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3. 삶의 회복을 위한 산재보상제도를 만들어가자!-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 김은경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인터뷰 / 2020. 09

[산재, 치료 후 '정지'할것인가 직장복귀로 '연결'할것인가③] 

삶의 회복을 위한 산재보상제도를 만들어가자!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 김은경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인터뷰

박기형 상임활동가

산업재해 보상제도의 취지를 돌이켜보면, 산재 노동자들에게 단지 금전적 보상만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이 삶 자체를 회복하고 앞으로도 살아갈 역량을 되찾아주고자 하는 사회적 책임 또한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책임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 바로 재활과 직장복귀다. 한국 사회에서 온전한 재활과 직장복귀가 아직은 요원한 일처럼 느껴지지만, 일선에서 산재 노동자들의 회복을 위한 법 제도를 마련하고 실제로 작동시키기 위해 노력 중인 한 사람을 만났다.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에서 근무 중인 김은경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를 만나, 재활 강화 및 직장복귀 증진을 위한 고민과 제안을 들어보았다.

작업능력강화 훈련과 산재관리의사 제도

김은경님은 2009년부터 근로복지공단 소속으로 산업보건사업을 위주로 하다가, 2017년 초부터 산재환자의 직장복귀, 업무 관련성 조사를 위한 특진 업무를 하고 있다. 2020년 3월부터는 경기남부근로자건강센터 업무도 맡게 되었다. 그는 예방과 보상 그리고 재활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산재 프로세스를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재활 강화를 위해선 무엇이 개선되어야 하는지 얘기를 나눠보았다.

"근로복지공단병원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재활의학과 중심으로 작업능력강화훈련을 진행해왔습니다. 쉽게 말해, 스포츠 선수들이 손상 후 복귀를 위해 치료뿐만 아니라 적절한 신체기능 강화를 하는 것을 산재 환자들에게도 적용한 것인데요, 의학적 치료뿐만 아니라 일할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하지만 긴 요양 기간 후에 막상 복귀하려고 하면 사업주와의 관계 단절이나 원 직무 수행이 불가하여 복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2017년부터는 작업능력 강화뿐만 아니라 사업주와의 관계 지속을 위한 연계 업무, 작업환경 등의 개선, 업무 적합성 평가 등에 대해서도 함께 개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위해 근로복지공단 병원은 시범 수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실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치료를 받은 분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고, 복귀율 또한 높다는 것은 연구보고서를 통해서도 나온 바가 있습니다.

다만, 한 해 10만여 명의 산재 환자가 유입되고 그 중 근로복지공단 병원에서 요양하는 분들은 극소수입니다. 산재 환자 대다수가 아직 기존의 시스템 하에서 의학적 치료의 종결 후에 산재 종결이 되고 복귀를 하기에는 힘든 상태로 실업 상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단의 지사에 잡코디네이터가 있어서 원직장 복귀가 어려운 분들에 대한 타직장 복귀 지원, 원직장 복귀를 위한 심리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은 모든 산재 환자가 도움을 받고 있다고 체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018년 말부터는 고용노동부에서 산재관리의사를 양성해 산재 환자의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렇게 산재 진입 과정부터 종결, 그리고 직장 복귀까지 세심한 접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산재 노동자 각자에게 적합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와 인력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산재관리의사제도의 실효적 도입을 제안했다.

"산재관리의사제도는 고용노동부에서 독일의 산재전문의사(DA)제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한 제도입니다. 의사 중에서 산재 제도와 산재 노동자의 특성을 좀 더 이해하고, 적절한 치료 및 적시 전원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현재까지는 정형외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조건을 만족하는 병원에 근무하면서 소정의 교육을 받으면 자격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산재 환자의 직장 복귀를 위해서는 재해 초기부터 적절한 설명과 지원이 필요한데, 현재까지 산재관리의사가 100명 넘게 배출이 되기는 했으나, 역할을 하기에는 여건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는 등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산재 제도로의 유입 증진과 적시 개입 등을 위한 제도가 도입된 것은 중요하다. 이후 제도 보완을 위해선,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애초 기획을 했던 고용노동부의 시도대로 산재의료전달체계를 명확하게 확립하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 수가의 개선, 의료 시설의 개선, 무엇보다도 의사들과 환자, 사업주들의 의식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급성기 병원에서 수술 등의 치료를 한 후 기본적인 열전기 치료 등만 할 것이 아니라, 아급성기에 적절한 재활을 위해 재활인증병원이나 근로복지공단 병원으로 전원이 필요할 것이고요. 전원 후에는 사업장과의 연계를 위해 재빨리 직업환경의학과와 협업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기 위한 인센티브로 산재관리 의사가 산재 환자를 대상으로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업무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수가가 산정되고 있지만, 수고로움이 동반되는 업무이고 홍보 또한 충분치 않은 터라 참여가 아직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직장복귀 증진을 위한 방안

김은경님은 산재 노동자의 직장복귀와 관련한 교육을 할 때마다 던지는 질문이 있다고 한다. "당신이 불의의 산재 사고를 당한다면 원 직장에 복귀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의 파트너가 불의의 산재 사고를 당해 치료 후 직장에 복귀한다면 그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겠습니까?"

다시 말해, 산재 노동자의 회복에는 직장과 사회에서의 배려가 필요하다. 사업주나 직장 동료 등이 시간적, 물질적 측면에서 복귀자에 대한 지원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선 이러한 지원을 불필요한 비용이나 손해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나라처럼 한 사람이 가져야 하는 노동력을 1명이 아닌 1명 이상으로 요구하는 때엔 복귀한 사람 입장에서도 죄책감이나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요양 중 해고는 불법에 해당하지만, 종결 후 견딜 수 없어 노동자가 직접 사직서를 내는 일이 종종 벌어져요. 하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법은 없죠. 

산재 환자의 80%가량을 차지하는 50인 미만 소규모사업장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원 직무 외에 전환 가능한 직무가 없는 경우가 많고요, 요양 중에 이미 대체 인력을 뽑아 일하고 있는 경우 돌아갈 자리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보다 보편적인 차원에서 시스템 마련이 필요할 텐데요. 독일의 사례를 보면, 원직장이 있는 산재 환자의 원직장복귀율은 90% 이상이라고 합니다. 거기에 전문가가 개입하게 되면 그 비율은 95%까지 올라간다고 하더군요. 독일은 산재 환자의 원직장복귀가 사업주의 의무라서 그렇게 높은 비율이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이 되는데요, 우리나라는 원직장복귀를 사업주의 의무로 하는 법안이 국회의 벽을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되었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제도적으로 사업주의 의무를 조금 더 강화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고요, 산재 환자에 대해서는 직장 복귀에 대한 개입이 산재 초기부터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산재 보상이 아니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회보험의 틀도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근래에 상병 급여가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는데, 산재 환자가 산재를 종결하고 직장에 복귀하여 일하다 다시 아프더라도 산재의 재요양 또는 상병 급여 등을 통해 원활하게 생계지원을 받게 되면 산재 환자들을 대상으로 독버섯처럼 활동하면서 그들의 삶을 좀먹는 산재 브로커들의 활동도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현재 그가 속해있는 안산병원에서는 어떻게 시스템을 갖추고 재활과 직장복귀를 위한 제도적 개입을 시도해보고 있을까?

"안산병원에서는 본원에 유입되는 모든 산재 환자를 직장복귀지원 대상자로 선정하여 조기에 상담을 진행합니다. 이후 사업주와의 연락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파악합니다. 환자에게 의학적 치료를 지속해가고 중간중간 상담을 통해 직장복귀에 대한 의욕을 고취시킵니다. 

사업주에게는 대체인력지원금, 직장복귀지원금 등 지원 가능한 제도에 관해 설명하고 장해가 남는 분에 대해서는 장애인고용과 관련된 혜택 등에 대해서도 설명을 합니다. 장해 때문에 원 직무 수행이 어려운 경우, 사업장의 직무분석을 통해 복귀할 수 있는 타직무를 파악하고 지원하기도 합니다. 일용직 등의 이유로 원직장 복귀가 어려운 경우에는 지사의 직장복귀지원팀을 통해 타 직장 취업도 알아봐 드립니다."

이와 같은 시스템을 공공영역에서 안착시키는 것과 동시에, 민간영역에서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사업주 의무를 규정하는 것 외에, 민간 의료체계에서 산재 제도 프로세스를 갖추도록 하려면, 어떤 방안이 필요할까?

"안타깝게도, 민간병원의 의료진들에게 산재 환자는 대하기 까다로운 대상에 해당합니다. 건강보험 환자보다 차지하는 비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보상이 걸려 있으니 치료를 종결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한편 어떤 식으로든 치료를 지속하면 보상이 나올 수 있으니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산재관리의사 제도의 기획 의도에 맞게 적정치료, 적기 전원, 적절한 종결을 하면 치료를 한 의료진에게도 보상이 주어지는 방향으로 더욱 제도 보완이 되어야 할 것이고요, 사업주에게도 산재 환자의 직장복귀에 대한 의무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직장 복귀를 시킨 경우, 산재요율, 근로감독 등에 대한 혜택, 인증 부여 등 혜택도 강화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온전한 신체·정신적 회복을 위해

"우리나라에서 산재 환자의 직장복귀를 위한 노력이 기울여지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환자의 유입, 치료, 복귀의 과정까지 모든 과정이 유기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한두 사람의 노력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더욱 깊이 깨닫고 있습니다. 

정부의 노력, 현장의 의료진들, 사업주들, 특히 산재 노동자가 열린 마음으로 함께 노력을 기울여야 가능한 일입니다. 현장과 함께 뛰는 전문가로서 직장복귀와 재활의 좋은 사례들을 발굴해내고, 이를 바탕으로 산재 제도의 선순환 프로세스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더 나은 노동 조건 속에서, 서로의 삶을 회복하는 데 배려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