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리포트] 과로 평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1) /2016.10

과로 평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1)

- 2015년 근로복지공단 패소 뇌심혈관계질환 사례 분석

 

 

 

이혜은 노동시간센터

   

 

뇌심혈관질환 산재승인의 어려움

과로사라는 말은 흔히 일상에서 마주치지만 실제로 과로와 관련되어 뇌심혈관질환을 산재로 승인받기란 쉽지 않다. 근로복지공단에 처음 산재신청을 하여 불승인 되면 몇 가지 구제방법이 있는데 해당 노동자는 관할 근로복지공단에 심사청구와 고용노동부 산업재해보상보험 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할 수 있다.

 

또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법원의 판결을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이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사건은 최초 또는 심사, 재심사 과정에서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업무상재해, 질병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으나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업무상재해, 질병으로 판단하여 산재보상이 이루어진 경우이다.

 

2014년 기준 근로복지공단의 행정소송 패소율은 발표된 통계상 11.2%로 낮은 수준이지만 공단은 패소가 예견되는 사건에 대해 조정을 요청하여 소송을 취하하고 업무상재해/질병으로 승인하는 경우가 많다. 근로복지공단의 소송상황분석보고서에 의하면 취하사건은 2012375, 2013446, 2014586건에 달한다. 결국 이를 고려하면 2014년 기준 패소 사건 185건과 취하 사건 586건 중 상당수가 근로복지공단에서 불승인하였으나 최종적으로 인정된 사례이다. 결국은 산재로 인정받을 것을 소송을 위한 비용부담과 기나긴 시간의 소모, 정신적인 고통으로 피해를 입은 셈이다. 더욱이 소송비용과 시간의 여유가 없는 노동자는 행정소송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하고 바로 포기할 수밖에 없어 취약한 노동자에게 더욱 불공정한 형평성의 문제까지 있다.

 

이러한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에서 최대한 폭넓게 업무상질병을 인정하여 행정소송 판단과의 간극을 좁히고 행정소송의 필요성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법원의 판단과 근로복지공단의 판단 기준이 어떤 면에서 차이가 났는지를 분석해 보고자 2015년 근로복지공단의 뇌심혈관질환 패소사건 43례에 대해 분석하였다.

 

현행 뇌심혈관질환 업무상질병 인정 지침 

근로복지공단의 판단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과로 평가의 가이드가 되고 있는 고용노동부고시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 - 고용노동부고시 제2016-25, 2016.7.1., 일부개정

 

.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

1.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이하 이라 한다) 별표 3 1호 가목 1)에서 업무와 관련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정도의 긴장·흥분·공포·놀람 등과 급격한 업무 환경의 변화로 뚜렷한 생리적 변화가 생긴 경우란 발병 전 24시간 이내에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의 발생과 급격한 업무 환경의 변화로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병변 등이 그 자연경과를 넘어 급격하고 뚜렷하게 악화된 경우를 말한다.

 

. 영 별표 3 1호 가목 2)에서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및 업무 환경의 변화 등으로 발병 전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이 증가하여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인 과로를 유발한 경우발병 전 1주일 이내의 업무의 양이나 시간이 일상 업무보다 30퍼센트 이상 증가되거나 업무 강도책임 및 업무 환경 등이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동종의 근로자라도 적응하기 어려운 정도로 바뀐 경우를 말하며, 해당 근로자의 업무가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휴일휴가 등 휴무시간, 근무형태업무환경의 변화 및 적응기간, 그 밖에 그 근로자의 연령, 성별, 건강상태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 영 별표 3 1호 가목 3)에서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및 업무 환경의 변화 등에 따른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로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인 부담을 유발한 경우란 발병 전 3개월 이상 연속적으로 과중한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발생시켰다고 인정되는 업무적 요인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 경우 해당 근로자의 업무가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휴일·휴가 등 휴무시간, 교대제 및 야간근로 등 근무형태, 정신적 긴장의 정도, 수면시간, 작업 환경, 그 밖에 그 근로자의 연령, 성별, 건강상태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되, 업무시간에 관하여는 다음의 사항을 고려한다.

 

1)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와 발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

2)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라도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와 발병과의 관련성이 서서히 증가하며, 야간근무(야간근무를 포함하는 교대근무도 해당)의 경우는 주간근무에 비하여 더 많은 육체적·정신적인 부담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이 크게 급성과로, 단기과로, 만성과로를 평가하며 노동시간은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

 

과로평가의 문제점

분석하였던 43례의 사건 판결문을 검토한 결과 다음과 같은 과로평가에서의 문제점을 발견하였다.

 

1) 업무범위의 편협한 해석

공단은 출근부터 퇴근까지(휴식/대기시간도 제외한) 직접적인 근로에 대해서만 업무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비해 법원의 경우 업무와 관련하여 불가피하게 수행하여야 하는 활동에 대해서도 폭넓게 업무로 인정하였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 영업직원의 고객(의사 등 병원직원)과 동반한 주말산행이나 일상업무가 국내의 장거리 출장이 포함되는 경우 출퇴근(출장지 이동)시간을 업무로 인정했다

 

2) 교대근무/야간노동에 대한 고려 부족

교대근무/야간노동을 한다는 것은 주간근무만 하는 것에 비해 큰 부하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절대적인 노동시간만을 따지는 것 뿐 아니라 노동시간의 배치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고시에도 불구하고 공단의 심의에서 이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 경우들이 확인되었다. 한 사례에서는 평소 3교대근무를 하다가 발병 1달전부터 2교대근무로 바뀌면서 부하가 늘었고 과로 기준에 인접한 노동시간 일하였으나 공단에서는 고용노동부의 심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불승인하였고 법원에서는 전체 시간이 기준에 근접하며 이 중 야간근로의 비중이 크다는 점을 들어 승인했다.

 

3) 노동시간 산정시 대기시간/휴식시간 배제

직종에 따라 업무 수행 중 작업 공정 상 불가피하게 대기시간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으며 주로 경비직/운전직에 해당된다. 경비직의 휴식시간/수면시간의 경우 보통 휴식을 취하기에는 열악한 사업장에서 정해진 장소에 구속되어 있고 휴식시간 중이라도 민원/사고의 발생시 이를 처리해야 하는 특성이 있으나 이에 대해 공단은 노동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버스운전기사의 심근경색 사례에서 근로복지공단은 운행일지에 근거해 운전시간만을 노동시간으로 산정해 하루 4.5-5시간 운전하여 노동시간이 짧다는 이유로 불승인하였고 법원에서는 대기실의 환경이 열악하고 배차가 되는 경우 운행을 해야 하는 조건을 고려하여 업무의 연장으로 해석하여 과로로 보았다.

 

4) 휴일부족/연속근무에 대한 고려 부족

공단에서는 만성과로의 평가에 있어 12주간의 총 노동시간에만 주로 초점을 맞추어 평가하고 있으나 법원의 판결에서는 정해진 휴일이 없이 상당기간 연속근무가 있을 경우 과로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외딴 섬에 파견되어 조경업무를 하였던 근로자가 26일간 정해진 휴일 없이 근무하였으나 공단에서는 발병 전날과 전전날에 우천으로 작업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과로가 아닌 것으로 판단했고 법원은 정해진 휴일 없이 장기간 근무한 것을 고려하였다.

 

5) 노동시간 이외 업무량 평가 지표 고려 부족

과로에 대한 평가는 노동시간 뿐 아니라 단위 노동시간 동안의 업무량을 고려해야 한다. 인력의 감축, 물량의 변화 등 다양한 지표로 평가가 가능하고 상당히 객관적이고 정량적으로 평가도 가능하다. 그러나 공단은 노동시간 외의 업무량 지표를 인정하지 않은 사례를 법원은 인정하는 경우가 있었다. 가령 수상운수

업 회사의 환경미화원 뇌출혈 사건에서 단풍철 행락객의 증가로 유람선 이용객 수가 발병 전월 일 평균 154명에서 발병 당월 일 평균 442, 발병 당일 873명으로 증가한 자료에 근거해 급격한 업무량의 증가로 판단했다.

 

6) 만성적인 과로 상태를 적응상태로 평가

이는 법원의 판결문에서 발견된 문제점이다. 만성과로의 개념은 산재보상보험법 시행령에도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에만 치우쳐 장기간 힘든 일을 수행한 점은 익숙해졌으므로 영향이 없다는 평가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버스기사의 돌연사 사례에서 발병 전 12주간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68시간에 달했으나 1심 판결에서 약 2년 이상 버스운전업무를 하였으므로 업무환경에 충분히 적응했다는 것을 불승인의 한 사유로 제시했다.

 

7) 촉발요인으로서 고된 육체노동, 급성 심리적 스트레스, 물리적 환경의 고려 부족

심장사고에 있어 촉발요인(trigger, 방아쇠)의 역할은 많은 연구에서 밝혀져 있고 심한 육체활동, 급성 심리적 스트레스, 추위나 더위 등이 이러한 촉발요인에 해당된다. 고시에도 이미 촉발요인으로서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나 공단의 촉발요인 인정기준은 과도하게 높은 것으로 보인다. 주차관리노동자의 심근경색 사례에서 평소 주차관리업무를 하다가 눈이 내려 평소보다 1시간 이상 일찍 출근하여 약 1시간 동안 주차장 제설작업을 하던 중 쓰러진 사건에 대해 신체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과중한 부담이아니라고 판단하였다

 

8) 스트레스의 질적인 측면 고려 부족

정량적/객관적인 평가가 어렵지만 업무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 관계갈등, 감정노동, 고용불안 등 업무와 관련된 다양한 질적 측면이 존재하며 이는 업무 부하를 높이는 요소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이를 고려하지 못하는데 법원에서는 첫 국외 출장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을 노동강도를 높인 요인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있었다.

 

개선방안과 앞으로의 과제

근로복지공단의 행정소송 패소 사건들을 검토하면서 근로복지공단의 편협한 과로 평가가 확인되었다. 행정소송을 통해 인정될 사례들을 근로복지공단의 심의에서 인정하게 된다면 해당노동자의 경제적 부담과 시간 소모를 줄이고 정신적인 고통 역시 줄일 수 있으며 행정소송을 포기하는 다른 많은 노동자들도 함께 구제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과로의 평가에 있어서 고용노동부 고시의 기준시간 여부 이외에도 활용할 수 있는 많은 정보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보다 폭넓은 과로의 인정이 될 수 있어야 하며 야간근무, 대기/휴식시간에 대한 평가에 있어 일정수준의 가중치를 매기는 합의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업무관련성의 판단에 참여하는 질병판정위원, 자문의, 공단 직원 등의 지속적인 교육과 사례 배포, 심의한 사례의 최종 결과 피드백이 이루어지도록 공단의 노력이 필요하고 더 나은 업무상질병 여부 결정을 위해 많은 관련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연구소 리포트] 창조컨설팅이 만들어낸 가학적 노무관리 /2016.09

창조컨설팅이 만들어낸 가학적 노무관리

- 유성기업 노동자 괴롭힘 및 가학적 노무관리 양적조사 보고 결과



명숙 인권운동사랑방/유성기업 괴롭힘 및 인권침해 사회적 진상조사단


“지금 바라는 것은 심야노동 폐지보다 괴롭힘 상황이 당장 중단되는 거예요.”


유성기업에서 벌어진 괴롭힘을 조사할 때 조합원이 한 말이다. 심야노동폐지로 시작된 싸움이지만 이제는 그걸 생각할 상황조차 되지 않을 만큼 괴롭힘으로 인해 겪는 고통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이하 유성지회)는 2011년 주야2교대를 주간2교대로 바꾸는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불이행하는 회사에 맞서 싸웠다. 회사는 불법적으로 직장을 폐쇄하고 용역깡패들을 동원해 폭력을 행사했다. 그들은 조합원들에게 소화기를 던지고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차로 치고 달아나기까지 했다. 결국 노동청의 중재로 노동자들은 공장에 복귀했지만 노동자들의 생활은 예전과 달라졌다. 사측이 만든 기업노조인 2노조에 가입하라는 회유와 협박, 차별, 괴롭힘은 상상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노조 파괴 전략으로서 직장 내 괴롭힘은 매우 치밀했고 다양한 방법을 지속적으로 사용했다. 계획된 조직적 괴롭힘은 못된 관리자가 평직원을 괴롭히는 수준을 수십 배 능가했다.


올해 1월부터 ‘유성기업 괴롭힘 및 인권침해 사회적 진상조사단(이하 유성조사단)’에서 조사한 괴롭힘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3월 17일 고 한광호 노동자가 돌아가신 후 잠시 중단된 조사활동이 재개되어 며칠 전 양적 조사 결과가 나왔다. 양적 조사는 사전 면접조사나 집단 면접 조사과정에서 나온 사례들을 바탕으로 괴롭힘의 양상과 대응, 조합원의 상태 등에 대해 질문하고 그 응답을 수치화하여 유성기업 괴롭힘을 보여준다. 괴롭힘의 대상이 민주노조 조합원이었기에 조사 대상은 유성지회 조합원으로 한정했다. 설문에 참여한 사람은 241명으로 전체조합원 306명의 78.8%다.


이전 조사인 ‘KT직장 내 괴롭힘’이나 ‘사무금융노동자 직장 내 괴롭힘’ 과 다르게 설계한 부분은 가학적 노무관리를 묻고 괴롭힘 대응과정에서 긍정적인 점은 무엇이었는지를 짚은 것이다. 유성기업에서 벌어진 괴롭힘은 일상적인 직장 생활에서 벌어진 괴롭힘이 아니라 유성기업과 현대자동차, 창조컨설팅이 공모하고 기획한 사건이며, 그에 대한 대응도 노조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고려한 것이다


창조컨설팅이 만들어낸 가학적 노무관리 매뉴얼

가학적 노무관리의 경험 관련 항목은 조합원 집단면접과 주요 간부 면접, 자료 조사 등 사전활동으로 만들었다. 조사단이 조합원들에게 지난 5년간 힘들었던 경험을 물었을 때 조합원들은 관리자들이 사측 노조에 비해 차별하고 매일 녹음기와 몰래카메라를 들이대니 생활이 자유롭지도 않다고 했다. 게다가 징계와 해고에 생활이 불안하며, 고소고발이 많아 경찰서와 법원에 오가느라 힘들다고 했다.


그런데 조합원들이 경험한 괴롭힘은 놀랍게도(아니, 놀랍지 않게도) 창조컨설팅과 기업이 공모한 ‘노조파괴 시나리오’ 내용과 일치했다. 창조컨설팅이 2011년 작성한 첫 번째 전략회의 문건인 「유성기업(주) 불법파업 단기 대응 방안」에는 회사의 대응기조로 철저한 채증 및 철저한 책임추궁 - 형사 →민사(가압류) → 징계 →민사(손해배상)을 제시하였다. 검찰이 압수수색한 문건과 이메일에는 더 많은 것들이 있었다. “사측 노조 조합원 확보를 위한 차별, 징계경감, 업무복귀 후 관리 가능한 부서배치 및 관찰일지 작성을 통한 밀착감시, 승진·인사차별, 특별생산기여금 차별 등의 임금차별, 사측노조에 대한 잔업, 특근, 승진 약속” 등이 나와 있다.


이것을 반영한 가학적 노무관리 경험 설문 문항은 ‘(1)부서이동 또는 퇴사 강요, (2)복지혜택(휴가, 병가, 육아휴직 등 포함) 사용 불가, (3)성과급 및 승진 불이익 (4)부당 해고, 출근정지(정직) 등의 징계, (5)임금삭감, (6)경고장, 97) 일상적인 감시(화장실 통제, 몰래카메라, 녹취), (8)고소고발, (9)사측 노조와의 차별(단체교섭 미룸, 임금체계-업무배치 차별, 징계 등)’이다. 응답 결과는 예상대로 매우 높은 수치가 나왔다. (1)과 (2)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가학적 노무관리를 경험했다. 성과급 및 승진에서의 차별 50.9%,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해고나 징계43.8%, 사소한 이유나 정당한 사유가 없이 경고장 66.5%, 임금삭감 76.5%, 화장실 통제, 몰래카메라, 녹취와 같은 일상적 감시 53.4%, 고소고발 52.1%, 사측 노조와의 차별 82.9%였다. 특히 임금삭감과 사측 노조와의 차별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80%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미 노무관리가 가학적이라는 말 속에 문제가 무엇인지 드러난다. 노조활동을 못하게 하거나 민주노조를 탈퇴하고 어용노조에 가입하게 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괴롭히는 방향의 노무관리가 가학적 노무관리다. 그런 점에서 괴롭힘과 가학적 노무관리는 매우 맞닿아있다. 무엇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의할 것인가, 무엇을 가학적 노무관리로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겠으나 가학적 노무관리는 괴롭힘을 노무관리의 기법으로 사용한, 기업의 의도성이 분명한 괴롭힘이다.


노조파괴를 위한 노무관리는 괴롭힘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창조컨설팅이 일정하게 유형화한 노조파괴 매뉴얼과 쌍을 이룬다. ‘교섭거부-단협해지-직장폐쇄-어용노조 설립-민주노조 조합원 징계 및 해고-고소 고발’은 대표적인 노조파괴 매뉴얼이다. 또한, 유성기업은 민주노조 탈퇴를 위한 가학적 노무관리를 구체화했는데, 요약하면 ‘어용노조와의 임금 및 성과급, 승진 차별, 일상적 감시, 폭력과 폭언, 폭력유발과 징계 및 해고, 고소고발’이다.


괴롭힘을 경험한 노동자 67%, 감시와 징계 많아 괴롭힘과 관련한 구체적 행위를 얼마나 경험했는지 20개의 문항으로 물었다. ‘모욕적 언행, 대인관계(따돌림 등), 업무관련 괴롭힘(업무과다 및 배제), 감시통제, 신체적 괴롭힘, 성적 괴롭힘’의 영역인데 참여자의 67.6%가 괴롭힘을 당했고 거의 매일 괴롭힘에 노출된 사람들이 4명 중 1명이나 됐다. 이 중 감시 통제(월1회 이상 32.9%)와 징계 협박(월 1회 이상 31.6%)이 매우 높았다. 2번 이상의 징계를 받은 조합원이 83명에 이르며, 한 명은 4번에 걸쳐 징계를 당하기까지 왔다. 징계도 사측 노조와 비교해 민주노조 조합원에게 차별적으로 집중되고 있는데 해고, 출근정지, 정직을 받은 총인원 217명 중 유성지회 소속 노동자가 214명이고 사측노조인 제2노조 소속 노동자는 3명이다. 또한 노조 간부가 평 조합원보다 괴롭힘 경험 빈도가 더 높았는데 3개 이상의 괴롭힘 행위를 경험자가 평조합원에 비해 노조 간부가 약 15% 더 높게 나타났다.


회사가 노동자들에 대한 관찰일지를 쓰기까지 하며 일상적으로 밀착 감시를 하다 보니 감시는 차별과 폭력, 경고, 징계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민주노조 조합원이 야간근무를 하다 졸고 있으면 관리자가 달려와 경고하고 협박하지만, 사측노조 조합원이 졸고 있으면 아무런 제지가 없는 경우다.


사법적 괴롭힘이 가능한 기업편향적 경찰과 검찰의 태도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은 고소고발 등 법체계를 악용한 사법적 괴롭힘이 많은 것이다. 4건 이상 재판에 회부된 조합원이 33명에 이르며, 한 조합원은 15건이 회부되기도 했다. 대부분 불기소처분 되거나,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있지만 엄청난 정신적 압박을 주고 있었다. 고인이 된 한광호 노동자의 경우도 11건이나 고소됐는데 이중 2건만 기소되고 나머지는 무혐의처분 받았다. 이것이 가능하게 한 것은 경찰과 검찰의 기업편향적 태도이다. 


검찰은 유성기업 관리자들이나 사측노조가 한 고소고발은 신속하게 하는 반면 유성지회가 한 고소고발은 더디거나 무혐의 처분했다. 심지어 검찰은 2011년 5월 18일 이후 유성기업이 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하여는 단 한건도 기소하지 않았다. 유성기업 대표이사 유시영 등 7명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 및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의 점에 대해 불구속 기소했다.(유성지회 노동자들의 재정 신청 노력으로 재판이 다시 진행 중이다.) 현대차의 개입이 분명한 자료를 입수하고도 검찰은 그걸 감추고 있었다.


생계고는 심해지고 인간관계는 파괴돼

차별은 징계만이 아니라 회식 자리, 휴가, 승진, 심지어 임금과 상여금에서 심각하게 일어났다. 특히 관리자들의 자의적인 임금 삭감(화장실 다녀온 시간을 제외하는 식)이 많아지고 출근정지나 고소고발로 경찰이나 법원에 가다보니 임금 총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5년간 임금이 감소했다는 답변이 95%나 됐으며 절반 이하로 임금이 줄었다는 응답자도 23.1%나 됐다. 생활비 부족과 부채가 증가해서 생활하기 힘들다는 답변이 99.1%에 이르렀다.


그러다보니 사회경제적 조건과 건강에 대한 분야응답도 동료 관계 악화(54.3%), 가족 관계 악화(55.6%), 대인 관계 및 사회활동 기피(58.7%)가 매우 높았다. 괴롭힘의 영향은 공장안에 머물지 않고 가족과 다른 인간관계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노동자들이 파악한 괴롭힘의 목적은 노조 무력화

조합원들은 5년간 싸우면서 괴롭힘의 원인과 목적이 회사가 기획한 노조파괴 전략임을 알고 있었다. 괴롭힘의 원인으로 회사의 노무관리(81.5%)와 인력감축 같은 회사의 경영정책(51.1%)을 짚었으며, 괴롭힘의 목적은 ‘노조의 힘을 약하게 하려고’, ‘노동자를 회사 방침에 무조건 따르게 하려고’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조합원들도 괴롭힘의 원인이 사인간의 갈등이나 관리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인식하고 있다.


또한, 민주노조를 떠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조합원 들은 ‘장기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가 가장 높았다. (1순위, 2순위 응답 집계 83.4%) 이는 민주노조를 오랫동안 지켜오면서 노동자들의 권리의식도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괴롭힘을 경험하거나 목격할 때 이에 대한 대응을 노조를 통해 공동으로 하거나 가해자에게 직접 제기하는 비율이 높았다.(괴롭힘을 당할 경우 가해자에게 문제제기 33.2%, 노동조합과 대처 32.9%, 괴롭힘을 목격할 경우 피해 직원과 함께 대응 32.7%,노조에 제보 32.4%) 이는 2015년 사무금융노동자 직장 내 괴롭힘 조사와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이렇게 괴롭힘 상황에 대해 노조와 공동으로 대응하다보니 조합원들은 ‘동료애’와 ‘노동자 권리의식’이 높아진 것을 긍정적인 변화로 꼽았다. 이는 유성지회 노동자들이 6년째 회사의 가학적 노무관리에 맞서 싸우는 힘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힘을 만들어 가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사회경제적 건강지수(웰빙지수) 조사에서 잠재적 스트레스군이 93%이고 이중 고위험군이 2명이 있을 정도로 노동자들의 건강 상황은 매우 나쁘다. 하지만 그것을 이겨낼 힘을 어디서 찾고 만들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연구소 리포트] 한국지엠 노동강도평가 보고서 (2) /2016.8

한국지엠 노동강도평가 보고서 (2)

- 살맛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5가지 과제


한국지엠 노강평가 연구진

 

지난 군인같은 한국지엠 노동강도, 이제 바꾸자에서 이어집니다.

 

표준작업서는 제대로 기능하는가?

GM은 글로벌 생산 시스템인 GMS로 표준작업시간을 설정하여 높은 품질의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현장 조사 결과 작업자들은 높은 편성률과 짭수, 빠듯한 작업 시간, 작업환경을 반영하지 못하는 표준작업서로 인해 높은 노동강도를 견디며 일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작업자들은 표준작업서대로 작업을 할 수 없었고, 오히려 작업자를 통제하는 근거로 활용 되고 있었다.

 

작업량과 시간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표준작업서

작업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지금 표준작업서상 택 타임이 너무 빠듯하다고 지적했다. 작업자들은 시간 내 작업을 마치기 위해 앞뒤로 짬을 내서 자재 포장지를 뜯고, 자재를 미리 옮겨두거나, 마킹을 하는 등 각종 서브 작업하고 있었다. 이런 작업과 시간이 표준작업서에 반영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서 작업자들은 시간 내 작업을 마치기 위해 각자의 노하우로 몸부림을 치고 있다.


배선을 정리해야 하는 서브 작업이 많이 있는데 표준작업서엔 시간이 전혀 반영 되어 있지 않아요. 특히 겨울철엔 배선이 굳어있고 늘 제 자리에 있는 게 아니라 정리할 때 힘도 많이 들어가는데 작업시간에 반영이 안 되어있어요.” (샤시)


자재 개수가 많거나 공정 가지 수가 많은 경우에는 미리 서브작업을 해야 돼요. 안 그러면 시간 내 작업을 마칠 수가 없어요.” (의장)

 

책상머리에서 만든 혼류생산 시스템

혼류생산 시 택 타임은 전체 혼류 생산량의 평균 시간에 따른 시간이다. 그래서 작업자들은 가령 택 타임 보다 작업을 빨리 마치는 2륜 엔진 작업 때 시간을 벌어서, 택 타임 내 작업을 마칠 수 없는 4륜엔진 작업을 겨우 마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현장에서 혼류 생산이 평균일 수 없고, 생산량을 예측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보니 말 그대로 평균 시간은 책상머리에서 만들어진 시간에 불과하다. 따라서 GM은 국내 타 완성차 기업들이 가장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리는 차량이나 엔진 작업을 기준으로 택 타임을 설정하고 있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4륜차냐 2륜차냐 엔진 옵션 비율에 따라 작업량과 방법이 달라져요. 특히 툴 작업 여부에 따라 작업때 들이는 힘이 달라지죠. 작업량도 달라지니까 시간도 부족하죠. 이렇다보니 4륜 엔진 작업 할 때 택 타임을 넘겨서 라인이 정지 된 적도 있어요.”(엔진 서브)


차 크기나 색상에 따라 작업 시간이 부족할 때가 있어요. 가령 하얀색 차량과 검은색 차량이 있다고 하면 아무래도 오염 여부가 눈에 잘 띄는 검은색 차량일 경우 손이 더 많이 가죠. 그런데 검은색 차량이 연달아서 나오면 그럴 때 작업시간이 받치죠.” (도장)


높은 짭수와 편성률이 문제

대부분의 작업자들은 현재 짭수와 편성률이 너무 높아서 일을 하는데 힘들고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실제 지금의 짭수와 편성률은 숙련 작업자를 전제로 하는 기준이다. 비숙련 작업자라면 지금의 펀성률을 견디며 시간 내 작업을 마칠 수 없다. 그런데도 현장은 매번 짭수를 올리거나 생인화를 이유로 작업자를 계속 줄이며 노동강도를 높이고 있다.


표준작업서대로 하려면 할 수는 있지만 작업 시간이 부족해요 여유시간이 없죠. 특히 21조 작업이면 상대방 작업자랑 호흡도 맞아야 하니까 여기서도 시간이 오래 걸리죠. 노동강도 낮추는 건 바라지도 않고 지금에서 작업량이 늘거나 생인화한다는 얘기나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 진짜 바라는 것 없어요.” (의장)


짭수와 택 타임 관련해서 시급하게 부서 협의가 필요한데 그걸 안하려고 해요. 지금은 인원으로 늘리던 짭수를 반이상 줄이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인데 말이죠. 지금 둘이 하던 작업을 한명이 하거나 풀맨이 없는 곳도 있어서 화장실 한번 가는 것도 힘들어요.”(엔진)


표준작업서 분석에 함께했던 실행위원들


살맛나는 일터 만들기 위한 5대 과제

설문조사, 심층면접, 생체지표 측정, 보건자료 추세분석, 표준작업서 실사까지 이번 노강평가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지엠 노동자들이 군인같은 노동강도를 견디는 것이 아니라 살맛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5가지 과제를 도출하였다.


1. 동작 시간만으로 노동강도를 따지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노동강도는 매우 복합적으로 결정된다. 회사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작업을 동작으로 쪼개고, 각각의 동작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측정하는 것만으로는 적절한 노동시간, 적절한 노동강도를 표현할 수 없다. 쫓기듯 일할 수밖에 없는 속도, 비용절감과 효율화 명목으로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생인화, 부족한 인원으로 잠시도 짬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 모두 노동강도를 표현한다. 고생한 데 비해 적게 받는 임금이 노동강도 문제로 다가오기도 했다. 공통적으로는 글로벌 지엠의 물량 정책으로 인한 고용 불안과 옴짝달싹 할 수 없는 낮은 업무자율성이 중요한 직무스트레스 요인이었다. 조립부나 차체부는 근골격계질환이나 피로도가 높았고, 프레스부는 시간당 보행수가 다른 부서보다 높았다. 도장부는 작업의 특징상 정규 노동시간보다 긴 작업을 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현재의 맨아우어 결정 방식은 이런 다양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 동작 시간만으로 노동강도를 따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지 않고서는, 조합원들의 높은 피로도와 극심한 근골격계질환을 설명하거나 해결할 수 없다.

 

2. 적정 노동강도로 줄여야 한다

한국지엠에서는 25~30%의 노동강도 저하가 필요하다. 심박동수를 기준으로 한 생체지표 측정 결과가 그렇다. 휴식 시의 심장 박동수와 일할 때의 심장박동수 비교해서 최대노동시간을 계산했다. 기준을 다양하게 두어 계산을 해보니, 1/3에서 절반에 해당하는 작업이 적정 노동강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작업은 평균 30% 가량 노동강도를 줄여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험은 상대적으로 젊은 조합원(45세 미만) 대상 실험이므로 조합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면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 이 기준은 교대근무나 특근은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역시 더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노동강도를 얼마나 줄이면 적당하겠나라는 설문조사에서도 평균 28.6% 의 노동강도 저하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나왔다. 한국지엠 조합원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노동강도, 10년 이상 일해도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노동강도, 평균 연령이 46.6세나 되어버린 조합원의 현실에 맞는 노동강도를 찾는다면, 지금보다 25~30% 줄어든 노동강도가 적정 노동강도라고 할 수 있다.


3. 표준작업서 개정해야 한다

노동강도의 이런 복합적인 측면을 반영한 표준작업서가 제정되어야 한다. 현재의 표준 작업서는 실제현장의 필요에 걸맞지 않는다. 노동강도의 다양한 측면이 고려되지 않았고, 동작에 필요한 단위 시간 이외의 피로 유발 요인들도 고려되지 않았다. 표준작업서와 표준작업시간 산정에 노동강도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기 위해, 단순 작업의 경우 여유율을 높인다든지, 작업장 기온이 높을 때는 여유율을 높이는 등 구체적인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혼류생산에서 기준 시간은 가장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을 기준으로 설정돼야 한다. 이미 타 완성차 사업장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맨아우어를 결정하고 있다. 작업 도구 부실과 장비 노후화 등에서 발생하는 시간 손실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기계에나 적용시킬 수 있는 80~90%대의 편성률이 적용된 작업에는 인원이 충원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런 다양한 문제를 직접 겪고 있는 현장 작업자의 목소리가 결정 과정에 반영되어야 한다.

 

4. 실효성 있는 건강증진 활동이 필요하다

일반인구집단에 비해 암사망률이 낮긴 하지만, 그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뇌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일반인구집단에 비하면 그 비율이 높다. 근골격계질환 의심자는 비슷한 금속노조 소속 다른 사업장보다 훨씬 높다. 일부 부서에서는 절반 가량의 조합원이 근골격계질환이 의심되어 의사 진찰이 필요한 수준이다. 일터에서 발생한 질환이나 사고는 산재 대신 병가나 공상 등 개인적인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다. 먼저 이들 보건 문제에 대한 좀 더 효과적인 건강증진활동이 절실하다.


5. 고용불안을 넘기 위한 집단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한국지엠 노동강도 강화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세 명 중 한 명은 글로벌 지엠의 물량정책과 이에 따른 고용불안을 꼽았다. 구조조정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조합원들에게 공장 불 끄는 일이나, 한회사에 다니지만 급여 차이가 크게 나는 지금의 상황은 마음이 영 심란한 일로, 높은 노동강도의 원인이자 노동강도를 유지해가는 원인이 된다. 그러나 대응은 개인적이거나 부서 수준이다. “일이많고 속도가 빠르면 그거 하기 바쁘거든. 그러면 생각이라는 게 없어져.” “제가 이기적인 생각일 수 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나 일하는 데만 편하면 상관없다.”는 것이 면접에 참여한 조합원들의 반응이다. 이런 분산된 대응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야금야금 집어넣는 거예요. 매년. 매년 (시간이) 줄어든다. 그렇게 높아진 노동강도는 조합원들이 몸으로 흡수한다. 1분에 하라는 작업을 너무 숙달되어 30초에 마친다. 회사는 이를 핑계로 시간을 더 줄인다. 너무 숙달되어 시간이 남게 된 이 작업이 적절한 노동강도라면, 일하는 동안 심박수가 이렇게 올라가거나, 근골격계 질환 환자가 이렇게 많을 리가 없다. 고용불안을 넘기 위한 집단적인 대응으로, 이미 한국 최고수준의 노동강도를 효과적으로 낮추기 위한 계획이 시급하다.

[연구소 리포트] 한국지엠 노동강도평가 보고서 (1) /2016.7

한국지엠 노동강도평가 보고서 (1)

군인같은한국지엠 노동강도, 이제 바꾸자

 


한국지엠 노동강도평가 연구진

 


우리나라에서는 최고다. 저는 자신있게 말하는게, 우리 한국에서,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회사 중에 최고의 노동강도가 센 데가 한국지엠.”

국내 최고? 도요타와 맞먹는? 현대기아가 선두권에 있는데 거기랑 비교해도 저희가 월등히 높고 급여는 짜고 이런 거.”

한국지엠의 노동강도는 뭐라고 해야 할까? 군인이다?”

 

이번 한국지엠 노동강도평가 면접 과정에서 만난 조합원들의 이야기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노동안전보건실 특별사업으로 연구소와 함께 노동강도 평가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한국지엠 노동자들은 국내 완성차 사업장 중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것 같은 노동강도를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지만, 이 노동강도가 얼마나 세다고 말해야할지, 적정 노동강도는 어느 정도인지, 적당한 노동강도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공론화하여 얘기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하여 이번 노동강도 평가 사업은 한국지엠에서 노동강도가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강화되어왔는지 밝히고, 현장 노동자들이 느끼는 노동강도 문제를 가시화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했다. 한국지엠의 생산과 조합원의 노동 시간을 규율하는, RSTS를 기반으로 한 GMS를 제대로 보고 맞설 노동자의 기준을 찾아보고, 앞으로 회사와 노동조합이 운영하는 M/H위원회 활동의 기초 자료를 확보하고자 했다.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하는 부평 1담당 조합원을 중심으로 조사했으며, 가능하면 현장 조합원이 직접 조사에 참여하여 노동강도 저하와 현장을 개선하는데 조합원들이 함께 움직여보는 경험을 만들어 보고 자 애썼다.

 

노동강도 평가 연구, 이렇게 진행했다

연구진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책임연구자 : 최민, 직업환경의학전문의)와 노동안전보건실(노안실장, 건강부장)로 구성.

설문조사 : 주관적 피로도, 근골격계증상, 손상 경험, 노동 강도 강화 원인 등의 내용으로, 부평 1담당과 엔진생산, TA 생산, 프레스 부서 총 1,115 명의 설문 응답 분석.

심층면접 : 부서와 연령을 고려하여 총 13명 조합원 실시.

생체지표 측정 : 29명 조합원의 2주간 신체활동량과 작업 시 심장박동수 측정. 8171 시간의 정보를 모아 분석.

보건자료 추세 분석 : 2010~2015년 병가 자료 및 2006~2015년 사망 자료 분석하여 병가 및 사망의 주요 원인 분석, 일반 인구 집단과 비교 분석.

표준작업서 실사 : 실행위원 10명과 연구진 2, 노안실 2명으로 실사단 구성. 529개 공정의 표준작업서와 이에 대한 현장 작업자 평가.

 

국내 평균보다 높은 피로도

군인같다고 느끼는 높은 노동강도의 직접적인 결과는 먼저, 높은 피로도와 심각한 근골격계질환으로 나타났다. 9문항짜리 피로도 설문(FSS)을 통해 본 한국지엠 조합원들의 평균 피로 점수는 3.47점으로, 건강한 성인 평균 2.19 점보다 월등히 높았다. 조합원들과 마찬가지로 교대 근무를 하는 국내 중년 남성 생산직 노동자 평균 점수 3,42 점보다도 높은 점수였다. 다섯 명 중 한 명(22.9%)은 만성질환 환자들과 비슷한 고도피로군에 속해 이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일과가 끝난 뒤, 육체적으로 지치는 것이 종종 있거나, 항상 그렇다는 응답이 45%에 달했고, 정신적으로 지치는 것이 종종 있거나 항상 그렇다는 응답도 36%에 달해 피로도가 심각함을 보여주었다.

 

4명 중 3명은 근골격계 증상자 

근골격계질환 실태도 심각했다. 지난 1년간 신체 어디든 한군데 이상, 근골격계 증상을 경험을 경험한 사람은 전체 조사자의 72.9%4명 중 3명이 증상을 경험한 셈이다. 부위별로는, 어깨 증상이 56.2%로 가장 많고, 등과 허리 증상이 54.5%, 손과 손목 증상 경험자가 50.7%로 나타났다. 특히, 세 명중 한 명(29.7%)은 지난 1년 동안에 1주일 이상 지속되거나 한 달에 1회 이상 나타나는 심한통증에 시달리고 있어, 어떤 형태든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조립부 샤시부서에서는 심한 통증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 비율이 절반이 넘었다 (56.1%). 3년에 한 번씩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를 하고, 개선 방안을 내놓는다고 하지만 평균 연령이 더 높은 금속노조 타 사업장보다 환자로 의심되는 조합원의 비율이 더 높은 까닭은 무엇일까? 절반에 해당하는 조합원(44%)들이 근골격계질환을 줄이기 위해 반드시 개선해야 할 과제로 전반적인 작업강도 줄이기를 꼽았다. ‘현장 개선을 위한 조합의 노 력’(37%)이나 사내 치료 시설 증강’(10%)보다 훨씬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높은 노동강도가 심각한 근골격계질환의 원인이라는 점을 조합원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사망 원인은, 암과 뇌심혈관질환 

지난 10여 년간의 사망 자료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년간 총 1,519건의 병가자료도 분석해보았다. 한국지엠 노동자들의 사망건수는 연간 8-14건 정도로 발생하였다. 사망률과 암사망률을 계산하여, 비슷한 연령대의 한국 남성의 사망률, 암사망률과 비교했다. 일반인구집단과 마찬가지로 사고(자살포함), , 순환기질환에 의한 사망이 높았으나, 한국지엠 노동자는 암으로 인한 사망이 사고로 인한 사망보다 높았다. 일반 인구에 비해, 암으로 인한 사망과 순환기질환에 의한 사망의 비율이 상대적으로높았다. 암으로 인한 사망의 비중이 높은 것은, 발생률이 아니라 사망률이라는 점에서 건강검진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 물론 한국지엠 조합원의 사망률과 암사망률은 일반인구집단 전체와 비교할 때 더 낮았다. 다만 최근 추세를 볼 때, 그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특히 암사망률은 일반인구집단에서는 감소하고 있는데 비해 한국지엠 조합원에서는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관심이 필요하다.


 

병가 대부분은 근골격계질환 

지난 6년간 병가 신청의 63.9%는 근골격계질환이었다. 사고에 의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서 발생하는 근골격계질환은 대부분 직업관련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직업관련성이 있는 근골격계질환이 주로 산재처리되지 않고, 병가 처리되면서 노동자 개인의 부담이 증가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한국지엠의 연도별 산재발생 건수를 확인해보면, 201131, 201238, 201341, 201448, 201553건이다. 병가로 신청한 대부분의 근골격계질환이 업무관련성이 있는 질환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많은 노동자들이 직업성 근골격계질환이 있는 상태에서도 산재신청 대신 병가 신청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숨겨지는 산재?

산재로 처리되지 않는 것은 근골격계질환 뿐이 아니다. 설문 조사에서 손상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총 분석 대상자의 27%에 달해, 4명 중 1명이 지난 1년 동안 일하다 한 군데 이상 다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상 경험자의 70% 가량이 4일 이상의 기간 동안 치료받았다고 응답해, 경미하지 않은 부상도 상당할 것으로 보였다. 특히 이는 한 해 평균 부평 공장에서 손상으로 산재 보상을 받는 건수가 50여건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괴리가 매우 크다. 질병 뿐 아니라 상당수의 손상도 산재보고에서 누락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나마 근골격계질환으로 병가 신청을 하는 비율이 줄어드는 추세이고, 산재승인되는 건수는 증가추세로 확인되는 점은 긍정적인 면이다. 향후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제대로 된 관리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일터에서 발생하는 사고와 질병에 대해 산재보고와 처리가 정확히 되도록 관리, 감시할 필요가 있다.

 

[연구 리포트] 2015년 산업재해 발생 통계 다시보기 /2016.6

2015년 산업재해 발생 통계 다시보기


권종호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선전위원


지난 3월 고용노동부는 2015년도 산업재해 발생 현황을 집계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재해율은 0.50%로 전년 대비 0.03%p 감소하였고, 재해자 수는 90,129명으로 전년 대비 780명 감소하였다. 사망만인율도 1.01%00로 전년 대비 0.07%00p 감소하였고, 사망자 수는 1,810명으로 전년 대비 40명 감소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산업재해 통계 산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한다. 그럼에도 현재의 산업재해 통계는 매우 부끄럽고 비열한 통계이며 현실을 파악하여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산재를 은폐한 결과의 통계다. 


위 그래프는 다음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사망재해 발생을 나타낸 것이다. 이 그래프를 자세히 보자. 사망 만인율은 2.06에서 1.08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2015년 통계 자료까지 포함하면 2015년 사망 만인율은 1.01로 더 크게 줄어들었음을 알 수있다. 하지만 실제 산재사망자 수는 2009년 이후 1,900명 수준으로 제자리 걸음이다. 즉, 사망 만인율의 급격한 감소는 실제 사망자 수의 감소가 아닌 2009년 이후 1,700만 명까지 급격히 증가한 노동자 수의 영향이 큰 것이다. (특히 서비스업 노동자가 증가).


이렇게 통계상의 희석 효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산재사망률은 세계적으로 볼 때 매우 부끄러운 수준이다. 다음은 2014년 한겨레 신문에 실린 기사의 일부로 국제노동기구(ILO) 통계 페이지 Occupational Injuries 항목의 자료를 재구성한 표이다.


2008년 통계 자료와 비교한 결과로 가장 위 그래프에서 한국은 10만 명당 산재사망자 18명으로 산재사망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5년 한국의 산재사망 만인율은 1.01, 즉 10만 명당 산재사망자가 10.1명으로 전 세계 산재사망률이 그대로 방치되었다 하더라도 3위권 내에 드는 수준이다. 다행히 다음 표에 나타난 산재 부상자는 10만 명당 692.2명으로 중위권 수준이고 2015년 통계 결과 산재율 0.50% 즉, 10만 명 당 500명 수준으로 떨어졌으니 괜찮은거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 이는 오히려 한국 산재 통계의 가장 부끄러운 부분이다. 오른쪽 산재 부상자 그래프를 다시 한번 자세히 보자. 스페인, 오스트리아, 독일, 이탈리아 등 산재사망자가 적었던 나라들이 오히려 산재 부상자로는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심지어 산재사망자가 가장 적었던 스위스가 산재 부상자로는 6위로 올라왔다. 이와 같은 역전 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다음 표를 보자. 위의 내용은 ‘산업재해 예방-보상제도간 합리적인 연계방안’ 이라는 보고서에서 제시한 자료로 산재 사망자수 대비 재해자 수의 비율을 산출한 것이다. 이 비율은 상대적으로 은폐하기 힘든 산재사망 사례를 기준으로 은폐된 산업재해의 수준을 국가 간에 비교하기 위해 활용하는 것인데 유럽연합(EU) 28개국의 산재사망자수에 대한 재해자수의 비율을 산출한 결과 평균 737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의 통계를 통해 산출한 비율 84와 비교할 때, 약 8.8배나 높은 것이다. 즉, 선진국일수록 산재를 은폐하기 보다 산재보험으로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는 당연한 논리가 실제로 이행되고 있다는 것이고, 거의 모든 재해가 산재보상 보험 자료에 포함되서 그 국가와 사회가 산업재해 현황을 모두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의 사망자수 대비 재해자 수 비율의 변화를 살펴보자. 



여기에 2015년 산재 통계 자료를 근거로 위의 지표기준인 산재 사고사망자 대비 재해자 수 비율을 계산해보면 82210/955 = 86으로 구해볼 수 있다. 즉, 2015년까지도 전체적인 산재사망률, 재해율의 미미한 감소만 있을 뿐 산재 은폐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산재 통계와 지켜지지 않는 산재 보상의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산재사망자 수는 좀처럼 줄지 않고 산재 보상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산재 통계마저 허수에 불과한 현실에서 최근 고용노동부는 또 다른 산재 은폐의 꼼수를 두고 있다. 바로 산재은폐를 확대하는 산안법 시행규칙 개정을 또 다시 입법예고 한 것인데 이미 이러한 과정은 2014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2014년 고용노동부는 산재 보고 기준을 요양 4일이상 에서 휴업 3일 이상으로 변경하였다. 4일에서 3일로 줄었으니 좋아졌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요양 4일은 안정, 휴식, 치료 등을 필요로 하는 진단서 상의 모든 기간에 해당하는 반면 휴업 3일은 반차, 조퇴 등을 전혀 포함하지 않는 결근 3일, 그것도 연속 3일만을 이야기한다. 즉, 한 달 동안 통원 치료가 필요한 재해라고 하더라도 연속 3일 결근만 아니면 사업주는 보고할 필요가 없어진다. 


고용노동부는 산재은폐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변명으로 [산업재해 발생 보고기준 변경 관련 안내사항]를 통해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의 국가가 이미 산재 보고를 휴업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심지어 영국은 휴업 7일을 기준으로 한다고 언급함) 한국도 “산재발생 보고 대상을 선진 외국과 같이 요양기준에서 휴업기준으로 합리화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말 그럴까? 같은 산재보고 기준에 관한 연구인 산업안전공단의 [2015년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체제 국제 비교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위의 국가 모두 결근뿐만 아니라 출근을 하더라도 업무 수행에 지장이 있는 모든 형태를 산업재해로 보고하도록 하고 있어 사실 상 한국의 휴업 일이 아닌 요양일 기준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된다. 휴업일, 요양일, 3일, 7일의 모든 문제를 떠나서 고용 노동부가 제시한 ‘선진 외국’인 영국, 독일의 산재 사고 사망자 대비 재해자 수 비율을 한번 살펴보자. 앞서 제시한 그래프3.에서 영국은 909, 독일은 1,594이다. 2015년 통계까지도 한국은 그 비율이 86에 불과할 정도로 산재 은폐가 심한데 무작정 휴업일로 기준을 변경하는 것이 ‘선진 외국과 같은 합리화’라니 납득하기 어렵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또, 시행규칙 입법을 예고했다. 2014년 변경된 휴업 3일 기준마저도 4일로 늘리고 산재 발생 1개월 이내 미보고시 즉시 처벌에서 ‘노동부가 산재발생을 인지하고 시정 지시 후 15일 이내 제출하면 처벌하지 않도록 완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러한 산재 통계라면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결국 그나마 믿을만한 통계는 산재사망자 통계 뿐이다. 정부는 노동자의 죽음으로만 현실의 문제가 드러나는 이러한 상황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정부는 산재 통계가 더 이상 현실을 은폐하는데 활용되지 않도록 이번 산안법 시행규칙 개정부터 막아내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연구 리포트] OECD 통계로 본 한국 사회의 안전과 건강 /2016.5

OECD 통계로 본 한국 사회의 안전과 건강

 


조성식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회원

 


OECD(Ora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는 경제협력개발 기구의 약자로 1948년 마샬 플랜의 지원을 받은 유럽경제 협력기구에서 시작하여 1961년 미국과 캐나다가 참여하면서 만들어졌다. OECD의 목적은 홈페이지에 따르면 정책을 통해서 경제성장과 사회적 안녕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기술되고 있다. OECD는 경제협의체로서 협의사항에 강제성은 없지만 경제뿐 아니라 정치, 사회,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고 논의를 하고 있고 홈페이지에서는 OECD 회원국 간의 비교가 가능한 통계자료를 제시한다. 본글 또한 홈페이지에서 직접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하였다.

 

한국은 29번째인 199612OECD 회원국이 되었다. 가입 시 노동법의 수준을 국제기준 수준으로 개정하기로 합의하였다. 대다수의 회원국이 선진 자본주의 국가여서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했다는 자부심을 가지려는 찰나 한국은 OECD 가입 직후 IMF 금융위기 사태를 맞으면서 외국 언론으로부터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하였다. IMF 사태이후 한국사회는 경제성장이 어느 정도 지속되었지만 노동과 사회복지의 측면에서는 퇴보하거나 정체된 상태로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4년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한국은 구매력 기준 1인당 소득이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하였다. 하지만 아래에서 살펴볼 자료들은 한국이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측면에서 현 주소를 보여준다.

 

1. 노동시간

아래의 그림은 국가별 평균 노동시간 순위이다. 한국의 장시간 노동은 이미 수십년간 지속되어 왔다.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노동시간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이 일반적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아직도 장시간 노동을 해야만 하는 노동자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는 멕시코와 연간 노동시간을 두고 1-2위를 다투고 있다.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이유는 노동 생산성이 낮은 이유도 있겠지만, 낮은 임금을 보충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이 많고, 고임금 노동자들도 퇴사 이후의 불안정한 예상 소득과 노후를 위해 벌 수 있을 때 벌자하는 심정으로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한국사회의 구조가 이런 현상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2. 구매력으로 보정한 최저임금

아래의 그림은 구매력으로 보정한 최저임금 순위를 나타내는 그림이다. 한국의 최저 임금은 2016년 기준으로 6,030원이다. 달러 기준으로 약 5달러 정도일 것이다. 아직 대중교통 등의 물가가 낮아서 구매력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는 약간 올라가겠지만,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OECD 국가 중 매우 낮은 수준이다. 과거 동유럽 국가와 일부 남유럽 국가 남미 국가들만이 한국보다 낮은 최저 임금을 가지고 있다.

 

3. 낮은 노동조합 조직률 (노동자 중 노동조합에 가입한 사람 비율)

한국사회의 낮은 노조 조직률은 형편없는 사회복지제도와 노동자들의 대표성이 사라진 정치제도와 관련이 깊다고 할 수 있다. 북유럽의 사회민주주의 국가는 대부분 매우 높은 노조조직률을 보이며 이들 국가들의 잘 조직된 사회 복지제도와 강력한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존재가 이러한 높은 노동조합 조직률과 깊은 연관성을 지닌다. 한국 사회에서도 대기업의 노동조합 이외에도 더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가입해야 한다. 더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가입한다면 사회운동과 진보정당의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4. 산재사망률과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한국사회는 안전에 매우 취약한 사회이다. 한해 2,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산업재해와 직업성 질환으로 사망한다. 그리고 매해 5,000여 명의 사람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매우 안타까운 점은 산업재해와 교통사고 모두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안전과 관련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고 규제를 위반하면 처벌받아야 한다. 또한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시스템과 운전자들의 안전의식도 더 높아져야 한다. 아래의 그림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률이다.

 

5. 남녀 임금 격차

수년째 한국이 지속적으로 1위를 하는 분야가 있다. 남녀의 임금격차이다. 한국 사회 성차별은 매우 심각하며 특히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은 설명하기 조차 곤란한 수준이다. 결혼한 여성노동자가 출산과 육아를 지원받기는커녕 권고사직이나 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출산율이 높아지기는 난망인 것 같다. 남녀 임금격차를 비롯한 성차별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점이다.

 

6. 자살률

남녀임금 격차와 더불어 OECD 회원국 중에서 계속적으로 1위를 차지하는 항목이 자살률이다. 어쩌면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한국사회의 심각한 모습이 이 높은 자살률에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한해 산업재해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빈곤률을 줄이고 (특히 노인 빈곤)을 줄이고 자살 예방을 위한 사회적 대책이 절실하다고 판단된다.


마치며

한국사회가 OECD 회원국 중에서 대체로 좋지 않은 부문의 통계를 살펴보았다. 한국사회는 최근 급격한 산업화로 나름의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여러가지 사회지표는 OECD 회원국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지표의 개선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노동조합과 사회운동 단체와 같은 노동자와 민중들의 조직화된 요구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동문제로 쉽게 환원되지 않는 성차별과 같은 문제도 존재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 역시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연구 리포트] 직업에 따른 사망의 불평등 /2016.4

직업에 따른 사망의 불평등



이혜은 운영위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죽음은 평등한가?

모든 사람은 죽는다. 역사 속의 많은 사람들이 불로장생을 꿈꿨으나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벤자민 프랭클린이 남긴 ‘죽음과 세금 이외에 확실한 것은 없다’ 도 같은 맥락이리라. 그렇지만 언제 어떻게 죽는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한 차이는 여러 원인에서 비롯되겠지만 학력, 소득, 직업으로 대표되는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나타나는 사망의 차이, 즉 사망의 불평등을 드러내고자 했던 많은 연구들이 있다. 이런 사망불평등 연구의 아버지라고 볼 수 있는 것이 영국의 “블랙리포트 (Black report)" 이다. 1980년 영국의 보건사회복지부에서 발간한 것으로 사회계층과 지역에 따른 사망률의 차이를 보고했다. 이 보고서는 직업에 따라 사회계층을 5군으로 분류하였다. 1군 ‘전문가 (Professional)’에 비해 5군 ‘비기술자(Unskilled)'의 사망률은 남성에서 2.5배 높았다. 여성의 경우 결혼한 여성을 대상으로 남편의 직업에 따라 분류했고 역시 2.5배의 차이를 보였다. 건강불평등에 관한 가장 선도적인 보고서로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으나 보수당 정권에 의해 오랫동안 묻혀있다가 1997년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 집권 이후 구체적인 정부과제로 채택되었다. 이 연구 이후로 많은 학자들이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사망의 불평등을 연구하였고 한국에서도 소득과 학력, 직업, 지역 등을 이용하여 비교한 연구들이 상당수 발표되었다.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연구는 기존의 연구들보다 대규모의 데이터를 사용함으로써 좀 더 다양한 9개 직업분류에 따른 사망률의 차이를 보여줄 수 있었다.


연구는 어떤 방법으로 수행되었나

1995년부터 2000년까지 고용보험에 가입된 적이 있는 국내 노동자를 대상으로 코호트(연구대상)를 구축하고 통계청의 사망원인 자료와 연계하여 1995년부터 2009년까지 대상 노동자들의 사망 여부 및 사망원인을 추적하였다. 한국표준직업분류에 따라 직종을 9개로 분류하였다. 직종별로 사망률(10만명당)을 구하고 집단 간의 연령과 성별을 고려한 비교를 위해 2000년의 주민등록연앙인구(매년 7월 1일 기준 주민등록상 인구)에서 15세부터 74세의 인구를 표준인구로 한 연령표준화 사망률을 구했다. 사망률이 가장 낮았던 ‘전문가’ 집단과 사망률이 두 번째로 높았던 ‘단순노무직 근로자’ 집단을 비교하여 사망률의 차이(10만명 당)와 사망률의 비를 제시하였다. 가장 사망률이 높았던 집단은 ‘농업 및 어업 숙련근로자’ 이었지만 대상자의 수가 적은 편으로 연구의 대표성을 위해 비교집단은 ‘단순노무직 근로자’로 선택하였다. ‘전문가’는 의사, 변호사, 간호사 등 가장 고도의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직종이고 ‘단순노무직 근로자’는 청소, 경비, 생산보조 등 특별한 기술을 요하지 않고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직종이다.


표 1. 한국표준직업분류 (대분류)

직종 1: 입법자, 고위임직원 및 관리자

직종 2: 전문가

직종 3: 기술공 및 준전문가

직종 4: 사무직원

직종 5: 서비스 근로자 및 상점과 시장판매 근로자

직종 6: 농업 및 어업 숙련근로자

직종 7: 기능원및 관련 기능근로자

직종 8: 장치, 기계조작원및 조립원

직종 9: 단순노무직근로자


직종별, 사망원인별 사망률의 차이

연령구조를 맞춘 후 직종별, 사망원인별 사망률은 다음 표2, 표3과 같다. 연령표준화사망률이 가장 높은 직업군은 "농업 및 어업 숙련근로자"로 10만명당 남성은 563.0명, 여성은 206.0명 사망하였으며 그 다음으로 높은 직업군은 "단순노무종사자"로 10만명당 남성은 499.0명, 여성은 163.4명 사망하였고 그 다음으로는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 종사자"로 10만명당 남성은 380.3명, 여성은 157.8명 사망하였다. 연령표준화 사망률이 가장 낮은 직업군은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로 10만명당 남성은 209.1명, 여성은 93.3명 사망하였다. "단순노무종사자"는 "전문가"보다 10만명 당 남성 289.9명, 여성 70.1명 더 사망하였고 남성 2.39배, 여성 1.75배 사망률이 높았다. 두 직업군간 가장 사망률의 차이가 컸던 사망원인은 사고와 자살을 포함하는 "손상, 중독 및 외인에 의한 결과"로 10만명당 남성 96.9명, 여성 21.6명이 "단순노무종사자"에서 더 사망하였으며 남성의 간질환 사망도 10만명당 38.3명이 높아 큰 차이를 보였다. 정신질환의 경우 사망자 수 자체가 높지 않아 사망자 수의 차이가 크게 드러나지 않았으나 "전문가"에 비해 " 단순노무종사자"에서 남성 6.31배, 여성 13.11배 사망률이 높았다.


사망 불평등에 기여한 사망원인

이번 연구에서 가장 눈여겨 볼 점은 한국의 사망불평등 양상은 다른 나라와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사망불평등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던 유럽의 몇몇 나라들의 예를 보면 주요 사망원인을 심혈관계질환으로 꼽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노동자 데이터의 경우 운수사고, 자살을 포함하는 외인에 의한 사망이 불평등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한국의 산재사망률은 유럽, 미국에 비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 직업적 위험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어 보이지만 교통사고 역시 큰 부분을 차지하였는데 좀더 안전한 교통수단을 구매할 능력, 주거환경의 안전수준, 음주운전이나 안전벨트와 같은 행동적 요인의 차이가 관여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전반적인 사회발전과 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노르웨이의 한 연구에서는 1960년대에 보여졌던 교통사고 사망의 불평등이 2000년 이후 크게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자살이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직업군에서 높은 이유는 사회적, 경제적 자원의 부족으로 중요한 자살 위험 요인의 노출이 높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남성의 간질환 사망과 간암 사망도 큰 차이를 보였다. 가장 쉽게 추정할 수 있는 원인은 음주와의 관련성이다. 사회경제적지위가 낮은 직업군일수록 건강과 관련된 생활습관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생활습관은 마치 개인적인 문제로 여겨질 수 있지만 낮은 사회계층에서 생활습관이 나쁜 데에는 지식과 여유가 부족하기에 그럴 수밖에 없는 사회적 배경이 존재하고 이러한 차이를 줄이는 것은 사회적 책임이 될 것이다. 암 중에서는 폐암이 사망률의 차이를 보여 직업적 발암물질의 노출과의 관련성과 흡연의 영향을 추정 할 수 있다.


사망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이번 연구결과는 특히 사고와 자살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 있다. 단순노무직과 같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계층은 사고와 자살의 고위험군이므로 이들의 안전의 확보, 자원의 확보가 필요하다. 결국, 사회경제적 평등을 이룰 때 건강의 평등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최고사망률 직종 최저사망률 직종

직종 1: 입법자, 고위임직원 및 관리자, 직종 2: 전문가, 직종 3: 기술공 및 준전문가, 직종 4: 사무직원, 직종 5: 서비스 근로자 및 상점과 시장판매 근로자, 직종6: 농업 및 어업 숙련근로자, 직종 7: 기능원 및 관련 기능근로자, 직종 8: 장치, 기계조작원 및 조립원, 직종 9: 단순노무직근로자

사망률비=직종9 사망률/직종 2 사망률, 사망률 차이= 직종9 사망률-직종2 사망률 (10만명당)


* 본 연구결과는 국제저널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 [직업환경의학] 온라인버전에 2016. 2. 26에 등재되었음



[연구 리포트] 민주노총 혁신의 사례로서 노동시간 단축투쟁 /2016.3

민주노총 혁신의 사례로서 노동시간 단축투쟁

<2015년 민주노조운동혁신전략 1차 보고서>

 

한노보연 민주노조운동전략위원회 자문단팀

 


민주노총은 2015년 설립 20주년을 맞아 지난 과거 활동을 평가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민주노조운동혁신전략을 수립하고자 했다. 그러나 급변하는 정세로 인해 전 조직적으로 힘 있게 전략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 결과 민주노조운동전략위원회(이하 전략위)에서 집행한 설문조사, 산하조직 현황, 전략위의 자문단 보고서를 총괄하여 2015년 민주노조운동혁신전략 1차 보고서를 발간했다. 한편, 연구소는 전략위 자문단에 유일하게 팀으로 결합하면서 민주노총의 혁신을 위해 노동자의 몸과 삶을 근거로 하는 노동시간 단축투쟁의 필요성을 제출하였다. 그 의미를 <연구소 리포트>를 통해 일터 독자들과도 함께 나누고자 한다.

 

민주노총의 노동시간 단축투쟁

민주노총은 1995년 창립부터 2003년까지 지속해서 40시간제도입 투쟁을 전개했다. 이 투쟁은 민주노총이 노동시간과 관련해서 총연맹의 지위를 가지고 전개한 유일한 투쟁이라고도 평가할 수 있다.

1997IMF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민주노총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요구했. 1998년엔 법정 노동시간 단축 문제가 노사정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때 당시 정리해고를 필두로 한 노동악법을 수용하면서 노동자 민중로부터 질타를 면하기 어려웠던 민주노총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자본과 정권의 이해관계에서 노동시간 단축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였기에 노사정 위원회 산하에 근로시간위원회를 구성하였으나 노자 간 극명한 의견 차이로 지지부진하였다.

그러나 20005월 민주노총은 40시간 노동5일제프레임으로 전환하여 사회적 논의를 선도했다. 언론들 또한 많은 관심을 보이며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대 담론을 주5일제를 통한 삶의 질 문제로 바꿔놓았다.

그 결과 20023월 행정기관의 주5일제 시범시행을 시작으로 4월에는 금융노조 (은행)에서 주5일제를 합의하면서 노동시간 단축 여론 및 요구가 확대 되었다. 민주노총은 5월 파업의 주요 요구로 주5일 제 시행을 내결었고 금융, 공기업 등으로 주5일제가 확대되었다. 제조업의 주요 사업장은 단협을 통해 주5일 혹은 주40시간을 도입했다. 20115인 이상 사업장의 주 40시간 적용을 끝으로 주40시간 노동 은 안착하였다.

문제는 그런데도 현재 여전히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000시간 이내로 좀처럼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2011년 이후 산별노조의 형식적 완성과 독자화, 단시간 노동자 확대 정책, 고용불안과 비정규직 문제 등으로 인해 노동시간에 대해 사회적 의제를 제기하고 투쟁을 전개하지 못했다.

일각에선 이전에도 민주노총이 노동시간 단축을 투쟁으로 돌파했다기보다 정리해고 등 노동 유연화를 내주고 얻었다거나, 자본의 필요 때문에 노동시간이 단축되었다는 비판과 평가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1995년 출범부터 끊임없이 노동시간 단축을 사회적으로 제기하고 현장에선 투쟁을 통한 단체협약으로 확대하려고 했던 점 역시 주목해야한다. 그래서 현재에도 노동시간 단축 의제는 민주노조운동진영의 숙명적인 과제임은 분명하다.


건강권을 중심으로 본 주간연속 2교대제 평가

1998IMF 경제위기 이후 정리해고를 경험한 한국의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위기로 인해 저임금과 높은 노동강도를 감내하며 일했다. 그러다 2003년 골병으로 신음하던 노동자들은 더해진 노동강도 때문에,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골병으로 아프다는 점을 깨닫고 근골격계 집단요양투쟁을 통해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근골격계 집단요양투쟁은 노동자 건강권 투쟁이 노동 운동의 중심과제로써 위치 지워졌고, 노동자들의 건강문제와 노동 강도를 연결하여 노동과 자본의 생산지점의 문제로 인식하게 했다.

2005년엔 H자동차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 실시에합의하고, 2013년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장시간 심야노동의 벽이 허물어졌다. 심야노동은 노동자들의 몸에 호르몬 교란을 일으키고 그로 인해 심혈관계질환, 수면장애, 우울증 등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했다.

20157월 현재 30여 곳의 자동차 부품사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문제는 심야노동 철폐, 주간연속 2교대제 전환이 노동자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해 세웠던 3무원칙(노동강도 강화 없는, 임금삭감 없는, 고용불안 없는)의 가치를 지켜내면서 진행하지 못했다. 오히려 노동시간 단축분의 임금을 보전하기 위한 연장, 특근 근무 비중을 높이고 자본의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노동 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완성차에서부터 기형적인 주간연속 2교대제를 막아내지 못하면서 부품사로 내려가면 갈수록 노동자들은 높은 노동강도를 견디며 일하게 되었고, 이제 부품사 노동자들에게는 자본에 더 양보할 노동강도가 남아있지 않다.

 

현장 투쟁의 바람직한 사례 D사업장을 중심으로

자본의 끊임없는 구조조정, 직장폐쇄 위협에도 불구하고 근골격계 집단요양 투쟁을 비롯해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으로 노동조합의 현장 통제력을 강화해왔던 경기도 안성에 소재한 자동차 부품사 D사업장은 주간연속 2교대제로 가는 과정에서 3무원칙의 가치를 올곧게 실현했다. D사업장 또한 처음 교대제 변경을 논의했을 당시엔 지긋지긋한 야간노동을 끝내고 싶은 조합원들의 요구는 있지만,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삭감을 받아들이는 것을 감내하는 것까지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과거 근골격계 집단요양 투쟁부터 이어져왔던 조합원이 주체가 되는 투쟁의 기풍과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 조합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토론하면서 주간연속 2교대제가 노동조합 집행부의 사업이 아니라 전체 조합원의 필요와 요구를 담는 현장 투쟁 의제가 되었다.

2010년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 이후 D사업장 조합원들은 근골, 직무스트레스, 수면 등 건강상태 전반이 좋아졌으며, 이전 심야교대 노동시절엔 엄두도 못했던 운동 동호회 활동을 물론 가사 노동에도 참여하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이러한 사례는 2014년 충남의 자동차 부품사 K사업장으로 확산되었다.

K사업장은 D사업장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3무원칙을 실현하면서 주간연속 2교대제로 전환했다. 두 사업장의 변화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노동자 건강권, 노동시간 단축을 의제로 조합원을 주체로 세우는 현장 투쟁을 통해 현장의 권력이 만들어졌고, 이러한 힘이 2014D자본의 직장폐쇄, 2015K자본의 노조파괴를 막아내면서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되찾아가는 과정에 있다는 점이다.


주간연속2교대제 이후 오후 4시에 퇴근하는 D사업장 노동자들 (출처 : 미디어충청)


노동시간 투쟁의 중요성과 가능성 

오늘날 모두가 민주노조 운동 위기를 말한다. 그런데 각자가 생각하는 위기의 핵심은 다르므로 이에 따라 노동운동의 혁신 방향이 달라진다. 우리는 참여의 감소를 노동운동 위기의 핵심으로 인지했다. 활동가와 조합원 양자 모두의 활발한 참여를 자랑했던 한국의 노동운동은 언젠가부터 주체들의 참여가 없는 노동운동으로 변화했다. 물론, 세계 경제 불황과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 등 외부 요인과 어찌되었건 민주노총 조합원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참여의 감소가 민주노조 운동의 위기라는 진단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조합원의 수 증가가 곧 노동운동의 참여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IMF 구조조정과 노동운동의 노선 변화 등으로 인해 어느 순간부터 조합원들은 노동운동의 주체가 아니라 구경꾼이 되어버렸다. 조합원과 활동가의 경계는 더욱 세워지고 활동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자, 조합원은 서비스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되고 있다.

또한, 노동자들의 의식과 행동 변화를 위한 노동조합 차원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결코 아니나, 그러한 노력이 교육과 선전에 대한 강조로 국한되었다. 조합원들의 직접 행동과 일상적 실천을 동기 부여하며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지도부의 정책에 대한 동의와 승인을 구하는 것에 그친 한계를 봐야 한다. 그래서 민주노총 혁신의 핵심은, 더 많은 노동 운동의 주체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보다 더 많은 조합원이 노동조합의 실천에 주체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조직할 활동가가 양성되어야 하고 지속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결론 

우리는 현장 투쟁과 노동시간 투쟁의 결합, 즉 노동자들이 직접적인 참여와 실천을 통해 노동운동 위기 극복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렇다고 해서 현장투쟁과 노동시간 투쟁이 노동운동이 직면한 문제의 만병통치약이거나 조합원들이 노동시간을 의제로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하기만 하면 위기가 극복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에서처럼 노동과 자본의 권력 격차가 극심하고 신자유주의 논리가 공고하게 구축되어 있고 영향력을 얻는 지금 임금’ ‘고용을 우회하여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의제인 노동시간에 주목 하자는 것이다. 노동시간 투쟁이 그 자체로 더 중요하다거나 더 근본적이고 급진적이라 주장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국면을 돌파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무엇보다 민주노총이 조직/미조직 노동자 모두를 포괄하고 각 산별 사안을 관통하는 의제를 만들어 냄으로써 총 노동이 존재하는 전선을 만들어냄으로써 노동자들의 투쟁이 세상을 바꾸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노동자가 행동하면 세상이 진보한다는 것을 다시 보여주는 것 이것이 민주노총 혁신의 목표일 것이다. 그리하여 노동시간 투쟁이 민주노총 혁신에 도움이 되기를, 나아가 한국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연구 리포트] 현장 노동자의 시선으로 본 한국의료의 부끄러운 실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MERS 대응백서 /2016.2

현장 노동자의 시선으로 본 한국의료의 부끄러운 실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MERS 대응백서



김태훈 회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2015년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 2015520일 환자가 발생한 뒤 총 186명이 확진되었고 37명이 사망했다. 16,752명이 격리되었다.

메르스 사태는 부끄러운 한국 의료의 현실을 낱낱이 드러냈다. 공공의료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과 책임 방기가 국가방역체계의 문제점을 가져왔고, 메르스 확산의 원인이 되었다. 또한, 개별 병원들이 전염성 감염병에 대비하기 위한 시설 준비도 되지 않았고, 장비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간호사를 포함해 병원 노동자들은 열악한 상황에서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데 뛰어들어야 했다. 국립대병원, 지방의료원 등 메르스 환자를 직접 치료했던 병원의 노동조합들이 속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한편으로는 현장에서 새롭게 겪는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메르스로 드러난 병원 인력 외주화, 부실한 병원 내 감염 관리, 간호사 직업안전보건 등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정책 논의를 촉발하고자 했다.

의료연대본부 MERS 대응백서2015년 메르스 사태를 통해 향후 과제와 노동조합의 사회적 의무와 역할을 재확인하고자 했다. 이 글에서는 백서 1부의 병원별 현장 대응 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병원마다 메르스 환자 진료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그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노동조합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우선 병원 혹은 노동조합에서 작성한 문헌 자료를 수집하고, 자료를 바탕으로 노동조합 간부와 실제 환자를 간호한 노동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백서가 주목한 것은 현장 노동자의 시선에서 바라보았을 때만 보이는 메르스 사태의 진실이다.

 

서울의료원: 공공병원의 의미와 과제를 보여주다

서울의료원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대표적인 공공병원이다. 2008년 국가지정 입원치료 병상(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23병상(음압격리 5, 비음압격리 18)을 지정받았다. 서울의료원의 격리병상은 시설 면에서 최상급으로 평가받는다. 병원 본 건물과 별도로 병동 시설을 구축해, 감염관리에 효과적이다 서울의료원은 526일 첫 확진환자를 받기 시작해, 712일 마지막 환자가 퇴원할 때까지 총 23명의 환자(전체 확진 환자 186명 중 약 12.4%)를 치료했다.

초기에는 많은 혼란이 있었다. 환자가 처음 입원한 초기에는 에볼라 대응 훈련을 받은 감염전문간호사만 투입되었다. 과거 사스(SARS) 때 수간호사 중심으로 투입하여 다른 병동의 인력 부담에 큰 무리 없이 지나갔던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환자가 예상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추가 인력이 필요했다. 121병동(호스피스 병동)은 환자를 다 퇴실시켜서 폐쇄하고 131병동(특실 병동)은 이동식 음압설비를 가져와서 의심환자 격리병동으로 운영했다. 이렇게 환자를 뺀 두 병동 간호사 중에서 연차가 높은 순으로 메르스 병동에 배치되었다. 이때 차출된 간호사의 경우 사전에 교육된 바가 없었고, 사후 조치 및 산재 처리 방침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 다만 증상이 있으면 감염관리실에 연락하라는 말을 들었고, 출퇴근할 때 체온 검사 및 증상 점검 등을 했다. 근무 당일 날 메르스 간호를 하고 있던 수간호사로부터 오리엔테이션 식으로 교육을 받았다. 간호과정에 대한 특별한 설명은 없었다. 배치된 간호사들은 맞교대로 일했다.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새서울의료원분회는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고 611일경 부원장 면담을 하게 된다. 주요 요구는 3가지였다. 첫째, 메르스 사태가 종결된 뒤 간호사들이 바로 다시 병동에 투입되면 위험하다, 잠복기를 고려해서 14일 휴가가 필요하다. 둘째, 메르스 전담 간호사들이 대부분 가족 한두 명과 같이 살고, 아기들이 있는 경우 더욱 불안해하고 있으니 전용 숙소를 마련해 달라. 셋째, 12시간 맞교대로 근무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72일 노사협의회에서 전담 간호사 전원에게 14일 특별휴가를 주는 것을 합의했다. 다른 요구는 합의되지 못했다. 실제 712일 마지막 메르스 환자가 퇴원하고, 담당 인력들은 14일 동안 유급 휴가를 받았다. 포상의 의미도 있으나, 메르스 잠복기를 고려하면 적절한 감염관리조치라고도 볼 수 있다.

 

경북대병원: 시설도 인력도 문제였다

경북대병원은 메르스 사태에 대응할 시설도, 인력도 갖추지 못했다. 우선 국가지정격리병동이 없다. 520일 메르스가 발생한 이후 대구 지역에서는 국가지정격리병동이 대구의료원 밖에 없다는 사실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경북대병원은 619일 내과 중환자실(MICU)에 확진환자를 입원시킨다. 대구의료원에서 출발한 환자는 619일 오후 3시에 경북대병원 응급실 입구에 도착했다. 간호사와 주치의가 휠체어를 끌고 가서 환자를 이동했다. 문제는 이동과정이다. 환자 이동 경로는 환자가 오기 전부터 가드레일을 쳐 두고, 환자가 타게 될 엘리베이터도 못 쓰게 막아놓았다. 그런데 응급실 입구에서 엘리베이터까지 복도가 너무 길었다. 게다가 입구에서 엘리베이터까지 통로는 다른 통로랑 공기가 다 통했다. 출입통제는 했지만, 공기격리는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 MICU 음압병실로 환자를 이동할 때 신경외과 중환자실(NSICU)을 지나가야 했다. 음압병실은 제대로 밀폐가 되어야 하는데, 경북대병원의 경우 음압병실의 문틈 아래로 쪽지를 전달할 수 있는 만큼 공간이 있었다.

인력 배치도 원칙이 없었다. 메르스 환자가 입원하면서 기존 MICU 환자들은 다른 중환자실로 보내졌고, MICU 인력 중에서 10명을 남겨두고 다른 간호인력은 지원인력(helper)형식으로 다른 병동으로 보내졌다. 미혼 간호사가 자원하다 보니 대부분 연차가 낮은 간호사가 메르스 환자를 전담하게 되었다. 수간호사와 과장은 수시로 확인했지만, 음압병실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최대한 들어가는 사람을 줄여야 하니 간호사 10, 의사 1명만 음압병실로 들어갔다. 교수는 외래를 계속해야 해서 음압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경북대병원이 이렇게 준비도 없이 메르스에 대응하게 된 계기는 병원 차원의 대외적 홍보 목적도 있었던 것 같다. 환자가 퇴원할 때도 언론 홍보를 우선시했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 환자를 봤던 인력은 제대로 보호해주지도 않았고, 후속조치도 마찬가지였다. 환자를 보기 전에 산재 보상 등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환자가 퇴원한 뒤에 MICU48시간 동안 출입 통제하고 청소와 소독을 하기 위해, 이틀간 쉬었는데, 특별휴가를 주겠다고 해놓고, 개인 휴가 처리되어있었다. 현장에서 메르스를 간호했던 간호사는 고생은 아랫사람들이 하고, 언론에 나가고 생색내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고, 어쩔 수 없나, 이게 한국 사회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고백했다.

 

서울대병원: 안일한 병원에 맞서 직접 매뉴얼을 만들다

서울대병원은 국립대병원인 동시에 한국에서 독과점적인 위치에 있는 소위 5’ 병원이다. 서울대병원 역시 평소 감염관리와 전염병 유행에 대한 대비는 소홀했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초기에는 안일했다. 메르스 발생 소식이 언론으로 알려진 뒤, 노동조합이 준비해야 하지 않느냐고 제기하자 관리자는 우리는 메르스 환자가 10명이 넘으면 그 이후부터 받는다.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 다음 날 바로 의심환자가 입원했다. 접촉력과 증상이 있는 환자이기 때문에 사실상 메르스 확진자일 수도 있었던 환자였다. 그리고 2일 뒤 확진 환자가 입원했다.

초기에 관리자들이 전문가라는 명분으로 현장의 노동자들을 억압하기도 했다. 경북대병원, 충북대병원은 메르스 대책회의에 노동조합 간부를 포함해서 논의했지만, 서울대병원은 대책회의에 현장 대표를 포함하라는 요구를 거부했다. 하지만 정작 실제 준비는 미숙하고, 구체적인 현장의 지침은 전혀 없었다. 처음 환자가 왔을 때 감염병동에는 아무런 지침도 없이, 다 괜찮으니까 시키는 대로 해라, 환자를 받으라는 얘기만 있었다. 정작 현장에서는 계속 쌓이는 폐기물을 어디로 배출해야 하고,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옷은 어디서 갈아입어야 하는지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의심환자가 온 다음 날 (529) 간호사들끼리 병동에 모여서 매뉴얼을 만들었다. 그런데 간호본부장의 반응은 이걸 너희가 왜 만드느냐’, ‘너희는 간호나 해라였다. 그 상황을 보던 의사들이 매뉴얼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자 그때야 아무런 소리도 하지 않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현장에서 직접 만든 매뉴얼은 이후 감염관리실에서도 가져갔고, 보라매병원, 강릉의료원 등에서 환자가 생겼을 때 공유하기도 했다.

고압적 자세는 숙소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할 때도 똑같았다. 감염병동 간호사 중 아기 엄마들이 많았다. 아직 어린 아기들도 많아서 집에 가는 게 두려웠다. 위험을 감수하고 애들을 마주하느냐 아니면 내가 집을 나와서 아이들과 떨어지느냐 고민해야 했다. 이런 현장 간호사들의 불안에 관리자들은 왜 오버하냐라는 식으로 대했다. ‘노조가 요구하니까 안 된다는 대답도 있었다. 절대 없다고 장담했던 3차 감염이 발생하면서, 그나마 현장 간호사들의 말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인터뷰에서는 당시 심정을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교수들도 집에 안갔어요. (웃음) 솔직히 의사들이 환자 옆에 머무는 시간보다 우리가 훨씬 많잖아요. 방사선사 교육도 저희가 시켜줬어요. 살기 위해서 한 거지. 우리를 우리 스스로 지키려고. 하나하나 우리 손 안 거친게 없었어요.” 노동조합은 지속해서 숙소를 요구해, 결국, 병원 역내 한 건물에 임시 숙소를 쟁취한다. 사실 숙소라 부르기도 어려웠다. 사무실 공간에 집기 들어내고, 머리 쪽이 꺼지는 접이식 침대 한 개를 들여다 놓았다. 시멘트 바닥이라 은박지 돗자리를 깔았고 화장실에는 샤워시설도 없었다. 이런 숙소지만 고열로 동생 집을 나온 간호사, 파견 나온 간호사, 증상이 있는 직원이 머물 곳이 되어주었다. 이것도 노조가 있어서 가능한 것이었다. 노동조합이 없었다면 문제 제기도 하지 못했을 것이고, 숙소를 받지도 못했을 것이다.


병원의 감염관리, 전염병 대응 역량의 현실을 보여준 메르스 사태

각 병원이 그동안 공공의료에 대해 평소 준비해온 역량, 노동조합과 노동자를 바라보는 관점이 메르스 대응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노동조합의 과제도 재확인할 수 있었다. 노동조합은 임단협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사측을 압박하는 역할을 했다. 이런 사태에 미리 준비되어 있지 않았던 것은 노동조합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지침을 내리기 위한 근거를 확보하고,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내외적으로 노력했다. 전문가, 연대체, 정책위원에게 자문을 구하는 한편 서울지부의 현장 지침 등을 공유하면서 대응했다.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감염 관리 문제를 빠르게 제기할 수 있었던 것은 하청 조직화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부분의 간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음압 격리병상의 확대, 응급실 과밀구조 개선 등 공공의료의 강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부와 분회에서도 병원 내 감염관리와 병 노동자의 안전보건에 대해 더 많이 알아서 병원 현장을 개선 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도 높아졌다

 

 

 

[연구 리포트] 장시간 버스 운전, 운전노동자의 건강과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다 /2016.1

장시간 버스 운전, 운전노동자의 건강과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다

- 버스 운전노동자의 과로 실태와 기준 연구



이이령 회원, 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직업환경의학과


시민의 발인 버스는,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표적인 공공 영역이다. 버스 운전은 승객의 안전한 이동을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집중력이 필요한 노동이다. 따라서 장시간 운전이나, 연속 운전은 버스 운전노동자의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를 유발하여 사고의 위험을 높여 시민의 안전에 영향을 준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 각국은 버스 운전의 하루 최대 노동시간,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제한함으로써 운전노동자의 건강과 승객의 안전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이러한 규정이 없고, 심지어 노동시간의 특례규정을 지정해 운수업은 주당 노동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업종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 버스 운전노동자들은 하루 18시간 이상 운전을 하고, 주당 80시간을 운전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는 버스 운전노동자에 대한 심각한 건강권 침해이자, 시민의 안전까지도 위협하는 상황이다.

 

 

연구 목적과 방법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사회건강연구소, 가톨릭대학교는 올해 3개 지역(서울특별시, 경기도, 광주광역시), 4개 업종(시내, 시외, 광역, 고속)의 버스 운전노동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등을 통해 버스 운전의 지역과 업종에 따라 노동시간 및 운전시간, 노동조건의 차이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에 따른 피로도, 건강영향을 다양한 생체지표를 활용해 평가하고, 면접을 하여 구체적인 실태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나아가 버스 운전노동자의 적정 근무시간 및 운전노동시간을 제안함으로써, 버스 운전노동자들의 건강과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설문조사 : 서울 시내, 경기 시내, 경기 광역, 시외, 고속, 광주 시내에서 1개 회사를 대표로 선별하여 해당 회사의 전체 운전노동자를 대상으로 총 1,061명의 설문을 진행하였다. (, 시외버스 및 고속버스는 단일회사를 모두 조사하기에는 시간 및 공간적 제약이 있어, 충분한 설문 참여 인원 확보를 위해 여러 회사를 조사 대상으로 하였다.)

생체지표 조사 : 생체지표 조사는 24시간 혈압측정, 신체활동도 평가, 집중도 검사(PVT), 타액 코티솔검사, 생활일지 등을 실시하였다. 지역과 업종, 근무형태에 따라 2~4인을 선정해 총 21인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서울 시내 2(12교대), 경기 시내 4(격일제 2, 격일제지만 3일 연속 근무하는 2), 경기 광역 4(격일제 2, 격일제지만 3일 연속 근무하는 2), 광주 시내 4(정규직-12교대 2, 비정규직-격일제 2), 시외 2(복격일제), 고속 4(복격일제-장거리노선 2, 단거리노선 2), 비교를 위한 지하철 기관사 1)

면접조사 : 면접조사는 생체지표 조사를 한 21인중 3인을(광주 시내버스 4인 중 2, 지하철 기관사 1) 제외한 18명을 대상자로 하였다.

 

 

연구결과 1. 하루 18시간 운전 등 극도의 장시간 운전

운전시간 설문조사에서 12교대제와 준공영제를 수행하고 있는 서울 시내버스 노동자들은 대부분 하루 12시간 이내 운전 (86.9%), 56시간 이내 운전 (97.1%)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기 시내버스 노동자들은 하루 15시간 이상 운전하는 경우가 전체의 95.7%나 차지하였다. 또 경기 시내버스 노동자들의 주당 운전시간은 56시간 이상이 76.3%였고, 72시간 이상도 4.9%나 됐다. 경기 광역버스도 장시간 운전에서 이와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경기 시내와 경기 광역버스 노동자들은 격일제 운전이 기본이나 한 차량당 2명의 기사가 배치되어 있지 않아, 실제 하루 15시간 이상씩 3일 연속 근무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기본임금이 적어, 적정임금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이런 장시간 노동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수용하고 있었다.


1. 버스운전사 일 운전시간

 

 


연구결과 2. 장시간 운전으로 61배 졸리고, 사고 위험도 커진다.

- 장시간 운전으로 오후에 최대 61배 졸림

장시간 운전은 집중력의 저하와 졸음으로 이어졌다. 설문조사 결과 특히 경기 시내와 경기 광역 버스노동자들은 출근 직후와 오전 근무 때는 서울 시내 운전자와 유사한 졸림 정도를 보였으나, 오후 운전 시에는 많이 졸린다는 운전자가 훨씬 늘었다. 서울 시내운전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 오후 운전 시에 많이 졸린다는 사람의 비율이 경기 시내는 36, 경기 광역은 61배까지 높은 양상을 보였다. 이는 장시간 운전의 효과가 특히 오후 운전에 두드러지게 반영된 것으로, 안전의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2. 서울시내, 경기시내, 경기광역 운행상황별 졸림 정도의 로지스틱 회귀분석

* 졸림의 정도가 통계적으로 의미 있음을 의미함. (p<0.05)

- 61.46은 경기광역이 오후운행시 많이졸린 노동자의 비율이 서울시내보다 61배 높음을 의미함.

- 약간졸림 : KSS score 4-6, 많이졸림 : KSS score 7-9

- 나이, BMI, 흡연, 음주, 운동, 가구총수입, 학력을 보정한 결과임.

 

 

운전 시작 10시간 이후 집중도의 급격한 저하

집중도 검사(PVT)결과 경기 시내 운전노동자에서 운전 시작 9~10시간 정도 후(오후 3시 이후) 반응 시간이 급격히 길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반응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반응속도가 급격히 감소하고 집중도가 급격히 저하된다는 의미이다. 이는 해외 여러국가에서 하루 최대 운전 가능 시간을 정해놓은 이유를 정확히 반영하는 결과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규정을 두지 않아 장시간 운전 중 운전자의 집중도가 저하되고 이것이 안전의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격일제 운전 노동자는 사고위험이 1.8배나 높다. 

활일지를 토대로 HSE (영국산업환경보건청) 피로·위험지수를 산출하였다. 그 결과 그림 2에 나타난 바와 같이 격일제 운전 노동자(경기 시내, 경기 광역)는 기준 일정(HSE 피로·위험지수 : 영국 보건안전청(HSE)에서 대중의 안전과 직결된 일을 하는 노동자의 업무 피로로 인한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됨. 기준일정 :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에 종료되는 주간근무 이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에 종료되는 야간근무 이틀, 이후 4일의 휴무가 반복되는 일정(주간근무 주간근무 야간근무 야간근무 4일 휴무))보다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1.8배나 높았다. 그림에 나와 있지 않지만, 격일제 운전 노동자는 버스 운행 중 졸음의 위험도 50%를 상회하였다. 복격일 근무(시외, 고속)는 피로지수와 위험지수가 격일근무보다는 낮았으나, 12교대제보다 위험지수가 높아 운행 중 사고의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격일제, 복격일제 노동자들이 추가 운전을 하는 것은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임금축소 없는 운전시간 제한과 노동시간 특례제도 폐지가 필요

ILO(국제노동기구), EU(유럽연합), 일본, 호주, 미국, 영국, 스웨덴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버스 운전 시간에 제한을 두고 있다. 하루 운전시간의 경우 대부분 9~1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고, 주당 운전시간의 경우 ILO48시간, 일본은 40시간(4주간 평균)을 넘지 못하도록 한다. 그러나 국내에는 이런 규제가 없고, 오히려 운수업은 노동시간 제한 예외 업종으로 지정되어 있어 장시간 운전을 해도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본 연구의 결과 및 ILO를 비롯한 여러 국제 기준에 근거하여, 하루 9시간 이내, 48시간 이내로 운전시간 제한을 두어 운전노동자의 건강과 시민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운수업은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노동시간 규제가 더욱 필요한 업종임에도, 오히려 더 장시간 노동을 할 수 있게 명시된 근로기준법 제59조 등 특례제도는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저임금 체계에서 생활임금을 보존하고자 운전노동자 스스로 장시간 운전을 선택하는 현재의 급여 체계에서 이와 같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실질적인 임금 축소 없는 운전시간의 단축이 정확한 대안일 것이다. 준공영제를 시행한 서울 시내버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고려하면, 각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공영시스템을 도입할 때 이를 현실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 시내와 유사한 방식의 노선을 운행하고 있으나 하루 15~18시간 연속 운전하는 극도의 장시간 운전을 수행하고 있는 경기 시내 및 경기 광역버스의 경우는 이런 변화가 더욱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운전노동자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요구가 있어야 한다.


* 본 글은 한국노총의 버스 운전노동자의 과로 실태와 기준연구보고서의 주요 연구결과 및 제언을 담고 있다. 지면의 제약 상 본 글에는 담지 못했으나 감정노동에 의한 버스 운전노동자의 건강영향, 교통사고 처리 비용의 자기부담, 광주 시내버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문제 등의 연구결과가 담겨있고, 면접조사 등 을 반영한 중간 휴식시간보장, 최소연속 휴식시간 보장, 보건관리자 선임 등 건강보호 방안 법률적 조치의 필요, 고속버스의 사회적 휴일 확보 등의 제언도 담겨있다.

 

[연구 리포트] 더 이상 그들을 벼랑으로 내몰지 마라! /2015.12

더 이상 그들을 벼랑으로 내몰지 말라!

-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와 과제

 

 

 

장경희 충남노동인권센터

 

 

2011518,

그들의 삶은 그 날, 그곳에 멈춰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은 대한민국 민주노조 운동의 한 역사였다. 중소사업장이지만, 엄혹하던 시기 어용노조를 민주화했고, 눈 뜨고 코 베어가려는 자본의 의도를 간파했으며, 지역연대투쟁의 모범을 만들었다. 당시 부천지역(현재 유성기업은 충남 아산과 충북 영동에 소재하고 있다)의 수많은 사업장과 활동가들은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지원과 연대로 투쟁할 수 있었으며, 살 수 있었다. 90년대 초반 파업투쟁에 공권력이 투입되고, 97IMF로 구조조정의 한파가 밀려왔어도 그들은 당당했고 민주노조를 지키겠다는 의지는 확고했다. 민주노조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한 유성 자본의 탄압은 거셌다. 대통령은 주례연설에서 ‘1,000원짜리 부품이 완성차 라인을 끊었다.’며 사실을 호도했고, 용역 깡패들은 차량을 동원해 노동자들 13명에게 중부상을 입혔으며, 소화기와 도끼로 무장했다. 공권력은 노동자들에 대한 공포스런 폭력을 목격하고도 재산권 행사라며 노동자들을 막아섰다. 많게는 30여 년을 근무하던 직장에서 쫓겨나 자존을 지키려는 그 작은 소망하나로 모기와 파리가 넘쳐나고 습하디 습한 비닐하우스에서 100일을 견뎌냈다. 그러나 자본의 탄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유성기업 노동자를 살리자!’ 하나로 시작된 정신건강실태조사와 치유활동

 

현장에 복귀해서도 징계·해고, 감시, 협박, 통제, 나아가 인간의 본성까지 찢어 놓고야 말겠다는 자본의 의도는 계속됐다. 그즈음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살려야 한다는 지역의 목소리들이 있었다. 완강한 투쟁으로 자본의 구조조정에 맞섰으나 남은 건 사회적 고립이었고 그중 일부는 세상을 저버리고야 말았던 쌍용자동차의 노동자들처럼 만들어선 안 된다는 외침이었다. 적어도 이 사회의 정의를 위해, 노동자에겐 한없이 부조리하기만 한 탄압과 현실에 저항했던 이들을 절대로 고립시킬 수 없었다. 그런 두려움으로 유성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정신건강실태조사는 시작됐다. 충남노동인권센터의 노동자 마음치유 사업단 두리공감의 시작이기도 했다.

 

정신건강실태조사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지난 4년간 진행됐다. 동일한 진단지로 매년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상태를 점검해 왔다. 4년 동안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삶은 많이 변했다. 임금은 2011518일 이전보다도 내려갔으며, 일상이 돼버린 감시와 통제로 얼굴빛은 검게 변했다. 정상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고도 회사가 주는 밥을 넘기지 못하는 이들이 넘쳐난다. 회사가 유성기업 금속노조 소속 노동자들을 상대로 낸 고소장이 1,000건이 넘는다. 징계는 매일같이 이뤄진다. 최근엔 회사경영난을 주장하며 강제 순환휴직까지 시키고 있으며 민주노조를 압박하기 위한 자본의 이 같은 행태를 거부한 금속노조원들에겐 기계와 유리창을 닦게 하고 청소를 시키고 있다. 극심한 탄압, 막무가내의 폭력을 경험했던 2011년과 현재, 유성기업 금속노조원들이 당해야 하는 고통은 여전하다.

 

2015년 정신건강, ‘위기상태로 확인

 

정신건강실태조사는 총 6개 항목으로 진행됐다. 우울장애, 사회심리스트레스, 불안 증상, 알코올 사용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직무스트레스 등이다. 이모든 지표에서 2015년 결과는 가장 좋지 않았다

 

 

- 우울 고위험군 연도별 변화

 

위 그림은 유성기업 금속노조원들(2012년 아산지회, 2013~ 2015년은 아산·영동지회 통합결과)의 우울증 고위험군 연도별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매년 우울증 고위험군의 비율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비단 우울증만이 아니라 불안증세에서는 전년도에 비해 13.5%p가 증가했으며, 사회심리스트레스는 무려 22.9%p나 증가하여 약 64.5%의 노동자들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현재 유성기업 금속노조원들 상당수는 삶이 가치 있다고 느끼지 못하고 행복하지 않으며, 매우 우울하고 불안감 속에 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더욱이 외상후 스트레스의 경우 이전년도에 비해 12.4%p 증가한 53.6%의 노동자들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었

는데 이는 2014년 모 국회의원이 전국소방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결과인 11.4%에 비해 4가 넘는 수준이다.

 

실태조사의 맹점이 한 가지 있다면, 이 결과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드러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어떤 노동자는 회사 측 주요인사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 할 수 있는 사내 식당에서 상상한다. ‘내가 칼을 들고 몇 발자국을 가면...’ 이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주는 저 가해자를 없앨 수도 있다는 상상. 또 어떤 노동자는 말한다. ‘정신 차려 보니 아파트 옥상난간에 서 있는 나 자신을 보았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나는 내 목숨을 끊으려 나도 모르는 사이 그곳에 올라갔다. 아이들과 아내에게 고통을 안겨줄 수 없어, 정신병원 폐쇄병동을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대부분의 유성기업 금속노조원들이 상상하고 말하는 현실이다.

 

유성기업 금속노조원들에게 남은 건, ‘악화된 환경

 

충남노동인권센터 두리공감은 지역 내 많은 사업장에서 정신건강실태조사를 벌여왔다. 그중 2014년에는 논산시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자결사건을 계기로 지역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직무스트레스를 조사한 바 있다. 이를 유성기업 금속노조원들의 직무스트레스 진단결과와 비교해 보면, 그 결과 역시 참담한 수준에 있다. 직무스트레스의 원인이나 결과, 그것을 해결하는 주체는 고용주다. 노동자에게 능력 이상의 업무나 작업이 강요되고 있는지,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업무(작업)수행에 필요한 자원들은 제때, 충분히 제공되고 있는지, 수행결과에 대한 지지와 격려 또는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는지 등을 보는 것이 직무스트레스 항목이다. 두리공감이 실시했던 사회복지직 공무원들보다 유성기업 금속노조원들의 스트레스 수준이 매우 높게 나왔다. 직무요구항목을 제외한, 직무자율, 관계갈등, 직무불안정, 조직체계, 보상부적절, 직장문화 등의 항목에서 모두 높은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있음이 확인되었다. 특정항목에서는 두 배 이상의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탄압만이 아니라 유성기업 회사 측은 작업과정 전반에 걸쳐 노동자에게 강력한 스트레스 환경을 만들고 있다. 이는 원래 그랬던 것이 아니라 매우 고의적이고 체계적으로 노동자들을 괴롭히기 위해 만들어 놓은 장치들에 의해 변화된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유성기업 금속노조원들이 증언하듯이 공장문을 들어서는 순간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숨소리가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심리·정신건강 관련한 많은 책들서는 계속된 가해 행위가 두 가지의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하나는 그 가해행위를 일상으로 인식하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목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맞선다는 것이다. 유성자본이 원하는 것은 전자일 터이고, 후자는 유성기업 금속노조원들이 지금껏 해 오고 있는 일들이다. 그렇게 햇수로는 5, 4년에 걸쳐 사람이고자 저항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지금 남아 있는 건 사무치는 고립감이다.

 

 

위 그림은 2011년부터 현재까지 회사 측의 탄압과 그에 대한 투쟁과정에서 주변의 관계는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한 답변 결과다. 부모와 배우자의 관계는 큰 변화가 없이 아주 약간 개선되었다고 한다. 이례적으로 자녀와의 관계가 개선되었는데, 그 이유에 대해 한 노동자는 아이들이 불쌍하잖아요.”라고 답했다. 4년간 삶은 나아지지 않은 채 어려워져만 가고, 정신적인 고통은 가중되며, 이제 그 고통이 몸으로까지 전이되고 있는 이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아이들을 걱정한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반면, 주변 관계를 보면 친지관계, 이웃관계, 동료관계에서 모두 악화하였다고 응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약처럼 느껴질 수 있겠으나 이 같은 결과는 고립을 의미한다. ‘사람이고자, ‘자존을 지키고자, 나아가 삶과 가족을 지키고자 당당히 맞선 결과가 그들에게는 고립감으로 남아 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나 내담자에게 의사와 상담사들은 햇빛을 많이 보고, 좋은 친구를 만나며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 나갈 것을 권유한다. 가해를 통해 상처를 안겨 준 것이 사람이지만, 치유 역시 사람과 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성기업 금속노조원들은 지금, 외롭다.

 

너무 늦지 않기를

 

 

 

엄청난 탄압과 폭력 상황에 노출돼 있어도 유성기업 금속노조원들은 한 번도 흔들림 없이 투쟁해 왔다. 한때는 노동시간 단축과 야간노동철폐의 상징으로 사회적 지지를 받으며 투쟁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다양한 이유로 잊히고 있다. ‘더 어려운 사업장이 얼마나 많은데? 거기는 그래도 조합원이라도 있지’, ‘지금까지 지원했는데 더는 뭘 할 수 있을까?’, ‘이젠 좀 적당히 갈 때도 됐잖아?’ 긴 병에 효자 없듯이, 장기투쟁사업장이란 이름표가 붙으면, 으레 한 번쯤 가봐 주는 곳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유성기업 금속노조원들은 고립감을 느끼며, 심신이 병들어가면서도 저항하며 투쟁하고 있다. 소위 정상비정상이라며 자신들의 상태를 위로하며 전선에 서 있다. 유성기업 금속노동자들이 지금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이제 사회적 문제이며, 사회적 해결 없이는 불가능한 지형에 놓여 있다. 이제, “유성 투쟁 승리를 넘어 유성기업 금속노동자 살리기를 위해 모여지고 보태져야 한다. 유성기업 금속노동자들의 정신건강과 심리치유를 위한 활동이 만 5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치유를 위한 환경 역시 열악한 게 현실이다. 신경정신과 전문의의 도움도 받을 수 없고, 있다손 치더라도 의사들조차 시간이 지나면 눈치를 보곤 한다. 노동현장이나 분쟁사업장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담사들은 엉뚱한 해답을 내놓기도 하기에 찾고 또 찾아서 현장이해도가 높은 상담사를 배치해 왔다. 그러나 그분들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지경에 놓여있다. 한달이면 자살기도와 같은 몇 건의 응급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정말 그래선 안 되지만 하늘의 운에 맡긴 적도 있다. 유성기업 금속노동자들이 그토록 열망하는 민주노조 사수 투쟁이 승리할 수 있도록 전선을 만들고 힘을 보태며, 연대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궁극적인 치유가 될 테지만, 지금 당장 고통받는 그들을 위한 치유공동체를 만드는 것도 그만큼 중요해 보인다.

  

 

[연구 리포트] 유해요인조사, 제대로 해서 '골병'을 함께 꼭 잡자 /2015.11

유해요인조사’, 제대로 해서 골병을 함께 꼭 잡자


 

 


아이구 상임활동가

 

 


본 연구리포트 (본 연구리포트는 2016년 근골유해요인조사 제대로 하기 TFT가 실시한 조사연구내용 중 주요내용으로 조만간 전국금속노조 노안실에서 조사보고서와 근골유해요인조사 지침 그리고 현장기획선전물로 현장에 전달할 예정이다.) 는 전국금속노조 82년 차 노동안전보건실 사업으로 진행한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 실태 파악과 대안 마련을 위한 조사연구 내용이다. 2016년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를 제대로 하려는 목적으로 진행한 본 조사연구는 전국금속노조 노안실과 노동안전보건 단체 활동가들이 함께 TFT (TFT에는 금속노조 노안실의 박세민 실장, 윤덕기 부장, 나현선 부장,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 상임 집행위원 이은주, 산업보건연구회 사무국장 김은미,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 현미향, 일과 건강 사무국장 한인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손진우, 이숙견, 정재현, 최민, 아이구 상임활동가 등이 참여하였다.) 를 구성하여 공동으로 진행했다.


투쟁으로 쟁취한 유해요인조사에 숨과 활력을


1997IMF 경제 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현장에서 노동강도와 자본의 현장통제력이 강화되었다. 2002년 집단적인 산재요양투쟁은 근골격계 직업병이 노동자 개별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조정의 결과로 인한 집단적인 노동자 건강권의 훼손임을 드러냈다. 노동강도 강화저지와 집단적 작업환경 개선, 노동자의 현장통제력 강화를 내걸고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이 전국적으로 벌어진 결과, ‘사업주의 근골격계 질병 예방의무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 조사가 법제화되었다. 하지만 법제화 이후 총 4차례의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가 시행되었지만 유해요인조사는 3년마다 돌아오는 형식적인 노동안전보건사업으로 관성화되는 경향을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자본은 현장 노동자와 조합의 참여를 배제한 채,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무력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본의 행태에 노동조합의 대응은 개별지회 차원에서 담당 중심의 수세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02년 근골격계 투쟁


결과적으로 현재 근골격계 직업병 문제에 대해 자본은 공상치료와 사업장 내 치료 등을 통해 일상적으로 근골격계 질환자를 관리하는 등 현장통제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예방 측면에서는 유해요인조사를 통하여 형식적이고 기능적인 인간공학 중심의 작업환경 평가만을 진행하면서 근본적인 작업환경 개선과 예방대책을 배제하는 등 예방활동 시행의 시늉을 내고 실제로는 하는 것이 없는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016년 다섯 번째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를 앞둔 현실에서, 골병을 함께 꼭 잡을 조사를 제대로 하여 관성화되어 가고 있는 근골 유해요인조사에 숨과 활력을 불어넣는 데 온 힘을 모아야 한다. 공상이 아닌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 쟁취, 인간공학적개선만이 아니라 조합원이 체감할 노동 강도를 포함한 근본적인 노동조건 개선, 현장조직력 강화 등 에 이바지할 수 있는 유해요인조사를 조직적이고, 일상적이며, 조합원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이 절실하다. 자본의 이윤보다 노동자의 몸과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현실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실태는 골병을 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


90개 지회가 참여한 설문조사, 18개 지회가 참여한 심층면접 조사, 실태와 대안 마련을 위한 워크숍 등을 통해 확인한 유해요인조사 실태유해요인조사 실태와 관련한 설문항목, 면접내용, 워크숍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금속노조 노안실과 TFT 명의로 조만간 배포할 조사연구 보고서를 참조하길 바란다.는 골병을 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였다. 담당 중심의 관성화된 유해요인조사는 확 바꿔야 할 심각한 수준이다. 이대로는 골병을 잡기는커녕 공상처리조차 여의치 않게 될 현실로 이어질 수 있으며, 치료받을 권리는 물론이고 보호예방이라는 애초의 법적 취지가 무색하게 될 지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태를 좀 더 살펴보자.


대부분의 지회에서 근골 문제를 제기하고 인식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노동자가 노동 과정과 속도, 강도, 시간 구성에 대해 통제권을 행사하고, 일터의 주인이 되는 과정으로 만들기 위한 목표 설정과 기획이 부족했다. 근골 유해요인조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조사 전 과정에서 노동자 참여를 늘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본적인 준비와 과정을 노동조합이 주도하지 못한 경우가 상당한 현실이다. 특히 노동조합이 참여한다 하더라도, 간부나 담당자 중심으로 참여하는 것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산재 신청보다 공상 제도를 활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이미 2012년부터 산재보다 공상을 많이 하는 사업장이 2/3가량 되고, 이 비율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유해요인조사를 하더라도 증상 설문 조사도 전체적으로 모두 시행하지 않고, 증상 설문조사를 하더라도 검진과 검진으로 발견된 질환자의 치료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그리고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유해요인조사를 시행하고도 조사가 끝난 후 이를 조합원과 노동조합의 성과로 남기는 활동으로 충분히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애써 만든 유해요인조사의 성과마저 유실되고, 조사는 되풀이되지만 개선되는 점은 없다며 조합원들이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 조사 결과가 실제 현장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일상 활동이 뒷받침되어야,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가 3년마다 해야 하는 숙제가 아니라 3년 동안 개선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필요를 조직하고, 현장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경험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2015 근골 집단산재요양 투쟁


근골 집단산재요양투쟁으로 법까지 만들게 했던 전국금속노조는 2015년 근골격계 질환 소견자들 51명에 대한 집단산재투쟁을 시작했다. 투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신청한 조합원들, 노안담당자들, 노조 노안실 만의 사업이 아니다. ‘일하다 아프지 않고, 병들지 않고,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쟁취했던 금속노동자들이 더 쉽고, 더 편하고, 더 행복하게 일할 권리를 쟁취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2016년 근골 유해요인조사 어떻게 할 것인가

노동안전보건 활동의 틀과 결을 바꾸자


조합원들의 관심이 많고 참여도도 높은 고용과 임금문제만이 아니라 이윤보다 노동자의 몸과 삶을 중심에 둔 건강권 쟁취 활동을 통해 활동의 틀과 결을 보다 구체화하고 일상화할 수 있다. 자본의 이윤에 맞설 노동자의 몸과 삶이 지향하는 가치와 필요를 구체화하는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통해 산별노조 완성에 필요한 주체와 과정을 만들어 나가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골병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첫째, 지회는 물론이고 금속노조와 지부 및 지회 차원에서 구체적인 목표와 기획 그리고 조직적 태세가 필요하다. 둘째, 3년 주기의 관성적이고 담당 중심의 조사가 아니라 조합원이 주체로 참여해서 진행하는 과정을 거쳐 조직력 강화에 기여해야 한다. 셋째, 골병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조직적이고 일상적인 활동으로 인간공학적 개선은 물론이고 노동조건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수적이다. 넷째, 공상이 만연한 현실을 바꿀수 있는 조합원과 조합 차원의 각별한 인식전환과 실천이 중요하다.


골병을 꼭 함께 잡기 위한

2016년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 조사를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의 사업목표는 건강권 쟁취, 조직력과 현장통제력 강화,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 쟁취, 노동조건 개선 등 현장문제 전체를 포괄 할 수 있도록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 기획과 과정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조합원들의 현실과 요구, 참여를 반영하고 실현해 나갈 구체적인 방안을 만드는 것이다.


기획과 목표에 대한 논의와 결정 이후에는 조사와 개선, 평가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사과정은 현장의 모든 공정을 빠짐없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동자들의 몸과 삶의 필요에 기초한 목소리와 행동을 모으는 조직과정이다. 때문에 산보위나 특단협 요구를 매개로 한 조합의 사업기획과 목표 관철을 위한 노사협의구체적인 사업기획의 사전 검토 혹은 공유한 기관선정조합원의 실태와 관심 파악을 위한 사업 관련 설문 및 간담회우선 개선을 실질적으로 수행할 부담 작업을 중심으로 한 예비조사현장의 노동을 주시하고 기록하는 본 조사인간공학근적 개선은 물론이고 적정인력과 적정작업량 선정 등 개선할 내용과 근거를 찾고 개선방안을 모으는 과정조사 전반에 대한 보고 혹은 토론조사 결과에 대한 보고와 토론개선을 위한 체계-활동시간-우선순위 선정-개선 등 노사협의 및 실행사업 평가 등 전 과정에서 사업의 핵심주체인 조합원들이 얼마나 목소리를 내고 참여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부터 준비하자. 20154/4분기 산보위 혹은 20161/4분기 산보위 안건으로 채택하여 협의를 시작하자. 금속노조 차원에서 준비 중인 보고서 읽기는 물론이고 2016년 유해요인조사 제대로 하기 위한 지침서와 현장기획선전물을 통한 교육선전을 준비하자. 실제 조사에 함께할 조합원들을 찾아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 노조, 지부, 지회 차원의 조직적 활동을 위한 대응체계를 조직하자. 현장 노동자들의 노동을 주시하고 기록하면서 노동자의 필요와 기준을 만들자. 전국금속노조 사업장에서 공상을 없애 나가기 위한 활동을 시작하자.


조사연구 과정에서 한 지회의 노동안전보건 간부가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행동으로 옮겨지길 바란다. 그래야 노동자의 몸과 삶보다 자본의 이윤을 위해 무한 질주하는 신자유주의 유연화 공세에 맞서 더 안전하고,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한 일터에서 일하며 살 수 있지 싶다.


"현장을 조직하는 건데 다른 다양한 현안문제를 어떻게 반영해서 같이 할 거냐, 전술로서도 충분히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를 활용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을 해요.... 근골격계유해요인 조사사업을 어떻게 바라볼거고 이 사업을 올해 어떻게 만들어갈 거다, 조합원들을 어떻게 참여하게 할 거냐 이런 것만 활발하게 되면 하고자 하는, 노동조합에서 만들고자 하는, 조직사업으로 가져가고자 하면 조직사업이 되는거고, 조합원들하고 일상적인 소통하는 걸 좀 만들어 가보자라고 하면 그렇게 가져갈 수 있고 그렇게 되는건데..." (K 지회)



  • RVBl 2020.07.03 16:18 ADDR 수정/삭제 답글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정보입니다.

[연구소 리포트] 팔고 싶어도 못 파는 현실, 판매노동자들은 괴롭다 /2015.10

팔고 싶어도 못 파는 현실, 판매노동자들은 괴롭다

-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 직무스트레스 실태조사 2차 연구


정하나 선전위원



2년에 걸쳐 진행한 현대자동차 판매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 실태조사 연구사업이 마무리되었다. 작년 1차 조사(설문조사)를 통해 직무스트레스 요인중 가장 문제로 지적된 직무 불안정, 관계갈등, 조직체계 요인이 대체 판매현장 어디에서부터 기인하는지를 밝히기 위한 연구사업이었다. (2014년에 진행한 <현대차 판매위원회 직무스트레스 1차 연구>에 대해서는 일터 130호 연구소 리포트에서 소개한바 있습니다.) 

이에 이번 2015년에 진행한 후속 연구에서는 심층면접을 통해 판매위원회 조합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수집하여 분석하였고, 1차 사업에서 얻은 설문 데이터를 심층 분석하였다. 그 결과, 판매위원회 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를 발생 혹은 악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두 축은 ‘정가판매 제도’와 ‘가학적 인사관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가로 차를 팔자는 ‘프라미스 투게더’, 뭐가 문제?

현대자동차의 판매정책인 ‘정가판매’ 제도는 2011년 ‘프라미스 투게더(Promise Together)’ 캠페인과 함께 도입되었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이 제도를 ‘올바른 판매문화를 확립하고 고객 만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실시’한다며, ‘소비자들이 현대차의 모든 지점, 대리점에서 같은 가격에 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직원 간 과다 출혈경쟁을 막아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정도판매’ 문제의식이 ‘정가판매’로 축소됐다는 점이다. 판매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 대신 ‘가격 규제’만 남은 것이다. 자동차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큰 틀에서의 마케팅정책 수립과 연동되는 판매정책이 있어야 하는데, 단순히 판매사원 개인이 차를 에누리 없이 정가로 팔았느냐 안 팔았느냐 하는 것만 가지고는 ‘정도판매’를 실현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두 번째로는 판매위원회 노동자가 정가판매제를 위반한 경우, 징계를 받게 된다는 점이었다. 회사의 말대로 ‘정도’를 지키자고 정가판매를 따르자니 고객들이 떠나가고, 그렇다고 차를 팔자고 정가판매를 어기자니 회사에서 징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현대차 자본은 실적 외에도 판매노동자를 압박하는 또 하나의 칼자루를 쥐게 된 것이다. 

정가판매 제도가 전면적으로 시행된 지 4년이 지난 2015년 현재, 정가판매 제도의 두 가지 약점과 이로 인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정가제를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선언 외에 실제로 가격 경쟁을 막기 위한 다른 조처가 전혀 없는 앙상한 정책은, 시장 질서를 바로 세우지 못했다. 많은 현장 노동자들이 회사가 정가판매 위반에 대한 징계권을 멋대로 휘두르는 것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징계권을 쥐고 있는 회사의 감시하에서, 정가로는 팔리지 않는 왜곡된 시장구조 속에서 판매 노동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많이 팔 수도 없게 해놓고... ‘가학적 인사관리’만 일삼는 사측

판매위원회 노동자들은 현재 정가판매 제도를 실현 불가능한 제도로 보고 있었다. 다양한 차량 판매 경로가 있는 상황에서 정가로는 판매할 수 없다는 것이다. 팔 수 없는 제도 아래에서 ‘판매’해야 하는 노동 자체가 역설과 모순이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경제적으로 손해 볼 것이 없는 데다, 노동자와 대리점에 대한 강력한 통제 수단을 갖게 된 셈이라 꽃놀이패나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현실은 노동자들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즉, 정가판매의 약속을 못지키면 그것대로 징계 압박에 시달리고, 잘 지키면 실적 부진의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고용불안, 일과 회사에 대한 회의는 바로 이에 기인한다.

회사는 판매시장의 구조적인 모순에 대한 제도적, 정책적 개선이나 보완은 전혀 하지 않고 오히려 영업직 노동자들의 정가판매 이행 여부를 지속해서 감시하고 징계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가학적 인사관리의 형태이다. 사실상 성과를 낼 수 없는 상황에 몰아넣고, 저성과자를 관리하겠다며 노동자를 압박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조합원들 사이에는 압박과 불안감, 서로 간의 불신이 증대되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이 외 억압적인 근태 관리, 편가르기식 인사 관리나 미스터리 쇼퍼 (고객으로 가장하여 매장 직원의 서비스 등을 평가하는 사람를) 동원한 고객 서비스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현대차 자본의 인사관리 행태는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수준에 다다랐다. 

‘정가판매를 지켜서는 팔 수 없다’는 현실 때문에, 또 이를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미스터리 쇼퍼 등을 통해 시험하는 회사 측의 정책으로 인해 노동자들은 불안감을 느끼거나,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일하는 재미를 잃었고 판매 조직의 미래 자체가 불안하게 느끼고 있었다. 판매 노동자들은 이런 정신적 고통은 실적이 낮은 노동자들의 경우 더 심하게 나타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도 판매량을 민감하게 의식할 수밖에 없는 영업 노동의 특징도 있지만, 저성과자에 대한 회사 측의 압박이 날로 심해지기 때문이다. 또, 정가판매 제도나 가학적 인사 관리는 노동자들 사이에 배신감과 불신을 촉발하여 갈등 요인이 되고 있었다. 1차 사업에서 직무 불안정, 관계 갈등, 조직 체계 영역의 직무스트레스 요인이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을 아주 명확하게 뒷받침하는 결과이다.


건강지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 가학적 인사관리

직무스트레스의 이런 부정적인 영향은 2014년 설문조사 결과를 심층 분석한 것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직무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집단의 경우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대부분의 건강 지표가 나쁜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우울 증상, 정신적 소진, 주관적 건강 수준은 그 차이가 컸다. 더 심각한 것은 가학적 인사 관리를 직접 경험했거나, 강화되었다고 느끼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각종 건강 지표가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미행감시나 징계의 경험은 주관적 건강수준, 우울증상, 자살에 대한 생각 및 직장 내 폭력을 큰 폭으로 높이고 있었다. 정신적 소진은 여러 가학적 인사관리 가운데 ‘정가판매로 인한 고객과의 갈등’의 증가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는 판매위원회 노동자들이 모순적인 정가판매 정책으로 인하여 고객을 상대하는 데 있어 정신적으로 지쳐버릴 정도의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반영한 결과이다. 감정노동이나 정신적 소진감, 직장 내 폭력을 직·간접 경험한 노동자들 역시 건강 지표가 모두 나빴다. 특히 직장 내 폭력 경험은 우울증상 위험을 큰 폭으로 높이고, 나아가 지난 1년간 자살 생각도 많이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설문조사 결과를 심층 분석한 이러한 결과들은 심층면접을 분석한 결과와도 맥락이 일치한다. 정가판매로 인한 직무불안과 여기에 더 해져 실적관리를 표방한 가학적 인사 관리로 인한 동료 간의경쟁이 직장 내 폭력이나 갈등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직무 불안정은 직장 내 폭력을 유발할 수 있는 강력한 요인 중 하나이며, 가학적 인사 관리와 같은 부적합한 경영방식 역시 직장 내 폭력을 일으키는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유럽연합 직업안전보건청(EU OSHA)의 보고서에서는 직장 내 분위기와 경영자의 리더쉽 및 관리방식을 직장 내 폭력을 일으키는 중요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으며, 나이 등 개인적 요인과 직장 내 폭력 사이 관계는 상대적으로 불분명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즉 데이터 심층 분석결과에서 드러난, 직장 내 폭력이나 우울증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관계갈등 영역은 단순히 노동자들 사이의 개인적인 문제에 기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조적 스트레스, 해결을 위한 노동자들의 목소리

하지만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대응은 조직적이지 못 하고 개별적이었다. 정가판매제도를 지키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안감이나 정가판매를 지켜 실적이 낮은 데서 오는 고통, 정가판매 제도로 인한 보람 없음과 동료들 사이의 갈등을 대부분 개인적인 차원에서 감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가판매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각자가 생각하는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초점집단면접조사를 진행해 정가판매 제도에 대한 노동자들의 의견을 확인해 보았을 때는 정가판매 제도의 개선을 통해 시장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이 판매위원회 노동자들에게 생존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개선을 위해서는 회사의 강력한 의지,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 그 기준의 엄격한 적용, 현제도의 일시적인 운영 중단 및 개선된 제도의 시범운영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에서는 정가판매해야 한다고 얘기하면서 뒤에서는 걸리지만 말라는 식의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회사, 국내 시장 점유율이 수입차에 잠식당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는 경영진, 저성과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면서 점유율 하락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관리자들의 행태에 대한 불신 또한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시장 질서 확립 방안으로 시장 주체들 간의 대화를 통한 시장 질서에 대한 동의, 대리점 소장 판권 제한, 대리점 노동자의 연대 등이 제기되었다. 

특히 대리점이 이미 국내 자동차 영업 시장에서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로 자리 잡은만큼 시장 질서 확립 과정에서 대리점 관련 주체들의 동의가 필수적인 부분이라는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동차 영업을 둘러싼 시장 환경이 과거와 매우 달라졌고 지금도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개인의 판매 실적을 평가의 근거로 삼고 있는 실적 중심 구조가 더욱 근본적인 문제라는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이런 문제를 덜 방안으로 고객관리 중심으로 업무 재배치, 지역 할당제, 영업 영역 분리, 승진 제도 개선 등이 제기되었다. 

이처럼, 그동안 드러나지 않던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드러나게 하여 정가판매 제도가 시장 질서 확립이라는 본래 취지를 달성하지는 못하면서 노동자에게 고통만 강요하고 있음을 당당히 말할 수 있도록 하고,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지 않고 시장 질서를 바로잡을 방안에 대해 노동자들 사이에서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하는 것에서부터 정가판매에 대한 대응을 시작해야 한다. 노동자 간 교류와 공동체 경험의 복원이 가장 중요한 과제 이번 연구를 통하여 현대자동차 판매위원회 노동자 들의 노동 조건이 직무스트레스 요인을 악화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마저 침해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시장질서와 판매정책에 대한 일관된 정책을 수립해야 하고 직영판매 조직에 속한 노동자들이 그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노동 인권과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가학적 인사관리를 즉시 중단해야 하며, 우울 증상이나 자살 생각 등 정신 건강이 심각하게 훼손된 노동자들이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긴급보호,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판매위원회 노동자들의 일치된 목소리일 것이다.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누구보다도 판매위원회 노동자 스스로가 나서 야 한다. 특히 동료 간 악화되는 관계 갈등, 직장 내 폭력 문제는 더욱 그렇다. 서로 고립된 개인으로, 혹은 무관심하거나 대립하는 소집단으로 쪼개져 있어서는 사측의 전사적인 공격을 막아내는 것도, 노동 인권이 존중되는 스트레스 없는 일터도 모두 요원한 꿈일 뿐이다. 현장의 작은 문제라도 반드시 함께 토론하여 진단하고 대책을 세워나갈 수 있도록 분회나 지회의 현장 간부들의 역량을 키우고 일상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서로 다른 직무나 성별, 서로 다른 세대, 서로 다른 분회나 지회 및 더 나아가 대리점 노동자까지 포함하여 노동자 사이의 상호 교류와 공동체로서의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가 는 것이 필요하다. 든든히 조직된 현장의 힘으로 신명나는 판매현장, 건강한 일터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연구소 리포트] 2015 산업단지 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 /2015.9

2015 산업단지 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

 

 

최민 선전위원장
* 일부 내용은 지난 7월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에도 기사로 실렸습니다.

 

 

산업단지 노동자들,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하고 있을까?

올해 4월, 민주노총과 함께 미조직노동자 조직화 사업에 참여하는 전국 8개 산업단지에서 전국산업단지 노동실태조사를 시행했다. 출퇴근 시간 거리에서 혹은 점심시간 식당 근처에서 무작위 설문조사를 시행해 총 1,494명이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8개 산업단지 중 서울 구로, 경남 녹산, 울산 매곡, 대구 성서 산업단지 네 곳에서는 설문조사 내용 중 건강권 실태를 함께 물었다. 중소영세사업장은 사업규모가 영세하여 사업주들이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나 관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면 작업환경은 더 위험하고 열악하다. 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는 이런 산업단지 내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하기 위한 알 권리, 치료받을 권리, 위험 작업을 중지할 권리 등을 얼마나 보장받고 있는지에 대해 가장 기초적인 내용을 조사한 것이다. 건강권 실태조사 설문에 참여한 노동자는 총 757명으로, 응답자 대부분이 중소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노동조합이 없는 이른바 ‘미조직’ 노동자들이었다. 이 조사과정에는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대구)산업보건연구회,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이 함께하였다.

 

 

 

안전교육을 받지 않는 노동자가 65%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업무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아야 한다. 또 업무로 인해 발생 가능한 사고와 질병이 무엇이며 어떻게 예방 가능한지도 알아야 한다. 사업주는 위험성을 알리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한 달에 2시간 혹은 분기에 6시간 안전교육을 유급으로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안전보건교육을 전혀 받지 않는다는 응답이 54.8%에 이르고, 교육을 받지 않은채 사인만 했다는 응답도 10.1%나 됐다. 65%의 노동자들이 안전교육을 받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이러니, 본인 직업에서 일하다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나 사고에 대해 알고 있다는 노동자가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들은 자신이 일하다 발생할 수 있는 질병과 사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388명(52.8%)이 알고 있다고 답변했으며 347명(47.2%)이 모른다는 답변을 하였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산단 노동자들

 

조사팀 중 한 명이 공단에서 노동자를 대상으로 선전물을 나눠주다 허리를 다쳐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노동자를 만났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무거운 물건을 옮기다 허리를 다쳤는데 병원에 가니 허리디스크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산재신청 하셔야죠” 하니 “내가 산재 신청하면 회사가 보험료도 올라가고 민폐여서...”라며 말끝을 흐리며 가더라고 한다. 일하다가 아프거나 다쳤을 때 어떻게 하였는지에 대해 겨우 131명(19.1%)이 산재로 처리한다고 응답했다. 회사부담으로 공상 처리한다는 응답도 106명(15.4%)밖에 되지 않았다. 개인 치료 355명(51.7%), 그냥 참는다 63명(9.2%) 등으로 60%의 노동자가 일하다 다치거나 아플 때 개인 치료하거나 그냥 참고 있었고, 80.9%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산재보상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노동자들이 산재처리를 하지 않을 경우 대부분은 노동부에 사고 발생이 보고되지 않는다. 그럼 그 사고는 사회적으로 은폐되고 사고원인은 밝혀지지 않는다. 사고가 난 현장은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이 다시 돌아가고 사고 대책은 마련되지 않는다. 그 결과 유사하거나 똑같은 사고가 재발한다. 그러면 노동자가 다치고 노동자는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현실이 반복된다. “출퇴근 시간 공장 앞에 서 있으면 발목에, 팔이나 손목에 깁스하고 출근하는 노동자들 종종 볼 수 있어요.” 라는 다른 조사팀의 얘기가 오늘날 한국사회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건강권 현실을 한 번에 보여주는 말로 들린다.

 

위험 감수하고 일하는 산업단지 노동자들

 

“일하다가 위험하다고 느낀 적 있었나요?”라는 질문에, 곧바로 “많죠.”하는 대답이 나온다.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 마리오아울렛 분회 윤유석 부분회장이다. 주말에는 10만 명도 찾는다는 대규모 아울렛 매장에서 시설 관리 업무를 했기 때문에, 일도 많았고 위험한 경우도 있었다. 2014년 여름, 폭염주의보가 자주 내리던 그 때,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물류센터 외벽 도색 작업을 지시했다. 외부 업체에게 맡길 경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었다. 1층은 그나마 할 만 했지만, 2층(약 7M높이)은 너무 높아 작업 자체가 어려웠다. 노동자들은 비계나 사다리 설치를 요구했지만 회사는 페인트 붓을 장대로 길게 연결하여 사용하라며 무시했다. 어떤 곳은 안전 난간이 없는 2층 발코니에서 칠하기도 하였다. 위험을 느낀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안전 도구인 안전모와 안전화를 요구했지만, 회사는 한참을 뜸들이다 작업이 끝날 때쯤에야 선심 쓰듯이 가져다 주었다. 쉴 공간도 없이, 뜨거운 태양 아래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어지러움증과 구토를 호소했다. 한 노동자는 너무 어지러워 병원에 가던 도중 구토를 하며 쓰러져 구급차로 실려 가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폭염 주의보 속에서는 작업을 자제 해 달라고 수 차례 요청 하였지만 회사에서는 요청을 묵살했다. 쓰러졌던 노동자 병원비 지급마저 거부당하였다. 이렇게 일하다 위험하다고 느낀 경우, ‘못 하겠다’고 회사나 관리자에게 얘기하기는 어려운 걸까? “못 하겠으면 나가라는 식이니까요. 항의하면 해고라고 어디 써 있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가 지속해서 외주화를 추진하면서, 신규입사자보다 나가는 사람이 더 많은 상황에서 누구도 ‘위험해서 못 하겠다.’ 말을 못 하는 거죠.”

 

일하다가 위험을 느끼는 것은 비단 제조업이나 건설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윤유석 부분회장처럼 제조업에서 일하지 않는 경우에도 일하면서 위험한 일은 많다. 일할 때 위험하다고 항상 느끼는 노동자가 12.2%, 가끔 느끼는 노동자는 41.7%에 달했다. 업종에 따라 나누어 보았을 때도, 제조업 노동자들이 위험을 조금 더 자주 느끼지만, 비제조업 노동자들도 큰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어떤 일을 하는 노동자든 일하다 위험을 느끼는 경우에도 작업을 중단하기 어렵다. 이번 전국 산업단지 노동실태조사 건강권 부문 조사에서도, 일하다 위험이 발생했을 때, 노동자가 작업을 멈출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응답자 22.6%는 노동자가 그런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작업 중단은커녕, 회사에 개선을 요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일하다 위험을 느꼈을 때, 회사에 개선을 요구했다는 응답은 21.7%에 불과했다. 절반정도는 회사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해결했고,30.8%는 위험을 느꼈지만 무시하고 계속 일했다고 응답했다. 무시하고 일했다고 응답한 88명 중 39명은 개선을 요구해도 회사가 들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37명은 늘 있는 일이라서 매번 개선을 요구 할 수도 없다고 답했다. 불이익이 걱정돼서 개선 요구를 못 했다는 답도 18명이었다.

 

제 역할 못 하는 정부와 사업주, 대신 노동조합에는 기대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해 제 역할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84.9%의 노동자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사업주가 제역할을 하고 있느냐에 대한 응답에서도 58.0%의 노동자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산업단지 사업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규모 사업장이 산업안전의 사각지대라는 것을 노동자들도 느끼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안전관리자나 보건관리자 등 산업안전보건체계와 안전보건관리규정, 안전보건교육을 모두 면제받는다. 사업장 규모가 작아서 자체적으로 안전보건체계를 갖추기 어렵다면 이를 공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런 대책은 부족하기만 하고 지금으로써는 방치되고 있는 수준이다.

그 결과의 한 지표가 산재다. 고용노동부 산재 통계에 따르면, 2014년 1년간 산업재해를 당한 90,909명 중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비율은 32.4%,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비율은 81.0%에 달한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100명당 1.19 명이 산재를 당해, 5인 이상 사업장 전체 재해율 0.42%의 3배에 달한다.

 

산단 내 건강권의 그늘, 비제조업 노동자

 

공단 구조 고도화와 함께 산업 단지에서 늘어나고 있는 서비스 산업 역시 산업안전의 또 다른 취약 분야다. IT 산업(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정보서비스업, 컴퓨터 프로그래밍, 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등)은 사업 규모와 관계없이 안전보건교육 의무가 면제된다. 사무직으로만 구성된 사업장은 산업안전 보건체계와 안전보건관리규정, 안전보건교육을 모두 면제받는다. IT 노동자나 사무직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직무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근골격계질환, 뇌심혈관질환이 사회적으로 알려진 것이 오래되었는데도 여전히 이렇다.


실태조사 결과를 제조업과 비제조업으로 나누어 비교해보았다. 안전교육의 경우 제조업 노동자는 46.8%가 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했지만, 비제조업 노동자의 경우 그 비율이 25.5%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본인 직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나 사고에 대한 인지도도 제조업의 경우 절반이 겨우 넘는 58.2%의 노동자가 알고 있다고 응답했으나, 비제조업 노동자의 경우 알고 있다는 응답이 46.4%에 그쳐 절반이 되지 않았다. 치료받을 권리 행사도 마찬가지였다. 비제조업 노동자의 경우 일하다 아프거나 다쳤을 때 산재로 처리한다는 응답은 12.1%에 불과해 제조업 노동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79.6%가 자기 돈으로 치료하거나 참고 넘어간다고 응답해 문제의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산업단지에서 건강하게 일하기 위하여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공단 구조 고도화와 더불어산단 내 비제조업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데, 비제조업 노동자들의 건강권 수준이 제조업 노동자보다 훨씬 열악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공단 구조 고도화에 따른 산단 내 노동자 건강권 악화에 대한 관심과 주시가 필요하다. 산업단지 내 서비스, 판매, IT 등 안전보건 취약 업종에 대한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 산업단지 노동자들은 정부와 사업주에 대해서는 실망하고 있었지만, ‘노동조합이 생기면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이 더 나아질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무려 40.6%의 노동자가 매우 그렇다, 42.3%의 노동자가 그렇다고 응답하여 노동조합이 자신들의 건강권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컸다. 노동조합을 향한 이런 기대는 근거가 있다. 노동조합이 있으면 노동자들이 집단 교섭을 통해 작업장 안전보건 문제를 개선할 수도 있고, 작업환경 및 유해요인에 대한 지식이 증가하며, 작업장 내 안전 문화를 조성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노동자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 기대는 아직은 말 그대로 ‘기대’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산업단지인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노조 조직률은 2%라고 한다. 기대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

[연구 리포트] 조선업종 물량팀 노동조건 실태연구/2015.8

조선업종 물량팀 노동조건 실태연구



이은주 마창거제 산재추방연합 상임활동가



전국금속노조는 지난 1월 조선업종 물량팀 노동조건실태연구팀 (전국금속노동조합.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경남노동건강연구소, 거제고성통영 노동건강문화공간 새터)을 구성하여 전남 목포, 경남 울산, 거제, 통영, 창원지역 조선업종 물량팀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하였다. 조사에 참여한 노동자는 5개 지역 총 489명이었고, 면접조사에 참여한 노동자는 5개 지역 총 6명이었다. 이번 조사는 물량팀이라는 고용구조가 물량팀 노동자에게 얼마나 큰 위험과 고통을 전가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하청중심의 생산체제를 구축한 조선 산업

조선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구성 추이의 특징은 하청 기능직 노동자의 급격한 증가이다. 1990년 이후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2000년 이후 급격한 증가세를 보여 2002년 이후에는 하청기능직 노동자의 수가 직영기능직 노동자의 규모를 넘어서게 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10년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하청노동자 인력 또한 감소하기는 하였으나, 2013년 9대 조선소 기능직 사내하청 인력이 10만 명을 넘어섰다. 9대 조선소의 기능직대비 하청비율은 1990년 21.2%였지만 2013년엔 294.1%까지 높아져 있다. 특히 해양플랜트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해양사업부 기능직 하청 인력은 6년 동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3년 3대 조선소 해양사업부 기능직 대비 하청비율은 90.1%에 이른다. 핵심 인력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사내외협력업체에서 조달한다는 고용방침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고용 유연화를 달성하려는 자본의 기본전략이다. 자본은 조선 산업이 경기 사이클 변화에 따라 물량 기복이 심하다는 이유로 이를 고용 유연화의 합리적인 논리로 활용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하위 단위로 재탄생하는 물량팀의 보편화

특히 물량팀 증가가 뚜렷한데, 조선업종은 2005년경 부터 해양플랜트 수주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른 시급한 인력 확보를 물량팀으로 하기 시작했다. 물량팀은 물량팀장이 사업주가 되고, 도급을 주는 하청 업체는 고용사업주인 동시에 사용사업주가 되는 기이한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하나의 하청업체 내에 물량팀만으로 구성되어있는 고용구조, 1차 업체의 시급제로 형식상 고용을 유지하고 수시로 물량팀 업무를 수행하는 구조까지 형성되고 있다. 물량팀의 일상화는 자본이 상시적인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생산성 향상에 따른 이익을 독점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최하위 단위의 고용형태가 되었다. 비정규직 노동자 중 더 위험하고 더 불안정한 지위를 갖는 물량팀이라는 고용형태는 조선업종 수주량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한 2010년경부터 급격하게 확산기를 넘어 정착기에 이르렀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대우조선, 현대중공업, STX조선, 삼호중공업, 성동조선 등에서 물량팀으로 일하는 노동자이었다. 이 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은 조선업종의 전 직종에 분포되어 있었다. 나이는 평균 42.2세였다. 


1. 상시화된 단기고용 방식

물량팀 노동자들은 대부분 하청업체의 부도로 인한 퇴직, 업체 내부의 고용조정 등을 통해 실업상태가 된 이후에 같은 기업 내부의 물량팀 모집에 응하여 물량팀 노동자가 되는 과정을 거친다. 신규 취업자들도 물량팀 이외의 모집이 매우 적고, 하청업체로의 신규취업은 심각한 저임금이어서 물량팀을 선택하게 되는 구조이다. 물량팀 노동자들은 하나의 원청 기업 내에서 이직하며 끊임없이 물량팀 노동자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인력을 채용하는 것도 그렇고 그런 부분에서 그 원인이 제일 큰 거 같습니다. 정규직은 인건비가 많이 나가잖아요. 이쪽 회사 입장에서는 경기가 항상 좋은 것도 아니고 정규직이 많아지면 고정비가 많이 들어가니까 위험부담을 안을 이유가 없는 거죠.” (물량팀 노동자 )


물량팀 노동자들이 한 개의 원청업체에 근무한 기간이 평균 2.1년으로 자본의 물량팀 고용은 상시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량팀의 고용 기간은 대체로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재고용이 이루어지고 있고, 물량팀은 구체적인 근로계약을 하지 않는 경우가 16.88%에 이르고, 구두로 통보받은 경우가 14.58% 이르는 등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은 심각하게 제한되어 있었다. 


“2013년 7월부터 일하고 있는데 지금 저희 인원이 26명 정도 됩니다. 물량팀 인원만. 계약이 3개월 단위로 연장이 돼요. 그러다 보니 직원들이 많이 바뀝니다. 일 년 되면 거의 반 이상이 다 바뀐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 현재 저랑 같이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이 제가 왔을 때부터 근무하던 사람은 4명밖에 없습니다. 나머지는 다 3개월에서 6개월 되면 다 바뀝니다. 14반도 물량팀인데 인원은 20명 15반은 10명 정도 되며 우리가 있는 12반이 제일 많습니다." (물량팀 노동자 )


2. 노동시간과 임금

물량팀 노동자의 한 달 평균노동일수는 21일, 하루 노동시간은 9.4시간이었고, 연간 평균 60일 정도의 실업기간이 있어, 10개월 동안 받는 임금액으로 연간 소득을 얻어야 하므로 취업 시기에는 매우 높은 노동 강도와 긴 노동시간에 노출되어야만 연간 소득을 유지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임금구조는 일당 제가 60%였고 직시급제 등이었다. 연봉은 조선업종 정규직 노동자 연평균급여 평균의 55%정도 였다.


3. 고용 불안정

복잡한 다단계 고용구조에서 부당함은 일상이 되고, 노동자들은 상시적인 고용불안의 상태에 노출된다. 물량팀 노동자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고용불안이다. 물량의 변동에 유연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자본에 의해 노동자들은 반자발 반강제적인 내부이동을 해야만 한다. 노동자들은 일거리를 찾아, 또는 더 나은 일당이 보장되는 쪽으로 하청업체, 나아가 원청 사업체를 옮겨 다니게 된다. “기계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왜냐면 위에 물량을 주는 회사에서 자기들이 일하기 불편하고 힘들다면 물량팀에 던져 버리고 우리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 먹이사슬이다. 위에서 시키면 제일 마지막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 물량팀이다. 제일 밑바닥에 있는 사람이다.” (물량팀 노동자)


4. 노동기본권의 배제

물량팀 고용구조의 전면적 확산은 물량팀이 조선업종에 전면화되면서, 더 불안정한 고용구조, 더 심한노동 강도, 더 많은 산업재해, 더 많은 임금체불로 이어지고 있었다. 물량팀 노동자들의 고용관계는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노동기본권에서조차 배제되어 있다. 임금체불이 발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체불이 발생했다 해도 법적 보장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조합 가입하지 않겠다는 계약서를 제일 먼저 쓴다. 노동조합 가입 했을 시 퇴사 처리 한다는 내용. 예. 그건 무조건 쓴다. 들어가자마자. 임금 얼마 사인하고 근로계약서는 대충 회사마다 좀 다른데 물량팀에 맞게끔 맞춰 놓은 근로계약서. 절대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확인서랑 지장 찍고 가입했을 시 회사 퇴사 처리하는 부분에 대해서 아무런 법적 처리하지 않겠다는 것 그런 것까지 다 받아낸다...” (물량팀 노동자)


1) 일상이 되어버린 임금체불

물량팀 노동자들의 37.95%가 임금체불의 경험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체불은 소속된 하청업체의 폐업이나 기성금 부족 등이 대부분의 원인이고, 3회 이상의 체불을 경험한 노동자들이 55.93%에 이르러 “체불임금을 받는 노력보다는 다른 곳으로 가서 일하여 돈을 버는 것이 낫다”는 자조적인 푸념까지 생겨났다. 임금체불에도 그냥 포기하는 경우가 20.87%에 이르고 있어, 임금체불이 일상화되어 있음을 실감케 하고, 그 심각성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다 뭐, 노동부 일단 고발. 초창기에 고소고발하고 그다음에 사람들 모아가지고 탄원서 써서 검찰에 탄원서도 제출하고 해봤는데, 결국에는 그때 당시 합의 본 게 한 30프로 정도, 체불액의 30프로 정도. 한번은 또 팀장이 또 돈 갖고 잠적을 해버렸는데, 그것도 고소고발하고 재산내역을 뽑아보니까 그 사람 앞으로 된 것이 하나도 없어요. 그래가지고 그것도 결국에는 고소 고발한 상황에서 끝나버렸죠. 사실은 재판가고 이리 해야 되는데 그렇게까지 할라 그러면 시간 끌어야 되고 하니까...” (물량팀 노동자)


2) 4대 보험 미가입

물량팀 노동자들의 4대 보험 가입률이 61.9%에 불과하여 4대 보험의 운영 취지가 심각하게 훼손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노동조건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산재 위험 55.51%, 복리후생 빈약 53.61%, 노동 강도 52.65%, 저임금 52.51% 등의 불만족을 드러내고 있다. 


5. 위험의 아웃소싱, 건강권 파괴

물량의 아웃소싱은 위험의 아웃소싱을 동반한다. 위험하고 힘들고 어려운 작업을 빨리 수행해야 하는 물량팀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더욱 열악해진다. 공기를 앞당기는 것을 우선하는 노동현장에서 안전한 작업은 꿈꿀 수 없다. 사고의 위험뿐 아니라 질병에 노출될 확률도 높아진다. 하지만 단기계약 형태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관리하고 보호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근무 중 사고나 질병 경험이 34.39%에 이르고 있는 반면에 산재처리를 하는 경우는 겨우 5.73%에 불과했다. 산재 미처리 사유 중 블랙리스트에 대한 우려가 38.39%나 되어, 원청 사업주가 물량팀 노동자를 통제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일상적인 고용불안 속에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고강도의 노동을 감내해야 하고 건강권파괴도 감내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불법적인 노동 통제와 임금체불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해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포기해야 하는 현실이다. 물량팀 노동자들은 좀 더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일시적 형태가 아닌 상시적 고용구조로 자리하고 있는 물량팀이라는 다단계 하도급구조가 사라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또한, 노동조합을 통한 노동자 단결의 필요성도 인식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