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중지권 기획] 천장에 튀어나온 저건 뭐지? 대한이연지회/ 2015.6

천장에 튀어나온 저건 뭐지?

금속노조 대한이연지회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팀


일터 6월호에서는 대전에 있는 자동차 부품회사 대한이연(라이너와 링 제조)에서 안전보건상의 문제로, 예방적 차원에서 작년에 진행한 작업중지 사례를 소개한다. 당시 작업중지권을 발동했던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대한이연지회 박관식 노안부장과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어떤 상황에서 작업중지권을 쓰게 되었나요?


작년 이맘때 주조과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주조과는 평소에도 안전모를 쓰고 일해야 하는 곳인데요. 제가 출근해서 현장순회를 하는데, 천장에 이상한 물체가 보이는 거예요. 어림잡아 40~50cm 정도 되려나. 지붕이 어두워서 물체가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은 안 되었는데, 멀리서 보기에 쇠기둥 같은 것이 불쑥 나와 있더라고요.

위급해 보여서 저걸 일단 제거하고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현장관리자한테 얘기했죠. 근데, 스카이를 불러야 한다는 거예요. 그럼, 빨리 불러서 해결하자고 했는데 지금 불러도 오후 4시에나 온다는 거예요. 그때가 오전 8시 30분 정도였는데, 오후 4시면 주조과 작업은 마치거든요.


사진 설명 : 대한이연 2공장 주조과 현장

스카이가 뭐죠?


고공 작업이 가능한 사다리차 있잖아요. 칸막이가 설치돼서 안에 사람이 들어가서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다리차를 스카이라고 부릅니다. 저희 현장에 스카이부서가 있는 게 아니라서, 필요하면 외부에서 부르거든요. 주조과 작업장 지붕이 워낙 높아서 지게차로 올라가 수 있는 공간이 아니고, 지게차로 높이가 된다고 해도 위험하니까요.


한마디로 그대로 둔 채로 하루 업무를 하겠다는 것이었군요.


그 상태로 일하기 어렵다고 얘기를 했더니, 저게 천장에 있다고 굳이 사람을 뺄 필요가 있느냐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만약 떨어져서 작업자들 다치면 책임질 거냐고 따졌더니 답을 못하더라고요.

현장에 왼쪽과 오른쪽, 양쪽으로 라인이 깔려있는데, 일단 지붕에서 떨어지면 다치거나 문제가 될 수 있는 쪽 라인을 세우고, 그 라인 작업자들을 현장에서 모두 나오시게 했죠. 바리케이드를 쳐서 라인에 아무도 접근할 수 없게 했어요.

그때야 스카이에 긴급히 연락하더군요. 그랬더니 오후 네 시에 온다던 스카이가 당장 현장에 도착해서 위험해 보였던 물체를 제거했어요. 천만다행으로 당시 지붕에 있던 것이 나뭇조각이더라고요.


그럼 바로 작업중지를 상황은 풀렸겠네요


밥 먹기 전에 작업을 중지했었는데, 점심 먹고 나니까 바로 해결된 거죠. 일단, 튀어나와 있던 물체는 제거했고, 그 외에도 지붕이 들뜨거나, 훼손되면 비슷한 다른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 것도 다 확인했습니다. 조합원 중에는 나뭇조각이니 이제 작업하자는 분도 있었고, 오랜만에 잘 쉬었다고 말해주신 분도 있고 그랬어요.


제거한 물체가 나뭇조각이라서, 별로 위험하지 않은데 작업중지 한 것이라고 회사가 사후에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나요?


일단, 그 물체가 나뭇조각이어서 다행이지만, 제 생각에는 최후의 방법이었어요. 회사가 위험 상황에 대해서 말을 안 들어주고 있는데, 조합원들이 안 다쳐야 하는 게 우선이니까. 그 판단부터 했던 거죠.

회사에서도 별말은 없었어요. 오히려 그 문제 해결 후에 앞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빨리 말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럼 빠르게 조치하겠다고요. 별것도 아닌 걸로 왜 그랬냐 따지는 일은 없었어요.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중지였던 것 같습니다. 작업중지가 현장에서 진행된다고 해도, 대부분은 사고 발생 이후 수습과정에서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번 경우는 안전보건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노동자들의 판단으로 작업중지를 실행한 것이었으니까요. 게다가 사후적으로 보면 정말 별것 아닌 것으로 라인을 세운 것인데요. 사측에서도 오히려 그런 문제에 대해서 수긍하고, 공감한 것 자체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작업중지를 하셨다고 하니, 노안 부장으로 전임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텐데, 작업중지를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었던 건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일단 위험하니까요. 제가 주조과 소속이었고, 저 자리에서 내가 일하고 있었다면, 그런 생각을 한 거죠. 조합원들은 안 보여서 그냥 일했을 수도 있지만, 일단 제 눈에는 보였으니까요. 제 딴에는 빨리 위험을 없애야겠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예전 생각을 해보면 안전보건상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작업을 안 했던 경험이 있어요. 라인 팀장이 바뀌었는데, 당시에 그 팀장과는 일할 수 없다고 해서, 현장선배들과 함께 주조과 작업자 전체가 다 조퇴를 한 적이 있었죠.


그때는 어떤 상황이었던 거죠?


현장에서 팀장이 작업자들을 휘어잡으려고, 현장통제를 하려는 흐름이 있었어요. 당시 선배노동자들이 이렇게 당하면 안 된다고, 그래서 다 같이 나가자고 해서. 그때는 입사하고, 얼마 안 됐을 때고, 신입조합원 교육받는 중이었는데, 선배들 말을 들어야 하기도 하고. 그렇게 함께 나가서 작업을 중단했던 적이 있기는 합니다. 그때 그런 모습에서 배웠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현장에 힘이 있으니, 가능하겠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현장의 선배들이 만들어온 것이 있어서, 가능하지 않았나 싶어요.


사진 설명 : 순차적으로 지붕을 교체 중인 모습. 교체한 곳은 상대적으로 오염이 덜한 것이 눈에 띈다.

박관식 동지가 직접 작업중지를 하지 않았더라도, 같이 경험했던 사례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예전에도 주조과에서 작업자가 작업하다가 쇠 봉에 맞아서 타박상을 입은 일이 있거든요. 다행히 뼈가 부러지지는 않았지만, 그때도 작업중지로 라인을 다 세운 적이 있어요. 일단 사고가 발생했으니까 세우고, 조합원들을 다 모았죠. 사고 발생 이유가 라이너 원심소재 금형이 노쇠해서 잘 빠지지 않는 거였어요. 작업자가 쇠막대기를 그 안에 집어넣어서, 이물질을 제거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걸 빼내다가 사고가 발생했죠. 앞으로도 그런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 그걸 개선해야 한다고 제기를 하기 위해서 원심주조 라인을 다 세웠어요.

그렇게 작업자들은 다 작업을 중지한 채 모여있었고, 저는 그때 문체부장이었는데 저와 대의원 한 분과 당시 노안부장님이 같이 사무실에 찾아가서 얘기했어요. 다음에 다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해결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죠. 사측에서도 관리자들이 와서 긴급하게 현장을 둘러보고 조치와 관련해 얘기했어요. 그래서 조합원들에게 사측과 논의한 재발 방지 조치에 대해 보고하고, 이 정도면 작업 재개해도 되겠냐고 물어, 조합원들 동의를 얻어서 작업중지를 해제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렇게 같이 경험한 것이 저에게도 위험하면 작업중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사고가 나면 재발방지를 위해 작업중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한 경험인 것 같아요.


다른 현장들은 작업중지가 진행되면, 라인이 정지되고 일단 임시산보위를 열어서 사고 수습과정을 노사간에 논의하거나, 구사대를 투입해서 라인가동을 두고 옥신각신하는데, 대한이연은 상대적으로 원만하게 문제가 해결되잖아요.


네, 그렇죠. 원만하게. 그건 저희 선배들이 싸움을 잘 해오셨기 때문인 것 같아요. 구조조정 투쟁부터 시작해서, 계속 현장투쟁을 잘해왔으니까. 그런 배경이 있는 것 분명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한편으로는 회사도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중요시하게 된 것 같아요. 일단, 사고가 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요.


작업중지권은 언제 어디서 처음 들어보셨나요?


대한이연 입사하고 나서죠. 입사 후에도 딱히 들어본 적은 없다가, 전 노안부장이 하시는 걸 보고 그때 알았어요. 이런 제도도 있구나. 그런 걸 경험한 거죠.

제가 입사한 지는 5년 1개월이니 얼마 안 됐는데요. 그전에는 다른 회사에 다녔어요. 한국노총 사업장에도 있었는데, 작업중지 같은 걸 할 수 있는 회사도 아니었고, 그다음은 직원이 많아야 10여 명 되는 규모의 회사였어요.

작업중지 경험이 조합 활동이나, 조합원에게 미친 영향이 있다면, 뭘까요?

글쎄요. 지금 당장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한 가지 사례로 남지 않을까 싶어요. 나중에 저 아니더라도 이런 상황이면 작업을 중지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 수 있는 것 아닐까. 저도 현장에서 선배들에게 배운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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