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산업재해 발생 통계 다시보기
권종호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선전위원
지난 3월 고용노동부는 2015년도 산업재해 발생 현황을 집계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재해율은 0.50%로 전년 대비 0.03%p 감소하였고, 재해자 수는 90,129명으로 전년 대비 780명 감소하였다. 사망만인율도 1.01%00로 전년 대비 0.07%00p 감소하였고, 사망자 수는 1,810명으로 전년 대비 40명 감소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산업재해 통계 산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한다. 그럼에도 현재의 산업재해 통계는 매우 부끄럽고 비열한 통계이며 현실을 파악하여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산재를 은폐한 결과의 통계다.
위 그래프는 다음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사망재해 발생을 나타낸 것이다. 이 그래프를 자세히 보자. 사망 만인율은 2.06에서 1.08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2015년 통계 자료까지 포함하면 2015년 사망 만인율은 1.01로 더 크게 줄어들었음을 알 수있다. 하지만 실제 산재사망자 수는 2009년 이후 1,900명 수준으로 제자리 걸음이다. 즉, 사망 만인율의 급격한 감소는 실제 사망자 수의 감소가 아닌 2009년 이후 1,700만 명까지 급격히 증가한 노동자 수의 영향이 큰 것이다. (특히 서비스업 노동자가 증가).
이렇게 통계상의 희석 효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산재사망률은 세계적으로 볼 때 매우 부끄러운 수준이다. 다음은 2014년 한겨레 신문에 실린 기사의 일부로 국제노동기구(ILO) 통계 페이지 Occupational Injuries 항목의 자료를 재구성한 표이다.
2008년 통계 자료와 비교한 결과로 가장 위 그래프에서 한국은 10만 명당 산재사망자 18명으로 산재사망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5년 한국의 산재사망 만인율은 1.01, 즉 10만 명당 산재사망자가 10.1명으로 전 세계 산재사망률이 그대로 방치되었다 하더라도 3위권 내에 드는 수준이다. 다행히 다음 표에 나타난 산재 부상자는 10만 명당 692.2명으로 중위권 수준이고 2015년 통계 결과 산재율 0.50% 즉, 10만 명 당 500명 수준으로 떨어졌으니 괜찮은거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 이는 오히려 한국 산재 통계의 가장 부끄러운 부분이다. 오른쪽 산재 부상자 그래프를 다시 한번 자세히 보자. 스페인, 오스트리아, 독일, 이탈리아 등 산재사망자가 적었던 나라들이 오히려 산재 부상자로는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심지어 산재사망자가 가장 적었던 스위스가 산재 부상자로는 6위로 올라왔다. 이와 같은 역전 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다음 표를 보자. 위의 내용은 ‘산업재해 예방-보상제도간 합리적인 연계방안’ 이라는 보고서에서 제시한 자료로 산재 사망자수 대비 재해자 수의 비율을 산출한 것이다. 이 비율은 상대적으로 은폐하기 힘든 산재사망 사례를 기준으로 은폐된 산업재해의 수준을 국가 간에 비교하기 위해 활용하는 것인데 유럽연합(EU) 28개국의 산재사망자수에 대한 재해자수의 비율을 산출한 결과 평균 737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의 통계를 통해 산출한 비율 84와 비교할 때, 약 8.8배나 높은 것이다. 즉, 선진국일수록 산재를 은폐하기 보다 산재보험으로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는 당연한 논리가 실제로 이행되고 있다는 것이고, 거의 모든 재해가 산재보상 보험 자료에 포함되서 그 국가와 사회가 산업재해 현황을 모두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의 사망자수 대비 재해자 수 비율의 변화를 살펴보자.
여기에 2015년 산재 통계 자료를 근거로 위의 지표기준인 산재 사고사망자 대비 재해자 수 비율을 계산해보면 82210/955 = 86으로 구해볼 수 있다. 즉, 2015년까지도 전체적인 산재사망률, 재해율의 미미한 감소만 있을 뿐 산재 은폐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산재 통계와 지켜지지 않는 산재 보상의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산재사망자 수는 좀처럼 줄지 않고 산재 보상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산재 통계마저 허수에 불과한 현실에서 최근 고용노동부는 또 다른 산재 은폐의 꼼수를 두고 있다. 바로 산재은폐를 확대하는 산안법 시행규칙 개정을 또 다시 입법예고 한 것인데 이미 이러한 과정은 2014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2014년 고용노동부는 산재 보고 기준을 요양 4일이상 에서 휴업 3일 이상으로 변경하였다. 4일에서 3일로 줄었으니 좋아졌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요양 4일은 안정, 휴식, 치료 등을 필요로 하는 진단서 상의 모든 기간에 해당하는 반면 휴업 3일은 반차, 조퇴 등을 전혀 포함하지 않는 결근 3일, 그것도 연속 3일만을 이야기한다. 즉, 한 달 동안 통원 치료가 필요한 재해라고 하더라도 연속 3일 결근만 아니면 사업주는 보고할 필요가 없어진다.
고용노동부는 산재은폐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변명으로 [산업재해 발생 보고기준 변경 관련 안내사항]를 통해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의 국가가 이미 산재 보고를 휴업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심지어 영국은 휴업 7일을 기준으로 한다고 언급함) 한국도 “산재발생 보고 대상을 선진 외국과 같이 요양기준에서 휴업기준으로 합리화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말 그럴까? 같은 산재보고 기준에 관한 연구인 산업안전공단의 [2015년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체제 국제 비교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위의 국가 모두 결근뿐만 아니라 출근을 하더라도 업무 수행에 지장이 있는 모든 형태를 산업재해로 보고하도록 하고 있어 사실 상 한국의 휴업 일이 아닌 요양일 기준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된다. 휴업일, 요양일, 3일, 7일의 모든 문제를 떠나서 고용 노동부가 제시한 ‘선진 외국’인 영국, 독일의 산재 사고 사망자 대비 재해자 수 비율을 한번 살펴보자. 앞서 제시한 그래프3.에서 영국은 909, 독일은 1,594이다. 2015년 통계까지도 한국은 그 비율이 86에 불과할 정도로 산재 은폐가 심한데 무작정 휴업일로 기준을 변경하는 것이 ‘선진 외국과 같은 합리화’라니 납득하기 어렵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또, 시행규칙 입법을 예고했다. 2014년 변경된 휴업 3일 기준마저도 4일로 늘리고 산재 발생 1개월 이내 미보고시 즉시 처벌에서 ‘노동부가 산재발생을 인지하고 시정 지시 후 15일 이내 제출하면 처벌하지 않도록 완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러한 산재 통계라면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결국 그나마 믿을만한 통계는 산재사망자 통계 뿐이다. 정부는 노동자의 죽음으로만 현실의 문제가 드러나는 이러한 상황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정부는 산재 통계가 더 이상 현실을 은폐하는데 활용되지 않도록 이번 산안법 시행규칙 개정부터 막아내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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