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중지권 기획] 개선 요구해도 안 듣던 회사, 시정조치 바로 하는 게 변화죠 /2015.8

개선 요구해도 안 듣던 회사, 시정조치 바로 하는 게 변화죠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김덕규 노동안전보건실장 인터뷰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20151, 현대중공업 단체협약에 노동조합의 작업중지권을 처음 규정했다는 언론 보도가 많이 있었다. 중대재해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사업장에서, 오랜만에 들어선 민주 집행부가 노동안전문제를 적 극적으로 제기하면서 체결한 단체협약이라 기대도 컸다. 20154월 단체협약의 매뉴얼을 확정하고 노조간부 52명이 작업중지권을 부여받았다. 20155월에는 단체협약에 근거해서 처음으로 작업중지권 을 발동했다는 기사도 실렸다. 이후 현대중공업에서 작업중지권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조합원들이 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느끼고,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김덕규 노동안전보건실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았다.

 

2014년 초 단체협약 체결 전에는 현대중공업에서 작업중지권이 없었나?

이전 집행부에서도 단체협약상이나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작업중지를 하게 돼 있었다. 그렇게 쓰는 작업중지는 사실 예방 효과가 없는 것이라는 한계가 있는데도, 앞 집행부가 12년 동안 이것조차 거의 활용을 못 했다. 2013년 단체협약 협의가 늦어지면서, 2014년 초에 체결되었다. 단체협약에는 산업안전보건관계법상의 안전시설 미비시 필요한 시설 보완 조치를 조합이 요청했는데도 회사가 이를 시행하지 않으면, 조합은 작업을 중지시키고 회사에 통보하고, 회사는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한 후 작업을 재개하도록 했다. 단체협약 만들 때 대우조선 등 이미 다른 사업장에 서 시행되는 협약안을 참고했는데, 안전상의 조치가 안돼 있는 것을 발견하면 곧바로 우리가 작업중지 스티커를 발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한계로 남아있다. 일단 조합원이나 노동조합이 회사에 시정을 요청하고, 이 조치가 안 되면 작업중지권이 발동되는 것이다. 그 이후에는 매뉴얼에 따라 원인 분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한 후에 작업중지를 해제하게 되어 있다.

 

어떤 상항에서 해제할 수 있는지 잘 정해두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이 단체협약의 보완책으로 작업중지 매뉴얼을 20151/4분기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회사 안전부랑 노안실이 같이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작업중지 범위는 해당 장비나 작업구역으로 정했고, 노동조합 집행부에 작업중지 권한을 부여했다. 중요한 내용이 작업중지 후 업무 재개에 대한 것이다. 노동조합이 개선을 요청하거나 작업중지를 한 경우에는 회사가 노사합의로 정해놓은 양식의 개선대책을 작성하여 노동조합에 제출하고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한 후 작업을 재개하도록 했다. 어떤 조선사업장 노동조합에서는 단순한 개선대책이 아니라,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부서장 각서까지 받고 있다. 우리는 현재 그 정도는 아니고, 생산과장선에서 대책 세워오면 노조에서 받지 않고 부서장 수준에서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도록 하는 정도다해당 부서에서 대책을 내면, 내용도 평가하고, 실제 가서 조합원 대상의 교육을 했는지, 내용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고 스티커 붙인 걸 떼고 있다.

 

작업중지권이 노동조합에 보장된 후 어떤 점에서 가장 큰 변화를 느끼나?

직접 작업중지권을 작동한 사례는 많지 않은데, 그에 앞서 시정조치가 바로 되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예를 들어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에 규정돼 있는 안전난간대가 없다든지 발판이 정리가 안 됐다든지 하는 안전 문제들, 혹은 혼재 작업을 해서 보건상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가끔 발생한다. 지금은 관리자나 안전요원에게 문제를 제기하면, 시정조치를 안 하면 작업중지를 하게 되니 바로바로 조치한다. 작업 중지가 내려지면, 그 뒤에 원인 분석, 재발방지 대책 세워서 우리에게 제출해야 하고 하니 바로 시정조치 하는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해진다. 그러니 회사 측에서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이전에는 문제의식을 느낀 조합원이나 노동조합이 해당 부서나 안전담당자에게 시정을 요구해도, 일이 바쁘다면서 무시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지금은 최소한 조합원들이 눈으로 발견해서 지적하는 위험요소를 얘기하면 개선이 되니까 진전이다.

 

실제로 작업중지까지 가기 전에 시정조치를 요구해서, 개선된 구체적인 사례를 몇 가지 들어달라.

안전난간대가 설치 안 됐다는 제보가 와서, 일단 그 구역 작업을 잠깐 쉬고 안전난간대를 설치한 후 작업을 시작한 적이 있었다. 보건상의 문제로는 안에서 그라인더 작업을 하거나, 용접을 해서 흄이 많이 발생하는데 주변에 일반작업자가 작업을 동시에 하는 혼재 작업이 있는 경우, 작업을 분리하게 해서 혼재 작업이 되지 않도록 조치가 취해진 적도 있었다. 꼭 혼재 작업이 아니어도 그라인더 작업을 할 때, 환기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 작업 공간 공기가 탁해진 걸 제보해서 환기시설을 갖추고 나서 작업을 하도록 한 경우도 있었다.

 

조합원들 반응은 어떤가? 현장에서 변화를 느끼고 있나?

설비 개선 요구도 그렇고, 산재 신청도 그렇고 제보가 많이 들어온다. 전화 받고 상담하는 게 노안실의 가장 주된 업무 중 하나다. 이렇게 요구가 많아지고, 적극적으로 제보하는 것 자체가 나아진 점이긴 하다. 그렇지만 현재 우리에게 가장 큰 숙제는 조합원들이 제보하는 것을 넘어, 직접 현장에서 부딪치고 문제를 해결해나갈 힘을 갖게 하는 거다. 아직도 산재가 났는데 불이익이 있을까 염려해서 스스로가 산재 신청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안전 설비가 미비한 점을 지적하고도, 자기가 지적한 게 알려져서 손해를 볼까봐 걱정하기도 한다. 결국은 조합원이 스스로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찾아야 하는 건데,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는 부분이 많아 안타깝다. 교육이든, 다른 어떤 방법이든 동원해서 조합원들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고 회사에 요구하도록 하는 게 과제다.

 

작업중지권에 대해서도 교육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상하반기에 각각 4시간씩 교육을 하고 있다. 현재 하반기 교육 중인데, 3개 강의로 나누어 교육하고 있다. 그중에 작업중지권 내용도 들어있다. 독립적으로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중대재해 예방 과제와 함께 교육 내용에 넣었다. 2014년 상반기부터 지금 4번째 교육을 하고 있는데, 노동자뉴스제작단에 의뢰해 교육 영상을 꾸준히 만들어서 계속 활용해왔다. 매번 교육 때마다 10분 정도의 동영상 2~3개를 만들어 교육 도중에 강의 보조로 사용했다. 동영상이 있으면 집중도가 훨씬 낫다. 말만 하고 강의형식으로 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것 같다. 작업중지권 동영상은 작업중지권 소개, 타 업종에서의 사례, 현대중공업 단협 내용, 앞으로 조합원의 역할 등이 담겨 있다.

 

작업중지권이 활용되는 조선사업장의 경우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제대로 향유하지 못하는 게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에서의 작업중지권은 직영과 하청 노동자 구분 없이 적용은 다 되고 있다. 얼마 전 족장 작업(비계 설치)을 하시는 분이, 2m 정도 높이에서 작업하다 떨어져서 팔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하청업체 노동자였는데, 120명 정도 되는 업체로 여러 구역에 작업자들이 흩어져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블록에는 5명이 작업 중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이 5명만 작업을 중단하고 교육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세울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업체 작업자들 전체를 작업 중지시켰다. 최근 산재 은폐를 위해 회사들이 활용하는 게 119에 연락하지 않고, 병원에 데리고 가면서 기록에서 누락시키는 것이다. 원칙은 사고가 발생했으니 사내 119에 연락하고, 회사 앰뷸런스를 타고 이송하게 돼 있는데, 이걸 이용하면 기록이 남고 산재로 처리해야 하니, 환자가 발생하면 오토바이로 공장 밖으로 데려가거나, 포터에 싣고 나갔다는 얘기까지 있는 거다. 그날도 사고 발생 후에 해당 업체에서 곧바로 119를 부르지 않고, 미적대면서 개인 차에 태우고 나가려는 정황을 파악했다. 보다 못한 그 업체 노동자가 노동조합에 연락해서 가보니, 벌써 15~20분 동안 다친 사람을 붙들고 시간을 끌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바로잡고자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해당 업체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작업 중지를 하게 했다. 그 회사 자체적으로도 교육하게 하고, 노동조합도 가서 교육하고, 원인 분석하고 대책 마련해서 제출하게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러갔다. 전체 일하는 사람 수가 120명 정도 되니까 손실이 클 거다. 이런 압박이 있으면 업체에서는 일단 말을 잘 듣는다. 지금까지는 지적하면 바로 시정이 잘 돼 왔다. 문제는 물량팀이다. 이번 경우에도 하청업체 직원들은 작업이 중지돼도 임금이 보전되니까 문제가 없었겠지만, 물량팀은 아직도 안전에 관해서는 관심이 벗어나 있다. 물량팀은 구조상, 일을 일찍 끝내고 돈을 받아야 하니까 안전 문제 때문에 작업이 지연되는 것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작업중지권이 현장에서 활발하게 적용되고, 의미있게 사용되기 위해 어떤 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현장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려면 조합원들의 안전 의식과 안전을 보는 눈, 권리의식이 높아져야 한다. 사실 우리 조합원들은 같은 일을 20~30년 해왔다. 같은 회사 다니면서, 쳇바퀴 돌듯이 늘 똑같은 일을 하다 보면, 안전에 대한 것은 머리에 안 들어오기 쉽다. 예를 들어 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보면 족장과 족장 간격이 3cm 이상 벌어지지 않게 돼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보통 5~10cm 벌어져 있다. 발만 빠지지 않게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이 정도 수준도 지키지 못해, 위험하게 만들어져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몇몇 간부가 모두 찾아내고 확인할 수가 없다. 현장 조합원들이 보는 눈을 가지고 이런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개선을 요구하고, 필요하면 조합에 제보하고 시정조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일단 법이 제대로 되는 게 필요하다. 현재 법이 잘못돼 있다. 큰 틀에서 긴박한 위험이 있을 때 대피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그래서 긴박했냐 아니냐, 위험이냐 아니냐 가지고 회사들이 손해배상도 청구하고 그런 거 아닌가. 이런 법을 제대로 만드는 게 현장 외부에서 해줘야 하는 역할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작업중지권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노동자를 보호하는 거다. 작업중지권이라고 말하면 작업을 못 하게 하는 거라는 생각을 먼저 하지만, 사실 그 내용에서 핵심은 위험 작업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회사가 보면 작업 중지는 작업을 안 하는 것, 자기들이 돈을 못 버는 거라는 생각만 하겠지만, 우리 노동자 입장에서는 작업 중지를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 몸을 보호하는 게 중요한 거다. 작업중지권은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자기가 자기 안전을 책임질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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