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43개 시군구청장 고발한다!
- 환경미화원 산업재해 근본적 해결을 위한 시장·군수·구청장 고발투쟁
재현 선전위원장
지난 1월 언론을 통해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일터를 바꾸기 위해 투쟁에 나섰다는 소식을 접했다. 3년간 15명의 동료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면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는 가슴 절절한 외침이었다. 소식을 접하고 바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인터뷰는 지난 2월20일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이름만 정규직인 환경미화원 노동자
“안녕하세요. 저는 민주노총 민주연합노조 김성환 위원장입니다. 경기도 시흥시에서 11년 동안 환경미화원으로 일했는데, 현재는 휴직계를 내고 노동조합에서 전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위원장 임기를 마치면 다시 현장으로 복귀할 예정입니다.”
김성환 위원장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도로에서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환경미화원은 도로 청소 외에도 생활폐기물이나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는 직종 등으로 나눌 수있다고 한다.
“도로를 청소하는 업무라서 동료들끼리 각자 구역을 나눠서 업무를 합니다. 구역에 따라서 어떤 곳은 좁으면서 넓고, 넓으면서 좁고 다른데 평균적으로 아침·저녁으로 가로, 세로 4km씩 전체를 청소한다고 보면 됩니다. 여름엔 사람들이 먹다 남기거나 버린 음료수를 치우고 가을엔 떨어지는 낙엽 치우고 겨울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눈이나 얼음을 치우고 그렇게 1년을 보냅니다.”
김성환 위원장은 현재 시흥시가 직고용해서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데 이런 경우가 흔하지 않다고 한다.
“경기도 시흥시 직영 환경미화원이라서 공무원들은 저희보고 정규직이라고 하는데 저희는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고용이 보장돼 있다고 하는데 이것도 노동조합이 있어서 그런 거지, 노동조합이 아니라면 언제든 지자체에서 민간위탁을 할 수 있습니다. 조례에서도 민간위탁을 금지하지않고 있어서 언제든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늘 안전사고 위험을 감수하는 현장
“하루에 8시간 근무를 하는데 오전 7시에 시작해서 4시간 일하고 오후에 1시간 쉬었다 오후12시부터 16시까지 또 4시간 일합니다. 밥은 대기실이 있는 곳에서 먹는데 이 대기실도 노동조합이 있어서 가능해진 겁니다. 요즘엔 본인이 일하는 구역이랑 집이 가까운 분들은 집에서 식사하고 나오기도 합니다.”
아직도 환경미화원들은 매일 다치거나 사고가 나는 등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뾰족한 물건에 찔리거나 유리병에 감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주삿바늘에 저도 많이 찔렸는데 병원에서 나온 주삿바늘은 문제가 없지만, 그게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은 마약도 하고 불법 시술도 흔해서 이게 혹시 감염된 바늘은 아닌지 전혀 사실을 모르니까 두려울 때가 있습니다. 주사 바늘이 아니어도 깨진 형광등을 폐기물에 버리지 않고 쓰레기봉투에 버려서 청소하다가 찔리고 파상풍으로 치료받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일하다 다쳤을 때 작업자들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물었더니 그냥 참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일하다 다쳐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지자체 차원으로 안전교육도 하고 대처 방안에 대해 알려주고 그래야 하는데 자치단체가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조합원들도 일하다 다쳤을 때 어떻게 해야 한다는 인식이 부재한 게 현실입니다. 그나마 노동조합에서 싸우니까 지자체가 뭐라도 하는 시늉만 하고 있습니다.”
일하다 다쳐도 아무 대책이 없는 현장
자치단체의 경우 치료는커녕 일하다 다친 노동자에게 핀잔을 준다고 한다.
“자치단체랑 가장 쟁점이 붙는 게 뭐냐면 바로 병원에 가는 겁니다. 작업자들은 일하다 다쳤을 때 바로 병원에 가질 않습니다. 만일 내가 업무에서 빠지면 일 할 사람이 없기도 하고 워낙 안전사고가 자주 있는 데다, 다쳤을 때 별다른 대책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며칠 뒤 작업자가 통증이 심해져 집 근처 병원을 가면 지자체가 왜 오늘에서야 아프다고 병원을 가나며 혼을 냅니다. 더 황당한 건 작업자가 집이랑 가깝고 자주 가는 병원에 가면 병원을 옮기라고 강요합니다.”
대체 어떻게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왜 발생하는걸까?
“지자체는 우리가 일하다 다쳐서 병원에 가 있으면 가짜 환자로 취급합니다. 그리고 병원 의사랑 이야기해서 과도하게 병원비를 요구하거나 진단서를 받을까 봐 의심합니다. 나중에는 지자체에서 작업자가 자주 다니는 병원이 아니라 본인들이 지정하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강제합니다. 병원비 한푼 지원해주지도 않는데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다친 사람에게 지자체가 하는 짓을 보니 노사가 서로 전혀 신뢰조차 없는 것처럼 보였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졌으면 사용자랑 상호 간 대화를 많이 해서 서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사용자가 노동조합 자체를 싫어하고 부정합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대화 자체가 안 되는 게 가장 문제고 어렵습니다. 노동조합이 무슨 터무니없는 걸 요구하는 것도 아닌데...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나마 공무원 중에 실무자급은 이야기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노동조합과 직접 교섭을 하는 공무원들은 대개 노동조합을 좋아하질 않습니다.”
결국, 사용자를 고발하다
지난 1월24일 환경미화원 산업재해 근본적 해결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243개 시장·군수·구청장을 고발하는 기자회견 개최했다. 어떻게 고발 투쟁을 시작하게 된 것인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용자가 공공기관인데도 산업안전보건법 자체를 지키지 않고 있고 불법을 저지르고 있으니 법을 지키고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특히 법으로 지키라고 조항이 있는데도 그걸 시행하지 않고 있어 노동조합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검찰에 고발하면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청와대에도 고발장 전달하고 왔습니다.”
이번 고발은 목숨 걸고 일하는 조합원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요구하기 위해서 라고도 했다.
“제가 다녀온 건 아니지만, 2011년에 노동조합에서 일본을 다녀왔습니다. 일본은 산업안전보건법에 해당하는 법 조항으로 환경미화원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 작업 안전 매뉴얼도 있어서 검토해보니 일본 환경미화원도 우리와 같이 공무원 신분이었는데 법 적용을 받고 있어서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우리는 어떤 상황인지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습니다. 이후 몇 년간 정부와 노동부에 입장을 물었고, 2016년 2월에 노동부가 지침으로 환경미화원이 산업안전보건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대상임을 확인시켰습니다. 노동조합은 이어서 사용자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지키라고 항의했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어서 고발 투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발 투쟁 이후 계획
“공무원들은 법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이번 고발에 대해서 일단 과태료를 부과하고 조금씩 현장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노동조합은 이번 고발을 계기로 지자체별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반드시 설치하고 운영하도록 강제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있어야 현장에 안전보건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강제할 텐데, 이게 없다 보니 지금까지는 개인이 민원을 제기하거나 항의하는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동조합은 안전공단 캠페인 사업에 공모해서 지원금을 일부 받고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운영매뉴얼을 만들고 현장에 배포하게 될 계획이라고 한다.
민간위탁 폐지를 위한 투쟁도 이어간다. 산업안전보건법 고발은 물론이고 노동조합에서꽤 오랫동안 민간위탁 폐지를 주요한 투쟁 요구로 걸고 싸우고 있는데 이점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예전에는 전부 시나 구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면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공무원들이 일하기 싫으니까 민간에 위탁하는 거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자체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다 보면 공무원들이 사고부터 각종 업무에 대해서 일정 책임져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그런데 민간으로 위탁하면 노동조합이 위탁 업체 사장하고 이야기 김성환 위원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이렇게 오랫동안 환경미화원의 노동조건이 바뀌지 않는 이유를 인간으로서 존엄을 존중받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산업안전보건법 고발 투쟁이 모든 걸 한 번에 바뀌지는 못하겠지만, 이번 투쟁을 계기로 적어도 노동자가 목숨을 걸면서 출근하는 일터가 아닌 현장으로 점차 변화하는 전환점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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