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 '오락가락' 노동부 권고... '폭염시 작업중지' 법제화돼야

[옥외작업노동자의 건강, 안녕하신가요 ②]

 

'오락가락' 노동부 권고... '폭염시 작업중지' 법제화돼야

 

이진우 운영집행위원,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부장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는 옥외작업자 건강보호 가이드 초안을 마련하여, 노사 의견을 모으는 간담회를 2018년 5월 초에 진행한 바 있다. 이때 검토된 가이드는 미세먼지, 폭염, 한파 등이다. 노동계는 폭염에 대해서는 더위체감지수(WBGT)를 기준으로 하고, 한파에 대해서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전문가들도 동의했다.

하지만 2018년 6월에 최종안이라고 보내온 가이드라인은 논의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휴식 시간의 구체적인 명시가 빠져있거나 기준지표들을 섞어 사용해,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상황이었다. 결국 고용노동부는 노사 논의까지 진행한 옥외작업자 건강보호가이드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8년 6월에 보내온 문제가 많은 최종안 중 폭염에 대한 부분이 '실수'로 다른 지침과 같이 나가면서, 지청 게시판 및 경총 소속 사업장 게시판에 수없이 게시되었다.

그렇게 고용노동부가 폭염 가이드의 공식발표를 미루는 사이, 작년 7월 17일 전북 전주시의 한 건설 현장에서 폭염경보 기준인 35℃가 넘는 날씨에도 실외작업을 하던 66세의 건설노동자가 정신을 잃고 5m 높이에서 쓰러져 추락 사망했다.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땀을 많이 흘리면 체내 수분이 부족해져 동맥경화와 함께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고 전날에도 열탈진 환자가 발생해 현장조합원들은 '오후에 한 타임만 쉬게 해달라'고 건의했으나 회사는 작업 기일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로 이를 묵살했다.

2018년 당시 연속적인 폭염으로 온열질환 발생이 연이어 발생하자 지자체별로 옥외작업 중단을 발표하더니, 2018년 7월 27일에는 노동부 차관이 폭염을 공사 기간 연장의 요건 규정화 추진방침을 발표했다. 2018년 8월 1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공공발주공사의 작업 중단 방안 대책을 지시하기도 했다. 노동부 차관이 건설업 대책으로 산업안전보건관리비로 아이스 조끼, 아이스 팩 등을 구입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으나, 법정 산업안전보건관리비가 있는 것은 건설업뿐이고 공사기간 연장도 건설업에만 적용되는 조항이다. 폭염에 같은 용접작업을 해도 조선업, 제철소, 발전소에는 적용될 수 없는 대책이다. 국무총리나 지자체에서 방침을 밝힌 폭염 시 작업중지도 공공발주 공사에만 한정될 뿐이다.

지난 수년간 폭염 시 노동자 대책은 7~8월 반짝하다가 언론의 관심이 사라지면 대책도 동시에 사라지는 행태가 반복됐다. 2018년 온열질환자 발생자 2,549명 중 1/4이 옥외작업자였고, 온열질환 사망으로 산재가 인정된 노동자가 5명에 달했다. 이에 대처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자, 2019년 기상청에서 폭염 영향 예보가 신설되었고 고용노동부는 이 기준에 맞춰 2019년 6월 4일 '폭염 대비 노동자 건강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2018년 옥외작업자 건강보호 폭염 가이드에는 35℃가 넘는 오후 2~5시에는 긴급작업을 제외하고는 작업을 중지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었다.

2018년 서울에서 최고기온이 35℃를 넘었던 날은 22일, 38℃를 넘었던 날은 4일이었다. 2018년에 겪었던 무더위가 올해에도 반복되지 않으리라 예측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올해 6월 발표에선 무더위 시간대에 옥외작업중지를 권고하는 기준이 지난해보다 3℃ 높아져 38℃로 올랐다. 이에 폭염 대책이 후퇴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고용노동부는 결국 2019년 8월 1일 '35℃ 폭염시 작업중지 권고'를 발표하며 다시 기준을 낮췄다. 정말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고자한다면, 최대한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권고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이런 원칙 없이 기준을 오락가락 변경하여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켰다. 올해 여름의 절반이 지나는 동안 고용노동부가 보여준 행보는 옥외노동자의 안전을 내팽개친 것과 다를 바 없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 1일 광주 서구 농성동 한 건설현장에서 근로자들이 모자와 마스크 등으로 피부에 직접 닿는 열기를 막으며 작업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9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위탁연구용역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옥외작업자 건강보호 종합대책 마련 연구(폭염)'가 진행 중이고, 지난 7월 노사 및 전문가 회의가 열렸다. 연구진은 폭염영향예보가 기온만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현장상황 반영에 한계가 있고, 상대습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또한, 작업환경(보호구, 직사광선노출), 작업형태(고열노출, 격렬한작업), 취약집단(온열질환경험자, 고령노동자) 등을 고려해 위험단계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전향적인 내용도 발표했다. 노동계는 연구진의 기본 취지에 공감하지만, 기준지표는 더위체감지수 사용을 주장했다. 더위체감지수가 꽤 높은 단계인 날에도 폭염영향예보는 발표되지 않는 등 폭염에 의한 영향을 제대로 반영 못하고 있고, 폭염영향예보와 마찬가지로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더위체감지수는 도로, 건설현장, 조선소 등 현장 상황에 맞게 위험단계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부는 더위체감지수가 현장 적용의 어려움이 있고, 위험단계 상향 조정에 대해서도 정말 필요한 구체적인 상황만 열거해야 작업중지하는 현장 부담이 줄 수 있다며 난색을 보였다.

한편, 한파 관련 가이드라인은 2018년 12월 다시 노사 및 전문가 논의자리가 있었고,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바람이 있을 경우 체감온도에 따른 수칙을 참고하라는 문구만 삽입되었다. 영하 15℃를 한파경보로 엄격히 두고 있으나, 한랭질환의 증상이 발생해야 작업중지를 할 수 있어 예방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무색하게 한다. 미세먼지 관련 내용은 2019년 1월에 발표되었으나, 마스크 지급 정도만 규정되어 있을 뿐 미세먼지 경보 수준에서도 작업중지 내용은 빠져있다.

한국에서는 2005년 폭염 종합대책 발표 이래 지난 14년 동안 폭염 시 작업중지는 오로지 권고로만 규정되어 있었다. 한파 및 미세먼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미 권고는 사업장에서 무용지물이라는 것이 현실로 드러났기에 근본 대책으로 폭염 시 작업 중지가 법제화되어야 한다.

국회에는 폭염 관련 법안들이 발의는 되어 있으나 계류 중이다. 노동자에게 '폭염시 작업 중지권'을 부여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이정미, 정동영 의원이 발의했다. 임이자 의원은 폭염에 노출되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우려가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사업주에게 직접 작업중지를 명령할 수 있고, 이에 따르지 않을 때 5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또한 작업중지로 건설일용직 노동자의 임금이 줄었을 때 그 일부 또는 전부를 정부가 보조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강병원 의원은 폭염·한파·황사·미세먼지 상황에 대한 사업주의 안전ᄋ보건조치 의무를 명확히 하고, 작업중지 요건에도 포함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특히, 분진작업의 경우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605조에 정의가 있고, [별표16] 제26호의 분진작업은 '미세먼지(PM-10, PM-2.5) 경보 발령지역에서의 옥외작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입법화가 기본 방안이나, 노동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다면 시행령 등 하위 규정을 통해 보완이 가능하다.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558조에는 고열작업에 대한 규정이 있지만, 폭염 시 옥외작업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여러 차례 개정 논의가 있었으나, 결국 2017년 '옥외작업에 적절한 휴식과 그늘진 장소 제공'만 안전보건기준규칙으로 개정되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는 46조에 유해위험작업에 대한 근로시간 제한 규정이 있고, 시행령에서 잠함, 잠수작업만 규정하고 있다. 이 시행령에 폭염, 한파, 미세먼지 발생 시 옥외작업에 대한 시간제한을 규정하는 등의 개정으로도 즉각적인 조치도 가능하다. 또한, 옥외작업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기상변화 시 대응이, 실질 이행이 되도록 인력이나 임금 보전 대책 등이 보완되어야 한다.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이나 국회에 발의된 산안법 개정안이 건설노동자 위주여서, 실내 노동자나, 한 장소에 머물지 않고 이동하는 집배원이나 택배배달원, 배달노동자 등 전체 옥외작업 노동자에 대한 대책과 지자체의 쉼터 조성 등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급식노동자들이 냉방시설 없는 작업공간에서 조리하다 열탈진 발생이 속출하고 있다.'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59조'의 고열작업 범위를 넓혀, 학교급식과 같은 음식 조리업 노동자 대책도 즉각 수립되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이 아니라, 실질적인 작업중지 법제화로 근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