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내 동료들이 행복해지기 위해 싸운다
- 현대위아평택 가스 누출사고 대응 투쟁 이야기
선전위원 재현
지난 1월 15일 현대위아 평택 2공장 SM 테크에서 유독가스 누출 사고가 있었다. 당시 유독가스에 노출된 12명의 노동자가 구토, 안구 통증, 신체 마비 등 고통을 호소했다. 인터뷰가 있던 2월 말까지 사고 원인은커녕 회사의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다. 노동자의 편에 서야 할 고용노동부조차 회사와 다를 바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 대체 사고 당일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노동조합 활동가들을 만났다.
냄새 난다 항의해도 무시하던 회사
김경진(조직부장) : 11시 20분쯤 코를 찌르는 심한 냄새가 났어요. 처음에는 페인트나 신나 작업을 하는 줄 알았죠. 그러다 점심시간이 돼서야 라인 하나(J3)를 없애면서 폐 세척액을 탱크로리 차량으로 옮기느라 나는 냄새라는 걸 알았어요.
냄새의 원인은 엔진에 도포된 방청제를 제거하기 위한 세척 작업에서 생긴 폐 세척액이었다. 지하 탱크에 저장되어 2년가량 방치된 상태였다.
위응량(부지회장) : 그날 작업이 있는지 조·반장도 전혀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보통은 냄새가 심해서 작업자들이 대부분 퇴근한 저녁에 하거나, 3주에 한 번 정도 주말에 하는데 그날은 특별한 경우였죠.
박인규(교선부장) : 평소에도 세척 작업을 자주 해서 냄새가 나기는 하는데 그날은 유독 심하더라고요.
김경진 : 냄새가 하도 심해서 세척액 퍼내는 데를 가니까 2공장 원청에서 나온 관리자가 세척액 푸는 직원한테 작업 지시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근무시간인데 냄새도 많이 나고 그러니 작업을 나중에 하면 안 되느냐 물었어요. 그런데 아무 대꾸가 없더라고요.
당시 세척액 푸는 작업을 뉴그린이라는 폐기물 수거 업체에서 했는데, 작업자들은 방독면을 끼고 일했다. 그러나 방독면 없이 현장에 있던 50여 명 노동자들은 1시간 가까이 가스 누출에 방치된 채 불쾌한 냄새를 맡을 수밖에 없었다. 식당이나 탈의실도 마찬가지였다. 그 사이 여성 노동자 한 명이 점심도 못 먹고 탈의실에서 쉬던 도중, 탈의실에서도 냄새가 심해 구토를 하며 몸에 마비 증세까지 생겨 119로 실려 나갔다.
위응량 : 회사는 한 시간 동안 내버려 두더니 나중에 조치를 한다는 게 현장 바깥으로 대피시키는 게 다였어요. 그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장 소장이 가스 냄새가 가득한 식당에서 특별안전교육을 하겠다고 하는 거예요. 조합에선 노동부를 계속 불렀어요. 그런데 전화를 받은 근로감독관이 시종일관 자기들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했죠. 그때 현장에선 세 분이 또다시 구토 증세를 보이고 이후에도 두 차례 119를 부르니까 나중엔 소방방재청, 경찰까지 현장으로 총출동하더군요. 노동부는 2시 반 다 돼서 왔어요.
노동부 관계자는 회사 관리자에게 전화로 신속한 사고처리를 지시했다고 했지만 현장은 방치되어 있었다. 소방방재청은 얼마나 능력이 뛰어난지 사고 누출의 원인으로 지목된 탱크로리 차량을 후각으로 검사하더니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조합은 재조사를 요구했고, 3시간이 지나 노동부 도움으로 유해물질 측정 기기로 다시 조사했다. 그러나 이미 현장은 환기가 다 된 상태였고, 유해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위응량 : 사고 다음 날 아침 사장을 찾아가 산보위를 개최해서 어떤 가스가 누출된 건지, 피해를 본 조합원들 대책은 어떻게 세울 건지 논의하자고 했어요. 그랬더니 사장이 일단 (근골 예방) 체조를 해야 하니까 조회 끝나고 얘기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리곤 퇴근할 때쯤 돼서 이미 기업 노조랑 산보위를 하고 있으니 금속노조랑 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같은 날 구토, 두통을 호소한 9명의 노동자는 회사 지정병원에서 특수건강검진을 받았다. 특수건강검진이라고는 하나 병원 측은 무슨 검사를 하는지 노동자들에게는 알려주지 않고, 회사 관리자인 현장 소장하고만 소통했다. 검진 결과 대부분 각막 및 결막 화상 등으로 일주일간 안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회사는 정 힘들면 연차로 퇴근하라고 강요했다. 결국, 조합은 회사에 사과와 사고 원인 규명, 피해 노동자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현장 1인 시위 및 출근 투쟁을 시작했다.
위응량 : 1월 20일부터 시작했는데 처음엔 회사 관리자들이 동영상 촬영해가고, 명단 적어가고 하면서 조합원들이 위축됐어요. 그래도 이제는 계속하다 보니 조합원 참여율도 높고, 기업 노조 사람들도 회사 사람들 안 볼 때 웃어 주고 가기도 해요.
사고 난지 한 달 만에 시료 채취가 제대로 된 감독인가요?
김경진 : 1월 21일에는 노동부 평택지청 산재예방과를 찾아갔어요. 과장이랑 면담을 하는데 가스 누출로 몸이 아픈 거랑 유해 가스는 아무 관련이 없으니 정 아프면 병원에 가라고 하데요. 또, 사고 이후에 회사가 사과 한마디를 안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어보니까 그건 ‘근로개선과 가서 얘기하세요.’ 그러는 거예요. 면담이라고 그렇게 1시간 앉아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 우롱 당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월 30일에는 금속노조의 요구로 경기지부·지회 노안 간부들과 노동부 평택지청장이 면담을 했다. 노동부는 이 자리에서도 12명의 피해자와 가스 누출 사고는 무관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면담 과정에서 세척제에 발암 및 생식독성 가능성이 있어 금속노조에서 금지 물질로 규정·관리하고 있는 트리에탄올 성분이 함유된 점을 확인했다. 금속노조는 우선 노동부에 세척액 성분 분석, 현장점검 실태에 관한 원청 사업주 관리 책임성 등 확인을 요구했다. 또, 피해자 12명의 치료비 및 근태 인정,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조합을 포함한 노사 공동대책 회의를 제안했다.
위응량 : 노동부 면담 있고 나서 2월 10일에 노동부에서 2명이 와서 시료를 채취해갔어요. 13일엔 시정명령이 나왔는데 앞으로 작업자에게 방독 마스크 지급해라, 국소배기장치 제대로 점검하고 보완해라 그게 전부더라고요. 시료 분석 결과는 3월 초에 나온다고 하는데 사실 기대가 크지 않아요. 당일 탱크로리에서 세척액을 퍼 나르면서 가스가 누출된 건데 뒤늦게 시료 채취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노동부는 이래 놓고 자기 할 일 다 했다고 생각하겠죠.
현대위아는 자동차 핵심부품인 엔진을 비롯하여 공작기계를 생산하며 잘 나가는 회사다. 그러나 정작 일하는 노동자들은 구토가 나고 몸에 마비가 올 정도로 아파도 회사 눈치 보고, 참고 일하는 삶을 살고 있다. 더군다나 이제 3월 재계약 시즌이 다가왔다. 자칫 회사 눈 밖에 났다가는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
▲ 현대위아평택 비정규직 지회의 노동부 앞 집회 현장
위응량 : 저는 관리자로 5년을 일했어요. 2013년 금속노조가 다수가 되니까 위장 폐업을 하고 다시 만든 회사에 들어오면서 금속노조에 가입했어요. 회사는 노동자를 노예로 봐요. 우리는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행복할 권리가 있는데 근무 시간에 화장실 가면 이름 적히면서 살고 있어요. 인간답게 살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네요. 민주노조가 없으면 우리는 더욱 회사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나와 내 동료들이 행복해지기 위해 싸울 거예요.
박인규(교선부장) : 사회가 발전했다 하는데도, 기계를 돌리고 사회를 움직이는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대우도 안 하고 쓰고 버리려고만 하니까 그 현실이 안타까워요.
민경복(대의원) : 사고가 있던 날도 바로 옆 동료한테 냄새가 나지 않았냐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냄새난다는 거예요. 다들 잘릴까 봐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참고 일하는 거죠. TV 광고를 보니까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하는데, 노동자를 무시하고 기계 취급하는 회사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겠어요?
조합을 만든 지 만 2년이 안 되다 보니 경험도 부족하고 아는 것도 많지 않았지만, 이번 사고로 노동조합은 회사가 노동자들을 어떻게 여기는지 배웠다. 그래서 노동조합, 그것도 민주노조가 왜 필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단다. 사고와 이후 활동을 보며 건강한 일터를 만드는 데 민주노조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함께 깨닫게 된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온 힘을 다하는 현대위아 평택지회 동지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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