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리포트] 코로나 시대, 돌봄 노동의 시간은? / 2020. 09

[연구리포트]

코로나 시대, 돌봄 노동의 시간은?

 

최민 노동시간센터, 상임활동가

코로나로 언택트가 유행이자 대세라고 한다. 비대면 수업, 비대면 회의, 비대면 배달에 이어 비대면 회식까지 한다니, 대세가 맞긴 맞는 것 같다. 바로 몇 달 전만해도 상상도 못 했을 활동들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역설적으로 코로나 시대는 실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비대면으로 대체할 수 없는 여러 필수적인 노동에 기대어 있었다는 점이 드러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코로나가 노동시간에 미친 영향 중 많은 논의가 일자리 감소 관련 직종 아니면 재택근무’, ‘디지털 업무등에 쏠려 있는 지금, 대신할 수 없는 노동을 하는 이들의 노동시간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올해 1월부터 스스로 안식년을 맞이해 주부역할을 주로 맡고 있는 프리랜서 기록활동가 림보, 공공운수노조 전국활동지원사지부(이하 활동지원사노조) 고미숙, 전덕규 활동가,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 신지선(가명) 씨를 만났다. 가까이에서 사람들을 직접 돌보는 일을 하는 이들은, 코로나로 인한 일상의 영향이 커진 것에 비례해 노동의 내용과 구성이 상당히 달라졌다.

돌봄노동의 변화 양상

어린이집의 경우, 노동강도가 높아졌다고 하기는 어렵다. 어린이들의 등원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신입은 5월 이후에야 받았고, 원래 다니던 어린이들도 재원율이 3월에는 30% 정도였다.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줄어들면서, 6월쯤 되어 대부분 출석하게 됐지만, 8월 초 다시 유행이 증가하게 된 거다. 원래 한 번 하던 소독을 두 번 하고, 놀잇감 세척은 매일 소독기 돌리는 것과 별도로 일주일에 두 번은 물로 씻고, 추가로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어린이집 전체 방역을 하지만, 원래 하던 것이 조금 더 늘어난 정도라고 느낀다. 더 큰 변화는 어린이 돌봄 그 자체다.

신지선(보육교사): “낯가림이 한참 심한 아이들도 있는데, 그 어린이도 너무 힘든 거다. 선생님들이 다 마스크 하고 있으니, 매일 낯설어하고, 낯가림이 별로 나아지질 않는다. 아침마다 울면, 마스크 내려서 얼굴 보여주면서 웃어야 겨우 따라 웃는다. 3~4세만 돼도 모두 테이블 하나당 한 명씩 떨어져 앉고, 각자 자기 놀잇감 가지고 놀고 있다. 소꿉놀이도 금지다. 혼자 할 수는 있겠지만. 어린이집이 그저 아이를 맡겨놓는 것만은 아니고, 사회성 발달도 기대하는 건데, 지금은 그걸 기대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어린이들은 부모의 감정 상태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데, 지금은 부모도 불안해하는 시기이다. 그런 영향에다, 9명 정도 나와서 같이 놀던 어린이집에 혼자 혹은 둘이 나와서 각자 앉아 있으니 어린이집에 나와 있는데도 고립감을 느끼는 거다.”

장애인 활동지원사의 경우도 난감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꼭 이용자나 활동지원사가 직접적으로 감염되거나 하는 극적인 상황이 아니라 하더라도, 원래 이용하던 복지관, 운동 강습이나 수업 등의 사회활동이 모두 중단되니 활동지원사의 부담이 매우 높아진다.

고미숙(활동지원사노조): “복지관을 못 다니게 되어도, 좁은 집에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발달장애인의 경우는 일정한 시간에 나가서, 일정한 신체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작 밖에 나와도 갈 곳이 없으니, 공원으로 산으로 하천으로 돌아다니느라 힘들다는 조합원들 소식이 많다. 멋쟁이였던 한 조합원은, 요즘 자기 꼴이 말이 아니라고 우스갯소리 할 정도다. 심지어 보통 복지관에서 활동하면, 거기서 점심도 해결했었는데, 복지관에서 식당 운영을 안 하니, 어떤 경우는 활동지원사가 도시락을 두 개 싸서 자기랑 이용자가 같이 먹으면서 지내고 있다고도 한다. 당연히 도시락까지 싸는 것은 의무가 아니지만, 이용자가 이용을 중단하면 언제든 고용이 중단되는 활동지원사 입장에서는 알아서 하게 되는 역할이다.”

다시 호명되는 가족여성에게 전가되는 부담

이런 부담은 다시 가족의 역할로 소환되고 전반적으로 여성의 부담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모두 뚜렷이 느끼고 있었다.

림보(기록활동가): “가장 큰 변화는 어린이가 태어난 이후로 가장 긴 시간을 붙어 지내게 됐다는 점이다. 코로나로 다른 친구들을 만나기도 어려워지다 보니, 키즈 카페를 운영하는 집 자녀인 친구랑 그 키즈 카페 가서 노는 것 말고는 어린이가 종일 집에 있게 됐다. 그런데 사실 가정주부에게는 집이 일터. 그런데 여기에 갑자기 하루 종일 누군가가 같이 있게 되는 거다. 당연히 이러저러한 갈등도 많아졌고, 어린이에게 쏟는 감정노동이나 노력도 훨씬 강도가 높아졌다. 그럼에도, 그래서 나는 적어도 밤 10시부터 2~3시간은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 약속이나 세미나 때문에 나가던 일정도 크게 줄이지는 않았다. 가사도 남편이 있을 때는 혼자 하지는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애쓰기도 하는데, 그런 걸 다 직접 챙기는 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모르겠다.”

신지선(보육교사): “돌봄 노동의 중요성이 다시 얘기된다고 하지만,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흐름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돌봄은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인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지금 같은 시기에는 믿을 것은 가족뿐이고, 돌봄 책임은 가족이 져야 한다는 생각이 훨씬 강해진 것 같다. 벌써 여성 일자리들이 먼저 위협받는 것 같고, 여성이 가정에서 돌봄 담당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어린이집 원아 어머니 중에도 육아휴직이 끝나가는데 퇴직 당했거나, 출산 후 구직 준비 중이었는데 구직 포기한 경우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전덕규(활동지원사노조): “장애인 중에는 가족조차 돌봄을 맡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육아 영역보다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 같지는 않다. 애초 활동지원은 재가서비스였기 때문에 어린이집처럼 이용이 극적으로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부담이 생기면 가족, 그것도 여성에게 전가되는 것은 확실하다. 진주에 있는 한 이용자는 감염 우려 때문에 2주간 이용 중단을 요구하고, 누나가 와서 그이를 돌보게 되었다. 이용자와 지원사가 모두 자가격리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했는데, 결국 이용자의 언니가 와서 2주간 돕게 되었다.”

위기마다 등장하는 가족이 다시 사회적 부담의 구원자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림보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 자체가 가족을 사회의 바깥으로 보고 있다고 일갈했다.

림보(기록활동가): “사회적 거리두기 자체가, 가족은 사회의 바깥에 있다고 자연스럽게 전제한 것이다. 공적 영역인 사회와 가정을 구분하고, 가정을 사적 공간으로 여긴다. 공적인 공간에만 침범하지 않는다면, 가족끼리 이전보다 훨씬 오랜 시간 붙어 지내든 말든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태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고 본다. 코로나 이후, 유럽 어느 나라에서는 가정 내 여성폭력이 하도 늘어서 SOS를 요청하는 비밀 신호도 나왔다고 하더라. 가족 역시 권력관계가 존재하며, 각자의 시간과 공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몇 년 전에 유행한 저녁이 있는 삶이 실은 전업주부의 희생을 기본값으로 놓고 그리는 환상이었다. 언제든 가족이 사회적 돌봄을 메꿀 수 있다는 우리 사회의 시선 역시 전업주부든, 임노동을 하는 여성이든, 가족 내에서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본다.”

출처: 고용노동부

돌봄노동 변화의 계급적 효과

특히, 돌봄과 관련된 역할을 최전선에서 맡고 있는 이들은, 코로나가 돌봄에 미친 영향이 전 사회에 미칠 계급적 효과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신지선(보육교사): “어린이들과 어린이집에 있으면 아주 밀접하게 접촉하게 되니, 서로 보호를 위해 마스크를 쓴다. 그런데 이게 아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밥 먹을 때도 일렬로 앉아, 대화를 안 하니 식사 지도도 안 된다. 아이들 양치 지도도 교사는 마스크를 화장실에 한 명씩 데리고 들어가서 양치질을 씻긴다. 그런데 아직 말을 배우고 있는 상태인 이 어린이들은 선생님이 마스크를 쓰고 ~ 해보세요.’ 하면 입을 벌리는 것을 못 하더라. 아직은 라는 언어적 단서만으로 안 되고, 선생님이 입을 벌린 것을 시각적으로 보고, 동시에 선생님이 턱을 눌러주면 저절로 입이 벌어지면서, 따라 해야 하는데, 선생님 입 모양이 안 보이니, ‘하라는 말을 알아듣지를 못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사실 이런 시기에 공적 육아, 사회적 돌봄 얘기를 꺼내기가 힘들 지경이다. 사적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집에서, 마스크를 하지 않고 보살핌 받은 어린이와 어린이집에서 긴급 돌봄 받는 어린이 사이에 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긴급 돌봄 받는 어린이들은, 부모가 일할 수밖에 없는 경우, 할머니 등 조력을 구할 수도 없는 경우다. 이런 기간이 길어지면, 그 영향은 정말 클 거라고 생각한다.”

림보(기록활동가): “아주 어린 이들의 돌봄만이 문제가 아니라, 공교육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 온라인 수업을 계속 밀어붙이는 것은, 사실상 온라인 수업을 옆에서 챙겨줄 사람이 있거나, 선행학습으로 이미 학교 교과 공부가 어렵지 않은 학생들, 50분의 온라인 수업을 알아서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학생들을 중심에 놓은 구상이다. 우리 집 어린이는 선행학습을 하지 않아서, 수업을 집중해서 들어야 새로 익힐 수 있는데, 아무래도 온라인 수업은 집중을 어려워한다. 3학년이라서 처음 영어를 배우는데, 담임 선생님이 어머니가 알파벳 좀 챙겨주세요.’하는데, 내가 영어까지 가르쳐야 하나, 그게 당연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리코더를 열 곡 연습하라는데, 앞에 한두 곡은 알겠는데, 뒤쪽 어려운 노래들은 나도 모르겠더라. 학교에서 같이 배운다면, ‘나만 어려운 거 아니구나, 쟤도 어려워하는구나, ? 저 친구는 잘하네, 나도 해볼까뭐 이런 다양한 반응과 생각을 하면서 잘하든 못하든 수업에 참여할 텐데, 혼자 앉아서 재미도 없고 어려운 공부를 하고 있으니, 학업은 물론 정서적으로도 부정적 영향이 클 것 같다. 장애인 어린이나 특별히 학습에 어려움을 많이 겪는 어린이라면, 그 영향이 더 클테다.

옆에서 챙기기 어려운 집, 학교 수업도 겨우 따라가는 많은 학생을 중심으로 고민했다면, 아예 1년 휴업을 선언하거나 온라인으로도 따라갈 수 있을 만큼 학습 목표량을 조정했어야 했다. 저절로 격차가 나게 해 놓고, 1년 뒤에 너는 이제 4학년이니 4학년 수업을 하자고 할 건가? 우리 사회의 교육이 사실상 누구를, 어떤 사람을 중요한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지 민낯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상황은 이런데, 정부의 역할은 거의 없어 보인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다. 마스크는 보육교사도, 장애인 활동지원사도 따로 지급받지 못 하고 있다. 활동지원사노조 전덕규 활동가는 인터뷰 때마다 마스크 물어보는데, 지자체에서 5장 받은 게 전부라고 손사래를 쳤다. 공적 마스크 공급할 때, 보육교사는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로, 웬만하면 평일에 출근한 뒤 나갔다 들어오지 말라고 해서 주말에만 사도록 압력을 받기도 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자기 마스크도 사고, 서비스 이용자 마스크도 구하느라 바빴다.

긴급 돌봄을 보낼 수 있는 학부모 규정이 정확하지가 않아, 어린이집 교사들과 학부모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벌어진다. 온라인 교육 시대에도, 배추흰나비를 키워야 한다고 해서, 애벌레가 담긴 통을 집에 들고 왔지만, 애벌레를 어떻게 운반하고 다뤄야 하는지 정보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하루 만에 애벌레가 죽은 집이 여럿이라고 한다.

코로나가 던진, ‘누구를 위한, 어떤 공교육인가’, ‘공적인 돌봄의 모양과 구성이 어때야 하는가’, ‘자본주의는 위기 시에 가족을 어떻게 소환하는가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놓치지 않으면서, 코로나 시대 우리의 돌봄 노동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아야겠다.

[연구리포트] 장시간노동과 신장기능 저하* / 2020. 08

[연구리포트] 

장시간노동과 신장기능 저하

강모열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연구배경

만성신장질환(Chronic kidney disease)은 단백뇨, 혈뇨 등 신장 손상의 증거가 있거나 신장기능을 나타내는 사구체여과율(glomerular filtration rate, GFR)60ml/min/1.73미만으로 감소된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만성신장질환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병률이 증가하여 주요한 공중보건 문제로 인식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20세 이상 성인인구에서 8.2%의 유병률이 보고된 바 있다.

만성신장질환의 직업적 위험 요소로는 납, 카드뮴, 수은, 베릴륨과 같은 유해금속과 이황화탄소, 삼염화에틸렌, 메탄올, 에틸렌글리콜과 같은 유기용제 노출이 알려져 있으나 만성신장질환의 발생과 진행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심리적 요인에 대하여는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사회경제적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신체 내 혈관 기능에 악영향을 미쳐, 만성신장질환이 발생하거나 악화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장시간노동 또한 신장기능 장애 및 만성신장질환의 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시간노동이 다양한 질병에 대한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이 잘 밝혀져 왔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고혈압, 당뇨는 신장의 미세 혈관 손상을 유발하므로, 신장의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충분한 생물학적 개연성이 있다(Chou 등, 2015).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시간노동이 만성신장질환의 발생 및 악화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연구는 현재까지 전무하였다. 최근, 업무상 과로 등으로 인하여 만성신장질환의 발생 및 악화를 주장하는 산업재해 보상 신청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여 적절한 보상과 예방적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한국 노동 인구에서 장시간근로와 사구체여과율로 측정된 신장기능 감소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하여, 이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연구방법

본 연구는 2007년부터 2017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20,851명의 20세 이상 임금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시간외 업무를 포함하여 얼마나 오래 근무합니까?’라는 질문으로 연구참여자의 주간 노동시간을 확인하였고, 이를 근로기준법에 따라 다음과 같이 4개의 그룹으로 분류하였다: 30시간 미만(단시간 주간 근무), 3040시간(표준이자 가장 빈번한 주당 노동시간), 4152 시간(일반적으로 허용된 초과 노동시간), 52시간 초과(특별한 상황에서 허용된 초과 노동시간).

연구팀은 12시간 공복 혈액 샘플을 사용하여 측정된 혈청 크레아티닌(Creatinine) 수준을 현재 임상 및 연구에서 많이 사용되는 MDRD(Modification of Diet in Renal Disease) 계산식을 이용하여 사구체여과율을 산출하였다. 이 방법은 처음에 iothalamate 제거율을 기본으로 하여 개발된 공식으로, 표준화된 크레아티닌 측정방법을 사용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와 현재 임상 및 연구에 흔히 사용하는 공식이다(Levey 등, 1999). 이후 주당 평균 노동시간과 사구체여과율의 연관성을 검토하였다.

연구 의의 및 한계

본 연구는 노동시간과 사구체여과율의 관계를 평가하여, 장시간노동이 신장기능 저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하였다. 분석결과, 52시간 이상의 장시간노동을 수행하는 집단에서 노동시간이 길어질수록 신장기능(사구체여과율)이 감소하는 뚜렷한 연관성을 발견했다. 이러한 결과는 장시간노동이 신장기능에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나타낸다.

장시간노동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하여 직간접적으로 신체 및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그 중 업무상 피로로부터 불충분한 회복은 다양한 건강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노동시간이 길수록 상대적으로 작업 후 휴식 시간이 제한되고, 원래 상태로의 회복을 위한 시간은 짧아지게 된다. 노력-회복 모델 (EffortRecovery Model)에 따르면, 업무 후에 적절한 휴식을 취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최적의 신체상태로 회복될 수 있지만, 적절한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심리생리학적 시스템은 계속 긴장된 상태로 남아 있어, 여러 가지 비가역적인 질병으로 진행될 수 있다.

장시간노동이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또 다른 기전은 높은 직무스트레스이다. 기존 연구에서는 초과 근무시간이 길어질수록, 높은 수준의 직무스트레스(높은 업무요구량과 낮은 직무자율성)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반복되는 심리적 스트레스는 교감 신경계(Sympathetic nervous system) 활동의 강화, 글루코코르티코이드(Glucocordicoid) 분비 증가 그리고 염증의 잠재적 위험을 상승시킨다. 그 결과, 만성신장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인 고혈압, 당뇨 및 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또한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는 잘못된 식습관, 비만 등과도 연관되어 간접적으로 만성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본 연구에서도 비만한 노동자(체질량지수25kg/m2)는 만성신장질환의 유병률이 높고 신장기능이 감소된 것으로 관찰되었다.

만성신장질환이 있는 경우,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현저하게 증가하는데, 사실 만성신장질환은 뇌심혈관계 질환과 고혈압, 당뇨와 같은 가장 주요한 위험인자를 공유하고 있다. 실증적으로, 미국에서 수행된 대규모 지역사회 기반 코호트 연구에서 사구체여과율 감소는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 증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국내에서 수행된 연구에서 노동시간은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당뇨 및 흡연 습관과 같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 요인과 크게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장시간노동은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간접적으로 신장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 고혈압이나 당뇨가 없는 연구참여자만 대상으로 분석을 수행하였을 때에도, 명확하게 노동시간과 사구체여과율 간에 선형적으로 음의 관계가 관찰되어, 당뇨나 고혈압 이외의 기전에 의하여서도 장시간노동이 신장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론된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한계가 있다. 첫째, 연구설계의 단면적 특성으로 인해 노출과 건강영향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립할 수 없었다. 기존에 신장질환이 있었던 연구참여자는 증상 악화를 예방하기 위해 조사 이전에 노동시간을 단축했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장시간노동이 신장이 미치는 위험이 실제보다 과소 평가되었을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제기된 문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연구대상의 변화를 검토하는 경시적(longitudinal) 연구를 통해 검증될 필요가 있다.

둘째, 본 연구에서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자체의 정보부족으로 인해, 출생 시 저체중, 신장 질환의 가족력, 진통제 사용 또는 업무 스트레스와 같은 노동시간과 신장기능 간의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인의 영향을 충분히 감안할 수 없었다.

셋째, 만성신장질환의 정의에 따르면, 신장의 구조 또는 기능 이상이 적어도 3개월 동안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데이터가 한 시점에서만 수집 되었기 때문에 신장기능의 저하 사례를 만성신장질환 정의와 일치시킬 수 없었고, 급성 신장질환 환자가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우리가 아는 한, 노동시간과 신장기능의 관계를 조사한 첫 번째 연구이다. 또한 이 연구는 한국인 전체 인구집단에 대한 대표성을 가진 자료를 분석하였기 때문에 분석결과를 일반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노동시간을 가진 노동인구집단을 대상으로 분석하였기에 노동시간과 신장기능 간의 연관성을 평가할 수 있는 보다 나은 기회를 얻었다.

결론

이 연구는 긴 노동시간이 신장기능 감소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임상 진료현장과 노동정책에서 시급히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장시간노동이 만성신장질환의 잠재적 위험인자임을 인지하여, 노동자의 질병 예방 및 보상을 위한 근거마련에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본 연구결과는 <직업환경의학회지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에 발표되었다(Lee D, Lee J, Kim H, Jun K, Kang M. Long work hours and decreased glomerular filtration rate in the Korean working population.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 Published Online First: 23 June 2020. doi: 10.1136/oemed-2020-106428).

[연구리포트] 누가 노동자의 밤을 사는가?- 물류산업의 야간노동 / 2020. 07

[연구리포트] 

누가 노동자의 밤을 사는가?- 물류산업의 야간노동

전주희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312일 새벽배송을 하던 쿠팡 비정규직 배송노동자가 경기 안산의 빌라건물 4층과 5층 사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한달 전 쿠팡에 입사해 배송업무를 수행하던 중이었다. 쿠팡맨들의 노동조합(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은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동료의 죽음에 대해 새벽배송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노조는 3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쿠팡에는 고객을 위한 새벽배송 서비스는 있어도 배송하는 쿠팡맨을 위한 휴식과 안전은 없다새벽배송 중단과 노동자 휴식권 보장을 요구했다.

노동시간센터는 지난 63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의실에서 <야간노동 새벽배송의 위험과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정진영 쿠팡노조 지부장과 함께 물류산업의 야간노동의 문제점을 듣는 자리를 가졌다. 이와 더불어 한국노동연구원에서 2019년 수행한 연구 <서비스업 야간노동 : 인간중심의 분업구조를 위한 제언>를 요약한 노동리뷰(20205월호) 소비사회와 야간노동 : 법적검토’(박제성), ‘이윤추구형 야간노동 : 야간배송기사 사례’(박종식)의 글을 함께 검토하면서 신성장동력이라고 추앙받는 물류산업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야간노동의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쿠팡, 마켓컬리 : 로켓이 도달한 샛별배송

야간노동의 문제는 19세기 자본주의 여명기에서부터 줄곧 존재해왔고, 노동자와 자본 간 노동시간을 둘러싼 계급투쟁에서 가장 첨예한 사안 중의 하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간노동은 사라지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쇼핑의 확대와 함께 새롭게 재구조화되고 있는 물류산업 전반에 걸쳐 매우 새로운 형태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 야간 장시간 노동이라는 전통적인 형태 위에 플랫폼 기반의 파편적인 고용과 쪼개진 노동시간,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날그날 노동에 대한 지시가 매번 달라지는 노동방식은 노동자의 생명을 급격하게 소진시키고 있다.

단순 택배기사와 쿠팡맨의 노동이 다른 이유는 쿠팡으로 대표되는 대규모화되고 자동화된 유통산업이 단지 온라인으로 주문받은 상품을 CJ대한통운과 같은 택배업체에 위탁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 배송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물류와 전자상거래 산업의 융합된 산업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박종식).

전통적 택배기사들이 개인사업자 신분의 특수고용노동자라면 쿠팡의 경우 직접고용을 통해 감성배송이라는 전략을 택했다. 처음 쿠팡맨의 감성배송이 등장 했을 때 맘카페를 중심으로 쿠팡맨의 감동택배 이야기가 엄청나게 퍼져나갔다. 고객에게 문자 보내는 것은 기본이고, 편지 써주고, 그림 그려주고, 상자에 사탕 붙여주고 하는 쿠팡맨의 미담이 마케팅 전략으로 성공하게 되면서 쿠팡의 매출이 성장하게 된다. 이후 매출이 증가하면서 정규직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그리고 쿠팡 플렉서’(특고)로 고용형태가 다변화된다. 이는 감성배송을 넘어 로켓배송, 새벽배송이 도입되고 증가하는 것과 연동된다.

“(쿠팡 플렉서를 왜 만들었나?) 업무가 늘어나고, 당일 배송이 약속된 시스템이니까. ‘내일 도착 보장이라고 고객에게 무조건 문자가 간다. 뜬다. 당일 배송물량은 무조건 배송해야 한다. 만약 못하면 쿠팡 캐시로 1천원이든 보상을 해준다. 인력이 부족하니, 유연하게 배송을 진행할 수 있는 직종을 만든 거다.”(쿠팡노조 지부장)

박종식에 따르면 단지 빠르고 정확하게 배달하는 로켓배송에 더해 신선식품을 배송한다는 발상은 새벽배송의 확대와 이를 위한 자체적인 물류 설비와 유통망, 직접고용 형태의 배송기사와 같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중 마켓컬리는 정육, 채소 등 신선식품의 온라인 판매-유통-배송의 변화를 주도했다. 이후 이마트, 쿠팡 역시 신선식품 배송을 중심으로 자체적인 물류설비와 유통망을 구축하며 기존 택배업체들과 달리 배송기사들을 개인사업자와 직접고용을 혼재하여 활용하고 있다. 마켓컬리의 경우 배송기사 600여 명 중 510명 정도가 개인사업자이고, 나머지 90여명이 직접 고용한 직원이다. 마켓컬리에서 직접고용 배송기사를 활용하는 이유는 개인사업주 배송기사들에게 새벽배송을 매일 요구하기는 어렵고, 배송 공백 지역이 발생한 경우 직접고용 배송기사들의 투입이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처음 쿠팡에서 배송기사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 해서 언론에서 크게 보도된 바가 있지만, 마켓컬리나 쿠팡의 정규직들은 4대 보험에 가입된 것을 제외하면 일반 택배기사에 비해 월급이 적고 회사에서 지정해주는 지역과 업무량, 성과 관리 등에 대한 통제가 강하다는 점을 들어 정규직이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노동조건이 크게 개선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서 쿠팡이나 마켓컬리 정규직으로 입사하더라도 일반 택배기사로 다시 돌아가는 경우도 많으며, 특히 쿠팡이나 마켓컬리의 야간배송은 점차 물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인력은 그대로여서 노동강도가 가파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쿠팡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2015년에 비해 물량이 3.7배 증가했으나 임금이나 인력이 그대로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야간에 1인이 차량을 몰아 배송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고와 오배송의 부담이 큰 상황이라 정규직원들조차도 야간노동을 꺼리고 있다.

사측에서 중점에 두는 게 쿠팡맨 퇴직율이다. 퇴직율이 너무 높다. 상시모집을 해도 쿠팡이 채워지지 않는다. 쿠팡맨을 경혐해 본 사람은 다시 안 온다. 그래서 모집을 해도 사람이 오지 않는다. 두 번째는 사고율이다. 안타까운데, 단체 운전보험을 받아주는 회사가 없을 정도로 사고율이 심각하다. 우리 캠프만 해도 하루 4건 사고가 날 때도 있다. 쿠팡카가 사고로 다쳤냐 여부에 따라 급여가 갈린다. 최대 40만원까지 차감이 된다. 사고가 급여나 인사상 불이익이 있다. 자기가 조심해야 하는 건 맞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운전하면서 핸드폰을 안 볼 수가 없다. 회사는 운전하면서 핸드폰 보지 말아라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신입들 같은 경우는 한참 헤매니까 핸드폰을 안 볼 수 없다.”(쿠팡노조 지부장)

아래 <>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425일 야간배송 현황이다. 모든 배송완료시간과 배송간격이 모두 디지털화되어 있어서 배송기사들의 작업동선과 노동강도를 회사에서 매우 구체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다. 아래 <>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배송간격이다. 어떻게 저 시간 안에 배송하는 것이 가능한지 묻는 사람들에게, 쿠팡노조 지부장은, “그래서 뛰어 다닌다.”고 말할 뿐이다.

출처: <야간노동 새벽배송의 위험과 개선방안> 발표 자료 중

우리는 택배기사와 다르게 박스가 아니라 가구로 건수를 잡는다. 평균적으로 1시간에 20가구 정도. 160가구는 8시간 걸린다. 모자라는 시간은 뛰어야 한다.”(쿠팡노조 지부장)

배송기사들의 휴식은 어떻게 이뤄질까? 배송완료하면, 위의 <>처럼 배송간격과 배송완료시간이 나온다. “그런데 중간에 어떤 이유로든(차량 정체이든, 배송지연이든) 배송간격이 다른 경우보다 뜨면 사측은 휴게시간으로 간주하는 거예요.” 쿠팡이 빅데이터에 기반한 AI를 적극 활용하면서, 쿠팡맨들의 휴게시간은 <>와 같은 데이터로 간주될 뿐이다. 그러니까 쿠팡맨의 휴게시간은 데이터상의 시간 차로 간주된다.’

쿠팡의 배송방식도 매우 극단적인 방식으로 탄력적이다. 매번 정해진 구역을 한 사람이 맡아서 책임지는 택배기사와 달리 쿠팡은 매일의 배송지역이 달라진다. 전체적인 배송량과 배송인원을 AI(쿠팡맨들이 우스갯소리로 이름 붙인 쿠파고’)가 정해주며, 쿠팡맨들은 이 데이터에 근거해 매일의 근무지역이 달라진다. 쿠팡은 노동자가 가질 수 있는 업무숙련도에 따른 일의 효율을 포기하는 대신 데이터에 근거한 적기배송에 사활을 건다.

조장이 물량을 고려해서 사람들을 지정하는데, 현재 시스템(쿠파고)은 컴퓨터가 다 짜준다. 자기 마음대로 데이터가 축적하고 분석한 대로, 하루하루 다 노선이 다르다. 나는 양주캠프만 배송하는 게 아니라 타 캠프로 지원을 많이 간다. 강남은 쿠팡맨이 많이 없다. 그러다 보니 내가 당장에 어디 갈지 모른다. 데이터가 결정한 대로 간다.”(쿠팡지부 지부장)

새벽배송은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일까.

얼마 전, 마켓컬리의 샛별배송에 맛을 들인 친구를 나무랐더니, 도덕적 훈계만으로 시대의 흐름을 역행할 수 없다는 훈계를 들었다. 사람들은 더 편리하고 더 좋은 걸 욕망하고, 자본은 이러한 욕망을 놓치지 않고 상품으로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야간노동은 나쁘지만, 사람들의 욕망은 더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욕망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다. 욕망은 늘 만들어지며, 변화한다. 그것은 내 안에 있지도 않고 나에게 고유한 것도 아니다. 친구의 말대로 욕망은 자본주의적으로 생산되며 또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밖에 나가면 24시간 편의점이 있고, 24시간 술집과 밥집이 즐비한 사회에서 새벽배송 쯤 하나 더 추가된다고 해서 뭐 그렇게 더 나빠지겠냐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타인의 야간노동으로 신선한 상품을 집 앞에서 받는 소비자인 나는 그 시간만큼 어느 자본에 의해 더 많은 시간을 강탈당할까?

소비자로서의 우리가 더 싸고 더 좋은 물건을 더 빨리 살 수 있게 되면 될수록 판매자로서의 우리는 고객을 유지하고 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하여 더 힘든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근로자로서의 우리는 더욱 빨라진 생산과 판매의 박자에 맞추기 위해서 더욱 필사적인 삶을 견딜 수밖에 없다.”(박제성)

소비자로서 우리, 판매자로서 우리, 노동자로서 우리는 모두 24시간 흘러가는 물류와 그 흐름을 위해 필수적인 야간노동처럼, 자본의 흐름을 위해 야간에도 노동하며, 새벽에도 소비하고 덧붙여 데이터화 된 추가적인 노동 역시 제공한다.

야간노동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와 그 법적, 철학적 의미가 노동법에 단 한 줄도 없는 나라에서 새벽배송에 열광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우리들의 새벽을 FLEX하게 강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들의 밤을 폭력적으로 수탈하는 것을 그만두게 하기 위해 이런 내용이 노동법에 들어가야 한다. “야간근로는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의 보호를 위하여 예외적으로만 허용되어야 한다.”

[연구리포트] 한국 임금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자살 연구 / 2020.06

[연구리포트] 

 

 

한국 임금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자살 연구

 

 

이혜은 /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1. 연구 배경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은 이미 널리 알려진 문제이다. 1998 IMF 외환위기 직후 급증했던 한국의 자살률은  년간 잠시 주춤하는 지만 2011 OECD 국가들 평균의 3배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서서히 감소추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여전히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자살의 원인은 정신적 문제부터 경제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과로와 관련된 자살은 한국 사회에 알려진 노동자의 건강 문제 중 비교적 최근의 이슈이다.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의하면 2014-2018 5년 동안 336명의 노동자 자살에 대한 산재신청이 있었고 이 중 176명이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와 관련된 자살로 승인되었다1.  

과로와 자살의 연관성은 자살예방을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설립한 중앙심리부검센터에서 발표 심리부검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자살사망자 103명의 자료를 분석하여 발표한 보고서2에 의하면, 자살 경로에 기여하는 위험요인 중 업무부담(30건) 자살시도(36), 우울장애(32)에 이어  번째로 흔한 위험요인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직업 스트레스는 전체 자살자 68%가 겪은 문제였으며 28%에게는 최우선 스트레스로 작용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각각의 자살 사건들에서 과로 혹은 업무상 스트레스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렇다면, 개별 사례가 아닌 전체 노동자 집단에서 과로와 자살은 관련이 있을까? 기존 연구에서는 주당 노동시간 52시간 미만인 노동자에 비해 60시간 이상인 노동자들의 자살 생각 위험이  40%높았다고 말하고 있다3. 뿐만 아니라 장시간 노동은 우울증상에도 역시 영향을 미친다4는 점을 고려할 때 장시간 노동과 자살의 관련성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장시간 노동을 하는 노동자가 그렇지 않은 노동자에 비해 자살사망 위험이 높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고자 하였다. 

2. 연구 방법 

본 연구의 대상자는 2007-2015년의 국민건강영양조사의 참여자 중 주당 노동시간 15시간 이상의 18세 이상 임금근로자 14,484명이다. 이들의 자료와 통계청의 사망원인자료 연결되어 2016년까지의 사망여부, 사망일, 사망원인이 확인되었다. 이들의 노동시간은 35시간 미만, 35-44시간, 45-52시간, 52시간 초과의 네 집단으로 분류하였다. 

이를 통해 성별, 나이(2016년 기준), 가구소득, 직업분류, 주당노동시간에 따른 자살률 계산하였고 장시간 노동의 자살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 주당 노동시간 35-44시간인 집단을 기준으로 자살률을 비교하여 위험비(hazard ratio) 산출하였다. 이 때 혼란변수의 영향을 통제하기 위해 성별, 연령, 가구소득, 교육수준, 직업, 우울증상을 보정하였다.  

3. 연구 결과 

평균 5.2년간의 관찰기간 동안 14,484명 중 27명이 자살로 사망하였고 국민건강영양조사의 가중치를 적용하여 계산한 결과 10만명당 자살률은 32.5였다. 가구소득이 낮은 경우와 단순노무직인 경우 자살률이 확연히 높아 사회경제적 상태가 낮은 노동자에서 자살률이 높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보다 4배 이상 높았(그림 1). 

 주당 노동시간의 경우 35-44시간의 자살률은 10만명당 12.0명이었던 것에 비해 45-52시간의 경우 51.2명, 52시간 초과시 52.8명으로 4배 이상 높았다(그림 1). 여기에 성별, 연령, 가구소득, 교육수준, 직업, 우울증상을 보정한 자살에 대한 위험비는 주당노동시간 35-44시간인 집단 대비 45-52시간의 경우 3.89, 52시간 초과인 경우 3.74배로 높게 나타났(그림 2). 

4. 토의 및 결론 

본 연구 결과 주당노동시간 35-44시간인 노동자에 비해 노동시간이 길 경우 후 자살로 사망할 위험이 3배 이상 높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다만, 분석에 이용된 자살 사망자는 27명에 불과하여 연구결과는 다소 불안정할 수 있다. 특히 여성 노동자의 경우 본 연구데이터에서 확인된 자살 사망자가 5명에 불과하여 결과 해석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본 연구는 면접조사를 통해 해당 노동자의 노동시간이 조사된 후 최소 1년부터 최대 9년간 추적하여 자살 여부를 확인한 종단적 연구이자 한국 데이터를 사용한 연구로서는 처음으로 대표성 있는 노동인구집단에서 장시간 노동과 자살의 관련성을 밝혔다는 의의가 있다. 특히 우리는 장시간 노동의 자살에 대한 악영향이 주당 노동시간 60시간 이상과 같은 과도한 장시간 노동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표준노동시간을 벗어난 모든 장시간 노동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노동자 건강 보호를 위해 노동시간 단축의 노력이 극단적인 장시간 노동을 없애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되며 표준노동시간 수준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또한 노동자 자살의 업무관련성을 평가할 때 과도한 장시간 노동이 없더라도 표준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 역시 위험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한편, 노동시간은 현실에서 고용안정성, 급여 등 다른 여러 노동조건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요인이다. 그렇기에 다른 요인에 대한 고려 없는 단순한 노동시간 단축은 정책방향이 될 수 없다. 본 연구의 데이터에서도 가구소득 최하 4사분위층은 전체 대상자 평균의 3배 이상 높은 자살률을 보였다.  

따라서 노동시간 단축이 급여의 하락이 아닌 사회경제적 상태 개선과 함께 이루어질 때 유의미한 자살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장시간 노동의 자살 영향에 대한 본 연구 결과의 의미를 더 확장한다면 결국 전반적인 노동조건과 업무부담이 자살과 관련될 수 있다는 인식에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본 연구결과는 노르딕 직업안전보건협회 (Nordic Association of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에서 발행하는 <스칸디나비안 일, 환경, 건강 저널>에 발표되었다(Lee H-E, Kim I, Kim H-R, Kawachi I. Association of long working hours with accidents and suicide mortality in Korea. Scand J Work Environ Health – online first. doi:10.5271/sjweh.3890). 

 

 

그림 1. 연구대상자 특성에 따른 자살률 (사망자 수/10만명) 

 

 

그림 2 주당노동시간(35-44시간 기준)에 따른 자살 위험비  95% 신뢰구간 (연령, 성별, 가구소득, 교육수준, 직업, 우울증상 보정) 

 

[연구리포트] 노동시간에 관한 사회학 연구 동향 / 2020.05

노동시간에 관한 사회학 연구 동향

 

신희주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이 글에서 소개할 노동시간의 건강관련성을 다루는 논문들은 노동시간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이라 필자가 분류한 것들이다. 사실 노동시간은 배타적으로 사회학적 주제는 아니며, 다양한 사회과학과 의학·보건학적 주제이기도 할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현대 사회학의 수많은 연구 주제들이 실제로 경제학, 역사, 철학, 정치학 등 사회학보다 등장이 빨랐던 오래된 학문들에서 다루어 왔던 것들을 재구성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학문들은 학문 자체의 정통성을 유지하기보다는 변화된 요구에 맞는 학제 간(interdisciplinary) 접근 방식을 택하고 있다. 사회학 역시 인접학문과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별개의 영역이라 여겨지던 과학기술, 의료·건강 분야까지 학제 간 연구가 이루어진 지 오래되었다.

사회학을 학문으로 정착시키는데 선구적으로 기여한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 (Emile Durkheim)은 이미 130여 년 전에 우울과 자살이 정신병리학적이거나 심리적인 현상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요소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사회적 현상임을 강조하며, 사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자살의 현상을 사회적으로 연구하기도 했다. 따라서, 사회학은 어떤 면에서 보면 의학과 심리학의 영역과도 처음부터 밀접하게 교류하던 학문이었을 것이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세 편의 사회학적논문들은 노동시간을 구성하는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사회적 배경에 대한 고찰을 기반으로 노동시간이 개인의 건강, 그리고 그들이 속한 사회에 미치는 효과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제 간 연구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 논문들이 수록된 학술 저널들 (Social Science & Medicine,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 보건과 사회과학) 들의 제목들은 그 자체로 사회과학과 의·보건학을 접목하고 융합시키는 중요한 시도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얼마의 노동시간이 필요한가?

소개할 첫 번째 논문은 주당 근로시간의 단축: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얼마의 노동시간이 필요한가?(A shorter working week for everyone: How much paid work is needed for mental health and well-being?)이다.

이 논문은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일자리 없는 미래에 대해 갖는 불안감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오랫동안 영화나 소설의 소재로 쓰여 왔던 인공지능의 개념은 이제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하고 일상화되었으며, 노동의 공간까지 침투하여 비교적 단순한 형태의 직업뿐만 아니라 전문가의 직업까지 위협하는 불안정노동의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고 있다. 산업사회 이후에 늘 존재해왔던 불안감이었지만, AI의 발전은 광범위한 분야에서의 직업의 상실로 대규모 실업 사태를 야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시간 노동 대() 과소 노동 혹은 실업이라는 노동의 양극화라는 새로운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실업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사회적 소외, 음주, 흡연 등의 생활습관으로 인한 여러 가지 건강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수입의 감소나 부재로 인한 빈곤의 확대, 사회적 불평등과 관련된 요소이다. 이런 점에서 직업은 개인에게 수입을 보장해주는 명시적 기능 이외에도 시간을 일상적으로 구조화하고 체계적으로 보낼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직장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회적 접촉, 구성원들 간 공유된 목적의식, 노동자의 정체성 형성 등의 잠재적 기능 역시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 논문은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직업이 어떤 의미를 가지며, 보다 직접적으로는 일하는 사람들이 최상의 건강상태를 누리기 위해 어느 정도의 주당 노동시간이 필요한지를 규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영국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본 논문의 몇 가지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실업 상태였거나 비경제활동상태였다가 고용상태가 된 사람들이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근로시간은 주당 1~8시간, 즉 일단 고용되어 일주일에 한 시간 이상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2) 삶의 만족도는 주당 8시간 근무까지 지속적으로 증가를 하지만, 8시간 이상의 근무는 특별히 삶의 만족도와 관련이 없다, 3) 이전에 실업이었거나 비경제활동상태였다가 고용된 여성들은 20시간 이상 일할 때 높은 삶의 만족도를 나타낸다.

2, 3번의 결과에 대해 저자는 개인의 삶의 만족도가 단순히 일자리 여부나 높은 수준의 임금과 단선적으로 연관되는 것이 아니라, 수당 등의 사회복지 체계가 그들의 노동조건과 어떻게 맞물리는지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 해석한다. , 연령이나 가족구성에 따라 결정되는 노동시간에 대한 수당(benefits) 수입이 노동시간 만족도를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논문은 야심차게 던진 삶의 만족도와 정신적 건강을 최대한 누릴 수 있는 적정 노동시간은 얼마인가?”라는 질문에는 일관된 결과를 확보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몇 가지 결과들로부터 삶의 질의 향상과 심리적 부담을 가장 적게 느끼는 노동시간은 주당 8시간이라는 추론을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들은 정상적 풀타임 노동시간이라 여겨지는 40시간 노동이 정말 정상적인가라는 상당히 공격적 문제를 던지는 한편, 노동자들의 정신건강과 사회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장기 휴가 후 단시간 노동하는 업무로의 복귀 등의 혁신적 정책 또한 실험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도 제시한다.

 

병원노동자의 일·삶 균형을 위한 근무시간 변화

두 번째 논문은 근무 시간의 변화가 교대제 근무를 하는 병원 노동자들의 일-생활 갈등에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가?(Are changes in objective working hour characteristics associated with changes in work-life conflict among hospital employees working shifts? A 7-year follow-up)인데, 이 논문은 핀란드의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서베이를 이용한 병원 근무자들의 일-생활 균형에 관한 연구다.

우리 사회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워라밸의 대조적인 개념인 일-생활 갈등(work-life conflict)은 노동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저해하는 가장 큰 심리사회적 위험요소로 꼽히는데, 그 중에서도 일과 가족생활 간의 불균형이 가장 대표적인 일-생활 갈등일 것이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사람들(특히 여성들)의 경우 자녀 양육 문제는 노동시간의 문제와 중첩되어 이중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갈등은 그들의 삶의 질을 낮추고, 직업 스트레스, 수면장애, 우울증, 병가의 가능성을 높이며, 사회적으로는 생산성을 저해하여 고비용을 발생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생활 갈등을 발생시키는 노동시간 형태는 교대제 이외에도 장시간 노동, 야간노동이나 주말노동 등과 같은 비표준화된 근로시간, 혹은 비상 대기업무 (on-call) 등이라 할 수 있다.

이 연구의 결과들은 비표준적 노동시간의 영향성을 연구한 다른 논문들과 대체적으로 일관된 내용을 보여주는데, 우선 교대제의 경우 오후(evening)근무나 야간(night)근무 비율이 증가할수록 일-생활 갈등이 더 빈번하게 나타나며, 주말 근무가 빈번해질수록 역시 갈등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근무를 끝낸 지 11시간 이내의 업무 복귀를 뜻하는 급속복귀(quick return)48시간 이상의 장시간 근무 역시 교대제 밤 근무와 마찬가지로 부정적 건강 영향성을 갖는다.

우리 사회에서도 병원은 사회적 요구에 의해 경찰, 소방서 등과 함께 교대제 노동이 필요한 곳이라 인식된다. 그러나 공공서비스 분야라 하더라도 야간노동은 신체리듬을 교란시켜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끼치고, 가족생활이나 사회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따라서, 야간노동의 환경 개선, 인력과 예산의 충분한 확보, 그에 따른 합리적 근무 스케줄의 구성 등을 통해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들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시간 불일치와 노동자 건강

세 번째 논문은 보건사회연구에 게재된 노동시간 불일치와 근로자의 건강과의 관계 분석이다. 노동시간 불일치는 기본적으로 노동자가 선호하는 노동시간과 실제 노동시간이 차이가 나는 것을 뜻하며, 이러한 불일치의 발생 원인은 장기계약, 일자리 불안, 규제, 정보의 비대칭성, 소득불평등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의 경우, 임금 노동자들의 실제 노동시간은 46.5시간이며, 선호 노동시간은 45시간가량으로 원하는 시간보다 1~2시간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노동자들의 28.5% 가 과잉노동을 그리고 과소노동을 하는 비율은 11.4% 수준인 것으로 나타난다.

노동시간이 사용자와 노동자들 간의 동등한 교환관계에 의해 성립하는 것이라는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전제와는 달리, 노동력을 판매하여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실제로는 노동시간을 선택의 자유가 거의 없기에 개인이 원하는 시간보다 적은 시간 혹은 많은 시간 일을 하게 된다.

노동자들은 작업량이 많거나 노동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때, 고용상태가 불안하고 작업성과에 대한 압력이 증가할 때 장시간 노동을 하게 되고 이는 노동자 개인의 건강과 생활뿐만 아니라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편, 과소 노동은 비정규 및 시간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저임금, 직업 안정성의 저하, 삶의 예측 불가능성 등으로 인해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많은 경우 우울 등의 정신적 문제를 겪으며 알콜 의존성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연구의 목적은 한국에서의 노동시간 불일치와 노동자 건강 간의 관계를 분석하여 노동시간 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주당 44~49시간보다 적게 일하거나 많이 일하는 경우 모두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으며, 특히 자신이 선호하는 노동시간보다 실제 노동시간이 적어지거나 많아지는 경우 모두 부정적 건강영향을 띤다. 초과노동의 경우에는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력의 설명과 맥락이 일치한다. 과소노동의 경우에는 실제 노동시간은 짧지만, 그만큼 원하는 임금 수준에 도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삶의 만족도가 낮아지게 되고, 나쁜 습관(알콜, 흡연, 신체활동의 제한 등)에 의한 건강 악화를 경험할 가능성이 많다는 설명이 흥미롭다.

과소노동과 과잉노동에 대한 연령효과도 주목할만하다. 주로 가정을 가진 연령대인 30, 40대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과잉노동에 대해 수용적인데, 이는 승진 등의 고용상 보상동기가 강해 금전적 보상이 없어도 장시간 노동을 수용하는 경향이 나타나며, 보상이 있는 경우 장시간 노동과 건강 간의 부정적 관계는 완화된다는 것이다.

 

노동시간연구가 더 활발히 이뤄지길

누구에게나 시간은 늘리거나 줄일 수 없는 제한된 자원이며 삶 자체이다. 노동시간은 근본적으로 인간들이 자신들의 삶을 구성하는 데에서 자신의 욕구와 사회적 필요에 의해 노동하는 사람 스스로에 의해 자율적으로 배분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사회관계 속에서 규정되는 노동시간에 의해 삶의 위협을 받는 사람들은 바로 그 삶의 위협 때문에 노동하게 되는 노동자일 수밖에 없다. 노동시간에 대한 학제 간 연구들이 더욱 활성화되어 노동시간과 삶의 질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도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논의할 수 있길 바란다.

[연구리포트] 노동시간 연구동향 살펴보기 – 건강영향을 중심으로 / 2020.04

노동시간 연구동향 살펴보기 건강영향을 중심으로

 

김형렬 노동시간센터 센터장

 

노동시간센터에서는 노동시간 관련 연구, 정책, 언론 동향에 대해 일터에 싣고자 합니다. 연구 분야는 의학분야와 사회학 분야를 나누어 각 분야별로 3~4개월에 1회씩 노동시간 관련 동향을 다루게 됩니다. 이번 4월호에서는 노동시간과 건강을 주제로 다룬 최근의 의학 분야 연구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노동시간과 건강의 문제를 다룬 연구는 장시간 노동이나 교대근무가 건강에 나쁘다는 우리의 직관을 확인하게 하고,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는 근거가 됩니다. 모든 연구가 그렇듯 노동시간 관련 연구에서도 우리의 현실을 왜곡하고 잘못 해석한 연구들이 잘못된 정책에 활용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연구가 실천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연구를 위한 연구에 머무르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됩니다. 노동시간센터에서는 실천연구, 현장연구를 수행하고, 연구결과를 사회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연구 동향을 공유하는 것은 연구결과의 사회화를 위한 작업 중 하나입니다.

노동시간과 건강문제를 다룬 연구들은 노동시간의 어떤 요소를 다루느냐, 노동시간과 어떤 건강영향의 문제를 다루느냐, 어느 집단의 문제를 다루느냐, 연구방법이 타당한지,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연구인지 등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동시간은 주로 노동시간의 길이를 중심으로 장시간 노동을 일정하게 정의하고, 이의 영향을 분석합니다. 그러나 어느 시간에 일하느냐의 문제, 즉 교대제와 야간노동의 영향을 다루는 것도 노동시간 연구에서 중요합니다. 쉽지는 않지만 노동시간의 밀도를 다루는 노동강도의 문제나 직무스트레스와 같은 노동의 질적요소 등도 노동시간을 다룰 때 노동시간의 주요한 요소로 정의하거나 고려하게 됩니다.

노동시간의 건강영향은 그동안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 뇌심혈관계질환을 중심으로 많이 다뤄졌는데, 최근에는 암발생이나 악화, 유산이나 불임과 같은 생식독성, 간 질환에 대해서도 다뤄지고, 문제음주나 흡연, 약물중독과 같은 건강행태, 결근이나 프리젠티즘과 같은 생산성의 문제를 다루는 연구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산업구조, 기술의 변화를 반영하여 과거 제조업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연구들이 최근 들어 서비스, IT, 공공영역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노동시간 연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단순 설문조사로 현재 노동시간과 건강문제를 질문하는 연구도 있고, 노동시간의 구체적인 요소를 변수로 만들어 연구를 진행하기도 하고, 건강 문제를 증상만 다루기도 하고, 객관적인 질병을 확인하여 노동시간과 관련성을 보기도 합니다. 장기간 관찰하며 건강문제를 다루기도 하고, 면접을 통해 노동시간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건강에 영향을 주는지 밝히기도 합니다. 더 좋은 자료를 만들어 진행하는 연구가 더 좋은 연구가 되겠지만, 자료 접근이 어려운 경우도 많고, 우리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연구는 연구비를 지급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적거나 감추고 싶은 연구이기도 해서, 좋은 자료를 확보할만한 시간과 돈, 접근의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비를 누가 냈고, 연구자가 누구이고, 자료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연구가 진행된 맥락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노동시간과 건강문제를 다룬 대표적인 학술지는 영국에서 발간하는 직업환경의학(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 북유럽직업보건학회에서 발간하는 스칸디나비아 직업환경보건 학술지(Scandinavian Journal of Work, Environment & Health), 일본에서 발간하는 직업보건학술지(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그리고 우리나라 직업환경의학회에서 발행하는 대한직업환경의학회지(Annals of Occupatioanl and Environmental Medicine)가 있습니다. 모두 영문으로 작성되어 있고, 유료로 구매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국내 학술지도 영문으로 작성하고 있어 아쉬움이 많습니다. 필자는 많은 학술지 중에 영국과 북유럽, 한국에서 발간한 학술지를 중심으로 최근 6개월 동안 노동시간을 다룬 연구들을 살펴보았고, 이번 글에서는 5개의 연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출퇴근 시간과 건강관련 행태연구

첫 번째 소개하고자 하는 연구는 영국에서 발간한 직업환경의학 학술지에 실린 출퇴근 시간과 건강관련 행태(Commuting time to work and behaviour-related health: a fixed-effect analysis).” 입니다. 스웨덴에서 진행된 연구로 통근시간이 길어지는 것과 신체활동의 감소, 수면장애, 문제 음주 등이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신체활동의 감소는 비만, 심혈관계질환으로 연결될 수 있는 문제여서 최근 장시간노동과 심혈관계질환의 관련성을 설명할 때 자주 활용하는 중간단계의 건강지표입니다.

이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노동시간을 단지 일하는 시간으로 한정하지 않고, 비록 출퇴근 시간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부분적으로 삶의 영역으로 노동시간의 개념을 넓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출퇴근 시간은 노동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노동시간의 영역으로 정의할 수도 있고, 혹은 노동시간의 영역에 포함하지 않더라도 삶의 영역은 노동시간에 영향을 받는 시간입니다. 또한 거주하는 장소와 직장의 거리는 노동자의 사회경제적 위치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이야기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연구를 한국에 적용해 본다면, 일단 도시, 농촌의 결과가 좀 다를 듯합니다. 워낙 장시간 노동을 하는 우리나라에서 출퇴근 시간의 영향은 미미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장시간 노동과 사고, 자살의 관련성

두 번째 소개할 연구는 북유럽 저널에 실린 한국에서 장시간노동과 사고, 자살의 관련성, Association of long working hours with accidents and suicide mortality in Korea”.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으로 활동하시는 이혜은 선생님이 1저자로 쓰신 논문입니다. 우리나라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통계청 사망자료와 연계해서 분석한 논문으로 노동시간과 사고, 자살에 의한 사망의 관련성을 밝힌 연구입니다. 45~52시간 근무자가 35~44시간 근무자에 비하여 자살 위험이 3.89, 52시간 초과 근무자는 3.74배로 높게 나왔고, 연령, , 소득수준, 교육수준, 직업, 우울증상이 동일하다고 통계적으로 보정한 이후의 결과입니다.

장시간 노동이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는 비교적 다수 있었지만, 자살과 관련이 높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확인해준 연구는 매우 드물고, 통계청 사망자료와 같이 객관적인 자료를 이용하였고, 단면 연구가 아닌 시간을 두고 관찰한 연구라는 점에서 매우 확정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만큼 장시간 노동을 많이 하는 나라가 드물고, 자살의 발생이 높은 나라에서 진행할 수 있는 연구였습니다. 산재보상에서 근거로 제시되어야 할 논문이지만, 무엇보다 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의 중요한 근거로 활용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연속 야간근무가 수면에 미치는 영향

세 번째 소개할 연구는 앞서 논문과 같이 북유럽 학술지에 실린 덴마크 연구로, “연속적인 야간근무 횟수가 수면시간과 수면의 질에 미치는 효과(The effects of the number of consecutive night shifts on sleep duration and quality).” 입니다. 경찰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인데, 야간노동을 연속해서 할 때, 어느 정도로 연속해서 근무하면 수면 시간과 수면의 질이 나빠질 수 있는지에 관한 연구였습니다. 야간 노동을 안 할 수 있으면 좋고, 불필요한 야간 노동을 줄이는 노력이 먼저여야 하지만 경찰서, 소방서, 병원 등 공공영역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일부는 불가피하게 야간노동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야간노동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건강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생깁니다.

한노보연에서는 좋은 교대제는 없다라는 책을 발간한 적이 있습니다. 정말 좋은 교대제란 없습니다. 심지어 공공영역에서도 불가피한 야간 노동이라는 말은 너무 쉽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24시간 생산하고 소비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자본주의는 24시간 공공서비스의 필요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연속해서 수행하는 야간노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수면시간과 질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좋은 교대제란 없습니다.

 

노동시간과 탈모의 관련성

네 번째로 소개할 연구는 대한직업환경의학회지에 실린 노동시간과 탈모약 복용의 관련성(Relationship between working hours and probability to take alopecia medicine among Korean male workers: a 4-year follow-up study).” 입니다. 우리가 수행하는 건강검진 자료를 이용하여 노동시간과 탈모 간의 시간적 선후 관계를 반영한 연구입니다. 연구 결과, 노동시간이 긴 집단에서 탈모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뚜렷이 높았습니다. 탈모가 있는 것과 탈모약을 복용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장시간 노동이 탈모와 관련이 있다고 해석하는 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장시간 노동의 영향이 매우 다양하게 검토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입니다.

 

장시간 노동과 결혼상태 변화의 관련성

마지막으로 소개할 연구는 역시 국내에서 발간한 학술지에 실린 연구입니다. 제목은 장시간노동과 결혼상태 변화의 관련성, The association between long working hours and marital status change: middle-aged and educated Korean in 20142015”. 여성의 노동시간이 60시간 이상이면 40시간 이하인 경우보다 이혼, 별거의 가능성이 4.26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이 연구에서 특징적인 결과는 남성의 노동시간은 결혼상태 변화와 관련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렇듯 노동시간의 영향은 직접적인 건강영향뿐 아니라 사회적 건강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사회적 건강을 매개로 건강행태, 건강문제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또한 노동시간의 영향이 젠더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특징도 확인됩니다. 노동시간의 문제는 우리나라 가정에서 고정화되어 있는 성역할, 양육의 책임 등의 문제와 긴밀한 관계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국내에서 노동시간과 건강영향에 대한 연구들은 국내자료를 이용한 연구가 증가하고 있고, 심혈관계질환이나 우울증을 넘어 탈모, 수면 등 다양한 건강영향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건강행태, 사회적 건강 등을 연구주제로 삼기도 하고, 노동시간의 길이뿐 아니라 야간노동의 주제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현실에 반영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입니다.

 

[연구리포트] 지방자치단체 노동안전보건정책 현황과 과제 / 2020.01

지방자치단체 노동안전보건정책 현황과 과제

 

류현철 소장, 직업환경의학전문의 / 선전위원회 편집

 

지자체와 교육청은 그 장이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상의 사업주로서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하며, 더불어서 관내의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안전보건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원업무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지역사회 내에서 노동안전보건, 지역안전 의제에 대한 요구도 점차 높아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각 지자체가 지방 행정 전반에 노동자들의 생명권, 건강권의 관점을 도입하고 노동안전보건과 지역안전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이행전략을 내오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종합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노동안전보건행정 실태조사 결과 : 기구·조직, 조례 등

현재 지자체 수준에서 노동안전보건 행정과 관련한 제도 마련은 매우 미흡한 상황으로 평가된다. 가장 기본적인 단계로서 노동안전보건조례가 제정된 곳은 경기와 경남밖에 없으며, 실제적인 지자체의 노동안전보건 행정을 담당하는 직제가 편성된 곳도 서울과 경기에 불과하다. 경기의 경우에는 노동안전보건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있어 형식과 내용적으로 가장 진전된 지자체이다. 서울은 노동안전보건 조례가 제정되지 않은 반면, 전담부서와 산업노동안전 외부전문가 자문회의를 통해 지자체 산업안전보건 정책을 수립해가고 있다. 경남은 조례가 제정되어 있으며, 전담부서는 아니지만 일자리 경제국 노동정책과에서 산재 예방 업무의 일정 부분을 주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산의 경우 전담부서는 없으나 인권노동정책담당관이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노동안전보건 관련 조례는 아직 제정되지 않았으나 노동자 권익보호 및 증진을 위한 조례에 따라 설립된 노동권익위원회에서 관련 주제를 상당부분 다루고 있고 노동안전보건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 경기, 서울, 경남, 부산을 제외하고는 지자체의 독자적인 역할과 정책 기능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감정노동자 보호 관련 정책 현황

감정노동과 관련해 조례의 적용대상은 사용자의 적용범위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서울, 광주, 전북, 전남은 사용자와 더불어서 도와 공사, 용역 기타 유사한 계약을 체결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법인 및 개인계약 사용자로 정의하고 조례의 적용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서울과 광주시는 지자체장이 감정노동자를 위한 노동환경개선계획, 실태조사, 권리보장교육, 실태조사 결과 필요시 경영평가 반영, 가이드라인과 모범 매뉴얼을 배포하도록 하고 있으며, 두 지자체의 조례가 감정노동자 보호 관련 조례의 대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외의 지자체는 다소 차이는 있으나 보호 계획의 수립 이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대부분 의무로 규정하기보다는 수행할 수 있는 권능의 부여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적극적인 정책 실현의지를 확인하기 어렵다. 서울, 부산, 광주, 대전, 경기, 경남의 조례는 감정노동자를 지원 및 보호를 위한 위원회와 사업을 수행할 센터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강원과 전남은 지원센터, 전북은 위원회에 대해서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 광주, 대전의 경우에는 실태조사의 결과를 기관평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광역지자체별로 감정노동자 보호 관련한 조례의 이행수준에 편차가 높게 나타났다. 서울, 광주, 경기는 조례에서 규정한 감정노동자 종합계획을 수립하였다. 서울시는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위원회를 운영하고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 종합계획 수립, 감정노동보호 가이드라인 배포 시행, ‘서울시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센터개소 등 이행수준도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 역시 경기도 감정노동자 보호 및 건전한 근로문화 조성계획수립, ‘경기도 감정노동자권리보장 위원회개최, 여성 감정노동자 지원 프로그램운영, 감정노동자 권리보호 및 치유 전문 인력 양성 워크숍을 개최하였다. 광주는 광주시 감정노동자의 권리보호와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감정노동자 보호 종합계획수립, 감정노동자 보호 가이드라인 배포, ‘광주시 감정노동자 보호위원회개최, 공공부문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힐링 교육 등 지자체 차원의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외의 지역에서의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지자체의 구체적 활동은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화학물질 안전관리 및 지역사회 알권리 관련 조례제정 현황

지자체별로 화학물질 안전과 지역사회 알권리와 관련된 조례는 2019831일을 기준으로 광역 12, 기초 35개 총 47개 지자체 (/구 조례 7개 포함)에서 제정되어 있다. 조례에서 규정하는 화학물질 안전관리계획의 실제적인 수립 현황과 내용적 검토, 화학물질 안전관리 위원회의 구성 및 실제적 운영여부에 대한 사항들에 대해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광역 : 경기, 충북, 인천, 전북, 부산, 광주, 전남, 울산, 경남, 충남, 강원, 대전

기초 : 군산, 양산, 광주광산구, 수원, 전남해남군, 여수, 평택, 영주, 청주, 나주, 포함, 울산남구, 성남, 파주, 구미, 의정부, 동두천, 익산, 창원, 경기도연천군, 김포, 서산, 아산, 충남태안군, 천안, 김해, 안산, 인천서구, 안양, 양주, 울산동구, 화성, 하남, 전주, 군포

 

지자체의 사업주로서의 의무 준수 현황

지자체장이 가지는 산안법상 사업주의 의무 준수 여부에 있어서는 서울과 강원, 충남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자체가 산안법상 공공행정 업무로 분류되지 아니하는 소속 노동자들의 현황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서울시와 강원도의 경우 산안법상 법적용 대상 인원과 안전보건관리체제, 산보위 운영현황에 대한 파악과 관리가 비교적 일목요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전, 세종, 충남의 경우에는 일부 산하기관에 안전/보건관리자를 전문기관에 위탁하고 산보위를 개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외 지자체에서는 지자체 및 산하 기관에 산안법 적용대상에 대한 파악이 미진하거나 혹은 법 규정에 대한 몰이해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산안법상 사업주로서의 의무 이행 수준이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안전보건관련 조례가 제정되어 있고 노동안전보건을 담당하는 전담 조직이 지자체 행정조직 내에 존재하고 조례에 따른 안전보건과 관련한 위원회와 지원센터를 운영 지원하는 자기 완결적인 안전보건 관리 시스템을 모두 갖춘 지자체는 한 군데도 없었다. 전반적으로 지자체가 지역의 노동안전보건 및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성과 역할을 분명히 규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 중에서는 서울이 노동안전보건 관련 조례는 제정하지 않은 상태이나 가장 먼저 노동안전보건과 관련한 직제를 설치하고 사업주로서의 의무이행에 대해서 파악하여 대응하고 있으며, 감정노동자의 보호에 있어서도 조례의 구성이나 이행수준도 높았다. 경기는 노동안전보건 조례를 가장 먼저 제정하고 노동안전보건 행정 전담 조직을 설치하였으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노동자 건강증진 조례를 통해서 소규모 사업장이나 관리 사각지대 노동자들의 직업건강 및 보건관리에 산하 의료원이나 관련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경남의 경우 최근 노동안전보건 조례를 제정하고 조직과 내용을 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전반적으로 노동안전보건과 관련한 지자체의 역할은 충분하지 않았으며 특히 사업주로서의 의무이행 부분이 미진하였다.

결론 및 제언

현행 법률상 산업안전보건 관련 정책은 기본적으로 조례 제정의 대상이라고 할 수 없는 국가사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산안법에서는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방법, 사업 수행에 필요한 재원 등에 관하여 직접 규정하고 있으면서 국가, 지자체, 공기업, 사업주 및 근로자 등에 대하여 해당 법과 같은 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따르도록 할 뿐, 조례로 이와 달리 정하거나 조례로 구체적인 사항을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은 부족하며, 경영상의 부담을 이유로 산재 위험이 가장 큰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산안법상의 규제는 느슨하고, 안전보건공단을 통한 지원책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고용구조 왜곡이 심화되면서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이 증가하고 있고, 이동 노동, 방문 서비스 노동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고용형태는 기존 산안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으며. 개별 사업주 차원에서의 예방 의무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자체가 적극적인 주체로 나서 지자체 내의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이 장기적이고 연속적으로 진행되도록 지원하고 산안법으로 포괄하여 보호하기 어려운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보건 관리의 역할을 자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자체가 동원할 수 있는 지역 내 자원들을 활용하고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가용한 행정력을 동원해야 한다. 지자체가 적극적인 주체로 나서 지자체 내의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이 장기적이고 연속적으로 진행되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의 관점으로 지자체의 정책을 풀어가는 전담부서가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 스스로 사용자이며 발주처로서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지자체에는 공무원 노동자를 비롯하여 지자체가 직접 고용, 위탁 도급 고용을 한 노동자, 지자체 산하 출연기관의 노동자들이 있다. 지자체가 건설공사 및 각종 서비스 용역을 발주하고 있고 지자체의 의회는 교육청 예산에도 관여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는 산안법을 준수해야 할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 2020년부터 시행되는 산안법은 사용자로서 안전조치, 보건조치는 물론이고 지자체 현업 노동자에 대해 안전교육, 안전보건관리자 선임, 산보위 구성을 법적으로 강제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지자체가 산업안전보건법상 공공행정 업무로 분류되지 아니하는 소속 노동자들의 현황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산안법 적용대상별 노동자들의 현황이 파악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안전보건체제와 안전보건교육이 제대로 지켜지는 것이 불가능하다.

개정 산안법은 건설공사의 발주자로서의 책임도 전면 강제되고 이 조항은 당연히 지자체에도 적용된다. 지자체가 발주하는 건설공사에서도 공사계획, 설계, 시공하는 전 단계에서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가 반영하도록 의무가 부여된다. 또 폐기물 관리법 개정으로 환경미화 노동자에 대한 안전조치 의무도 지자체에 부여된다.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선 법에 한정되어있는 적용대상을 더욱 확대하고 지자체의 특성에 맞는 적극적인 조치와 사업이 진행되도록 조례를 제/개정함으로써 실제적 이행이 담보되어야 한다.

사업장의 안전은 노동자의 안전이자 시민의 안전이기도 하다. 시민의 안전과 밀착되어 있는 화학물질 사고 등과 관련된 지역 안전은 노동부와 산안법으로만 해결되기 어렵다. 책임소재, 관할이 누구인가를 따지면서 사고조사도, 재발방지도 방치해 왔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지역의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는 지자체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조례제정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특히, 영업허가 및 영업정지에 직접 권한을 갖고 있는 지자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각 지자체의 노동안전보건과 관련한 조례의 제/개정과 이와 관련한 업무를 수행한 지자체 내의 직제 구성, 조례에 기반한 위원회와 센터의 구성과 운영에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불어서 기존의 노동안전보건 분야의 거버넌스를 통해 성과를 이뤄낸 의미 있는 사례들에 대해서 함께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연구리포트] 고 문중원 기수죽음과 관련한 마사회 구조와 실태조사 보고서 / 2020.03

고 문중원 기수죽음과 관련한 마사회 구조와 실태조사 보고서1)

선전위원회 편집

기수의 안전보건 실태: 산업재해와 산재은폐 현황

3,404. 고 문중원 기수가 남긴 15년간의 통산전적 기록이다. 기수는 살아있는 말을 타고 일정한 거리(경주로)를 달려, 가장 빨리 결승선에 도달하기 위해 경쟁한다. 체격이 크고, 예민하고, 행동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말을 다뤄야 하는 기수는 일반 노동자에 비해 상상을 초월한 재해율을 보인다.2) 2018년 기수 재해율은 72.7%로 전체 노동자 재해율 0.54%에 비해 무려 135배에 달한다. 같은 업종인 말 관리사의 재해율(201818.6%)3)과 비교해 보아도 4배 가까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기수는 상시적으로 높은 재해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모든 책임을 떠안는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안전보건관리체계에서 위험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고 문중원 기수의 유서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기수들에게 부상은 일상생활이다. 그러나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기 때문에 재해가 발생해도 보고조차 되지 않고, 민간재해보험을 받으려면 기승계약을 해지해야 하는 등의 불이익으로 인해 1~2주 정도의 부상은 치료받지도 못한다. 기수보다 재해율이 현저히 낮다고 하는 말 관리사의 경우도 2017113, 2018162, 2019161건에 달하는 산재가 있었지만, 마사회는 각각 18, 17, 23건을 신고하는 데 그쳐 미보고율이 84% 이상으로 나타났다. 마사대부 평가에 산재율이 포함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산재 신청을 막거나 분위기상 공상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마사회의 산재은폐현황은 2015~20173년간 산재 보고 의무를 위반한 우리나라 전체 사업장 중 1위가 서울경마장조교사협회(50), 3위가 한국마사회부산경남경마본부(12)인 것에서 잘 드러난다.

재해의 원인 : 보장되지 않는 기승거부권

개인사업자신분으로서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며, 동시에 조교사와의 계약 및 지시가 없으면 말을 탈 수 없는 기수들에게는 작업중지권, 즉 기승거부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는 기수들을 위험한 일터로 내모는 원인이 된다. 기수들은 보통 본인이나 말의 상태가 경주에 적합하지 않을 때에도 마주나 조교사가 경주 참여를 강요하면 현실적으로 이를 거부할 수 없으며, 이것은 종종 사고로 이어진다. 또한 태풍이나 우천 등 경주하기 위험한 상황에서 경마를 진행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기수들은 목소리를 낼 수 없다. 경마 경주를 지휘하고 시행하는 마사회에서는 기수의 안전은 도외시한 채 한 차례라도 경기를 더 해서 수익을 높이려고 할 뿐이다.

이렇듯 기수는 말 상태에 따라 가장 큰 안전상의 부담을 안고 있는 사람이지만 정작 말 상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받지 못한다. 마방마다 계약을 맺어야만 말을 탈 수 있는 기수 계약의 특징과는 달리, 조교사나 마주는 반드시 마방 소속 기수에게 기승을 맡기지 않을 수 있다. 기수들은 본인들의 이런 처지를 대리기사에 비유했다. 기수들이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본인이 경주할 말의 상태를 잘 아는 것일 텐데도 기수들은 본인의 위험을 인지할 수 있는 알 권리를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위험을 키우는 구조

1) 기승거부권이 없는 고용계약구조

기수들이 가장 기본적인 안전상의 문제를 가지고도 기승을 거부할 수 없는 것은 조교사와 기수 사이의 종속적인 계약 관계 마사회의 경마 시행 결정과정에 기수들이 아무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구조 때문이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기수들이 조교사와의 관계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기승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표준 기승 계약서에 경주 기승 및 조교 보조를 거부 할 수 있는 조항과 부당한 지시를 거부했을 때의 불이익 금지 조항이 함께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기수의 기승기회는 아무런 제한없이 조교사의 재량에 의해 부여되고 있고 이러한 상황에서 조교사가 기수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불이익 처분이 기승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방의 계약 기수가 그 마방의 출전 중 정해진 비율 이상 기승할 수 있는 권리라든지, 모든 기수가 연간 출전해야 하는 최소 경기 수를 정하고 이를 마사회 각 경마공원이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함께 도입되어야 한다.

더불어, 현재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경주 제외, 출발 제외, 마체 검사, 조교 상태 심사 조항이 실효를 가질 수 있도록 경마 시행 규정의 개정도 필요하다. 현재 경주 제외와 출발 제외는 심판위원만 결정하도록 되어 있지만, 말의 상태, 경주 환경(악천후 등), 부당하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작전지시 등이 있는 경우 앞서 말한 기수의 기승거부권과 이로 인한 불이익 금지 조항이 필요하다. , 마체 검사 및 조교 상태 심사에서 조교에 참여한 기수 및 말 관리사의 의견을 반드시 참조하도록 하는 조항도 필요하다. 결국 이런 조항들은 전체적으로 경마 경기 운영 과정에서 기수와 말 관리사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일하는 사람이 본인의 안전과 건강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일터에서 안전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2) 치료받을 권리의 배제

개인사업자인 기수는 재해가 발생하면 본인이 책임을 진다. 본인이 낸 보험금으로 마사회에서 단체로 상해보험을 가입하고, 재해를 입었을 때 일정한 금액의 최저 생계비와 치료비를 보장받게 된다. 반면 산재보험은 사업주가 전액 보험료를 납부하여 과실의 유무와 상관없이 보장받는 사회보험의 성격이 강하다. 기수의 재해는 대부분 기승과정에서 발생하는데 앞서 말한 기승거부권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고의 위험이 클 수밖에 없고, 이는 말을 선택할 수 없는 하위권 기수에게 재해가 더 빈번히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재해로 인한 치료기간은 다음 기승계약에 악영향을 미친다. 기승과 조교의 횟수가 조교사의 권한으로 결정되고 기수간의 경쟁을 치열하게 부추기는 환경에서 다친 기수의 병가는 다른 기수의 기승기회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생계를 위해 충분히 치료받지 못하고 다시 일을 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2019년 산재보험 적용범위 확대로, 음식점업, 도소매업 등 1인 자영업자와 지게차, 덤프트럭 특수형태고용종사자도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게 되었다. 재해위험이 현저하게 높은 기수들 또한 충분히 치료받을 권리를 위해 산재보험 적용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재해보험에 대한 부담을 조교사와 공동 부담하고, 치료 이후 일정기간 동안의 재계약 의무 등의 내용을 기승계약에 넣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경마는 순위경쟁의 스포츠이기도 하지만 공기업이 운영하는 산업이기도 하다.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병폐는 구성원의 건강을 해치고 전체적인 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 기수들이 아파도 말을 탈 수밖에 없는 것은 기승기회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기수에게 최소한의 기승기회와 적정생계비를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공정한 경마를 시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 그림 시행체인 마사회와 경마시행주체들과의 관계. 출처 : 고 문중원 기수죽음과 관련한 마사회 구조와 실태 조사 보고서, p.7

 

3) 유명무실한 안전보건관리체계

한국 경마 산업은 한국마사회를 주축으로, 말을 공급하는 농장에서부터 경마를 위한 마주, 조교사, 말 관리사, 기수에 이르기까지 서로 간의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여러 직종과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를 포괄하는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럴 때 포괄적인 안전보건체계 구축과 운영의 책임은 기본적으로 경마 시행체인 마사회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경마산업 안전보건체계와 관련된 연구들 또한 한국마사회가 경마 산업에 종사하는 다양한 주체들을 아우르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일관된 결론들을 도출하였다.4)

201912월 마사회는 상생발전위원회란 조직을 통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부산 기수 협회와 유가족, 공공운수노조와 아무런 논의없이 조교사 개업 심사 외부위원 비율 확대, 전문가 심리상담 프로그램, 조교전문기수제도 독려 등의 자가 처방을 내놓았다. 부산지역 상생발전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기수는 마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상생발전위원회에 던져 놓고 판을 다 열어 놨으니, 너희들끼리 잘 얘기하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공기관 작업장 안전강화 대책의 일환으로 공공기관 중 안전관리 중점기관에 대한 안전근로협의체 설치, 구성, 운영에 대한 규정을 마련했다. 안전근로협의체는 공공기관(이하 원청업체)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운영시 당해 사업장 내의 사업의 일부를 도급받은 업체(이하 하청업체)를 포함해야 하는 것으로, 이 규정은 하청업체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행되고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안전근로협의체에 경마 산업 전체의 구성원이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협의체 또한 단순한 의견수렴이 아닌 적극적인 결정기구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되었던 안전보건을 이제는 원청이자 공공기관인 마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안전보건은 고용구조와 시스템, 시설과 관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1) 이 글은 한국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 진상조사팀에서 2020200일에 발표한 보고서의 2기수의 노동 실태와 문제점3안전보건 실태부분을 요약한 것이다. 보고서 원본은 다음의 주소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kilsh.tistory.com/2408?category=649359

2) 경마산업 재해 예방 및 감축 중장기 전략보고서(2014. 09. 원진 녹색병원)

3) 경마산업 종사자 안전관리 및 삶의 질 개선에 대한 연구(2019. 02. 한국마사회 말산업연구소)

4) 경마산업 재해 예방 및 감축 중장기 전략보고서(2014. 09. 원진 녹색병원); 경마산업 종사자 안전관리 및 삶의 질 개선에 대한 연구(2019. 02. 한국마사회 말산업연구소); 2017년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실시 결과 등.

[연구리포트] 배전 전기 노동자 노동강도 평가사업 최종보고서 / 2020.02

배전 전기 노동자 노동강도 평가사업 최종보고서01

 

편집 선전위원회

 

1. 연구의 배경 및 방법

 

건설노조 산하 전기분과위원회 조합원들의 노동강도와 건강 실태를 설문조사, 면접조사, 현장조사, 생체지표 측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사하고, 배전 전기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고 건강을 위협하는 원인을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조사 사업을 수행하였다.

 

2. 설문조사

 

2,558 명이 설문에 참여하여, 이 중 2,189명의 답변을 분석했다. 40~50, 장년 노동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전원이 남성이었다. 활선 노동자가 다수를 차지했다. 하루 노동시간은 8시간 이내라는 응답이 75%였지만 준비와 이동, 정리 시간을 제외하고 응답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작업 도중 점심시간 외에 따로 충분한 쉬는 시간을 갖지 못하는 비율이 높았다.

일반 취업자에 비해 물리적 유해요인에 근무시간 내내 혹은 거의 모든 근무시간 동안 노출되는 사람의 비율은 9~20, 인간공학적 유해요인에 근무시간 내내 혹은 거의 모든 근무시간 동안 노출된다는 응답은 1.8~7배 많았다. 저온노출과 중량물 취급이 가장 차이가 컸다. 68.6%의 응답자가 육체적으로 종종 혹은 항상 지친다고 응답했고, 65.3%의 응답자는 정신적으로 종종 혹은 항상 지친다고 응답했다. 현재의 작업량에서 약 33%가량의 노동강도/작업량 감소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강도를 가장 크게 호소하는 직종은 활선공이었다.

NIOSH 기준에 따라서 기준1에 해당하는 증상자는 1,670(76.3%)이며, 기준2에 해당하는 증상자는 1,489(68.0%)이고, 기준3에 해당하는 증상자는 691(31.6%)이었다. 이는 그동안의 건설노동자 대상 조사와 비교하면 훨씬 높은 것이다. 설문 응답자의 1/3 가량이 치료가 필요한 기준3에 해당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지난 1년간 한 군데라도, 한 번이라도 다친 적이 있다는 응답은 설문 응답자의 45.9%에 달했다. 부위별로는 손/손가락/손목, /팔꿈치, 어깨 순이었다. 4일 이상 다친 적이 있다는 응답은 전체 설문 응답자의 24.6%였다. 이 중 산재와 공상 치료를 모두 합친 처리 비율도 57.1%에 불과했고, 자비로 치료하지 않았다는 응답자 중에도 산재 처리 비율은 세 명 중 한 명에 불과했다. 사고의 유형은 부딪힘, 넘어짐, 물체에 맞음 순이다.

 

활선공이 탑승한 절연고소 활선작업차량 중심으로 여러 명의 배전 전기 노동자가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지난 1년간 아픈데도 나와서 일을 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6.5%였고, 아파서 일을 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는 답변은 34.5%였다. 특히 활선공과 기계운전자는 아파도 쉬지 못하고 참고 나와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였다. 업체별로 인원이 부족한 것과 관련이 있다.

본인의 일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인식은 일반 인구에 비해 5배 이상 높았으며, 현재 일로부터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인식도 1.9배 높았다. 업무는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건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경향이 엿보였다. 상용직에 비해 일용직 노동자들이 안전보건 정보 접근이나 건강검진 수검율에서 떨어지고 있어 노동조합에서 관심이 필요하다.

간접활선에 대해서 탁상 행정의 결과라는 인식이 컸다. 이에 대해 한전에게 적극적으로 대화와 대안 마련을 요구해야 한다. 조합원들이 제안하는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과제는 인원 충원, 고용안정, 휴게시간 확대였다.

 

3. 면접조사

 

배전 전기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크게 배전산업의 구조적 요인, 문화적 요인 두 가지에 의해 강화된다. 한전과 민간 하청업체, 배전 전기 노동자로 이뤄진 원·하청 구조는 배전 전기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성을 저해하여, 고용과 임금을 보장받기 위해선 높은 노동강도를 감내하도록 한다. 이는 민간 하청업체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선 배전 전기 노동자에게 최대한 빨리 최대한 많이 일하도록 강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높은 노동강도로 인해 사고 발생 위험과 직업병 발병 위험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원청인 한전은 안전보건관리 책임을 민간 하청업체와 배전 전기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그로 인해 안전보건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각종 산업재해는 배전 전기 노동자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겨진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배전산업의 구조적, 문화적 요인들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현황 및 강화 요인에 대해선 노동자들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지만,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인식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므로 본 연구에서 제안한 대안들을 놓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다각도의 토론이 이뤄질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조합원들과 현 상황 및 대안에 관해 충분히 공유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토대로 배전 전기 노동자의 노동강도를 완화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일치단결된 요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4. 현장조사

 

4일 동안 현장조사를 시행했다. 활선공을 중심으로 사선공, 조공도 함께 관찰했다. 이들 모두 쉬는 시간 없이 하루 종일 서서 일하고 있었다. 여러 개의 전주에 여러 명의 활선공이 공정 흐름에 맞춰 연속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작업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에 따라 활선공은 물론 사선공과 조공을 비롯한 노동자들은 모두 쉴 새 없이 일하게 된다. 빠른 작업속도를 유지해야 하고 작업을 중지할 수 없다는 상황은 사고 위험을 높인다.

또한 제대로 쉬는 시간과 공간이 없는 것도 문제다. 실제 관찰하는 시간 내내 모든 작업자들의 쉬는 시간은 점심시간 1시간가량이었다. 실제 이 1시간도 점심을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30분 내외이고 이마저도 배전 노동자들의 피곤함을 풀 수 있는 안정된 공간이 아니었다.

이는 배전 전기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겪는 추락, 감전사고 위험과도 연결된다. 빠른 속도로 여러 작업이, 여러 명에 의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은 그만큼 사고 발생 위험 가능성을 높인다. 특히 전기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작업하는 무정전공법을 하는 상황에선 사고의 긴장도를 낮출 수 없다. 활선공, 사선공은 고공 작업이 기본적이며 이때 안전 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는다면 언제든 추락 위험이 있다. 무정전이 아닌 상태에서 감전사고 위험은 항시 존재한다. 저압선에서도 감전 사고 노출 위험이 있다.

고공, 상지부담, 중량물 취급은 모두 근골격계질환을 발생시키는 부담작업자세에 해당된다. 활선공, 사선공, 조공 모두 종일 서있는 자세를 취하며 각종 전선, 공구, 자재 등 무게가 나가는 중량물을 취급한다. 또한 손과 어깨, 목을 뒤로 젖히거나 꺾거나 비틀거나 여러 작업에 필요한 반복 작업을 종일하기 때문에 증상 호소자도 상당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각종 방안 모색이 시급하다. 옥외작업이기 때문에, 날씨 영향이 크다. 자외선 관련된 질환 위험, 폭염으로 인한 건강 영향, 한랭 작업으로 인한 안전 사고 위험 증가와 근골격계 부담 증가 등이 우려된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스마트스틱도 배전 전기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팔과 어깨에 과도한 힘을 사용하게 된다. 흐름공정과 빠른 작업 속도의 문화가 함께 개선되지 않는다면 안전이란 명목으로 스마트스틱을 사용하게 하더라도 실제 실효성을 거두기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감전사고 위험을 최소화 하는 방법 모색이 필요한데, 이는 현장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이뤄져야 적정한 공구 개발 시간도 줄이고 현장에서 안착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불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된 것이 바로 안전 관리 시스템이다. 작업 날마다 안전회의를 진행하는데 매우 형식적인 것에서 그치고 있었다.

 

5. 생체지표 측정

 

24시간 활동혈압은 뇌심혈관질환 합병증의 유병률, 사망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고, 특히 야간 혈압이 고혈압의 합병증 및 사망률을 잘 예측하는 지표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서 14명 중 10명이 숨겨진 고혈압이었고, 특히 이 중 9명은 모두 야간 활동 혈압이 고혈압에 해당했다. 많은 배전 전기 노동자들이 본인의 기초 질환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앞으로 일상적인 보건관리가 강화돼야 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야간 중 적절한 혈압강하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되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야간혈압 비저하자의 경우 뇌졸중이나 표적장기손상의 위험성이 높고 심혈관계 합병증이 증가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데, 이번 조사에서 14명 중 7명이 비저하자로 나타났다. 건강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많은 배전 전기 노동자들이 뇌심혈관질환 위험군에 속한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이번 조사는 단 1회의 24시간 활동 혈압 측정을 기반으로 했고, 일한 날만 조사해 쉬는 날과 비교하지 못 한다는 제한점은 있다. , 주간 활동 시간에 전체적으로 측정률이 낮은 것도 아쉬움이다. 향후 유사한 조사를 반복 측정하고, 이후 보건관리 활동과 연계하여 배전 전기 노동자들의 뇌심혈관질환 예방에 기초 자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6. 제언

 

평가에서 나타난 이와 같은 노동강도는 조합원들의 심각한 근골격계 증상 유병율로 나타났다. 앞으로 근골격계질환 예방과 치료받을 권리 확보, 휴식권 및 기초위생권 보장을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최근 노동강도를 강화시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간접활선 전환의 일방적 추진을 중단하고, 현장 노동자가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더불어,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앞서 지적한 근골격계질환 산재 승인 투쟁과 치료받을 권리 쟁취, 근골격계질환 예방활동, 휴식권과 적정 노동강도 쟁취, 안전보건체계 구축 등은 매우 시급한 과제로 노동조합의 본격적 활동이 필요하다. 노동조합의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강화하여, 인원 충원이나 고용 안정 등 구조적으로 노동강도를 높이는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나가야 한다.

 

01. 위 보고서는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전기분과위원회에 제출된 2019년 배전 전기 노동자 노동강도 평가 사업의 최종보고서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전국건설노동조합이 함께 조사 및 작성한 것입니다. 전문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전국건설노동조합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구리포트] 영화스태프 안전보건 실태조사 연구보고서(2019.09 전국영화산업노조) / 2019.12

영화스태프 안전보건 실태조사 연구보고서

(2019.09 전국영화산업노조)

 

선전위원회 편집

 

1. 연구 목적

 

“영화종사자의 경우, 단기(주로 3개월이며, 대부분 6개월 미만)로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노조와 단체협약이 체결되어 있지 않는 한, 1년에 1회 건강검진 실시와 같은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에 대한 안전과 건강과 관련한 조치가 충분하게 이루어지기 어렵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교육도 크랭크인 전 1회에 그치고, 그마저도 동영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 자체를 스탭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 현장 스태프 인터뷰 중
“현재의 산업안전보건법은 건설현장과 같이 한 장소에서 계속 작업하는 경우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영화 촬영은 장소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법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안전장비나 조치들을 매번 마련하기가 힘들다. 또한 단기(주로 3개월)로 이루어지는 영화제작 현장의 특성상, 분기·반기·연도별로 해야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조치들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제작사 인터뷰 중

 

본 연구에서는 영화산업의 고용 형태의 특성 및 제작 현장의 현실을 고려한 현실적인 안전보건 지침(가이드라인 등)을 만들고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의 현실적인 공백 지점이 실제 현장에서 법 사각지대로 전환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산안법 법률 개정을 제안하고자 한다. 2020116일부터 적용되는 산안법의 경우 많은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법 적용 보호의 대상을 근로자의 범위에서 현실적인 노무 제공자로 까지 영토를 확장한 것과 도급관계에서 도급업자의 책임을 강화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제작 현장과 같이 단속적인 고용이 반복되는 경우(단기간의 계약이 반복되는)까지 산안법 적용이 연착륙되기엔 시기상조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영화 스태프를 비롯하여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건강 및 안전 보호를 위한 더 강력하고 집단적인 목소리와 지혜로운 집단의 지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실태보고서는 아래와 같이 설문조사 등을 진행하여 영화 스태프 안전보건 실태를 분석하였고, 산안법의 영화 제작 현장의 적용 가능성을 고려하여 안전한 촬영을 위한 가이드라인의 실마리를 마련하였고, 법제도 개선의 과제와 정부의 지원방안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2. 설문조사 결과

 

이번 설문조사는 영화종사자 총 200명이 참여하였고, 참여자 중 66%는 남성, 34%는 여성이었다. 참여자의 평균연령은 32.9세였으나, 평균 영화경력은 약 8년으로 연령에 비하여 비교적 높은 수치를 보였다. 참여자들의 담당 업무(소속 분야)는 연출 및 제작 분야가 31.5.%로 가장 높았으나, 촬영팀(15%), 조명팀(8%), 미술 및 세트팀(8%), 분장 및 미용팀(4%) 등 매우 다양한 분야 종사자들이 설문조사에 참여하였다.

 

최근 참여한 영화 촬영 중 사고 경험 질문에 대해선 참여자의 약 4분의 124%가 경험하였다고 답변하였으며, 사고 유형으로 넘어짐·미끄러짐이 62.5%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근골격계질환, 찔림과 베임, 교통사고 경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당시 발생 사고에 대해서는 제작사 비용으로 처리했다는 답변이 68.8%로 가장 높았고, 본인 비용과 상해보험으로 처리했다는 견해가 각각 39.6%, 29.2%를 차지했다. 산재 처리하였다는 비율은 16.7%에 불과하였는데, 설문 결과 이는 산재처리 절차가 복잡하고 제작사가 산재 처리에 비협조적이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제작사의 조치는 비교적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최근 참여한 영화작업 중 제작사로부터 안전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58%에 그쳤으며, 안전교육은 대부분 크랭크인 전 1회 실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제작사 내 별도 안전보건관리자가 있는 경우는 17%에 불과하였으며, 대체로 영화종사자에게 보호구가 지급되기는 하였지만(75%) 지급된 보호구는 마스크, 장갑, 방음 귀마개 정도에 그쳤다.

 

최근 참여한 영화작품에서 설문 참여자의 일평균 근로시간은 약 12시간, 주 평균 근로일수는 5.2일로, 1주 평균 약 61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주 평균 야간근로시간은 약 11시간에 달하였으나, 회차 사이 평균 휴식 시간은 9.17시간에 불과하였다. 영화종사자의 수면시간 보장을 위한 제작사의 조치가 있었는지는 응답자의 54%가 없다고 답변하였고, 있다고 답변한 42.5% 중 제작사의 구체적 조치의 내용으로는 사우나 혹은 근처 숙소 렌탈, 휴차 또는 촬영 시간의 단축 등이 있었다.

 

영화종사자 대다수는 무거운 장비를 사용하고, 서서 근무하는 등의 근무 형태를 띠고 있어 근골격계 질환이 발병하기 쉬운 근무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이는 본 설문조사의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설문 참여자의 절반 이상은 근무시간의 50%가량을 근골격계 유해요인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영화종사자 대다수는 영화 일을 하면서 우울, 두려움, 수면 부족 등의 작업 스트레스 증상을 경험하고 있었는데, 가장 자주 겪었던 증상으로는 수면 부족(41.22%), 피곤(39.7%), 불안/걱정(34.4%), 흡연(29%)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종사자의 경우 업무 수행이 비교적 빠르게 이루어져야 하고, 정해진 기한 내에 업무를 끝내야 하며, 업무 수행을 위하여 고도의 전문성과 지식이 요구되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하므로 이러한 점들이 영화종사자들에게 위와 같은 증상을 발현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영화 작업 중 노출될 수 있는 다양한 위험 요인 중 영화종사자들은 수면 부족(53.5%)을 가장 위험한 요인으로 보고 있으며, 2순위로는 폭염, 추위 등(43%), 3순위로는 무거운 물건 운반(41.5%)을 선택하였다. 이러한 위험 요인으로부터 영화종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지급되어야 할 보호구에 대해서는 마스크(66%)와 장갑(57%)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으며, 그 이외에도 방한복, 안전화, 허리보호대가 필요하다는 견해의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폭염과 추위 등 영화작업에서의 위험을 초래하는 요인이 되며, 영화종사자들 역시 폭염과 추위가 영화작업 중 노출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요인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한 촬영일정의 조정이나 별도의 휴게시설은 제공은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안법은 사업주에게 현장직의 경우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게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영화종사자 대다수는 건강검진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영화종사자 중 최근 2년간 건강검진을 받은 비율은 31%에 불과하였고, 이 중 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직장인 건강검진을 받은 비율은 38.4%로 나타났다.

 

영화종사자의 건강보호와 영화 현장의 안전 개선을 위해 해결되어야 할 다양한 과제 중, 영화종사자들은 수면시간과 휴게시간의 보장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으며, 그 다음으로는 정기휴일의 보장과 근로시간 단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는 현재까지도 영화 제작 현장의 근무시간이 장시간이라는 점과 제대로 된 휴식과 휴일이 부여되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3. 영화제작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 및 개정 검토

: 안전한 촬영현장을 만들기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하여

 

20151119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에서는 안전사고 예방 및 지원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을 뿐 노동자의 안전보건 보호를 위한 사업주의 각종 조치에 대해서는 내용이 없으므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노동관계법률 중 산안법이 적용되며, 영비법은 영화제작 과정의 위험성과 단속적인 고용형태의 특성을 고려하여 정부지원의 근거를 마련한 규범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산안법률 조항들은 상당히 기술적이고, 전문적이며 제조업 및 건설업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내용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영화촬영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 생소할 수 있다.

 

영화 제작업은 프로덕션 단계의 경우 세트장에서 상당부분 작업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특정한 공간에서만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야외/실내 구분 없이 광범위한 현장에서 촬영이 이루어지는 특징이 있다. 또한 같은 시간대에 같은 장소에 모든 스태프들이 노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각 팀별로 다음 작업을 준비하기 위한 별개의 작업단위가 구성되어 다른 현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노동관계법령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사업’, ‘사업장의 개념과 기준이 현장의 상황과 맞아 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 산안법이 이러한 산업적 특수성을 모두 고려하지 못하는 한계지점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는 비단 영화 제작업만의 문제는 아니며, 기술 발전과 다양한 노동력 제공 양태에 대하여 산안법이란 법규범이 전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화제작 과정에서 산안법의 적용 가능성과 법 준수의무를 배제할 수 없으며, 산안법의 취지와 현장의 특성을 적절히 접목할 수 있다면 영화제작현장에 적절한 안전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이를 활용하는 것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영화제작 안전을 위협하는 위해요소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영화제작 현장 만의 특별한 관리지침((가칭)안전한 촬영현장 만들기 가이드라인) 및 관리감독체계에 관한 역할분담이 있어야 할 것이다. , 영화제작 현장은 일반적인 제조업, 건설업과 달리 산안법을 현장에 맞게 좀 더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영화제작현장의 위험요인들은 완전히 제거하거나 이를 대체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 위험한 씬을 촬영하는 것을 중단하거나 작업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경하지 않는 한 결국 영화스태프 등 현장인력들은 자신 스스로 위험에 대처하거나 개인별 보호 장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한 영화 종사자들은 항상 위험을 미리 숙지하고 긴장감 있게 작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이 안전의식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작업현장의 위험의 예측 및 대처를 각 개인이 부담하는 것은 산안법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산안법의 개정이 요청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영화작업의 특성을 반영한 안전보건 가이드라인 제정도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산안법의 개정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논의할 수 있다. 영화제작업이나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업 등 프로젝트형 사업의 경우 상시 근로자 수 산정의 기준 불분명하므로, ‘사업장 기준이 아닌 사업 기준으로 상시 근로자 수를 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이다. 만약 사업 기준으로 할 경우, 상시 근로자 수 50인 미만인 경우에는 (더구나 근로자 수는 고정 상수가 아니기 때문에) 상시근로자 수 기준 이외에 건설업(120억 이상)과 같이 공사금액에 준하는 제작규모(예컨대 순제작비 30억 이상)로 법 적용기준을 보완하여 영화제작사가 영화제작 프로젝트의 수행을 위하여 고용된 모든 인력의 안전보건을 책임지는 방향으로 산안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법규정 및 규범 제개정과 함께 정부의 안전보건교육 사업 지원, 안전보건관리비 지원, 안전보호장구 구매대행 및 대여 등 유지관리, 노동자 참여 보장, 산업안전보건위원회와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 활용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산안법의 주요제도에 비춰본 재해예방 매뉴얼 항목> (가안)

- 작업중지권의 실효적 보장, 안전보건교육의 내실화(크랭크인 전후 교육, 채용 연계 교육, 영진위 교육 이후 소정의 인증절차), 안전보건 관리시스템 구축(산업보건의 선임, 근로자건강센터 연계 등)

 

- 산재발생 보고와 자료 보존 의무, 법령요지 게시 의무 이행, 안전보건 표지 부착

 

-프리단계에서 위험성 평가 진행, 물질안전보건자료 작성 및 비치, 특수건강진단 시행

 

-도급 시 안전보건협의체 구성 및 운영,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규정 및 시행

 

-작업 중 안전보건조치 사항(전도 방지, 분진 방지, 보호구 지급, 추락위험 방지, 교통사고 예방, 휴게 및 숙소시설 보장, 과로운전 금지, 화기관리 및 화상예방, 감전·낙뢰 등 위험 방지, 소음에 의한 건강장해 예방, 혹서기·혹한기 대비, 밀폐공간 작업에 따른 위험 예방, 근골격계부담작업 예방, 장시간근로 및 야간촬영 건강장해 예방, 고용불안 및 감정노동에 따른 정신건강 보호, 직장괴롭힘 예방조치 및 고충처리 등)

 

* 본 연구보고서는 고용노동부 노동단체지원사업에 의한 영화스태프 안전보건 실태조사 및 정책보고서의 최종보고서로서, 해당 내용은 부산국제영화제 토론회 <한국영화 노동안전 진단과 과제>에서 발표되었다. 보고서 작성자 및 내용 전문, 그리고 조사 진행 과정에 대해서는 해당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현장 스태프와 제작사 인터뷰 전문은 해당 보고서의 부록에 수록되어 있다. 위 내용은 인터뷰 중 주요 내용을 연구진이 발췌 및 요약한 것이다.

 

[연구리포트] 여성 노동자의 노동환경은 안전한가?- 2017.05 ~ 2019.06 언론보도 내용 분석 결과 / 2019.11

여성 노동자의 노동환경은 안전한가? - 2017.05 ~ 2019.06 언론보도 내용 분석 결과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이슈페이퍼 2019-05, www.nodong.org

 

정경윤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정책연구위원 / 선전위원회 편집

 

문제제기

 

지난 718, 고용노동부는 노동자의 인격 보호와 쾌적한 근로환경 제공을 위해 사업장 세면·목욕시설 및 화장실 설치·운영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에는 그동안 사회적으로 이슈화된 청소 노동자와 건설 현장 여성 노동자의 열악한 세면·목욕시설, 화장실 문제와 백화점·면세점 등 대형유통매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화장실 문제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1981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된 후 36년 이상의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수많은 노동자가 인간의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화장실조차 보장되지 않는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고 있는 주된 대상이 여성이라는 것이다. 2007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개정으로 화장실·탈의실 등의 시설을 설치하도록 하였으나 성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적용한 문제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이와 함께 여성 다수가 종사하는 직업에 속하는 매장 판매직의 노동안전과 건강문제가 여전히 법제도적으로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 15세 이상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꾸준히 증가하여 20196월 현재 54.4%로 경제활동인구는 12,307,000명에 이르고 있다. 건설업 여성 노동자, 백화점·면세점·대형마트 판매직 노동자, 학교급식 노동자, 병원간호사 등 여성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관련한 내용들이 언론보도를 통해 이슈화되어 각 사업장들의 노동환경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여성 고용 확대는 정부의 주요 노동 정책에 속한다. 그리고 여성은 임신·출산의 당사자로서 저출산 정책 대상이기도 하며 저출산 위기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처럼 몰리기도 한다. ‘정부의 여성 고용 확대 촉진-여성 노동 안전 문제-저출산 위기의 연결고리에서 가지는 정부 정책의 문제에 대한 질문과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기에 노동안전보건문제에 초점을 두고 산업·직종별 여성 노동자 분포와 특성, 그리고 어떤 노동환경과 문제를 겪고 있는지 살펴본 후 개선을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분석 대상은 고용노동부와 통계청 자료, 그리고 20175월부터 20196월까지 주요 언론에 보도된 여성 노동자의 안전, 건강과 관련한 기사자료다. 이 글을 통해 기존의 사안별로 각 사업장의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접근하던 것을 넘어 성인지적 접근으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산업·직종별 여성 노동자 분포와 특성

 

산업별 여성노동자 분포 현황을 살펴볼 때, 전체 산업 중에서 여성 노동자 수가 많은 상위 10개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24.2%)>‘제조업’(18.7%)>‘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서비스업’(11.7%)>‘도매 및 소매업’(10.6%)>‘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5.9%)>‘교육서비스업’(5.7%)>‘숙박 및 음식점업’(4.6%)>‘금융 및 보험업’(4.5%)>‘출판, 영상, 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3.2%)>‘협회 및 단체, 수리 및 기타 개인서비스업’(2.8%) 순이다.

2018년과 10년 전인 2008년을 비교할 때, 여성 노동자 증가율이 가장 높은 산업은 통신업이 포함된 출판, 영상, 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397.7%)이고, 20년 전인 1998년을 비교할 때 여성 노동자 증가율이 가장 높은 산업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625.3%)이다.

1998, 2008, 2018년 기준 여성 노동자가 50%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을 살펴보면, 1998년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사업’(67.0%), 2008년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사업’(73.5%)숙박 및 음식점업’(54.6%), 2018년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81.6%), ‘숙박 및 음식점업’(58.7%),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서비스업’(53.7%), ‘교육서비스업’(52.0%)으로 나타난다.

20년 전에 비해 여성이 50%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은 1개에서 4개로 늘었으며 주로 서비스업에 해당된다. 특히 여성 노동자 58% 이상 분포를 여성 집약형 산업이라 구분할 때,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숙박 및 음식점업은 대표적인 여성 집약형 산업이라 할 수 있다.

[그림1 2018년 직종 대분류별 여성 노동자와 비정규직 비율(단위 %)]

여성이 집중된 직종의 대표적인 특징은 비정규직이 많은 직종이거나 저임금 직종이라는 것이다. [그림 1]2018년 기준 직종의 대분류별로 여성 비율이 높은 순위는 서비스 종사자’(66.9%), ‘판매 종사자’(50.8%), ‘단순노무종사자’(49.5%), ‘사무종사자’(48.6%),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48.3%) 순이다. 이 중 1~3순위인 세 직종의 비정규직이 전체 비정규직의 57.4%를 차지하고 있다(직종 중분류별로 볼 때에는 이미용·예식 및 의료보조서비스직’, ‘방문·노점 및 통신 판매 관련직’, ‘가사·음식 및 판매 관련 단순노무직이 포함된다).

 

[그림2 2017년 산업별 여성노동자·여성상용노동자·여성임시일용노동자 비율(단위 %)]

이와 같은 특징은 여성 비율이 높은 산업 순위별로 임시일용노동자 중 여성 비율 현황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그림 2]를 보면, 전체적으로 여성 비율이 높을수록 상용노동자 중 여성 비율도 높지만 임시일용노동자 중 여성 비율은 산업의 여성 비율보다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여성 비율이 높은 직업일수록 비정규직이 집중되고 임금수준이 낮아 고용의 불안정성이 심하다고 볼 수 있다.

 

언론 보도 분석결과와 노동안전보건 관련 법제도 상의 문제

 

20175월부터 20196월까지 언론에 보도된 여성 노동자 건강 문제와 관련된 기사들을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특징이 나타났다. 첫 번째, 16개 사례 중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4)이 가장 많았고 건설업, 제조업에 속한 경우를 제외하고 거의 서비스직에 해당되었다. 하지만 서비스직 노동자 비중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노동은 법제도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고, 여성 노동자가 집중된 서비스 산업·직종에서 나타나는 노동안전보건 문제가 관련 법률에서 배제되거나 주변화되어 있다. 두 번째, 일반적으로 고객을 대하는 직종의 경우 감정노동이 주요 이슈로 제기되고 있고, 혼성 직종과 남성 집중 직종의 경우 성희롱 문제가 피해자의 자살이라는 사건을 통해 그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다. 직무, 직급, 고용관계 등이 성차별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중삼중의 차별이 여성에게 집중된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 대한민국헌법의 여성 노동의 특별한 보호(32)와 모성의 보호(36)에도 불구하고 임신·출산에 유해한 작업환경에 대한 안전기준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로 인한 불임, 유산, 선천성 장애아 출산에 대한 고통을 노동자 개인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 이것은 여성 노동자의 유산비율 현황을 통해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서 여성의 고용 확대 정책이 주요하게 차지하고 있으나, 임신·출산과 관련하여 여성 노동자의 건강에 대한 보호조치 정책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이 증가함에 따라 그동안 남성 중심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정책에 대해 남성뿐 아니라 여성의 안전과 건강 역시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남성과 여성은 신체적·심리적·사회적으로 차이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차이는 동일한 환경에 놓이더라도 남성과 여성의 안전과 건강에 다르게 작용한다.

그러나 노동안전보건 관련 법제도는 산업안전보건법근로기준법으로, 현행법에서 작업장에서의 여성 노동 안전 규정은 대부분 임신 중인 여성을 대상으로 할 뿐, 일반적으로 여성이기 때문에 겪게 되는 작업장에서의 위험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구체적으로 근로기준법에서는 임신·출산과 관련한 모성보호에만 집중하여 특정 산업·직종의 제한, 근로시간 제한, 휴가제도를 두고 있고,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차이와 특수성을 고려한 내용이 전혀 없다.

이와 같은 문제는 노동안전보건 관련 법제도가 전통적으로 남성이 집중되어있는 위험 작업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성별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노동안전보건 정책은 업무 관련 위험으로부터 발생하는 여성과 남성 노동자의 사고, 부상, 질병의 차이를 무시하게 되고, 심하게는 여성이 수행하는 작업은 일반적으로 위험성이 적어 안전하다고 인식하게 하여 여성들이 작업장에서 당하는 사고, 부상, 질병들을 과소평가하게 된다. 그리하여 결국엔 젠더 간 건강과 안전상의 불평등, 즉 젠더 격차를 강화할 것이다.

산업재해 현황에서 성별에 따른 재해자수 비율을 보더라도 2008~201710년간 여성 재해자수는 평균 19.6%에만 머물러 산업재해 보상제도에 성편향과 성 불평등이 내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산업재해에 대해서도 전통적으로 남성이 집중되어있는 제조·중화학·건설업 중심으로 안전기준과 위험성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어 비전통적인 산업·직종에서의 노동안전 기준과 위험성 평가가 취약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많은 여성들이 직무분리, 하위직급, 비정규직 등에 따른 직장 내 권력관계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서비스직의 경우 고객에 의한 감정노동과 성희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도시가스점검원의 경우 고객 방문 서비스 작업을 할 때 고객의 집에서 성희롱·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된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은 업무와 관련된 위험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더구나 임신·출산에 유해한 작업환경에 대한 안전기준이 없어 재생산권과 관련한 생식 건강을 위한 안전기준도 취약하다.

 

정책적 시사점

 

여성의 열악한 노동안전과 건강 문제는 노동시장에서의 낮은 지위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성별 차이를 고려한 작업장 안전 지침을 이미 국제노동기구 ILO에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여성 고용 확대와 저출산에 대한 정부의 대책에서 여성의 노동안전과 건강에 관련한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여성 노동안전보건의 문제 해결 없이 저출산 문제는 개선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여성의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별 차이를 고려한 성인지 노동안전보건 정책이 필요하다. 헌법의 성평등 이념에 따라 양성평등기본법에서는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 실현 목적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성 주류화 조치”, “성별영향평가”, “성인지예산”, “성인지 통계”, “성인지 교육등이 이에 해당한다. 노동안전보건 정책에서 이러한 기본시책들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여성의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인지 노동안전보건 정책으로 초점을 바꿔야 하며, 이상의 기본시책들을 시행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연구리포트] 문화예술노동자의 노동시간 / 2019.10

문화예술노동자의 노동시간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기업들은 노동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노동자들이 더 많은 일을 하도록 만든다. 그런데 노동자들은 기계가 아니기에 적정한 노동시간, 적정한 노동강도로 일을 해야 하고, 충분한 휴식을 보장받아야 한다. 그래서 노동시간을 둘러싼 기업과 노동자들의 투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문화예술노동자도 마찬가지다.

1. 노동시간을 둘러싼 투쟁

기업들은 가급적 노동시간을 늘리려고 한다. 장시간노동을 시킬수록 시간당 노동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업들은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만이 아니라 노동시간에 대한 주권을 빼앗아서, 언제라도 기업이 원하는 시간에 노동자들이 일하도록 만들고자 한다. 노동하지만 노동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 부지불노동시간을 늘리기도 한다. 이것은 표준화된 노동시간이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프로젝트 노동이나 플랫폼 노동 등 표준적이지 않은 노동의 경우에도 노동시간에 대한 통제는 이루어진다. 건당수수료 등 임금체계를 바꾸면 노동자들은 생존을 위해 장시간노동을 택한다. 개인도급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기업에게 선택되기 위해 경쟁하면서 임금을 낮추고 그러다 보면 더 장시간노동을 하게 된다. 준비 비용도 노동자들이 감당한다. 겉으로는 자율적으로 시간을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생존경쟁은 더 시간에 매달리도록 만든다. 이 경우 노동자들의 권리는 더 이야기 되기 어렵다. 법은 표준적인 노동시간을 기준 삼기 때문에, 비표준적인 방식으로 일하는 노동자들 은 권리에서 배제된다. 때로는 자신이 표준적인 노동시간에 해당한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그러므로 표준적인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만든 법에 얽매이지 않고, 노동시간에 대한 권리의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 충분한 휴식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불규칙하지 않아서 예측할 수 있는 노동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노동하기 위한 준비시간과 마무리 시간이 노동시간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지나치게 짧거나 단속적인 노동시간을 강요해서, 생계를 위해 투잡을 하도록 하면 안 된다.” 등 원칙을 수립하고, 그 원칙 위에서 제도적 방안 등을 논의해야 한다.

2. 문화예술노동자들의 노동시간

문화예술노동자들은 프로젝트형 노동도 많고 단시간 노동도 많다. 부지불노동도 일상이고, 행이라는 이름으로 장시간노동도 강요된다. 문화예술노동자들의 노동시간에 대한 권리를 생각해보자.

단속적 노동시간(프로젝트형 노동)

문화예술노동은 일하는 시기와 휴지기로 나누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휴지기라 하더라도 온전한 휴식시간이 아니라, 대기시간이거나 일을 구하는 시기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그 시기에는 생계유지가 안 된다. 언제 일을 구할 수 있을지도 알기 어렵다. 고용보험 가입률은 24.1%¹이므로 사회적 보장도 안 된다. 문재인정부가 약속한 예술인 고용보험’²을 공약했지만, 아직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예술인고용보험을 하루 빨리 도입하고, ‘실업부조등 문화예술가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휴지기의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 여기에서 또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 정말로 문화예술 노동자들은 단속적 노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문화예술노동자들은 계약을 체결하여 일하는 시기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노동을 위한 준비를 한다. 사람을 만나고 미술관을 가고 현장을 찾아 가는 모든 활동이 축적의 시간이다. 그런데 단속적 노동이라는 특성은 계약 이외의 시간을 모두 불필요한 시간으로 간주하고, 예술활동 바탕의 축적을 모두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긴다. 휴지기가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준비기간임을 사회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문화예술은 사회서비스의 성격도 갖고 있다. 문화예술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좋은 영향은 이미 많은 연구가 증명한다.

따라서 문화예술가들과 향유자들의 공적 문화예술활동을 늘리고 많은 예술가가 여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활동만이 아니라 공적 문화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예술가들의 휴지기가 사회적인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시간·고강도 노동시간

예술노동자들은 프로젝트로 일을 하는 경우, 그 기간에는 매우 집중적인 장시간 노동을 한다. 그런데 장시간 노동이 인정되지 않거나, 높은 노동강도가 제대로 보상되지 않는다. 1년간 해야 할 일을 몇 달에 몰아서 하도록 요구하되, 단지 일을 한 시간만 인정해주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이것을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한다. 그런데 이 관행은 문화예술노동자들의 권리를 배제하는 수단에 불과하며, 충분히 변화 가능하다.

이런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해결하려면 문화예술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아야 한다. 그런데 회사는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고용노동부는 계약의 형식을 문제 삼아서 근로기준법 적용을 회피하려고 한다. 문화예술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2018년 말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 대상을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장했던 것처럼 노동자성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노동시간 제한이 법적으로 보장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적정노동시간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업종별 T/F’를 통해 연구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작품 전체에 들어가는 비용과 그 안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공개되어야 하고프로젝트 당 얼마라는 도급계약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 이 경우 계약기간의 적정성이 노동시간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 계약서상에 노동시간이 명시되어야 하며, 숙련에 따른 시간당 임금도 명시되어야 한다. 또한 계약기간보다 기간이 더 늘어났을 때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면 안 된다.

문화예술노동자의 단시간노동

문화예술노동자들은 근로계약서를 쓰더라도 단시간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예술강사들이 대표적인데, 이들은 2017년 기준 연 최대 374시간 근무하는 초단시간 노동자이기도 하다. 이 초단시간 노동에는 준비시간과 상담시간 등이 제외되어 있다. 제대로 지불되지 않는 노동시간인 것이다. 단시간 노동으로 인해 생계유지가 어려운 문화예술노동자들은 겸업할 수밖에 없다.

<2018년 예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42.6%가 겸업예술인이다. 불규칙한 소득 때문인데 겸업을 할 때 예술관련 직업은 기간제와 계약직 혹은 임시직, 비예술직업은 파트타임과 형태가 많았다. 겸업을 하다보니 예술활동 외 직업 투입비율이 74.8%로서 예술활동을 충분히 하지도 못하며, 단시간노동을 하지만 겸업이다 보니 실제로 평균 주 58.6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문화예술활동을 전업으로 한다는 것은 예술활동에 충분한 시간이 투입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려면 문화예술노동자들에게 많은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인적 네트워크에 따라 하고 예술활동을 하게 되는 구조라서 어떤 네트워크 안에 포함되어 있는가가 예술노동자들의 노동시간에 영향을 미친다.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하지 않고도 문화예술노동에 종사할 수 있도록 창작활동이나 교육활동의 기회를 늘려야 하고, 노동조합이 모든 문화예술노동자의 열린 네트워크로 기능해야 한다.

노동시간을 측정하기 어려운 노동

노동시간을 측정하기 어려운 문화예술노동도 많다. 기획을 하고 창작을 하는 과정은 사람마다 다르며 매우 큰 시간의 편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노동시간 평균적 측정이 어렵고, 노동시간이 개인마다 다르다고 해서 이 시간을 보상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간주근로시간제등 노동시간을 합의하는 방식도 있다. 즉 노동시간을 엄격하게 측정해서 계산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획이나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 자체를 노동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 관행에 제동거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문화예술노동자들 스스로가 이런 관행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도 서울시향 교향악단 단원의 개인연습시간은 노동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경우에도 개인연습시간을 간주근로로 인정한 것이다. 개인마다 연습시간의 양은 차이가 있겠지만 합주를 하기 위한 기본 연습시간은 평균적으로 특정할 수 있고, 그 시간을 인정한 것이다. 서울시향의 사례에서 해당 노동자는 연습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받아 연차휴가를 받을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고용보험에 편입되더라도 근무일수가 확인되어야 한다. 노동시간을 측정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표준적 노동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을 제대로 인정받는 것은 임금만이 아니라 부가적 복지와 사회복지 시스템에 잘 편입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3. 문화예술 노조의 과제

문화예술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재생산을 위해서 노동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우선 법적인 측면에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개념을 확대하여 프로젝트형으로 일하는 문화예술 노동자들이 노동자성을 인정받도록 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이 되어야 노동시간에 대한 강제도 가능하다.

또한 고용보험과 실업부조 제도를 통해 문화예술가 재생산을 위한 시간을 사회적으로 인정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문화예술노동조합의 교섭에서도 노동시간의 권리가 중요하다. 준비시간과 교육훈련 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하도록 하고, 적정노동시간을 명문화하기 위한 협약도 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나 사용자단체에 업종별 적정노동시간을 산출하는 T/F 구성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충분한 휴식과 노동자들의 관계형성이라는 면에서 휴일과 휴게시간 명문화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예술가들에게 더 많은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노력해야 한다. 문화예술 노동자들은 창작물을 만들고 공유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교육과 훈련의 기회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가 공적 예술활동의 공간을 만들어야 하고, 노조가 교육훈련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노조는 시민사회 및 지역사회와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예술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를 위해 문화예술노동조합은 지역사회 및 시민사회와 지속적인 연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

01. 문화체육관광부, <2018년 예술인실태조사>

02. 문화예술노동연대에서는 프랑스의 앙떼르미땅과 같은 제도 도입을 고민한다. 그런데 앙떼르미땅의 경우 최근 재정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수급자들의 대상이 확대되지 못하고 수급 기간도 줄어드는 추세이다. 독립적인 고용보험제도를 활용할 것인지, 전체 고용보험 구조 안에 포함되도록 하고, 문화예술인의 특성에 맞는 실업부조의 성격을 보충할 것인지는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독립적인 고용보험 구조가 자칫 ‘권리’가 아닌 ‘시혜’가 되지 않도록 전체 고용보험 안에 편입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03. 건설산업 공공입찰에서는 표준품셈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다. 표준품셈이란 시설공사의 대표적이고 보편적인 공종, 공법을 기준으로 하여 작업당 소요되는 재료량, 노무량, 장비사용시간 등을 수치로 표시한 표준적인 기준으로서 매년 정부가 발표한다. 물론 이것은 입찰상의 기준일 뿐, 현실에서 이 표준품셈에 훨씬 못 미치는 임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집단적 요구를 하는데 주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연구리포트] 외주화된 노동에서 위험의 구조화와노동자 권리의 문제 / 2019.09

[연구리포트] 

 

외주화된 노동에서 위험의 구조화와노동자 권리의 문제

– 석탁화력발전소의 중대재해 사고 대응을 중심으로

 

 

전주희 /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1. 문제제기 : 위험은 왜 구조화되는가?

위험은 작업장 설계과정부터 발전소 경영전략, 노사관계, 하청 고용구조 등 구조적 조건 속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사고가 끊임없이 재발한다. 이를 가리켜 구조화된 위험이라고 부르며, 이는 노사 간 위계관계와 맞물리면서 발전사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약화시킨다. 여기서 핵심은 위험이 구조화된 상황에서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관리자와 노동자들에게 인식의 전도가 이뤄지는 문제다.

왜 발전소에서는 인명피해를 비롯하여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반복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하여원청 및 하청의 안전관리자들은 대부분 비슷하게 답변했다. “위험은 현장 나가자마자 다 위험하죠. 위험을 없앤다? 그럼 발전소를 싹 다 없애야죠.” 발전소의 위험을 고정된 사실로 전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발전소 위험의 특수성을 삭제할 뿐만 아니라 위험을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한다. 이렇게 사고원인에서 구조의 문제가 제거되는 순간, 기계나 화학물질, 특히 노동자에게 사고 책임이 전가된다.

그러므로 무엇을 어떻게 사고원인과 위험으로 판단할 것인가?”에 따라서, 위험과 사고를 재생산하는 구조 자체가 해체·변화될 수도 있고 반대로 견고하게 유지될 수도 있다. 핵심적인 문제는 매뉴얼화된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기 이전에 우리가 사고원인을 어떻게 인식하고 밝혀내고 처리하고 있는가다. 왜냐하면, 위험을 둘러싼 행위자들의 인식과 행위가 위험의 구조화를 재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2. 사고는 어떻게 반복되는가 : 발전소 중대재해의 재구성

1) 사고조사서에서 나타난 주요원인 : “작업자 과실

10개 발전소(태안, 신인천, 하동, 삼척, 보령, 신보령, 당진, 삼천포, 여수)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중 총 20건의 중대재해사고 조사서를 토대로 정리한 바에 따르면, 4건은 1차 하청 노동자들이 재해로 사망했으며, 나머지 16건은 2차 하청 노동자에게 발생했다. 특히 OH(Overhaul, 점검)기간이나 발전소 건설과정에서 사망한 노동자들은 2차 하도급업체에 단기 노동력으로 채용된 건설 일용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원·하청 구조의 문제로 인해 재해자들이나 그들과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사고원인 규명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렵다.

반면 위의 사례들에서 안전작업 절차서 미준수로 인한 재해자 과실이 주요 사고원인으로 지목되었다. 하지만 고 김용균 사고 이전에 안전작업 허가서 발행은 형식적으로 이루어졌다. 면접자들은 작업허가서가 있기는 했지만, 공사기한의 압박 때문에 급히 작업하느라 제대로 지킬 수 없었으며, 그러다 사고가 날 경우엔 사측이 절차를 지켰는지 따지며 안전작업 절차서 미준수로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고 진술했다. 매뉴얼은 실효성이 없었으며 오히려 역설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었다유명무실한 안전관리 매뉴얼은 새로운 위험이 증식되는 것과 함께 늘어나고 있었다.

2) 김용균 사망사고의 원인은 김용균? : 보이지 않는 위험과 좀비 공정

특조위의 현장 조사에서 서부발전의 어느 관계자는 벨트가 있는 기계 안쪽으로 고개를 넣고 점검하지 않았어도 된다. 매뉴얼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진술은 하청 노동자 면접조사에서도 반복되어 나왔다. 김용균도 일정 정도 과실이 있다고 응답한 하청 노동자들은 도대체 왜 벨트 안으로 고개를 넣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얘기했다. 노동자들은 왜 김용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을까? 그리고 서부발전 관리자처럼 김용균의 과실을 원인으로 이야기하게 되었을까? 바로 김용균 노동자가 당시에 벨트에 접근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근접 촬영이라는 공정 때문이다. 근접 촬영은 연료운전 노동자라면 모두 수행해야 하는 업무이고, 용도는 원청 쪽에 보고하기 위함이다. 매뉴얼 상에 없는 업무이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 따라서 위험의 정도도 평가되거나 공유되지 않은 비가시화된 위험이다. 이러한 공정들의 위험은 사고 이후에야 드러난다. 일종의 좀비 공정인 것이다. 안전절차서나 작업공정이 세부화되면 될수록, 여기에 등록되지 않은 행동이나 업무들은 모두 불안전하고 자의적인 행동이 된다. 그 결과, 이제 불안전하고 자의적인 행동만이 사고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이 되는 것이다.

3) 새로운 위험의 발생 : 흐름공정의 분할-외주화로 인한 공정 증식과 책임 공백

흐름공정을 분할해 외주화하게 되면 이전에는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위험이 증식된다. 다시 말해, 분할된 공정의 절단면이 생기면서, 그 사이마다 새로운 위험이 자리 잡는 것이다. 이는 두 가지 수준에서 위험을 발생시킨다. 첫째, 분할-외주화는 단순히 업무를 떼어서 넘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수평적인 흐름이었던 작업 구조가 절차 및 위계가 작동하는 수직적 공정이 된다. 이때 발생하는 위계는 업무 중에 반드시 발전본부를 매개하지 않고서는 직접적인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분할-외주화는 A-B 흐름에서 a-b 흐름으로의 이전이 아니라, 흐름의 중단과 함께 의사소통의 복잡성을 늘리는 일종의 벽돌쌓기의 모델로 변형된다.

그림1 분할-외주화된 공정에서의 위험1
그림2 분할-외주화된 공정에서의 위험2(2016년 당진 사고를 중심으로 재구성)

[그림 1]에서 보이는 것처럼 흐름공정을 분할 할 때 발생하는 절단면(a’b’)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위험면인데, 이것은 외주화로 인한 분할이기 때문에 생성된 것이다. 이러한 위험면은 공정상의 공백과 책임의 공백을 야기 하며, 사고의 위험을 증폭시킨다. 흐름공정을 더 촘촘하게 분할할수록, 나아가 원하청 구조로 인해 분할이 중층화될수록 위험이 증식된다(그림 2).

가장 큰 문제는 새롭게 형성된 위험은 사고로 인해 드러나기 전에는 대개 감춰진 채로 공정 안에 잠복해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주로 원·하청 간, 하청·하청 간의 업무상 책임의 경계 바깥에 놓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계에서는 업무 상의 단절, 인수인계의 불안정성, 책임의 명확화가 증가할수록 제약되는 노동자들의 자발성이 위험의 요소로 작용한다흐름공정의 분할-외주화와 원·하청 구조가 중첩되면서, 새롭게 형성된 위험은 잠복한 채로 남겨지고, 의사소통 체계는 더욱 복잡해져 제대로 된 예방조치나 신속한 대처가 이뤄지기 어렵게 된다.

이를 우려해 원·하청은 절차를 세분화하면서 동시에 안전관리 매뉴얼에서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려 한다. 객관적인 공정을 기술하는 것에서 행위주체가 누구인가를 명확히 하는 것으로 변화하며, 각종 매뉴얼이 생겨난다. 하지만 매뉴얼에는 안전을 위한 실효적인 조치가 담기기는커녕, 절차와 보고의 책임을 아래로 전가하는 내용만 기술된다. 사고 발생 후 이 매뉴얼은 작업자에게 책임을 묻는 서류상의 증거로 전환된다.

현장노동자들에게 사고예방이나 안전관리에 아무런 권한도 부여하지 않은 채, 사고책임만 부담하도록 하는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백은 도급계약이라는 합법적 구조 아래에서 늘 형성되고 있으며, 하청 구조는 원하청 모두에게 합법적으로 안전관리 의무 및 사고책임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근본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3. 나가며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나 발전본부의 안전매뉴얼은 모두 사용자의 안전관리 의무조항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안전에 있어 사용자의 의무를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사용자의 의무조항이 강조된다고 해서 노동자의 노동안전권이 자동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현재 모든 발전소는 원청사용자의 의무, 협력사의 의무가 현장노동자의 안전수칙 지키기, 안전절차서 준수 등의 의무로 이어지면서 실제 안전에 대한 의무가 과잉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그 어느 조항에서도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사용자의 의무를 강제하거나 자신들의 유해위험 요소들을 해결하고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권리행사를 보장하고 있지 않다.

가령 설비개선 요구 또한 노동자의 의무사항이지 권리가 아니기 때문에 안전을 위한 피드백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다. 권리가 행사되지 않는 안전은 통제장치가 되어 위험을 숨어들게 만든다통제장치로서의 안전은 위험을 잠복하게 만들어서 사고의 가능성을 증폭시킨다. 그런데 이러한 안전 통제장치는 원·하청 구조에서 필연적이다. 이것이 위험의 외주화의 핵심이다. 위험의 외주화는 위험을 단순하게 외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해결할 수 있는 권리와 책임의 문제를 공백 상태로 만들어버린다. 따라서 무엇보다 안전에 대한 권리를 명시하고 실질적으로 권리가 행사되도록 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현장의 위험을 개선하는 과정과 절차가 강화되어야 한다.

안전권은 위험에 대해 알 권리, 위험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들을 제기할 권리, 안전에 대한 조치들에 대해 이의제기하고 개선하기 위한 참여와 행동할 권리를 포함한다. 또한 위험한 설비와 시설에 대한 개선과 노동강도 및 작업방식 전반에 대해 개선하기 위하여 노동자 간의 집단적인 의견수렴과 행동 그리고 노사 간의 협의를 위한 참여를 포함한다. 이는 노동자들이 현장의 위험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대처하며 해결할 수 있는 노동안전보건 권리 논의의 흐름을 역류시키기 위하여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조건이다.

 

[연구리포트] 유연 노동시간과 정신건강: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의 영향 미리보기 / 2019.07

[연구리포트] 

 

 

유연 노동시간과 정신건강: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의 영향 미리보기 

 

 

이혜은 /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1. 들어가며
올해 초,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데 합의하였다. 노동계의 깊은 우려와 반대에 불구하고 경영계의 손을 들어준 결정으로 평가되고 있다.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조항으로 ‘근로일간 11시간의 휴식 의무화’ 가 더해졌으나 그마저도 ‘불가피한 경우’,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따라 무산될 수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라는 용어 자체는 필요에 따라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제도이니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제도로 느껴질 수도 있다. 탄력근로를 찬성하는 경영계에서는 “사용자는 생산성을 높이고 경영 환경을 개선할 수 있으며, 근로자도 근무시간이 줄고 휴일이 늘어나는 등 일과 생활의 조화를 꾀할 수 있다”고 포장한다. 과연 탄력근로 확대가 ‘주당 최대근로시간 52시간’의 효과를 무력화시키지 않고 제도를 안착화시키는 방안이 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보다 탄력근로의 단위기간이 훨씬 긴 선진국들 사례 (물론 그들의 전체 노동시간은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이 짧기에 단위기간 만의 비교는 의미가 없다) 가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으나 기존의 유럽 연구에서도 유연노동시간에 대
한 우려를 찾아볼 수 있다. 2000년 유럽근로환경조사의 응답자 21,505명에 대해 분석한 연구01에 의하면 유연한 노동시간을 일하는 경우 (하루 노동시간이 매일 같지 않거나, 매주 근무일수가 일정하지 않거나, 하루 중 일하는 시간대가 일정하지 않은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고 호소하는 비율이 건강문제에 따라 1~12% 가량 높았다. 요통, 두통, 불안, 스트레스, 사고 등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서 건강 상태의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당시 조사 대상이었던 유럽 국가들의 노동시간은 연간 1400~1800 시간 정도로 약 2,000시간인 우리나라보다 훨씬 짧은 상태였음에도 그렇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불과 얼마 전까지 주당 최대 노동시간은 68시간까지도 가능했기에 사실상 굳이 탄력근로제를 시행하지 않더라도 합법적인 연장근로를 통해 많은 노동자들이 ‘유연하게’ 일했다. 따라서 기존의 데이터를 이용해 탄
력근로제 확대가 가져올 영향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취업자를 대표하는 근로환경조사의 대규모 데이터를 이용하여 유연한 노동시간을 일하는 노동자들의 특성과 정신건강과의 연관성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2. 연구 대상과 방법
연구에 사용한 데이터는 2017년 근로환경조사 자료로 우리나라 전체 경제활동인구를 대표하는 데이터이다. 연구대상은 시간제 노동자를 제외한 전일제 임금근로자로 한정하였다. 그 외에도 불안정 고용과 시간선택제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주당 근무시간 30시간 이하의 단시간 노동자와 근무시간대는 일정치 않지만 탄력근로제와는 별개의 비전형노동시간인 교대근무자 역시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주요 분석 항목의 결측치가 있는 경우는 분석에서 제외되었다. 총 분석대상자는 대표성을 반영하는 가중치를 적용했을 때 28,345명이었다.


유연 노동시간은 1) 매일 노동시간의 길이가 같다 2) 매주 근무일수가 같다 3) 매주 근무시간대가 같다 의 3가지 문항에 하나라도 ‘아니오’로 응답한 경우로 정의하였고 모두 ‘예’로 대답한 경우 비유연 노동시간으로 간주하였다. 주요 결과변수인 우울증상과 불안증상은 지난 12개월간 경험한 적 있다고 응답한 경우로 정의하였다. 모든 빈도 분석과 평균 계산, 로지스틱회귀분석은 가중치를 적용하여 수행하였다.


3. 연구결과

3.1 유연노동시간 노동자는 어떤 특성을 지니는가


전체 분석대상 28,345명 중 5066명 (17.9%)이 유연 노동시간에 해당하였다. 유연노동시간 노동자와 비유연 노동시간 노동자의 인구학적, 직업적 특성 분포는 다음 표 1에 비교하였다. 비유연 노동시간 군에 비해, 유연 노동시간 노동자들은 남성의 비율이 더 높았다. 사무종사자의 비율이 다소 낮고 대신 판매종사자, 기능원과 장치/기계 조작 종사자 등 제조업 생산직에 해당하는 직업군의 비율이 높았다. 비유연 노동시간 노동자들의 경우, 법정노동시간인 주 40시간 이하인 경우가 약 60%를 차지하였으나, 유연노동시간 노동자들의 경우, 약 40%로 훨씬 낮은 비율을 보여 유연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길었다. 월평균 소득은 유연 노동시간 노동자들이 조금 높았는데, 유연 노동시간의 경우, 장시간 노동과 비전형 노동시간 (야간, 휴일 등)에 따른 연장근로수당이 소득을 높였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탄력근로제의 확대 시 양상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노동조건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평균 주당노동시간으로 층화하여 유연노동시간 여부에 따라 노동시간 관련 노동조건을 비교해보았다. 주당 노동시간을 31~40시간, 41~52시간, 53시간 초과로 나눠서 비교해보면, 모든 노
동시간 분류에서 유연노동시간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더 나쁜 결과를 보인 항목이 많았다. 같은 노동시간 일하는 경우, ‘유연하게’ 일하는 노동자는 밤 근무, 저녁 근무, 토요일 근무,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한 날짜, 11시간 미만 휴식하고 다시 일한 경험이 ‘유연하지 않게’ 일하는 노동자보다 많은 것이다. 이미 주 평균 52시간 한계를 지키고 있어 특히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주당 노동시간 41~52시간 그룹의 경우, 유연노동시간 군이 밤 근무 횟수, 저녁 근무 횟수, 하루에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횟수가 모두 많았고, 특히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횟수는 2배 가량, 11시간 이상 휴식하지 못한 경험은 2.5배가량 높았다.


3.2 유연노동시간과 정신건강

그림1 주당 노동시간과 유연노동시간 여부에 따른 우울/불안 증상
*성별, 연령, 직업군, 업종, 소득을 보정한 결과임


노동시간과 유연 노동시간 여부에 따른 우울증상과 불안증상의 위험은 다음 그림 1과 같다. 법정노동시간인 주당 노동시간 31~40시간 이면서 비유연 노동시간인 노동자를 비교군으로 했을 때, 노동시간이 길고 유연노동을 하는 경우에 우울증상 및 불안증상의 위험이 컸다. 특히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52시간 이하인 경우에도 유연노동시간 노동자의 우울증상은 비교군의 3.37배, 불안증상은 3.78배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오히려 주당 평균 53시간 이상 노동하는 비유연 노동시간 노동자의 위험도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4. 마치며
본 연구 결과는 하루 근무시간의 길이나 주당 근무일수가 불규칙한 경우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52시간 이하인 경우라도 야간 근무, 휴일 근무, 하루 장시간 노동 등 나쁜 노동조건이 동반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우울증상과 불안증상의 위험이 3배 이상 매우 높아짐을 보여주었다. 주당 노동시간 52시간 상한제로 조금이라도 노동자 건강에 긍정적 효과를 원한다면, 성급한 탄력근로제의 확대는 막아야 할 것이다.

 

* 각주

01 Costa G, Akerstedt T, Nachreiner F, Baltieri F, Carvalhais J, Folkard S, Dresen MF, Gadbois C, Gartner J, Sukalo HG, Härmä M, Kandolin I, Sartori S, Silvério J.Flexible working hours, health, and well-being in Europe: some considerations from a SALTSA project. Chronobiol Int. 2004;21(6):831-44.

[연구리포트] 과로(사·자살),통치 기술의 산물이다 / 2019.06

[연구리포트]

 

 

과로(사·자살), 통치 기술의 산물이다

 

 

김영선 /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개인적인 것? 문화적인 것?


과로(사·자살)를 ‘권력 장치’로 풀어내는 푸코주의 분석. 생경하지만 궁금증을 유발한다. 여기서 다룰 텍스트는 Governing Employees: A Foucauldian Analysis of Deaths from Overwork in Japan(Yoshio Shibata, 2012, Global Asia Journal, 12)로 저자인 요시오 시바타는 뉴욕시티대 문화인류학 박사로 현재 리츠메이칸대에서 사회학을 강의하는 연구자다. 논문을 세 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과로(사·자살)의 원인에 대한 문화적 설명과 개인에 기초한 설명은 권력 장치의 착취 효과를 은폐하는 결과를 낳는다. 개인환원론은 권력 문제를 탈각시
키고 문화적 설명은 권력 문제를 모호하게 흐려 버린다. 2) 완벽주의 성향 등의 개인적 특성이나 소속감 등의 문화적 태도 모두 사실은 ‘통치 기술’로서의 ‘작업장 장치’에 기인한 것이다. 3) 그 장치들에 관철된 통치 기술을 드러내 이에 대항하는 집합적인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저자는 “일본 노동자들은 왜 힘든데도 일을 계속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논의를 시작한다. “과중노동을 ‘회사 충성심’, ‘집단주의’, ‘소속감’때문이라고 여기는데, 과연 그런가?” 두 번째 반문이다. 마지막으로 완벽주의 성향이나 개인 선택·자발성으로 보는 개인 차원의 설명에 대해 비판한다. 일본 노동자는 회사에 ‘속해 있’는 것(belong to)으로 설명되곤 하는데, 대표적으로 로널드 도어(1982)는 일본 노동자가 회사에 추가 노동을 제공하려는 의지는 회사에 대한 소속감, 멤버십 동기에 따른다고 보았다. 이렇게 일본인에게 존재적인 것처럼 전제된 소속감이나 멤버십 동기는 일본인론(nihonjinron)과 연결된다. 일본인은 개인적인 것이나 전문가적 특성보다는 집단을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물론 일본인론이 많이 사그러들었음에도 이러한 문화주의 프레임은 과로 현상을 분석하는데 여전히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반해, 저자는 멤버십 동기나 소속감이 동원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문화주의 담론은 통상 어떤 에토스를 국민적 특수성으로 여긴다. 이런 프레임은 많은 경우 사회적 실재를 관통하는 권력관계를 간과하곤 한다. 그는 과로(사)가 집단주의나 공동사회적 응집성에 기인한다는 설명을 거부하면서, 문화주의 담론을 ‘관리 장치’의 일부라고 본다. 문화주의 담론은 과로(사) 현상을 정당화하는 관리 장치라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자발적 과로가 과로사의 원인일 수 있겠지만, 문화적 설명은 권력 작용을 놓치고 만다. 저자는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과중 노동을 권력관계 밖에 놓여 있는 ‘문화적인 에토스’로 설명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고 비판하면서, 미셸 푸코(2003, 2007)의 통치성(governmentality) 개념을 가져와 관리 장치가 노동자들을 어떻게 죽을때까지 자발적으로 일하도록 내모는지를 분석한다. 여기서 통치성은 ‘품행의 통솔’로 ‘개인들이 무언가를 하게 유도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말한다.

‘전체적인 인간’ 그 자체에 대한 평가


일본 기업처럼 평가 기준이 암묵적이고 모호한 경우에, 사실상 평가 대상은 ‘전체적인 인간’ 그 자체가 된다. 노동자가 가진 능력이나 기술에 대한 것이 아니다. ‘사회성’, ‘일하려는 의지’, ‘열심’, ‘희생’, ‘회사에 대한 충성심’ 등의 모호한 기준들은 ‘삶의 태도’ 전체를 평가 대상으로 위치시킨다. 그렇기에 노동자는 회사를 중심으로 자신의 삶 전체를 조직할 것을 요구받는다. 이러한 기대들은 회사 모토나 계명, 로고송, 배지, 심지어 콘도나 명절 선물세트 등의 회사 의례나 상징적인 장치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유통된다.

그간 작업장에서 암묵적인 평가 장치로 역할을 한 건 일본인론이었다. 관리장치로서의 일본인론은 직무에 대한 교육보다는 ‘좋은’ 샐러리맨의 ‘바람직한’ 태도를 학습시키는데 집중했다. 신참자가 ‘회사 공동사회’에 소속감을 갖기를 바랐고 자신의 직업에 헌신을 다하면서도 집단에 충성을 다하길 유도했다. 일본인론은 일종의 ‘규범화하는 담론(normalizing discourse)’인 것이다. 규범화하는 담론은 판옵티콘적 효과를 생산하는데, 이는 노동자들이 언제나 감시 또는 평가되고 있다고 인식하게 만든다. 회사 밖 활동에서도 ‘열정적’이길 요구받고 노동자 스스로도 그런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판옵티콘적 시선의 확장이다. 이러한 규율 메커니즘은 일터의 모든 층위에 스며들어 있다. 여기서 개별 노동자는 권력의 대상인 동시에 권력의 행사자가 된다. 판옵티콘적 권력관계망은 하라스먼트의 주요 원인으로 작동한다. 가해자의 입장에서 정시 퇴근과 휴가 신청은 야루키(열정, 헌신)의 부족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물론 많은 하라스먼트의 사례에서 보듯이, 가해자 자신 또한 노무관리의 희생자에 불과하다. 기업들은 ‘의무’와 ‘자발적인 것’ 그리고 노동과 비노동 간의 구분을 흐리는 전략을 구사해 노동자들을 무급 초과노동으로 유도한다. 노동자들이 ‘자발적’이라 이름붙인 회사의 활동들에 참여한다는 것은, 기업이 아주 손쉽게 막대한 노동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노동자들의 과로(사)를 시켜서 그런 것도 아니고 ‘노동’으로 분류조차 할 수 없으며 관리감독 하에 있던 것도 아니라고 주장함으로써 과로(사)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거부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무급 초과노동을 유발하는 간접적인 관리기술은 매우 효과적인 노동비용 절감 수단이 된다. 이러한 노무관리 기술들은 간접적으로 작동하기에, 노동자들이 그 권력의 작동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든다.


동료 경쟁과 MBO

일본에서 판옵티콘적 시선은 철저한 동료 경쟁을 통해 설계된다. 동료 경쟁은 노동자들이 게임에 참여토록 하는 의지를 발휘하게 하는 신자유주의적 통치 기술이다. 노동자들은 동료 경쟁의 과정에서 게임에 승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서비스잔업이나 충성심, 소속감을 멤버십 쌓기의 일환으로 여기고, 그것을 증명하려 한다. 물론 멤버십의 기준이 명료하지 않기에, 동료 경쟁의 한계는 따로 없다. 은행원을 대상으로 한 요코타 하마오(1997)의 연구는 노동자들이 서비스잔업 같이 
‘자기 희생’을 전시하는 게임에 참여하는 풍경을 보여준다. 실제로 평가되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들이기에, 노동자들은 타자의 평가적 시선에 상당히 민감하게 되고 의식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일종의 ‘인상 관리’를 위한 ‘연극적’ 행위인 것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경쟁 게임이 노동자를 ‘통치될만한’ 대상으로 만들어 버린다고 지적한다. 개별 노동자는 경쟁에서 이길 때도 있겠지만, 게임의 판에서 노동자는 또 다른 경쟁에 배치될 뿐이라는 것이다. 혹시 누가 경쟁 게임에 거부감을 가지더라도 그 게임에서 발빼기는 어려워진다. 경쟁에서의 이탈은 ‘불행’으로 미디어화되어 있기에 ‘추락의 공포’는 더욱 경쟁 게임을 추동한다. 한편, 1990년대 중반 이후 새롭게 부상한 경영 담론은 정규 고용을 줄일 것, 연공성을 줄일 것, 결과중심적인 평가체계를 구축할 것, 노동자의 책임성을 중시할 것, 전지구적 경쟁에 맞선 창발성과 성과평가 등을 강조했다. 새로운 경영담론은 자기주도성, 자립성, 위험감수, 결과에 대한 책임성 등을 내세워 복지국가에의 의존문화(culture of dependency)를 공격했던 대처, 레이건의 기업문화 담론과 상당히 흡사하다. 일본의 경영담론 또한 안정성으로 상징됐던 정규 노동자의 것들을 ‘의존성’으로 규정하고 제거되어야 할 것으로 공격해 나갔다. 개인의 자율성을 최대한 끌어내고 자신을 스스로 통치하게끔 만드는 새로운 방법으로 성과지향적인 평가체계가 도입됐는데, 대표적인 것이 목표관리(Management By Objective, MBO)다. MBO는 (1) 개인별 특정 업무를 연차별, 분기별, 월별로 구체화하고, (2) 업무 목표의 성취도를 수시로 평가하며, (3) 기업목표와 연계해 개인 업무목표를 설정하고, (4) 업무 목표를 수량화해 기업이익과 연결하는 것이다. 여기서 노동자들은 연공성에 기대지 않는 ‘기업가적’이길 요구받는다. ‘책임있는’ 사람으로서, 할당된 직무 목표를 성취해 나가는데, 실패에 따른 결과(낮은 임금, 심지어 해고까지)를 수용해야 한다. 회사를 비난하는 게 아니고! 노동자들은 이익과 비용을 스스로 계산하도록 또한 더욱 높은 직무 목표를 달성하도록 요구받는다. 업무 성과의 실패는 자기 통치의 실패와 연관되어야 한다.
MBO는 ‘자아 기술’을 도입한 통치 기술의 전형이다. (1) 직무 목표를 확인하고, (2) 어려운 목표를 성취하게 하며, (3)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4)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 비난을 감수하고 책임을 져야하며, (5) 도전 목표를 달성하면, 다음 라운드에선 더 높은 목표치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장치는 ‘무리한’ 목표까지도 수용케 할 수 있다. 만약 쿼터를 달성하지 못해 그에 따른 손실을 노동자 개인이 감수하도록 하는데, 실업의 공포가 일상화된 맥락에서는 초과노동의 수용이나 책임성을 높이는 기제로 작동한다.

또한 노동시장이 분절되어 있고 자본의 분할 지배 전략이 구사되는 맥락에서 노동자는 잔업을 더 해야 하는 압력에 내몰린다. 비정규 노동자 또한 정규직이 되려면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 압력을 받는다. 노동가격을 낮추는 경쟁 압력, 즉 노동 덤핑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과로(사·자살)로 내모는 권력 장치의 효과를 문화적인 것, 개인적인 것으로 오독하지 말아야 할 것을 주문한다. 권력 장치의 효과로 외화된 장시간 노동만을 문제화하는 접근 또한 작업장에 가로지르는 권력 장치의 폭력성을 대면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문제의 해결은 작업장에 관철된 통치 기술들을 문제화하지 않고서는 어렵다. 저자는 통치 기술에 대항하는 집합적인 대응수단을 마련해 투쟁을 전개해야 함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