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 기업-노동자 관계를 재설정하기 위한 투쟁. 일하는 이들의 무사한 삶을 위해 - 뉴코아노조 김석원 부위원장 인터뷰 / 2021. 03

코로나는 증가 추세에 있던 온라인 소비를 단번에 새로운 보편으로 이끌어냈다. 동시에 비대면 유통을 가능하게 하는 택배 노동자들의 심각한 노동강도와 과로사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되었다. 재편된 유통산업의 다른 한편에는,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노동자들이 있다. 코로나는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에 내재한 각종 문제들을 희미하게 만들면서, '매출/이윤 하락,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일으키는 불가항력적인 요소로 자리잡았다. 이는 구조조정의 좋은 핑계거리가 되었다. 국내 이랜드의 노동자들은 바로 이 흐름의 한 가운데에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작년 하반기에 이랜드의 구조조정 움직임에 대항했던 뉴코아 노조의 부위원장 김석원 부위원장을 만났다. 그가 속한 뉴코아노조는 이랜드노조와 함께(뉴코아는 ㈜이랜드리테일로 2004년에 인수되었지만, 양 노조는 독립된 형태로 병존하고 있다.) 작년 10월, '신 구조조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해야 했다.

그 배경에는 작년 초부터 계속 진행되어온 사측의 "저강도 구조조정"이 있다.

뉴코아노조 김석원 부위원장


기업 분할, 매각, 그리고 '저강도 구조조정'

"사업부의 분할, 매각은 크게 보면 구조조정 방법 중 하나죠. 가장 고강도의 구조조정이 정리 해고라면, 사업부의 재배치나 분리, 매각 등은 상대적으로 저강도 구조조정이죠. 이런 저강도 구조조정은 웬만한 기업은 다 합니다. 꼭 사람을 직접 자르는 것만이 구조조정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 수준이 직원들이 납득할만한 수준이어야 하잖아요. 근데 이번 건은 현직 임원 1인이 독립적인 회사 "엠패스트"를 차려 킴스클럽 다섯 개 점포를 인수하고, 운영하겠다는 거였어요. 

하지만 다섯 개 점포를 운영하려면 적어도 50~100억 정도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임원이래도 대기업처럼 임금 수십억 받는 것도 아닌 사람이, 이 사업을 과연 할 수 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면 사실 회사가 계획을 짜고 음으로 지원을 해서 분리(매각)하는 것이 아니냐, 이게 전형적인 위장계열사 아니냐, 한 거죠. 그 회사가 정말 독립된 회사로 나가고, 이후 영업이 잘 안 되면 회사를 폐업할 수도 있잖아요. 그럼 이 직원들 집에 가야 합니다. 이 직원들을 이후에 이랜드리테일이 재채용할 것이냐? 아니죠. 이미 별개 회사의 직원들이니까.

재작년부터 킴스클럽 매각에 대한 이야기는 나왔으나 회사에 물어보면 '사실무근이다' 라고 답했었는데, 그 움직임이 작년 6~7월에 포착된거죠. 우선 공정거래위원회에 질의를 넣어봤어요. 보통 정부부처에 질의를 넣었을 때, 조건이 확실하지 않으면 확실하지 않다는 단서가 붙어요. '너네가 말하는 조건이 맞다면, 위장계열사일수도 있겠다' 이렇게 답이 와요. 그래서 판단하기가 어려웠는데, 그 와중에 회사가 9월에 전격적으로 다섯 개 점포 매각을 발표했어요. 그 후 킴스클럽 5개 점포 130여명 정도의 직원들이 이랜드리테일을 퇴사하고 엠패스트로 이직을 했죠. 10월 5개 점포가 매각되었어요.

하지만 엠패스트는 첫 번째 매각사례가 아니에요. 작년 초에 현직 임원이 가지고 나가는 형태로 물류센터를 매각한 게 첫 번째예요. 최근에 또 하나 터진 게, 이랜드엔 미쏘, 후아유, 티니위니 같은 자사 브랜드가 많아요. 이런 브랜드들은 로드샵도 많아서 영업관리 조직이 따로 있는데, 이 조직을 매각했어요. 작년부터 시도했는데 직원들이 대부분 이직을 거부해서 지지부진하다가 올 1월 초에 나갔어요. 이렇게 벌써 사업부 3개가 분리해서 나간 거예요. 그 뒤에도 모 임원이 킴스클럽 지점을 포함한 건물 5개를 아예 가지고 나가네 이런 소문들이 파다하게 돌았어요.

그래서 양 노조가 공대위를 꾸린 거예요. 그리고 10월 말부터 엠패스트로 나간 다섯 개 점포 중 본점 격인 목동점 앞에서 매주 월요일, 목요일 점심시간 1시간 반씩 피켓팅을 했어요. 12월 초에는 연대단위 꾸려서 진행했고요. 양 노조의 위원장들이 언론인터뷰도 하고, 외부 기고문도 내고.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도 하고요. 대략 3달 정도 했어요.

그리고 12월에 공정거래위원회에 위장계열사를 조사해 달라는 고발장을 넣었습니다. 회사를 계속 압박해 간 거죠. 여기서 위장계열사로 판정받으면, 회사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앞으로의 구조조정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죠. 올해 설 직전에 회사에서 지금까지 분리, 매각 되었던 3개 사업부 제외하고 추가적인 형태의 분리나 매각은 없을 것이며, 그간 매각에 대한 유감표명을 할 테니 고발을 취하해달라는 제안이 들어왔어요. 노사 대표자의 서명이 들어간 취하서를 제출한 때가 2월 19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기간에 뉴코아/이랜드 양 노조는 이랜드리테일(위장계열사 고발) 뿐만 아니라 엠패스트를 대상으로도 투쟁을 해야 했다.

"위장계열사 판정이 될 수도 있지만, 위장계열사가 아니라고 기각될 수도 있어요. 그럼 엠패스트로 넘어간 5개 점포 조합원(양 노조 합쳐서 70여명)들을 위한 노조 울타리를 어떻게 쳐 줄 것인가, 고민이 많았죠. 그러다가 양 노조가 엠패스트 지부를 각각 만들고, 그 지부 소속의 조합원이 있으니까 회사가 나와서 단체협약을 우리(양 노조)와 맺자고 요구했어요. 처음에 회사는 우리는 이랜드리테일이랑 다른 회사다 하면서 교섭요구에 응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넣었어요. 단협 맺자고 하는데 회사가 응하지 않으니 교섭절차를 지키게 해 달라고 요구했어요. 지노위에서 우리쪽 손을 들어줬어요. 그러니 회사는 이에 불응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이의신청을 넣었으나 기각당했지요. 일반적으로 단협이 있는 회사는, 회사가 급여를 지급할 때 체크오프(Check-off)라고 조합비를 공제해요. 엠패스트는 조합원의 조합비를 공제하지 않았으나 저희는 나간 조합원들에게 CMS로 조합비를 받았어요. 그래서 지노위에 저희가 조합비를 납부하는 조합원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거죠. 결국 엠패스트는 조합의 실체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현재는 단체교섭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위기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는 자와, 실제 책임을 지는자의 불일치

지속적인 저강도 구조조정 속에서, 양 노조는 공대위를 꾸려 투쟁을 이어갔고 결국 회사로부터 추가적인 매각은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엠패스트로 이직한 이들을 보호할 노조도 지켜냈다. 하지만 동시에, 김석원 부위원장은 저물어가는 오프라인 유통산업의 현실 역시 직시하고 있었다.

"오프라인 시대는 끝났어요. 타 업체들도 점포를 많이 정리하고 있고, 있는 점포에서도 사람을 줄이고 있죠. 앞으로 계속 오프라인 매장 숫자는 줄어들 거예요. 이미 온라인 쇼핑의 시대로 들어섰죠. 온라인유통의 기본은 물류예요. 물류센터를 짓고, 이 시스템을 가동하는데 사람들도 많이 필요하고요. 온라인 유통을 이랜드도 하고는 있지만, 매출 규모가 너무 작아요. 게다가 있는 점포도 무인계산대를 도입 하는 식으로 이미 사람을 줄이고 있어요. 하지만 이런 식의 전격적인 점포 매각에는, 노조에선 반발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이랜드리테일이 과연 "경영상황 악화"를 단순히 소비방식의 변화나 시장상황, 유통산업발전법과 같은 정부의 규제만 탓할 수 있는가는 의문이다. 이런 의문 뒤에는 이랜드 그룹의 소유구조와 그에 따른 독특한 경영상 특징들이 있다.

"기업 오너들도 당기순이익에서 배당 많이 가져가야 보통 15~20% 가져가요. 하지만 이랜드는 작년 당기순이익의 90%를 주주 배당으로 가져갔어요. 이랜드그룹 중에 2개 회사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상장이 안 되어 있어요. 그룹의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가 있고, 이랜드월드가 유통회사인 이랜드리테일의 지분 98%를 가지고 있죠. 그리고 이 이랜드월드의 주식 거의 대부분을 오너가 가지고 있고요. 주식회사라면 이사회도 하고, 주주들이 의결권 행사를 통해 서로를 견제할 수도 있겠지만, 이랜드는 이 부분에 본질적인 한계가 있어요. 게다가 이랜드처럼 기업공개를 하지 않은 회사는 경영정보에 대한 접근성에 한계가 있어 금융비용이 높게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이것 때문에도 기업 활동에 제약이 발생하지요. 오너가 배당금을 그렇게 많이 가져가지 말고, 온라인 사업에 맞는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 거죠."

높은 금융비용을 감당하면서도, 사업에 재투자할 수 있는 돈의 대부분이 오너의 주머니로 들아가는 상황. 사실상 오너의 결정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만한 채비가 안 된 상태로 온라인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프라인 유통업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구조조정을 한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경영상의 어려움"을 언제나 노동자의 고통분담 방식으로만 해결해가는 것, 그리고 정작 사업의 큰 운영 결정을 하는 책임자들은 여전히 그대로 자신의 지위와 부를 누리는 것을.

'기업이 노동자를 먹여살린다'는 전도된 구조 

기업 활동에 필요한 그 어느 무엇 하나 노동 없이 이루어지지 않지만 도리어 기업에서는 마치 자신들이 있기에 노동자들이 먹고 살 수 있다는 시혜적인 방식으로만 노동자를 바라본다. 또한 기업은 사회 구성원들이 마련한 재원에서 나오는 정부의 각종 지원과 인프라를 이용한다. 애초부터 기업의 존립은 사회에 빚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 사회에 되돌려줘야 할 몫들은 일절 고려되지 않고 있다.

노동은 언제나 유한한 몸과 정신의 힘, 그리고 시간의 사용을 수반한다. 즉 노동자의 생명과 삶이 투여된다. 그렇게 그 자신과 기업, 사회를 먹인다. 노동자의 기여에 대한 인정은 기업이 이들을 대우하는 태도의 변화, 관계방식의 변화를 요구한다. 뉴코아, 이랜드 노조는 기업-노동자의 관계방식을 계속해서 달리하고자 하는 투쟁들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자들의 역할과 기여를 인정해야한다고, 기업의 유지와 성장은 노동자에 빚지고 있다고, 그러니 노동자들의 삶에 대한 책임에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