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7월_특집1] 중대재해 조사 보고서, 지금 이대로 충분한가?

중대재해 조사 보고서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근로감독관은 현장에 방문해 재해발생 원인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수립에 관한 조사를 진행한다. 이때 전문적·기술적 자문을 위해 재해조사에 참여하는 안전보건공단(이하 공단)의 해당 분야 전문가가 작성한 보고서(재해조사 의견서)를 참고한다. 이를 가리켜 중대재해 조사 보고서(이하 중대재해 보고서)’라 한다. 즉 중대재해 발생의 원인 규명 및 동종·유사 사고 방지를 위해 고용노동부에서 실시한 공공·행정 조사의 결과물이 중대재해 보고서다.

사고예방은 재해로부터 배운다라는 말이 있다. 안전보건활동의 상식이자, 중대재해 보고서 작성의 이유다. 하지만 오늘날의 중대재해 보고서는 세상에 온전히 드러나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재해예방에 가장 기초가 되는 자료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는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고용노동부에서도 중대재해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는 현재의 심각성을 일부나마 자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 산하의 공단에서 2020년 실시한 연구에서 기존 중대재해 보고서의 질적 측면의 한계와 함께 제한적인 수준이나마 재해조사 보고서 공개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일터7월호의 특집을 통해 중대재해 보고서 공개의 필요성은 충분히 다뤄질 것이므로 본 고에서는 관행적으로 행해지는 현재의 중대재해 조사 및 중대재해 보고서의 문제를 짚고자 한다.

도대체 중대재해 보고서는 작성하는 것일까?

앞서 언급했듯이 중대재해 보고서는 중대재해에 대한 공공·행정 조사의 결과물이다. 즉 중대재해라는 막중한 결과의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고, 해당 현장뿐만 아니라 수많은 일터의 재해예방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다시 한번 중대재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이유를 되짚는 이유는 중대재해 보고서가 자료로 활용되기는커녕 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중대재해를 대하는 고용노동부의 태도부터 살펴보자. 우선 일반재해 경우 사업주가 재해발생 신고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하는 것으로 모든 처리 절차가 끝난다. 사망사고가 아니라면, 민원이 접수되지 않는 한 고용노동부에선 별도의 현장조사를 실시하지 않아도 된다. 이러다 보니 사업주가 재해발생 신고서에 재해 원인을 노동자의 과실이나 부주의 등으로 작성해, 피해자에게 재해의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 발생하곤 한다.

그러나 중대재해는 다르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56조 제1항에 따라 고용노동부에서 직접 원인조사에 나서고, 동종·유사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고자 한다. 즉 일반재해와 달리 중대재해만큼은 산안법과 그 시행규칙에 조사 필요성과 처리 근거가 마련돼 있다.

어째서 중대재해는 고용노동부 차원의 별도 규정이 마련돼 있는 걸까? 그 이유는 무척이나 자명하다. 인간의 생명은 다른 어떤 가치보다 소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 한 명이라도 일터에서 죽음에 이르러서는 안 되고, 2명 이상의 노동자가 3개월 이상의 치료를 받을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발생시킨 사고에 대해서도 간과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한 사업장에서 10명 이상 동시에 다치거나 질병에 노출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면, 이 또한 우리 사회가 모른 척 지나칠 수 없다.

중대재해는 결코 운이 없거나 불가피한 상황에 의해 발생하는 게 아니다. 흔히 호도하듯이 노동자의 실수나 부주의로 발생한 게 아니라 안전보건 관리의 총체적 부실로 인한 결과가 드러난 것이다. 그렇기에 해당 사업장의 안전관리를 전적으로 자율성의 영역에 맡겨서는 문제해결이 쉽지 않다. 이 같은 문제의식하에 근로감독관의 직접조사와 공단의 자문이라는 행정력을 동원해, 재해발생의 원인을 철저히 규정하고 동종·유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고용노동부가 실시하는 중대재해 조사는 산안법 시행규직 제3에 명시된 경우로만 국한된다. 직업병이나 직업성 질환과 관련한 조사는 보상을 위한 공단의 재해조사와 역학조사로만 갈음되고 있다. 또한 중대성이 심한 부상자가 다수 발생하더라도 의료기관에서는 최초 진단 시 3개월 이상의 요양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쉽게 내리지 않는다. 결국 대부분의 중대재해 보고서가 사고사망에 한정돼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한계를 참작할 경우, 사고사망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여기에는 그렇다, 아니다로 답하기 곤란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답하자면, 중대재해 보고서가 세상에 온전한 형태로 드러나지 않아 그 여부를 따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앞서 제시한 재해조사 보고서의 질적 제고를 위한 연구에서 일부나마 그 실태를 엿볼 수 있다. 중요한 지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현행 중대재해 조사 보고서의 한계

공단의 연구보고서를 살펴보기에 앞서, 중대재해 조사는 조사인가 아니면 수사인지 여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중대재해 보고서와 재해조사 의견서를 작성하는 근로감독관과 공단 전문가는 보고서 공개에 우려를 표한다. 중대재해 보고서는 수사자료이고, 재판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재판 등 송사에 대한 부담은 조사내용의 손질로까지 이어진다. 즉 검찰의 기소 자료로 활용되는 산안법 법령 위반 자료 이외에 조사내용은 근로감독관에 의해 수정되거나 의견 조율이라는 형태로 수정을 요구받고 있었다. 이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담당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채, 산업안전보건규칙 조항을 중심으로만 작성되는 한계로 작용한다.

5년간의 재해조사 의견서를 검토하고 분석한 연구에서는 재해조사 의견서의 내용상 문제를 언급한다. 재해 발생 과정이나 조사 및 확인 내용은 비교적 상세히 기술되지만, 재해 원인과 대책은 매우 단순명료하게 작성된다. 또한 작성 방법이나 재해조사 규정이 표준화돼 있지 않은 탓에 중대재해 보고서의 질이 들쑥날쑥하다. 특히 공단의 중대재해조사 실무 핸드북(2019)에서는 중대재해 보고서의 현장 확인 내용 및 분석항목에 총 12가지 요소에 관한 기술을 권하지만, 이조차 충실히 진행되지 않았다. 이는 7일로 한정된 재해조사 기간이라는 또 다른 문제와 연결되는 문제이다.

이외에도 고용노동부에서 재해조사에 한 명도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7.6%(56)에 이르는 것 조사 기간이 90.2%(668)3일 이내로 단순 현장 조사만 이뤄지는 것 중대재해 발생의 원인 수도 1~2개의 원인으로 작성된 게 63.8%(47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산안법 위반 법 조항 없이 원인만 (추락방지망 설치 미비, 방호물 설치 불량 등) 기술한 게 83.8%(62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단순한 기술적 관리 원인을 지적한 보고서가 98.4%(611)인 것 재해예방대책 제시에서도 1~2개로 작성된 게 56.7%(420)건에 달하고, 이조차 없는 보고서도 0.8%(6)나 되는 것 재해발생 대책에 교육적 대책의 필요성을 언급한 보고서는 1~2건을 포함한 게 9.3%(64)에 그치는 것 등이 문제임을 언급한다.

어떻게 보강할 것인가?

공단의 자체 용역연구 결과를 통해 제한적이지만, 그동안 중대재해 조사가 얼마나 허술하게 진행됐는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지금껏 관행적으로 이뤄졌지만 중대재해 조사와 중대재해 보고서는 재해감소와 동종·유사 사고의 재발 예방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재해조사의 보강과 중대재해 보고서 작성의 본래 목적 달성을 위해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노동자 참여 보장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실제 사고를 유발한 현장의 실태가 가감 없이 고스란히 드러나야 한다. 이러한 실체적 기반 위에서 예방대책이 마련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재해조사 과정에서 해당 사업장의 노동자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현재의 참고인 조사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또한 안전보건활동 경험이 풍부한 지역 및 인근 사업장의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 재해조사와 예방대책 수립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둘째, 재해조사의 표준화다. 지금의 조사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조사, 사고를 유발한 기인물 조사로 한정된다. 하지만 안전대책은 노동자의 실수가 사고로 이어지지 않기 위한 것이며, 노동자의 불안전한 행동과 관리적 대책이나 조직문화 등 간접적 원인 등을 전제로 이뤄지는 조치여야 한다. 따라서 조사의 내용을 확대하고 표준화해야 한다.

셋째, 재해조사 결과의 전면 공개를 전제로 중대재해 조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전면 공개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상태처럼 관행적인 조사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과연 우리 사회에 전면적으로 공개되는 재해조사라면, 이렇게 한정적으로 조사를 할 것인지를 되물어야 한다. 이를 통해 재해조사 과정에서 누락하거나, 미처 조사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보완하도록 해야, 재해조사가 내실화를 기할 수 있을 것이다.

(손진우 상임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