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6월_특집2] 기후위기와 노동, 노동조합(*): 〈국가책임 기후일자리〉와 〈민주적 공공소유〉, 그리고 〈기후적록동맹〉

기후위기와 노동, 노동조합(*): 〈국가책임 기후일자리〉와 〈민주적 공공소유〉, 그리고 〈기후적록동맹〉

이승철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

 

초록은 동색이 아닌 시대

이 정도면 그야말로 메가트렌드라고 부를 만하다. ‘기후’와 ‘전환’ 이야기를 하지 않는 정치세력이 없다. 기후 뉴스도 하루를 거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12개국 정상과 주요 글로벌 그룹이 참여하는 <P4G 서울정상회의>를 참으로 성대하게 개최했다. ‘기후’를 붙인 시민단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다. 심지어 현대자동차 부사장과 포스코 회장, SK발전 대표이사는 <탄소중립위원회>에 이름 석 자를 올렸다. 어제까지도 ‘주요 탄소 배출원’이었던 자동차-철강-발전회사의 사장님들이, 왜 갑자기 탄소중립에 환호하며 나서고 있을까. 그들의 ‘녹색’과 우리의 ‘녹색’이 다르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초록은 동색이 아닌 시절이 왔다.

에너지 산업 전환, 정부의 언행불일치

정의로운 전환의 첫 단계는 탈석탄-탈핵에 기초한 재생에너지 체계로의 이행이다. 실제 우리나라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 727.6백만톤 CO₂eq 중에서 에너지부문의 배출량은 632.4백만톤 CO₂eq으로 87%를 차지한다. 정부 대책 중 가장 먼저 화력발전소 폐쇄가 언급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석탄화력발전을 중단해야 한다는 데에 이견이 없다. 정부도, 발전노동자들도 같은 의견이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실현하느냐의 경로와 방안인데, 정부의 언행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정부는 10개 노후발전소를 폐쇄하는 조치를 취한 것과 동시에, 7개의 신규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이율배반을 보이고 있다. 7개 신규발전소 중 무려 6개가 SK-삼성-포스코-두산중공업 등 재벌대기업에 의해 지어지고 있다. 이렇게 스멀스멀 커진 민간발전 비율은 이제 30%대에 이른다. 여기에 더해 전력산업 민영화의 일환인 전력판매시장 개방 움직임도 쉼 없이 등장하고 있으며, 발전 부문의 경쟁을 부추기는 전력거래를 허용하는 법안도 ‘녹색에너지’를 명분으로 슬그머니 비집고 들어왔다. 발전대기업의 이윤보장 수단이 된 천연가스 직수입 비율도 매년 올라 지난해에는 22%를 기록했다. 한국전력과 발전공기업,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은 지속적인 경쟁압력과 수익성 추구 압박 속에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경쟁을 토대로 시장화 된 에너지 체제는 철저하게 이윤 논리에 따라 작동하게 된다. 싼 값에 많은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대량생산-대량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발전사업에 몰두한다. 화석연료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 어렵다. 계획적이고 구조적인 에너지 전환은 ‘배부른 소리’로 치부된다. 이런 상황에서 빠르고 효과적이며 정의로운 전환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녹색자본'이 온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들어 등장하고 있는 것이 바로 ‘녹색자본’이다. 한화와 SK, 현대기아차, 포스코 등은 지난 5월말 개최된 P4G 서울정상회의에서 ‘탄소중립 세일즈’에 열을 올렸다. 대기업뿐만이 아니다.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는 크고 작은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후-환경 단체를 구성하거나 개입하는 방식으로 ‘탈탄소를 위한 재생에너지 자본 육성’을 요구하기도 한다. 탈석탄만 된다면 농지를 덮고 산을 깎아 태양열 발전판을 세워도 된다는 위험한 시각까지 등장한다. 이들에게는 기후위기마저도 ‘새로운 시장’이다.

하지만 시장과 기업에 맡겨두는 에너지 전환이 성공할 수 없다는 사례는 이미 증명됐다. 2007년 독일 정부는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40%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2020 기후변화 행동 프로그램>을 발족했다. 이는 대부분 시장 기반의 정책을 사용하는 포괄적인 국가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7년 독일의 온실가스 감축은 30%를 밑돌았고, 결국 독일 정부는 감축 목표를 낮추었다.1)

유럽에서 최근 재생에너지에 대한 신규 투자가 줄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FIT 제도(발전차액지원제도)가 축소되자, 쏟아져 들어오던 민간 자본이 철수하기 시작하며 태양광 붐도 사라졌다. 즉 시장에 맡겨둔 에너지 전환은 속도와 규모의 면에서 기후위기의 긴급함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2)

 

▲ 지난 3월 31일 국회 앞에서 국제운수노련과 공공운수노조, 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철도지하철에 재정 지원과 친환경, 정의로운 복구를 위한 국제적 흐름"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방안은 '민주적 공공소유'

해법은 시장의 손으로 넘어가고 있는 에너지 산업을 ‘민주적 공공소유’ 형태로 전환해 바로 잡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발전 6개사의 수평적 통합>과 <민영 발전소의 공영화>다. 통합발전공기업 설립을 통해 현재와 같은 경쟁체제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예방하고, 이를 ①원자력과 석탄 발전의 점진적 중단과 ②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한 전폭적 투자 수행으로 돌릴 수 있다.

또 통합발전공기업은 내부적 인력 재배치를 통해서 탈원전-탈석탄 과정에서 발생할 고용 문제를 예방할 수 있으며, 신규 복합화력 발전소 건설과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재생에너지 부문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외주하청업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공공적 고용 전환 전략 내부로 포함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통합발전공기업△발전공기업의 녹색화(재생에너지의 획기적 확대 여건 마련)와 △발전공기업의 민주화(이사회와 사업구조 개혁을 통한 운영구조 민주화 및 노조-지역사회의 참여 보장)로 나아가야 한다.

 

[표1] 공공적 에너지 전환을 위한 6대 과제

 

'기후고용 창출'과 '대규모 고용불안'의 갈림길

탈석탄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가장 먼저 고용불안의 영향을 받는 곳은 에너지 산업이다. 그 중에서도 석탄발전소 노동자들이며, 그 가운데 발전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안감은 가장 크다. 정부는 203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30기를 폐쇄한다는 계획인데, 이는 다시 말해 2021년 현재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고 있는 25,112명의 고용이 백척간두에 놓인다는 뜻과 같다. 전체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중 정규직은 13,846명이며, 비정규직 노동자(청소·경비·시설 자회사, 경상정비, 연료·환경설비 운전 등) 규모는 11,286명으로 집계된다. 정부가 발표한대로 LNG발전소 전환배치 등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발전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업무특성상 이들 모두를 포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대로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될 경우, 최소 8천여명의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기후위기와 산업전환 과정에서 일자리의 위협이 나타나는 영역이 화력발전 뿐만은 아니다. 약 36만명의 고용규모를 나타내고 있는 자동차 및 부품산업의 경우 내연기관에서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에 따라 커다란 고용위협이 나타나고 있다. 탈원전 과정에서 1만여명 규모의 원자력 산업 일자리도 사라진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직간접 고용인원이 190만명에 이른다는 점을 보면, 단지 몇몇 업종의 현안을 넘어 노동자 전반의 문제가 된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고 있는 고용대책은 여전히 ‘맞춤형 직업훈련과 재취업 지원’ 정도에 머물러 있다. 정부지원책의 대부분이 오히려 기업에 쏠려있다. 문재인 정부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부터 철저히 노동자를 배제해 왔다.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은 정권 초기인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지지하며, 고용 보장 방안을 논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정부는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런 응답을 보내지 않고 있다. 이미 폐쇄된 보령화력 1-2호기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고용전환 관련해서도, 정부는 노조와 아무런 협의 없이 밀어붙였다.

국가책임 기후일자리가 필요하다

기후위기는 몇몇 산업의 일자리를 위협하기도 하지만, 역으로 대규모 기후일자리의 수요를 만들기도 한다. 예컨대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재생에너지 제조-설치-유지관리 △자동차 중심의 사적 교통체계를 대체할 공공교통 확충에 따른 일자리 △에너지 효율과 단열 보강에 필요한 건물 리모델링 일자리 △생태적 농축어업 일자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국가책임 기후일자리>가 등장한다. 이를 위해선 △탈탄소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거나 잃을 위험에 처한 모든 노동자에게 일자리가 제공되고 △이 일자리는 국가 또는 공공부문의 책임 하에 만들어져야 하며 △적절한 임금과 양질의 노동조건이 보장돼야 하는 3대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아울러 이와 같은 정의로운 전환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산업-고용정책 수립-집행의 책임자이자, 에너지-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실질적 사용자인 중앙정부 차원의 노정교섭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후적록동맹을 만들자

공공운수노조는 2021년 핵심 사업의제 중 하나로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을 설정하고, △발전 △가스 △철도 △버스 △화물 등 유관 업종 사업장을 중심으로 대응기구를 구성해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투쟁이 벌어질 곳은 비단 공공부문 사업장만은 아니다. 금속노조와 건설산업연맹 등 여러 산별 노동자들 역시 정의로운 전환과 직결되는 요구를 가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를 모아내기 위해 <특별위원회> 구성도 고민하고 있으나, 이 경우 민주노총 강규에 따라 ‘총연맹 가맹산하조직이 참여하는 내부 기구’가 된다는 한계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대응은 △민주노조(총연맹, 공공운수, 금속, 건설 등) △탈시장주의 환경운동 △체제변혁적 진보정당(정치조직)의 동맹 속에서 가능하다. 따라서 이 세 단위가 공동으로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노동-환경 동맹(기후적록동맹)> 구성을 추진하는 것도 고민해볼 필요가 높다. 이런 속에서 민주노총 내부의 특별위원회 구성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이 문서는 주로 공공운수노조와 관련 있는 에너지 산업의 대응을 중심으로 작성하며, 일부의 경우 사업 담당자의 의견입니다.

1) William Wilkes&Hayley Warren&Brian Parkin(2018), Germany’s Failed Climate Goals.

https://www.bloomberg.com/graphics/2018-germany-emissions/

2) <시장주의적 에너지 전환을 넘어 변혁적 정의로운 전환으로> 구준모,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