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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안전사회를 그립니다 / 2017.10·11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안전사회를 그립니다안전사회시민네트워크(준) 창립준비위원장 송경용 신부 인터뷰나래 상임활동가 우리사회에서 '안전'문제는 주로 어떻게 다뤄질까. 흔히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안전모'다. 개인에게 장비를 지급하여 스스로 사고를 대응하고, 책임지는 것.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것이 변화했다. 안전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이라는 점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과 머릿속에 박힌 것이다. 지난 10월30일 서울NPO지원센터에서 오는 11월 정식 출범을 앞두고 있는 안전사회시민네트워크(준)[이하 안전넷]의 창립준비위원장 송경용 신부를 만나 우리 사회가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 안전문제와 안전넷의 설립 과정에 대해 자세히 들어 보았다. 안전넷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 더보기
월 간 「일 터」/[현장의 목소리]

[현장의 목소리]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안전사회를 그립니다 / 2017.10·11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안전사회를 그립니다

안전사회시민네트워크(준) 창립준비위원장 송경용 신부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우리사회에서 '안전'문제는 주로 어떻게 다뤄질까. 흔히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안전모'다. 개인에게 장비를 지급하여 스스로 사고를 대응하고, 책임지는 것.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것이 변화했다. 안전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이라는 점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과 머릿속에 박힌 것이다.

지난 10월30일 서울NPO지원센터에서 오는 11월 정식 출범을 앞두고 있는 안전사회시민네트워크(준)[이하 안전넷]의 창립준비위원장 송경용 신부를 만나 우리 사회가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 안전문제와 안전넷의 설립 과정에 대해 자세히 들어 보았다.

안전넷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세월호 참사 때문이었죠. 사람들이 많이 잊어버리긴 했지만 과거에도 반복적으로 크고 작은 사고들이 일어났었어요. 서해 페리호 사건, 씨랜드 사건, 삼풍백화점 붕괴, 가습기 살균제 문제 등 말이죠. 참사가 근본적으로 어디서부터 시작하는지, 뿌리를 뽑아야 하는데 그걸 관(官)에만 맡기면 안 돼요. 어떻게 시민의 힘으로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법과 제도, 정책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근본적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첫 번째로 사회의 패러다임을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존중하는 걸로 바꾸자고 했어요. 그동안 우리가 사람답게 사는세상을 외쳤는데, 가장 최우선에 생명과 안전이 있다는 거죠. 두 번째는 피해자의 눈으로 사건과 사회를 바라봐야 한다는 점이예요. 사건의 피해자는 해당 사건의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2, 3차로 피해를 입거든요. 세월호 피해자들에게 이제 지겨우니깐 덮자고 막말을 하기도 해요. 요새 늘 하는 얘기인데 산재로 상처 받는 사람들, 대형 참사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몇 명인지, 어디서 살고 있는지 몰라요. 사건이 일어나면 피해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지 않고 빨리 돈 줘서 끝내자, 덮자는 식의 보상배상 논리로 보죠. 그러니 피해자의 입장, 관점에서 사건을 보고 대응 하는 게 중요해요."

우리 사회에서 안전 문제는 사회 정책이나 제도, 회사의 의무와 책임이 아닌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동안 안전문제는 개인 탓으로 돌렸어요. '너'가 부주의해서, 우리가 아이들에게 학교 갈 때 길 조심하라고 하잖아요. 우리는 늘 아이에게 조심하라고만 했지 아이들이 다니는 '길'에 대해선 고민해본 적이 없어요. 환경이 안전해야 아이들의 안전이 보장되는 것인데 말이죠. 일터에서 노동자에게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우
정사업본부가 집배 노동자들에게 무제한 연장노동을 강제한다는데, 그것 자체가 용납할 수 없는 거죠. 어떻게 사람이 무제한 연장노동을 합니까. 기계도 아닌데요."

안전운동 의제 중 최근 논란이 되었던 문제가 핵발전소 재개입니다. 공론화위원회 재
개 결정을 두고 평가가 엇갈리기도 하는데요. 공론화 과정과 결정에 대해 어떻게 보
시나요? 그리고 핵발전소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의 규모가 38%로 확인됐습니다. 노
동자들이 불안정한 노동환경에 놓이면 안전이 보장되기 어렵다고 보는데요. 안전과
노동의 문제는 어떻게 연결고리를 찾아야할까요?

"사실 핵발전소뿐만이 아니라 우리 삶을 위협하는게 너무 많아요. 1년에 2천4백 명의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죽어요. 자살자 역시 1년에 3만 명이 넘습니다. 너무 끔찍하죠. 누군가 브레이크를 걸고 더 이상 안 된다, 단호히 조치를 취하는 게 필요합니다.

정리하면 첫 번째, 노동환경 자체가 안전해야 합니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똑같은 사람인데 안전해야죠. 안전 앞에서는 좌-우, 정규직-비정규직이 의미가 없어요. 우선 노동환경이 안전하냐, 안하냐 그걸 집요하게 물어봐야 해요. 두 번째는 위험의 외주화를 용납해선 안됩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르고, 비싼 노동과 값싼 노동으로 인간을 나누는게 상품화인거죠. 인간에게 등급을 매길 수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 영상메시지를 통해 '정부는 제도는
물론 관행까지 바꿀 수 있는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찾겠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안전문제를 대하는 태도와 관점이어떻다고 보시나요? 그리고 안전사회를 위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준비과정에서 대선 후보들이 다 약속했었어요. 문재인 대통령도 반올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도 했죠. 의지가 많다고 봅니다. 시민 안전, 노동 문제에 있어서 기대를 갖고 있어요. 우리도 함께 노력해야겠죠."

안전넷 활동을 해오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이신가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올해 4월 광화문광장에서 한 약속식입니다. 아직 출범 전 상태였죠. 반올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세월호 가족 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셔서 잘 치를 수 있었죠. 그때 대선 후보들에게 생명안전에 대한 약속을 받았고, 약속을 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던 행사라고 봐요. 그리고 첫 번째 이야기 마당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세월호 가족 분들을 만나 이야기 나눴을 때 너무 의미 있었고, 크게 감동 받았어요. 그때 가슴 떨린 감동의 힘으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정말 우리가 함께 해야 하는구나.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안전넷과 신부님께서 생각하시는 안전운동의 중요한 가치가 궁금합니다.

"사회적 환경, 노동환경을 비롯해 근본적으로 정부나 기업 등 책임 있는 주체들이 안전과 생명에 대해 인식하고, 제도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봅니다. 시민들도 '누가 알아서 해주겠지'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사회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조금 더 우리 사회가 품격 있는 사회, 물신주의를 넘어서 인간적인 사회로 만드는 중요한 운동인거죠."

안전넷이 11월 정식 출범하는데요. 어떤 계획과 취지에서 진행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준비 정도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노동안전보건운동을 하는 활동가와 단체들, 시민단체, 인권운동단체, 노동조합, 정당 등 개인과 조직이 연대할 수 있는 것들에 무엇이 있을까요?

"어떤 인권운동가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생명안전 운동이야말로 우리 사회 운동의 블루오션이라고요. 그동안 쪼개져서 사안별로 운동해왔어요. 근본적 질문, 어느 순간 길을 잃어버릴 때도 있고, 그 사안이 너무 힘들 때도 있고, 정말 이 방향으로 모아져야 한다 하면 할수록 그랬어요. 그러다가 생명안전 문제,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근본을 되돌아보
게 된 거죠. 우리가 무엇 때문에 어디를 바라보고 운동했는지요. 때로는 싸우고 등 돌렸지만, 다시 근본에 대해 성찰하고 돌아볼 수 있었어요. 우리가 각자 20~30년간 열심히 살아왔는데 좀 더 근본적인 성찰을 하면 힘을 모을 수 있겠죠. 행복의 첫 번째 조건은 안전하고, 건강해야 한다는 겁니다. 노동이 존중 받는 사회, 인권이 존중 받는 사회라는 말이 결국 동일해요. 하나로 힘을 합칠 수 있는 운동이라고 봅니다. 어떤 이론, 조건, 이념에 관계없이 말이죠."

그렇다면 신부님이 바라시는, 안전넷이 그리는 안전사회 모습은 어떤 걸까요?

"정부든 기업이든, 시민이든 생명과 안전이라는 가치가 모든 법, 제도, 정책에 우선순위가 되는 사회입니다. 그래서 어떤 정책과 제도를 만들 때 생명존중의 가치를 담고 있느냐, 이게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면 위험의 외주화도 없어진다고 봐요. 시민들도 안전문제를 생명에 대한 존중, 그렇지 않으면 생명에 대한 가치를 잃어버리게 된다고 봅니다. 얼마나 돈이 있느냐, 없느냐 그걸로 사람을 줄 세우고, 금수저, 흙수저 하면서 우리 사회의 가치가 전도 되어있어요. 궁극적으로는 시민들 사이에서 이런 운동을 통해 가치관이 바뀌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저희에게 들려주시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러 분이 꼭 읽어보셨으면 하는 책이 한 권 있어요. 19세기 영국의 사상가 존 러스킨이 쓴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라는 책입니다. 마태복음 성경에 나오는 포도원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침 9시부터 와서 일 한 노동자가 있어요. 그리고 일이 다 끝난 후 오후 4시에 온 노동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포도 농장주가 둘에게 임금을 똑같이 줘요. 아침 9시에 온 노동자가 문제를 제기합니다. 그랬더니 농장주가 뭐라고 하냐면 '그건 자네하고 한 약속이다. 이 사람은 하루 종일 일자리를 못 구해서 헤매다왔다. 게을러서 그런 것이 아니다.' 

즉 임금은 그 사람이 몇 시간 일 했느냐를 기준으로 주는 대가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걸 초월 하는 거죠. 사람이 한 인간으로서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재충전하고, 가족과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문화를 향유하는 것이 노동에 대한 대가이고, 그것이 함께 우리가 지녀야할 의무인거죠. 뜻하는 바가 많은 책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쉽게 '인적자원'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이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면 해요. 사람을 상품화하고, 도구화 하는 용어는 주의해야 합니다. 그 말 속에 담겨 있는 생명에 대한 태도, 자본주의식 사고인거죠. 안전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부터 바뀌었으면 합니다."

※ 11월23일 목요일 저녁7시부터 프란치스코교육회관 410호에서 '생명안전시민넷' 창립식이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