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3. 최고기온 50도 넘는 곳에서 장시간 일하지만... '쉬지 못하는' 공항 노동자들

[옥외작업노동자의 건강, 안녕하신가요 ③]

 

최고기온 50도 넘는 곳에서 장시간 일하지만... '쉬지 못하는' 공항 노동자들

 공공운수노조 민주한국공항지부 서우석 홍보부장, 우형진 조직쟁의부장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되면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 있다. 바로 공항이다. 작년에는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한 여객 수가 6800여만 명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운항 횟수와 환승객 수도 2001년 개항 이후 역대 최대치였다. 공항은 사람들만 이용하지 않는다. 여객 수 증가와 함께 여객기와 화물기 운항도 크게 늘었다. 항공화물 중 국제화물은 295만2069톤으로 홍콩과 상하이 푸동에 이어 2년 연속 세계 3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게다가 인천국제공항은 공항 분야 유엔으로 불리는 국제공항협의회(ACI)가 발표하는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2016년까지 연속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그렇다면 세계 최고의 공항에서 일하는 만큼 공항 노동자들의 작업환경도 1위일까? 정작 이들은 고개를 절레절레한다. 무엇보다 날씨 영향을 크게 받는 옥외작업자인 지상조업 노동자들에게 여름 휴가철은 가장 끔찍하다. 뜨거운 공항 아스팔트 위에서 가림막 하나 없이 올여름을 또다시 버텨야만 하는 지상조업 노동자들을 직접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7월 19일에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민주한국공항지부 사무실에서 서우석 홍보부장, 우형진 조직쟁의부장과 진행했다. 두 사람 모두 97년에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한국공항에 입사해 지상조업 노동자로 22년 가까이 근무 중인 베테랑들이다.

지상조업은 공항과 비행장에서 항공기가 이륙하기 전, 착륙 후 항공기에 대해 이루어지는 지상 업무를 일컫는다. 비행기가 공항에 이착륙하면 챙길 일이 많다. 이착륙이 원활히 되도록 유도를 해야 하고, 승객들의 수많은 짐을 싣고 날라야 한다. 겨울에는 비행 날개가 얼어 위험할 수도 있어 제설작업도 해야 한다. 주로 야외에서 작업을 많이 하므로 날씨 영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위험하다. 틈틈이 잘 쉬어주는 것이 필수적인데 그럴 수가 없다. 쉴 시간과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공항 노동자에게 존재하지 않는 쉼

서우석: "지상조업 노동자들에게 휴게시간은 먼 나라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노조가 요구해서 지난해에 개장한 제2여객터미널은 동편, 서편에 각 한 개씩 컨테이너를 배치해 휴게공간으로 사용하고 있고 제1여객터미널과 탑승동에는 심지어 휴게공간이 없어요. 그나마 사무실 직원 대기실과 가까이 일하는 노동자들은 아주 잠깐 짬 내서 대기실에 엉덩이를 붙이고 나오는 정도죠."

우형진:" 김포공항은 인천공항보다 크진 않아요. 공항과 비행기를 연결해주는 브릿지(Bridge) 쪽은 그나마 건물 안쪽에 있어서 덥거나 추울 때 안으로 들어갈 수라도 있어요. 그런데 리모트(Remote, 원거리)라고 해서 승객들이 밖으로 나와 버스로 이동하는 야외 공간의 경우 인천공항처럼 컨테이너 같은 것도 없어요. 햇빛 차단하는 게 전혀 없고, 그나마 램프 카(Ramp Car) 같은 걸 이용하죠. 그런데 이것도 3대밖에 없어요. 제가 소속된 한국공항은 하루 15개 조가 나와서 작업을 하거든요. 3대 중 겨우 2대만 에어컨 나오고 한 대는 그것도 안돼요. 그래서 리모트에서 작업한다고 그러면 쉴 공간이 없어 비행기 밑이나, 아니면 승객 짐 싣는 곳 난간 안쪽에 들어가 있는 정도예요. 그늘만 생기면 그게 어디든 이용하는 거죠."

상황은 심각했다. 지난해 활주로의 낮 최고기온은 50도를 넘어섰고, 지상조업 노동자 4명이 폭염에 쓰러졌다. 작업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올해는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더위와 추위에 쓰러져갈지 모른다. 날씨에 따른 건강 영향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근본적 원인으로 부족한 인력과 장시간 노동을 지목했다. 지상조업 노동자들은 기본 불규칙 노동을 한다. 이들의 삶은 비행기 스케쥴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이를 합법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것이 근로기준법 59조 '노동시간 특례조항'이다. 항공기 수하물·화물을 하역·탑재하고 급유를 하는 등의 지상조업은 항공운송업으로 분류되어 근로기준법 59조 적용을 여전히 받는다. 작년 2월 26개 중 21개를 폐기했지만, 여전히 항공운송업을 포함한 육상/수상 운송업, 보건업이 특례업종이다. 따라서 무제한 노동이 가능하다. 장시간 노동으로 이미 과부하가 걸린 상태에서 덥거나 추운 날씨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민주노조가 생긴 뒤 현장엔 작지만 소중한 변화가 생겨났다. 바로 인터뷰 장소이기도 했던 노조 사무실이다. 왼쪽은 인터뷰에 참여한 우형진 조직쟁의부장, 오른쪽은 서우석 홍보부장의 모습이다.

 

문제는 부족한 인력과 불규칙한 스케쥴 근무, 장시간 노동

서우석: "17년 12월 이기하 씨가 과로로 사망했습니다. 하루 4시간 정도 자고 출근해 10시간 이상 일했어요. 부검했던 의사도 과로와 극심한 스트레스, 날씨 영향이 크다고 유가족에게 설명했다 들었습니다. 이때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한 투쟁도 했는데 현재까지 큰 변화는 없어요.

지금도 새벽이어도 비행기 스케쥴에 맞춰 출근합니다. 첫 조가 새벽 2시 출근하면 30분 단위로 끊어서 근무표가 짜여요. 요일마다, 비행기 편수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보통 5일 근무 중 4일은 연장근무를 해요. 많이 하면 4시간, 5시간까지도 해요. 겨우 5일 차 마지막 날이 되면 기본 8시간 근무만 하고 퇴근하죠. 비행기는 늘면 늘지 줄지 않아요. 그런데 현장에서 일하는 인원은 계속 줄어요. 채용해도 환경이 안 좋으니깐 그만두죠. 그러니깐 사람이 없으니 일은 일대로 많고, 쉴 수가 없어요. 한 마디로 인원 부족에 매일 시달리는 거죠."

한국공항 업체의 경우 인천공항에 80개 조가 일한다. 14년엔 1개 조당 7명이어서 휴무자 1명을 제외하면 6명이 근무했다. 그런데 17년 3월 한국공항 대표이사 총괄 사장으로 강영식씨를 선임하고 이후 인원을 줄여 휴무자 없이 6명이 일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7명이 있어야 1명씩 돌아가면서 쉬는데, 그러질 못하는 것이다. 결국 겨우 6명으로 맞춰 일은 하지만 결원이 생길 경우 그 인원도 못 채워 일할 때가 대다수다. 어떤 땐 5명, 4명이 일할 때도 있다. 김포공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우형진: "김포공항은 1개조에 5명이에요. 4명이 근무하고 1명은 휴무자고요. 한 명이 쉬는데 만약 다른 사람들이 일이 생겨 못나오게 되면 큰일나요. 그러면 전원 출근한 조를 찾아서 투입하는 식이에요. 모두가 힘들어 지는 거죠."

부족한 인력에서 근무 시간표는 오로지 비행기 스케쥴에 맞춰 짜인다. 사람의 건강이 기준이 아니라 기업의 이윤이 기준이다. 서우석 씨는 직접 프린트한 근무 스케쥴 표를 보여줬다. 회사는 노동자가 쉴 수 있는 좀처럼의 시간도 참지 못하는 듯했다. 오전 7시 출근자의 근무표가 갑자기 오전 8시 5분 출국 비행기로 바뀐 것이다. 이렇게 되면 출근하자마자 바로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 출국 편의 경우 장비 준비, 승객 짐 싣기 등 준비할 것들이 많다.

문제는 근무표가 이런 식으로 빈틈없이 계획된다는 것이다. 종일 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엔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를 공항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식사 시간조차 보장되지 않는다. 부족한 인력과 비행기 스케쥴에 맞추는 불규칙 노동, 장시간 노동은 옥외 노동자인 이들을 더욱 지치게 만든다. 지친 몸과 마음을 쉴 공간이라도 있으면 모르겠지만 사실상 이들은 공항 활주로에 방치된다.

우형진: "김포공항에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있는 컨테이너 휴게실조차 없어요. 그나마 공항 내부와 가까우면 잠깐 사무실에 가서 물이라도 마실 텐데, 외부 작업을 할 땐 2~3시간 내리 밖에만 있어야 해요. 작년에 워낙 더웠잖아요. 관리자들이 가끔 돌면서 직접 물을 갖다줘요. 그러면 뭐 합니까. 얼마 안 있어서 물이 금방 미지근해지는데요. 올해는 아직 물을 받아본 적이 없고요.

추운 날도 똑같아요. 눈보라, 찬바람 피할 데가 없어요. 야외 작업은 덜덜 떨면서 해요. 겨울엔 눈이 오잖아요. 그게 녹으면 승객 짐이 다 젖어서 비닐을 깔아요. 그런데 추우니깐 짐 싣는 차에 들어가거든요. 그러면 눈이 녹아서 미끄러운 상태가 돼요. 그래서 제가 관리자에게 램프 카라도 여유 있게 배치하면 안 되냐고 물었더니 하는 소리가 이 안에 들어가지 말라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눈보라 치는데 여기도 못 들어가는 거냐고 하니깐 자기들 입장에선 다칠 수 있으면 올라가지 말라는 말 밖에 못 한다는 거예요."

한국공항은 무재해 목표를 달성한다는 명목으로 안전클리닉 과정을 운영한다. 이 외에도 안전순찰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안전을 위해 작업환경 개선 요구를 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정작 외면한 채 위반 사항을 적발하는데 목표를 둔 활동은 현장 노동자들에게 전혀 환영받지 못하고 있었다.

서우석: "안전보안팀과 마찰이 심해요. 지상조업노동자들은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 사람들은 와서 왜 안전규정 위반했냐고 지적을 하면 너무 화가 나죠. 현실하고 동떨어진 소리를 하고, 위반 사항 적어서 보고 올리면 안전클리닉에 가서 교육을 들어야 해요. 그러면 뭐 합니까. 현장이 하나도 개선이 안 되는데요. 안전보안팀이 오면 오히려 분위기가 위축되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의기소침해져요."

"고객의 행복한 여름 여행 속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피, 땀, 눈물 잊지 마세요." 작년 노동청은 공항에 즉각 휴게공간을 마련하라고 했지만, 계류장 네 곳에 버스가 배치된 것이 전부였다. 턱없이 부족한 상주 직원 휴게실 확보에 항공사, 항공사 하청, 인천공항공사 등이 나서도록 힘 써야 하지만 사실상 사업주의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고 있는 것이다.

노조는 끊임없이 이 문제를 제기해왔고, 드디어 지난 7월 19일 인천중부지방고용노동청과 노조 간 면담이 있었다. 이후 휴게시설 관련 제2여객터미널에 카라반 11대를 한국공항, 진에어, 대한항공 세 개 업체가 공동 설치하고 리모트에 화장실 설치 논의가 진행 중이란 소식이 현장에 전해졌다. 물론 끝까지 지켜 봐야겠지만, 그간 노조의 싸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올해 노조가 진행한 설문결과 조합원들은 '휴게시간 보장'을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했다. 승객의 안전한 여행은 곧 공항 노동자들의 쉼이 보장된 안전하고 안정적인 작업환경에 달려있다는 것을, 지상조업 노동자들의 눈물 어린 여름 나기가 보여주고 있다. 더이상 더위와 추위에 공항 노동자들이 다치고, 아프고, 죽지 않도록 공항 측과 업체들의 각별한 노력과 책임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