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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리포트] 비자발적 실업, 뇌졸중 6배 높인다 / 2015.3 비자발적 실업, 뇌졸중 6배 높인다-실업,퇴직과 뇌혈관,심장질환 회원 | 김형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과) 실업과 퇴직, 그리고 건강 실업을 당하면 건강이 악화되는 건 모두가 짐작할 수 있는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직장을 잃는 것 자체가 엄청난 충격이며 스트레스가 된다. 이러한 스트레스가 사람 몸에 변화를 일으켜 건강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일상생활의 패턴이 바뀌고, 음주와 흡연 등 건강행태의 변화가 나타나고, 경제적 손실로 인해 다양한 문제가 드러나게 된다. 건강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반해 의료기관에 대한 접근도는 더 떨어지게 된다. 가족과의 갈등은 증폭되는 경우가 많고, 상처 받은 자존감은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꺼려하게 된다. 넓게 보면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가 말.. 더보기
월 간 「일 터」/[연구리포트]

[연구소 리포트] 비자발적 실업, 뇌졸중 6배 높인다 / 2015.3


비자발적 실업, 뇌졸중 6배 높인다[각주:1]

-실업,퇴직과 뇌혈관,심장질환


회원 | 김형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과)

 

 

실업과 퇴직, 그리고 건강

 

실업을 당하면 건강이 악화되는 건 모두가 짐작할 수 있는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직장을 잃는 것 자체가 엄청난 충격이며 스트레스가 된다. 이러한 스트레스가 사람 몸에 변화를 일으켜 건강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일상생활의 패턴이 바뀌고, 음주와 흡연 등 건강행태의 변화가 나타나고, 경제적 손실로 인해 다양한 문제가 드러나게 된다. 건강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반해 의료기관에 대한 접근도는 더 떨어지게 된다. 가족과의 갈등은 증폭되는 경우가 많고, 상처 받은 자존감은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꺼려하게 된다. 넓게 보면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가 말하는 스트레스의 정도는 사회마다 다를 수 있다. 직장을 잃은 사람에 대한 사회보장의 정도가 어떤지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

해고와 직장폐쇄에 의해 직장을 잃게 되는 비자발적인 실업의 영향은 당연히 그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하지만, 일반적인 퇴직은 어떨까? 일반적으로 퇴직 이후의 삶을 우리는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라 꿈꾸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고령의 노동자들은 퇴직을 하게 되는 경우, 해고와 같은 비자발적인 실업의 상태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현실을 경험하게 된다.

이 연구는 해고와 같은 비자발적 실업과 일반적인 정년에 의한 퇴직이 뇌혈관, 심장질환에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기 위해 진행되었고, 고령자 패널 자료를 이용하여 실업이나 퇴직 상태 이후 질병 발생을 추적 관찰하였다.

 


IMF 해고노동자, 사망률도 더 높았다

 

이미 여러 나라의 연구에서 실업과 건강의 관련을 밝힌 연구가 있고, 우리는 현실에서 이러한 연구가 무의미하게 이들의 관계를 목격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이를 드러낸 연구는 그리 많지 않다. 실업률이 증가할수록 자살이 증가한다는 연구, 실업을 경험한 사람에서 사망의 위험이 2배 증가한다는 연구, 실업이 암으로 인한 사망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등이 국내에서 진행되었다.

 

다른 나라 연구에서는 실업이 정신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것과 심혈관계질환의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가 다수 진행되었다.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과도한 음주, 높은 흡연율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연구들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실업이 건강에 주는 영향의 크기가 나라마다, 실업을 당한 집단마다, 실업을 당한 시기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2006년에 국내에서 실시한 연구에 의하면,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경제위기시에 실업을 경험한 경우, 사망의 위험이 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회보장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나라에서 발생하는 실업은 경제위기상황에서 그 영향이 더 두드러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영국에서 진행한 연구에서 남성 노동자에서, 육체노동을 하면서 실업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노동자에서 실업의 효과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확인되기도 하였다. 실업이라는 극도의 위기 상황도 그 나라의 사회 보장 체계와 개인의 소득수준 등에 따라 그 영향이 다를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45세 이상 노동자들을 6년간 관찰

 

고령자 패널은 45세 이상으로 표본 추출된 중고령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동일인에 대해 2006년부터 2년 단위로 노동시장 참여, 재정상태, 가족 및 사회관계, 건강 상태 등을 파악하고 있는 자료이다. 이 자료를 이용하여, 2006년에 심장질환, 뇌혈관 질환이 없었던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2012년까지 실업과 퇴직에 따른 이들 질환의 발생위험을 추적 관찰하였다. 4,000명의 대상자가 6 년 여간 추적관찰 자료에 포함되었다.

 

해고되면 뇌졸중 6배 증가

 

남성 노동자에서 실업 및 퇴직에 의한 심장질환, 뇌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증가하였다. 해고와 같은 비자발적 실업에 의해 뇌혈관질환은 6.2, 심장질환도 2.8배 증가하였다. 퇴직에 의해서도 뇌혈관질환의 위험은 4.5배 증가하였다. 두 질병을 합하면 해고에 의해서는 3.6, 퇴직에 의해서도 2.9배 질병 발생이 증가함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노동자에서는 그 영향의 정도는 조금 낮았지만, 위험은 남성노동자와 같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명: 위험의 정도가 통계적으로 의미 있음을 의미함. 2.768이 의미하는 것은 

고용을 유지한 사람에 비해 2.768배 심장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음을 의미함.

위 결과는 나이, 고혈압, 당뇨, 흡연, 음주, 운동, 비만을 보정한 결과임.



건강이 안 좋은 사람이 실업을 당한다?

 

이 결과가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실업에 따른 건강의 변화를 추적 관찰했다는 것이다. 실업 상태인 사람들이 취업 상태인 사람들보다 건강이 나쁘다는 현상만 살펴보면, ‘건강이 좋지 않거나, 생활 습관이 좋지 않은 사람이 실업을 당한다’, ‘그러니 실업 때문에 건강이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건강이 나빠서 직장을 잃는다고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결과는 애초에 심장질환, 뇌혈관 질환이 없었던 사람들, 그리고 당시에는 일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실업이나 퇴직을 겪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건강 상태가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본 것이다. , 건강이 실업에 미친 영향보다는, 실업과 퇴직이 건강에 미친 영향이 드러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정년에 의한 퇴직도 실업만큼 건강에 부정적일까?

 

본 연구의 결과가 음주, 흡연, 운동, 비만 등의 상태를 보정한 결과임을 고려하면, 일반적으로 퇴직이후 생활습관의 변화에 의해 심뇌혈관질환이 생기는 기전 외에도 다른 이유에 의해서도 건강 영향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퇴직이 일로 인한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궁핍과 사회적 관계의 단절을 경험하게 되는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퇴직 이후에도 경제적 필요가 많고, 국가가 이를 위해 책임을 갖지 않은 사회에서는 퇴직은 실업만큼의 고통일 수밖에 없다.

 


성별에 따라 실업 영향도 다르다

 

이번 연구에서는 여성보다 남성에서, 심혈관질환/뇌혈관질환과 실업의 관련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이 정신건강이나 우울 증상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본 이전 연구에서도 여성보다 남성에서 그 영향이 더 컸다. 그것은 남성 부양자-여성 가사책임자라는 사고방식이 이 사회에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여성들은 직장에서 임금 노동자로 일하는 시간 못지않게 많은 시간을 돌봄과 가사 노동에 쏟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실제로 그렇게 일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회는 집요하게 여성 노동자들에게 불안정한 직장, 적은 임금, 낮은 지위를 강요한다. 그래서 실업이나 퇴직이 여성노동자보다 남성 노동자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큰 것 같다. 사회는 남성 노동자가 실업을 당하면 곧바로 낙오자 취급을 하지만, 여성 노동자에게는 집에서 살림 하면 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미 많은 여성 노동자들에게 실업과 퇴직은 결혼, 출산, 육아 때문에 언제라도 닥칠 수 있는 일이 되어 버렸지 않은가.

 


맺으며

 

일을 하는 것도 고통이고, 일을 못하는 것도 고통인 사회. 실업에 의한 건강영향을 연구하는 것은 이런 아이러니를 경험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사회적 안전망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에서 일을 못한다는 것은 노동자 개인에게 상상 이상의 고통이 되는 것 같다.

사실, 지금 실업은 한 시점의 사건이라기보다는 고용불안의 연속된 선상에 위치한 극단점이다. 노동자로 일하는 시작부터 고용불안에 놓이게 되고, 해고는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 현실이 되고 있다. ‘비정규직 종합대책’,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라는 미명 하에 모든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만들겠다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국정 주요 과제인 시대다. 고용불안과 해고가 일상화된 사회는 노동자들의 삶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사회다





  1. 본 글은 실업과 건강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과 함께 다음 논문에 대한 주요 연구 결과를 담고 있다. “Kang MY, Kim HR. Association between voluntary/involuntary job loss and the development of stroke or cardiovascular disease: a prospective study of middle-aged to older workers in a rapidly developing Asian country. PLoS One. 2014 Nov 19;9(11)”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