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3. 지금 당장, 성평등 노동을 외치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이을 활동가 인터뷰 / 2019.03

[특집 지워지지 않는 존재, 여성 노동자] 





지금 당장, 성평등 노동을 외치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이을 활동가 인터뷰





선전위원회  





올해로 111주년을 맞이한 날이 있다. 바로 세계 여성의 날이다. 빵과 장미가 상징이 되어 장미를 여성에게 주며 기념하는 날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19년에도 여성 노동자들의 삶은 장밋빛과 거리가 멀다. 190838일 미국 여성 노동자 15천 여명이 외친 구호는 오늘과 맞닿아 있다. 당시 여성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 심지어 18시간 동안 일해야 했고 그들은 외쳤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동이 아니라 휴식이다!”, “우리는 빵(임금)과 장미(권리)를 원한다!” 


한국에서도 올해 38일 제33시 스탑 조기퇴근 시위가 열린다. 채용 성차별, 최저임금 개악, 성차별 조직문화를 끝장내기 위해 바쁘게 준비하고 있는 한국여성노동자회 사무실을 지난 228일에 방문해 이을 활동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요즘 집회 준비하시느라 많이 바쁘시죠. 한국여성노동자회가 1987년에 창립되고 지금까지 활발히 활동 중인데요. 무엇을 지향하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성평등 노동이 주요 슬로건이에요. 인구의 절반, 노동인구의 절반인 여성이 존재함에도, 여성이 어떻게 일 하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잘안 드러나고 있다는 걸 뜻해요. 법이나 정책을 살펴보면 남성 중심적이죠. 거기에 대해서 여성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분명한 인식 속에서 여성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울려 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동 문제에서도 여성 노동은 부차적이거든요. 노동 안에서 성평등해지는 것,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안전하게 일 하는 것이 성평등이라는 키워드 안에 담겨 있어요. 최근 주목하고 있는 건 성별임금격차 문제예요. 임금으로 차별 받는 것 안에 무수히 많은 것들이 포함돼요. 임금 차별은 성차별의 총합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해서 고용상 차별 받는 문제도 시정되어야 하고, 문화가 바뀌어야 해요. 그래야 성별임금격차가 해소 될 수 있는거죠.” 



채용 성차별은 노동권, 시민권을 침해받는 엄연한 범죄 행위에요. ‘여자보다 남자가 일 잘하지’, ‘여자는 임신, 출산 때문에 생산력이 떨어져라는 인식 자체가 심각한 시민권 침해인거죠. 채용을 안 하는 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여성들이 나쁜 일자리로 몰리고, 빈곤에 빠지고, 삶을 영위하기 힘들게 만들어요. 이뿐인가요. 승진, 배치, 정규직전환 나중에는 퇴직까지 다 이어져요.” 



얘기하신 채용 성차별 문제는 그간 여러 활동의 고민이 묻어나는 슬로건 같네요.


실제 채용 성차별 문제는 심각한 문제예요. 남녀고용평등법이 생긴지 30년이 지났어요. 71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되어있지만, 처벌규정은 벌금 500만원에 불과하죠. 사실 유명무실해요. 관행이 계속 있어요. 과거 90년대 채용 공고에 아예 여성 키, 몸무게, 외모 준수를 명시했죠. 여성운동 진영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성과가 있었어요. 그런 활동이 있은 후 최근 점수 조작 사건이 확인된 거죠. 다시 재점화가 된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사이 공백이 길기도 했고, 여성 스스로도 채용 과정에서 임신, 출산 계획, 남자친구 여부 묻는 걸 당연시 생각하기도 하죠. 기분은 나쁜데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고민스럽고, 이런 걸 묻는 게 법을 어기는 거다라고 생각하기 쉽지 않아요.” 


제일 기억에 남는 사례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면접을 보는데 우회적으로 결혼을 안했냐는 질문을 받은 거예요. 그래서 솔직하게 이혼했다고 대답했더니 갑자기 분위기가 안 좋아지면서 이혼했다는 건 성격상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 하더니 결국 채용이 안 된 거죠. 다른 한 경우는 디자이너 면접을 보러갔는데 쓰리 사이즈(가슴, 허리, 엉덩이)를 물어보면서 피팅 모델해야하니깐 사이즈를 물어본다는 거예요. 사실 시민사회진영에서도 결남출(결혼, 남자친구, 출산) 질문이 횡횡해요. 지역운동과 결합되어 있는 한 풀뿌리운동 단체의 채용과정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면접관이 나름 배려 차원에서 임신 계획을 물어봤다고 하더라고요. 진짜로 여성 노동자를 배려하려고 했다면, 육아휴직과 출산휴가문제는 뽑고 나서 협의하면 될 문제라고 생각해요. 면접 자리에서 물어보는 건 그 자체가 당사자에게 부담이고, 위계적인 불법 질문입니다.” 



그런 상황과 문제가 여성 스스로 자기 검열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애초에 일자리를 구할 때 나에게 가능한 것들, 결혼과 임신, 육아 계획이 있다면 다니지 못할 환경이 갖춰진 곳은 애초에 선택조차 못하게 되죠. 그리고 그런 환경이 주어진 곳은 드물고요. 


여성들은 출산해서 육아를 담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제 친구들만 봐도 그걸 많이 고려하더라고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적극적으로 찾는 게 아니라, 근거리에 있는데, 사장이 눈치 안 주는 데, 근무시간이 유동적일 수 있는 데를 많이 찾죠. 이런 사회 전반적 분위기와 조건이 채용 성차별로 연결되는 거예요. 순응하는 질서가 있죠. 인터뷰한 사례 중 어떤 분은 커플링을 빼고 면접장소에 들어 간데요. 확실히 반지를 빼고 들어가면 결남출 질문을 덜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커플링 끼면 그거 보고 남자친구 있냐, 결혼 계획 있냐 묻고요. 실제 계획이 없기도 하지만 구체적으로 5년 안에 없다고 대답을 한다는 거죠. 당사자에겐 확실히 부담이에요.” 



순응, 자기검열, 타협 아닌 타협을 해서 직장에 들어가는 거네요. 남녀고용평등법이 30년 넘게 존재했는데, 사람들은 법 자체를 많이 모르는 것 같아요. 왜 이 법 자체가 주목을 받지 못했을까요? 


사람들이 관심이 없어요. 남녀고용평등법의 주무부처는 고용노동부예요.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성평등, 젠더 의식 자체가 없죠. 고용 평등에 관심이 없어요. 채용 성차별 문제도 2017년 한국가스안전공사 사건을 계기로 밝혀졌어요. 게다가 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까지 금융권에서도요. 점수를 조작해서 합격했던 여성들을 떨어뜨렸죠. 매우 심각한 성차별 채용 비리 범죄죠. 하지만 작년에 국민은행은 채용 성차별 1심 판결에서 벌금 500만원을 받았어요. 500만원은 그런 대기업에는 껌값에 불과하죠. 500원 느낌 아닐까요? 그러니 기업은 위반해봤자 벌금 정도니 그냥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 뽑자는 태도를 갖기 쉬워요. 게다가 직권조사해서 증거를 잡지 않으면 밝히기 쉽지 않아요. 그러니 면접 2차까지 여성이 훨씬 많은데 3차 올라가면 확 줄어든 인원을 보고 여성들은 차별 받는 것 같다고 생각할 뿐이죠. 채용 성차별 문제가 어려운 지점이 그런 거에요. 거기에 취준생이기 때문에 당당하게 얘기하기도 어렵죠.” 



여성들이 겪는 차별의 문제는 실제 존재하는 것인데도 정황으로만 취급되는 현실이네요. 한편에선 여성이 그 직무에 적합하지 않은 거 아니냐, 여성이라고 차별 받았다고 하는 거 억지 아니냐는 시선이 많은 것 같아요. 


맞아요. 그리고 여성 스스로도 알기 어려워요. 공채 시스템의 문제를 얘기하시는 분도 있어요. 걸러지는 시스템이죠. 사람들을 대거 모집해서 걸러요. 그런데 당사자들은 왜 떨어졌는지 모르죠. 그냥 떨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힘들어하죠. 저희 대표의 딸과 친구들 이야기인데, 여자라서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그게 또 정말 그런지도 모르겠고, 내가 실력이 부족해서 그랬나 싶어 자존감이 막 떨어진다는 거예요. 정황만 있지 정확한 증거도 없고, 어떤 기준이 나한테 공개되는 것도 아니고, 채용 당사자들에게 밝혀지지 않죠. 그러니까 개별 여성들은 자기 탓을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원형 탈모가 생기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이 많아요. 채용 성차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인거죠. 그렇기 때문에 고용노동부에 익명신고센터만 만드는 게 아니라, 채용과정에서부터 채용 성비를 공개하라, 왜 이 과정에서 떨어졌는지 밝히라고 요구했지만 먹히지 않았죠. 블라인드 면접이라고 하지만 최종으로 가면 얼굴 다 공개되고, 서류에도 군필, 미필 이런 거 아직도 체크하게 되어 있거든요. 거기에 해당 사항 없음으로 체크하면당연히 여성인 게 밝혀지죠.” 



채용 성차별뿐만 아니라 성별임금격차 해소도 중요한 요구인데요. 성별임금격차라는 것 자체가 사회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문제도 있다고 보여지네요.


 성별임금격차라는 한 키워드 속에 여성 노동의 다양한 의제가 담겨있어요. 여성의 임금이 저임금화되어 있고 소위 싸구려노동 취급을 받죠. 그래서 미투운동 이후 해외에선 페이미투운동이 일어났고요. 채용 성차별을 시작으로 안 좋은 일자리에 내몰리고, 경력단절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고용단절을 겪는 것, 고용단절이 되면서 질 나쁜 일자리로 더욱 고착화 되는거죠. 같은 일을 하면서 임금을 적게 주는 건 눈치 보이니깐 아예 여성의 일이라고 해서 떼어 버리는 것, 회사에서 승진하거나 경력이 올라갈 수 없게 단순한 업무로 임금을 낮게 처버리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젠더 관점에서 노동안전보건 문제가 재해석되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혹시 주목해야 한다고 보는 의제가 있으신가요?


여성 노동자 건강권 문제를 더 파고 들었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부터 그런 흐름이 있는 것 같긴 해요. 여성 노동자들이 많은 사업장, 직군, 직종에서 노동환경, 작업환경이 더 많이 얘기되면 좋겠어요. 그 안에서 신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 그리고 사회적 건강도 다뤄져야죠.” 


노동자 건강권 운동에서도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 고민이 많은데 그것 역시 남성의 얼굴을 띄지 않았나 싶어요. 많은 수의 여성들이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죠. 왜 여성들이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 하게 됐는지 얘기 되는 게 필요해요. 임신출산 문제, 육아 문제도 건강권과 연결되죠. 정말 많은 수의 여성들이 임신출산, 육아 문제로 해고 위협을 당하거나, 막상 들어가도 불이익을 당해요. 파리바게트 사례만 봐도 그렇거든요. 80% 넘게 여성이 있는데도 여성 생애주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어요. 생리, 임신출산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데도 말이죠. 생리 때 화장실에 못가고 일하다 질염에 걸린다던지, 임신을 해도 노동시간에 대한 고려가 인력 부족을 핑계로 전혀 안 되서 유산을 한다던지. 임신 했으니 차라리 그만둬라, 아니면 휴직해라. 당사자는 건강하게 일할 수 있고, 하고 싶은데 그런 게 전혀 안 되는 거죠. 그런 문제가 없도록 하는 활동이 필요해요.” 


작업중지권도 다뤄지는 게 필요해요. 독일은 작업거절권이라고 해서 법에 명시되어 있죠. 한국도 산업안전보건법에 있긴 하지만 협소하게 해석되고, 여성이 경험하는 위험까지 연결되진 못해요. 노동안전보건 운동에서도 작업중지권과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을 연결해 본 적이 없죠. 2차 가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작업중지권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어요.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로만 머무는게 아니라 피해를 당한 노동자로서 취할 수 있는 권리들, 그 권리가 다각적으로 재해석 될 필요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