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환경의학의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장애가 있는 노동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 2015.2

장애가 있는 노동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강충원 직업환경의학의

 

 

2년 전쯤 모 방송국 의학전문기자를 하는 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장애인들의 건강검진 수검률이나 병의원 방문 횟수, 운동 등 건강습관이 비장애인에 비해 열악하다는 기사를 쓰려고 하는데, 혹시 개선할 방법을 생각해 본 적이 있냐는 것이었다. 그 때부터 일터에서의 장애 노동자들의 건강보호와 증진에 작은 관심이 더 생긴 것 같다.

 

우리나라는 장애인의무고용제도에 따라 국가·지방자치단체나 50명 이상 공공기관은 직원 수의 3%, 50인 이상 민간 기업은 2.7%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한다. 우리가 방문하는 보건관리대행사업장도 50인 이상이기 때문에 적어도 사업장별 1.5명 이상의 장애인 노동자를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사업장을 방문해서 보건담당자에게 장애인 직원을 물어보면 대부분 미준수금을 내고 별도로 고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업장에서 고용한 장애 노동자뿐 아니라, 장애인보호(근로)사업장과 건강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장애를 숨기고 지내는 노동자를 만난 경험이 있어 몇 가지 공유하고자 한다.

 

우리가 일터에서 마주치는 장애를 가진 노동자들은 어떤 분들일까? 일하다가 산재 후 절단·척수장애 등 지체장애나 청각장애, 뇌병변 장애 등을 가지고 복귀하는 경우나 암, 고혈압/당뇨 합병증이나 신장, 심장, 간, 호흡기, 장루·요루 장애를 가진 분들이다. 이러한 장애는 일부 기업에 고용된 시각장애인 안마사 외에 겉모습만 봐서는 알 수 없고 면담하면서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혹시나 회사가 알게 되면 불안감에 자신이 계속 일을 할 수 있는지, 건강에 문제가 되는지, 다른 일로 전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의가 온다(이것을 전문 용어로 ‘업무적합성평가’라 한다). 고용이 불안한 우리나라에서 장애는 숨기는 것이 장땡인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스트레스나 화학물질, 육체적 부담 등 일하는 환경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숨기는 것이 독이 될 수도 있다.

 

사실 장애 노동자들을 가장 많이 만나는 경우는 장애인보호사업장이나 장애인근로사업장이라는 곳들인데, 이런 곳들의 사업주나 국가는 대부분 일반적인 노동자로 대하기보다는, 자신들이 “갈 곳 없고, 할 것 없는 사람들”을 보호하거나 도와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기본적인 노동조건이 최소한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장애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다(장애인은 한명 몫을 다 못한다고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되는 대상임). 이렇게 인가받은 장애 노동자는 2013년 기준 4,500여명이고, 이들의 시급은 최저임금(2013년 4,860원)의 57.1%에 불과한 2,775원이다(한겨레신문). 최근 박근혜정부가 2017년부터 장애 노동자에게 능력에 따른 최저임금 감액제도를 시행한다니, ‘최저’라는 말이 참 무색하다.

 

주로 장애인을 많이 고용한 사업장은 주로 친환경세제나 쓰레기봉투를 만드는 사업장, 토너 재생공장, 인쇄분야, 칫솔이나 생필품을 만드는 공장이다. 지적장애나 지체장애, 발달장애 등 다양한 장애를 가진 분들이 많고 그나마 건강검진이라도 받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검진결과에 따라 병원을 가야될 경우 보호자들이 화를 내는 경우가 많고, 사업장에서 동행도 하고 복약지도도 하는 것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운동이나 식단개선 등 생활습관개선은 개인별 맞춤으로 관심을 가지고 진행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시설을 들어본 적이 없다. 더군다나 유기용제나 근골격계질환과 관련된 이야기를 근로자 개인에게 아무리 설명하고 이해시키려 하지만, 짧은 만남으로는 쉽지 않다. 회사에서도 불쾌하게 생각하는데 나는 의사로서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면죄부를 줄 수도 없다. 아직 부족하지만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애를 써본다. 특히 곁에서 장애인들을 적극 지지, 격려해주는 비장애인 노동자들이 있는 경우에는 많은 희망이 있다.

 

열정을 가지고 방문했던 ◯◯공방이라는 가구제작 공장이 있었는데, 소음이 아주 심했지만 청각장애인분들이 많아서 별 신경을 안 쓰다가 청력이 남아있거나 정상인 분들도 가끔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화들짝 놀랐던 곳이었다. 분진이나 포름알데히드, 도장시 유기용제나 중금속 문제에 대해 회사와 논의하였고, 질병의 기본개념이나 건강에 대한 생각을 소통하는 것을 시작으로 보호구를 지급하고, 특수건강검진도 시작하기로 하였다. 청각장애가 있다 보니, 이분들은 동네 의원을 가서도 설명을 잘 듣지 못하고 오는 경우가 많았고, 그나마 사업장에서는 수화를 통해 소통이라도 가능했기에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조금씩 변화가 보였다. 여러 한계에도 우리 간호사 선생님이 수화도 배우고, 못하는 엑셀로 표도 만들어 그분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

 

굳이 장애 노동자 건강 이야기를 따로 꺼내들었던 이유는 다른 영역에서처럼 사업장 건강관리에서도 쉽게 무시되기 때문이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산업안전보건법, 근로기준법에서 소외되어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상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업장을 방문하는 의료인이든, 함께 일하는 비장애 노동자든 ‘편견 없이 대한다’는 것은 똑같은 시간과 노력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똑같은 건강을 누릴 수 있도록 대하는 것이다. 일터에서도 장애 노동자들이 “최적의 건강”을 누릴 수 있는 날이 오도록 함께 애를 써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