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1. 안전을 기업에 맡긴다? 세월호 1년, 정부 안전대책 평가 / 2015.4

안전을 기업에 맡긴다? 세월호 1년, 정부 안전대책평가


푸우씨(집행위원장)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년이 다가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동시대의 다른 어떤 사건보다 한국사회에 던진 충격과 파장이 컸다. 그만큼 세월호 참사를 빚게 한 다양한 형태의 원인진단과 해석, 대안이 각계각층에서 지난 1년간 쏟아져 나왔다. 노동안전보건운동진영을 비롯한 시민사회는 세월호 참사를 ‘자본주의 체제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빚어낸 결과로 규정하고, ‘규제완화 정책 폐기’, ‘민영화 반대’, ‘수명 끝난 원전 폐기’, ‘안전사회 건설’ 등 투쟁 요구와 기치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이에 반해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단순 해상사고’로 축소하며, 참사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 진단과 진상규명 요구의 목소리를 애써 외면해 왔다. 이는 세월호 참사가 체제와 권력의 문제로 지목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전면에 떠오른 ‘안전’이라는 화두를 활용해 ‘안전산업 육성’ 등 자본시장의 활로를 개척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월호 참사 1년이 다가오는 지금,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안전대책을 살펴보고자 한다.


거듭되는 참사


사건

규모

문제점

고양

종합터미널

창고 화재

(2014년 5월 26일)

8명 사망, 지하 1층

- CJ내부 인테리어 공사 중 방화셔텨와 스프링클러 등을 작동할 수 있는 긴급 전원 시설도 차단한 채 공사

-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에 공사

- 공사를 관리 감독해야 할 책임자인 공사감리도 비상주 1인만 지정

전남

장성요양병원

화재

(5월 28일)

21명 사망,

8명 중경상

- 새벽에 화재 발생으로 5분 사망

- 4656㎡ 규모의 2층 별관 70~80대 환자 34명에 간호조무사 1명

- 발화 시점부터 소방대원 도착시간 6분 동안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로 사망

- 스프링클러 없음.

- 요양병원의 인력기준, 화재안전 기준 2013년부터 요양병원의무인정제가 시행되고 있으나, 의료기관 평가 인증원은 요양병원 인력 기준에 관한 법을 지키지 않아도 모두 인증을 해주었음.

판교

테크노벨리

환풍구 추락

(10월 17일)

16명 사망,

11명 중경상

- 환풍구 안전 관리 규정 없음.

- 국과수 1차 감정결과: 용접불량, 지지대 절단, 앵커볼트 미고정 등 부적절한 시공형태

- 덮개 지지대 전체 앵커볼트 40개 중 11개 불량 시공

- 14년 2월 안전행정부가 ‘재난안전관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공연법의 관리 대상 지역축제를 ‘예상관람객 3천명 이상’으로 명시. 14년 3월 소방방재청 개정 시행령에 따라 ‘지역축제장 안전매뉴얼’적용대상 축소

의정부

도시형 생활주택 화재

(2015년 1월 10일)

5명 사망,

125명 중경상

- 사무실로 활용해야 할 공간까지 주거용 원룸으로 개조해 월세 임대

- 2009년 도시형 생활주택 도입 이후, 여섯 차례에 걸쳐 외부 마감재, 건물간 거리 등 관련 규제 완화

- 건물 간 거리가 좁아 소방차 진입이 늦어짐

- 건물 외부 마감재가 화재에 취약해 불길이 빠르게 번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에도 안전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했다. 판교 테크노벨리 환풍구 추락사고, 의정부 도시형 생활주택 화재, 글램핑 화재사건, 최근 발생한 신촌대로 싱크홀 사고까지 어느 것 하나 예외없이 기업의 이윤 추구를 우선시 하고, 이를 위해 정부가 규제 완화에 나선 결과이다. 결국, 세월호 참사 이후 ‘침몰은 자본이, 참사는 정부가’ 라고 진단한 시민사회의 언명이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거듭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참사 이후 벌어진 또 다른 참사들을 통해 아주 잘 증명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에게서 안전에 대한 근본적, 철학적 성찰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앵무새처럼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관계기관의 철저한 수사를 바탕으로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발표만을 주문처럼 되뇌었을 뿐이다.


급기야 박근혜 정부는 구체적인 안전 대책을 내놓지도 않은 채, 3월 19일 산업자원부 산하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안전산업발전방향’ 을 내놓았다. ‘안전’에 대한 투자는 없이, ‘안전산업’에 투자하여 ‘안전산업을 육성’ 하여 국가의 안전을 수립하겠다는 발상이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국민의 안전까지 기업에게 넘겨주겠다고 선언한 것에 다름 아니었다. 그리고는 지난 3월 30일 이완구 국무총리가 중앙안전관리위원회를 열어, 박근혜 정부의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을 확정·발표했다.



5년간 30조원을 쏟아 붓는…….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의 정책수립 방향을 발표했던 시기부터 속빈 강정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었다. 정부는 작년 세월호 참사 이후 한 달여 만인 2014년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8월 26일 제5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발표한 [국민안전 대진단 및 안전산업 발전 방안], 9월 23일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 기본방향 및 향후 추진계획]에서 안전 정책 대강의 얼개와 방향을 제시해왔다. 이런 정책방향 하에 3월 30일 모습을 드러낸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은 ▲재난안전 컨트롤기능 강화 ▲현장 재난대응 역량강화 ▲생활 속 안전문화 확산 ▲재난안전 인프라 확충 ▲분야별 창조적 안전관리 등 5대 전략과 100대 세부계획으로 구체화 됐다.


이 과정에서 지난 1년간 박근혜 정부가 안전관련 대책을 언급할 때마다, 시민사회가 제기했던 ‘안전관련 규제 완화 중단’ 등 근본적 비판은 철저히 외면됐다. 기업투자 활성화, 경제 활성화 대책이라는 명목으로 등장한 각종 규제개혁이 가장 우선적으로 기업과 공공기관,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필수적인 안전시설, 안전보건 인력 채용 등을 무력화해 위험을 증폭하고, 확산하는데 일조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귀를 막아버린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기 전인 작년 3월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장관회의에서 ‘규제는 쳐부수어야 할 원수이자 암 덩어리’ 라고 선언하며 각종 규제를 임기 내 10%, 임기 말까지 20% 줄이겠다고 발표했으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직후 국민여론을 의식해 잠시 주춤했던 규제개혁이 현재는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결국 정부는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을 통해 참사와 사고 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보호와 예방에 관한 국가의 책무에 대해서는 사실상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국가안전처 중심의 ‘재난안전관리체계’ 를 확립해, 재난과 사고 등 상황에서 긴급한 구조, 구난, 지원에 효과적인 인력 확보, 지자체와의 협력, 대응 체계를 갖추겠다는 것을 ‘안전대책’ 의 전부로 일관하고 있다.



안전을 기업에게 맡긴다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

- 안전을 ‘산업화’ 하여 기업 이익을 보장하는 수순


물론 정부는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에서 ▲생활 속 안전문화 확산 ▲재난안전 인프라 확충 ▲분야별 창조적 안전관리를 5대 전략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사실상 양념 식으로 곁들여진 안전대책에서 별다른 실효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3가지 과제에서 거론된 ‘민관합동’ 의 ‘민’ 은 사실상 기업이기 때문에, 그 우려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기업의 이윤보장을 위해 안전문제가 도외시 되었던 그간의 과정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어 더욱 그렇다. 작년부터 언급되기 시작한 정부의 안전산업 육성 방안에서도 방점은 ‘안전’ 이 아니었고, ‘안전산업’ 을 육성해 ‘수출’ 주력분야로 육성하겠다는 입장이 제기되어 왔다. 특히 올해 정부는 각종 안전진단과 점검 분야를 민간에 대폭 개방하겠다며, 상반기에 가스 안전진단 분야를 민간에 시범 개방한 뒤 교량, 터널, 댐 등으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해 사실상 정부(공공기관)의 몫까지 기업에게 내주겠다고 선언해 버림으로써 국가의 역할을 포기해 버렸다고 할 수 있다.


거론조차 되지 않은 노동안전


정부의 이번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 중 ▲분야별 창조적 안전관리에는 ‘항공, 도로, 산업단지, 에너지, 철도’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노동안전(산업안전)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모든 분야에서 안전을 담당하고 책임지는 노동자들은 우선적으로 정규직화 되어야 하고, 시민과 노동자들에게는 위험 요인과 안전 관련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알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일선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위험을 예방하고 통제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이 부여되어야 한다. 이런 과제는 노동자의 안전이 곧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문제의식 하에 세월호 참사 이후 시민사회가 끊임없이 주장하고 요구하던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과제들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을 발표하며 "안전관리는 재난 현장에서 얼마나 잘 작동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며, "이론이 아닌 실제적인 대응체계를 갖출 것" 을 주문한 것에 비추어 본다면, 위험상황을 1차적으로 마주해 이를 통제하고, 최소화할 수 있는 권한은 해당 노동자에게 부여되어야 한다.


‘안전대책’ 과 ‘대응매뉴얼’ 이 실제 작동할 수 있으려면, 그에 걸맞은 예산과 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은 가장 기본적인 국민의 ‘안전’ 까지 결국 ‘기업’ 에게 맡겨버리고, 국가의 역할을 포기하는 선언을 했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통해 얻은 교훈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