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 상식이 통하는 회사, 평범한 삶을 위해 우리는 싸웁니다 /2017.7

상식이 통하는 회사, 평범한 삶을 위해 우리는 싸웁니다

- 전국금속노조 만도헬라비정규직지회 파업 투쟁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고층 건물과 인공 운하, 화려한 야경을 자랑하는 인천 송도 국제도시. 이곳에 위치한 자동차 전자부품생산공장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노동자들의 일상은 화려함과 거리가 멀다. 생산공장 노동자 354명 전원 비정규직인 '100% 비정규직 공장' 만도헬라에서 드디어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그러나 사측은 대화가 아닌 탄압으로 노동조합을 대하고 있다. 100% 비정규직 공장에서 그간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왜 노조를 만들고 파업을 하고 있는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공장 앞 농성장에 찾아갔다. 


지난 6월 23일 진행한 이 인터뷰는 만도헬라비정규직지회 김태섭 사무장, 안정훈 조직부장, 한샘 여성부장, 홍광수 노안부장이 함께했다.


김태섭 사무장에게 노동조합을 만들게 된 계기에 관해 물었다.

"노동조합 설립 준비는 작년 11월부터 했고, 올해 2월 설립총회를 했습니다. 조합원들이 임금에 대해 불만이 많았어요. 결정적 계기 중 하나가 통상임금인데, 기존 상여금이 400%였는데 회사에서 통상임금 적용해 기본급화 시킨다고 해서 300%를 시급으로 전환했죠. 표면적으로 시급은 굉장히 높아졌는데, 그걸 빌미로 임금인상이 없었어요. 그리고 이 회사가 365일 쉬는 날이 없어요. 설, 어린이날, 추석, 크리스마스 전혀 못 쉬어요. 12시간 주야맞교대로 일하면서 운영하다 보니 장시간 문제도 컸죠. 그래서 몇몇 친한 동료들과 '이대로는 안 된다, 우리도 노동조합을 만들자.'는 판단을 했어요."


안정훈 조직부장은 임금과 노동시간 문제 외에도 그동안 회사가 얼마나 비인간적이었는지 털어놓았다.

"동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원청 직원에게 가봐야겠다고 했더니, '네가 지금 가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냐, 가지 마라'고 했어요. 정말 비인간적이죠. 그리고 출근하다 교통사고가 나서 머리에 피가 나서, 전화해 출근 못 하겠다고 하니깐 대충 치료하고 오라고 한 적도 있어요. 여성 직원은 성희롱 당해서 얘기했는데, 가해자는 한 달 감봉만 당하고 본래 부서로 복귀했어요. 결국 피해자인 여성 직원은 가해자 얼굴 못 보겠어서 퇴직했고요."


만도헬라는 전체 고용인원 700명 중 생산직은 비정규직, 사무직은 정규직으로 분리하고 임금, 고용, 복지 등 전반적 노동조건에서 비정규직을 차별했다.

사무장 "임금은 정규직 절반 정도예요. 근무시간은 정규직의 경우 주5일 근무에 주간근무만 하고, 비정규직은 주7일에 12시간씩 주야맞교대죠. 회사에선 비정규직 연봉이 3천5백에서 4천만 원이라고 하는데 실제 그돈을 받으려면 주야맞교대로 1년에 10번~15번만 쉬어야해요. 실제 저는 기본급이 145만 원 정도인데, 200만 원 이상 받으려면 잔업과 특근을 안 할 수 없죠. 그리고 복지라고 할 것도 없어요. 밥만 정규직과 식당에서 같이 먹어요."


한국사회에서 노동자의 권리는 척박한 데 비해, 노동조합 가입률은 2천 노동자 중 200만 명, 약 10%정도다. 게다가 어렵게 노조를 만든다 해도 자본은 노동3권은 무시한 채 오로지 노조깨기에 혈안이다. 이렇게 노동조합을 만들기 쉽지 않은 현실에서 간부들은 우선 노동조합 편견 깨기에 공들였다.

사무장 "저희 조합원들은 연령대가 20~30대로 낮아요. 관심도 없었죠. 저부터도 노조 활동하기 전엔 뉴스로 안 좋은 모습 접하다 보니 막연한 거부감이 있었어요. 그거 깨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죠."


개인으로 있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이란 조직으로 뭉치고, 함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현장에 변화가 일어났다. 권력 관계가 동조합으로 기운 것이다.

사무장 "과거에는 관리직들이 시키면 당연히 해야 하고, 주말 근무나 잔업도 얘네가 스케쥴 짠 거에 의해서 통제당했죠. 노조 생기고 나선 본인이 하기 싫으면 안해도 되는 거구나를 이제야 조금씩 느끼며 인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현재 만도헬라비정규직지회는 ▲불법파견 인정 및 정규직 전환 ▲부당 인사 명령 철회 및 부서 원상회복 ▲장시간 노동 축소 및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5월 31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전 하청업체 두곳과 11차례 교섭을 했는데, 단 한 번도 사측 제시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지방노동위원회 조정 받는 날 겨우 기본 단협안을 제출했는데 내용이 너무나 부실했다고 한다. 그날 조정중지가 떨어졌다.

사무장 "하청업체 서울커뮤니케이션과 쉘코아가 순차적으로 제출한 기본 단협안 내용이 똑같았어요. 이걸보면 원청 개입이 확인되죠. 교섭하는 과정에서 하청업체는 노조와 교섭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노조의 요구안을 들어줄 능력이 없다는걸 잘 알고 있어, 실제 결정권한을 가진 원청에 대화하자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도리어 회사는 계약해지 및 부당인사 명령을 내렸어요. 당한 부서가 노조 임원간부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에요. 노동조합을 와해시키려는 의도죠."


조직부장 "품질부서 대상으로 인원축소를 했어요. 품질 하던 사람들이 다 생산라인으로 보내졌죠. 품질에 5명 정도 소수로 남겼는데, 그 소수는 입사한지 얼마 안됐거나 사측 말을 잘 듣는 사람들이에요."


파업하면서까지 지키려는 만도헬라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의 바람이 담긴 단협안의 주요 내용을 물었다.

사무장 "임금요구안은 금속노조 동일요구예요. 그 외 성과금, 상여금, 교대제 개편에 대한 노조와의 논의, 차후 개선을 해나가기 위해 합의체를 꾸리자는 것이 가장 큰 핵심이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노조를 인정 받는 거예요."


만도헬라는 형식적으로 2곳의 도급업체와 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제로는 원청인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의 지휘·명령을 받는다. 지난 3월 노조는 원청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원청은 발빠르게 증거를 은폐하고 있다고 했다.

조직부장 "고소고발 준비 과정에서 저희가 자료를 입수했는데요. 원청 직원들이 로고를 다 지우고, 싸인 승인 받았던 것도 지우더라구요. 불법파견 증명할 자료가 어마어마하게 많은데도 안하고 있어요."


게다가 파업에 돌입하자 대체 생산을 위해 관리직, 아르바이트생을 투입했다. 대체생산 부품은 현대, 기아차 완성차 브레이크 장치인데 불량품이 속출하고 있어 시민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조직부장 "브레이크와 핸들 생산을 현재 아르바이트생들이 하고 있어요. 정말 큰 사고가 날까 봐 걱정이 커요."


안전 문제는 만도헬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일하며 어떤 안전 사고가 발생했는지 물었다. 회사는 산재는 물론이고, 기본적인 사고 조차 다 개인에게 떠맡기는 식이었다.

사무장 "산재는 노조 설립 이전에 거의 없었죠. 다쳐도 회사에서 공상 처리해주거나 그것마저도 안해줬어요. 노동자들은 회사에서 공상처리로 돈 내주면 다 끝났다고 생각하거든요. 심지어 제가 있는 부서는 회사 차량을 못 쓰는 상황이라고 개인차를 쓰라고 했어요. 개인차를 가지고 갔다 사고가 났는데, 그것도 개인 보험으로 해야 했죠."


조직부장 "심지어는 회사용 업무 차 사고가 나서 차가 조금 찌그러졌어요. 그런데 블랙박스도 차에 없고, 운전자도 모르는 상황에서 너희 팀이 타는 차니까 돈 모아서 수리하라고 하더라고요. 차 보험 들었냐고 물으니, 그래도 저희보고 돈 내라고요."


중량물을 다루다 보니 현장에선 끼임사고, 찰과상, 타박상이 빈번하다. 다행히 노조가 생긴 후 사고에 대해선 산재신청을 하며 대응하고 있었다. 과거에는 MSDS(물질안전보건자료)도 없었지만, 2014년 간호사를 채용해 비치하고 해골무늬 스티커를 붙였다. 하지만 정작 노동자들은 보호 장비조차 챙길 시간이 없다. 생산량에 쫓겼기 때문이다.

사무장 "사실 노동 안전문제 관련해 단협에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내용이 기본적으로 다 들어있어요. 그중 저희는 '작업중지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죠. 동료가 다쳐 피를 흘리고 병원에 실려 갔는데도, 그걸 다 목격하고 지켜본 동료는 그 자리에 들어가 일을 해야 해요. 어떻게 그 작업을 할 수 있겠어요. 안전이 담보가 안 되는데요."


얼마 전 사측은 노조와 대화 없이 일부 생산라인을 3조2교대로 변경했다. 이유는 부하율이 높은 생산라인 5개(약 120명)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교대제 변경에 대해 노조가 대화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사무장 "노동시간 단축하는 교대제 변경은 저희도 고민이죠. 그런데 이번 교대제 변경은 인사발령과도 연계됐어요. 강제 인사발령을 하지 않으면 교대제 변경 수용은 어려워요. 인력충원 전혀 없이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보내졌죠."


만도헬라의 건강한 일터 지키기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됐다.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원청과 하청업체의 합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조합원들은 씩씩하게 웃음을 잃지 않고 있다. 투쟁 속에서 노동조합 결성 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물었다.

사무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긴 해요. 생각할게 많고,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그래도 좋은 점은 야간노동을 안 하는거요. 지금은 해 떠있을 때 일하고 저녁에 집에 가면 애들을 볼 수 있죠. 남들 잘 때 저도 자고요. 이런 평범한걸 못했으니까요." 


노안부장 "쉴 때 눈치 안보고 쉬는게 좋아요. 원청에서 쉬는걸로 강제를 많이 했는데 그게 너무 싫었거든요. 저희한테 원청 직원이 짜증도 많이 냈죠. 그런데 지금은 삶의 여유가 생겼죠."


삶의 질이 좋아졌냐는 질문에 한샘 여성부장은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전엔 집에 가면 오늘은 몇 시에 자나, 일어나서 8시 30분까지 출근하려면 집도 먼데. 그러려면 6시 30분엔 일어나야 하는데, 일 끝나고 밤 9시에 집에 가면 밤 10시고, 씻고 뭐 하고 바로 자더라도 잠도 바로 안오거든요. 그런데 이제 사람이 생각을 하게 되요."


만도헬라에 대해 기사 검색을 해보면 비정규직 '100% 공장, 악마의 일터'라는 제목이 많이 나온다. 과연 이곳에서 일 하는 노동자들은 이렇게 불리는 일터를 어떻게 바꾸고 싶어할까 궁금했다.

사무장 "상식적이면 좋겠어요. 구조나 대우나. 저도 기사를 보더라도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 싶어요. 7~8년 근무했지만, 다들 참은거죠. 만약 회사로 다시 돌아가 일을 하면 상식적인 공간이 도면 좋겠어요."


노안부장 "원청 직원이랑 우리랑 차별없이 똑같이 다니고 싶어요. 저도 개선 요청하려고 이메일을 몇 십통씩 보냈는데 개선이 안됐어요. 나를 위해서가 아니고 회사를 위한건데도 안들어주더라고요. 동료들은 매일 힘들다고 이야기하는데, 저는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너무 속상했죠."


마지막으로 아직 만도헬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투쟁 소식을 모르는 분들과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를 구독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지 물었다.

사무장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어요. 본인과 동떨어진 일이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실제로 겪어보지 않으면 잘 모르죠. 하지만 만연한 문제죠. 눈에 띄지 않게 어디에나 이런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그래서 노동문제나 환경개선, 현실에 대한 고민들을 같이 해보면 좋겠습니다."


여성부장 "우리나라에 국한된 건지 모르겠는데, 권리를 찾기 위해 나서는 사람들에게 가만히 참지 유난을 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회사에서 비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걸 바로잡자고 하는 활동에 유난이다, 이기적이라 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노안부장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연대해야 해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안하면 계속해서 비정규직이 양산되겠죠. 그렇게 생각하고 서로 도와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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