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고깃집에서도 폐암이? /2015.5

[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고깃집에서도 폐암이?


Dr. 아이유


53세의 젊은 나이에 폐암을 진단받은 A 씨(남자)가 산재를 신청하겠다고 찾아왔다. A 씨는 18살 때 아주 유명한 고깃집에 취직하여 35년간 연탄불 관리, 식자재 준비, 서빙, 불판(석쇠) 세척 및 청소 등 하루 14시간 이상 식당의 거의 모든 일을 하면서 고기 구울 때 나오는 연기와 손님들이 피우는 담배 연기 때문에 폐암이 진단되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자세히 물어보니 장기간 근무하였던 고깃집은 연탄 구이 전문점이었는데, A 씨는 초기 15년간 식당에 거주하면서 하루 평균 16~18개의 연탄을 관리하였고, 다음 날 연탄을 사용하기 위해 밤에 자기 전에 연탄 1개는 살려놓았다고 한다. A 씨가 가져온 과거 고깃집의 사진에서는 10평 남짓한 좁은 실내에 동그란 테이블이 7개가 있었고, 테이블 안에서 피우는 연탄으로 사람들이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는데, 요즘 같이 고기 구울 때 나오는 연기를 빨아들이는 환기장치 따위는 없었다. 그 당시 송풍기가 4~5대 설치된 것 말고는 환기장치는 없었다. A 씨는 비흡연자라고 하였고, 의무기록에서도 비흡연자로 기록되어 있었는데, 과거 고깃집 사진 속에서는 손님들이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담겨있었다.

A 씨가 근무하였다는 고깃집을 가보니 현재는 대부분 숯불구이로 고기를 굽고 있었고, 일부 1~2개 테이블에서만 연탄으로 고기를 굽고 있었는데, 식당 사장님에게 물어보니 과거에는 연탄 돼지 소금구이로 유명한 집이라고 하였다. 현재도 식당 뒤편 건물 사이 실외 공간에는 숯을 만드는 곳과 사용하지 않은 연탄이 쌓여 있는 집으로 여전히 국소배기장치는 식당 천장에만 있었다.



연탄을 포함한 여러 형태의 석탄이 완전 혹은 불완전 연소하면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다핵방향족탄화수소(PAHs), 벤젠, 포름알데히드를 포함하여 연탄에 불순물로 함유된 황, 비소, 규소, 불소, 납, 수은 등 다양한 분진, 가스, 금속이 발생하는데, A 씨와 같이 석탄(연탄)을 실내에서 장기간 사용하게 될 경우 폐암 위험도가 증가한다. 실내 석탄 사용과 폐암과의 관련성에 관한 연구는 중국에서 농촌 지역으로 분류되는 윈난 성(Yunnan)에서의 연구가 많은데, 실내에서 석탄(연탄)을 이용하여 요리나 난방을 사용하는 농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석탄 연소물질의 대부분을 집 바깥으로 배출시키는 통풍구(연통)가 없는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 폐암 위험도가 높다고 한다. 또한, 석탄 난로 사용 기간이나 석탄을 연료로 요리한 기간이 길수록, 석탄 사용량이 많을수록 폐암 위험도는 더 높았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연탄을 많이 사용하였기 때문에 연탄 사용이 국내 폐암 발생에 기여가 높을 수도 있지만, 중국과 달리 그나마 국내에서 연탄을 사용하던 시기에는 아궁이와 구들에 연결된 굴뚝을 설치하였기 때문에 중국 윈난 성의 농부보다는 영향을 덜 미쳤을 것이라고 보인다. 그래도 한두 번 연탄가스를 마셔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연탄 연소물질이 제대로 배출되는 집에 살았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연탄 구이 전문점이라고 하는 곳은 지역의 명물 맛집이 되어 현재도 각종 블로그에 고기 맛을 자랑하고는 있다. 다행히도 A 씨는 실내 연탄 연소물질 노출로 산재가 인정되었지만 국소배기장치가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연탄 구이 전문점에서 지금도 손님 테이블의 고기를 굽거나 서빙을 하면서 연탄 연소물질에 지속해서 노출되는 A 씨와 같은 식당 노동자들은 앞으로 폐암 발생 위험이 클 수 있다.

A 씨를 만난 이후 나는 가끔 연탄 구이 전문점이 그리워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연탄 구이 고깃집을 방문할 때는 연탄 바로 위에 국소배기장치가 있는지, 실내 환기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보는 버릇이 생겼고, 거기서 일하시는 식당 노동자분들을 다시 한 번 보게 되었다. 노동부나 환경부가 이런 작은 노동 현장에도 관심을 두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