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중지권 기획] ‘당장멈춰’ 3년의 활동, 남은 과제들 작업중지권 연재를 마치며 / 2017.2

‘당장멈춰’ 3년의 활동, 남은 과제들 작업중지권 연재를 마치며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당장멈춰 팀 구성은, 3년 전 한 세미나에서 들은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었다. 추석 연휴 직전, 한 대학교 구내식당 조리실에서 환풍기가 고장 났다. 일단 시설과에 수리를 요청하고 일을 시작했는데, 자꾸만 가스 냄새가 나는 것 같고 어지러웠다고 한다. 가슴이 울렁거리거나 속이 메스껍기도 했다. ‘그래도 어쩌겠나, 일은 해야지’ 했던 노동자들은 일하다 심하게 어지럽거나 힘들면 돌아가면서 나가 바람을 쐬고 다시 조리실로 들어오길 반복하며 일했다.

 

다른 업무가 바쁘다고 환풍기 수리가 당일에 바로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공교롭게 연휴가 시작되어 수리는 더 지연됐다. 결국, 연휴가 끝난 3일 뒤까지 환풍기는 고쳐지지 않았다. 집에서 쉬면서 몸이 좀 나았던 노동자 중 한 명이 결국, 연휴가 끝난 뒤 근무하다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가고 말았다. 일산화탄소 중독 진단을 받았다. 식당과 학교 측이 환풍기 고장을 방치해서 발생한 산업재해다.

 

이 학교 식당 조리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도 소속되어 있었다. 조합원들이 상급 노조에서 활동하는 노무사를 찾아와 이때 얘기를 하면서 ‘죽을 뻔했다, 큰일 날 뻔했다’며 무용담처럼 털어놓았다고 한다. ‘아니 왜 그 지경인데 일을 멈추고 환풍기 고치기를 기다리지 않았어요?’ 묻는 활동가에게 조합원들은 눈이 동그래져서 되물었다. ‘일을 멈춰도 되나요?’ 이전까지 책에서나 보던 ‘작업중지권’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이 에피소드 소개는 인권오름, 인권이야기에 2015년 12월 9일 실렸던 내용을 그대로 인용했다.)

 

다양한 노동 현장을 잘 안다고 할 수 없었지만, 비단 이 식당 노동자들뿐 아니라 대부분의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이 생소하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법에 번듯하게 들어있는 권리이지만,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하기에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할지 넉넉히 헤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위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사고를 직접 막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권리인 것도 분명했다. 대체 지금 한국 사회에서 작업중지권은 어느 정도로 활용되고 있으며, 작업중지권 행사를 가로막는 장벽은 무엇인지 뜯어봐야겠다고 뜻을 모았다. 그 과정에서 현장 노동자들과 작업중지권을 지키고 확장하기 위한 여러 행동(직접적인 현장 투쟁부터 법 개정 운동까지)을 함께하도록 만들자는 계획이었다. 나아가, 이런 논의가 현장을 들썩이게 하고, 생산량이나 품질보다 노동자의 몸과 삶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에 기반을 둔 싸움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당장멈춰 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인터뷰와 연구에 들어가면서, 「일터」 연재도 시작했다. 2014년 5월 특집기사로 시작한 작업중지권 기획 연재가 3년이 다 돼 간다. 「일터」 지면을 통해, 당장멈춰 팀이 만난 자동차 완성사, 부품사, 건설노동자, 항공기 조종사, 집배원, 설치노동자, 철도 정비 노동자 등 아주 다양한 현장의 작업중지 사례를 소개할 수 있었다. 해외에서는 작업중지권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현행 법체계에서의 법리적 쟁점은 무엇인지, 법적 개정을 한다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일터」를 통해 함께 나눴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오랫동안 먼 과제로 여겨지고 차츰 설 자리를 잃어가던 작업중지권 문제를 3년간 꾸준히 나눴다는 것 자체가 일정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3년 동안 고민해도 여전히 남는 과제들이 있다.

 

위험의 외주화, 더 위험한 노동자들에게 절실한 권리

 

중대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제철소나 조선소를 방문해 보니, 한 사업장인데도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는 처지가 달랐다. 정규직 노동조합은 작업중지권을 상당히 자유롭게 사용하고, 실제 사고를 예방한 경험을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반면, 비정규직 노동조합에서는 위험 상황을 발견하고 작업중지를 요청했음에도 작업이 강행됐던 사례를 보고하기도 했다. 야간에 비계 설치 작업을 강행해서, 며칠간 그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고 나서야 겨우 멈춘 사례. 가스 배관 내부 용접을 해야 하는데 하청업체에 잔류 가스 측정기도 주지 않고 작업을 시킨 사례. 이 경우는 다행히 중대재해 문제로 사업장에 들어와 있던 근로감독관이 작업 중단을 결정했다.

 

2016년 한국 노동안전보건운동에서 가장 중요하게 회자된 얘기가 ‘위험의 외주화’다. 더 위험한 이들 노동자에게 더 절실한 권리가 작업중지권이다. 그런데, 현장에서 활동가들을 만나도 비정규, 불안정 노동자들의 작업중지권에 대해 냉소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작업중지권을 주제로 인터뷰를 시작한 지 3년이 된 지금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지금 작업중지권 얘기하게 생겼냐’는 것이다.

 

노출된 불안정 노동자들이 작업중지권을 확보하고, 이 노동자들과 함께 위험한 순간 작업중지를 실천하는 것이, 사고를 예방하자는 작업중지권의 본령이 아닌가 싶다. 3년 동안 매달렸지만, 아직도 답은 잘 모르겠다. 얼마 전 우리 팀에서 펴낸 매뉴얼에서 급한 대로 처방한 방법은 ‘고용노동부 위험 상황 신고 전화’를 활용하라는 것이었다. 위험하다고 생각되지만, 노동조합도 없고 작업을 중지하기 부담스럽다면, 노동부의 판단과 권위라도 활용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장에서 곧바로 작업을 중지하는 것보다 훨씬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차선일 뿐이다. ‘현장의 위험은 노동자가 가장 잘 안다’는 원칙에 비추어보아도 역시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게다가, 작업중지권을 당장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권리일 아니라 나아가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구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권리라고 생각한다면, 고용노동부 신고 전화는 불만족스러운 대안이다.

 

뚜렷한 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질문을 좀 다르게 하면, 해야 할 일이 보이기도 한다. 불안정 노동자들이 작업중지권을 행사하고 단위 사업장에서 싸우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그 투쟁을 어떻게 지지하고 지켜줄 수 있을까? 불안정 노동자들에게 용기를 권유하는 대신, 우리는 어떤 조건을 함께 만들어야 할까? 아직 남아있는 숙제다.

 

기계를 세우는 것을 넘어서는 권리로

 

서비스 노동자가 훨씬 많은데도, 파업의 전형적인 이미지는 아직도 금속 노조 남성 노동자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고 거리에 나서는 모습인 것 같다. 작업중지, 작업중지권의 이미지 역시 그렇다. 하지만 ‘더 위험한 일’과 ‘덜 위험한 일’이 따로 있지 않고, ‘서로 다른 위험’이 있을 뿐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위험에 노출되는 수많은 노동자 모두에게 작업중지권은 소중하다.

 

당장멈춰 팀의 활동도 처음에는 금속 노동자들로부터 시작했다. 다양한 현장에서 스스로 ‘위험이란 무엇인가’, ‘어떤 조건에서 일할 수 있고, 일해야 하는가’를 결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여러 금속 노동자들을 만났다. 금속 노동자들의 작업중지권이 전형적으로 느껴지는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금속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고, 특히 노동조합의 안전보건 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금속 노동자 못지않게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는 건설 노동자 사이에서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안전보건 문제를 가지고 작업을 중지한다는 개념이 훨씬 옅다.

 

또 다른 원인은, 우리가 위험을 주로 추락, 협착, 전도 등 재래형 위험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밖의 위험이 눈에 보이지 않을 경우, 위험은 위험으로 인식되지도 않고, 그런 위험을 피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행동인 작업중지권 행사도 어려워진다.

 

그래서, 작업중지권을 금속 제조업 밖으로 확장하려는 노력은 업종을 넓히는 것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위험’의 특징 때문에 ‘작업중지권을 써야 하는 때’에 대한 기준을 넓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지면을 통해 여러 번 강조했던 대로 콜센터 노동자들의 통화거절권 역시 작업중지권으로 해석하려는 이유가 그것이다.

 

현장의 싸움, 넓은 연대가 필요해

 

3년간 작업중지권을 가지고 현장도 만나고, 토론회나 간담회도 열고, 이슈가 되는 곳을 찾아가 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앞장서 작업중지권을 행사했던 노동자들이 ‘송곳’ 취급을 받으며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노동조합이 있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에서도, 회사에 찍히거나, 소송과 징계 등 개인적인 부담을 지게 된다. 이런 탄압은 여전해서, 2016년 옆 공장에서 화학물질이 누출돼, 자극 증상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조합원들을 조퇴시켰던 충북 콘티넨탈 지회장이 결국 징계를 받기도 했다.

 

안타까웠던 것은 이런 싸움들이 잘 알려지지도 않고, 개별 사업장, 개별 활동가의 전투로 치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작업중지권이 ‘생소한 권리’로 남아있는 만큼, 다양한 사업장에서, 다양한 위험 상황에서, 작업 중지를 통해 사고를 예방한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사례들로 작업중지권을 확대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훨씬 많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2015년 갑을오토텍 지회에서 위험작업을 중지시켰던 노조 간부를 회사가 고소했을 때, 당장멈춰 팀이 사회단체들의 연대를 조직하고, 본사 앞 집회 등을 함께 했던 경험은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작업중지권 연재를 마치며

 

당장멈춰 팀이 지금까지 사례를 모아 분석해 알리고, 해외 사례를 살피고, 법안 개정을 고민하는 등 근육을 단련해왔다면, 이제부터는 작업중지권을 두고 싸움이 벌어지는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지원과 연대를 아끼지 않고 다 할 생각이다. 그래서, 개별 현장, 특별한 노동자들의 선도투가 되어버린 작업중지권을,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보편적인 투쟁으로 만들고자 한다. 작업중지권을 둘러싼 투쟁이 벌어지는 곳, 싸움을 만들어 가야 하는 단위에서는 언제든 연락 부탁드린다.

 

현장 활동으로 나아가려는 도약의 시점에서, 약 3년간의 작업중지권 기획 연재를 마친다. 2014년 9월, ‘작업중지권의 법리적 쟁점’을 다룬 「일터」 특집에서 ‘당장멈춰 팀의 활동이 지금은 꿈같은 소리로만 들리는 작업중지권 복원을 위한 첫 발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이제 첫 발걸음을 내디뎠을 뿐이지만, 시작이 반이다. 함께 고민해준 독자 여러분, 본인들의 아픈 이야기, 생생한 현장 이야기 나눠주신 여러 현장 노동자들께 감사드린다. 더 큰 싸움으로, 이겼다는 소식으로 만나길 바라며, 안녕히

 

 

[작업중지권 기획] 타워크레인 작업 가능 풍속 개정, 건설 노동자의 힘으로 해냈죠. /2017.1

타워크레인 작업 가능 풍속 개정, 건설 노동자의 힘으로 해냈죠.

- 건설노조 이영철 부위원장, 이승현 정책국장 인터뷰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건설업은 여전히 위험하고 열악한 업종이다. 고용노동부 가 발표한 2015년 산재 현황에 따르면, 건설업은 재해율 (노동자 100명당 발생하는 재해자 수의 비율)0.75, 사망만인율(노동자 10,000명당 발생하는 사망자 수의 비율)1.47, 전체 산업 평균보다 재해율은 25%, 사망만 인율은 50%가량 높다. 그러니 현장에서 안전보건 조치 가 미비하거나,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상황이 얼마 나 많을까? 그러나 각각의 공사마다 고용관계가 새로 맺어지는 프로젝트 형으로 진행되고 4~5차 이상 내려가는 중층 하도급 구조로 되어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노동자들 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건설 노동자들에게 작업중지권은 대체 어떤 의미일까? 건설 현장에서 작업 중지권은 어떻게 행사되고 있을까? 건설노조 이영철 부위원장과 이승현 정책국장을 만나 들어보았다.


그동안 주로 제조업 노동자를 중심으로 현장에서 작업중지권이 실행되었고, 이를 둘러싼 현장 갈등 역시 주로 제조업 노동자들 사례가 잘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의외로 건설 노동자들에게 작업 중지 자체 가 낯선 개념은 아니라고 한다. 작업중지권 이야기 를 시작하자 이영철 부위원장은 타워크레인 얘기를 꺼냈다.


20169월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 칙을 개정하여, 타워크레인 작업 가능 풍속을 순간 풍속 초당 20에서 초당 15로 낮췄다. 안전을 고 려하여 법적으로 작업을 중지해야 하는 기준이 엄 격해진 것이다. 타워크레인의 작업 중지 기준 풍속 을 낮춘 이 법 개정은 건설 노동자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성과라고 한다.

 

이영철 : “이 기준은 사실 이미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을 운전하는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스스로, 알아 서 적용하고 있던 것이다. 현장에서 조직적인 힘으로 이미 지키고 있던 것이, 입법화까지 이어진 셈이 다. 최대 풍속이 15m/s라고 하면 평균 풍속은 10m/ s 정도 된다. 그 정도 되면, 실제로 타워크레인이 휘 청거린다. 태풍 매미 때는 타워크레인이 여러 대 넘어지는 사고가 실제 발생하기도 했었다. 그 뒤로 타 워크레인 노동자들, 최소한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순간풍속이 15/s 정도 되면 타워크레인 운전을 거 부해왔다. 그게 결국 입법화까지 되어 이제 조합원 이 아닌 노동자들에게도 다 적용되게 됐으니, 모범 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건설 노동자들에게 작업 중지가 낯설지 않은 이유는, 감독기관에 의한 작업중지가 자주 발생하기 때 문이다.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근로감독관이 작업 을 일부 혹은 전부 중지시킬 수 있는데 건설현장에 서는 그런 경우가 꽤 많다. 정부에서 근로감독관을 통해서 내리는 작업중지 명령은 대개 중대 재해가 발생한 이후에 내려지므로, 사후 수습과 조치를 위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산재 발생 예방이라는 작업중지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그래도 건설 현장에서는 예방적 작업 중지 사례도 꽤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게 해빙기 건설현장 단속과 이에 따른 작업 중지 명령이다. 매년 2~3월이면 해빙기를 맞아 고용노동부나 안전보건공단, 국민안전처 등에서 건설현장 안전점검을 한다. 물론 전국 공사 현장 중 일부를 무작위로 점검할 뿐이고, 산재율이 낮거나 자율 점검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면제받는 사업장이 많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도, 현장을 안전 관점에서 점검하고 이에 따라 제대로 법이 준수되지 않는다면 작업을 중지할 수 있다는 관념이 건설 노동자들에게는 꽤 알려져 있다. 이런 여러 경험 때문인지, 건설 노동자, 최소한 건설노조 조합원들에게 작업 중지 자체가 아주 생소한 경험은 아니라고 한다.

 

이영철 : “현장에서 위험하다고 생각되거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라고 생각되면 노동부 위험 상황 신고 전화를 거는 경우도 꽤 있다. 보통 관리자나 사업주에게 먼저 개선을 요구하고, 개선이 잘 안 될 경우 위험 상황 신고 전화를 한다. 그러면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나와서 상황을 보고 일부라도 작업 중지를 내리는 경우가 꽤 많다. 노동조합에 연락해서 조치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디나 원칙을 강조하고, 시비 걸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그런 경우 조합이 나서지 않더라도, 활동가 혹은 조합원이 스스로 계속해서 개선을 요구하고 신고하기도 한다.”


제조업보다 건설업에 가까운 조선업에서, 컨베이어벨트 중심의 제조업에 비해 작업중지가 활발했던 것과 유사한 맥락으로 느껴졌다. 조선업 노동자들은, 자동차제조업보다 본인들이 작업중지권을 더 잘 쓸 수 있는 원인을 몇 가지로 분석했다. 전 공정을 멈추지 않고 부분 작업중지가 가능하며, 현장의 위험도가 훨씬 높아 사업주 입장에서도 노동자들의 안전 요구를 함부로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직접 관내 현장을 돌면서 위험 상황을 찾고, 노조 간부들에게 직접 작업을 중지할 권한까지 있었던 조선업의 상황과 건설업을 비교하기는 어렵다. 건설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작업중지권을 직접 행사하는 것보다, 노동부 신고가 훨씬 흔한 방법이라고 한다.

 

제조업보다 건설업에 가까운 조선업에서, 컨베이어벨트 중심의 제조업에 비해 작업중지가 활발했던 것과 유사한 맥락으로 느껴졌다. 조선업 노동자들은, 자동차제조업보다 본인들이 작업중지권을 더 잘 쓸 수 있는 원인을 몇 가지로 분석했다. 전 공정을 멈추지 않고 부분 작업중지가 가능하며, 현장의 위험도가 훨씬 높아 사업주 입장에서도 노동자들의 안전 요구를 함부로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직접 관내 현장을 돌면서 위험 상황을 찾고, 노조 간부들에게 직접 작업을 중지할 권한까지 있었던 조선업의 상황과 건설업을 비교하기는 어렵다. 건설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작업중지권을 직접 행사하는 것보다, 노동부 신고가 훨씬 흔한 방법이라고 한다.


이승현 : “노동자들은 사측에게 제기하기도 하지만 현장에서 요구가 잘 안 받아들여지는 경우 노동부에 상황신고를 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노동부의 공신력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안전에 대한 노동자들의 감수성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혹서기 고온 작업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한다. 건설 현장에서 혹서기 고온 작업 중지는 잘 이루어지느냐고 물으면 다들 그렇다고 답할 테지만, 사실 어느 정도가 더운 거고, 어느 정도일 때 정말 일하면 안 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달라서, 현장은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사실 노동자들도 혹서기나 혹한기에 작업을 안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혹서기 고온 작업 시 작업 중지는 명확한 기준이 법적,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타워크레인 사례와 다른 것이다. 그래서 현장에서 개별적으로 요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노동자들의 권리의식과 요구, 조직된 힘이 중요한데, 현재 노동자들의 안전·건강 권리의식이 높은 편은 아니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아쉬운 점은 더 있다.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이영철 부위원장조차, 안전상의 이유로 여러 차례 작업 중지 요청을 하거나 노동부에 신고도 해봤지만, 실은 그 목적이 대부분 사업주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한다. 많은 경우 작업중지 신고는 투쟁의 방편, 회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온 것이다.

 

이영철 : “정말 온전히 안전에 대한 문제의식만으로, 정말 사고를 예방하려고 작업 중지 신고를 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회사에 대한 좋은 압박 수단이라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다.”

 

이승현 : “아직 현장에서의 안전 의식 혹은 작업을 멈출 수 있다는 생각은, 누가 사고가 나서 사망이라도 하면 최소한 그 부분에서 더는 일 하지 말자는 정도인 것 같다. 아직 안전 문제에 대한 인식, 감수성이 낮아서일 수도 있고, 실제로 눈에 보이는 위험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눈에 보이는 위험이 많이 줄어들었다니. 여전히 산재 사망자 수도 늘어나는 업종인데, 정말 위험이 많이 줄어들었을까? 물론, 여전히 재래형 사고가 잦긴 하지만, 여기서도 핵심적인 문제는 기술적인 안전 조치 미비 때문이라기보다, 작업 속도와 노동강도 때문이라는 것이 활동가들의 생각이다. 정확히 말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이승현 : “물론, 지금도 오피스텔 공사처럼 소규모 건설 현장에서는 비계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고, 추락 방지 조치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최소한 대형 건설사가 원청인 경우, 이런 정도의 규정은 지키고 있다. 그런데도 사고는 계속 발생한다.

 

최근 사망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는 평택 삼성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 같다. 삼성은, 조합원들이 잔소리한다, 심하다 느낄 정도로 사측에서 건설 현장 안전 문제에 대해 까다롭게 군다고 한다. 안전 설비를 갖추거나, 보호구를 착용하도록 강제하는 것 등 말이다. 그런데 사망 사고가 왜 연달아 발생했을까.

 

언론에서도 이미 널리 보도한 것처럼, 사고 원인은 공사 기간 단축에 따른 장시간 노동이다. 건설 현장에서는 보기 힘든 교대제 작업이 이루어졌다. 새벽부터 나가서 일하는 조가 있고 오후 4시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야간 조도 있었다. 이렇게 장시간 노동, 높은 노동강도, 빠른 작업 속도가 요구되는 곳에서는 안전을 지키기 어려워진다. 압박받는 노동자들이 속도를 높이려고, 규정을 충분히 지키지 못하고 작업하다 변을 당한 거다.“

 

이영철 : “10년 전만 해도 기둥이 한 줄인 외줄 비계가 많았다. 기둥을 두 줄로, 쌍줄 비계를 써야 하는 곳인데도 말이다. 그에 비하면 이제는 그렇게까지 무식한 일이 발생하지는 않는 것 같다. 최소한 큰 공사장에서는.


아파트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갱폼 추락 사고도 작업 속도 때문에 발생하는 사고의 예다. 갱폼은 아파트를 지을 때, 벽체 거푸집과 작업발판 겸용으로 사용하는 대형 구조물이다. 일종의 거푸집이기 때문에, 조립했다가 안쪽의 시멘트가 굳으면 이걸 다시 해체하는데, 이 해체작업을 빨리하기 위해 볼트를 제대로 조이지 않는 거다. 그런 볼트가 풀리면서 추락 사고가 발생한다. 공기 단축으로 압박을 받으면 볼트를 대충 조일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여전히 재래형 사고라 하더라도, 예전보다 안전 설비 자체보다 노동강도나 작업 속도 등 보이지 않는 위험이 더 중요한 원인이 되는 것 같다.”

 

바로 이 노동강도에 문제를 제기하고, 조합원들의 건강권 감수성과 권리의식을 높이기 위해, 건설노조에서는 토목건축 분과를 중심으로 근골격계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현장에서 조직된 힘으로 벌이던 실천이 결국 법 개정으로 이어졌던 타워크레인 사례처럼, 새해에도 건설노조 조합원들의 활동이 전체 건설 현장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작업중지권 기획] 통신 설치 노동자의 절실한 작업중지권 실현은 어떻게 /2016.12

통신 설치 노동자의 절실한 작업중지권 실현은 어떻게

- 희망연대노조 신희철 조직국장 인터뷰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매년 2천여 명의 노동자가 죽어가고, 그 죽음 중 어느 하나 안타까운 사연이 없겠느냐만, 2016년에는 유난히 보는 사람을 먹먹하게 하는 죽음이 많았다.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19살 노동자의 죽음이 그랬고, 실시간 처리 압박에 시달리고 하루 평균 14시간씩 에어컨을 수리하던 엔지니어(AS기사)의 추락사가 그랬다. 두 사람의 남겨진 가방에는 컵라면과 먹지 못 한 도시락이 담겨 있어 그들이 긴 시간 노동했을 뿐 아니라, 그 긴 시간 내내 시간에 쫓기며 일했으리라는 것을 넉넉히 짐작할 수 있었다.


엔지니어의 죽음으로 우리는 이런 상황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그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됐다. 전자제품 설치 및 수리 기사들, 통신 설비 설치 및 수리 기사들이 다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이들은 대부분 건당 수수료가 수입의 절반~100%에 해당하는 급여 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심지어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자로 인정받지도 못 하고 있었다.


실제로 삼성전자 A/S 센터 노동자의 추락사 3개월 후인 9월 말, 의정부에서 통신 장비를 설치하던 기사가 전신주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지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11월 23일 언론에는 ‘인터넷 설치기사 추락사망에 SK 브로드밴드 두 달째 묵묵부답’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사망 사고 이후 현장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사망사고에 대응활동을 해 온 희망연대노조 신희철 조직국장을 만났다.


설치 기사 추락 사망 2달, 원청은 묵묵부답

“9월 27일 전신주에서 추락했던 의정부 센터 SK브로드밴드 설치 기사의 경우, 조합원도 아니었고, 개인 사업자로 등록되어, 도급 형태로 되어 있던 분이었다. 하지만 사건을 조사한 의정부 경찰서에서조차 해당 하청 업체에 산업안전보건법 준수 의무가 있었다고 봤다. 노동자로 본 것이다. 실질적으로 구체적인 노동의 내용과 방법, 도구, 수수료 등을 모두 결정하는 게 회사니까 당연하다. 게다가 그 센터에서 그 전 6개월 사이에도 유사한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는 점에서 업체의 죄질이 나쁘다고도 판단했다.


그런데도 원청에서는 이를 자신들의 문제로 보지 않고 개별 센터로의 문제로만 여기고 있는 것 같다. 그 뒤로 두 차례나 회사 측에 면담을 통해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다. "그의 말 그대로였다. 6월에 삼성서비스 노동자 사망 사고가 있었고, 9월에 의정부에서 SK브로드밴드 설치 기사 사망 사건이 있었다. 구의역 사고 이후 위험의 외주화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높았고, 그나마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였기 때문에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럼에도, 회사 측의 대응은 달라진 게 없었다.


사고 발생 일주일 뒤, 10월 5일 태풍 ‘차바’가 왔을 때 회사의 대응을 보면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당시, 울산은 ‘71년만의 10월 물폭탄’을 맞았다. 시간당 최대 139mm 폭우에 2명이 사망• 실종되는 등 ‘도심이 아수라장’이 됐다. 그런데도, 당시 폭우 속에서 작업에 위협을 느낀 조합원들이 작업 중지를 요구했지만, SK브로드밴드 울산 홈고객센터는 2~3시간 동안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시간당 139mm 폭우, 작업중지 요청에 ‘법으로 너무 그러지 맙시다’

“당시 조합원들이 캡쳐해 둔 업무용 그룹채팅 방을 보면, 도로가 침수되어 이동이 불가능하다, 재난이다, 바람 불고 시계가 엉망이라 이러다간 일 나겠다는 조합원들의 아우성에도 ‘우리도 확인 중이다, 센터도 물난리가 나서 정신없다’며 작업을 중단하라는 확인을 해 주지 않았다.


한 조합원이 ‘이 정도까지 상황전파했는데 센터에서 답을 안 주는 것은 차후 사고나 문제 생기는 것에 대해 센터에서 전부 책임지는 것으로 간주하겠다,’ ‘단협 제29조와 산안법에 의거하여 작업중지를 요청한다’고 강하게 압박하자 관리자는 오히려 적반하장, ‘○○ 기사님 법으로 너무 그러지 맙시다’는 문자를 보냈을 정도다.“


출처_희망연대노조 10월 5일 태풍 차바 당시, 조합원이 작업중지를 요청했지만 관리자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다


변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원청인 SK는 노동조합과의 대화는 거부했지만, 일부 변화의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그 뒤에 원청이 업무 프로세스를 일부 변경하긴 했다. 비나 눈이 내리는 악천후 상황에서는 기사가 정해진 작업 시간을 연기해서 작업할 수 있으며, 이런 경우 작업 평가에서 불리한 점수를 받지 않게 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안전보건공단에서 펴낸 ‘통신케이블 설치 근로자의 안전작업에 관한 기술지침’을 참고하라고 했다.


노사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자는 요구에는 응답하지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내놓은 안이기도 했고, 뿐만 아니라 내용에도 한계가 많다. 꼭 비나 눈이 와야만 위험한 작업이 아니다. 통신 설치, 수리 작업은 고소 작업이 많다. 지하나 좁은 공간에서 작업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작업 시간도 일하기 좋은 시간이 아니다. 고객들이 원하는 시간에 처리해야 하다 보니,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작업하는 경우도 많다. 어두운 곳에서 작업하다가 다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일상적인 위험에 대한 내용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아예 없던 때보다는 낫다고 하지만, 제대로 된 재발 방지 대책이라고 할 수 없다.“


고객 애완견에 물린 노동자에 “치료 잘 받으세요”하는 회사

큰 사고만이 아니다. 자잘한 사고는 엔지니어들이 달고 사는 문제이기도 하다. 9월 추락 사고와 10월 태풍 사건 이후, 노동조합에서는 그 동안 조합원들이 겪었던 안전 사고를 조사했다. 그가 내민 안전사고 및 처리 사례 표에는 고객의 애완견에 물렸지만, 사측에서 ‘치료 잘 받으라’는 말 외에 아무 대응이 없어 자비로 치료한 사례도 있었고, 사다리나 전신주에서 낙상해 큰 부상을 입었지만 공상 처리한 경우도 있었다. 주택가 외부 통신 선을 철거하다 손을 베어 5일 입원했고, 회사가 치료비를 부담한다는 ‘공상처리’하였지만, 입원일수만큼 연차를 차감한 사례도 있었다.


이렇게 위험한 작업을 하면서도 조합원들이나 설치 기사/ 엔지니어들이 위험 상황에서 작업중지를 요청하기 어려운 것, 사고 발생 후 산재 처리를 요구하기 어려운 것은 여러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고용 구조다. 일단 기본적으로 각 서비스센터들은 원청의 하청 업체들이다. 이 하청 업체에 정규직으로 고용된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고, 개인 사업자로 등록하도록 해서 ‘개인 도급’의 형태로 일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건설회사 다단계 하도급처럼 소사장제를 두어, 소사장이 몇 명의 기사들과 함께 팀을 이루어 법인 신고를 내고 하도급을 받는 경우도 있다.“


2014년부터 노동조합과의 협상 과정에서(여기에는 희망연대노조 다양한 지부들이 포함된다), 소사장 재하도급은 2015년 내 근절하고, 점진적으로 정규직 채용을 지향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는데도 개인사업자를 남발하고 있다. 올해에도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던 분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노동자로 고용관계를 변화시키기로 합의해 변화를 만드는 중이지만, 아직 부족하다.


우리 조합원이라 해도, 실적급이 전체 급여의 70%가 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개인사업자로 도급의 형태를 취하는 경우 기본급이 전혀 없기 때문에, 노동자들 스스로가 실적과 지표의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심지어 관리자들의 압박도 조합원보다 이들 비조합원들에게 더 심하다. 개인사업자들과의 업무 채팅방에서 ‘직원들도 이 정도 실적을 내는데, 여러분은 더 해야 한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하기도 한다. 이 하청업체 내에서도 2등 구성원인 것이다. 이러니 원청에서 악천후에 업무가 지연되는 것으로 불리한 점수를 안 매긴다고 했지만, 당장 이 분들은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이 건당 수수료 임금 체계와 평가 제도를 고치는 게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는 노동자들을 개인사업자처럼 둔갑시키는 위장 도급, 정보통신공사업법 상 정보통신공 사업자들만 가능한 업무를 그렇지 않은 일반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노동자들에게 부여하는 불법적인 도급 관계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원청에서 참고하라고 한 안전보건공단의 지침을 사실상 지킬 수 없는 현재 하청 업체의 안전관리 수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동료의 죽음을 보며 만든 노동조합

“노동조합의 요구는 건당 수수료 임금체계 폐지 및 고정급으로 전환, 그리고 실적을 기본으로 하는 평가 지표, 그리고 이를 통한 압박을 중단하는 것이다. 사망 사고 후에도 업체들의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또, 하청업체에 고소작업차(사다리차)를 지급하는 등 하청 업체 안전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이렇게 안전한 작업을 가로막는 여러 가지 조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안전과 생명을 이런 모든 조건이 좋아진 다음에 해결해야 할 문제로 미뤄둘 수는 없다. 다른 한편, 작업중지권을 실효 있게 만드는 것 역시, 동시적으로 함께 만들어가야 할 과제다. 실제로 노동조합을 만들고 함께 활동하면서 많은 조합원들은 노동안전, 노동시간 문제에 공명한다고 한다.


“조합원들은 노동자로서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높아졌다. 안전하게 일할 권리,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권리,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지 않을 권리 등에 대해서 그렇다. 일하다 떨어져 사망한 동료에 대해, ‘사고가 날 때 나더라도, 안전장구는 차고 있었던 것처럼 보이도록 하라’고 말하는 관리자를 보고, 동료의 죽음을 저렇게 취급하는 사람들을 견딜 수 없어 노동조합 하게 됐다는 얘기들을 하신다.


지금까지 사실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잘 고민하지 못 해왔다. 작업중지권을 단체협약에서 어떻게 잘 다룰 수 있을지, 조합원 안전보건교육에서 이런 멈출 권리, 알 권리 얘기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연구해봐야겠다.“


[작업중지권 기획] 지진, 피할 수 없다면 노동자의 대피권을 보장하라! /2016.10

지진, 피할 수 없다면 노동자의 대피권을 보장하라!

 

 

 

최민, 이숙견 상임활동가

 

 

 

지난 9월 12일과 19일 경주에서 각각 진도 5.8과 4.5의 지진이 발생했다. 현장에서 이번 지진을 직접 겪은 두 노동조합을 만나 경험을 들어봤다.

 

 

지진,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으려면 - 홈플러스 노동조합 최대영 부위원장 인터뷰
대형마트는 사람이 많이 모여 있고 빽빽하고 높게 물건이 쌓여 있어 지진 발생 시 위험할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지난번 지진 때 홈플러스 경주점에선 진열 상품이 떨어졌고, 포항 죽도점 건물의 일부에는 균열이 생겼다. 홈플러스 노동조합 최대영 부위원장은 지진 직후, 회사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점검했다.

 

“대형마트는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곳이라 소소한 안전사고가 꽤 많습니다. 그런데도 대응이 늘 철저한 것은 아닙니다. 가령, 화재 시 울리는 사이렌 오작동이 종종 있어서, 실제로 작은 불이 났는데 오작동인 줄 알고 무시했다가 뒤늦게 대응한 적도 있었죠.”

 

다행히 이번 지진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 회사는 지진 발생 후 안내 방송으로 사람들을 대피시켰다가, 이후 직원들을 다시 들어오게 해서 수습하고 다시 근무하도록 했다.

 

지진에는 도움 안 되는 매뉴얼

“포항 죽도점과 경주점은 노동조합 지부가 없는 곳이라 직접 직원들에게 연락하고, 회사에도 조치와 대응을 묻고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회사 재난 매뉴얼에 제대로 된 지진 대응이 없더라고요. 어느 정도 강도일 때 어떻게 행동하라는 구체적인 얘기가 없어서, 매뉴얼대로 했는지 따지기가 어렵더군요. 이번 지진 이후, 회사에서는 지진 안내 방송 문구도 정비하고 지진 발생 시 바로 대피시키도록 전 지점에 지침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현장관리자로서는 영업 중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므로, 잘 지켜질지는 두고 봐야겠습니다.”

 

 

2016.9.12 지진 발생 직후 홈플러스 매장 사진이라고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이다.

 

 

위험을 감지해도 영업을 중단하는 것에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부담으로 인해, 영업이나 생산에는 최대한 지장을 줄여야 한다는 지상과제 때문에 벌어졌던 일은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2012년, 구미 불산 누출 사고에서 마을 주민들은 27분 만에 자체 판단 때문에 대피를 시작했지만, 인접한 산업단지 지역은 사고 발생 후 1시간 25분이 지나고서야 구미시로부터 대피 통보를 받았다. 올해 7월 26일 세종 부강공단 렌즈 제조업체에서도 유해물질이 누출돼 2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인근 공단 노동자와 지역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으나, 소식을 늦게 접한 일부 노동자들은 사고 발생 2시간이 넘도록 작업을 계속했다. 뒤늦게 회사에 작업중지와 안전조치를 요구했지만 무시당했다.


그래서, 안전 문제로 작업을 중지하거나 스스로 대피한 노동자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보장해야 이런 판단이 늦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판단이 늦어져 발생하는 위험은 결국 현장의 노동자들이 떠안게 된다.


매뉴얼과 함께 노동자에게 힘과 권리를
홈플러스 역시 경주점이나 포항 죽도점 이외에도 울산, 부산 지역의 지점에서도 고객과 노동자들이 불안에 떨었지만, 노동자들이 대피를 강하게 주장하기는 어려웠다.

 

“경주점이나 포항 죽도점의 경우, 물건이 떨어지고 건물에 균열이 발생하는 일이 있다 보니 회사에서 방송을 하고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근처 울산이나 부산 지역에서도 진동을 크게 느끼고 회사에 대책을 요구했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안전하다는 얘기만 들은 거죠.”

 

최대영 부위원장은, 이번 지진을 경험하면서 구체적인 매뉴얼 보완과 교육·훈련 은 물론 작업중지권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다양한 재난에 대해 실제로 도움이 되는 훈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매뉴얼에도 지진 관련 내용이 훨씬 자세히 들어가야 할 것 같고요. 위험할 때 빨리 대피할 수 있도록 작업중지권도 필요하죠. 그런데 단체협약에 반영이 안 돼 있고 경험도 없어 사용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우려는 있습니다.”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노동자의 참여와 권한을 높이는 것이 안전을 확보하는 데 중요하고 실효적이다. 지진이 나면 지진매뉴얼을 만들고,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발생한 후에 누출사고 매뉴얼을 만드는 방식으로는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 매번 소 잃고 외양간만 고치는 셈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켜져야 할 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중 하나가 작업중지권이다. 여러 전문가에 의하면 지진은 예측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런 만큼, 위험을 느낀 노동자들이 신속하게 스스로 대피하고 고객도 대피시킬 수 있도록 작업중지권이 보장돼야 한다.

 

 

이윤보다 더 소중한 것은 노동자의 안전, - 현대차 지부 고선길 노동안전보건실장 인터뷰
9월 12일, 진앙으로부터 직선거리 32㎞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노동조합의 주도로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전 공장의 라인을 멈추었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2조(주간연속 2교대제)가 한창 작업 중이었다. 진도 5.1의 지진에 이어 한 시간 만에 발생한 5.8의 강진은 현장 곳곳의 건물을 뒤흔들었다. 작업자들은 지진에 대한 생경한 두려움으로 술렁대기 시작하였다. 노동조합의 전화벨은 쉴 새 없이 울렸다.

 

“두 번째 지진 때, 현장에서 엄청난 강도의 지진을 느꼈습니다. 건물에 균열이 생기고, 물건이 떨어지고, 빔이 휘어졌다는 제보가 노동조합에 빗발쳤습니다. 이후 추가로 발생 가능한 강진에 대한 두려움, 작업을 중지시켜야 한다는 요구와 가족에 대한 걱정으로, 회사의 조치와 노동조합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19시 44분 진도 5.1의 지진이 발생한 후 노동조합은 바로 회사에 재발 우려가 있으니 대책을 세우자고 제안하였다. 진도 5.8의 두 번째 지진이 발생하자, 라인을 중지하고 현장 안전점검을 해야 한다고 수차례 요구하였다. 하지만 회사는 시간을 끌며 회사 독자적인 자체점검을 통하여 생산가동에 큰 문제가 없으니, 작업중지는 안 된다는 입장만 반복하였다.

 

조합에서는 20시 50분부터 우선 작업을 중단하고 노사합동 안전진단을 통해 현장 상황을 점검하자고 회사에 수차례 요구하였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10분만, 10분만 하면서 시간을 끌었고, 3~40분이 지나도 답변은 같았습니다. 심지어 회사는 일방적인 자체진단을 한 결과, 작업을 중지할 만큼의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회사의 자체진단은 생산이 가능한지에 대한 확인뿐이었고, 작업자의 불안과 두려움, 여진에 대한 가능성은 배제한 것이었죠.”

 

시간 끌던 회사, 처음으로 전 공장을 멈춘 노동조합!
공장별로 부분적인 작업중지를 한 경험은 있었지만 전 공장에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사례는 조합 설립 이후 29년 만에 처음이다. 전 공장의 작업중지 조치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작업자의 안전보다 생산과 이윤에 목숨 거는 회사의 비인간적인 행태를 거부하기 위해서라도, 무엇보다도 현장 조합원들의 작업중지에 대한 요구가 있었기에 이러한 조치가 가능했다고 한다.

 

“결국, 21시 50분까지 작업을 중지하지 않으면 노동조합이 작업중지권을 발동시키겠다고 회사에 통보하였습니다. 그리고 비상연락망을 통하여, '안전점검이 필요하니 라인을 정지해라, 모든 책임은 노동조합이 지겠다'라고 전달하였습니다. 결국, 21시 50분부터 전 공장이 멈추었고, 전반적인 안전점검을 위해 다음날 8시 50분까지 작업을 중지하였습니다.”

 

9월 19일 20시 30분경 또다시 진도 4.8의 지진이 발생하였다. 이 지진으로 자재히터가 휘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승용2공장 라인이 다시 멈추게 된다. 지진 안전대책, 지진 발생 시 작업자 즉시 대피권 요구 1968년에 설립된 현대자동차는 대부분 건물에 내진설계가 되어있지 않고 노후화된 설비가 많아 전반적인 지진 안전대책이 필요하다. 두 번의 지진과 작업중지 이후 9월 21일 개최된 임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이하 임시 산보위)에서 합의된 사항은 아래와 같다.

 

9월 19일 발생한 지진으로 현대자동차 울산2공장 2라인에 있는 자제히터가 휜 사진이다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에서 내진설계가 된 건물은 200여 개 중 15여 개입니다. 대부분 무방비 상태인 거죠. 중·장기적인 매뉴얼 마련이나 사전대책도 필요하지만, 즉각적인 대피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회사는 작업자의 대피권 보장에는 소극적입니다. 결국, 지진 발생 시 즉각적인 대피를 시키지 않으면, 노동조합에서 작업중지와 함께 즉시 대피시키겠다고 통보하고 임시 산보위를 마쳤습니다.”

 

이번 지진으로 한국이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 특히 경주~양산~부산에 이르는 ‘양산단층’은 활성 단층으로, 진도 5.8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되었다. 다른 여러 현장에서도 이러한 위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중·장기적인 지진 대응 매뉴얼을 제대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진 발생 시 위험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작업자의 즉각적인 대피권 보장과 노동조합의 작업중지권 행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작업중지권 기획] 작업중지권 매뉴얼 전국 간담회 (2) /2016.9

작업중지권 매뉴얼 전국 간담회 (2)

- 더 많은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을 허하라

 

 


 

이숙견 상임활동가

 

 


당장멈춰 팀은 작업중지권을 현실화하기 위해 2014년부터 현장 활동가 인터뷰, 단체협약 연구, 작업중지 투쟁 사례 사회화 등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어느 일터, 어느 노동자에게나 꼭 필요한 작업중지권이지만, 이전의 활용 경험이 있고 실제로 작업중지권 행사를 두고 노·사간 대립이 벌어지고 있는 금속 노동자들과의 소통이 많았다. 그 동안의 활동의 성과를 모아 <금속노동자를 위한 작업중지권 이렇게 쓰자 매뉴얼>을 준비했다. 매뉴얼을 정식으로 출간하기 전, 1차로 완성된 내용을 가지고 권역별 간담회를 진행 중이다. 매뉴얼과 작업중지권 관련 과제에 대한 현장 활동가들의 의견을 담고, 토론의 결과물로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 두 번째로 울산과 경남지역 간담회 토론 내용을 싣는다.

 

울산과 경남지역 간담회는 지역의 노동안전보건단체인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과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에 제안하여 단체의 운영위원, 현장모임과 함께 지역의 현장 활동가들이 함께 모여서 진행되었다.

 

<울산지역 간담회>


726일 진행한 울산지역 간담회는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이하 울산산추련) 운영위원,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울산대병원분회, 말레동현지회에서 함께하였다.

 

작업중지권을 둘러싼 현장이야기 

매년 많은 하청노동자들이 중대재해로 사망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방안으로 2014년 임단협을 통하여 노동조합(노안간부)에서 행사하는 작업중지권을 확보하였다.현재까지 매월 대의원과 함께하는 현장점검을 통하여 작업중지권을 행사하고, 노동부 고발투쟁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사측의 안전불감증과 중대재해발생은 멈추지 않고 있어서 어려운 상황임을 호소하였다. 현중 사내하청지회에서는 여전히 노동자들이 위험을 인지하더라도 대피하는 것조차 힘들고 어렵기 때문에 사내하청지회의 작업중지권 확보가 중요하다고 제기하였다. 그나마 최근에는 사고나 문제가 발생할 때 현대중공업노동조합으로 신고를 할 수 있어서 진일보 하였다고 하나, 올해 임단협에서 사고 발생 시 사내하청지회의 현장참여권과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참가를 요구 중에 있다고 한다. 과거에 비해 최근 자본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현장에서 작업중지권 사용이 위축되고 있다는 현대차지부는 작업중지권에 대한 단협개악(사용주체가 노동조합 간부로 축소)내용과 작업중지권 이후 작업재개시점(특히 장비고장일 때 라인 재가동), 무인공정(인적 피해 없는)에서의 작업중지 여부, 현장 활동가 개인에 대한 탄압 등 공유하였다.

 

울산대병원분회는 제조업과 다르게 작업중지권 사용이 거의 없었지만 작년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국제수준의 감염예방매뉴얼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허둥댄 사례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때 작업중지권을 활용할 수 있겠다는 이야기와 그렇게 되기 위하여 일상적으로 간부 교육을 필요함을 공유하였다. 이와 함께 신생노조의 경우에도 작업중지권에 대한 조합원 교육이 필요하고, 이러한 작업중지권 매뉴얼이 꼭 현장에 필요하다는 의견을 주었다.

 

현실화 방안과 작업중지권 대응활동이 필요하다

작업중지권 현실화방안으로 노동부의 위험상황신고활용은 실제로 신고 시 신고자에 대한 과도 한 정보공개요구, 노동부의 안일한 대처와 기업눈치보기로 현실적인한계가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법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더불어 작업중지권에 대한 법개정의 필요성도 언급되었는데, 작업중지 후 작업재개에 대한 내용, 작업중지권 사용이후 불이익 금지, 작업중지 원인에 대한 대책마련 보완되어야 하며, 이러한 법 개정 활동이 전국적으로 시급히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 노동자들의 작업중지권 행사도 중요하지만 지역과 현장에서 어떻게 작업중지권이 행사되고 있고, 사후대책이 마련되는지에 대한 현장공유가 필요하고, 이러한 활동공유를 통하여 지역과 전국적인 차원에서의 공동대응이 필요함을 나누었다.

 

<경남지역 간담회>


816일 진행한 경남지역 간담회는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이하 마창산추련)의 조직팀 원들과 함께 진행하였다. 함께한 현장은 현대위아지회, 두산중공업지회, 볼보지회, 삼성테크윈지회, 두산모트롤지회, 성동조선지회, 대림비엠코노조의 간부들과 지역에 있는 경남근로자건강센타에서도 함께하였다.

 

위험작업에 대한 인지가 중요하다 

노동조합 간부나 조합에서 작업중지권을 행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노동자(조합원)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서 작업대피나 작업거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매뉴얼 내용에 공감을 하였고, 하지만 실제로 작업자가 위험을 인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풍부한 내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예를 들어 신생노조의 경우나 한국노총사업장에서 전환된 사업장의 경우에는 현장 작업자들이

2-30년 동안 습관화 되어있고 오랫동안 길들여진 작업방식에 의해서 자기 노동을 객관화하거나 위험을 객관화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사전에 위험을 인지하는 교육 이 필요하고, 그리고 위험인지 이후의 활동뿐만 아니라 사전에 부서나 반에서 사전 안전점검을 통하여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작업을 미리 파악한 후 자료화(데이터화 해서 현장비치 등)하는 활동이 포함될 필요가 있음을 제안하였다.

 

작업중지에 대한 합의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간담회를 통하여 작업중지권 복원, 실질적인 활동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여전히 작업중지권 사용에 대한 노동조합의 부담에 대한 고민, 위험을 인지하더라도 조합원들이 쉽게 작업중지권을 사용하게끔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리고 조선소의 경우 정규직노조에서 작업중지를 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노동자의 반대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아 힘들다고 이야기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 대한 하나의 방안으로 작업중지를 할 수 있는 위험작업(위험기준)에 대한 현장의 동의와 합의점을 만들어내는 것, 사전에 작업중지를 위하여 비정규직노동자에게도 많은 동의를 구하는 것, 근골사업, 위험성평가 사업 등 일상노조 사업과의 전체적인 접점을 함께 만들어나갈 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않을까.

 

더 많은 노동자가 활용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이 되기위해서

이번 작업중지권 매뉴얼은 완성이기보다는 시작’, ‘제안의 의미가 크다. 그 동안 많은 사업장에서 사문화되고, 사용하기 부담되었던 작업중지권이 이번 매뉴얼을 통하여 현장에서 이야기되어지고, 고민되어지고, 시끄러워지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기간 진행된 간담회를 통하여 그러한 상황들을 확인한 부분도 있었다. 사업장 규모나 업종-조선, 자동차, 철강 등-에 따른 세부적인 매뉴얼 구분, 복수노조 사업장에서의 작업중지권 사례와 활용, 사전에 현장점검이 전제가 될 수 있도록 사전예방조치권포괄, 비정규노동자가 활용할 수 있는 매뉴얼이 되기 위한 고민 등 포함되어야 할 많은 의견과 제언들이 있었다. 이러한 의견과 제언들을 최대한 반영하되, 지속적으로 보완되고 확대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현장투쟁을 통하여 새롭게 만들어질 작업중지권의 모범사례와 실패하더라도 시도하려 했던 현장의 소중한 경험을 모아내는 것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만들어갈 우리의 역할일 것이다.

 

[작업중지권 기획] 작업중지권 매뉴얼 전국 간담회 (1) /2016.8

작업중지권 매뉴얼 전국 간담회 (1)

더 많은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을 허하라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당장멈춰 팀은 작업중지권을 현실화하기 위해 2014년부터 현장 활동가 인터뷰, 단체협약 연구, 작업중지 투쟁 사례 사회화 등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어느 일터, 어느 노동자에게나 꼭 필요한 작업중지권이지만, 이전의 활용 경험이 있고 실제로 작업중지권 행사를 두고 노·사간 대립이 벌어지고 있는 금속 노동자들과의 소통이 많았다. 그 동안의 활동의 성과를 모아 <금속노동자를 위한 작업중지권 이렇게 쓰자 매뉴얼>을 준비했다. 매뉴얼을 정식으로 출간하기 전, 1차로 완성된 내용을 가지고 권역별 간담회를 진행 중이다. 매뉴얼과 작업중지권 관련 과제에 대한 현장 활동가들의 의견을 담고, 토론의 결과물로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 첫 번째로 경기와 인천 지역 간담회 토론 내용을 싣는다.


경기지역 간담회

경기 지역 간담회는 두 번 진행했다. 한 차례는 금속노조 경기지부 노안위 회의에 앞서 지부 소속 지회 노안 활동가들과의 간담회로 진행됐다. 다양한 현장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작업중지권이 있기도, 없기도 한 우리 현장 이야기

한 지회에서는 현장에서 작업중지권이 전혀 알려지지도 않고 사용되지도 않아 안타까웠던 사례를 들었다. 작업자가 작업 도중 기계에 손가락을 다쳐, 피가 철철 났는데도, 조합원들이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다행히 수술이나 입원, 긴 시간 휴업을 해야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작업중지도 되지 않고, 노동조합에 사고를 즉시 보고하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곁의 몇 명을 제외하고는 같은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도 동료의 부상을 몰랐던 것이다. 뒤늦게 상황을 알게 된 뒤 조합에서는, 최소한 누군가 다친 경우에는 작업을 멈추고, 사고를 전파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할 때는 작업을 멈추자고 토론했다고 한다.


노동조합의 대응도 중요하다는 얘기도 있었다. 한사업장에서는 작업 중 환기 시설에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냄새가 심하게 났고, 도저히 일을 못 하겠다는 조합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회사에서는 내려와서 상황을 보고도 기계를 계속 가동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대의원 한 명이 현장에서 조합원들을 모두 나가도록 하고, 혼자 대걸레를 들고 현장에 남아 기계 가동을 막았다. 결국 작업중지 상태에서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이후 회사는 이 대의원을 징계했다. 그러나 당시 노동조합은 이런 사실을 조합원들에게 적극 알리고 분노를 모아내거나 투쟁을 조직하지 못했다. 회사와의 협상으로 해당 대의원의 징계는 막아냈지만, 이 사업장에서 그 후 작업중지는 마치 조합이나 동료 노동자에게 폐를 끼치는 일처럼 돼 버렸다.


이렇게 서로 다른 조건이지만, 여러 지회에서 함께 해볼만한 활동이 몇 가지 제안됐다. 조합원이나 지회 간부 노동안전보건 교육에 작업중지권 내용 넣기, 각 지회의 단체협약 돌아보고 개정해서 산업안전보건법 26조보다 나은 단협 만들기 등을 함께 해보자는 토론으로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알바 노동자, 건설 노동자에게도 필요하다

7월 5일에는 경기지역 다양한 활동가들과의 간담회를 따로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외에도 건설노조나 알바노조 활동가, 반월시화공단노동자권리찾기모임 월담 활동가, 사회변혁노동자당 활동가 등 다양한 영역의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활동가들의 요구 중 하나는 작업중지권이 ‘금속노동자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금속 노동자를 위한 작업중지권 매뉴얼’이라는 책 제목에서 ‘금속 노동자를 위한’이라는 말을 빼면 안되느냐는 제안을 했을 정도다.


컨베이어 생산 시스템에서 잠깐 동안의 작업중지도 생산 손실을 크게 가져와 사측과의 대립이 격화될 수밖에 없는 금속 사업장에서는, 사업주 못지않게 노동자들도 작업중지권 활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에 비해 건설이나 서비스 사업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오히려 위험 작업 거부를 덜 어렵게 행동에 옮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 건설 현장에서는, 선배 노동자들의 판단에 따라 ‘이런 식으로 나오면 오늘 작업 안 해’하는 식의 작업 중지나 거부가 일상적이기도 하다.


대신 이 때의 난점은, 이들 노동자들에게는 ‘작업중지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금속 제조업 사업장 이외의 노동자들의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해서는 작업중지, 위험작업 거부라는 인식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고민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좀 더 친밀한 서비스 노동자들의 위험 작업을 선전에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알바 노조의 패스트푸드 조합원들과 함께, 최소한, 비나 눈이 와서 배달이 어려울 때는, 15분 배달제를 거부하는 등의 활동을 조직해볼 수 있겠다. 초스피드로 햄버거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안전에 위협이 되는지 보여주기 위해, 햄버거 만드는 전 과정을 영상으로 찍고 ‘위험한 햄버거’를 사회적으로 알려내면서, 거부 투쟁을 조직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콜센터 노동자들의 전화 끊을 권리도 대표적인 작업중지권이다. 몇 년 전만해도 상담사가 먼저 전화를 끊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이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가 제도화되었다.


하루 16시간 운전을 요구받는 운전 노동자가 적정노동시간을 요구하며 작업을 거부하는 것은 이루기 어려운 일처럼 보이지만, 이미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수년 전부터 이런 구호를 걸고 투쟁해왔다. 유럽과 북미 대부분의 운전 노동자들은 하루 9시간이나 10시간 이상의 운전은 거부하고 있다. 다양한 노동을 하는 여러 노동자들이, 아주 다양한 형태의 노동 과정에서 자기 결정권을 주장하는 모습을 신나게 상상해보는 시간이었다. ‘금속 노동자를 위한 작업중지권 매뉴얼’ 이후 당장멈춰 팀의 과제이기도 하다.


인천지역 간담회

인천지역 간담회 사진


인천지역 간담회는 7월 19일 금속노조 인천지역공동운영위원회와 인천지역 노동안전보건단체인 건강한 노동세상,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공동 주최로 열었다. 금속노조 노안실, 금속 인천지부 소속 여러 지회 활동가들과 한국지엠지부 및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건강한노동세상과 이주인권센터도 함께 참여했다.


노동조합 없는 곳에 도움이 되어야 할 텐데

토론 과정에서 비정규직이나 노동조합 없는 곳의 노동자들에게 도움 될 내용이 너무 적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예를 들어, 위험한 상황이라 생각돼서 작업을 중지했는데 회사에서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 경우 이후 법적인 투쟁 등의 대응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등의 지침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안전문제로 작업을 중지했을 때 불이익을 받으면 안되는데, 이 불이익이라는 게 어떤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지, 어떤 처우를 받으면 안 되는 거고, 만일 불이익한 처우가 있을 때 어떻게 대응하면 되는지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되거나 보고 배울만한 사례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주인권센터 활동가의 지적이었는데,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잘 모르는 해외에 있다는 점 자체, 또 사업장 변경이 제한되는 등 불리한 사정이 내국인 노동자보다 더 많아 작업중지권 사용을 두려워할 수 있겠다는 우려였다.


근로감독관의 작업중지, 노동자도 멈출 수 있도록 건강한 노동세상 전지인 활동가는 이렇게 작업중지권을 쓰기 어려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서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동조합도 있고, 고용도 보장된 조직 노동자들은 단체협약을 통해, 혹은 그때 그때 현장에서의 힘겨루기를 통해 안전할 권리, 멈출 권리를 지켜갈 수 있지만, 미조직 노동자들은 그럴 수 있는 여지가 적기 때문에 법 개정이 더욱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법 개정 과정에서 현재 나와 있는 근로감독관의 지침 내용이 잘 활용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매뉴얼에는 근로감독관의 유해위험작업 안전성 확보를 위한 『작업중지 명령』업무처리 지침 중 작업중지 대상작업 선정기준이 실려 있다. 그 중에는 추락・붕괴・충돌・전도재해를 위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작업, 안전조치가 안된 화학설비 등으로 인해 주변에서 작업을 하는 근로자에게 화재・폭발・유독물 누출 등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감전예방조치를 하지 않은 전기설비 또는 전기취급작업 등 최근에 발생한 대형 산재를 저

절로 떠올리게 할 만한 내용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작업환경 개선시설 미설치 또는 개인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고 화학물질의 허용・노출기준 초과 작업, 산안법령에서 정하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관리기준을 미준수한 경우도 포함된다.


올해 초 핸드폰 제조 하청 업체에서 발생했던 메탄올 중독으로 인한 실명 사고도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노동자가 스스로 작업을 멈추고 항의할 수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각각의 사업장을 근로감독관이 항상 살피고 감독할 수 없다면, 노동자들이 스스로 위험을 발견하고, 위험하다고 느끼면 멈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실제 사고를 막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을지 보여주는 사례다. 최소한 근로감독관이 작업중지를 시킬 수 있는 범위는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했을 때 모두 보호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작업중지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제 때 대피시키지 않는 사업주를 고발하자

현재의 법이 한계가 많지만, 그래도 이를 활용하는 행동이 제안되기도 했다. 작업중지를 제 때 시키지않는 사업주를 산업안전보건법 26조 위반으로 고발하는 활동을 통해서도, 거꾸로 작업중지권의 중요성을 알리고 사업주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지역에 있는 H 사업장의 경우, 작업장 안에서 화재가 났는데도, 한쪽에서는 일을 계속 시킨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한 쪽에서는 조합원들이 소화기를 들고 진화하는데도, 대피를 시키기는커녕 작업을 지속하라는 독려를 했다고 한다. 노동자들이 찍은 동영상에 이런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했다. 이런 경우, 이 정신 나간 사업주를 산업안전보건법 26조 위반으로 고발할 수 있지 않을까? 26조 1항(위험 상황에서 노동자를 대피시킬 의무)을 위반한 사업주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벌칙 중 두 번째로 강한 벌칙이다.


노동조합이 직접 할 수 있는 행동을!

매뉴얼과 함께 활동가나 노동조합이 직접 할 수 있는 '행동' 사례를 제안하는 운동이 함께 되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업장에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위반 상황에 작업중지권 스티커 붙이기를 제안하면서, 스티커를 전국적으로 배포하는 활동은 어떨까? 개별 사업장 노동조합에서는, 위험상황이라고 생각되면 누구든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조합원이든 비조합원이든 연락할 수 있는 노동조합 내 핫라인 설치하고 그 핫라인 담당자는 단체협약으로 보호하는 활동도 할 수 있겠다.


조금 더 범위를 넓히면 남동공단 지역에서 발생한 위험 상황, 작업 중지가 필요할 것 같은 상황에 대해 신고할 수 있는 핫라인을 지역 차원에서 만드는 것도 해봄직한 일일 것 같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노동부의 위험상황 신고전화인데, 근로감독관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워낙 높다. 지역의 노동조합 상급단체나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활동단위에서 먼저 ‘위험상황 핫라인’을 만들어 운영하고, 여기서 노동부 위험상황 신고전화를 활용해서 함께 대응할 수 있다면, 위험상황 신고전화를 조금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단위 사업장 노동조합에서는 일상적으로 사고나 위험에 대해 기록을 잘 남기는 것도 중요한 활동으로 제안됐다. 일상적인 위험이나 사고, 아차사고에 대해 매일 일지를 적어두는 것은 작업 중지의 불가피성과 합리성에 대한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직업 중지를 한 경우에도, 사고 순간부터 사측의 최초 반응, 이후 대응, 노·사간 협의 과정과 결과 등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잘 남기면, 이 역시 작업 중지 과정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작업중지권 기획] 전화를 끊은 경험이 변화를 만든다 /2016.6

전화를 끊은 경험이 변화를 만든다

통화거절권 도입 그 후, 다산콜센터 김영아 전 노동조합 지부장 인터뷰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다산콜센터는 서울시 민원콜을 처리하는 콜센터다. 2012년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후, 콜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감정노동과 언어폭력성폭력 피해 사례, 간접고용과 이로 인한 극심한 이직률, 전자 감시를 통한 인권 침해 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이로부터 변화를 이끌어왔다. 이런 활동의 성과 중 하나로, 다산콜센터에서는 20142월 콜센터 상담사들의 인권실태조사 이후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했다. 성희롱 등의 악성 민원에 대해서는 상담사들이 안내 후 전화를 끊을 수 있게 하고, 바로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는 감정 노동 종사자에 대한 보호라는 측면이 주로 부각되긴 했지만, 콜센터 노동자의 통화거절권은 대표적인 작업중지권의 하나다.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 전 지부장이고 지금은 희망연대노조 부위원장인 김영아 님을 만나,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 이후 변화에 대해 물었다. 김영아 님은 지금도 다산콜센터에서 구정콜 담당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다산콜센터의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는 당시에 크게 이슈가 됐다. 자세히 설명해달라. 

원스트라이크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도 삼진아웃 제도가 있었다. 2014년 초 실태조사 당시 인권위원들이 성희롱처럼 위법적인 행위를 세 번이나 그냥 두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제기해서,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가 도입됐다. 성희롱, 협박, 하소연, 업무방해 이 네 가지에 대해서는 전화를 끊겠다는 안내 멘트 후 통화를 종료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일이 발생하면 바로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 모든 건이 다법적 대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후 법적 대응한 사례에 대한 보도도 많았고, 악성민원이 줄었다는 보도들도 많은데, 실제 일하는 노동자로서 변화를 느끼나?

법적 대응이 시작된 초기에는 오히려 반발 심리로, ‘네가 나를 신고한다고? 어디 한번 신고 해보라하면서 더 고성을 지르는 분들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악성 콜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처음 이런 제도가 도입됐을 때, 어떻게 끊어야 할지를 몰랐다. 전화를 먼저 끊어본 적이 없으니. (웃음) 그 전까지는 상담사가 먼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는 개념 자체가 없을 때였다. 제도 도입 이후, 매뉴얼에 이런 악성 콜에 대한 응대 멘트가 정해졌는데, 너무 황당한 얘기를 듣거나 하면 이 멘트가 바로 생각이 나지 않거나, 놀라고 정신없어서 입으로 바로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이 원스트라이크아웃에 해당하는 악성 콜이면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바로 ARS 안내가 나오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ARS 시스템은 결국 도입은 안 됐지만, 지금은 상담사들도 전보다 확실히 다들 잘 끊고 멘트도 잘 하는 것 같다.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게 됐을 때, 회사 그러니까, 서울시의 외주를 받아 콜센터를 운영하는 콜센터 업체들의 반응은 어땠나?

당시 서울시와 업체의 태도가 달랐다. 서울시는 언론보도도 하고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업체는 2차 민원 발생 우려, 전담 민원반 업무 부담(민원성 콜로 등록된 번호로 오는 이후 민원을 전담하는 반) 등의문제로 미온적이었다. 상담사가 등록한 악성콜을 일반콜로 돌려놓기도 하고, 악성콜 등록한 상담사들 콜 내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런 일이 발생하면 조합원들 제보로 노조가 서울시에 항의하는 방식으로 민간위탁 회사가 따르는 식이었다. 나중에는 회사들도 이 제도를 적극 도입했다. 그건 그들에게도 이익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악성 콜, 진상 콜이라는 게 대부분 장콜, 통화시간이 오래 걸리는 콜이다. 그런데 지금 이 업체들은 서울시와 계약을 콜수에 따라 금액을 지불받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장콜도 특별한 성과도 없는 진상·악성 장콜을 끊고 억제하는 것이 업체로서도 나쁠 것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악성 콜로 장시간 통화하고 나면 상담사들이 받는 영향도 크다. 그 통화 생각에 다음 콜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상담사들이 잠깐씩 쉬기도 하니, 회사로서도 손해인 거다. 회사로서도 노동자로서도, 양쪽 다 좋으니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이용한 것 같다.

 

이런 변화가 전화를 거는 사람들의 변화 외에, 노동자들이 일하는 과정에서 자율권이나 재량권이 늘어나는 것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하나?

여전히 콜센터는 전자 감시도 심각하고 자율권이나 재량권이 거의 없는 일이지만, 확실히 변화한 측면도 있다. 콜센터 일이라는 게, 노조 생기기 전에는 휴게시간이라는 개념도 없던 곳이다. 지금은 시간당 5분씩 최소한 20분은 쉬게 되어 있는데, 그 전에는 그런 시간도 없이 화장실 다녀오고 식사하는 시간 외에는 무조건 전화를 받고, 제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악성 콜만 해당 하지만, ‘우리가 전화를 끊을 수 있다, 심한 전화를 받으면 쉴 수도 있다는 새로운 개념이 생긴 거다. 그런 점에서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악성 콜을 받고 난 상담사가 적정 시간 쉬는 시간을 확보한다든지, 휴가를 받을 수 있는 제도도 있나?

그게 남은 문제다. 치유를 위한 지원은 전혀 안 되고 있다. 심하게 폭력적인 콜을 받은 경우, , 두시간 쉬게 해준다든지 며칠 휴가를 준다든지 하는 것이 단협에는 있긴 한데 유급으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 상담 지원 등도 전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콜수에 따라 급여를 받는 상담사가 자기가 먼저 쉬겠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콜수에 따라 성과급으로 계약하는 것은 서울시와 업체 사이의 문제일 뿐 아니라 개별 상담사에게도 완전히 똑같이 적용된다. 그러니 쉴 수는 있는데, 그만큼 급여에 차질이 생긴다. 그러니 왠만해서는 자기가 참고 하게 한다노조가 생기고 감시가 덜 해지긴 했다. 예전에는 상담사마다 이석시간과 콜수를 시간마다 통계를 내서, 시간대마다 그래프로, 파일로 만들어서 돌리곤 했다. 노조가 생긴 후 이런 방식의 감시와 통제는 줄어들었지만 콜수에 따른 성과급 체계는 그대로다. 자기가 자기를 감시하게 된다. 예전에는 근본적인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곧 통화거절권을 보장하거나 노동자의 자율권을 신장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인가?

물론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중요한 경험이 있다. 노조 설립 이후 두 번째 파업에서, 콜 상담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투쟁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그 때 전술 고민 끝에 다른 사업장으로 치면 준법투쟁 비슷한 것을 했다. 다같이, 적정한 수의 콜을 받자는 것이었다. 시작하기 전에는, 물론 걱정도 많았다. 성과급이다보니, 남들이 70콜로 전화를 받고 있으면 누구 한 명이 치고 나가서 혼자 콜 잔뜩 받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역시 조합원들은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실제로 많은 조합원들이 이 투쟁을 함께 해 줬다. , 두 명 튀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예전에 S등급 맞던 사람들이 D등급 받으면서도 이 규칙을 지켜줬다. 이 투쟁 과정에서 예상 밖의 깨달음이 있었다. 쉴틈 없이 통화하는 우리 몸에 밴 노동과정이 우리 몸을 혹사시키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상담사들 중 성대나 청력에 문제 있는 사람도 많고, 계속 앉아서 작업해야 하니 어깨나 손가락 근골격계 질환도 많다. 그런데, 통화량을 우리가 조절해서 해 보니, 다들 편하다고 하더라.

 

파업 투쟁 이후에도, 이 경험이 있는 조합원들은 이전처럼 일하지 않는다. 일하다가 힘들면 좀 더 오래 쉬기도 하고, 콜도 좀 더 천천히 받기도 한다. 실제로 이 경험 이후 일인당 콜 수가 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상담사가 상담을 하면 모두 기록을 하게 돼 있는데, 심할 때는 기록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통화하면서, 안내를 위한 정보를 검색하면서, 동시에 이전 콜 내용을 기록하던 조합원들이었는데 말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다같이 적정 수준의 콜을 받으면 등급도 유지된다. 다같이 100콜 받을 때는 120콜 받아야 S등급이지만, 다같이 70콜 받으면 80콜 받아서 S등급 된다는 거다. 그걸 경험을 통해 알게 된거다. 그렇지만 이런 변화는 언제라도 깨질 수 있다. 누가 며칠만 와서 열심히 하자, 고객들이 콜 대기 시간이 긴데 우리가 조금 더 힘내자이렇게 독려하는 분위기만 돼도 금방 무너질 수 있다.

 

급여 체계와 고용 구조가 노동자들의 건강과 존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이런 점은 콜의 품질, 고객의 편의와도 밀접하게 관련된다. 자주 드는 사례인데, ‘출생신고 어떻게 하나요?’라는 콜을 받으면 가장 기본은 아기가 어디서 태어났는지, 생년월일이 어떤지 등을 묻고 기본적인 구비 서류 목록과 담당 기관을 가르쳐 준다. 그런데 사실은 출산이나 육아 장려금, 산모 도우미 등 새로 아기를 낳은 사람이라면 알면 좋은, 알아야 할, 알려주고 싶은 정보들이 있다. 그런데 고객이 묻기 전에 출산장려금 신청하셨어요? 산모 도우미 필요하세요?’라고 묻지 않게 된다. 묻고 이거까지 설명하면 장콜이 되니까. 빨리 끊고 그시간에 다른 통화를 하면 2건이 되는데, 아무리 여러 가지를 설명해줘도, 한 콜은 한 콜로 기록되니, 먼저 묻고 안내해 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고객이 출생신고에 필요한 정보만 알고 끊은 뒤, 다음에 산후도우미에 대해 다시 문의 전화를 하면 콜수가 2건이 되는 거니까, 업체도 상담사도 자꾸 빨리 끊으려고 하게 된다. 상담사들은 전화를 받으면 통화 내용을 기록해두는 것도 중요한 업무인데, 심지어 이런 장콜은 기록 시간까지 오래 걸리니 여러 모로 피하고 싶은 것이다.

 

이런 현재의 민간위탁, 간접고용 방식 자체가 노동자의 자율권을 제한하고 인권침해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주장이 인권위원회 조사와 권고에도 있었다. 그래서 2015년부터 고용구조 개선 TF가 꾸려졌다고 알고 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201412월 인권 실태조사와 인권위 권고안 발표에 따라 서울시가 상담사를 직고용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어떤 방식, 어떤 형식으로 고용할 것인지를 두고 연구 용역을 진행하겠다 했었는데, 이게 늦어져서 올해 초에야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결과적으로 서울시가 출자한 재단을 만들어 거기서 고용하는 형식으로 하기로 해서, 현재 중앙부처와 논의 중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오랫동안 요구했던 바이고, 직고용이 정말 된다면 요즘처럼 공공기관 인원을 감축하는 시기에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콜센터 외 판매노동자 등 다른 서비스 노동자에게도 판매 중지권, 응대 중지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감정노동자들도 이런 변화를 가져오려면 어떤 점에 주목하고 노력하면 좋을지 조언을 부탁드린다

여러 기업에 공통된 문제 중 하나는 블랙컨슈머를 키우는 기업 정책이 있다는 것이다. 낮은 직급의 노동자들은 해 줄 수 없는 일인데, 고객이 와서 소리 치고 진상 부리며 높은 사람 만나면 들어주는 행태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하위 직급 노동자의 스트레스는 심해지고, 진상고객은 더 늘어난다. 이런 정책을 바꿔야 한다.

 

 

[작업중지권 기획] 위험 상황을 인지했을 때 작업중지 절차 2 /2016.7

구의역 참사를 막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이렇게 개정하자!

 


당장멈춰 팀


 

연이은 스크린도어 수리 노동자 사망 사고를 보면서, 위험에 내몰린 노동자들이 안전매뉴얼에 있는 대로 두 명이 짝을 지어 출동하지 않으면, 혼자서는 못 나간다.”고 말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탄식하게 된다. 둘이 일해야 하는 위험 업무를 혼자 하다 젊은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가 겨우 1년 전에 있었고, 그에 따라 21조로 일한다는 매뉴얼을 확인하고, 메트로와 서울시가 재발 방지를 약속한 터였다. 승강장 바깥 쪽 센서를 고치는 업무를 혼자 하는 것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있으니 2명이 일할 수 있을 때 하겠다고 말하고 대기할 수 있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까.

물론 현실은 만만치 않다.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한 다양한 제안 중 하나로 작업중지권을 강조한 카드뉴스에 혼자서는 못 나간다고 했으면 짤렸겠지.”라는 댓글이 달렸다. 댓글의 냉소는 옳다. 2명이 일할 수 있을 때 하겠다고 말하고 대기했다면, 동료들의 눈총을 받고 괴롭힘의 대상이 됐을지도 모른다. 개인이 해고를 당하지 않더라도 도급 업체가 아예 계약이 해지되는 등 불리한 일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현재의 법과 제도, 사회적 분위기는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 일을 멈출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주지 못한다.

그러나 냉소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참사 이후 다양한 과제 중 작업중지권 얘기는 왜 충분히 되지 않는지, 왜 우리는 위험을 피하고 거부하는 당연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는지, 누가 어떻게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막고 있는지 얘기하는 것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우리는 강제로 지워진 위험을 무릅쓸 수밖에 없다. 우리가 위험으로부터 도피할 권리, 위험으로부터 본능적으로 자기 자신을 지킬 권리를 누리기 위해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 함께 토론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작업중지권, 개정하자

그래서, 먼저 한계가 많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작업중지권 조항 개정을 제안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 작업중지권은 1990년 도입 당시 사업주의 지시가 있어야만대피할 수 있었으므로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권리를 보장하지 못했다. 이후 운동 진영과 노동계의 지속적인 요구로 2항과 3항이 차례로 신설됐다. 2항은 노동자가 주체적으로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 것이고, 3항은 작업 중지로 인해 회사가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가하는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법은 여전히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기 위한 조건으로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만한 합리적인 근거'를 요구하고 있다. , 노동자가 생명에 위협을 느껴 작업 중지를 실시했다 하더라도, 이후에 아무런 위험이 없다고 판명나면 회사가 작업을 중지한 노동자에게 민형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형국이다.

결국,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중지권은 외형적으로는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 중 일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업주가 언제든 그 행사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들을 이면에 깔아놓고 있는 것이다.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를 노동자가 제시하지 못하면, 사업주는 언제든 해당 노동자를 징계하거나 불이익한 처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개선해온 작업중지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일부 노동조합에서는 단체협약과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활용해 제26조의 한계와 법률상 맹점들을 메워내기 위한 요구들을 전개하고 있지만, 모호한 법이 사업주 편에 서고, 노동자들은 위험을 감수하도록 강제하는 한국사회 현실에서 모든 노동자들에게 힘이 되는 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실에서 위험을 거부할 수 있는 노동자의 힘과 권리의 문제를, 법적 의미에서의 작업중지권으로 축소할 수 없는 것은 공유하는 전제다. 그러나 동시에, 노동조합도 조직되어 있지 않고 상대적으로 집단적/조직적 힘이 약한 불안정 노동자들일수록 더 위험한 상황에 노출된다는 측면에서, 작업장 수준에서의 변화를 위한 노력과 함께 작업장 정치를 거들어 줄 수 있는 법적 개선은 필수적이다.

 

노동자 대표에게 작업중지권을!

더불어 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에서 올 6월에 제출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도 작업중지권개정안이 포함되어 있다. 가장 큰 문제로 근로자 대표에게는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 불균형 문제가 있다. 현재의 규정은 위험에 처한 노동자 개인이 피할수 있게 돼 있고, 그 외에는 사업주가 작업을 중지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대등하기 어려운 성격을 내포하고 있는 근로계약의 당사자인 노동자가 개인으로서 작업을 거부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근로자 개인이 징계 등을 두려워하여 본인에게 닥치고 있는 재해를 피하지 못하는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고, 어렵게 작업중지권을 이용하였더라도 합리적 근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사로부터 징계를 받는 사례도 나타난다는 것이 개정안 제안의 요지다.

이를 개선해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공동위원장 자격을 갖는 노동자대표에게 위험을 피하게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며, ‘합리적 근거를 요구하는 대신, ‘판단한 근로자의 의도가 악의적이지 않다면작업을 중지한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지 않도록 했다. , 이렇게 작업을 중지한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행한 자에 대해 벌칙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안전과 보건에 위험이 있을 때는 모두 작업 중지를!

여기에 몇 가지 더 고려할 문제들이 있다. 작업중지를 할 수 있는 조건을 현재의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서,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에 위험이 있거나, 이에 대한 예방조치가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 또는 산업재해가 발생하였을 때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3와 제24조의 안전과 보건의 예방조치와 이를 구체적으로 정해둔 안전보건에 관한 규칙을 위반했을 때 모두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도록 작업중지권의 범위를 대폭 늘리자는 것이다.

, 작업을 중지한 뒤, 다시 작업을 재개하기 위한 조건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위험이 있어 대피한 것을 인정하더라도, 작업 중지 시간이 과도하다며 업무방해나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노동법에서는 현 상황이 작업을 중단할 만큼 위험한지에 대해 노동자와 사업주 사이에 이견이 있을 경우, 3번까지 중재 절차를 규정해두고, 이 절차가 진행 중인 동안에는 사업주가 보기에 위험하지 않다 하더라도노동자가 작업 중지를 지속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자는 사업주가 적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작업에 복귀하지 않을 수 있다는 항목이 명시되는 것이 좋겠다.

 

당장멈춰 팀이 제안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그래서, 우리가 제안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다음과 같다.

현행

개정

26(작업중지 등)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또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로부터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한 후 작업을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

26(작업중지 등) 사업주는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에 위험있거나, 이에 대한 예방조치가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 또는 산업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로부터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한 후 작업을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으로 인하여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을 바로 위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바로 위 상급자는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근로자는 안전과 보건에 위험이 있을 경우이거나, 이에 대한 예방조치가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 또는 산업재해가 발생하여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을 바로 위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바로 위 상급자는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에는 제2항에 따라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이를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사업주는 안전과 보건의 위험이 있거나, 이에 대한 예방조치가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 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근거가 있을 때에는 2항에 따라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이를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해설> 안전과 보건의 위험은 제23와 제24조의 안전과 보건의 예방조치에 관한 것이며, 구체적으로는 안전보건에 관한 규칙에 의한 것이다.

 

근로자 대표는 안전과 보건의 위험이 있거나 이에 대한 예방조치가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 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을 경우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대피시키며 사업주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여야 된다.

<해설> 근로자대표의 중지권 및 적정조치 요구를 의무화하였다.

근로자는 사업주가 적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작업에 복귀하지 않을 수 있으며, 사업주는 이 같은 이유로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해설> 개별근로자의 복귀 전제를 규정하였다.

고용노동부장관은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그 원인 규명 또는 예방대책 수립을 위하여 중대재해 발생원인을 조사하고, 근로감독관과 관계 전문가로 하여금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안전·보건진단이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할 수 있다.

누구든지 중대재해 발생현장을 훼손하여 제4항의 원인조사를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좌동

좌동

 

참여와 권리를 보장하는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작업중지권 조항의 개선은, 한 조항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현재의 산업안전보건법 체계 자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의미가 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의 권리를 증진시키고, 참여를 확대하여 노동안전보건을 달성하려 하기보다, 노동자를 계도의 대상으로 여기고 주로 기술적인 접근으로 안전과 보건을 달성하고자 시도한다. 그래서 노동자의 권리 조항은 없고, 노동자의 의무(6조 근로자의 의무. 산업재해 예방에 필요한 사항을 지켜야 하며, 사업주 또는 근로감독관, 공단 등 관계자가 실시하는 산업재해 방지에 관한 조치에 따라야 한다)만 있다. 이런 측면에서도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현장의 안전을 지키는 주체로서 노동자에게 적극적인 힘을 부여하는 작업중지권 조항 개정의 의의가 있다.

 

[권역별 토론회 알림] ‘금속노동자를 위한 작업중지권, 이렇게 쓰자 

당장멈춰 팀은 작업중지권을 현실화하기 위해 2014년부터 현장 활동가 인터뷰, 단체협약 연구, 작업중지 투쟁 사례 사회화 등 활동을 해 오고 있습니다. 활동의 성과를 모아 <금속노동자를 위한 작업중지권 이렇게 쓰자 매뉴얼>을 준비했습니다. 현장의 고민과 실제 필요를 담아내는 책자가 되고, 매뉴얼을 계기로 곳곳의 현장에서 꼭 필요한 순간에 직접 작업중지권을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매뉴얼 출간 전, 매뉴얼과 작업중지권 관련 과제에 대한 현장활동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권역별 간담회를 엽니다.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일시 및 장소]

- 75일 저녁 7시 경기지역,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 713일 저녁 7시 인천지역, 장소 미정

- 마산창원, 울산 지역에서도 7월 중 개최 예정입니다.


[작업중지권 기획] 위험 상황을 인지했을 때 작업중지 절차 2 /2016.5

위험 상황을 인지했을 때 작업중지 절차 2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당장멈춰 팀에서는 2년에 걸쳐, 실태조사와 토론을 함께 했던 금속노동자를 중심으로, 어떤 때 작업중지권을 써야 하며, 그 절차는 어때야 하는지 소개하는 매뉴얼을 작성 중이다. 그 주요 내용을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

 

사고 등 재해 발생 후 작업중지

 

모든 산업재해는 사전에 막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는 것은 예방조치가 미흡하거나, 발생한 재해가 철저히 은폐되어 재발방치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재해가 반복된다. 안타깝게도 재해가 발생했다면 어떻게 작업중지를 해야 할까?

 

 

조합원의 역할

 

Step 1. 즉각 작업중지

사고나 재해가 발생했다면 무조건 작업중지를 해야한다. 재해자 수습을 위해서도 작업중지는 필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동일 재해의 반복을 막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된 상태에서 작업이 재개되도록 해야 한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중대재해 발생 시로 한정해 즉각적인 작업중지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으나, 재해의 경중을 떠나 예방대책 마련은 필수이다. 따라서 사고 등 재해가 발생했다면, 일단 작업을 중지하자

 

Step 2. 재해를 즉각 알리고, 재해자 수습에 동참한다.

재해를 즉각 알려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재해의 은폐를 막고, 반복되는 사고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고가 모두에게 알려져야만, 수습과정이나 이후 과정도 많은 이들의 관심에서 해결될 수 있다. 따라서 사고나 재해발생 사실을 즉각 회사 측과 노동조합에 알리도록 하자.

 

Step 3. 사고현장에 대한 기록 남기기

사고 현장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지고 있는 휴대폰으로 재해 현장과 상황을 기록할 수 있도록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을 하도록 하자.

 

Step 4. 사고현장 보존에 조력하기

안타깝게도 다수의 현장에서 사측은 사고 등 재해가 발생하면 재해자 수습 이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재해 현장을 수습하고, 작업을 재개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노사 공동의 재해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사고현장이 보존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Step 5. 재발방지를 위한 요구안 논의 동참

예방대책 수립을 위한 노조의 대책안을 마련하는데 조합원이 적극 동참하여 현장의 전문가로서 의견을 제기하도록 하자.

 

 

대의원이나 노조간부의 역할

 

재해발생시 작업중지와 관련한 대의원이나 노조간부의 역할은 위험상황 인지 했을때 작업중지 절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재해자 수습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

 

step 1. 재해자 응급조치

재해의 경중을 떠나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은 재해자에 대한 응급조치와 치료이다.

 

step 2. 사고발생의 근본적인 문제가 사측에게 있음을 주지시킨다.

안전사고 등 발생한 재해는 작업자의 과실을 떠나 관리감독이나 보호와 예방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사측의 안전보건 관리 소홀로 인해 발생한 것임을 분명히 주지시키도록 하자.

 

step 3. 사고현장 보존 및 목격자 찾기

사고원인에 대한 노사공동 조사가 완료되기 전까지 사측이 작업재개를 위해 시도하는 일체의 사고현장 수습 등을 막아야 한다. 또한 사고발생 당시의 상황에 대해 동료 작업자로부터 정황을 파악하고, 만일에 대비한 목격자를 확보해야 한다..

 

step 4. 전 공장으로 사고를 알리고 전파한다.

사고 전파 과정에서 교대근무 등으로 인해 상황을 전달받지 않은 인원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한다. 모두가 알고 있어야, 함께 대응할 수 있다.

 

step 5. 사측의 산재발생 사고 신고 강제하기

고용노동부는 ‘147월부터 3일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부상을 입거나 질병에 걸린 사람이 발생한 사업장1개월 이내에 산재발생 보고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반드시 실시하도록 사측을 강제하고, 사측이 이행하지 않는다면 산안법 위반으로 고발해야 한다. 산안법 위반 신고는 회사의 산재은폐를 막아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역할과 정부의 관리감독의 소홀, 관련 책임을 묻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step 6. 노사공동의 사고원인 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

고용노동부는 사고 원인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산업재해조사는 발생한 사고의 시시비비만 가리고 마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아닌, 향후 비슷한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사고 예방이 목적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반복해서 발생하는 재해의 속성을 막고, 이를 분석 검토하는 것은 동종재해와 유사재해의 재발방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사고조사팀에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여 관련 대책을 철저하게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앞서도 밝혀듯이 이 과정에서 자칫 재해자 개인의 과실로 덧씌우려는 시도가 있다면, 이를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Step 7. 결과에 대한 조합원 보고 및 안전보건 교육

 

 

대책 마련 논의가 마무리 됐다면, 결과를 조합원과 공유할 수 있도록 보고대회를 진행하고 해당 사안에 대한 안전보건 교육을 실시한다. 특히, 중대재해에 대해서는 전 공장 작업자에게 실시될 수 있도록 한다.

 

 

작업중지가 어려울 때 -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위험상황을 인식하여 작업중지가 필요한데도, 노조가 없어 도움을 받을 수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혹은 노조가 있더라도 작업중지를 둘러싸고 노사간 이견이 발생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경우에는 고용노동부가 해당 사항에 개입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이에 대한 방법으로 위험상황 신고전화를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주지해야 할 것은, 고용노동부의 개입과 강제를 통한 문제해결은 현장 대응에 있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으나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즉각적인 조치와 판단이 필요한 작업중지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기민하고 신속한 대응이 이루어질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현장 작업자가 해당 작업의 가장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작업중지 상황에 대한 판단을 현장 바깥의 정부기관에 의탁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계적이다.

 

1588-3088 위험상황 신고전화 등 고용노동부 활용

 

고용노동부는 전국46개지방노동관서에 연결되는 사업장 위험신고상황실’(대표번호1588-3088)을 운영하고 있다. 24시간 열려있어 위험상황 신고전화가 접수되면, 담당감독관이 현장에 출동하여 상황을 확인하고, 위험이 급박한 경우에는 작업 중지를 하는 등 조치를 취한다.

 

 사례1. A 자동차 부품사

a노안부장은 현장에서 전화를 한통 받았다. ‘일하는데 현장에서 페인트 냄새가 많이 난다는 작업자의 호소였다. 작업중에 현장 출입통로 표시를 위해 라인을 새로 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는 다음날 해외본사 고위 관계자가 온다는 이유로 페인트칠을 미룰 수 없다고 했다. 조합원들은 냄새 등의 이유로 불만을 제기했다. a노안부장은 1588-3088 위험상황신고전화를 통해 상황을 설명하고, 작업을 중지시켜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담당감독관은 본인들이 와봐야 알겠다면서, 현장 도착까지는 한 시간 반이나 시간이 걸린다고 답했다. 그 시간 동안 현장이 방치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 하며, 직접 중지를 시키겠다 하자 담당감독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결국 감독관의 현장 방문을 요청하고, 현장 페인트 칠담당자, 현장 부소장을 찾아 작업자들이 냄새가 나서 일을 못하겠다는 요구를 전달하며 작업중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노동부에서 조금 있으면 올 거라고 얘기하자, 페인트칠이 중단됐다. 결국 한시간 반 정도 지나서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현장에 방문했고, 문제를 살펴본 후 담당관은 국소배기장치를 할 수 없다면 환기를 충분히 하고, 창문 다 열고 작업자들이 없는 쪽에서 일을 해야 되는데 잘못 됐다고 지적했다.

 사례2. B 제철소

사내하청지회 b노안부장은 제철소 고로(철광석으로부터 선철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노)작업 중에 고로에서 발생한 가스를 이송하는 내경 2m정도의 배관 안에 들어가서 진행하는 용접작업에 투입됐다. 당시는 잔류가스 배기가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용접작업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b 노안부장은 주변에서 같이 일하는 작업자들에게 나오라고 하고 작업 투입을 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당시 이 문제로 작업투입에 대한 갈등이 발생했다. 작업자들의 판단에는 잔류가스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용접에 투입되는 위험 천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잔류가스 측정기기를 작업자들이 직접 휴대할 수 없으니, 가스가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없었다. 다행히 B제철소에는 연이어 발생한 산재사망의 문제로 특별근로감독이 실시되던 중이라, 근로감독관이 상주하고 있었다. 곧바로, b노안부장은 상주하던 근로감독관을 불러 사측과 함께 이 문제를 확인했다. 근로감독관은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작업중지권 기획] 작업중지권을 써야 할 때 /2016.4

위험 상황을 인지했을 때 작업중지 절차 1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당장멈춰 팀에서는 2년에 걸쳐, 실태조사와 토론을 함께 했던 금속노동자를 중심으로, 어떤 때 작업중지권을 써야 하며, 그 절차는 어때야 하는지 소개하는 매뉴얼을 작성 중이다. 그 주요 내용을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 작업중지는 부상이나 사망, 질병 등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작업자가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예방 조치이다. 현장에서 위험 상황을 느꼈을 때 작업중지를 어떻게 하면 될까?

 

현장에서 조합원이 가져야 할 태도

 

 

나는 존엄한 존재이다.

작업자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작업중지를 내가 해도 되나?’, ‘설비 가동을 중단하고 대피해도 되나에 있다. 당장 위험 상황에 직면해도 나중에 닥칠지 모르는 불이익이 두렵기도 하다. 또한, 현장마다 노동조합의 유무, 노조의 조직력 수준, 사측과의 일상적인 관계 등이 있어 위축되기도 한다. 그러나 조직력이 있고 튼튼한’, ‘힘 있는노동조합의 노동자만 건강이나 생명이 귀하고 소중한 것은 아니다. 나의 생명과 건강이 가장 소중하며, 나는 존엄한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자!

 

이 공정의 전문가는 바로 나!

급박한 위험에 대한 판단은 어느 누구보다 해당 공정의 작업자가 가장 정확하다. 평소와 다른 상태의 기계, 기구, 설비의 트러블과 오작동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도 해당작업자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급박한 위험여부에 대해 일차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작업자 스스로이다. 내가 잘 안다는 자신감을 갖자!

 

조합원의 역할

 

Step 1. 위험 징후를 감지했다면 바로 작업중지!

위험징후를 감지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작업중지를 즉각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이것은 두번 생각할 일이 아니다. 기계, 기구, 설비의 가동이 평소와 다른 상태를 보이거나, 감지센서가 작동하지 않을 때, 흄이나 가스가 분출될 때, 안전보건 조치가 실행되지 않은 상태로 작업에 투입되어야 할 때 등 위험징후는 다양할 수 있다. 노동현장의 재해는 대부분 설마 별일 없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길 때 발생한다. 위험징후를 감지했다면, 일단 작업을 중지해야 한다. 작업중지 실시를 이유로 관리자가 작업재개를 종용하거나 사후적 불이익으로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대부분 작업자가 실시한 작업중지 자체에 대한 것보다는 사후적 조치를 위한 개선과 대책 마련, 작업재개 시점을 둘러싼 마찰이 대다수였고, 작업자가 실시한 작업중지 자체에 대해 문제 삼는 경우가 크지 않았다.

 

Step 2. 작업중지 후 무조건 알린다!

 

현행법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때 작업자가 위험을 피하기 위해 작업중지를 하거나, 대피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작업자가 실행한 조치에 대해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이를 알려 적절한 조치를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작업중지 후 즉각적으로 해야 할 작업자의 조치는 상황을 알리는 것이다. 흄이나 가스가 새어나오거나, 폭발의 위험이 있을 때는 본인뿐만 아니라 작업공간에 있는 다른 이들에게 고함을 쳐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도록 알려야 한다. 또한, 작업공간의 여건에 따라 모든 작업자의 긴급 대피가 가능하도록 대피 경보 작동 등의 적절한 조치를 관리자에게 요구하도록 하자.

 

Step 3. 상급자와 노동조합에 즉각 통보하기

작업중지를 했다면 상황에 대해 회사 측의 상급자 (직반장, 조장)에게 보고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할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동시에 노동조합에 이를 알려야 한다. (위험을 감지했으나, 작업중지를 해야 할 사안인지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았다면,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상급자와 노동조합에 이를 확인하기 위해 즉각 통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작업중지를 실시한 당사자가 여력이 없다면, 해당 구역의 대의원을 통해서 상황이 노조에 전달될 수 있도록 하거나, 주변 동료를 통해 노동조합에 상황이 통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전파해야 예방 차원의 작업중지가 사후에 별문제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작업중지를 실시한 개인에게 가해지는 불이익에 집단적으로 맞설 수 있다. 개인이 직면하는 현장의 유해위험은 전체 조합원의 문제이며 현장 모든 노동자의 문제이기 때문에 집단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대의원이나 노동조합 간부가 가져야 할 태도

 

나는 조합원의 대표이다. 대의원과 노동조합 간부가 조합원의 이해와 요구, 뜻과 의지를 대표한다는 것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작업중지 상황에서 대의원과 노동조합 간부는 해당 문제가 발생한 개인 혹은 몇몇 조합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관점에서 조합원의 생명과 건강, 목숨을 지킨다는 태도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접근해야 한다.

 

나는 사측의 보호와 예방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강제하 고, 노동자의 권리 실현을 위해 앞장서는 노동자의 대표이다. 작업중지는 노동자를 노동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위험에서 보호하고 예방해야 할 기본적인 사업주와 정부의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서 초래한 결과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측의 기본적인 의무를 책임 있게 이행할 수 있도록 강제하고, 노동자의 권리로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하는 노동자의 대표이다.

 

 

대의원이나 노동조합 간부의 역할

 

대의원이나 노조 간부가 작업자의 작업중지 상황을 확인하거나, 단행되지 않고 있는 조치에 개입하여 직접 작업중지를 실시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이럴 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Step 1. 상황을 인식했다면, 즉각적인 작업중지 실시 작업자의 연락으로 위험 상황을 인지했다면, 바로 현장대응에 나서야 한다. 위험 상황을 확인했다면 즉각 작업중지를 실시하도록 한다.

 

Step 2. 작업중지의 책임이 사측에게 있음을 똑똑히 주지시킨다.

작업중지가 필요한 상황은 다양하다. 다양한 각종 유해위험이 현장에 존재한다. 이러한 유해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기본적인 책무는 사측에게 있다. 고용노동부는 사측이 이러한 책무를 다하도록 관리감독을 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따라서 대의원이나 노조간부가 작업중지를 직접 단행하거나, 현장 작업자의 연락을 받고 작업중지 조치에 개입하게 될때,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사측에게 있음을 똑똑히 주지시키고 단호한 태도로 맞서야 한다.

 

Step 3. 전 공장에 작업중지 상황이 발생했음을 알린다

작업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아니라면, 작업중지는 제한된 기계, 기구나 설비, 라인, 생산공장/구역 등에서 발생한다. 이럴 경우 그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작업자들은 무슨 일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작업중지가 발생한 유해위험요인을 제거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 왜 작업중지가 발생했는지를 적극적으로 조합원에게 알려야 한다. 또한, 작업중지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실천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사소한 작업중지 상황이 있더라도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유사공정이나 동종 기계, 기구 설비 등에 대한 노사합동 안전점검의 계기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 측의 입장에서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본다면, 재해 예방과 관리에 노동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효과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계기가 될 수 있으므로 당장의 손실만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 일상적인 보호와 예방을 위한 현장 안전보건 활동의 중요성, 노동자의 안전보건 당사자로서의 참여, ‘예방적 차원의 작업중지의 필요성은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2015무재해우수사례집>에 담긴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주 작은 유해 · 위험요인이라도 발생할 경우는 전 현장의 동종 및 유사작업 모두에 작업중지 명령이 떨어지게 돼 있다. 그리고 원인분석 및 재발방지 대책이 수립돼야만 작업재개가 가능토록 하고 있다. 만약 타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했다면 이때는 Safety Alarm이 발령된다. 그리고 동종·유사작업에 대한 집중 안전점검을 시행한다. ‘강 건너 불의 경우라도 타산지석으로 삼고자 함이다.

 

또 직원들은 누구든 안전위해요소 및 위험작업을 발견했을 때 안전지적서를 발행할 수 있다. 발행일로부터 7일 이내에 조치결과를 알리고 팀 및 개인평가에 반영한다. 먼저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사고위험을 제거하며 잠재위험을 통제하고 사고가 나더라도 실시간으로 신속히 대응 함으로써 최선의 안전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2015무재해우수사례집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 사례 중

 

 

Step 4. 예방대책 수립을 위한 노사협의 요구

작업중지가 실시됐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관련 조치의 이행과 재발방지 예방대책 수립이다. 작업중지의 범위에 따라 해당 구역 대의원과의 노사협의나 임시 산보위 등으로 노사공동 논의를 정식화하여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요구하자.

 

Step 5. 조합원 요구 수렴

작업중지 사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당사자가 바로 조합원이다. 따라서 예방대책 마련에 있어서도 가장 적극적인 요구는 물론, 개선 방법 등의 의견을 구할 수 있는 대상도 바로 해당 작업자와 작업중지 범위에 속해있는 작업자들이다. 노동조합 활동에 조합원의 참여가 힘이 된다는 것은 작업중지가 발생해도 기본적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당장의 작업중지 사안만이 아니라, 기존에 발생했던 유사사고 사례를 파악하고, 관련 조치와 이행 여부 등을 파악하도록 하자.

 

Step 6. 대책 마련을 위한 사측과의 논의

사측은 당장의 작업재개 여부에 더 관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안전조치가 기본이 되어야 작업재개가 진행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따라서 조합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킨다는 태도로 단호하게 논의에 임하도록 하자. 그리고 논의결과는 반드시 문서화하여 기록을 남겨야 한다. 이를 통해 관련 조치의 이행 여부 등을 꾸준히 점검해 가야 한다. 또한, 이러한 논의결과에 대한 조합원 보고와 안전보건 교육을 꼭 명시하도록 하자.

 

Step 7. 결과에 대한 조합원 보고 및 안전보건 교육

대책 마련 논의가 마무리됐다면, 결과를 조합원과 공유할 수 있도록 보고대회를 진행하고 해당 사안에 대한 안전보건 교육을 실시한다.

[작업중지권 기획] 작업중지권을 써야 할 때 /2016.3

작업중지권을 써야 할 때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당장멈춰 팀에서는 2년에 걸쳐, 실태 조사와 토론을 함께했던 금속노동자를 중심으로, 어떤 때 작업중지권을 써야하며, 그 절차는 어때야 하는지 소개하는 매뉴얼을 작성 중이다. 주요 내용을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

 

지난 2월 발생한, 메탄올 중독에 의한 파견 노동자 실명 위기 사건을 보면서 작업중지권은 대단히 급진적이고 강력한 요구가 아니라, 죽지 않고 다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라는 생각이 다시 든다. 그 노동자들에게 자신들이 사용하는 물질을 알 권리,환기, 배기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기본적인 인식, 필수적인 이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았을 때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면 그런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노동자가 어떤 때 작업을 중지시켜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작업중지권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산재 예방에 필수적이다.

 

자동차 부품사 K공장에서는, 공장 내 환기를 전반적으로 관장하는 급배기 장치를 수리하면서 필터를 교환하게 되었다. 원래는 업무가 없는 주말에 해야 하는 업무였는데, 일부 작업자들이 주말 특근을 하고 있었다. 수리 과정에 대한 설명이나, 주의 사항에 대한 안내 없이 작업자들은 일을 하고, 급배기장치 수리와 필터 교체 과정에서, 공장 안으로 먼지나 유해 물질이 역류되었다. 작업장 내 공기가먼지로 뿌옇게 되자 노동자들은 크게 당황했을 뿐 아니라, 공기가 너무 탁하고 불안하기도 해 작업을 계속 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특근 중이라 노동조합 간부들이 없었고, 일하는 사람도 많지 않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고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놀라기도 하고 걱정도 된 노동자들은 공장 외부에 있던 노동조합 간부에게 전화를 해, 상황을 설명하고 대응책을 물었다. 노동조합 간부가 전화로 일단 대피명령 내리고 사측을 통해 조치를 취했다.” <2014, 금속노조 작업중지권 실태조사 중, K 사업장>

 

이 사업장은 노동조합 간부들이 작업중지권을 종종 내리는 곳이었는데도, 조합원들이 스스로 작업중지를 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했다. 말 그대로 위험이 무엇인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어떤 것인지 노동자 스스로, 노동조합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 어느 정도의 위험에서 작업을 중지하고 대책 회의를 요구할 것 인지에 대한 기준을 노동자/노동조합 내부적으로도, 노사 합의사항으로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현행법의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은 매우 주관적이며, 상대적이다. 그래서 우선은, 어떤 경우 산업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지, 어떤 조치들이 취해져야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지 짚어보는 것으로부터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을 유추해볼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필수적인 안전보건에 관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경우 산업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조치들은 당연히 업종마다, 사업장마다, 작업마다 다르다. 그래서 이번 기사에서 위험을 판단하기 위한 원칙을 함께 확인하고,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는 예외다.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작업을 중지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작업중지권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할 위험이 있을 때 또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작업을 중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사고 현장을 수습하기 위한 필요에 따른 것이 아니다. 남아 있는 사고 원인이나 사고 자체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2차적인 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중단의 의미도 있고, 재해의 원인에 대해 현장 노동자들이 공유하고 곧바로 대책을 토론한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위반 상태

2010년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유해위험작업 안전성 확보를 위한 [작업중지 명령] 업무처리 지침,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에게 작업중지의 대상과 범위는 물론, ‘작업중지의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근로감독관이 작업중지 명령을 할 수 있는 기준과 대상은 법제도가 허용하는 최소의 기준과 근거이다. 물론 현장에는 지침에 포함되지 않는 많은 유해위험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는 법이 정해놓은 최소한만을 그 기준으로 담고 있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는 안전조치보건조치를 하지 않아 재해나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경우를 작업중지 대상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기준에 명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분야별 대상작업 선정기준을 아래와 같이 제시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작업중지 대상 작업까지 적어두고 있다. 내용은 주로 <산업안전보건법><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감독관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각 사업장에서 노동조합/활동가들도 본인의 사업장에 해당하는 <산업안전보건법><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구체적인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작업을 중지해야 할 때를 알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 된다.


* 유해위험작업 안전성 확보를 위한 <작업중지 명령> 업무처리 지침 대상작업 선정기준

근로자가 보호구를 착용하지 아니하고 행하는 작업

방호장치 미설치 또는 방호조치가 안된 위험기계·기구의 작동으로 주변에서 작업을 행하는 근로자가 재해를 당할 위험이 있는 경우

법령에서 정하는 자격·면허·기능 또는 경험이 없는 자로 하여금 유해위험작업을 행하게 하는 경우

추락·붕괴·충돌·전도재해를 위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작업

안전조치가 안된 화학설비 등으로 인해 주변에서 작업을 하는 근로자에게 화재·폭발·유독물 누출 등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감전예방조치를 하지 않은 전기설비 또는 전기취급작업

기타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중량물·하역·운반 등 작업

안전기준 미준수 또는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석면해체·제거작업

안전조치 미실시로 질식의 위험이 있는 밀폐공간 작업환경 개선시설 미설치 또는 개인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고 화학물질의 허용·노출기준 초과 작업

산안법령에서 정하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관리기준을 미준수한 경우


[사례1] 작업장에서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 원재료·가스·증기·분진·(fume)·미스트(mist) 등 기본적인 환기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환풍기가 고장 났거나 냄새가 심해서 작업하기 어려운 경우,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작업을 중지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24조에서는 사업주가 원재료·가스·증기·분진·(fume)·미스트(mist)·산소결핍·병원체 등에 의한 건강장해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메탄올 중독 사건에서 노동자들이 처했던 상황은 이를 위한 조치가 전혀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작업을 중지했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몇 년 전, 한 대학교 구내식당 조리실에서 환풍기가 고장 났다. 일단 시설과에 수리를 요청하고 일을 시작했는데, 자꾸만 가스 냄새가 나는 것 같고 어지러웠다. 가슴이 울렁거리거나 속이 메스껍기도 했다. ‘그래도 어쩌겠나, 일은 해야지했던 노동자들은, 일하다 심하게 어지럽거나 힘들면 돌아가면서 나가서 바람을 쐬고 다시 조리실로 들어오길 반복하며 일했다. 다른 업무가 바쁘다고 환풍기 수리가 당일에 바로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공교롭게 연휴가 시작되어, 수리는 더 지연됐다. 결국 연휴가 끝난 3일 뒤까지 환풍기는 고쳐지지 않았다. 집에서 쉬면서 몸이 좀 나았던 노동자 중 한 명이, 연휴 끝난 뒤 근무하다가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가고 말았다. 일산화탄소 중독 진단을 받았다. 식당과 학교 측이 환풍기 고장을 방치해서 발생한 산업재해다. 이 경우 결국 작업 중지권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 했는데, 제 때 작업을 중단하고, 환풍기를 수리한 후 작업을 재개했더라면 재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사례 2] 위험 기계·기구 방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

위험 기계·기구에 방호장치를 설치하지 않거나, 방호장치를 해체한 위험기계·기구 및 설비를 사용하는 작업은 작업중지 사유가 될 수 있다. 예로 들어, 위험 기구의 센서가 작동되지 않도록 해 놓은 경우에는 작업 중지 사유가 될 수 있다.


2015251410분경 K사업장 노안부장은 현장 안전보건사항을 점검하던 중 산업용 로봇이 오작동으로 인해 멈춘 상황을 목격하였다. 작업자가 주 전원을 끄지 않은 상태로 도어를 열고 로봇 안으로 들어가 불량제품을 꺼내는데, 다른 작업자가 지나가다 열린 도어를 건드려 닫힐 뻔한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됐다. 로봇의 안전장치와 작동여부 센서 부위에 자석과 테이프가 부착되어 안정상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도어가 닫히면 별도의 리셋 스위치를 작동하지 않아도 로봇이 스스로 움직이는 상태였다. 로봇 펜스 안에서 불량 제품을 꺼내거나 고장이나 수리, 점검 중에 누군가 실수로 도어를 닫으면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태였다. 작업 중지 6시간 만에 임시 산보위가 열려, 로봇관련 해당 작업자 특별안전교육 실시 로봇관련 전 공정 노사합동 특별안전점검 실시 등을 합의하고, 교육 시행 후 작업을 시작했다.


[사례 3] 추락 예방 조치가 안 돼 있는 경우

추락 위험이 있는데 난간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경우도 조치가 된 이후 작업을 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사유가 된다. 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는 안전난간의 구조 및 설치 요건, 노동자가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는 통로 설치, 계단의 난간이 갖춰야할 조건 등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2015년 현대제철에서는 이런 기본적인 추락방지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용광로에 빠져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추락방지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 노동자가 안전규정 미준수를 이유로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잊을만 하면 발생하는 제철공장의 사망 사고도, 제대로 안전 난간이 설치되고 추락 방지 조치가 완비된 후 작업할 수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을 인재다.


201543, H제철에서 40대 노동자가 작업 도중 쇳물이 담긴 분배시설에 추락해 숨졌다. 숨진 노동자는 사고 당시 작업장에서 쇳물을 쇳물분배기 주입구에 쏟아 붓는 작업을 하다가 2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과 119구조대는 사고가 난 시설에 1500~2,000도가량의 쇳물이 담겨 있어 이씨의 주검조차 수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20여년 경력의 정규직인 이씨는 제강공정을 통해 나온 쇳물로 철강 완제품의 중간 소재를 만드는 기계장치인 연주설비를 가동하는 일을 맡아왔다. 당시 사망 사고를 조사한 노동조합의 조사 결과 보고에 따르면 안전난간 설치 등 추락방지 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았고,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


[작업중지권 기획] 단협을 통해 작업중지권을 얼마나 강화시킬 수 있는가? /2016.2

단협을 통해 작업중지권을 얼마나 강화시킬 수 있는가?

- 금속노조 주요 사업장의 작업중지권 관련 단협 분석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당장멈춰팀은 그동안 산업안전보건법 상 작업중지권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그 한계를 뛰어넘어 현장에서 작업중지권을 실물화하기 위한 방안과 사례를 소개해 왔다. 이번에 소개할 내용은 금속노조 주요 사업장의 작업중지권 관련 단협을 분석했다. 금속노조는 산별노조기 때문에 단협 또한 노조마다 비슷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작업중지권의 경우 운동적 의미가 상당한 단협부터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보장하는 작업중지권 조항보다도 못한 단협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이번 분석은 주체’, ‘작업중지 조건’, ‘작업중지 이후 진행’, ‘불이익 금지4가지로 나누어 진행했으며, 대상은 완성차 3, 자동차 1차 밴더를 포함한 금속사업장 8, 조선사 5개 등 총 16개의 단협을 조사하였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사업주는 작업을 중지하고, 노동자를 대피시키므로써 안전보건상 조치를 취해야 하는 주체로 명시하고 있다. 반면, 노동자는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는 주체로만 한정하고 있다. 일부 사업장의 단협은 주체에 있어서 산안법과 차이가 없었다.

그 외 사업장에서는 조합 산업안전담당 임원이나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산업안전보건위원회위원, 관리 감독자, 안전관리자가 작업을 중지 시키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STX 조선은 단협에 노조 산보위원 및 해당부서(반장이상), 안전환경팀(안전점검반 포함)에게까지도 작업중지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성동조선도 조합이 작업을 중지시키고 회사에 통보할 수 있다.

작업중지 요청 권한에서 더 나아가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나 산업안전보건위원 혹은 조합의 판단으로 작업을 중지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의 한계를 뛰어넘어 실질적인 작업중지권을 실현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예를 들어, 그동안 노사간의 (암묵적인) 합의에 따라 노안부장 혹은 산보위원의 작업중지가 실질적으로 가능했던 갑을오토텍에서 비슷한 절차를 걸쳐 진행했던 2015년 초로봇 작업중지 건을 회사가 업무 방해로 고소한 것은 작업중지를 요청하게 되어있는 협약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단협에서 작업중지권의 주체 폭을 넓혀서 노동조합에게 권한이 부여된다면 사측의 이런 태도 변화에 좌우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작업중지 조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성동조선은 산업안전보건관계법 상 안전시설 미비상태 시정 요청을 회사가 이행하지 않은 경우조합이 작업을 중지시키고 이를 회사에 통보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작업중지권이 사고 발생 이후 처리하는 데에만 사용되거나, 임박한 사고 그 자체로부터 대피하는 것을 넘어 작업장 환경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데, 실질적으로 예방적 의미를 가지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반면, 현대삼호중공업의 경우 작업중지 제외 조항 9개를 단협에 명시하고 있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한 것 보다 좁은 조건으로 퇴행적인 단협이므로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작업 중지 이후 조치와, 작업을 재개할 조건 등에 대해서 자세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다. 완성차 3사 지부는 모두 산업안전보건법과 동일하게 해당 내용이 빠져 있다. 그밖에 경주 다스, 한국델파이, 한국TRW, 현대로템, 스타케미칼 등도 마찬가지이다.

반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성동조선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처럼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취한 후라고 기술되어 있지만, 작업중지의 주체가 조합이고, 작업중지 조건이 산업재해 발생 위험 시 뿐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시설 미비 상태로 비교적 구체적이며, 이에 따라 조치 내용도 명확한 차이점이 있다.

신아SB는 작업중지 이후 진행 과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STX 조선의 경우도 비교적 상세히 규정하고 있는데, 누구든 작업을 중지시키고 작업자를 대피시키면 그 내용을 노조에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작업 중지에 대해 산보위 사용자 위원이 이견이 있을 경우는 산보위를 개최하여 작업중지 지속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산보위에서 안전 보건상 필요한 조치를 심의 의결하고, 회사가 이 조치를 취한 후 노조의 확인 후에 작업을 재개하도록 하고 있다.



불이익 금지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대피한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지엠, 한국델파이, 한국 TRW, 현대로템, 대동공업, 스타케미칼 단협은 산업안전보건법과 똑같거나 유사한 문구를 사용하고 있어 제한적이다. 그 외에 지회들은 모두 합리적인 근거등으로 제한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불이익 처분을 할 수 없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비해 대우조선이나 현대중공업은 불이익 금지와 관련된 규정이 없다. 그러나 이 문구 차이가 현실에서 작업중지권 적용 시 회사를 강제하는 데 힘을 갖거나, 법적 다툼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는지는 미지수이다. 왜냐하면, 현대차나 기아차의 경우 합리적인 근거등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징계나 고소 등 불이익 조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주체와 작업중지 요건에 대한 사항을 명확히 하는 것이 작업중지를 한 주체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되는 중요한 지렛대인 셈이다.


결론

실제로 각 지회별 단체협약에서 주체, 작업중지 조건, 작업중지 이후 진행 등의 내용에서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런 차이는 각 사업장에서 작업중지권 활용 양태 차이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핵심적인 내용은 주체와 조건이다. 노동자/노동조합/노동자 대표에게 작업중지 요청이 아닌 작업 중지 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것,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조건이 산업재해 발생이 급박하게 예상될 때나 재해가 발생한 이후 뿐 아니라, 산업안전보건 관계 법 위반 사항이 있을 때 등으로 확대하는 것이 중요한 지점이다.

[작업중지권 기획] 작업중지권, 다른 나라에서는? /2016.1

작업중지권, 다른 나라에서는?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지난 2년간 중대재해와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은 작업중지권을 실천하고 있는 현장 활동가 인터뷰를 통해 현실에서 작업중지권을 실천하는데 있어 어려움과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과제를 정리하고자 했다. 그 뒤 현장 활동가들과 워크숍을 통해 현장에서 필요한 구체적인 지침과 매뉴얼의 필요성과 상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과 관련 판례를 검토하면서 법적 개선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2016년은 이제 구체적인 현장에서, 조직/미조직 노동자들 사이에서, 혹은 법적인 측면에서 본격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할 때이다. 이중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법적 측면에서 배울 만한 점이 있는지 찾아보고자 한다이번 기사는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발행한 국제노동브리프 20157월호의 "기획특집: 작업중지권"과 정진우 저, 산업안전보건법론(2014, 한국학술정보), 당장멈춰팀이 20153월 금속노동자 신문에 게재했던 해외의 작업중지권 사례 비교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프랑스, 작업 중지했던 사고가 다시 발생하면?

프랑스는 1982년부터 법적으로 노동자에게 자신의 생명 또는 건강에 심각하고 즉각적인 위험을 초래한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 작업 상황으로부터 철수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법에서 말하는 심각한 위험은 해당 상황이 관련 노동자의 사망 또는 영구적이거나 장기적인 장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사고나 질병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경우를 뜻한다. 이런 위험은 기계, 생산 공정, 위험하고 비위생적인 업무 환경 뿐 아니라, 산업보건당국이 정한 안전보건 규칙에 위배되는 작업장 등과 같이 노동자의 건강에 유해할 수 있는 다양한 요인으로부터 기인할 수 있다.

이 법이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되는 점이 몇 가지 있는데 첫 번째, 사용자는 노동자가 위험작업을 중지하기 전에 공식 절차를 거치도록 의무화하여 작업중지권 사용을 불편하게 만들거나, 작업중지권을 전반적으로 제한하는 내부 규정을 정할 수 없다고 따로 못 박고 있다.

두 번째, 작업이 중지되면 사용자는 상황 개선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하는데, 만일 작업중지가 보고된 후에도 사용자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이 위험과 관련하여 사고가 다시 발생한다면 사용자에게 더 큰 책임을 묻는다. 가령 작업중지 이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차 발생한 모든 사고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사고 (inexcusable accident)’로 간주되어 피해 노동자에게 더 높은 금액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세 번째, 위험작업 수행을 거부한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노동자를 처벌할 수 없고,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한 이유가 되는 위험이 시정되기 전에는 작업을 재개할 의무가 없다.


사업주의 안전배려의무를 규정한 독일

독일 산업안전법도 한국과 유사하게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조치에 관한 예방 및 사후적 조치를 계획적, 조직적으로 수행하여야 할 의무를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부여하고 있다. 그래서 사업장에 존재하는 위험요소에 대해서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하기에 앞서 사용자에게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를 이행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 현재 한국의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는 작업중지 요청과 유사하다. 특수한 위험상황, 직접적이고 중대한 위험에 직면한 경우에만 노동자가 사용자에게 해당 위험을 통지하고 지시받기에 앞서 노동자 스스로 안전을 위한 조치를 우선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데, 여기에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작업장을 즉시 이탈하여 안전을 확보하는 행위도 포함한다.

그런데 독일 법체계에서는 산업안전법 외에 민법상으로, 근로계약의 경우 임금의 지급종속적 노동 제공이 계약 당사자의 주된 상호 주고받을 의무지만, 이 상호간의 의무 이행을 위해 필요한 사용자 측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안전배려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 안전배려의무는 공법인 산업안전법과 별도로 사법(私法) 상의 노동보호에 대한 근거규정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민법상의 안전배려의무를 통해 사용자는 근로 제공이 이루어지는 장소 및 이를 위해 사용되는 장비나 기구를 설치하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할 의무를 지게 된다. 즉 이런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노동자가 종속적 노동 제공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작업장 환경이 충분히 안전하고 위험이 최소화되지 않으면, 돈을 받았더라도 일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안전배려의무의 내용은 무엇인가? 산업안전법 등의 안전관련 규정을 통해 구체화된다. 그래서 사업장에서 안전에 관한 노동보호법인 산업안전법 등이 위반됐을 경우 노동자가 노동 급부를 거절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 것이다.


모든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을 부여하고 있는 정유회사"안전하지 않은 것을 발견하면일을 멈추시오"

출처_richmondstandard.com


캐나다, 작업중지권의 절차를 법에

캐나다에서도 법률상 상황이 개선되거나 활동이 변화되기 전에 노출되었을 경우 개인의 생명이나 건강에 즉각적이거나 심각한 위협을 야기할 것으로 타당하게 예상되는 모든 피하기 힘든 위험, 상황 또는 행위가 있는 경우, 위험 작업을 거부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캐나다의 법 규정이 특별한 점은 작업중지권 적용을 정당화할 수 있는 조건과 작업중지권 행사 이후 사업주의 의무, 사업주와 노동자가 위험에 대해 다르게 판단할 때 분쟁에 접근하는 원칙을 법에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업중지권을 사용하고자 하는 노동자는 고용주에게 위험 상황을 즉시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노동자의 작업중지 결정은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 동의 할 때에만 번복할 수 있다. , 노동자는 위험하다고 생각해 작업을 중지했는데, 사용자는 위험하지 않다고 윽박지르거나, 안전사고가 아니라 설비 트러블이었을 뿐이라며 작업 재개를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일방적인 사업주 판단에 따른 작업 재개와 이후 징계나 고발 등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했다는 통보를 받으면, 사용자는 즉시 노동자의 입회하에 상황을 조사해야 한다. 조사 결과 사용자도 위험이 존재한다고 동의하면 고용주는 노동자를 그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고, 위원회 또는 대표에게 상황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통보해야 한다. 그런데, 만일 사용자가 조사를 한 결과가 노동자의 판단과 다르거나, 사용주의 조치 결정에 노동자가 동의할 수 없다면 노동자는 계속해서 작업을 중지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렇게 노동자가 작업중지를 지속하겠다고 통보하면, 위원회 또는 대표는 즉시 해당 노동자의 입회하에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 위원회는 위원들 중 노동자 대표 1인과 고용주 대표 1인을 지명하여 조사를 해야 한다. 이 조사 결과에도 노동자가 동의할 수 없다면, 노동자는 계속해서 작업을 중지하고 이번에는 노동부에서 개입하여 조사한다. 노동부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노동자는 계속해서 작업을 중지할 수 있다. 대신, 이 때 사업주가 다른 노동자에게 중지된 작업을 수행하도록 할 수 있다. , 그 노동자는 해당 업무를 수행할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계속적인 작업중지와 그 이유를 통보받아야 하고, 위험에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


대피권과 거부권이 따로 있는 중국

중국의 경우 법체계는 사회주의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노동인권이 지켜지지 않는 국가라는 보고가 많기에 실제 현실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한국의 산업안전보건법에 해당하는 중국 안전생산법은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있는 경우의 대피권과 작업거부권을 따로 구분하고 있다.

중국 안전생산법 52조는 노동자가 신체안전에 직접 위험을 미치는 긴급 상황을 발견한 경우에는 작업을 정지하거나 가능한 응급조치를 취한 후 작업 장소를 이탈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중지 조항과 유사하다. 그런데 이와 별도로 안전생산법 51조는 노동자가 규칙에 어긋나는 지휘와 위험작업을 강제적으로 명령하는 경우에는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따로 규정해두고 있다.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장소를 이탈하고 대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일반적인 작업중지권 보장이 실은 대피권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그럼에도 최소한 중국의 법체계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규칙에 어긋나는 지휘와 위험작업으로까지 작업 거부 권리를 확장하고, 규칙에 맞는 지휘와 안전한 작업을 하도록 하는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노동자에게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에게 시사점은?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안전과 생명을 기준으로 작업중지권을 행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겠지만, 제도적으로 법적 개선을 통해 현장에서 작업중지권 활용이 쉬워지도록 조건을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하다. 현 정부가 산업안전보건 대책의 핵심 목표로 잡고 있는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노동자가 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써 작업중지권을 적극 보장해야한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사례에서처럼 대피권과 구분되는 거부권을 보장하는데 까지 나아가야 한다. 나날이 증가하는 서비스, 사무직 노동자들은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으로 분류될 수 있는 위험을 맞닥뜨리기보다는 주로 낮은 강도의 지속적인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예를 들어, 10시간 근무 후 곧바로 회사 단합대회로 야간 산행을 하다 사망한 노동자 사례나 감정 노동에 시달리는 판매 노동자의 사례를 생각해볼 수 있다. 대피권만으로는 이런 위험에 처한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어렵다. 따라서 중국 법안처럼 대피권과 중지권을 분리하여보장하고, 중지권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따로 명시하는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다.

그러나 당장은 산재 발생 위험을 인지한 노동자들의 대피권이라도 제대로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산재 발생 위험이 있었느냐를 두고 법적 분쟁이 잦다는 점, 이로 인해 작업중지권 사용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캐나다처럼 사용자와 노동자 간 이견이 발생했을 때, 노동자 편에서 접근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단을 법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사용자와 노동자 간 이견이 발생했을 때를 포함하여 작업중지권 실행 이후 조사 및 대응 과정을 산업안전보건법에 정비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처럼 중대재해의 원인을 제공한 기업에게 책임을 더 제대로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기업이 사고 발생에 대해 책임을 지게하고, 이것이 예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맥락에서 프랑스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업중지가 있었던 사업장에서 향후 같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가중하여 처벌하거나 보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작업중지권 기획] 노동자가 라인 잡을 수 있다는 걸 여주는 게 중요하다 /2015.12

노동자가 라인 잡을 수 있다는 걸 여주는 게 중요하다
-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홍진성 대의원 인터뷰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당장멈춰팀은 2014년 금속노조 작업중지권 실태 조사연구에도 함께 했던,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한 대의원이 올해 다시 작업을 중지했다 회사로부터 고소 고발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회사에서 계속 고소 고발로 단호하게 대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회사가 ‘세게’ 나오는데도, 작업중지권을 발동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듣기위해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홍진성 대의원과 이재선 노안실장을 만났다.

 

최근 화성지회에서 있었던 작업중지 사례와 회사의 대응 사건들을 구체적으로 알려 달라.

 

홍진성 : 지난 8월 24일 제가 속한 엔진공장에서 벌어졌다. 400~500kg 되는 엔진이 높은 데서 내려와서 작업대에 안착하면 그 뒤에 작업을 하는 구조다. 여기에 안전장치를 꽤 많이 해 놓는다. 늘 하는 일이지만, 상당히 위험한 작업이기 때문에 이를 지지하는 굉장히 큰 고리가 7-8개 정도 걸려 있다. 엔진이 안착되면 이고리가 풀리고, 이송기구가 다시 올라가야 하는데, 이 고리 중 하나가 덜 제거되어, 엔진이 고리 하나에 덜렁덜렁 매달린 채로 다시 올라간 거다. 400~500kg 되는 엔진이 고리 하나에 걸려서 올라가고 있으니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사실 이런 상황이면, 중간에 센서가 이를 감지하고 상승이 멈췄어야 하는데, 이것도 제대로 작동을 안했다. 그래서 반대쪽에서 작업하던 대의원이랑 같이 안전사고로 판단하고, 작업중지를 했다. 작업 중지 후 대책 회의를 요구했다. 사실 어차피 라인이 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고, 우리는 이에 대한 설명과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를 요구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데, 회사는 완강하게 안전사고가 아니라면서 대책 회의를 할 수 없다고 나왔다. 결국 라인이 꽤 오래, 6시간 40분 정도 섰다.

 

여전히 사람이 다치지 않았으니 안전사고 아니라는 논리가 회사와의 쟁점이 되는 건가?

 

홍진성 : 그렇다. 작년에 있었던 작업중지 건으로 법정 재판 중인데, 재판 과정에서 회사는 ‘회사 자체적으로 정한 안전사고에 대한 규정 및 처리 경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사람이 다치는 경우를 포함해서 인적, 물적 손실이 발생한 경우만 안전사고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노사 합의된 규정이 아니다. 회사 스스로도 노사합의가 아니고 회사 자체 규정이라고 했다. 한 마디로 노사 합의 아닌 사항을 적용하려는 시도인 것이다. 회사의 그런 프레임, 그런 시도를 깨려고 노력하는 거다. 물론 한번에 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안전사고를 매개로 한 투쟁이 계속 시도돼야 할 것이다.

 

이재선 : 회사가 생각하는 작업중지 기준은 사람이 다친 이후, 심지어 사람이 다치더라도 생산에 영향을 최소한으로 줘야 한다는 기조가 확실히 서 있다. 중대재해나 돼야 라인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부상 정도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다르다는 얘기가 나온다. 예전에 다른 작업중지 관련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회사 관리자에게 판사가 물었다.‘만약에 라인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팔이 잘렸다. 그러면 라인이 서냐, 안 서냐, 서야 되냐 안 서야 되냐’ 물었더니 ‘그 때도 안 세워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게 회사 관리자들 생각이고 태도다. 사고가 날 뻔한 경우에는 사고가 날 뻔 했다고 안 된다고 하지만,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안 세울 수 있으면 최대한 안 세우는 것, 생산에는 차질이 가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최선이다.

 

예전에 기아차 화성 공장의 판례를 보면, 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 작업을 중지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해서 노동자 편에 유리한 판결이 나곤 했는데, 관례가 바뀌는 것 같다. 관례를 깨기 위해 회사가 공격적으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홍진성 : 안전사고냐 아니냐 따지는 것이나, 법적 문구 해석도 결국은 힘의 관계에 따라 달라져 왔다. 그 동안 작업중지의 관례를 지킬 정도로 노동조합이 힘이 있었다면, 근래 노동조합 힘이 대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약해지다보니 예전에는 안전사고라고 이름 붙었던 것도 아니라고 하고, 예전에도 안전사고가 아니라고 했던 것은 더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회사가 밀어붙이는 것이다.

 

이재선 : 회사도 화재 발생처럼 명백해 보이는 문제에 대해서는 실력행사를 해도 개입을 하지 않는다. 대신 조립 라인에서 작업 중지를 한 경우, 노동조합에 불리한 면이 있을 것 같다고 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관례라는 것이, 예전에는 사고가 발생해서 작업자가 피해를 입으면, 작업자를 병원으로 보내고 현장에 작업중지 등의 조치를 취한다. 그 뒤 주변에 있는 조합원들과 함께 공청회를 열어, 현재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설명하고, 이후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어떤 내용으로 회의를 열어야 할지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갖는다. 이 결과에 따라 사측과 대책회의를 해 왔다. 이게 관례인 것인데, 이제 그게 안 되는 것이다. 회사에서 단호하게 나오니 현장에서도 공청회나 대책회의를 열면 라인 중단 시간이 늘어나고, 그러면 회사의 고소고발 위험이 높아지니, 작업자 병원 후송 등 최소한의 조치만 하는 것으로 현장 반응이 축소되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회사의 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나?

 

이재선 : 현장, 노동조합, 산안위원 힘이 세지지 않으면 회사의 이런 태도는 계속될 것이다.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안전사고와 관련해서 노동조합이 힘을 행사한 적이 별로 없었다. 현장에서 조합원이나 대의원이 안전 문제에 대해서 제기를 하고 일을 벌이면, 이후 진행을 일정 정도는 조합이 함께 책임져줄 줄 알았는데, 그 역할이 잘 안 됐던 거다. 예를 들어, 작업중지에서도 안전 사고를 발견하고 작업을 멈추는 주체의 역할은 현장에서 하고, 조합원들과 함께 현장에서 회의를 열면, 이후 이를 회의록으로 남기고 개선 결과물을 남기는 것은 노동조합에서 조직적으로 해야 하는 역할이다. 이런 역할과 지원이 잘 안 됐던 것이다. 이제 새로운 집행부로 노안실을 꾸린지 한 달이 안됐는데, 우리는 그 역할을 잘 하려고 한다.

 

그 동안 노동조합의 이런 역할이 왜 잘 안 됐다고 생각하나?

 

홍진성 : 노동조합 간부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내가 조합원이나 대의원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조합원을 같이 싸우는 동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마치 자기가 양을 인도하는 목동처럼, 조합원들을 ‘보호해줄게, 인도해줄게’ 하는 꼴이다. 그러니 노동조합은 문제를 만드는 것을 싫어하고, 문제가 생기면 중재하는 것이 자기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써보지 않은 권력이나 권한이 주어지자, 제대로 쓸 줄 모르고 엉뚱하게 ‘가만 있어봐, 내가 해결해줄게’ 하는 태도다.

 

고소고발도 여러 차례 당하는 등 위축될 수도 있는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작업중지권을 실천하는 이유는?

 

홍진성 : 안전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걸 어떻게 처리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나에게 더 중요한 것은 라인을 세울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다는 걸 조합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라인을 중단하는 것은 회사’라는 인식이 조합원들 사이에 세워지면, 노동조합 힘도 더 약화될 거라고 생각한다. 또,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작업을 중지하고 그 문제에 대해서 토론이나 교육을 하면, 조합원들이 훨씬 교육을 잘 듣고, 굉장히 흡수가 잘 된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런 힘이 나뿐만 아니라 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그 힘으로 조합원들을 조직해 나가면 좋겠다.

이전에 작업중지권을 잘 사용해왔던, 현대, 기아차 등 완성차 사업장에서 최근 작업중지권에 대해 회사가 공격적으로 나오는 것 같아서, 완성차 노동조합 사이 혹은 금속노조나 외부 단체와의 공동 투쟁이나 연대가 필요한 것 같다.

 

홍진성 : 연대 필요성은 공감한다. 작년에 안전사고 투쟁 이후에 당장멈춰 팀과 인터뷰 하고 나서, 토론회에도 참여하고, 경향 신문에 기사도 실리게 됐다. 이후에 공장에도 많이 알려져서 도움이 많이 됐다. 당시 다른 사업장에서 비슷하게 투쟁하는 분들을 만난 게 저에게도 힘이 되고, 우리 투쟁이 밖으로 알려지니 조합원들도 좋아했다. 사실 이런 투쟁은 많이 알려질수록 좋은 거라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라인 잡고 싸우는 건 하겠는데, 이걸 외부로 알리고 연대를 조직하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잘 모르겠다. 일단 현장에 있는 나로서는 계속 문제가 생기면 라인을 잡고, 문제를 제기하고,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을 조직하고 투쟁을 만들어 가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법정 투쟁 과정을 금속노조 등과 함께 하는 것은 어떤가? 그런 과정에서 다른 사업장에도 사례가 더 알려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되는데.

 

홍진성 : 재판 투쟁 자체 혹은 판결은 신경쓰지 않는다. 재판에서 이기는 것, 혹은 법안 내용이 개정되는 것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라인 잡는 투쟁이 확산되고 더 많아지고, 현장에서도 안전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고, 사고 난 후 대응하는 것을 넘어 예방 차원의 투쟁이 더 많아지고. 그러면 그 결과로 재판도 이기고, 법 개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세게’ 나오는데도, 작업중지권을 계속해서 실천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개인적인 어려움은 없나?

 

홍진성 : 그렇게 물으면 오히려 부끄럽다. 현대나 기아차는 노동조합도 있고, 선배들이 투쟁으로 만들어 놓은 안전장치가 많다. 개인적인 불이익이 생긴다 하더라도 치명적이지 않다. 반면에 안전장치가 없는 노동조합에서 혹은 노동조합도 없는 곳에서 안전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활동가들에 비해서 내가 당당하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현장에서 ‘우리가 라인을 잡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투쟁이 더 적극적으로, 여기저기서 벌어졌으면 좋겠다.

 

[작업중지권 기획] 작업중지권 판결 사례와 과제 /2015.11

작업중지권 판결 사례와 과제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작업중지권 행사와 형법상 업무방해죄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는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보장한다. 작업중지권과 관련된 각 주체의 권리의무관계를 보자. 노동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권리가 있고, 이 사실을 지체없이 직속 상급자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직속 상급자는 보고받은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사업주는 위의 경우 작업을 중지시키고 노동자를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안전보건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고, 그 이에에 작업을 재개할 수 있다. 사업주는 노동자가 급박한 위험이 있었다고 믿을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 작업중지를 이유로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되고, 이를 어길 시 사업주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결국,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경우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는지가 쟁점이 된다. 합리적 이유가 없다면 노동자는 징계책임을 질 수 있다. 그리고 작업중지 시간만큼의 임금공제 및 작업중지로 발생한 손해배상 등 민사책임을 질 수 있다. 아울러 업무방해죄의 형사책임을 질 수 있다. 책임의 범위별로 나누어보면, 일반적으로 징계책임이 가장 범위가 넓고 민사책임, 형사책임 순서로 범위가 좁아진다. 즉 징계책임이 가장 쉽게 인정될 수 있고, 민사책임, 형사 책임으로 갈수록 책임인정이 어려워진다. 형사책임이 인정되면 다른 책임은 인정된다고 보아도 무방하나, 형사책임을 면하더라도 징계 및 민사책임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아래에서는 형사책임 즉 노동자 무죄 사건을 소개하는바, 위와 같은 점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작업중지 시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경우 노동자가 지는 책임

 

업무방해죄는 위계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한다(형법 제314조 제1). ‘위력이라 함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말한다. 대법원에 따르면 실제로 자유의사가 제압될 필요는 없고, 제압될 추상적 위험성만 있다고 평가된다면 업무가 방해되었다고 본다. 이를 업무방해의 구성요건이라고 한다. 그러나 빠져나갈 구멍은 있다. 형법 제20조는 정당 행위의 경우 즉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경우, 비록 업무가 방해되었더라도 위법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이하 위법성 조각사유”). 대법원은 이를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고 하며, 구체적으로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법익과 침해법익과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를 정당행위라고 한다. 검찰은 구성요건 및 위법성 조각사유를 모두 증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를 작업중지권 행사에 대입해 보자. 검찰은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한 것이 사업주의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위험이 있다고 본다면 업무방해죄로 기소할 것이다. 그리고 검찰은 작업중지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또한 고려하여야 하지만, 실제 판단은 대개 법원에서 이뤄진다. 작업중지가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면 무죄 판결을 내릴 것이다.


판결 사례

사건1: 수원지방법원 2010. 5. 19. 선고 2009고단5228 판결대법원 확정기아차 화성공장

사건조립1부 하체3, 2009. 6. 10.

(중지시간: 18:34-19:30)

18:04경 연료탱크가 컨베이어에서 장착 작업 리프트 내로 약 30도 기울어진 상태로 불완전 이송되어 차체 하부와 연료탱크가 맞물리자 관리자가 생산라인을 중단시켰다관리자는 원인을 파악하지 않은 채 18:34경 라인을 재가동했다노조 대의원 A는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는 이유로 19:30경까지 작업을 중지시켰다한편 같은 사고가 전날에도 발생하였으나 원인 규명은 없었다.

 

사건2/3: 같은 법원 2010. 11. 3. 선고 2010고단1672 판결대법원 확정같은 공장

 

사건조립2부 도어B, 2009. 10. 22.

(중지시간: 15:45-16:28)

노동자 X는 15:38경 도어 모듈 취부작업 중 모듈이 잘 빠지지 않자 힘을 주어 빼다가 모듈이 턱에 부딪혀서 전치 2주로 얼굴부위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어 병원으로 후송되었고생산라인은 일시 중지되었다관리자는 단순실수이며 아차사고라는 이유로 대의원이나 산업안전보건위원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은 채 라인을 재가동했다산업안전보건위원 B는 안전사고임을 주장하며 대책회의 등 절차를 거친 다음 작업을 재개해야 한다는 이유로 15:45경부터 16:28경까지 작업을 중지시켰다한편 사업주측이 일방적으로 작성한 회의록에는 도어 모듈 부분에 문제가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사건조립2부 도어B, 2009. 10. 28.

(중지시간: 22:20-24:00)

21:50경 유리창이 손괴되어 라인이 일시 중단되었다관리자는 안전사고가 아니고 다친 사람도 없으므로 청소 후 라인 재가동할 것을 주장했다산업안전보건위원 B는 이는 안전사고이므로 대책회의 등 절차를 거친 다음 작업을 재개해야 한다는 이유로 22:20부터 24:00까지 작업을 중지시켰다같은 사고가 발생한 적은 없었다.

 


사건1의 경우 법원은 A로서는 같은 사고가 전날에 이어 반복하여 발생했고, 원인이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계속하면 작업자가 다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았다. 아울러 해당 사업장에는 라인이 중단되었을 경우 노사가 원인 파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협의를 하고, 협의를 통하여 작업자가 이해하거나 동의할 경우 라인을 재가동해왔던 관행이 있음에도, 그러한 관행을 준수하지 않은 관리자의 작업재개 지시를 거부한 것은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사건2의 경우 실제로 노동자가 상해를 입었고 사건3의 경우 노동자가 다치지는 않았으나 유리창이 차량에 장착되기 이전에 파손될 경우 그 파편이 튀어 작업하던 동료가 다칠 가능성이 있어 두 경우 모두 안전사고라고 보았다. 아울러 사건2, 사건3의 경우 사건1과 마찬가지의 관행이 있었으나 관리자가 이를 존중하지 않고 작업을 재개하였으므로, B로서는 이 사건 각 사고의 원인 및 대책에 대하여 의견을 모으고 사고 발생 사실을 알림으로써 계속하여 유사한 안전사고의 발생을 방지하고 근로자들의 주의를 환기하기 위하여 이러한 행동을 하였다고 보아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결국, 세 사건 모두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어 무죄라고 보았다.


어떤 경우에 정당행위로 무죄가 되는가?


작업중지권 행사가 무죄판결을 받으려면 정당행위의 요건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법익과 침해법익과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법원이 위 사건들을 판결할 때, 위 요건을 빠짐없이 요구하고 그에 따라 판단한 것은 아니다. 다만 아래에서는 판례가 제시한 정당행위의 틀에 따라서 사건을 분석평가한다.


우선 행위의 동기 및 목적의 정당성을 보자. 이는 작업중지권 행사에서 다른 동기나 목적이 주된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동기나 목적은 마음속의 생각이므로 결국 산업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한 상태였음을 밝힘으로써 간접적으로 증명된다. 법원은 노동자 유죄를 선고한 사건에서 노동조합 대의원이 라인별 생산 인원이 부족하다며 관리자에게 가동중단을 요구하였으나 거부당하자 임의로 작업을 중지시킨 것을 두고 작업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급박하고도 심각한 위험이 없었음을 들어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048530 판결). 결국 생산 인원의 부족은 정당한 사유가 안 되며, 산재 발생의 구체적 가능성이 필요한 것이다.


법원은 위 가능성이 산안법상 작업중지권 행사요건인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과 같은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징계/민사책임에 비하여 형사책임이 더 엄격하게 지워짐을 고려한다면, 산안법상 급박한 위험의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형사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을 보자. 수단의 상당성(적합성)은 목적을 이루기에 적합한 것이면 충분하다. 방법의 상당성에 대해서는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여러 수단이 있다면 그 중 과도하게 상대방의 법익을 침해하는 방법을 택하면 안 된다는 의미로 새겨볼 수 있다. 사건의 경우 모두 작업중지 이후 사업장을 이탈하지 않고 분임 토의장에서 설명 및 토론이 있었으므로 작업재개 시 즉시 복귀가 가능했고, 작업중지 시간 또한 필요 최소한 정도로 추정되는바, 방법의 상당성을 충족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편 사건에서 문제가 된 사업장에서는 단체협약에서 안전사고의 경우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작업중지 조치를 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그러나 세 사건 모두 단협상의 절차요건 및 행사주체 요건도 충족하지 않았어도 정당행위가 인정되었다. 따라서 단체협약이 요구하는 절차를 준수하지 않더라도 방법의 상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


법익 균형성 및 긴급성을 보자. 법익 균형성이란 지키고자 하는 법익이 제한받는 법익보다 더 우월해야 함을 뜻한다. 작업중지권의 경우 사람의 생명 및신체의 안전과, 사업주의 사업장에 대한 지배통제권(경영권)이 충돌한다. 사건1의 경우 같은 유형의 사고가 전날 발생했으나 사람이 다친 것은 아니었다. 사건2의 경우 사측이 모듈에 결함이 있음을 인정하였으나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발생했던 적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3은 같은 유형의 사고도 없었고, 사람이 다친 경우도 아니었다. 즉 법원은 반드시 사람이 다친 이후이거나 이전에 같은 유형의 사고가 있어야만 법익균형이 충족되는 것은 아님을 밝혔다. 한편 긴급성이란 법익침해의 위협이 예상되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로 해석할 수 있는바, 이 또한 반드시 이전에 같은 유형의 사고가 있었거나 사람이 다쳐야만 긴급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보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보충성이란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다른 수단이 가능했다면 그 수단을 써야 한다는 의미로 새겨볼 수 있다. 세 사건 모두 사고의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재개되었고 따라서 어떠한 시정조치 또한 없었다. 그러므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없었으므로 작업중지권 행사는 불가피하였다.


정리해보자. 동기 및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려면 객관적으로 산업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태여야 한다. 행위의 수단 및 방법의 상당성에 있어 작업장을 무기한 이탈하는 등의 과도한 방법을 사용하기보다는, 분임 토의장 등의 장소에서 대기하다가 원인이 규명되고 적절한 조치가 있으면 곧바로 복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단협상 행사 절차 및 주체요건을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익 균형성 및 긴급성의 측면에서, 동종 사건이 있었거나 사람이 다쳐야 하는 것은 아니고, 산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면 위 요건이 충족된다. 마지막으로 사업주 측이 객관적으로 이해할만한 원인 규명 및 재발방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작업중지를 계속하여도 무방하나, 위 조치가 있는 경우 즉시 복귀해야 한다. 대상 판례들은 정당행위의 범위를 비교적 넓게 보아 작업중지권 행사를 충분히 보장함으로써, 노동자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장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만하다.


아쉬운 점은 있다. 대상 판례들은 작업중지권 행사가 당연히 업무방해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보았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우리 헌법은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래서 대법원은, 쟁의행위가 곧바로 업무방해의 구성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본다면 헌법상 권리행사에 위축을 가져온올 수 있기 때문에, 쟁의행위가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전격성 및 막대한 손해 요건)”될 수 있는 경우에만 업무방해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07482 전원합의체 판결). 생명권 및 건강권은 헌법상 최고의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에 근거를 두는 권리이다. 작업중지권의 행사는 이러한 생명 및 건강을 지키는 것이므로, 작업중지권의 행사 또한 전격성 및 막대한 손해 요건이 충족되어 사업주의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는 경우에만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든지 또는 그보다 더 좁게 구성요건이 인정되어야 한다.


아울러, 법원은 어떨 때 작업중지권 행사가 정당행위에 포섭되는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노동자는 징계 및 민사책임을 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 또한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설명은 작업중지권의 행사 요건 및 절차 규정을 구체화함에 있어 일정한 기준 역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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