등 신선식품의 온라인 판매-유통-배송의 변화를 주도했다. 이후 이마트, 쿠팡 역시 신선식품 배송을 중심으로 자체적인 물류설비와 유통망을 구축하며 기존 택배업체들과 달리 배송기사들을 개인사업자와 직접고용을 혼재하여 활용하고 있다. 마켓컬리의 경우 배송기사 600여 명 중 510명 정도가 개인사업자이고, 나머지 90여명이 직접 고용한 직원이다. 마켓컬리에서 직접고용 배송기사를 활용하는 이유는 개인사업주 배송기사들에게 새벽배송을 매일 요구하기는 어렵고, 배송 공백 지역이 발생한 경우 직접고용 배송기사들의 투입이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처음 쿠팡에서 배송기사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 해서 언론에서 크게 보도된 바가 있지만, 마켓컬리나 쿠팡의 정규직들은 4대 보험에 가입된 것을 제외하면 일반 택배기사에 비해 월급이 적고 회사에서 지정해주는 지역과 업무량, 성과 관리 등에 대한 통제가 강하다는 점을 들어 정규직이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노동조건이 크게 개선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서 쿠팡이나 마켓컬리 정규직으로 입사하더라도 일반 택배기사로 다시 돌아가는 경우도 많으며, 특히 쿠팡이나 마켓컬리의 야간배송은 점차 물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인력은 그대로여서 노동강도가 가파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쿠팡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2015년에 비해 물량이 3.7배 증가했으나 임금이나 인력이 그대로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야간에 1인이 차량을 몰아 배송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고와 오배송의 부담이 큰 상황이라 정규직원들조차도 야간노동을 꺼리고 있다.

사측에서 중점에 두는 게 쿠팡맨 퇴직율이다. 퇴직율이 너무 높다. 상시모집을 해도 쿠팡이 채워지지 않는다. 쿠팡맨을 경혐해 본 사람은 다시 안 온다. 그래서 모집을 해도 사람이 오지 않는다. 두 번째는 사고율이다. 안타까운데, 단체 운전보험을 받아주는 회사가 없을 정도로 사고율이 심각하다. 우리 캠프만 해도 하루 4건 사고가 날 때도 있다. 쿠팡카가 사고로 다쳤냐 여부에 따라 급여가 갈린다. 최대 40만원까지 차감이 된다. 사고가 급여나 인사상 불이익이 있다. 자기가 조심해야 하는 건 맞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운전하면서 핸드폰을 안 볼 수가 없다. 회사는 운전하면서 핸드폰 보지 말아라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신입들 같은 경우는 한참 헤매니까 핸드폰을 안 볼 수 없다.”(쿠팡노조 지부장)

아래 <>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425일 야간배송 현황이다. 모든 배송완료시간과 배송간격이 모두 디지털화되어 있어서 배송기사들의 작업동선과 노동강도를 회사에서 매우 구체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다. 아래 <>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배송간격이다. 어떻게 저 시간 안에 배송하는 것이 가능한지 묻는 사람들에게, 쿠팡노조 지부장은, “그래서 뛰어 다닌다.”고 말할 뿐이다.

출처: <야간노동 새벽배송의 위험과 개선방안> 발표 자료 중

우리는 택배기사와 다르게 박스가 아니라 가구로 건수를 잡는다. 평균적으로 1시간에 20가구 정도. 160가구는 8시간 걸린다. 모자라는 시간은 뛰어야 한다.”(쿠팡노조 지부장)

배송기사들의 휴식은 어떻게 이뤄질까? 배송완료하면, 위의 <>처럼 배송간격과 배송완료시간이 나온다. “그런데 중간에 어떤 이유로든(차량 정체이든, 배송지연이든) 배송간격이 다른 경우보다 뜨면 사측은 휴게시간으로 간주하는 거예요.” 쿠팡이 빅데이터에 기반한 AI를 적극 활용하면서, 쿠팡맨들의 휴게시간은 <>와 같은 데이터로 간주될 뿐이다. 그러니까 쿠팡맨의 휴게시간은 데이터상의 시간 차로 간주된다.’

쿠팡의 배송방식도 매우 극단적인 방식으로 탄력적이다. 매번 정해진 구역을 한 사람이 맡아서 책임지는 택배기사와 달리 쿠팡은 매일의 배송지역이 달라진다. 전체적인 배송량과 배송인원을 AI(쿠팡맨들이 우스갯소리로 이름 붙인 쿠파고’)가 정해주며, 쿠팡맨들은 이 데이터에 근거해 매일의 근무지역이 달라진다. 쿠팡은 노동자가 가질 수 있는 업무숙련도에 따른 일의 효율을 포기하는 대신 데이터에 근거한 적기배송에 사활을 건다.

조장이 물량을 고려해서 사람들을 지정하는데, 현재 시스템(쿠파고)은 컴퓨터가 다 짜준다. 자기 마음대로 데이터가 축적하고 분석한 대로, 하루하루 다 노선이 다르다. 나는 양주캠프만 배송하는 게 아니라 타 캠프로 지원을 많이 간다. 강남은 쿠팡맨이 많이 없다. 그러다 보니 내가 당장에 어디 갈지 모른다. 데이터가 결정한 대로 간다.”(쿠팡지부 지부장)

새벽배송은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일까.

얼마 전, 마켓컬리의 샛별배송에 맛을 들인 친구를 나무랐더니, 도덕적 훈계만으로 시대의 흐름을 역행할 수 없다는 훈계를 들었다. 사람들은 더 편리하고 더 좋은 걸 욕망하고, 자본은 이러한 욕망을 놓치지 않고 상품으로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야간노동은 나쁘지만, 사람들의 욕망은 더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욕망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다. 욕망은 늘 만들어지며, 변화한다. 그것은 내 안에 있지도 않고 나에게 고유한 것도 아니다. 친구의 말대로 욕망은 자본주의적으로 생산되며 또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밖에 나가면 24시간 편의점이 있고, 24시간 술집과 밥집이 즐비한 사회에서 새벽배송 쯤 하나 더 추가된다고 해서 뭐 그렇게 더 나빠지겠냐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타인의 야간노동으로 신선한 상품을 집 앞에서 받는 소비자인 나는 그 시간만큼 어느 자본에 의해 더 많은 시간을 강탈당할까?

소비자로서의 우리가 더 싸고 더 좋은 물건을 더 빨리 살 수 있게 되면 될수록 판매자로서의 우리는 고객을 유지하고 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하여 더 힘든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근로자로서의 우리는 더욱 빨라진 생산과 판매의 박자에 맞추기 위해서 더욱 필사적인 삶을 견딜 수밖에 없다.”(박제성)

소비자로서 우리, 판매자로서 우리, 노동자로서 우리는 모두 24시간 흘러가는 물류와 그 흐름을 위해 필수적인 야간노동처럼, 자본의 흐름을 위해 야간에도 노동하며, 새벽에도 소비하고 덧붙여 데이터화 된 추가적인 노동 역시 제공한다.

야간노동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와 그 법적, 철학적 의미가 노동법에 단 한 줄도 없는 나라에서 새벽배송에 열광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우리들의 새벽을 FLEX하게 강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들의 밤을 폭력적으로 수탈하는 것을 그만두게 하기 위해 이런 내용이 노동법에 들어가야 한다. “야간근로는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의 보호를 위하여 예외적으로만 허용되어야 한다.”

[연구리포트] 한국 임금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자살 연구 / 2020.06

[연구리포트] 

 

 

한국 임금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자살 연구

 

 

이혜은 /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1. 연구 배경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은 이미 널리 알려진 문제이다. 1998 IMF 외환위기 직후 급증했던 한국의 자살률은  년간 잠시 주춤하는 지만 2011 OECD 국가들 평균의 3배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서서히 감소추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여전히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자살의 원인은 정신적 문제부터 경제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과로와 관련된 자살은 한국 사회에 알려진 노동자의 건강 문제 중 비교적 최근의 이슈이다.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의하면 2014-2018 5년 동안 336명의 노동자 자살에 대한 산재신청이 있었고 이 중 176명이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와 관련된 자살로 승인되었다1.  

과로와 자살의 연관성은 자살예방을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설립한 중앙심리부검센터에서 발표 심리부검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자살사망자 103명의 자료를 분석하여 발표한 보고서2에 의하면, 자살 경로에 기여하는 위험요인 중 업무부담(30건) 자살시도(36), 우울장애(32)에 이어  번째로 흔한 위험요인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직업 스트레스는 전체 자살자 68%가 겪은 문제였으며 28%에게는 최우선 스트레스로 작용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각각의 자살 사건들에서 과로 혹은 업무상 스트레스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렇다면, 개별 사례가 아닌 전체 노동자 집단에서 과로와 자살은 관련이 있을까? 기존 연구에서는 주당 노동시간 52시간 미만인 노동자에 비해 60시간 이상인 노동자들의 자살 생각 위험이  40%높았다고 말하고 있다3. 뿐만 아니라 장시간 노동은 우울증상에도 역시 영향을 미친다4는 점을 고려할 때 장시간 노동과 자살의 관련성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장시간 노동을 하는 노동자가 그렇지 않은 노동자에 비해 자살사망 위험이 높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고자 하였다. 

2. 연구 방법 

본 연구의 대상자는 2007-2015년의 국민건강영양조사의 참여자 중 주당 노동시간 15시간 이상의 18세 이상 임금근로자 14,484명이다. 이들의 자료와 통계청의 사망원인자료 연결되어 2016년까지의 사망여부, 사망일, 사망원인이 확인되었다. 이들의 노동시간은 35시간 미만, 35-44시간, 45-52시간, 52시간 초과의 네 집단으로 분류하였다. 

이를 통해 성별, 나이(2016년 기준), 가구소득, 직업분류, 주당노동시간에 따른 자살률 계산하였고 장시간 노동의 자살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 주당 노동시간 35-44시간인 집단을 기준으로 자살률을 비교하여 위험비(hazard ratio) 산출하였다. 이 때 혼란변수의 영향을 통제하기 위해 성별, 연령, 가구소득, 교육수준, 직업, 우울증상을 보정하였다.  

3. 연구 결과 

평균 5.2년간의 관찰기간 동안 14,484명 중 27명이 자살로 사망하였고 국민건강영양조사의 가중치를 적용하여 계산한 결과 10만명당 자살률은 32.5였다. 가구소득이 낮은 경우와 단순노무직인 경우 자살률이 확연히 높아 사회경제적 상태가 낮은 노동자에서 자살률이 높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보다 4배 이상 높았(그림 1). 

 주당 노동시간의 경우 35-44시간의 자살률은 10만명당 12.0명이었던 것에 비해 45-52시간의 경우 51.2명, 52시간 초과시 52.8명으로 4배 이상 높았다(그림 1). 여기에 성별, 연령, 가구소득, 교육수준, 직업, 우울증상을 보정한 자살에 대한 위험비는 주당노동시간 35-44시간인 집단 대비 45-52시간의 경우 3.89, 52시간 초과인 경우 3.74배로 높게 나타났(그림 2). 

4. 토의 및 결론 

본 연구 결과 주당노동시간 35-44시간인 노동자에 비해 노동시간이 길 경우 후 자살로 사망할 위험이 3배 이상 높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다만, 분석에 이용된 자살 사망자는 27명에 불과하여 연구결과는 다소 불안정할 수 있다. 특히 여성 노동자의 경우 본 연구데이터에서 확인된 자살 사망자가 5명에 불과하여 결과 해석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본 연구는 면접조사를 통해 해당 노동자의 노동시간이 조사된 후 최소 1년부터 최대 9년간 추적하여 자살 여부를 확인한 종단적 연구이자 한국 데이터를 사용한 연구로서는 처음으로 대표성 있는 노동인구집단에서 장시간 노동과 자살의 관련성을 밝혔다는 의의가 있다. 특히 우리는 장시간 노동의 자살에 대한 악영향이 주당 노동시간 60시간 이상과 같은 과도한 장시간 노동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표준노동시간을 벗어난 모든 장시간 노동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노동자 건강 보호를 위해 노동시간 단축의 노력이 극단적인 장시간 노동을 없애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되며 표준노동시간 수준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또한 노동자 자살의 업무관련성을 평가할 때 과도한 장시간 노동이 없더라도 표준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 역시 위험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한편, 노동시간은 현실에서 고용안정성, 급여 등 다른 여러 노동조건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요인이다. 그렇기에 다른 요인에 대한 고려 없는 단순한 노동시간 단축은 정책방향이 될 수 없다. 본 연구의 데이터에서도 가구소득 최하 4사분위층은 전체 대상자 평균의 3배 이상 높은 자살률을 보였다.  

따라서 노동시간 단축이 급여의 하락이 아닌 사회경제적 상태 개선과 함께 이루어질 때 유의미한 자살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장시간 노동의 자살 영향에 대한 본 연구 결과의 의미를 더 확장한다면 결국 전반적인 노동조건과 업무부담이 자살과 관련될 수 있다는 인식에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본 연구결과는 노르딕 직업안전보건협회 (Nordic Association of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에서 발행하는 <스칸디나비안 일, 환경, 건강 저널>에 발표되었다(Lee H-E, Kim I, Kim H-R, Kawachi I. Association of long working hours with accidents and suicide mortality in Korea. Scand J Work Environ Health – online first. doi:10.5271/sjweh.3890). 

 

 

그림 1. 연구대상자 특성에 따른 자살률 (사망자 수/10만명) 

 

 

그림 2 주당노동시간(35-44시간 기준)에 따른 자살 위험비  95% 신뢰구간 (연령, 성별, 가구소득, 교육수준, 직업, 우울증상 보정) 

 

[연구리포트] 노동시간에 관한 사회학 연구 동향 / 2020.05

노동시간에 관한 사회학 연구 동향

 

신희주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이 글에서 소개할 노동시간의 건강관련성을 다루는 논문들은 노동시간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이라 필자가 분류한 것들이다. 사실 노동시간은 배타적으로 사회학적 주제는 아니며, 다양한 사회과학과 의학·보건학적 주제이기도 할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현대 사회학의 수많은 연구 주제들이 실제로 경제학, 역사, 철학, 정치학 등 사회학보다 등장이 빨랐던 오래된 학문들에서 다루어 왔던 것들을 재구성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학문들은 학문 자체의 정통성을 유지하기보다는 변화된 요구에 맞는 학제 간(interdisciplinary) 접근 방식을 택하고 있다. 사회학 역시 인접학문과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별개의 영역이라 여겨지던 과학기술, 의료·건강 분야까지 학제 간 연구가 이루어진 지 오래되었다.

사회학을 학문으로 정착시키는데 선구적으로 기여한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 (Emile Durkheim)은 이미 130여 년 전에 우울과 자살이 정신병리학적이거나 심리적인 현상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요소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사회적 현상임을 강조하며, 사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자살의 현상을 사회적으로 연구하기도 했다. 따라서, 사회학은 어떤 면에서 보면 의학과 심리학의 영역과도 처음부터 밀접하게 교류하던 학문이었을 것이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세 편의 사회학적논문들은 노동시간을 구성하는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사회적 배경에 대한 고찰을 기반으로 노동시간이 개인의 건강, 그리고 그들이 속한 사회에 미치는 효과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제 간 연구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 논문들이 수록된 학술 저널들 (Social Science & Medicine,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 보건과 사회과학) 들의 제목들은 그 자체로 사회과학과 의·보건학을 접목하고 융합시키는 중요한 시도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얼마의 노동시간이 필요한가?

소개할 첫 번째 논문은 주당 근로시간의 단축: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얼마의 노동시간이 필요한가?(A shorter working week for everyone: How much paid work is needed for mental health and well-being?)이다.

이 논문은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일자리 없는 미래에 대해 갖는 불안감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오랫동안 영화나 소설의 소재로 쓰여 왔던 인공지능의 개념은 이제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하고 일상화되었으며, 노동의 공간까지 침투하여 비교적 단순한 형태의 직업뿐만 아니라 전문가의 직업까지 위협하는 불안정노동의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고 있다. 산업사회 이후에 늘 존재해왔던 불안감이었지만, AI의 발전은 광범위한 분야에서의 직업의 상실로 대규모 실업 사태를 야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시간 노동 대() 과소 노동 혹은 실업이라는 노동의 양극화라는 새로운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실업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사회적 소외, 음주, 흡연 등의 생활습관으로 인한 여러 가지 건강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수입의 감소나 부재로 인한 빈곤의 확대, 사회적 불평등과 관련된 요소이다. 이런 점에서 직업은 개인에게 수입을 보장해주는 명시적 기능 이외에도 시간을 일상적으로 구조화하고 체계적으로 보낼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직장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회적 접촉, 구성원들 간 공유된 목적의식, 노동자의 정체성 형성 등의 잠재적 기능 역시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 논문은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직업이 어떤 의미를 가지며, 보다 직접적으로는 일하는 사람들이 최상의 건강상태를 누리기 위해 어느 정도의 주당 노동시간이 필요한지를 규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영국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본 논문의 몇 가지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실업 상태였거나 비경제활동상태였다가 고용상태가 된 사람들이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근로시간은 주당 1~8시간, 즉 일단 고용되어 일주일에 한 시간 이상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2) 삶의 만족도는 주당 8시간 근무까지 지속적으로 증가를 하지만, 8시간 이상의 근무는 특별히 삶의 만족도와 관련이 없다, 3) 이전에 실업이었거나 비경제활동상태였다가 고용된 여성들은 20시간 이상 일할 때 높은 삶의 만족도를 나타낸다.

2, 3번의 결과에 대해 저자는 개인의 삶의 만족도가 단순히 일자리 여부나 높은 수준의 임금과 단선적으로 연관되는 것이 아니라, 수당 등의 사회복지 체계가 그들의 노동조건과 어떻게 맞물리는지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 해석한다. , 연령이나 가족구성에 따라 결정되는 노동시간에 대한 수당(benefits) 수입이 노동시간 만족도를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논문은 야심차게 던진 삶의 만족도와 정신적 건강을 최대한 누릴 수 있는 적정 노동시간은 얼마인가?”라는 질문에는 일관된 결과를 확보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몇 가지 결과들로부터 삶의 질의 향상과 심리적 부담을 가장 적게 느끼는 노동시간은 주당 8시간이라는 추론을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들은 정상적 풀타임 노동시간이라 여겨지는 40시간 노동이 정말 정상적인가라는 상당히 공격적 문제를 던지는 한편, 노동자들의 정신건강과 사회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장기 휴가 후 단시간 노동하는 업무로의 복귀 등의 혁신적 정책 또한 실험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도 제시한다.

 

병원노동자의 일·삶 균형을 위한 근무시간 변화

두 번째 논문은 근무 시간의 변화가 교대제 근무를 하는 병원 노동자들의 일-생활 갈등에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가?(Are changes in objective working hour characteristics associated with changes in work-life conflict among hospital employees working shifts? A 7-year follow-up)인데, 이 논문은 핀란드의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서베이를 이용한 병원 근무자들의 일-생활 균형에 관한 연구다.

우리 사회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워라밸의 대조적인 개념인 일-생활 갈등(work-life conflict)은 노동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저해하는 가장 큰 심리사회적 위험요소로 꼽히는데, 그 중에서도 일과 가족생활 간의 불균형이 가장 대표적인 일-생활 갈등일 것이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사람들(특히 여성들)의 경우 자녀 양육 문제는 노동시간의 문제와 중첩되어 이중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갈등은 그들의 삶의 질을 낮추고, 직업 스트레스, 수면장애, 우울증, 병가의 가능성을 높이며, 사회적으로는 생산성을 저해하여 고비용을 발생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생활 갈등을 발생시키는 노동시간 형태는 교대제 이외에도 장시간 노동, 야간노동이나 주말노동 등과 같은 비표준화된 근로시간, 혹은 비상 대기업무 (on-call) 등이라 할 수 있다.

이 연구의 결과들은 비표준적 노동시간의 영향성을 연구한 다른 논문들과 대체적으로 일관된 내용을 보여주는데, 우선 교대제의 경우 오후(evening)근무나 야간(night)근무 비율이 증가할수록 일-생활 갈등이 더 빈번하게 나타나며, 주말 근무가 빈번해질수록 역시 갈등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근무를 끝낸 지 11시간 이내의 업무 복귀를 뜻하는 급속복귀(quick return)48시간 이상의 장시간 근무 역시 교대제 밤 근무와 마찬가지로 부정적 건강 영향성을 갖는다.

우리 사회에서도 병원은 사회적 요구에 의해 경찰, 소방서 등과 함께 교대제 노동이 필요한 곳이라 인식된다. 그러나 공공서비스 분야라 하더라도 야간노동은 신체리듬을 교란시켜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끼치고, 가족생활이나 사회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따라서, 야간노동의 환경 개선, 인력과 예산의 충분한 확보, 그에 따른 합리적 근무 스케줄의 구성 등을 통해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들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시간 불일치와 노동자 건강

세 번째 논문은 보건사회연구에 게재된 노동시간 불일치와 근로자의 건강과의 관계 분석이다. 노동시간 불일치는 기본적으로 노동자가 선호하는 노동시간과 실제 노동시간이 차이가 나는 것을 뜻하며, 이러한 불일치의 발생 원인은 장기계약, 일자리 불안, 규제, 정보의 비대칭성, 소득불평등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의 경우, 임금 노동자들의 실제 노동시간은 46.5시간이며, 선호 노동시간은 45시간가량으로 원하는 시간보다 1~2시간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노동자들의 28.5% 가 과잉노동을 그리고 과소노동을 하는 비율은 11.4% 수준인 것으로 나타난다.

노동시간이 사용자와 노동자들 간의 동등한 교환관계에 의해 성립하는 것이라는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전제와는 달리, 노동력을 판매하여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실제로는 노동시간을 선택의 자유가 거의 없기에 개인이 원하는 시간보다 적은 시간 혹은 많은 시간 일을 하게 된다.

노동자들은 작업량이 많거나 노동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때, 고용상태가 불안하고 작업성과에 대한 압력이 증가할 때 장시간 노동을 하게 되고 이는 노동자 개인의 건강과 생활뿐만 아니라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편, 과소 노동은 비정규 및 시간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저임금, 직업 안정성의 저하, 삶의 예측 불가능성 등으로 인해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많은 경우 우울 등의 정신적 문제를 겪으며 알콜 의존성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연구의 목적은 한국에서의 노동시간 불일치와 노동자 건강 간의 관계를 분석하여 노동시간 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주당 44~49시간보다 적게 일하거나 많이 일하는 경우 모두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으며, 특히 자신이 선호하는 노동시간보다 실제 노동시간이 적어지거나 많아지는 경우 모두 부정적 건강영향을 띤다. 초과노동의 경우에는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력의 설명과 맥락이 일치한다. 과소노동의 경우에는 실제 노동시간은 짧지만, 그만큼 원하는 임금 수준에 도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삶의 만족도가 낮아지게 되고, 나쁜 습관(알콜, 흡연, 신체활동의 제한 등)에 의한 건강 악화를 경험할 가능성이 많다는 설명이 흥미롭다.

과소노동과 과잉노동에 대한 연령효과도 주목할만하다. 주로 가정을 가진 연령대인 30, 40대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과잉노동에 대해 수용적인데, 이는 승진 등의 고용상 보상동기가 강해 금전적 보상이 없어도 장시간 노동을 수용하는 경향이 나타나며, 보상이 있는 경우 장시간 노동과 건강 간의 부정적 관계는 완화된다는 것이다.

 

노동시간연구가 더 활발히 이뤄지길

누구에게나 시간은 늘리거나 줄일 수 없는 제한된 자원이며 삶 자체이다. 노동시간은 근본적으로 인간들이 자신들의 삶을 구성하는 데에서 자신의 욕구와 사회적 필요에 의해 노동하는 사람 스스로에 의해 자율적으로 배분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사회관계 속에서 규정되는 노동시간에 의해 삶의 위협을 받는 사람들은 바로 그 삶의 위협 때문에 노동하게 되는 노동자일 수밖에 없다. 노동시간에 대한 학제 간 연구들이 더욱 활성화되어 노동시간과 삶의 질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도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논의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