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1. 산재노동자의 재활과 직업복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 2020. 09

[산재, 치료 후 '정지'할것인가 직장복귀로 '연결'할것인가①] 

산재노동자의 재활과 직업복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김형렬 / 노동시간센터

노동자들의 산재, 직업병 관련 주제를 네 가지로 나누어 보자면, 1) 산재인정, 2) 요양 과정, 3) 예방, 4) 재활 및 직업복귀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동안 산재인정을 둘러싼 쟁점이 가장 많았다. 소규모 사업장, 하청 노동자들의 산재는 사망 사고를 제외하고는 신청조차 힘든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직업병은 인정되기 어려웠다. 직업병인정의 입증책임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산재가 인정되더라도, 요양(치료)의 과정은 부실했고 산재환자 특성에 맞는 치료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산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노력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산재보상과 예방은 분리된 채 똑같은 산재가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직장을 관둘 각오로 산재신청을 하는 산재 노동자에게 재활과 직장복귀 또한 쉽지 않은 문제다. 직장복귀를 고려한 포괄적인 재활은 아직 소수의 산재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되고 있다.

건강보험에서 환자 치료의 목표는 질병상태의 극복, 신체 상태의 회복에 있지만, 산재보험에서 환자 치료의 목표는 노동력의 회복에 있다. 훨씬 더 적극적인 치료와 직장복귀를 고려한 재활치료의 개입이 필요한 이유다. 네 가지 영역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 산재인정이 제대로 되어야 재활과 직업복귀가 잘 될 수 있고, 요양과정의 부실은 재활과 직업복귀를 어렵게 한다. 작업장 환경개선을 통해 산재발생을 줄여야하고,이를통해 작업장 복귀를 쉽게 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서로 연관된 네 가지 영역 중에 재활, 직업복귀에 관해 집중해서 논의하고자 하고, 국내 재활, 작업장 복귀 현황과 문제점, 재활, 작업장 복귀의 개선 방향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재활 및 복귀 현황과 문제점

올해 2월 근로복지공단에서 보도자료를 통해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국내 산재노동자의 직업복귀율이 2019년 68.5%라고 하였다. 이에 대해 선진국 수준인 70%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또한 이러한 직업복귀율 상승의 원인은 개인별 맞춤형 재활서비스 제공, 재활인증병원 도입, 산재관리의사제도 도입, 재활지원팀을 통해 취업지원 등의 결과라고 하였다. 원직장 복귀율이 어느 정도인지, 사업장 규모별, 장해 정도별 복귀율을 구분하여 설명해야 하고, 직업복귀율 상승의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는 제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되는지, 어떤 기전에 의해 직업복귀율 상승으로 이 어지고 있는지 함께 설명하지 않는다면 의미 없는 통계일 뿐이다. 그럼에도 근로복지공단에서 재활, 직업복 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여러 노력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진전이라 할 수 있다.

직장복귀와 관련하여 현재 시도되고 있는 제도들을 나열해 보면, 원직장 복귀 지원과 관련하여 대체인력지원금, 직장복귀지원금 제도가 있고, 직장적응훈련비, 재활운동비, 직장지원프로그램, 직업재활급여 등이 마련되어 있다. 직업훈련제도, 재취업 지원제도 등도 있고, 산 재노동자 직장 복귀를 돕기 위해 직장동료화합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인천, 안산 근로복 지공단병원 등에서 산재노동자 직업 복귀를 위한 사례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산재노동자 업무특성을 고려한 재활과 직장복귀와 관련한 맞춤형 사례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되고 있고, 이들 프로그램의 적용되는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이들 프로그램이 작동되기 어려운 조건이 무엇인지 함께 제시되고 있지 않다. 이정화 (2017) 의 연구에 의하면, 2016년 산재 노동 자의 원직장 복귀율은 41.4%였다. 이러한 원직장 복귀율은 1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53.5%,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30.8%였다. 상용직은 62.8%, 임시직은 33.2%, 일용직은 12.7% 원직장 복귀율을 보였다.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비정규직 노동자일수록 원직장복귀율은 현저히 낮다. 산재보험 사업연보에 의하면, 2017년도 원직장복귀율은 41.6%, 2018년도에는 42.5%로 나타나, 원직장 복귀율은 지금까지도 큰 차이가 없다. 직업 복귀를 돕기 위해 시도되고 있는 여러 정책들의 수혜율은 여전히 낮고, 작업복귀에 영향을 주는 여러 인적특성, 사업장 특성, 업종 특성, 장해 특성 등을 고려한 정책 제시는 확인되지 않는다. 근로복지공단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맞춤형 직장복귀 사례관리 프로그램은 현 제도의 한계 내에서 가장 적극적인 형태의 사업 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산재노동자 중에 이 프로그램의 수혜율이 낮고, 주로 근골격계질환에 한정되어 있는 문제가 있다.

재활과 직업 복귀 증진은 산재 인정 개선에서 출발해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산재가 발생해도 자비로 혹은 공상으로 처리하는 노동자에게 제도를 통해 재활이나 직장 복귀 지원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일부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 산재 신청은 고용유지를 위협하는 상황을 만들고, 고용유지를 위해 산재 신청을 하지 않으려 하지만, 그런 직장에서는 언제든 건강의 문제로 노동자의 고용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산재 발생율(재해율)은 2019년 0.58%이다. 독일, 캐나다 등의 재해율이 3% 전후인 것을 비교할 때 매우 낮은 발생률을 보인다. 거기에 비해, 산재사망 만인율은 1.08로 OECD 주요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산재은폐가 어려운 사망율은 가장 높은 수준인데 반해, 일반 산재의 재해율이 현저히 낮은 것은 산재은폐가 상당한 수준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최근 조선소 사업장에서 하청노동자가 인원은 2배 많은데 산재발생은 원청 노동자가 2배 더 많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는 산재은폐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고, 실제 산재 신청 노동자, 하청 사업장에 불이익이 주어진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었다. 산재가 사회적으로 은폐되는것은 여러 문제를 낳게 되는데, 실제 발생 규모를 왜곡하여, 왜곡된 예방대책을 만들 가능성이 크고, 산재 노동자들의 적절한 치료와 재활, 복귀, 예방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재활과 직장 복귀 개입, 산재 발생부터 시작해야

산재 요양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재활, 직업복귀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재활과 직업복귀는 산재 발생 시점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문제이다. 예를 들어, 산재발생 시점에서는 환자라는 정체성이 99%, 노동자라는 정체성이 1% 수준이라면, 산재 요양 기간이 종결되는 상황에서는 반대 상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환자라는 정체성, 노동자라는 정체성이 연속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산재요양 기간이 종결되는 시점에서 재활, 직업 복귀에 대한 개입이 시작된다면 이미 늦고 질 좋은 재활과 직업 복귀는 멀어지게 된다. 현재 일부 시행되고 있는 요양 과정에서 재활, 직업 복귀의 요소를 포함하는 시도는 더 확대 될 필요가 있고, 산재 요양 시기별 개입 프로그램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출처: "산재환자 원직장복귀의 최신 지견과 우리의 역할" 노동시간센터 발표자료(김은경, 2019)

포괄적 재활이란 무엇인가?

산재노동자들이 재활이라는 이름으로 제공받는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치료 영역에서 받고 있는 물리치료, 그것도 열치료 수준의 핫팩 치료를 가장 많이 이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재활의학은 실제 재활의 협소한 부분만을 담당할 뿐이다. 한 마디로, 산재 노동자에게 제공되어야 할 재활은 여러 영역의 프로그램이 포함되어야 한다.

산재환자의 재활은 의료재활, 사회심리재활, 직업재활, 산재복지사업 등으로 분류된다. 의료 재활은 신체 상태 회복을 지원하는 것으로 넓은 의미로는 치료의 개념을 포함하고, 정신적 측면, 직업적 측면의 회복까지 포함한다. 현재 근로복지공단병원의 재활전문센터, 101개 재활인 증의료기관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사회심리재활은 산재환자들의 심리지원, 사회적응프로그램, 가족지원 프로그램 등이 있다. 직업재활은 산재노동자의 직업복귀를 목적으로 대체인력지원사업, 직장복귀지원사업, 직업훈련지원사업, 창업지원사업 등의 지원 프로그램 이다. 산재복지사업은 산재노동자와 그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위해 시행하는 사업 등을 말한다. 산재노동자에게 이러한 재활 프로그 램이 포괄적으로 이루어지고, 실제로 작동될 수 있어야 하고, 수혜율을 높여야 한다.

직업재활을 넘어 사회재활까지

나아가 직업재활의 개념을 사회재활의 개념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이런 개념은 독일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협소한 직업재활 개념을 확장하는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독일의 사회재활급여에는 재해노동자의 이동서비스를 제공하는 ‘차량에 대한 보충급여’, 산재로 장애를 갖게 된 재해노동자가 치료시설 이용을 위해 주거지를 개축·수리하거나 이사를 하는 등의 상황을 지원하기 위해 지급하는 ‘주거지에 대한 보충급여’, 재해노동자가 가계를 이끌어나가기 불가능한 상황을 지원하기 위해 지급하는 ‘가계보조 및 어린이 돌봄 비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사회재활의 서비스는 기존 프로그램의 효과를 높이고 실제적인 직업 복귀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산재 노동자가 제대로 회복할 수 있으려면?

앞서 기술했던 내용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우선, 재활복귀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산재은폐를 막아, 실제 발생의 규모와 원인이 드러날 수 있게 해야한다. 제도 내로 들어와 제공되는 서비스를 통해 재활, 복귀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보상, 치료, 재활, 사회복귀, 예방이 상호 연관되어 기능할 수 있어야 하고, 재활과 직업복귀는 산재요양이 시작되는 시기부터 개입할 수 있어야 한 다. 셋째, 포괄적인 재활의 개념이 확립되어야 하고 직업재활을 넘어 사회재활의 개념까지 확장될 필요가 있다. 현재 근로복지공단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시도되고 있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이 실제 작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들 제도의 수혜율을 높이고,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장애요인을 찾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