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호 기획 2. 노동시간과 노동자 건강 - 노동시간센터 활동을 돌아보며 / 2020. 10·11

[기획 - 노동안전보건운동의 발자취 ]

노동시간과 노동자 건강 - 노동시간센터 활동을 돌아보며

김형렬 노동시간센터

총 200권에 달하는 노동안전보건 월간지 <일터>를 발간하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자신의 활동을 그곳에 담아냈다. 노동운동이자 노동안전보건운동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고 있는 연구소가 노동시간에 대한 투쟁과 과제를 다룬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장시간 노동, 노동강도, 심야노동, 과로사, 임금과 노동시간 등 노동시간을 둘러싼 현장의 이야기와 변화, 법제도 개선을 위한 요구와 실천을 해왔다. "노동안전보건운동의 발자취" 기획의 두 번째 기사에선, 노동시간 문제에 대한 그동안의 문제의식과 주요한 실천들, 앞으로의 과제를 정리해 보고자 하였다.

과로, 삶과 죽음 사이의 줄타기

연구소에서 노동시간에 대한 접근은 과로사 사례와 현장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초창기 <일터>에서는 완성차 공장에서 12시간 맞교대, 한 달에 하루 쉬며 일하는 노동자, 야간조 근무 때 주당 64시간 노동이 이루어졌고, 1년에 4일 쉬고 361일 일한 노동자의 사례를 소개하였다.

한 회사에서 1998년부터 2002년 사이에 59명의 노동자가 과로사에 해당하는 뇌혈관, 심장질환으로 진단을 받거나 사망한 통계를 제시하였다.¹) 부당영업을 강요하는 등의 직무 스트레스와 과로로 사망한 학습지 교사, 인력감축으로 노동시간이 증가하고, 노동강도가 증가하여 사고로 이어졌던 철도 노동자의 죽음을 이야기했다.²)

우리나라는 1953년에 근로기준법을 제정하면서부터 1일 8시간 노동제가 도입되었고, 주당 기준 노동시간은 1953년에 48시간으로 정한 이후, 1989년에 44시간, 2004년에 대기업부터 40시간으로 단축되어, 2011년에 5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에게 주당 40시간이 적용되었다. 그럼에도 법에 존재하는 1일 8시간, 주 40시간 노동은 노동시간특례제도와 같이 수많은 예외조항을 담아 다수의 노동자에게 이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전국학습지산업노조(위원장 이소영) 주최로 6월 26일(토) 오후 2시 울산대공원 동문에서 열린 ‘고 이정연 교사 추모제’. 일터 통권 13호(2004.08) 특집 <과로사 대응,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다룬 바 있다. 출처: 참세상

밤에는 집에 가서 자야 한다

밤에는 집에 가서 자야 한다. 병원, 경찰, 소방 같은 야간에 불가피하게 일해야 하는 공공영역을 제외하고 생산을 목적으로 반드시 야간에 노동해야 하는 경우는 없다. 야간노동이 심장질환, 수면장애, 소화기 장애, 심지어 호르몬 교란을 일으켜,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 등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노동자 건강을 위협하는 야간노동을 생산을 목적으로 꼭 수행해야 한다는 것은 반인권적이다.

<일터> 통권 30호에서는 "노동안전보건투쟁, 이렇게 나아집니다. 4대 실천의제를 중심으로"라는 특집 기사를 실었다. 4가지 실천의제 중 "교대제로부터 생명 지키기-심야노동 철폐"를 첫 번째 실천의제로 제시하였다. 당시의 문제의식은 교대제를 없애는 것까지는 어려우나, 생산을 이유로 24시간 운영하는 제조업의 질서를 노동자 건강권을 근거로 심야노동을 제한하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시도는 여러 완성차, 부품사들의 심야노동을 줄이는 주간연속2교대제 전환으로 이어졌다.

"심야노동 철폐는 교대제로부터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는 첫 발걸음일 수 있다. 물론 심야노동 철폐는 노동자의 몸과 삶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일 뿐이며, 그것이 곧바로 노동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보장해 주거나 자본의 이윤율에 타격을 주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심야노동 철폐는 교대제 문제의 근본 해결이나 완벽한 대안일 수는 없지만, 중요한 시작임은 분명하다.

특히 완성차와 조선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한국의 제조업 체계를 고려한다면, 앞으로 상당한 범위의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서비스업에서도 심야노동을 확대시키고 있는 최근의 흐름을 본다면, 심야노동 철폐는 24시간 노동하는 사회를 구축하려는 자본의 시도에 맞서는 투쟁의제로 적극 발전시킬 문제라 하겠다."³)    

반쯤의 성공, 주간연속 2교대 전환
  
심야노동을 없애기 위한 현장의 투쟁이 진행되었다. "노동시간 연장 없는, 실질임금 삭감 없는, 노동강도강화 없는 주간연속2교대"를 주장하였고, 실제 "두원정공"은 이를 실현시켰다. 점심시간이 포함된 하루 8시간 노동,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오후 4시부터 밤 12시까지 근무하는 주간연속2교대를 2010년에 실시하였다. 주간연속2교대와 함께 월급제도 시행하였다.

교대제 변화 이후 노동자들의 건강 수준의 개선이 보고되었다. 교대제 개선 6개월 후와 1년 6개월 후에 두 차례 설문조사를 했다. 삶의 질과 노동의 질이 좋아졌다는 노동자가 많았다. "교대제 개선 전에 비해 수면의 질이 좋아졌다"라고 응답한 노동자들이 6개월 후 60.4%에서 1년 6개월 후 69.6%로, "노동시간 단축으로 근무 피로도가 줄어들었다"라는 노동자들은 70%, 78%로, "자신의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횟수와 시간이 늘어났다"라는 노동자들은 64.5%, 67.8%로, "퇴근 후 집안일을 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라는 대답은 75.9%, 82.8%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라는 대답은 57.2, 66.9%로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인 변화가 확대되었다.
  
대표적인 완성차 회사들은 2012년부터 주간연속2교대 근무로 전환이 이루어졌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연구소는 노동시간 연장 없고, 실질임금 삭감 없고, 노동강도 강화 없는 교대제 변화를 주장하였다. 그러나 시간제 임금체계로 인해 발생하였던 장시간 노동으로 유지되던 실제 임금의 감소가 있었고 자동화와 비정규직 확대, 라인의 재배치 등이 이뤄졌다. 명확한 정량화는 어려웠으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 노동강도가 강화되었다. 주간연속2교대로 전환되었지만, 야근과 특근 또한 여전히 남아있음을 확인하였다.

이에 노동시간센터에서는 2015년 8월호 <일터> 특집 기사를 통해 부품사들의 교대제 전환 문제를 다뤘다. 임금삭감 없고 노동시간 연장이 없는 교대제 변화를 만드는 대신, 실질적인 노동강도 증가를 받아들였던 완성차 방식의 교대제 전환을 다른 사업장에도 도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자동차 부품사의 경우에는 이미 상당한 노동강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완성차 회사에서의 교대제 전환 방식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것은 아닐지, 적정한 수준에서 노동강도 증가를 제한할 수 있을지 등 면밀한 검토가 필요했다.

"야간노동의 단축 효과가 예상했던 것보다 미미하고, 토요일, 일요일 특근이 다시 시작되는 등 노동시간 단축의 효과가 크지 않은 불완전한 변화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일부 사업장에서 교대제 변경과 함께 노동 강도의 증가가 있거나 예측되는 상황이 벌어졌고, 비정규직 고용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임금 감소에 따른 조합원들의 반발도 있었다. 완성차 공장의 교대제 변화 과정에서 발생한 이와 같은 문제는 예측했던 문제이거나 얻은 성과의 크기에 비해 작은 문제라고 판단하는 관점이 있다.

또 한 측면으로는 이러한 문제와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노동시간 단축과 야간노동 철폐를 만들어나갈 기획과 현장 통제력이 충분치 않다는 비관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동차 부품 사업장의 주간 연속 2교대로의 전환은 임금, 노동 강도, 고용(비정규직 확대)의 문제와 연동되어 몇 가지를 양보하거나 맞바꾸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임금의 유지를 위해 생산물량을 더 늘리고, 비정규직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고, 이러한 변화가 단위 사업장에서 고립되어 진행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이에 부품사들의 주간연속2교대 이행 실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이행 과정에 대해 구체적인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즉, 이행의 과정에서 임금, 노동강도, 고용의 문제가 어떻게 논의되고 결정되었는지, 조합원을 설득하는 과정은 어떠했고, 사측의 대응과 투쟁 방향을 설정해 가는 과정은 어떠했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이러한 확인과 평가를 통해, 향후 주간연속2교대뿐 아니라 이후에 벌어질 노동시간 단축 투쟁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기 위한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기초 자료를 만들고자 하였다.”4) 

주간연속2교대제 전환은 부품사에게도 노동시간 단축의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 냈다. 절대적인 노동시간의 감소는 그 자체로 긍정적일 수 있었고, 이로 인한 건강 수준의 향상도 일부 가져왔다. 다만, 자본의 공세 역시 거셌다. 숨은 여유율을 찾아내어 실제 노동강도를 높였고, 현장에서 '물량과 임금의 연동'이라는 이데올로기를 계속해서 심었다. 교대제 전환을 통해 노동의 몫과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되찾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음을 깨닫는 계기였다. 생산력의 발전만큼 노동시간, 노동밀도를 감소시키는 싸움을 해내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한계였다고 할 수 있다.

교대제 개선이 가져온 일부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현장 대응의 문제를 짚어내고자 한 것은 노동시간 단축과 심야 노동의 철폐는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장의 힘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면, 더이상 우리가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절실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터 통권 32호(2006.05)에 수록된 만평. 당시 제조업 현장에서는 노동강도를 낮추기 위한 일상활동으로 맨아워(M/H) 투쟁이 진행되었다. 출처: 선전위원회

노동시간센터 만들어지다

2012년 연구소 창립 10주년 준비를 하며, <노동시간센터>를 만들기로 결의하였다. 연구소 초기부터 가졌던 노동시간, 심야노동, 노동강도의 문제를 노동보건운동의 주요한 문제라고 인식하였기에, 현장에 기반을 둔 실천적인 연구와 정책대안을 만들고, 현장에서 실천과 연대를 하고자 하였다. 조직 형식은 연구소 내에 위치하지만, 노동시간센터 회원은 개방된 형태로 연구소 회원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를 보장하였다.

현장 노동조합 활동가, 학계(사회학, 직업환경의학, 사회복지학 등), 사회단체 활동가, 학생 등 다양한 분들의 참여가 이어졌다. 앞서 언급한 부품사 교대제 전환 관련 연구, 책 발간 사업('우리는 왜 이런 시간을 견디고 있는가', '굴뚝속으로 들어간 의사들', '보이지 않는 고통'), 정책연구활동(산재보험연구, 최저임금제, 직업성정신질환연구, 과로사 기준 마련), 현장 연구(택시노동조건 실태연구, 사무금융 노동자 직무스트레스 연구) 등을 실시하였다. 매월 공개토론회를 통해 다양한 노동시간 관련 주제를 다뤘다.

제대로 된 과로(사) 인정기준을 마련해야
  
노동시간센터에서는 과로의 인정기준, 질적인 기준의 예시를 만들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법원판례, 질병판정위원회 사례검토를 통해, 과로의 기준이 되는 노동시간 길이를 낮추고, 과로의 질적 기준을 다양하게 제시할 것을 요구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대법원에서 업무상 이유로 고객과 잦은 술을 마셔야 했던 노동자의 사망을 직업병으로 인정한 것이 최초의 과로사로 기록되고 있다. 이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늘어나자, 1995년에 노동부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직업병 목록에 뇌혈관 심장질환을 포함하게 되었다. 2004년에 2천 건 이상이 직업병으로 산재승인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2007년 이후 직업병 인정기준의 변화가 생겼다. 2007년 이전에는 "업무수행성"이라고 해서 일을 하던 중에 뇌출혈이나 심근경색증으로 쓰러질 경우에 자동으로 직업병으로 인정하는 기준이 있었으나, 2007년 이후로는 작업 중 발생한 사고라도 업무관련성이 없다면 직업병으로 인정을 하지 않게 되었다. 새로운 기준의 적용은 객관성, 과학성, 근거 중심 등을 강조하며 산재승인이 더욱 어려워지는 현상을 낳았다. 그 결과, 2007년 이후 직업병으로 인정되는 과로사의 사례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이후 만성과로를 발병 12주 평균 60시간으로 정하는 변화와 2018년 이후 12주 평균 주당 평균 52시간으로 과로의 기준을 정하는 변화가 있었다.

과로라고 하면 노동시간 길이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에 더해, 단위 시간 내에 이루어지는 노동의 양을 나타내는 노동밀도 (노동강도), 직무스트레스, 교대제 등이 과로를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직무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사례로 갑자기 업무량이 늘어나는 상황, 일은 그대로라고 해도 일을 하는 사람이 줄어드는 경우, 과도한 책임을 부여받는 경우, 새로운 부서로 옮겨 직장 적응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 직장에서 집단 따돌림을 경험, 직장 내 구조조정에 의해 심한 고용불안을 경험, 잦은 지방 출장, 기한이 정해진 프로젝트의 참여, 회사 내 과도한 경쟁구조 등을 들 수 있다.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근무를 하는 것도 과로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직업병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그 원인을 찾아 예방하려 하지 않는다. 과로에 의해 사망하는 노동자들이 직업병으로 인정되기 위한 연구와 기준마련이 중요한 이유다.

또, 다시 과로의 현장이

기술 및 산업구조의 변화와 함께, 노동의 형식과 내용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다시 과로를 이야기해야 하는 현장이 넘쳐나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택배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 문제는 주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은 전통적인 임노동 관계만을 보호 대상으로 삼고 있는 법제도에서 배제되어 있다. 이처럼 법제도가 변화하는 현실을 담아내지 못하면서, 노동권과 사회보장의 사각지대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주류 산업으로 급속히 등장하고 있는 IT, 게임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과로 또한 앞으로 드러내고 해결해야 할 과제다.

"넷마블 설문에서는 흥미로운 질문이 포함돼 있었는데, 한번 출근해서 회사에 머물렀던 최장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이었다. 놀랍게도 전체 응답자의 30%가 36시간 이상 회사에 머물러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퇴직자의 40.1%였고, 현재 재직 중이라는 응답자 중에도 21.4%로, 현재 재직 중이라는 응답자로만 좁혀 봐도 5명 중 한 명은 회사에 36시간 이상 머물러봤다는 얘기다."5)

나아가 버스 노동자의 과로는 노동자 건강과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여전히 우리 주변에 놓여 있는 문제이다(근로시간특례제도에서 노선버스가 빠지긴 했지만, 여전히 장시간 운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집배 노동자의 과로와 이로 인한 사망 또한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경기 시내버스 노동자들은 하루 15시간 이상 운전하는 경우가 전체의 95.7%나 차지하였다. 또 경기 시내버스 노동자들의 주당 운전시간은 56시간 이상이 76.3%였고, 72시간 이상도 4.9%나 됐다. 경기 광역버스도 장시간 운전에서 이와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경기 시내와 경기 광역버스 노동자들은 격일제 운전이 기본이나 한 차량당 2명의 기사가 배치되어 있지 않아, 실제 하루 15시간 이상씩 3일 연속 근무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기본임금이 적어, 적정임금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이런 장시간 노동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수용하고 있었다.6)

플랫폼 노동, IT, 게임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뿐 아니라 버스, 택시, 집배, 보건의료,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에 이르는 전통적인 산업의 노동자들에게도 장시간 노동, 과로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노동시간이 일부 줄었다고 하지만, 기술의 발달에 힙입어 자본은 노동자들의 노동밀도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노동과정을 통제·관리하고 있다. 택시노동의 사납금 제도, 버스 노동자들의 저임금 민영 구조, 집배, 보건의료 노동자들과 같은 공공서비스 노동자들의 공공지원 부재 등 각종 현안에 대해서 현장에 기반한 대안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출처: 우정사업본부

노동시간 단축, 노동강도 저지 투쟁은 노동자 생존과 건강권의 문제

연구소는 지속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일자리 창출 프레임으로 보는 것의 문제를 지적해 왔다. 노동시간을 일자리 창출로 연결 짓는 '노동 경제학'이 아니라 노동시간의 사각지대에서 허덕이고 있는 이들을 바라볼 '노동 인간학'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동강도를 통해 무한 이윤을 축적하려는 자본의 시도를 비판하는 실천들이 요구된다.

노동시간 단축은 일자리 나누기가 아닌 노동자 삶의 문제, 생존과 건강권의 문제다. 주간연속2교대제의 문제를 건강권 중심으로 파악하지 않았을 때, 오히려 노동시간 단축분만큼 임금을 보전하기 위한 연장근무, 특별근무 비중을 높이고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노동강도를 높이는 방향이 전개되었다. 지난 투쟁을 돌이켜 볼 때, 완성차에서부터 기형적인 주간연속2교대제를 막아내지 못하면서, 부품사로 내려가면 갈수록 노동자들은 높은 노동강도를 견디며 일하게 되었고, 이제 부품사 노동자들에게는 자본에 더 양보할 노동강도가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 이르기도 했지 않았는가.

노동안전보건운동은 지난 노동운동이 생산력의 발전만큼 노동시간 단축을 노동자의 권리로서 쟁취하지 못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결과, 노동강도는 올라가고 고용은 이뤄지지 않는 구조가 재생산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그리고 앞으로도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평등하고 자유로운 노동의 출발점이자 지향으로 삼아야 한다. 그럴 때에야 비로소 이윤보다 노동자의 몸과 삶이 우선되는 세상으로의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과제

노동 유연화뿐만 아니라 노동시간 유연화도 심화되고 있다. 이는 산업구조의 측면에서 플랫폼 노동의 등장과 연관된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이뤄지면서 재택근무가 확산되는 등 주춤했던 노동 유연화 논의가 다시금 활발해지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19로 경기침체, 고용불안까지 촉발되었다. 현 상황을 돌이켜 볼 때, 앞으로 세워나가야 할 노동안전보건운동, 노동시간센터의 전망은 다음과 같다.

시간제 저임금 구조에서 비롯된 생활임금 유지를 위한 장시간 노동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장의 노동강도를 평가하여 과도한 노동을 막아야 한다.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휴게시간을 확대함으로써, 노동자들이 노동과정의 통제권과 여유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과제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심야노동, 교대제, 장시간 노동은 앞으로도 지속해서 대응해나가야 할 과제다. 동시에 저임금 (초)단시간 노동, 과로 자살, 플랫폼 노동 등은 새롭게 쟁점을 만들어가야 할 주요 의제들이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보건의료 노동자, 운송업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노동시간 특례제도(근로기준법 제59조)의 폐지와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권 및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은 긴급하게 개입해야 할 사안이다.

이러한 장단기적 과제를 놓고서, 날카롭게 문제 제기를 하고 사안별 대응을 이어나가야 한다. 노동자들이 자기 노동의 주인으로 바로 설 수 있도록 다양한 현장연구와 노동강도 저지 투쟁이 더욱 힘차게 이뤄져야 한다.


1) 일터 통권 2호(2003.09), 기획1, "노동강도 강화, 그 삶과 죽음 사이의 줄타기 - 현대자동차 생산공장 사례를 중심으로.", 김봉길(현대자동차민주노동자 투쟁위원회), p.14-18

2) 일터 통권 3호(2003.10), 기획2, "철도의 안전사고, 노동자 몇 명 구속되면 해결될 수 있을?", 손미아(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준)연구위원/강원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p.16-19

3) 일터 통권 30호(2006.03), 특집. "노동안전보건투쟁, 이렇게 나아집니다 - 4대 실천의제를 중심으로.", 공유정옥(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p.12

4) 일터 통권 132호(2015.08), 특집. <노동시간을 둘러싸고 계속되는 싸움>, "주간연속 2교대 시행 현황과 교대제 변화의 영향", 김형렬(노동시간센터(준) 회원, 가톨릭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 p.30

5) 일터 통권 158호(2017.03), 연구 리포트, "게임개발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실태.", 최민(상임활동가), p.25

6) 일터 통권 144호(2016.01), 연구 리포트. "장시간 버스 운전, 운전노동자의 건강과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다 - 버스 운전노동자의 과로 실태와 기준 연구.", 이이령(회원,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직업환경의학과), p.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