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6월_특집1] 기후위기와 노동운동: 기후운동과 노동운동의 과제는 다르지 않다

기후위기와 노동운동: 기후운동과 노동운동의 과제는 다르지 않다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노트워크 기획실장

 

 

▲ 석탄을 넘어서, 경남환경운동연합,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은 5월 17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신규 화력발전소 가동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거리행진했다.

 

기후 정책에 대한 노동운동의 대응: 반대, 위험관리, 지지?

기후위기가 심각하게 진행되면서 더 이상 기후위기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기후위기의 원인이 무엇이고, 어떤 방법으로 이에 맞서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유럽의 노동운동에 대한 한 연구에 따르면 기후위기에 대한 노동운동의 대응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1)

첫 번째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반대하는 경우이다. 폴란드의 석탄산업노조가 이런 태도를 보이는데, 일자리 상실과 에너지 주권의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극단적인 입장은 노동운동 내에서도 매우 드문 경우이다. 두 번째는 위험관리 차원에서 기후 정책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온실가스 감축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규제를 최소화하고 점진적인 정책을 펴면서 환경과 고용을 조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철강산업이나 자동차산업의 노조들이 주로 이런 입장을 가지고 있다. 세 번째는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유럽공공서비스노조연맹(EPSU)이나 유럽제조산별노조(IndustriAll Europe) 등 노조연맹체에서 이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평면적이다. 신자유주의적인 정치경제 체제를 인정하고 이를 녹색화하자는 입장과 현존 자본주의 자체의 구조적인 개혁이나 변혁을 통해서 생태사회로 전환하자는 입장 사이의 차이를 잘 포착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두 입장 간의 차이를 역사적으로 잘 살펴보기 위해서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개념의 등장과 확산 과정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정의로운 전환: 산업재해와 일자리 위협에 맞선 전략2)

정의로운 전환은 국가 정책으로 제안된 것도 이론적인 탐구의 산물도 아니다. 정의로운 전환은 1970~80년대 미국에서 발생한 일자리 위협에 대한 노동운동의 대응으로 탄생했다. 미국의 석유·화학·원자력노조(OCAW)의 지도자였던 토니 마조치는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아이디어를 첫 번째로 고안한 활동가였다. 그는 일자리 문제와 환경 문제가 대립한다는 통념을 거부했고, 이 프레임을 변화시킬 전략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고민했다. 노동자 산업재해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마조치는 1973년 환경운동가들과 함께 셸(Shell)사의 석유정제공장에서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에 관한 최초의 환경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마조치는 공해 산업이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환경 문제와 보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공해 산업이 야기한 환경 파괴와 건강 악화는 노동자와 지역주민들 모두에게 피해를 주었다. 따라서 노동자와 지역주민들이 협력해서 해당 산업을 전환시킨다면 건강한 일자리와 환경, 삶을 얻을 수 있다고 보았다. 그 결과 1990년대 초반에 ‘노동자를 위한 슈퍼펀드’가 제안되었고, 이것이 정의로운 전환이 정교화된 첫 번째 결과물이었다. 당시 미국의 보수파는 일자리와 환경을 대립시키면서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환경 규제를 약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를 위한 슈퍼펀드는 일자리 대 환경이라는 부당한 대립을 해체하고, 공공적인 개입을 촉구하는 프로그램이었다.

1995년 마조치의 동지였던 레스 리오폴드와 브라이언 콜러는 5대호 수질에 관한 국제 컨퍼런스에서 처음으로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우리는 특별 펀드를 제안한다. 정의로운 전환 펀드는 과거에 노동자를 위한 슈퍼펀드라고 불리던 것이다. 정의로운 전환 펀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제공해야 한다. 노동자가 은퇴하거나 다른 직업을 구할 때까지 임금 전액과 수당, 직업학교나 대학에 다니는 4년 동안의 등록금과 임금 전액, 졸업 후 구한 일자리의 임금이 이전보다 적을 경우 보조금 지급, 재정착 지원."

한편 이러한 노력으로 1997년 정의로운 전환 동맹(Just Transition Alliance: JTA)이 결성되었다. JTA에는 환경정의 단체와 사회정의 단체들이 함께했으며 이들은 미국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을 대표하는 곳들이었다. 또한 JTA에 참가한 단체들은 노동조합 조직화에도 열정적이었으며 노동자들과 지역주민들이 함께하는 지역 투쟁을 이끌기도 했다. 노동운동 내에서 환경운동을 강화하고, 환경운동 내에서 노동운동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그 결과 1990년대에는 정의로운 전환이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정의로운 전환은 노동운동, 환경운동, 지역운동 사이를 엮어주는 끈이 되었고, 노동자와 지역주민들이 만들어 낸 대안적인 사회·환경적 정치의 장이 될 수 있었다.

즉 초기에 고안되고 발전한 정의로운 전환은 매우 급진적인 노동자 정치의 가능성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영향을 받는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초점을 맞췄으며, 노동자와 지역주민을 조직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녹색 산업 정책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고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함을 역설했다. 1991년 석유·화학·원자력노조의 결의안은 정의로운 전환을 미국의 정치경제를 뒤바꾸는 야심찬 정책들로 구성했다. 그들은 성장 자체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노동자와 사회와 환경을 파괴하는 기존의 성장 방식을 문제 삼았다.

생태사회주의적 정의로운 전환의 필요성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국제기구와 국제노총, 각국 정부를 통해서 정의로운 전환이 확산되면서 급진적인 노동-환경 정치의 가능성을 내포했던 정의로운 전환의 의미가 퇴색하기 시작했다.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들을 통해서 최근 주류화된 정의로운 전환은 탈탄소 경제 전환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노동자에 대한 보상과 직업재교육의 의미로 축소되었다. 그 과정은 노사정 협상과 같은 사회적 대화로 달성될 수 있다고 봤다.

이렇게 상이한 정의로운 전환의 전략을 두 가지 기준에 따라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먼저 전환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대안 사회의 성격을 기준으로 <기존 체제의 개혁을 통한 녹색화>와 <정치경제적 변혁>으로 구분한다. 다음으로 전환을 위한 접근법이자 방법론을 기준으로 <사회적 대화>와 <사회적 권력>을 구분한다. 그렇다면 사회적 대화를 통한 옅은 녹색 사회로의 전환을 생태적 현대화로 파악할 수 있다(3사분면).

 

▲ 정의로운 전환의 이념형

 

반면 사회적 권력을 통한 짙은 녹색 사회로의 전환 모델은 생태 사회주의로 간주할 수 있다(1사분면).

생태적 현대화와 생태 사회주의라는 구분법은 오늘날 제기되는 다양한 정의로운 전환을 분류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를 구조개혁과 변혁을 지향하는 <생태 사회주의>와, 신자유주의와 녹색 케인스주의를 지향하는 <생태적 현대화>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런 구분을 통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정의로운 전환을 식별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사회적 대화 접근법의 한계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국가와 국제기구들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노동조합이나 노동자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배제하고 있고, 포함하는 경우에도 하위 파트너로 동원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다양성을 고려하더라도, 고도의 코포라티즘(corporatism) 체제를 구축한 북유럽마저도 노사정 합의 모델이 형해화되어 이에 대한 노동조합의 권한은 약화되고 있다. 따라서 낡은 방식의 사회적 대화에 의존한 채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한다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수는 없어 보인다.

또한 오늘날 기후위기와 사회경제적 위기가 말해주는 바는 이윤과 성장에 목을 매는 자본주의를 표면적으로만 가다듬는 옅은 전환으로는 문제의 해결이 요원하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오늘날 자본주의 심층의 권력 구조까지 변화시키는 정치경제적 변혁 모델의 전환이 필요하다. 요컨대, 생태 사회주의형의 정의로운 전환이 지금 필요한 시급하고 구조적인 변화의 측면에서, 또한 운동 전략의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노동운동과 기후운동의 접점: 체제 전환과 생산의 재조직화

 

▲ 기후위기의 근본적 원인이 현 체제에 있음을 외치는 시위대의 모습

 

오늘날 거세지고 있는 기후위기와 자본주의 경제의 구조적 위기는 체제 전환을 지향하는 노동운동과 기후운동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을 제공해준다. 기후변화가 국제 정치의 주요 이슈가 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기만 한 것은 신자유주의적 정치경제 질서를 그대로 두고 그 속에서 미시적인 정책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탄소시장을 육성하고 활용하는 방식의 그릇된 시장주의 해결책과 기술주의 해결책만이 활용되었다. 지금 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기후운동은 이러한 낡은 대책으로는 기후위기에 맞설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급진적인 체제 전환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운동도 마찬가지이다. 2000년대 이후 불안정노동의 확산에 대해서 국제노총이나 국제노동기구는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 캠페인으로 대응했지만, 실제로는 불안정노동의 확산을 막을 수 없었다. 신자유주의적인 정치경제 질서를 바꿀 사회적 권력을 형성하지 못한 채, 국제 회의장과 각국의 사회적 대화 과정에서 동원되는 좋은 말 잔치로 끝나는 캠페인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오늘날 노동운동은 사회적 권력 관계의 변화를 통한 불평등 해소와 노동자계급의 실질적 권리 확대라는 과제와 맞닥뜨리고 있다.

또한 생태사회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생산의 재조직화라는 보다 근원적인 과제에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생산적 정의’의 문제라고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현대기아차 재벌이 자동차를 생산하는 지금까지의 방식을 그대로 두고 만들어내는 생산물만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꾼다고 해서 생태사회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동차가 생산되는 과정에서의 착취와 산업재해 및 노동자 건강권 문제, 생산 전후방으로 연관된 하청 문제, 자동차 생산량 및 수출주도 산업 전략의 문제 등도 함께 문제시되고 재조정되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기후위기와 생태사회로의 전환은 마르크스가 제기한 소유 및 생산의 문제와 이의 재조직화를 다시 중요한 과제로 만든다.

따라서 기후운동이 제기하는 근원적인 과제는 노동운동이 원래 꿈꿨던 근원적인 변화의 과제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 자본주의 체제의 전환과 생산의 재조직화라는 점에서 두 운동은 만나고 함께할 수 있다.


1) A. Thomas, N. Dörflinger(2020), Trade union strategies on climate change mitigation: Between opposition, hedging and support, European Journal of Industrial Relations Volume: 26 issue: 4.

2) 이 부분은 다음을 참고하여 요약 정리한 내용입니다. Edouard Morena&Dunja Krause&Dimitris Stevis(2020), Introduction: The genealogy and contemporary politics of just transitions, Just Transitions: Social Justice in the Shift Towards a Low-Carbon World, Pluto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