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리포트] 경기화성지역 이주노동자 건강실태 / 2018.03

경기화성지역 이주노동자 건강실태

송홍석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향남공감의원장, 화성지역사회보장대표협의체위원)


화성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건강분과에서는 2017년 9월 ‘찾아가는 이주노동자 이동 진료사업’을 아시아다문화소통센터에서 진행하였다. 이동 진료에 참여한 이주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건강실태 설문조사를 시행하였다. 설문에 응답한 이주노동자는 총 113명으로 이중 비 전문취업(E9비자)노동자는 101명, 미등록이주노동자는 12명으로, 등록이주노동자 중심의 설문조사였고, 경기 화성지역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첫 건강실태 설문조사 결과다.


1. 화성지역 이주노동자의 노동 현실

○ 이주노동자 대부분은 3년 이상, 혹은 5년 이상 비교적 장기간 한국에 거주하였다. 한편,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은 10년 이상 거주한 경우가 58%, 5년~10년 미만이 25%로 체류 기간이 등록이주노동자보다 확연히 길었다. 


 


○ 81%의 이주노동자들이 50인 미만의 소규모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미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엔 100%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했다. 이 중 25%의 미등록이주노동자는 5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대다수의 이주노동자가 50인 미만의 소규모 영세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미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 더 영세한 규모의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 평일 평균 노동시간은 10.1시간으로 법정 하루 노동시간 8시간을 훌쩍 넘기며 일하고 있었다. 특히 대다수의 이주노동자들은 토요일에도 8시간 근무를 하고 있었고, 27%의 이주노동자들은 일요일에도 일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초장 시간 노동을 하는것으로 나타났다.

○ 한 달 급여는 등록이주노동자들은 200~299만 원이 60%, 50~199만 원이 26%, 100~149만 원이 11%였다.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의 경우 100~149만 원을 받는 경우가 45.5%로 가장 많았고, 150~199만 원이 27.3%, 200~299만 원이 18.2% 순이었다. 미등록이주노동자의 한 달 급여가 현저히 적었다.


○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작업장의 유해요인으로는 분진(47%), 소음(39.4%), 중량물 작업(37.5%), 화학물질(32.7%) 등을 꼽았다.


2. 산재 및 산재 예방 실태

○ 30%의 이주노동자에게 산재의 경험이 있었는데, 산재보험을 신청한 경우는 36%에 불과하였다. 설문참여자 수가 적어 통계적 의미는 없으나, 산재의 경험이 있었던 미등록이주노동자 전원 산재보험을 신청하지 않았다. 한편, 더 주목해볼 만한 통계는 다음이었다. 36%의 이주노동자들은 산재보험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고, 특히 미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엔 10명 중 7명에서 산재보험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 이렇다 보니 일하다가 다쳤을 때 본인이 치료비를 전액 부담한 경우가 36.4%, 공상처리가 27.3%나 되었다. 반면, 미등록이주노동자 4명 중 3명(75%)은 본인이 치료비를 전액 부담하였고, 산재보험으로 치료받은 경우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미등록이주노동자는 산재보험은 물론이고 공상처리조차도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 사업장 배치 후 안전보건교육 실태는 50.5%의 이주노동자가 교육받지 않았다. 그런데 70%의 이주노동자가 안전보건교육이 실제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한 것으로 볼 때 사업장에서 안전보건교육이 절실히 필요함을 말해준다. 

○ 30%의 이주노동자들은 법적으로 매년 받을 수 있는 직장검진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동 진료 시 다수의 이주노동자에게서 당뇨, 고혈압, 간 질환 등 만성질환이 발견되었음을 고려하면 회사에서 법적인 의무사항인 직장검진을 매년 반드시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3. 건강 및 의료기관 이용 실태

○ 이주노동자가 병원을 방문하는 질환은 근골격계 질환이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감기, 위장질환, 두통, 치과 질환, 피부 질환, 고혈압 순이 병원을 이용하였다.

○ 33%의 이주노동자가 정기적으로 병원 진료가 필요한 질병이 있었고, 그중 42%의 이주노동자만이 정기적으로 관리받고 있었다. 한편, 최근 1년 동안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하나 가지 못했던 이주노동자는 34%나 되었는데 특히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절반은 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이주노동자의 의료기관 이용률은 매우 떨어졌다. 아파서 병원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이다.

○ 이를 반영하듯 건강을 해치는 요인으로 이주노동자들은 유해한 작업장 환경과 장시간·고강도 노동, 그리고 건강검진 미수검을 포함한 제때 병원 이용을 못 하는 문제를 건강을 해치는 주요인으로 꼽았다.


○ 병원에 가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일이 많아 병원 갈 시간이 없어서(77.6%)’ 였고, ‘의사소통의 문제(20.4%)’, ‘의료비용 부담(18.4%)의 문제’, ‘의료기관 정보의 부족(16.3%)’ 때문이었다. 한편, 미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엔 병원 갈 시간 없음, 의료비용 부담, 신분 노출에 대한 두려움 순이었다. 이는 대구 성서공단 이주민 건강실태조사나 부산·경남 미등록이주민 건강실태조사의 결과와 같았다.


○ 이주노동자들이 아플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의료기관은 병·의원 63%, 약국 21%, 무료 진료소 8.6%, 보건소 3.8%, 한의원 2.9% 순이었고, 미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엔 약국 50%, 무료진료소 33.3%, 병·의원 16.7% 순이었다.

○ 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엔 내국인의 일반적인 선택의 기준과 비슷하였고, 다만 보건소의 이용률은 타 의료기관보다 현저히 떨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미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엔 일반 병·의원보다는 약국과 무료 진료소를 중심으로 이용함을 확인할 수 있다.

○ 의료기관 이용 시 의사소통 문제 해결은 72.2%의 이주노동자들이 본인이 직접 한국어로 의사소통하였고, ‘의사소통이 어렵다’ 25%, ‘한국어를 잘하는 친구나 통역사가 함께 가서 해결한다’ 16.7%, ‘본인이 영어로 소통한다’ 8.3%였고, 전화 통역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응답자는 7.4%에 불과하였다.

○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이 병원 방문 시 의료비 지불은 본인이 의료비를 전액 부담하였고, 의료공제회를 통한 지불 방식은 없었다.

○ “수원의료원과 같은 공공병원에서는 미등록이주노동자들도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이주노동자들은 17%에 불과하였다. 특히 미등록이주노동자 12명 중 1명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러한 공공보건사업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겠다.

○ 의료기관 이용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이주노동자 전체적으로는 ‘건강보험/의료비 할인 등 경제적 부담문제 해결’과 ‘근무시간 중 병원 방문 허용’을 가장 우선순위로 꼽았고, ‘통역서비스’,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 순으로 해결 과제를 꼽았다. 미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에는 ‘경제적 부담문제 해결’, ‘단속 문제와 근무 시간 중 병원 방문 허용’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 보건소 이용율은 40%로 낮은 편이었는데, 그나마도 대부분은 ‘비자발급을 위한 결핵 검사’를 받기 위함이었다. 미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에는 보건소의 이용율이 25%로 훨씬 낮아서 건강과 의료서비스의 취약계층인 이주노동자를 위한 보건소의 역할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하겠다.


4. 정책 제안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병들고 다쳤을 때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 는 국적을 이유로, 등록과 미등록이라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차별할 수 없다. 노동자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보편적인 권리이다. 인권으로서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와 사업주는 ‘안전하게 일할 권리’, ‘위험을 회피할 권리’,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를 실현할 책무를 다 해야 한다.

(1) 정부 당국은 아프면 치료받을 권리를 제도적,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사업장 산재 예방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 근본적으로 미등록이주노동자에게도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 일하다 다쳤을때 산재보험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영세사업장에서 고위험·고강도·초장시간 노동을 하는 미등록이주노동자가 법무부 공식통계로도 20만 명 이상이다. 미등록이주노동자에게 건강보험을 전면 적용하여 경제적 장벽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 단기적으로는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유일한 의료 안전망인 ‘외국인근로자 등 의료지원사업’의 예산을 확대하고,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어있는 ‘외래진료 및 약제비의 본인부담금’을 지원하고, 사업수행 의료기관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

○ 노동부는 산재 은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산재 발생 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허용해야 한다.

○ 입사 전 형식적이고 일회적인 안전보건교육이 아니라, 입사 후 사업장별로 다양하게 존재하는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지속적이고 실효성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한다. 안전보건교육은 이주노동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된 자료로, 통역을 동행해서 진행해야 한다.

○ 또한,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은 아프거나 다쳐도 단속의 두려움 때문에 병원이나 보건소를 이용하기 힘들다. 법무부는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이러한 인권 침해적인 폭력적 강제 단속을 중단해야 한다.

(2)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 건강보험에서 소외된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외래 및 약제비를 지자체 예산확대를 통해서도 지원해야 한다.

○ 2000년 한국 정부는 지역보건소가 미등록이주민에게 최소한의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외국인 근로자 건강관리지침’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화성시 보건소는 기본적인 건강관리와 건강검진, 예방접종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이를 시스템화해야 한다. 지자체는 이를 위한 예산을 편성하고, 적극적인 홍보와 관계 기관의 협조, 그리고 사업장을 찾아가는 보건교육 및 예방접종 서비스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한다.

○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의료기관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당장의 노력으로 의료공제회 가입을 독려하고, 지역의사회는 의료공제회와 협약을 통해 일차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 의료기관을 이용하면서, 그리고 사업장에서 안전보건교육이나 재해 발생 상황에서 지자체 수준의 통역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 2016년 아시아 다문화소통센터에서 ‘화성 이주민실태조사’를 통해 ‘외국인 역량강화 네트워크사업’을 제안하였는데, 이사업으로 양성된 이주민들과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에게 적정 수준의 활동비를 지원하여 상시 통역(전화,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화성시와 경기도는 이러한 모범사업을 통해서 여타 지자체에 확산시키는 선도적인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음을 언급하였다.

○ 모든 사업주는 이주노동자의 건강보험 의무가입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이주노동자가 아프면 제때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재해 발생 시에는 산재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그리고 이주노동자가 원하면 사업장 변경을 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사업주는 유해요인으로부터 안전한 작업장 환경을 만들고, 안전보건교육 의무를 실효성 있게 수행하고, 정부 관계 당국은 재정적, 행정적으로 충분한 지도와 지원을 해야 한다.

[연구리포트] 베트남 전자산업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 / 2018.02

베트남 전자산업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


선전위원회


지난해 11월 CGFED¹와 IPEN²이 스웨덴 정부와 여러 기부의 재정 후원을 받아 베트남 삼성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이야기를 보고서로 발간하였다. 이 보고서는 베트남과 삼성이 전자산업으로 얼마나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환경, 건강 실태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이 보고서는 영어로 발표됐는데 한국에 이러한 실상을 알리기 위해 반올림, 다산인권센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들이 번역으로 수고해주었다.


베트남 경제의 기둥인 전자산업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국 중 하나로 손꼽힌다. 특히 전화, 컴퓨터 등을 포함한 전자산업은 베트남에서 수출 1위이자 GDP에 총 20%를 차지할 정도다. 베트남 국민 중 전자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역시 2005년 4만6천 명이었던 반면 9년 뒤인 2014년엔 41만1천 명으로 확인된다. 전자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중 80%는 조립 라인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 베트남에서 전자산업의 규모와 경제적 중요성은 드러나는 한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환경, 건강에 대한 실태는 드러나지 않으면서 정보 역시 제한되어 있다. 한국에서 이미 직업병 문제를 10년째 부정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삼성’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이다.


공생관계인 베트남과 삼성

삼성은 1996년 베트남에서 공장을 처음 가동한 이래 20년이 지난 현재 자본 규모 총 148억 달러인 베트남 최대 외국인 투자자가 되었다. 2016년 베트남에서 삼성의 매출은 463억 달러나 되었다. 수출과 매출 규모만 보더라도 이미 삼성 공장은 단지 베트남뿐만 아니라 전체 공장 시스템에서 핵심을 차지한다.

또한, 삼성은 현재 전체 휴대전화의 50%를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의 생산량은 8%에 불과하다. 베트남은 삼성을 전자산업과 외국인 직접 투자의 성공 사례로 평가하고, 전문가들은 베트남에서 전자산업이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초점 맞춘 보고서와 연구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경제성과를 이루기까지 현장에서 일해 왔던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방치된 현장 안전보건

베트남은 세계적으로 제품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표준 개발을 강조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와 동료들의 건강을 보호하는데 필요한 작업장 안전보건 시스템이 없다. 베트남과 삼성은 가장 낮은 임금을 받고 사회적으로 지위가 낮은 여성 노동자에게 노동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는 물론 노동자가 보장받아야 할 안전보건 문제도 방치해온 것이다. 삼성이 한국에서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여성 노동자를 고용해서 안전보건 조치는 방치하고 저임금으로 일 시켜왔던 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베트남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7개 전자산업 회사 중 3분의 1은 법을 어겨가며 초과노동을 시켜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베트남 법은 초과 노동을 월 30시간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법 위반 사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개 업체의 경우 초과 노동이 생산량이 많을 때 월 100시간 이상 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른 3개 업체의 경우도 50∼60시간 초과 노동을 강제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베트남 노동장애사회부는 이러한 조사 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긴 초과 노동은 전자산업 산재사고에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였다고 하지만, 이번 연구 인터뷰에 참여한 여성 노동자 중 이러한 사실에 대해 알거나 들어본 사람은 없었다.


베트남과 삼성만 알고 있는 위험성

베트남 전자산업이 노동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연구된 적도, 알려진 바도 없다. 그러나 이들은 전자산업의 심각한 건강 문제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 베트남 노동장애사회부는 전자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화학물질, 방사선, 전기파 노출로 인해 암이 발병하거나 심장마비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는 단지 추론일 뿐이며 실제 전자산업으로 인해 납중독과 직업병이 존재한다 하여도 지금은 통계상 입증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한국에서 삼성과 근로복지공단, 법원이 전자산업 직업병을 대하는 입장과 일맥상통하다.


베트남 전자산업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연구를 위해 45명의 여성 노동자를 인터뷰한 결과 대부분은 4일간의 주야 교대근무를 하며 하루 9∼12시간 내내 서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장시간 노동과 함께 대개 베트남 법에서 허용하는 소음 노출 초과 기준을 초과해서 일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휴식 시간의 경우 공식적으로 주어지더라도 노동자들은 휴식을 갖지 못했다. 회사는 삼성에서 노동자들이 너무 많은 휴식시간을 갖는다고 지적하면 임금을 삭감할 수 있기 때문에 출근하면 퇴근할 때까지 최대한 생산라인에 머물게 했다고 하였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화장실에 가려면 ‘화장실 카드’를 관리자에게 요청해야 할 갈 수 있을 정도로 휴식 시간을 통제하였다.

인터뷰에 참여한 여성 노동자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근무 중 실신 혹은 어지러움을 호소하였다고 증언했다. 일하는 사람 모두가 겪다 보니 노동자들은 이러한 증상을 교대 근무하면 당연히 겪는 정상적인 결과라고 인식하였다. 더욱 놀라운 건 유산을 겪는 것 역시 젊은 사람이라면 교대 근무하면서 겪는 매우 정상적인 일로 치부되었다고 한다. 그밖에 시력이 손상되고 코피를 쏟거나 종아리가 붓는 것, 관절의 통증 등도 호소하였다.

“한번은 고열이 나서, 작업장 감독을 불렀다. 그가 회사 관리자에게 연락해서, 구급차가 와서 나를 싣고 회사 건강센터로 갔다. 거기서 내게 응급 처치를 해 주고, 약을 투여한 뒤, 병원으로 보내줬다. 몸이 회복된 후, 집으로 혼자 갈 수 있었다. 나중에는 소화기계에 문제가 생겼다. 교대 근무에서 주간 근무에서 야간 근무로 바뀌고 나서 종종 복통으로 고생한다. 내 생각에는, 주간 근무 때는 점심을 먹는데, 야간 근무 때는 자정에 저녁을 먹고 낮에 계속 자느라 아무것도 못 먹는 것에 내 위가 적응을 못 해서 그런 것 같다. 너무 아프다 싶으면, 쉬겠다고 요청한다. 정상적으로는 통증이 4~5분이면 멈췄다가 30분쯤 뒤에 다시 아파진다. 때로 둔한 통증이면, 그냥 계속 일한다.”

또한, 여성 노동자들 스스로는 화학물질을 직접 다루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반대로 이들 중 누구도 세정제가 화학물질을 함유하였다거나 다른 부서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휴대전화 조립 공장에선 업무 과정 중 페인트, 잉크, 세정제 등 화학물질을 이용하고 있다. 심지어 공정 단계에서 가열, 금속 코팅 가스 처리, 도색, 레이저 새김, 절단 등 작업으로 인해 화학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나는 삼성에서 일하면 독성 물질에 노출될 수도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공장에 일하러 오기 전에 부모님께 만일 가서 일하는 게 불가능하다 싶으면 돌아오겠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또 동시에, 만일 내가 독성 물질에 노출된다면, 수천 명의 다른 사람들도노출될 것이고, 죽는 사람도 있을 것이니, 아마 별문제 없을 거라고도 생각했다. 생산 완료 제품 작업장에서 일할 때면, 도난 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자기장 문을 매일 통과해야 한다. 최근 정기 건강 검진 결과도 좋았다. 나중에 아프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지금 건강하다. 우리는 모두 자기장 문을 걱정한다. 솔직히 말해서 그게 정확히 어떤 건지 모른다. 그래도 그 문이 들고 나는 사람을 모두 체크해서 이런 소문이 퍼졌다.”


여성 노동자들이 바라는 변화

인터뷰를 통해 일터에서 어떤 변화를 가장 원하는지 물었을 때 대부분은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교대근무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인터뷰 참가자 대부분은 특히 젊은 노동자일수록, 전자산업 공장에서 일하는 동안 돈을 모아, 나중에 다른 직장을 구하고 싶어 했다.

“여기서 일하는 것이 나의 목표는 아니다. 나는 싫증이 났다. 여기서 일하는 것은 당장 사는 데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서다. 나중에는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님과 함께 살거나, 결혼해서 남편과 함께 부모님 근처에서 살고 싶다. 우리 부모님도 내가 여기서 일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지금은 학교로 다시 돌아가서, 부모님 댁 근처에서 새 직장을 찾거나 내 가게를 열고 싶다.”


노동자 결사의 자유 침해하는 베트남과 삼성

베트남 국제노동기구 협약 제87조와 98조에서 보장하는 노동조합 결성과 단결의 자유를 비준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삼성은 어떤 기업인가? 무노조 정책을 고수하며 노동조합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회사를 운영하면 된다는 반노동적 경영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전자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노동조건과 작업장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집단적인 힘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베트남 전자산업

여성노동자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베트남과 삼성의 전자산업 사업은 지속적으로 확장될 것이다. 전문가들 분석에 따르면 베트남 삼성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15만 명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예측되고 있다. 베트남 입장에서도 전자산업이 국가 경제에 기둥 역할을 하고 있고 긍정적으로 기여해왔기 때문에 삼성과 이해관계를 같이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베트남은 지금처럼 전자산업 기업 활동에 우호적인 제도와 경제 환경을 조성하면서 더 많은 투자를 유인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전자산업의 성장과 반대로 안전하고 건강하지 못한 작업 환경을 개선하고 일하는 여성 노동자를 보호하는 일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 이번 연구팀은 베트남 차원의 전자산업에 대한 법과 규제, 제한적인 전자산업 정보 접근성 문제 해소, 여성 노동자 젠더 문제를 비롯한 건강 문제 실태 파악, 작업장 환경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권고하였다.


1. 개발과 젠더, 가족, 환경 연구센터(Research Centre for Gender, Family and Environment in Development)

2. IPEN은 1998년에 설립한 비영리 공익 단체로 전 세계의 환경 및 공공 보건 그룹을 이끌어 인간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는 안전한 화학 물질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고 있다.

[연구소 리포트] 택시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 연구 / 2018.01

택시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 연구

김형렬 운영집행위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 본 연구는 안전보건공단의 지원을 받아 한국노총,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에서 공동으로 진행하였다.


1. 연구의 배경 및 방법

택시노동자에 대한 노동시간, 건강실태 등에 대한 몇 개의 연구가 있지만, 최근 논란이 되는 감정노동이나 작업 중 폭력의 경험, 이로 인한 건강 영향 등은 연구된 적이 없었다. 이와 관련하여 노동시간, 휴식시간을 비롯해 택시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해 조사를 하고, 감정노동, 작업장 폭력 경험의 실태, 다양한 신체 건강과 정신건강 설문조사뿐 아니라 생체지표 검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연구의 목적은 택시노동자들의 근무 현황과 폭력 및 사고 경험, 감정노동, 신체 활동도, 수면의 질,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정신건강, 신체 건강 등을 파악하고자 하였고, 이를 근거로 택시노동자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과 관련이 있는 요인을 밝혀 그것을 중재하는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택시노동자의 안전 및 건강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본 연구는 서울 지역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소속 사업장 중 택시회사의 규모와 근무형태별로 11개 사업장을 선정하여 해당 사업장 소속 택시노동자 전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설문 내용은 인구 사회학적 특징, 노동시간 및 근로조건, 폭력 경험, 감정노동 실태, 신체 및 정신 건강 상태, 수면 건강, 교통사고 및 교통법규 위반 경험으로 구성하였다. 총 698명의 노동자가 설문에 참여하였다. 더불어 근무형태별로 주야 2교대 3인, 야간고정 2인, 1인 1차제 2인 총 7명을 대상으로 생체지표 및 면접조사를 하였다.


2. 연구의 주요 결과


1) 택시노동자의 근로조건 및 장시간 노동

이번 설문 결과 택시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8.3%가 주 60시간 이상 근무하며, 84%가 한 달 25~26일간 일하였다. 주간 근무, 야간 근무 시 휴식시간이 없거나 30분 미만인 택시노동자가 각각 84.8%, 85.5%임을 고려할 때, 대부분의 응답자가 휴식시간도 거의 없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67.4%의 응답자들이 야간근무 도중 수면을 취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29.2%는 잠을 자긴 하지만 택시 의자에서 잔다고 응답했는데, 택시노동자들은 근무 중 휴식시간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휴식 장소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상 8시간 근무 시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부여하도록 강제하고 있는데, 위 사항을 제대로 준수할 수 있도록 택시노동자의 충분한 휴게 시간 및 적절한 휴게 장소 확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12주간 평균 주 60시간을 초과하는 업무는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과로사 인정 기준에 해당한다. 80%에 육박하는 택시노동자들이 과로사 기준에 해당하는 주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뇌심혈관계질환뿐만 아니라 장시간 노동에 의한 피로 누적으로 운전 중 심한 졸음을 유발할 수 있어 택시노동자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공공의 안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대다수의 택시노동자가 고령층이고 뇌심혈관계질환의 위험인자인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유병률이 높아 택시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에 대한 대책 및 건강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2) 택시노동자의 흡연, 카페인 섭취 실태

택시노동자의 흡연율은 52.8%로 우리나라 일반인구 집단의 흡연율인 39%보다 아주 높았다. 특히 1인1차제는 60%, 야간고정은 65.9%의 택시노동자가 흡연하였다. 야간 노동의 비율이 높은 노동자일수록 흡연을 많이 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또한, 카페인 섭취량도 매우높았는데, 전체택시 노동자의 75.5%가 하루 6잔 이상의 카페인 음료 섭취를 보고하였다. 장시간노동, 야간노동을 이겨내기 위해 흡연과 커피 등 카페인 섭취를 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2차적인 건강위협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판단된다.

3) 택시노동자의 폭력 경험

택시노동자의 폭력 경험이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 응답자 중 지난 1년간 폭행 20.2%, 욕설 등 언어폭력 62.1%, 신체접촉 및 성희롱 13.5%, 위협 및 괴롭힘 38.3%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 운행보다 야간 운행 시에 폭력을 당한 비율이 더 높았는데, 이는 야간 운행 시 취객 등으로 인해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은 사실을 반영한다. 택시 운행 중 폭력은 택시 노동자 본인에게도 심각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지만,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등 공공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승객의 가해 유형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리라 생각되며, 대응 매뉴얼 배포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 2013년 서울시에서는 택시 내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 및 운전석 보호격벽 시범설치를 추진했으나 현재 법제화 되지 못한 채 남아있다. 또한, 승객의 개인 생활보호의 문제와 충돌하여 많은 택시 법인회사에서는 차량 내 블랙박스를 설치하지 않는 실정이어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4) 택시노동자의 정신 건강 실태

이번 설문에서 택시노동자들의 우울증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실태에 관해 확인하였다. 우울증의 경우, 의사에게 진단된 우울증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9%로 높지 않았으나 본 설문지에서 우울증 선별검사 문항을 이용하여 우울증 여부를 따로 확인한 결과에서 전체 응답자의 16.7%가 우울증으로, 의사에게 진단받은 비율과 큰 차이를 보였다. 택시노동자들이 실제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으나 이에 대해 제대로 진단받거나 의학적 관리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1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과 교통사고를 경험할수록 외상 후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이는 폭력과 교통사고가 택시노동자들에게 실제 정신적 고통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폭력 및 교통사고 등 정신적 외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 및 우울증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에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및 정신 상담 프로그램 등 구체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3. 결론 및 제언

장시간 노동을 유도하고 있는 사납금제도의 폐지, 장시간 노동을 유발하고 있는 노동시간을 무한정 늘리도록 허용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제도를 폐기해야 하고, 실제 노동시간만큼을 제대로 보장받고 있지 못하는 노동시간을 임의대로 계산하여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간주노동을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58조의 폐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한, 많은 국제기구와 선진국에서 운전 노동에 대해 하루 최대 운전시간, 월 최대 운전시간 정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이러한 기준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택시노동자에게 휴게시간과 휴게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 택시노동자들은 무엇보다 졸음운전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러한 휴게시간의 부족은 졸음운전과 사고의 위험을 높이는 이유이다.

택시노동자에 대한 노동안전보건교육 강화 및 작업장 개선을 위한 노조 참여 보장 또한 주요한 개선과제라고 판단된다. 노동안전보건교육은 노동자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 알아야할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하고 기본적인 활동이다. 무엇이 위험한지 알아야 문제를 피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매일 개별적으로 지역 각지에 흩어져 일하는 택시노동자들의 경우 공식적 정보 접근이 쉽지 않고, 개별적 노하우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택시운전에 맞춘 노동안전보건교육이 절실한 상황이다. 또한 택시노동자들을 폭력의 위험으로부터 예방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작업중지권을 발휘할 수 있게 하거나, 법적인 보호가 가능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연구를 통해 노동자들의 문제를 드러내고 진단하는 최우선 목표는 문제의 ‘개선’이다. 좀 더 나아지는 방향을 찾고, 실제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을 만들어 나가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을 회피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 서울시 등 지자체와 정부는 대중교통으로서 택시업계를 철저히 관리감독 하고 시민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으로서 운행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연구소 리포트] 일자리 창출? 어떤 일자리 창출? - 공공·운수부문 교대제 개선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과 좋은 일자리 창출 방안 연구 / 2017.12

일자리 창출? 어떤 일자리 창출?

- 공공·운수부문 교대제개선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과 좋은 일자리 창출 방안 연구

 

최민 상임활동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연구를 시작하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설 때, 취임 일성으로 인천공항을 전격 방문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 하겠다고했던 것이 벌써 옛날 일로 느껴진다. 쉽게 진행되지만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이후 발표된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나 일자리 창출 규모는 기대보다 미미했다. 예상 밖으로 강력한 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대와 적대감은 바라보기 민망하기까지 하다.

공공·운수부문 교대제개선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과 좋은 일자리 창출 방안 연구를 시작했을 때는, 지금보다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대해 조금은 기대가 남아 있을 때였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방안 중, 낡은 교대제를 개선해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구체적인 경로를 노동조합 주도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이었다.

심야·교대노동이 노동자의 몸과 삶에 다양한 해를 끼치는 것이야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한국의 교대노동은 장시간 노동과 결합된 낡은 형태로 교대·야간 노동의 유해성을 증폭시켜왔다. 공공·운수부문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하나의 경로로 노동조합이 낡은 교대제 개편을 고민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좋은 일자리는 다양한 측면에서 정의할 수 있다. 그 중 교대제와 노동시간 측면에서 공공·운수부문 좋은 일자리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따라 적정한 교대제 제안을 만드는 것 실제로 교대제가 이렇게 개선됐을 때, 노동시간을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는지, 또 이를 통해 새로 창출될 일자리는 얼마나 되며, 비용은 얼마나 소요되는지 가늠해보는 것이 연구의 목표였다. 이 과정에서 교대제 관련 법제도 개선안도 만들고자 했다.

 

연구 방법

이를 위해 그 동안의 교대제 개선 및 변경 사례를 검토했다. 자동차 부품사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 사례, 포스코와 유한킴벌리 42교대제 사례, 교대제 유형에 따른 버스 운전노동자 과로 실태 사례,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 모델 시범 적용 사례 등을 살펴보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교대제 변경 과정에서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전체 노동시간은 그대로 두고, 출근 일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교대제를 변경하는 42교대의 경우가 그랬다. 출근 일수가 줄어드니 노동자들도 찬성했지만, 하루 노동시간은 증가하고 특히 심야 노동시간이 증가하는 문제가 있었다. 제조업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에서 나타난 것처럼 노동시간을 줄이는 대신, 노동강도를 높이는 경우도 있었다. 모두 교대제 개편이 노동자보다 사측 주도로 이루어졌고, 교대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근본적인 목표가 희석되고 말았다.

교대제 관련 국제기준 및 해외 입법례도 살펴봤다. 교대근로 관련 국제노동기구(ILO)의 협약과 권고를 검토하고, 교대근로 관련해 핀란드, 영국, 독일, EU, 터키, 프랑스, 스웨덴 등의 법령을 검토했다. 이들 나라와 국제 협약 및 권고에서는 대부분 야간 노동을 명확히 정의하고, 전체 노동시간 길이 규정 외에 야간 노동시간 길이를 제한하고 있었다. EU 대부분의 나라들은 교대 근무 혹은 야간 근무를 하는 경우 연장근무를 금지하는 식이다. 하루 업무를 마치고 다음 날 다시 일을 시작할 때까지 최소 11시간 이상의 휴식을 보장하며, 여기에 더해 주휴일 24시간이 완전히 보장되도록 하여 일주일에 한 번은 연속35시간 이상 휴식이 보장되도록 하는 나라도 있다. 호주에서는 주간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연간 4주 연차를 보장 받을 때 교대근무자들은 5주간 연차를 보장받는다. 가족이나 사회생활을 돕기 위해 가급적 휴일을 주말과 맞추도록 하라는 ILO 권고도 있다.

이에 비해 국내법은 현재 교대근무 관련 원칙이나 세부 내용이 전혀 없다. 교대·야간 노동에 대한 정의도 없고(야간근로 임금 가산을 위한 정의만 있음), 교대근무 시간 규정, 1일 혹은 1주 단위의 연속 휴게시간 보장 관련 내용이 모두 전혀 없다. 근로시간 특례 업종 및 적용 제외 업종의 경우 법적으로 야간노동을 포함하여 무제한 장시간 노동이 가능한 상태다.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에서 장시간, 야간근무를 포함한 교대근무, 운전업무 등을 행하는 경우 노동자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사용자가 취해야 할 조치를 열거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의무 규정이 아니라서 실효성이 의심된다.

 

연구 결과 (1) 공공·운수부문 교대제 개선 및 운영 가이드라인

다양한 업종의 교대제 개선 사례와 국제 기준, 해외 법령을 보면서 공공·운수부문에서 교대제를 개선하는 과정, 그리고 교대제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


 <공공·운수부문 교대제 개선의 원칙 중 부분>

(1) 교대제 변경 목표

교대제 변경 목표는 노동자의 건강과 삶의 질 개선이 첫째다.

야간, 교대근무는 최소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교대제 변경과정은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한다.

교대제 변경과 노동시간 단축 과정에서 노동강도가 강화되지 않아야 한다.

교대제 개편은 인력충원과 함께 진행돼야 하고, 정원에 반영되어야 한다.

(2) 임금 보장과 시민 안전 보장

교대제 변경과정에서 실질 임금 저하가 없어야 한다.

공공·운수부문 노동자들의 안전하고 안정된 일자리는 대시민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진다.

공공·운수부문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은 시민 안전 보장의 필수조건이다.

(3) 차별 없는 교대제 개선

노동시간 단축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한다.

고정된 야간 노동의 용역, 파견, 하청화는 금지한다.

통상근무자와 교대근무자의 노동 조건에 불합리한 격차가 없어야 한다.

(4) 노동자 참여 보장

각 사업장 별로 교대제 개선과 노동시간 단축 준비 과정에서부터 노동자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교대제 변화와 연관된 임금, 인력, 업무 재분배 등 제반 문제 역시 노동자 참여 하에 논의·결정돼야 한다


 <공공·운수부문 교대제 운영의 원칙 중 부분>

(1) 야간 노동

야간노동을 하는 횟수를 최소화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확보가 필수적이다.

야간 전담 근무는 없어야 한다.

야간 연속근무는 3일 연속 하지 않도록 한다.

(2) 노동시간

24시간 연속 조업하는 사업장의 교대근무는 3교대가 원칙이다.

교대근무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주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4시간 연속 교대제를 운영할 경우, 35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3교대 근무 시 연속 2개의 교대근무를 해서는 안 된다.

24시간 격일제 노동은 금지한다.

(3) 휴식시간

근무와 근무 사이에는 최소 11시간 이상의 휴식이 보장되어야 한다.

1회 이상 연속 35시간 휴식이 보장되어야 한다.

야간근무에서 주간근무로 바뀌는 경우에는 역일(曆日)24시간(오전 0시에서 오후 12)의 휴일이 보장되어야 한다.

1회 이상 주말에 휴일이 보장되어야 한다.



연구 결과
(2) 업종별 교대제 개편 인력 및 비용 추계
 

이런 개선과 운영 원칙에 맞추어, 공공운수노조 내 교대제 사업장 몇 군데에 대해서 실제 적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교대제 개선안을 제안하고, 필요인력 및 비용을 추계해보았다. 추계 과정에서, 교대제 개선에 필요한 인력은 전체 정규인력 충원을 원칙으로 하고, 평균임금이 하락하지 않는 모델을 기본으로 했다. 다만 사회적 비용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부담할 수 있는 비용 수준을 고려할 수 있도록 몇 가지 변형안도 제시했다.

교대제 개선 과정에서 노동시간단축으로 임금하락 규모가 매우 크고, 임금 수준이 낮은 경우 임금체계 개편도 필요함을 분명히 했다. 실질임금 저하가 없어야 교대제 변경의 목적인 노동자 몸과 삶의 복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교대제 개선은 실제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하므로, 줄어드는 노동시간을 별도의 지원근무나 대근으로 벌충하는 방식은 배제했다.

교대제 개선비용 추계 사업장 중에도 32교대 근무로 연간 2,312시간, 43교대 근무로 연간 2,281시간 근무 중인 경우가 있었다. 이 노동자들의 교대제를 주 40시간이 넘지 않도록 하고, 24시간 조업하는 업무의 경우 심야노동의 부담을 고려하여 35시간을 넘지 않도록 설계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연속 35시간 쉬도록 보장하며, 한 달에 한 번은 주말에 쉬어 가족이나 친구, 이웃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보장하고자 했다.

서로 업무 내용이나 특징이 상당히 다른 6개 사업장을 뽑아 계산해보니, 전체 인원의 13.3%~24.9%까지 새로운 인력이 필요했다. 다른 말로는 그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 이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연간 1,765시간~1,825시간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물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신규채용으로 인력 충원을 하게 되니 인력 충원비율보다는 인건비 증가폭은 적지만, 이마저도 큰 부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이렇게 개선해봤자 이 사업장 노동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1,800시간인 셈이다. 충분히 시도해볼만한 수준의 노동시간 단축이라고 본다.

 

연구 평가와 시사점

연구는 흥미롭게 진행됐고, 의미 있는 제안을 했지만, 아직까지는 연구에 기반해 이후 정책 방향을 수립했다거나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없다. 인천공항지역지부(비정규직노조)의 경우 임금이 낮고, 이를 장시간 노동으로 벌충하는 체계여서 우리 연구에서는 노동시간은 줄이고 시간당 임금은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정규직화 요구만으로도 무임승차하려는 사람 취급받고 있어 앞으로 논의가 걱정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정규직화 과정에서 인간다운 노동시간도 쟁취하길 기대한다.

상대적으로 고임금 기업의 경우 임금에서 손실을 보더라도 노동시간 단축을 제안해야 한다는 고민이 현장 조합 활동가들에게도 있었다. 일부 기업에서라도 연구 결과에 따라 좀 더 인간적인 교대제 운영, 파격적인 노동시간 단축, 심야노동에 대한 소정근무시간 단축(35시간)의 실험이 현실화되고 교대제 개선 전과 후를 비교하는 연구에 다시 한 번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연구소 리포트] A 사업장 위험성평가 연구 결과 / 2017.10·11

A 사업장 위험성평가 연구 결과

재현 연구원


올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이하 연구소)는 매년 현장의 모든 유해위험요인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위험성평가를 금속노조 A 사업장과 진행하였다. 이번 위험성평가 직전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공동으로 진행했던 바 있어 지난번과 같이 작업자가 함께하는 참여활동연구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목표

A 사업장은 2013년 위험성평가가 제도화되고 나서 처음으로 노사가 공동으로 연구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만큼 작업자가 현장에서 느끼는 사고, 소음, 근골격계 질환,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위험요인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자 하였다.

연구 조사 과정과 방법

- 본격적인 위험성평가 연구 사업에 앞서 전 조합원 대상으로 위험성평가의 의미와 목표 등을 강조하는 교육을 하였다.

- 조합원 교육 이후 실제 현장 조사에 참여할 실행위원을 구성하고, 연구 조사를 위한 실행위원 역량강화교육을 하였다.

- 노사 논의 끝에 각 실행위원이 16시간씩 시간 할애를 받아 연구소 연구진과 공동으로 현장 조사를 하고 위험성평가 시트를 작성하였다.

- 현장조사를 할 때 실행위원과 연구진은 작업자들이 일할 때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되는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였다.

- 작성한 시트를 정리하여 실행위원과 연구진이 함께 검토하고 실효성 있는 개선방안이 무엇일지 토론하였다.

- 연구진이 최종으로 시트와 보고서를 정리하여 전 조합원 대상으로 위험성평가 결과를 발표하였다.


현장조사 결과

현장 조사 시트를 23개의 공정마다 작성하여 실행위원과 작업자의 목소리와 판단을 최대한 담아내고자 하였으나 이번 조사 내용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다. 내용상 전문가가 하는 조사보다 부족함이 있을지라도 작업자가 주체적으로 현장조사를 한 것은, 결국 일상적이고 지속해서 현장을 개선해 나갈 사람이 전문가가 아닌 직접 일을 하는 작업자이기 때문이다.

A 사업장의 경우 절대적으로 부족한 공장 부지로 인해 작업자가 각종 유해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특히 대부분 작업자가 지게차를 운전해서 중량물과 설비를 나르고 적재하는 일이 많았는데, 공간 자체가 협소하다 보니 사고의 위험성이 굉장히 높았다.

또한,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위험성의 주지, 사용 및 보관 방법, 보호구 사용방법, 환 배기 및 국소 배기장치 설치 및 성능관리 등 종합적인 관리 시스템이 거의 없다시피 하였다. 이러한 상황인데 작업자들은 유해화학물질의 위험성에 대해 교육을 받은 적도 없어서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소음 역시 상당히 심각한 유해요인이었다. 설비는 노후 됐는데 공간은 부족하다 보니, 소음 노출을 줄일 수 있는 부스 하나 설치하는 것도 어려웠다. 근골격계 유해요인의 경우 지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에서 확인했던 것처럼 초장시간 노동과 심야 노동과 중량물 취급, 부담 자세 등이 유해위험요인으로 지적되었다.


개선 방안

이번 위험성평가 연구를 통해 공정별로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부분과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개선해야 할 방안을 제시하였다. 현장은 비좁은 공간으로 인해 중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유해위험요인이 상당하였다. 더군다나 업무 특성상 대부분 작업자가 지게차를 운행하면서 일하는데, 공간이 비좁다 보니 통행로에 제품이나 원료를 적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럴 경우 지게차 운전자와 이동 중인 작업자 간 충돌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 심지어 부족한 공간으로 인해 작업자가 통행할 수 있는 길 자체가 구분되지 않거나, 대차를 실은 지게차를 돌릴 공간이 없어 시야가 가려진 채 운전하는 상황도 비일비재했다.

절대적으로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개선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작업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좁은 공간이라도 지게차와 작업자 간 이동 구획을 명확히 할 것을 제안했다. 최소한의 공간 마련도 어렵다면 현장 내 지게차 운행속도 낮춤 조치, 신호수 배치, 지게차 운행 중 일시 작업 중단 등의 조처를 하도록 하였다. 또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될 수 있으면 작업자가 지게차 시야를 가리면서 원료 및 제품을 싣고 운행하지 않도록, 작업량 자체를 조절하여 작업자에게 여유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제안하였다.

비좁은 공간 때문에 작업자가 늘 전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전체적으로 대차 적재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모든 작업자는 현장 곳곳에 이중 삼중으로 대차를 적재하였다. 더구나 현장에선 대차 바퀴나 종발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 시스템이 없어서 언제든 대차가 전도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대차 적재 높이를 제한하도록 조치하고, 대차 바퀴 및 종발에 대한 정기적인 검사 및 정비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비좁은 현장 공간으로 작업자가 일하다 추락하거나 끼이고, 전도되는 등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현장의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작업자가 일하는 설비 곳곳에 안전 발판 혹은 난간이 없거나 있어도 실효성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현장에서 설비에 원료를 채우거나 청소 등을 위해 사용하는 사다리 역시 공간 부족으로 경사가 가파르고 계단 폭이 좁아서 작업자의 추락 위험성이 매우 높았다. 이러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작업자가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경량의 가변형 안전 발판을 제공하라고 제안하였다. 이후엔 계단 경사와 폭은 물론이고 관리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 재점검하고 개선하도록 제안하였다.

근골격계 질환의 유해위험요인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근골격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경량의 인간공학적 작업 도구를 마련하거나 교체할 것을 제안하였다. 또한,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거나 이동이 편리한 앉은뱅이 의자 지급 등으로 인간공학적 부담 요인을 개선하도록 제안하였다. 그다음으로는 작업자의 근골격계 질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1시간당 15분씩 충분한 휴식 시간을 보장하거나, 작업량을 줄이는 등 관리적 방법을 제안하였다.

마지막으로 비좁은 공간과 관련해서 연구진은 결국 중장기적으로 볼 때 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을 낮추거나 없애기 위해선 공장용지 확장이나 이전을 포함한 중장기적인 계획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그렇지 않고서는 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을 제거하는 데 상당히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았다.

전체적으로 관리시스템이 부재한 화학물질에 대해서도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업데이트와 화학물질의 유해위험성에 대한 작업자 교육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A 사업장의 경우 화학물질의 사용량 자체가 많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소량이지만 작업자 건강에 치명적인 물질인 WD-40, 기어윤활유, 카본 등의 화학물질을 꾸준히 오랜 기간 사용하는 현장이었다. 게다가 작업자들이 해당 물질에 대한 유해위험성과 대처 방안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화학물질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별도의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조사사업을 노사가 고민해보고, 현장에 있는 국소 배기장치의 성능 향상과 환 배기 시스템에 대한 실효성 있는 개선을 제안하였다.

소음으로 인한 유해위험성도 대다수 작업자가 느끼는 부담이었다. 사무실이나 제품 포장 및 출하 공정 쪽이 아닌 다른 공정의 경우 대부분 평균 소음이 80db를 넘었다. 특히 전체 작업자 중 하루 10분 이상 120db 정도 되는 설비 소음에 노출되는 경우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부담이 상당하다고 조사되었기 때문에 소음을 줄이기 위한 각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제안하였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소음 부스 설치가 필요하지만, 공간 부족으로 어려울 경우엔 설비에 차단 및 흡음재 부착, 적절한 맞춤형 보호구 사용 및 관리 방법에 대한 교육을 제시하였다. 또한, 그동안 작업자들이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부담이 상당했던 만큼 청력보존프로그램을 제대로 실행에 옮길 방안을 노사가 함께 마련하라고 제안하였다.

근본적인 개선 방안

이번 위험성평가가 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개선하는 것은 그 자체로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현장개선과 함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작업자에게 유해위험요인이 되는 작업량, 작업방식 등 전반적인 노동조건에 대해서도 재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가령 지난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 이후 노사는 인간공학적 개선뿐 아니라, 작업자에게 가장 부담이 되는 초장시간 노동과 교대근무를 개선하기 위한 근무형태개선 TFT를 운영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번 위험성평가 연구 결과에서도 마찬가지로 작업자가 유해위험요인으로부터 건강하고 안전하기 위해서는 결국, 절대적인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한 개선 방안이 될 수 있다.

[연구소 리포트] 울산지역 노동자들은 왜 7차 산재은폐 적발투쟁을 진행하게 되었나? / 2017.9

울산지역 노동자들은 왜 7차 산재은폐 적발투쟁을

진행하게 되었나?

- 7차 산재 은폐 실태조사사업 과정과 결과 소개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

산재 은폐 사업주 형사 처벌 조항 신설을 적극 환영한다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6차례에 걸쳐 280여 건의 현대중공업의 원, 하청업체 산재 은폐 사례를 적발하여 고용노동부에 집단 진정을 하였고 산재 은폐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제기하는 투쟁을 쉼 없이 계속해 왔다.

그런 활동이 반영되어 산업안전보건법 제10(산업재해 발생 기록 및 보고 등)에 사업주의 산재 은폐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 신설되었고, 68(벌칙) 조항에 101항을 위반하여 산업재해 발생 사실을 은폐하는 자 또는 그 발생 사실을 은폐하도록 교사하거나 공모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이 신설되어 20171019일부터 시행된다.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산재 은폐 근절과 산재 은폐 사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요구해 온 노동자들의 투쟁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 보고 이를 적극적으로 환영한다. 하지만 산재 은폐 형사처벌 조항이 신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재 은폐가 계속될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할 수 밖에 없다. 그 이유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산업재해 발생보고 기준 때문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4(산업재해 발생 보고)사업주는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3일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부상을 입거나 질병에 걸린 사람이 발생한 경우에는 법 제10조 제2항에 따라 해당 산업재해가 발생한 날부터 1개월 이내에 별지 제1호서식의 산업재해조사표를 작성하여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장 또는 지청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2014년 노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산업재해 발생보고기준을 요양 4일에서 휴업 3일로 변경한 후 노동자가 다치더라도 출근도장만 찍으면 사업주는 산재 발생보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노동자는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핵심사업으로 산재 발생보고 기준 변경 투쟁결의

실제로 휴업3일 보고기준을 악용하여 깁스를 한 노동자를 출근시키는 사업장이 있다는 얘기들이 계속 공유되면서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2017년 핵심사업으로 산재 발생보고 기준 변경 투쟁을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휴업3일 악용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지부에서 사례를 동영상 등을 촬영해 취합하고 여전히 산재 은폐가 심각한 하청업체 산재 은폐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가 현대중공업 인근 정형외과와 신경외과를 방문하여 실태조사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울산지역건강권대책위 소속단위 중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건설기계 울산지부, 학교비정규직 울산지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교육공무직 울산지부 등 비정규직 단위는 따로 기획 회의를 갖고 비정규직 노동자들 산재 발생 현황과 심각성을 공유하였고 산재 은폐 사례를 취합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금속노조 울산지부의 경우도 소속 지회의 1년간 산재 현황과 공상 현황을 수집하여 산재 은폐 수준을 확인하고 7차 산재 은폐 실태조사 사업에 함께 하기로 하였다.

현대중공업 원, 하청업체 산재 은폐 여전히 반복되고 있었다.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 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올해 4월부터 5월까지 2개월간 현대중공업 사업장을 대상으로 휴업3일 악용사례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10건의 동영상과 1건의 사진을 확보하였다.

영상에는 노동자들이 발목, 어깨, 손가락, 손목 등에 기브스를 하고 출근하는 모습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으며, 해당 영상에 찍힌 노동자들은 사실상 출근을 하더라도 현장에서 일을 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을 한 눈에 확인 할 수 있었다. 일하다 다친 것도 억울한데 휴업3일을 피하기 위해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출근을 하고 있었다.

,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현대중공업 하청업체들이 산재 은폐 현실을 확인하고자 산재 노동자 면담과 병원 실태조사를 통해 본인과 직접 통화 7, 통화 녹취 36, 영상 5, 면담 및 병원 조사 적발 11, 기타 1건 등 60건의 산재 은폐 사례를 적발하였다.

이들 노동자는 대부분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로 넘어짐, 협착, 추락, 찍힘, 충돌, 화상, 감전, 사내 교통사고, 도장작업 중 질식 등으로 손가락 골절, 안면부 봉합, 늑골 골절, 머리 찢어짐, 화상 등 사고를 당했지만, 여전히 공상과 본인 부담 치료를 하고 있었다. 사고 피해자 60명 중 공상처리를 한 노동자는 53명이었으며 본인부담 치료 4, 치료방법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는 3명이었다.

특히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그동안 6차례 산재 은폐 적발 투쟁 후 집단 진정과정에서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이 업체가 폐업되었거나 노동자 소속업체 확인이 안 된다는 이유, 노동자 진료기록 확인이 안 된다는 이유, 사업주가 1개월 후에 산재 발생 신고를 했다는 이유 등으로 무혐의처분을 내린 것 등을 감안하여 재해노동자와 직접 면담, 통화, 녹취, 영상자료 등 구체적인 자료들을 추가로 확보하였다.

조사과정에서 사업주들은 여전히 다친 노동자들에게 사복으로 갈아입힌 뒤 병원으로 후송하거나 대학병원에 가지 마라’ ‘지정 병원 가면 산재 은폐 조사하니 지정병원 말고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는 등 산재 은폐 행위를 계속하고 있었고 대응방식도 이전보다 더 교묘해지고 있었다.

지역 조사과정에서 비정규직 단위 기획사업은 실질적으로 진행되지 못하였다. 그동안 꾸준히 산재 은폐 근절 투쟁을 해 온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외에는 실제로 산재 은폐 사례들이 수집되지 못하였고 금속노조 울산지부의 경우 1년간 관련 자료를 제출한 곳이 소수 지회로 머물면서 산재 은폐 전반적 실태분석까지 나가지 못하였다.

7차 산재 은폐 실태조사 결과발표 후 대응 투쟁은 어떻게 하고 있나?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7117차 산재 은폐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동안 꾸준히 울산지역 산재 은폐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지역 언론들은 적극적으로 취재와 보도를 해주어 지역사회에 우리의 문제의식을 잘 전달해 주었다.

기자회견 후 산재 은폐 적발 건에 대해 고용노동부울산지청에 산업안전보건법 제5(사업주의 의무), 10(산업재해발생기록 및 보고 등), 23(안전조치), 29(도급사업에 있어서 안전보건조치) 위반 등으로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안전보건총괄책임자,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소속 53개 하청업체 대표를 고발하여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과 913일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간담회를 통해 휴업3일 악용사례와 노동현장에서 여전히 반복되는 산재 은폐 실태를 알리고 2017년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제기해 산재 발생보고기준을 기존 요양4일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그리고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이 산재 절차의 복잡함과 까다로운 절차로 인하여 여전히 산재 보험상의 권리를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을 확인하며 산재 발생 시 병원신고제를 도입하여 다치고 병든 노동자를 신속히 산재 보험으로 보호할 것을 함께 요구해 나갈 것이다

[연구리포트] 게임산업 노동자 노동실태와 건강 연구 / 2017.8

게임산업 노동자 노동실태와 건강 연구

최민 상임활동가, 직업환경의학전문의


2016년 넷마블을 비롯한 게임 업체에서 과로 자살, 과로사로 추정되는 젊은 노동자들의 죽음이 잇따랐다. 201611월 넷마블에서의 세 번째 죽음이 알려진 후 넷마블 전현직 근무자를 대상으로 급히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설문 응답자의 월 노동시간은 평균 257.8 시간으로 5인 이상 기업체 상용직 노동자보다 월 평균 90시간 가까이 더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게임개발자연대에서 시행한 게임개발 노동자 노동환경 조사 결과 역시 월 평균 205.7시간으로, 게임업계 노동자들이 전반적으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당시 설문조사는 주로 게임개발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그 자체의 실태를 밝히는 데 집중했기에, 게임개발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과 과로가 노동자들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과 사회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후속 연구를 실시했다. 후속 연구는 후속 설문조사, 심층 면접조사, 신체활동량과 활동 중 혈압 측정, 게임산업 변화 연구, 포괄임금제와 노동시간의 총 5개 영역으로 진행 중이며, 이번에 소개하는 것은 이 중 설문조사 결과이다. 설문조사는 321일부터 426일까지 5주간 온라인으로 진행되었고, 621 명이 설문 조사에 참여했다. 성별 정보가 없는 1명을 제외한 620명의 응답을 분석했다.

설문에 참가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설문 참여자 중 남성이 400, 여성이 220명이었다. 20~30대가 대부분이었고, 대졸 이상 학력자가 2/3 가량 되었다. 기혼자가 28%로 적었다. 절반 정도는 성남/ 판교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1/4은 강남과 서초 지역, 15.5%가 구로/금천 지역에서 일한다고 답했다. 54.4%가 모바일 게임 개발 회사에서 일한다고 답했고, PC/온라인 게임개발 회사에서 일한다는 응답은 29.4%였다. 게임 개발보다 퍼블리시를 주로 하는 회사에서 일한다는 응답은 10% 정도였다.

업무별로는 아티스트가 가장 많았고 전체 응답자의 1/3이 넘었다. 기획자가 22.9%, 프로그래머가 21.8%였다. QA/CS/운영 담당은 8.4%, 인사/총무/마케팅 등의 사업부는 5.5%, 개발관리를 맡은 관리직은 4.0%였다.

회사 규모는 50인 미만이 22.7%, 100인 이상이 63.1%였다. 응답자의 35.2%300인 이상 대기업에 속한다고 응답해, 이미 게임 개발 산업이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95% 이상의 노동자가 상용직이라고 답했고, 근로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절반 가까웠다. 파견, 용역 업체를 통해 임금을 지급받는 비율은 1.8%로 매우 낮았다. 그러나 연봉 협상 결렬시 회사를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33%, 팀 해체시 회사를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43%가 넘어, 정규직이라고 해도 비정규직과 다름없는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고용 불안정 특징은 이직 경험에도 드러난다. 이직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74.2%였다. 대부분 20~30대인 응답자들 4명 중 3명은 이직 경험이 있어 게임 노동자들의 이직이 잦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임산업 노동자들은 어떻게 노동하나?

임금은 남녀 모두 80% 이상이 연봉제로 받고 있었다. 월 급여 전체 액수는 세 전을 기준으로 했을 때, 62만원부터 800만원까지 분포하고 있었고, 중위값은 296만원이었다. 300만원 미만이라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50%가 넘었다.

포괄임금제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연장 및 휴일 근로 수당이 월급에 일괄 포함돼 있는지, 그렇다면 그 연장수당은 일주일 몇 시간 분인지 묻자, 87.7%의 응답자가 연장 수당이 월급에 일괄 포함돼 있다고 응답했지만, 실제로 그 포함 분이 몇 시간분인지 응답한 경우는 61명에 불과했다. 실제 본인의 근로 계약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 하고, 그에 따른 노동의 대가도 제대로 챙기지 못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게임산업 노동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장시간 노동이다. 크런치 모드가 아닌 일상적인 경우 노동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았다. 중위수는 주당 50시간이었다. 40시간 포함하여 그 이내로 근무한다는 응답이 20% 가량이었고, 40~48시간 이내로 근무한다는 응답이 24% 정도 됐다. 뇌심혈관질환이 발생했을 때, 과로로 인한 업무관련성이 당연히 인정되는 기준인 60시간을 초과하여 일한다는 응답이 남녀 모두 10% 정도에 해당했다.

지난 1년간 크런치 모드가 한 번도 없었다는 응답은 16%에 불과했다. 지난 1년간 한 번이라도 크런치 모드를 경혐했다는 84%의 응답자는 1년에 평균 5, 1회당 24일의 크런치 모드 시기를 보낸다고 답했다. 이들이 표시한 크런치 모드 회수와 1회당 크런치 모드 날짜 수를 곱하면, 크런치 모드가 한 번이라도 있었던 게임산업 노동자들은 1년에 평균 70일을 크런치 모드로 보낸다.¹ 이 크런치 모드 기간의 하루 근무 시간은 평균 14.35시간이었다. 크런치 모드 시기 하루 노동시간이 17시간이 넘는다는 응답도 19.7%나 됐다.

지난 1년 동안, 출근 후 퇴근까지의 시간이 12시간이 넘어본 적이 있다는 응답이 87.6%, 24시간 이상 회사에 머문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39.0%나 됐다. 심지어 36시간 이상 회사에 머문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17.9%, 48시간 이상 머물러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9.2%나 됐다.

이렇게 장시간 노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회사에서 책정하는 개발 기간이 너무 짧거나 자주 변동되기 때문이다. 노동자 교육과 훈련에는 투자하지 않으면서, 불합리한 개발기간을 들이밀며 노동자를 쥐어짜는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 안에서, 개발자로의 자긍심이나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상처받기 마련이다. 개발사는 사실상 대형퍼블리셔의 하청업체라는 응답이 64%나 됐고, 지금 개발하는 게임이 성공해도 본인의 미래가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응답 역시 63%나 됐다. 60세가 되었을 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 하고 싶다는 응답이 60%가 넘었지만, 60세가 되었을 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답변은 6.6%에 불과했다. 게임개발자로서의 일을 사랑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60세까지 일을 지속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장시간 노동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게다가 게임산업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폭력적이었다. 지난 1개월 간 언어 폭력을 당한 적 있다는 답변이 남성은 25.5%, 여성은 39.5%나 됐다. 원치 않는 성적 관심을 당했다는 응답도 7.3%, 27.7%로 높았다. 위협 또는 굴욕적 행동을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남성 24.0%, 여성 31.4%나 됐다. 이는 일반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언어폭력 경험은 남성은 3.6, 여성은 6.1, 원치 않는 성적 경험은 남성 24.3, 여성 16.3, 위협 또는 굴욕적 행동 역시 남성 12.6배 여성 17.4배로 높은 결과다. 자유롭고 권위적이지 않을 것 같은 선입견과 달리 개별 노동자들에게 매우 적대적인 노동환경이라는 결과다.

게임산업 노동자들의 건강은 어떤가?

지난 12개월 동안 건강문제로 결근한 적이 있거나, 1년간 아픈데도 나와서 일한 적이 있는지 물어봤다. 건강 문제로 결근했던 경험이 64.6%, 몸이 아픈데도 참고 일한 경험이 71.6%에 달했다. 응답자의 연령대를 고려하면 더욱 심각하다. 4차 근로환경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20대 게임개발 노동자의 경우 일반 노동자에 비해 건강 문제로 결근한 비율은 3.75, 몸이 아픈데도 참고 일한 경험은 4.02배나 높다.

정신건강도 심각했다. 우울증이 유력하게 의심되는 비율이 남성 32.5%, 여성 51.8%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거의 매일 한다는 응답도 남녀 각각 2.8%, 5.0%에 달했다. 자살 시도 경험도 2.1%였다. 우울증 의심 비율은 연령대별로 나누어 보았을 때 일반 인구에 비해 3~5배 높은 수준이고, 자살 시도 경험 역시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의 0.4%에 비해 5배 이상 높다.

우울증을 의사에게 진단받은 경험이 있는지 직접 물어보아도 결과는 비슷했다. 전체 620명 중 104(16.8%)이 우울증을 진단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현재도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응답이 25(4.0%, 진단 받은 사람 중 비율은 24.0%)이었다. 이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2014년 직장인 성인 남녀 1,000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 내 우울증 조사에서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비율 7%보다 2배 이상 높은 비율이다.


▲ 노동시간 특성과 우울증상, 자살 


주당 노동시간이 늘어나거나, 지난 1년 중 한번 출근해서 회사에 가장 길게 머문 시간, 크런치 모드 시기 하루 노동시간 등이 증가할수록 우울증상, 자살사고 위험이 모두 증가했다.

성별, 교육수준, 나이, 월 급여, 결혼여부, 고위험 음주 여부 등을 모두 보정한 결과다.

우울증상 위험도는 크런치가 아닌 시기 장시간 노동과 관련이 깊었고, 자살사고의 경우 지난 1년 중 회사에 가장 오래 머문 시간이나 크런치 시기 하루 노동시간과의 관련성이 더 높았다. 과로하는 노동자들이 자살에 이르는 경우, 만성적인 과로가 우울감을 증가시키는 기전이 작동할 뿐만 아니라, 급격한 초장시간 노동이 자살 사고나 시도에서 방아쇠 역할을 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주당 노동시간이 증가할수록, 본인이 60세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자리 지속성 인식이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노동시간이 증가할수록 부정적인 인식이 비례하여 증가하는 것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현재의 게임산업 장시간 노동이 전혀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반복되는 과로사, 과로자살 뒤에는 일상적인 장시간 노동, 쥐어짜는 크런치모드, 폭력적이고 적대적인 노동환경이 있었다. 해석하는 일은 끝났다. 중요한 것은 일터를 바꾸는 것이다.


* 각주

1) 365일 내내 크런치 모드라는 응답자도 6명이나 되었는데, 이들의 답변을 제외하면 1년에 평균 67일을 크런치 모드로 일하게 된다. 1년 365일 내내 크런치 모드라는 응답자들의 경우, ‘크런치 모드가 아닌 때 일주일 평균 노동시간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평균 67.5시간이라고 응답하여, 1년 내내 크런치 모드라는 응답과 일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연구소 리포트] 2017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결과 보고서(2) / 2017.7

2017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 결과 보고서

- 금속노조 A지회 현장조사를 중심으로


아이구 연구원


이번호 연구소 리포트는 지난 달 일터 연구리포트 A지회 설문조사 결과에 이어 현장 조사를 중심으로 주요 내용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한다. 2015년에 연구소를 비롯한 노동안전보건 단체 활동가들은 금속노조 노안실과 ‘2016년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를 제대로 하기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를 만들었다. 보고서를 본 사람도 있겠지만, 혹여 못 보신 분을 위해 꼭 기억해야 할 내용을 소개한다. 보고서 발간사에서 금속노조 위원장도 강조한 것이다. ‘제대로 조사하고, 현장을 살려내고, 골병을 잡고, 제대로 치료받고, 더욱 안전한 현장을 만들기’ 위한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여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 2016년 많은 현장에서 유해요인조사를 했을 텐데, 현실은 제대로 하기 녹록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조사의 목적을 조직적으로 논의했었는지, 조사를 기관에 위탁하던 노사 공동으로 하던 노조 중심으로 하던 조사를 현장참여하에 제대로 했었는지, 조사과정을 현장의 관심과 참여를 북돋우면서 진행했었는지, 조사결과를 현장노동자에게 온전히 알렸었는지, 후속 조치인 치료와 개선 활동을 지속했었는지 등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를 되돌아보았으면 싶다. 지금이라도 현장을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조사결과를 다시 꼼꼼하게 살펴보고, 다음 유해요인조사 전까지 개선과제를 하나라도 제대로 실행에 옮기는데 A지회 사례가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2013년 유해요인조사에 이어 현장노동자가 함께하는 조사

A지회는 2013년 유해요인조사를 통해 환자를 찾고 개선과제를 찾으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인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인력을 충원한 바 있었다. 2016년 조사에서는 기본적인 과제인 개선과제를 찾고 환자에 대한 찾아 조치하는 것 이외에도, 자신과 현장의 노동을 제대로 살피고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자체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경험과 자료를 확보하고자 하였다. A지회 (가)지역 8명과 (나)지역 10명의 현장노동자 한 사람당 16시간의 활동시간을 확보하여 직접 현장조사를 하였다. 이를 위해 하루 역량 강화 교육과 실습을 거쳐 현장조사준비를 하였다. 이날 교육은 근골격계 질환 및 유해요인조사에 대한 이해, 현장조사 시트 소개와 작성방법, 현장조사 실습 등의 순으로 진행하였다.


또, 2013년에 인간공학적인 평가 중심으로 진행했던 현장조사 방법을 바꿨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신청자 현장조사 시 사용하는 시트를 재구성하여 현장의 노동 전반에 대한 실태를 있는 그대로 빠짐없이 전체 공정을 조사하였다. 처음 하는 조사방법으로 인해 조사과정이 쉽지 않았다. 실제 몸으로는 알고 있지만 글로 기록하는 것 자체가 익숙지 않아 너무 어렵고, 부담 요인 뿐 아니라 작업과정을 가급적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조사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조사대상을 조합원 뿐 아니라 (가)지역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비조합원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근골격계 질환 증상조사와 현장문답을 진행하였다.


녹록하지 않았지만, 현장조사를 주도적으로 진행한 현장노동자의 관심과 애씀 덕분에 현장의 부담 요인을 제대로 찾을 수 있었고, 주요 개선과제에 대해 정리하여 산보위를 통해 합의할 수 있었다. 당연히 A지회의 가장 핵심적인 유해요인인 장시간 노동과 심야노동에 대한 개선을 위한 노사TFT 구성과 운영을 하자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질환 증상 호소자에 대한 문진을 진행하여 실질적으로 필요한 의학적 조치를 실행에 옮기는 중이다. 조사를 시작할 때, 조사할 때, 최종 보고서 주요내용을 설명할 때, 개선과제에 대한 산보위 합의를 할 때 사업 전 과정에 조합원에게 지회 소식지 등을 통해 알렸다. 사업과정 중에 옥에 티라면, 시간이 부족해서 최종 보고서 작성과정에서 조사에 참여한 이들과 직접 만나서 논의를 하지 못하고 온라인상으로만 의견수렴을 하는 데 그친 아쉬움이다.


현장 조사 주요결과를 반영한 후속 조치를 지속해나가기 위해 애쓰기

현장조사를 통해 확인한 주요 핵심 개선과제는 다음과 같았다. (가)지역과 (나)지역 모두, 심야노동과 장시간노동으로 인해 근골격계 질환 부담 요인이 가중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이는 부담 요인이 같더라도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노출 시간이 길어지는 것으로 인한 절대적인 가중요인을 줄이고, 12시간 주야맞교대로 인한 심야노동을 연속 5일 이상 격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누적된 부담 요인을 해소하지 못하고 지속해서 부담 요인이 쌓이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때문에 절대적인 부담노출 시간과 심야노동으로 인한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가)지역과 (나)지역 모두, 중량물 취급 부담과 상•하단 작업으로 인한 부담을 완화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중량물 취급의 경우 만성적인 부담 요인의 측면뿐 아니라 급성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 특히 허리 질환으로 이어질 경우 비용과 치료기간의 측면에서 엄청난 손실이 이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작업자에게도 치명적인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하단 작업의 경우 가급적 바닥에서 30cm 이상부터 어깨높이 사이에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차 최하단과 최상단 적재를 제한하거나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유압식 대차를 사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연동하여 작업대의 높이 개선 및 서서 하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의자 제공 역시 주목해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가)지역과 (나)지역 모두, 공정별 인간공학적 부담 요인에 대한 개선을 구체적인 계획아래 노사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공정에서 다양한 인간공학적 부담 요인이 있다. 예컨대, 서서 작업하는 부담과 쪼그린 자세로 작업하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적절한 의자를 사용토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가장 근골격계 질환 부담이 적거나 없을 것 같은 사무직 직원의 경우도 PC 작업으로 인한 부담 요인을 전면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다른 공정의 경우는 개선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개선을 하지 않거나 못할 경우 고스란히 작업자에게 근골격계 질환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사업주에게는 생산성 및 품질 저하와 직원의 건강을 지키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져 더 많은 손실을 감당하게 된다. 안전과 보건문제에 노사가 따로 없이 머리를 맞대고 실질적인 개선을 위한 활동체계와 활동시간을 보장하고 일상적인 개선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지역과 (나)지역 모두, 소음, 조도, 온도, 분진, 사고위험 등 근골격계 질환에 직간접적 연관부담으로 작용하는 작업환경요인에 대한 개선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한다. (나)지역은 소음을 차단한 부스를 설치했지만, (가)지역의 경우 협소한 공간으로 인한 소음부스가 없어서 설비소음으로 인한 부담이 컸다. 두 지역 모두 청력보존프로그램을 내실 있게 실시하면서, 실질적인 소음을 저감시키기 위한 개선이 절실하다. 또한, 적정 조도로 개선하고 이중 혹은 삼중조도를 개선하는 것, 온도로 인한 부담 특히 저온으로 인한 부담 가중요인을 완화하는 것, 유해화학물질 및 먼지 등으로 인한 분진 노출부담을 완화하는 것, 지게차 이동로와 작업자 통행로를 구분하는 것, 낙하와 추락 및 협착 위험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 등을 실제로 실행에 옮겨 개선할 경우 연관부담 요인을 낮추는 것은 물론이고, 작업환경 개선으로 통해 쾌적하고 안전한 일터 조성을 통해 활기 넘치는 현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가)지역의 경우 이주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 부담 요인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특히, 근골격계 부담 요인 중 부담 자세의 반복 빈도와 중량물 취급 부담을 주목해서 평가하고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주노동자가 근골격계 질환으로부터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면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이 소위 골병으로 인한 질환과 증상으로부터 훨씬 안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를 위해 이주노동자에게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이해와 대처방안 등을 교육하고, 아프면 아프다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현장문화를 조성하며, 아프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이주노동자만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 모두에게 해당한다.


A지회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를 통해 확인한바, 사무와 QC 업무 이외 거의 모든 작업이 업무관련성이 높거나 매우 높게 평가되었다. 낮게 평가된 업무라도 중량물 취급부담, 자세와 힘 사용으로 인한 부담, 주요상병에 영향을 미치는 작업요인, 신체 부위에 영향을 미치는 연관 부담 요인, 온도, 소음, 분진, 조도, 사고위험 등과 같은 작업 환경 요인 등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 및 증상의 부담 요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정별 부담 요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산업안전보건법 24조 5항과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 12장에 명시되어 있기도 하지만 실제 근골격계 질환 및 증상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공학적 부담 요인 개선을 포함한 구체적인 작업환경을 개선해야 부담 요인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야 맞교대 장시간 노동과 상시주간근무지만 토요일 특근을 거의 매주 하다시피 하는 경우에 작업자의 부담은 훨씬 가중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대책 역시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래서 조사 직후의 산보위에서 주요 개선과제에 대한 노사합의 뿐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과 심야노동 단축을 위한 노사 TFT를 구성 운영키로 합의한 것이다. 실제로 3년 주기의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 취지를 제대로 실현해 나가기 위한 물꼬를 텄다. 이제 노동조합 차원에서 현장을 바꿔 나가면서, 일상적인 개선활동을 지속해 나갈 노동자가 되도록 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한 2016년 근골 조사의 의미

2013년 인력충원이라는 핵심과제와 개선을 한 것에 이어, 2016년에는 장시간 노동과 심야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사 TFT를 가동하며 도처의 유해요인을 개선하기로 하였다. A지회의 경우, 조합을 만들어 활동한지 5년여인 신생노조라면 신생노조로 그나마 두 지역으로 나누어져 있고, 현장 조합원 규모가 (가)지역은 40명 내외 (나)지역은 70명 내외로 적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를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노동조합도 A 지회처럼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를 제대로 했으면 싶다. 현장 상황, 현장조직력, 노사관계 등 적지 않은 어려움을 이유로 유해요인조사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다양한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유해요인조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 물론 제대로 유해요인조사를 했거나 애쓴 노동조합이라도 개선과 의학적 조치 등 후속 조치를 일상적이고 지속해서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개선과정에서 작업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개선하면 그만인 것이 아니라, 3개월 혹은 6개월 이후 작업자 의견을 수렴하여 수정 보완해 나가는 것을 통해 실효성 있는 개선으로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 사업을 하면서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은 바로 사람인 노동자다. 노동자는 더 안전하고 행복하게 일하고 살아갈 권리를 누릴 주체이기도 하지만, 권리를 실제 행사하기 위해서 해야 할 개선과제를 추진할 주체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노동을, 현장의 모든 노동을 꼼꼼히 돌아보는 것, 그 노동을 하는 노동자를 제대로 살피고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의 시작이자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구소 리포트] 2017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결과 보고서(1) / 2017.6

2017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결과 보고서(1)

- 금속노조 A지회 설문조사 분석결과

 

재현 연구원

 

2016년은 3년에 한 번 돌아오는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의 해를 맞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이하 연구소)와 금속노조 A지회는 연구 사업을 착수하였다. 이 사업장은 지난 2013년 연구소와 한차례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실시했던 곳이라 지속해서 현장과 관계를 맺어나간다는 의미도 담고 있는 연구였다. 연구 과정에서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작업자와 함께하는 참여활동연구 연구조사로 진행하였다.

 

작업자 현황은?

소속 지회

작업자수

(명)

성별(남)

성별(여)

주야먖교대

주간고정

30명

27명

3명

18명

12명

42명

35명

7명

28명

14명

 

이 사업장은 규모가 작지만 가 지역과 나 지역으로 나뉘어있어 설문조사를 각각 분석하였다. 그 결과 기초인적사항은 표와 같다. 참고로 설문 응답은 약 90%가 참여하였으며, 작업자는 모두 정규직이면서 조합원이었지만 가 지역의 경우 부서에서 비조합원 이주노동자들이 약 10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부서 역시 대부분 고르게 분포되어있었다.

 

매일같이 12~13시간씩 일하는 작업자

이 사업장은 노동시간이 매우 긴 사업장이었다. 중위수로 봤을 때 가 지역의 경우 주간 근무 시 하루 노동시간이 10시간, 나 지역이 10시간 반이었다. 야간 근무 시 가 지역이 하루 11시간, 나 지역이 12시간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가, 나 지역 모두 근무하는 날 내내 잔업을 2시간~3시간 반 정도 실시하고 있었다. 게다가 특근도 가 지역은 1회 이상이 8명, 나 지역은 4회 초과가 10명으로 특근도 상당하였다. 이렇게 업무량이 많다 보니 작업자의 연차 사용도 (가 지역 평균 11.20일 나 지역 7.29일) 못하였다. 그나마 연차를 사용한 이유도 정말 쉴 수밖에 없는 집안 경조사라는 응답이 두 지역 모두 가장 많았다.

 

근골 부담 환경과 긴 노동시간 교대제로 지치는 작업자

업무의 힘든 정도(보그 점수)를 물었을 때 가 지역 평균 11.50점, 나 지역 평균 12.08점으로 두 지역 모두 약간 힘듦 정도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소진 정도를 물었을 땐 육체적으로 항상 지친다는 작업자가 가 지역 1명 나 지역 7명이나 됐으며, 정신적으로 항상 지친다는 작업자가 가 지역 3명 나 지역 4명이나 되었다.

 

그렇다면 노동강도를 결정하는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 가 지역과 나 지역 작업자 모두 주요 원인 중 1순위로 ‘인간공학적요인’을 꼽았다. 좁고 위험한 현장, 중량물 취급, 지게차 운전 등 근골격계 질환에 직접적인 요인이 노동강도를 높인다고 응답한 것이다. 그다음 우선순위도 모두 심야 노동과 장시간 노동을 꼽았다. 가뜩이나 열악한 현장 환경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하는 시간까지 길 것으로 확인되었다.

 

구분

노동강도를 결정하는 주된 원인

① 심야 노동과 장시간 노동

11

14

② 회사의 여러 차례 매각으로 인한 고용불안

0

1

인간공학적요인(반복동작, 부적절한 자세, 중량물취급)

 2

19

④ 노후 도구, 설비, 오일미스트, 소음 등 작업환경 문제

4

5

⑤ 과도한 업무량과 인력부족

2

1

⑥ 현장 조합원의 관심과 참여부족

0

0

⑦ 회사의 안전보건 인지적 경영미흡/부재

1

2

 

10명 중 3명이 근골 환자인 작업자

근골격계 질환 설문 결과 가 지역은 미국의 산업안전보건연구소(NIOSH)에서는 근골격계 질환 증상 기준으로 기준 3 즉, 검진 대상 적업자가 가 지역 9명(30%) 나 지역 11명 (26.8%)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계속해서 지적되었던 인간공학적 요인 부담과 장시간 노동과 교대(심야)노동의 결과로 근골격계 질환 증상자가 상당히 많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치료나 요양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실태를 확인해본 결과 지난 1년간 아픈데도 참고 출근했다는 날의 경우 가 지역 70일, 나 지역 67일로 나타났다. 1년 중 약 240~260일 출근한다고 했을 때 작업자 평균 무려 1/4기간 동안 아픔을 참고 일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근골격계 질환 치료받은 경우, 복귀 후 부담작업이 어느 정도 개선되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개선은 되었지만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응답이 가 지역 8명 나 지역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작업자들이 느끼기에 여전히 실효성 있는 개선으로까지는 나아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근골격계 질환을 줄이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할까 하는 질문에는 가 지역(19명)과 나 지역(13명) 모두 ‘노동시간단축’을 꼽았다. 반면에 노동강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가장 많이 지적되었던 인간공학적 개선은 가 지역 1명, 나 지역 7명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절대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작업자

피로정도를 묻는 설문에서도 현재 피로를 느끼는 원인으로도 1순위로 꼽은 것이 ‘수면의 양과 질 저하’가 가 지역 12명, 나 지역 19명이나 되었다. 게다가 더욱 문제는 몸은 피로한 데 수면 상태도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몇 시간을 잤느냐’는 질문에 대해 주간 근무 시 고작 (가 지역 평균 6시간 30분, 나 지역은 평균 6시간 40분) 정도였다. 야간 근무 시엔 더 심각했다. 가 지역은 평균 5시간 27분 나 지역은 평균 4시간 32분 정도 밖에 안 되었다. 절대적인 수면 시간이 짧다 보니 수면의 질 역시 좋을 리 없었다. 특히 야간 근무 시 수면의 질이 아주 나쁘다고 응답한 작업자가 가 지역 3명(10%), 나 지역 5명(39.5%)이나 되었다.

 

근골격계 유해요인 개선과 장시간 심야노동 개선해야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중 설문조사 분석 결과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첫째 골병 환자에 대한 조속한 의학적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 설문분석결과 전체 작업자의 30%가 근골격계 질환 검진 대상자일 만큼 현장엔 근골격계 질환 환자가 많았다. 따라서 우선 아픈 작업자에 대한 의학적 조치와 산업재해 신청 등 후속 활동이 필요하겠다.

둘째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해 작업장 환경개선을 해야 한다. 작업자들이 노동강도 강화와 근골격계 질환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던 인간공학적인요인 (중량물작업, 반복작업, 서서작업 등)과 소음, 분진, 덥고 추운 실내 환경 등의 작업장 환경개선을 실시해야 한다. 또,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해 치료와 예방 관리 프로그램 마련도 필요하겠다.

마지막으로 중/장기적 과제로 노동시간단축과 심야노동을 개선해야 한다. A 사업장의 경우 작업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반드시 노동시간단축과 교대제(심야노동)를 개선해야 한다. 작업자들 역시 설문조사를 통해 근골격계 질환 을 예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노동시간 단축을 우선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시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이므로 이번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계기로 노사가 중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머리를 맞대야 하겠다.

 

[연구리포트] “선생님, 안녕하신가요?” / 2017.4

“선생님, 안녕하신가요?”

- 교사의 건강실태 및 직무스트레스 조사



이세영 후원회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교사’, 최근 중·고등학생 선호직업 1위로 언제나 손꼽히는 직업이다. 어려운 경제 여건과 비정규직이 급증하는 ‘헬조선’에서 누군가에게는 이만큼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직업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밖에서 바라보는 모습과 달리 지금의 교사들은 교원평가와 성과급제로 인해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학생과 학부모의 신체적, 언어적, 성적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지난해 5월, ‘흑산도 집단 성폭행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하지만 흥미 위주의 자극적인 기사들, 남성 교사만 섬에 보내면 된다는 무책임한 대책 뒤에 누구도 교사의 권리나 안전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지난 시간 동안 두발·복장 제한 금지, 체벌 금지의 내용을 포함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는 등 학생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도 있었으나 교사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쩐지 아직도 낯설고 먼 느낌이다. 2016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연구진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국 초·중·고 교사들의 건강실태 및 직무스트레스 등의 직업 환경을 설문 및 면접 형태로 조사하였다.


폭력 경험 실태 - “저게 교사냐?”, “아빠 보내서 겁주면 돼.”

이번 실태 조사 결과 많은 수의 교사들이 일상적으로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언어폭력 피해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폭력은 교사들에게 매우 충격적인 경험이 될 수 있다. 심지어 폭력 경험 이후 그 장면이 떠오르거나 비슷한 상황을 피하려 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한 아이는 초등학교 때 왕따 경험이 있어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대신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억압적 심리를 교사들에게 막 퍼부었다. 심한 말을 많이 했는데 ‘저게 교사냐, 이게 교육이에요?, 왜 날 피곤하게 하는 거예요’와 같은... 알고 봤더니 이 아이가 청소년우울증이었다. 엄마도 우울증이고 가정적으로도 7년 정도 부모가 이혼 문제로 다투고 있다.”


“학부모가 찾아왔다. 내 앞에서 욕만 안 했지 ‘네가 뭔데’라는 식이었다. 복도에 나가서 엄마랑 이야기할 때는 나한테 들리도록 ‘X발’ 이런 욕도 했다. 그때는 정말 저 사람이 나를 치는 게 아닐까 하는 공포심이 들었다. 심지어는 이 아빠가 내가 사는 아파트에 찾아오는 게 아닐까, 수업시간에 들어와서 나를 때리지 않을까 하는 공포심도 있었다.”


“엄마들 사이에는 이런 얘기가 공공연하게 돈다. ‘(일이 생기면) 아빠를 보내면 된다. 대부분 교사가 여자이기 때문에 남자가 한마디 하면 겁먹고 꼬리를 내릴 것이다.’ 이런 식으로...”


폭력 실태는 설문 조사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최근 1년 이내에 모욕적인 비난, 고함, 욕설을 들은 비율이 낮게는 20%, 높게는 30% 정도로 나타났는데, 가해자는 학생, 학부모, 동료, 상사 등 다양하였다, 초등학교의 경우 학부모가, 특성화고의 경우 학생이 주된 가해자로 나타났다. 신체적 폭행이나 성폭력(성희롱 포함)을 당한 경우도 상당수 있었는데, 신체적 폭행의 주된 가해자는 학생, 성폭력의 주된 가해자는 동료와 상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폭력이 발생해도 이를 중재해주는 관리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선생님 개인이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폭력 실태는 설문 조사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최근 1년 이내에 모욕적인 비난, 고함, 욕설을 들은 비율이 낮게는 20%, 높게는 30% 정도로 나타났는데, 가해자는 학생, 학부모, 동료, 상사 등 다양하였다, 초등학교의 경우 학부모가, 특성화고의 경우 학생이 주된 가해자로 나타났다. 신체적 폭행이나 성폭력(성희롱 포함)을 당한 경우도 상당수 있었는데, 신체적 폭행의 주된 가해자는 학생, 성폭력의 주된 가해자는 동료와 상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폭력이 발생해도 이를 중재해주는 관리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선생님 개인이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교사의 경우, 서비스직처럼 직접적인 감정노동 위험 직업군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교원평가나 성과급제와 같이 경쟁을 심화시키는 교육정책의 영향 및 교권 추락으로 점차 감정노동화 되고 있다. 감정노동 설문 결과, 여성 교사의 감정 노동 수준이 높게 나타났으며, 일부 영역에서는 다른 감정노동 위험 직군에 준하거나 더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감정조절의

요구 및 규제’ 영역과 ‘감정 부조화 및 손상’ 영역은 감정노동 고위험 직종 14개 중 각각 12위, 11위로 항공승무원보다 높게 나타났다. ‘조직의 지지 및 보호 체계’ 영역이 가장 심각했는데, 14개 직업군 중 2위로 보건의료원무행정직과 공공기관민원행정서비스직보다 안 좋게 나타났다.


교사의 우울 수준도 매우 높았다. 우울 설문(CES-D) 결과 전체 교사의 28.0%가 유력우울증, 11.9%가 확실 우울증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령대별로 일반인구집단과 비교해도 더 높은 수치였다. 일반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일반인구집단보다 더 건강한 경향을 보인다는 점과 교사가 사회적으로 선망받는 직업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외부의 시선과는 달리 교사의 직무스트레스와 우울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기간제 교사의 경우는 유력 우울증 33.6%, 확실 우울증 18.1%로 정규교사보다 더 높은 결과를 보였다.


교사는 과연 편한 직업인가? - 장시간 노동, 만족도 저하 

조사 결과, 주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교사들도 상당수 있었는데 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과로사 인정 기준에 해당한다. 농촌 일반고 교사의 15.9%, 도시 일반고 교사의 11.8%가 주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나, 특히 일반고에서 장시간 노동이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반고에서 장시간 노동이 이루어지는 것은 방과 후 수업과 야간 자율학습 감독 및 과도한 행정 업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스승은 하늘이다’라는 말처럼 교사가 존중받았던 과거와는 달리, 인식의 변화, 경쟁 및 고립화, 사교육 의존 심화 등의 이유로 사회적으로 존중을 받고 있지 못한 현실이 직업 만족도를 더욱 떨어뜨리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단 교사가 사회적으로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아이들이 사고를 치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다치거나 해도 그게 다 교사 탓이다. 교사가 안 가르쳤다, 교사가 학교에서 뭐 하느냐...”


“포털 사이트 댓글만 봐도, 동네 아줌마들을 만나도 제가 항상 겪은 게 ‘누구 엄마, 벌써 퇴근했어? 좋겠네, 나도 선생이나 할 걸. 좋겠어. 한 달이나 놀고’ 이런 식으로 이야기한다. 그럼 나도 변명을 했다. ‘그게 아니라 방학 때 연수도 가고 출근도 하고.’ 요즘에는 ‘어, 너무 좋아. 자기도 선생 하지 그랬어.’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게 되면서 점점 사람들과 대화를 끊게 된다. 고립되는 느낌이다.”


선생님이 건강해야 학생도 건강하다.

지금까지 교사의 직무스트레스 및 건강을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았다. 우리가 그동안 미처 생각지 못했던 교사들의 많은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는 연구였다. 하지만 이 연구는 일부에 지나지 않을 뿐, 아직 교사의 직업 건강에 대한 논의는 걸음마 수준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처럼 교육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나는 경쟁으로 사회 전체가 ‘생존’을 위한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고 있는 이 시점에서 앞으로 교육은 어떻게 흘러갈까. 학생 없이 선생님을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선생님 없이 학생을 말할 수 없고, 교육을 말할 수 없다. ‘학생이 미래다.’라는 말 대신 이렇게 말하고 싶다.


‘선생님이 미래다.’


[연구 리포트] 게임개발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실태 /2017.3

게임개발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실태



최민 상임활동가



1. 연구의 배경과 목표

게임 개발 업체의 장시간 노동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넷마블과 같은 거대 게임 플랫폼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개발사/개발자 사이의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게다가 이들 거대 게임 플랫폼 회사들은 더 단순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모바일 게임 중심의 시장 재편 과정에서, 개발에 따른 위험을 개발사/개발자에게 떠넘기면서 몸집을 부풀리고 있다.

이런 게임 산업의 환경 변화와 산업적 재편 과정은 더 잦은 런칭과 업데이트, 이벤트 등으로 게임 산업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를 강화시켰고, 개발자들의 노동을 단순기능공처럼 ‘부품화’ 시키는 경향을 가속화했다.

넷마블은 이런 게임업계의 변화를 상징하는 업체이다. 늦은 밤시간에도 사무실에 불이 항상 켜 있는 ‘구로의 등대’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런 넷마블에서 2016년 3명이 사망했다. 돌연사 2건, 자살 1건이었다.


IT노조와 게임개발자연대 등 당사자 조직들은, 모바일 게임 시대에 게임 개발 노동자의 노동환경 악화를 주도하고 있는 넷마블을 겨냥한 집중적인 노동실태 폭로, 주체 조직화, 여론전 등이 넷마블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 뿐 아니라, 나아가 게임업계 전반의 변화를 견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두 단체 외에도 노동자의 미래, 노동건강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이 참여해 넷마블 및 게임개발노동자 관련 대응팀을 꾸리고 향후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첫 활동으로 지난 2월 9일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과 함께 국회에서 ‘넷마블 노동자의 돌연사, 우연인가 필연인가?’를 열었다. 토론회 이후 넷마블에서 야간 근무 금지, 퇴근 후 SNS로 업무 지시 금지 등의 조처를 취하겠다고 발표하는 성과가 있었다. 2월 9일 토론회에서 발표했던 ‘게임산업 종사자의 노동환경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와 ‘넷마블 전현직 근무자 설문조사’의 주요 결과를 소개한다.


2. 주요 결과

‘게임산업 종사자의 노동환경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이하 게임개발자 설문)는 게임개발자연대에서, 2016년 3월 7일~4월 30일까지 온라인에서 실시했다. 총 420명이 응답했는데, 이 중 15%인 63 명은 현재 실직 상태라고 응답했고, 4.8%에 해당하는 20명은 정식 취업 이력이 없는 학원생, 실습생 신분으로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을 제외한 현재 재직자 337명의 응답을 분석했다.

넷마블 전현직 근무자 설문조사(이하 넷마블 설문)는 돌연사 소식이 연달아 알려진 2016년 11월 노동건강연대에서, 긴급 온라인 설문을 조직해 실시됐다. 총 545명이 응답했고, 이 중 277 명은 현재 넷마블 혹은 그 자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268명은 지금은 일하고 있지 않지만, 예전에 넷마블이나 그 자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불안정한 청년 노동의 얼굴

두 설문 모두 20대가 28~29%, 30대가 59~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남성이 72~74%로 30대 미만의 젊은 남성이 몰려있는 게임개발 노동자들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넷마블 설문의 경우 직군을 따로 묻지 않았는데, 게임개발자 설문조사 응답자는 개발직이 53%, 아티스트가 25%, 사무직이나 관리직이 19%로 나타났다. 아티스트는 개발직에 비해 나이가 더 젊고, 여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 직장 근무 기간이 1년 미만이라는 응답이 43%에 달했고, 3년 이상이라는 답변은 24%에 불과했다. 경력이 오래 되더라도, 한 직장에서 오랫 동안,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없는 게임개발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정성을 보여준다.

이는 넷마블 설문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는데, 현 직장 근무 기간이 1년 미만이라는 응답이 31.6%, 3년 이상이라는 응답이 26.1%였다. 이런 불안정성의 단면은 게임개발자 설문의 애초 응답자 중 15%가 현재 실직 상태였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실직 중이라는 응답자의 설문은 분석에서는 제외하였지만, 이렇게 높은 실직율은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게임 하나의 성패에 따라 고용이 좌우될 수 밖에 없어 취업과 실업을 오가는 게임개발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렇다 보니, 이직 경험도 잦았다. 지금까지 몇 회 정도 이직을 경험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직 경험이 아예 없다는 응답은 20%에 채 미치지 못 했다. 5회 이상 이직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21.7%에 달했다.


간헐 집중적 초장시간 노동

가장 관심이 있었던 것은 노동시간 상황이었다. 게임개발자 설문에서, 근로계약서 에는 대부분 주 5일 근무로 되어 있고,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있다지만, 연장 근로가 일상적이라는 응답이 37%에 달했다.

이런 장시간 노동 상황은 넷마블 설문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현재 재직자와 퇴직자 사이에 응답 차이가 크긴 했지만, 현재 재직자만 대상으로 하더라도, 하루 노동시간이 8시간 내외라는 응답은 20%가 채 되지 않았다. 


각 설문 조사에서 하루 노동시간, 휴일 노동일수를 구해 노동자들의 월 평균 노동시간을 구해보았다. 2015년 5인 이상 상용직 근로자의 월평균 노동시간이 178.4시간이었는데, 게임개발자 설문 결과는 월 평균 205.7시간이었다. 넷마블 설문 전체 응답자의 월 평균 노동시간은 이보다 50시간이나 많은 257.8 시간. 퇴직자들의 기억이 가장 심한 노동시간으로 비뚤림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현재 넷마블에 재직 중이라고 응답한 사람들의 노동시간만 계산해봐도 236.8 시간이었다.


36시간 이상 근무해봤다, 30%

넷마블 설문에서는 흥미로운 질문이 포함돼 있었는데, 한번 출근해서 회사에 머물렀던 최장시간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이었다. 놀랍게도 전체 응답자의 30%가 36

시간 이상 회사에 머물러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퇴직자의 40.1%였고, 현재 재직중이라는 응답자 중에도 21.4%로, 현재 재직 중이라는 응답자로만 좁혀 봐도 5명 중 한 명은 회사에 36시간 이상 머물러봤다는 얘기다. <그림 6>

그러니, ‘죽어서라도 쉬고 싶다’, ‘과로사할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경향신문에도 보도됐던, 넷마블 설문조사 주관식 응답을 보면, 장시간 노동 그 자체 뿐 아니라, 이를 장려하는 회사의 분위기도 읽을 수 있다.


장시간 노동 관련 주관식 응답

* 넷마블 근무 중 일주일 2번 출근 1년을 일했습니다. 2번 출근이란 게 아침 회사 나가면 2박3일 내지 3박4일 일한 거임

* 쉬지 못하고 일하다가 우울증 오고 죽어서라도 쉬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면서 결국 퇴사하는데 퇴사날까지 야근했어요

* 과로사 할 것 같음


장시간 노동을 장려하는 회사 분위기

* 말로만 불필요한 야근, 주말출근 근절 하지 말고, 업무량을 줄이거나 살인적인 스케쥴을 개선하라

* 평가 기준, 인센티브지급 기준, 연봉인상 기준에 야근을 넣지 마세요. 일을 못 해서 야근하는 걸 일을 잘 한다고 생각함.

* 10시면 일하라고 방송. 2시면 일하라고 방송. 7시엔 왜 퇴근하라 안함?

* 다른 회사에 비해 일정을 3분의 1로 후려치니 사람들도 안 오고 사람 부족하니 더 힘들고 악순환, 나도 여건되면 이직한 후 넷마블은 다신 안 올 생각


오래 일할수록 줄어드는 시간당 임금의 역설

게다가 노동자들의 큰 불만 중 하나는, 이런 장시간 노동에 대해 회사가 정당한 대가조차 지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장근무 수당이나 휴일 근무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은 게임업계 전반의 관행이다. 게임 개발 노동자들은 게임 개발 일정과 추가 수정 등 요구에 따른 작업을 하고 있고, 따라서 노동시간을 충분히 산정하고 계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업계 전반은 포괄임금제 명목으로 장시간 노동에 대한 급여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개발 노동자들은 창의적인 게임을 만든다는 자부심도 줄어든 속에서 플랫폼 업체의 요구를 따라가기 급급한 ‘소작농’화 되고 있는 것이다.


3. 과제

과제 1 : 간헐·집중적 장시간노동을 규제해야 한다

게임개발자들의 장시간 노동은 간헐적, 집중적인 초장시간 노동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연속 노동시간에 제한을 두고, 퇴근과 다음 출근 사이에 일정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그에 앞서, 현재의 노동시간 규제로도 막을 수 있는 초장시간 노동은 규제가 필요하다. 해당 업계에 대한 집중 조사 및 특별근로감독 등으로 간헐·집중적 장시간노동 실태를 조사하고, 주당 68시간(52시간) 초과 근무 등 현행 제도로 막을 수 있는 장시간 노동 관행에 대해 행정 지도를 실시해야 한다.


과제 2 : 돌연사 사례 업무관련성 평가, 해당 사업장 역학조사가 필요하다

특정 직종에서 특정 직업병이 많이 발생하면,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산재율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추정만 있고, 정확한 사인과 업무관련성이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문제가 있다.

2016년 게임개발노동자들의 잇따른 과로사/과로자살(추정) 사건을 조사하고, 업무관련성을 밝혀야 한다. 더불어, 이번 조사에서 게임개발노동자 전반이 뇌심혈관질환이나 정신질환의 위험 상황에 처해 있을 가능성이 드러났으므로, 해당 사업장 혹은 구로 지역 게임개발 노동자를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하여, 문제의 규모와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해야 한다.


과제3: 게임 산업 노동 실태 조사

첫째, 정부 차원에서는 장시간 노동으로 ‘빚어진’ 사망사고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일례로 일본의 ‘과로사방지법’이 제안한 ‘과로사 백서’를 참조할 수 있다. 과로사의 실태, 원인, 유형 등을 구체화하는 작업일 것이다.

둘째, ‘실태 조사 실시’를 게임 업계로 국한한다면, 현재의 <게임 백서>에 노동자 실태 조사를 추가하는 방안도 있다. 지금까지 백서에는 시장 전망이나 업계 동향, 이용 현황이나 업체별 종사자 현황(성별, 연령, 학력, 종사자 수 등)을 넣고 있다. 여기에 게임업계의 노동시간 실태를 추가해야 한다.

셋째, 문제를 가시화하는 방법이다. 최근 일본 정부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를 막기 위한 조치로 ‘기업 명단 공개’토록 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우리나라도 과로사가 발생한 기업을 포함하여 일정(4분의 1 이상의) 직원이 산재기준선을 넘긴 기업명을 공개토록 할 수 있다.


과제4: 경제 민주화를 위한 과제_위험의 연대 책임제

한편, 시장의 민주화를 위한 대안/과제의 하나로 ‘위험의 연대 책임제’ 도입을 제안한다. “부는 상층에 축적되지만, 위험은 하층에 축적된다”는 말처럼, 개발사, 유통사, 플랫폼사 간의 수익 분배는 상당히 양극화되고 있는 동시에 ‘현저하게 낮은 단가 책정’, ‘추가 비용 없이 재작업 요구’, ‘계약 내용 불이행’ 등의 불공정 거래는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고 지적된다. 개발 과정 상의 위험이 중소형 개발사에 떠넘겨지는 상황도 문제로 언급된다. 기업 간 불공정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현실적인 장치들이 요청됨과 동시에 게임의 제작・유통 과정의 위험을 참여 기업들이 분담토록 하는 ‘위험의 연대 책임제’ 도입을 제안할 수 있겠다.



[연구 리포트]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권 실태 /2017.2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권 실태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 중 노동안전보건 중심으로-

 

전지인 건강한 노동세상

 


1. 실태조사 배경 및 중요성

흔히 비정규직 노동자를 설명할 때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면서 절반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라고 하지만 실상은 ‘정규직보다 더 힘들고, 더 열악한 환경에서,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일하면서도 절반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다. 실제로 이번 비정규직 노동안전보건 실태조사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 중 하나가 ‘정규직 2명이 하던 일을 비정규직 1명이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규직 공정이 비정규직으로 넘어 가는 이유는 힘들거나 위험한 작업이어서가 대부분인데 그 힘들고 위험한 작업에 인원마저 축소되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 높은 노동강도와 고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면 노동강도와 작업환경에 대한 불만족 응답 비율이 각각 46.0%, 38.8%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에 비해 열악한 작업환경과 높은 노동강도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산업안전공단의 [유해위험 작업에 대한 하도급업체 근로자 보호강화 방안(2007)]에서 51개 사업장 원청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하도급을 주는 이유의 40.8%가 ‘유해위험 작업이기 때문’이라고 응답했고, 실제로 산업안전공단의 [국가안전관리 전략 수립을 위한 직업안전 연구(2007)]에 따르면 하청노동자의 산재가 원청 노동자보다 2.53배 더 많이 발생한다. 실제로 현 직장에서 업무로 인해 아프거나 다친 적이 있는지에 대해 질문한 결과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의 40.8%가 산재를 경험한 것으로 응답했다.

 

그럼에도 원청 사업주는 위험업무를 하청에게 전가하고, 위험업무에 대한 사전 예방조치의 법적 책임에서 벗어난다. 이로 인한 산업재해가 발생해도 원청은 사고 발생에 대한 보상 및 처벌 관련 법적 책임을 면하게 된다.

 

한국지엠에서도 지금까지 독자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안전보건 실태조사가 실시된 적이 없었고, 비정규직 공정의 제대로 된 작업환경측정도,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도 실시된 적이 없었다. 결국 위험이 외주화 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권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조차도 비켜나 있어 그 어떤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 할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서는 하청 사업주뿐만 아니라 원청 사업주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것이 한국지엠지부와 비정규직지회가 합동으로 구성한 실태조사팀에서 실시한 첫 번째 노동안전보건 실태조사가 중요한 이유이다. 실태조사만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개선활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하청 사업주뿐만 아니라 한국지엠의 책임과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2. 실태조사 결과 요약

한국지엠지부의 2015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직 관련 실태조사 등의 사업계획을 확정하면서 원하청 연대의 첫 출발로 정책기획실은 비정규직 실태조사와 면접조사 계획을, 조직쟁의실은 비정규직 실태조사와 조직화 사업, 노동안전보건실은 원하청 안전보건 공동실태조사 사업을 제출했다. 이에 한국지엠지부에서는 정책기획실, 조직쟁의실, 노동안전실과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 금속노조 인천지부, 건강한노동세상 등 공동실태조사팀 구성하여 2015년 12월말부터 시작하여 2016년 10월까지 약 10개월 동안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도 잠자는 시간을 쪼개고, 파업을 하면서 작업장을 순회하고 실태조사에 동참했다.

 

총 20여 차례 실태조사 회의와 수련회 2회, 간담회 5회, 노안실태조사, 노안교육에서부터 실태조사 조합원 설명회, 개선활동까지 이어져 원하청 공동대응의 의미 있는 선례를 남겼다.

 

설문조사 결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업무상 재해는 높은 편이나 산재 혜택을 받는 경우는 매우 낮았다. 인원은 줄이면서 생산량은 늘어나 노동강도는 계속 강화되고 있었으며, 특정 공정과 업무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개선되지 않고 반복되고 있었다.

 

비정규직의 경우 중요한 시설과 설비는 모두 원청의 소유였고, 하청업체의 경우 인력관리 정도만 하고 있는 상태이므로 독자적으로 노동안전에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법적으로도 원청이 안전·보건조치를 취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사용주인 한국지엠의 책임을 강력히 요구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작업환경 개선과 안전조치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작업장 위험요인으로 공기오염이 1위를 차지하고 있고, 2위가 육체적 부담, 3위가 소음으로 조사되었다. 국소배기장치 설치 및 성능개선이 필요하며,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를 통한 대책마련, 소음방지 등 작업장 개선이 비정규직 업무까지 확대해야 할 것이다.

 

가장 심각한 부분은 노동강도 부분이다. 인원이 부족해서 시간 안에 물량을 맞추기 어려워 배터리 서열작업의 경우 25㎏ 이상의 중량물 취급 작업을 하면서도 설치되어 있는 호이스트(소형의 화물을 들어올리는 장치)등의 도구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또한, 차체공정에서는 인원축소로 인해 1명의 작업자가 2가지 공정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경우 공정 간 이동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지게차 충돌이나 전도 위험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었다. 이처럼 인원부족은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져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어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인원충원이나 생산속도의 조절이 시급하다.

 

휴게시설이나 냉난방시설도 매우 열악했다. 도장부의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 휴게실 바로 옆이 박리작업을 하는 장소로 시너 등 유해물질 냄새로 가득한 공간을 분리하기는커녕 칸막이조차 없이 사용하고 있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79조에 의하면 인체에 해로운 분진 등을 발산하는 장소나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장소와 격리된 곳에 휴게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지켜지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실태조사의 주된 공통요구였던 인원확충으로 노동강도를 완화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큰 성과를 얻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실태조사에서 보여 준 희망은 절대적으로 열악하다고 느껴졌던 비정규직 노동자의 작업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작은 부분이지만 작업장에 의자가 비치되었고, 고장나서 방치되어 있던 각종 설비들을 수리하였다. 위험하다고 생각되었던 작업장 곳곳엔 안전 가드가 설치되었다. 불편하지만 각종 보호구에 대한 방안이 강구되었으며, 흡족하진 않지만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휴게실이 마련되었다. 개선되지 않은 부분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항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제기해 나갈 계획이다. 단 한 번의 노동안전보건 점검으로 작업장이 완벽하게 바뀔 수는 없다.

 

이번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안전보건 실태조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꾸준한 감시자의 역할은 현장의 주인인 노동자들의 몫이다.

 

3. 실태조사 후기 

노동자 건강권 운동을 시작한지 10년이 되었다. 건강권 운동을 지속해오면서 더 열악하고 더 어려운 조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여성, 이주 노동자 등 약자의 건강권을 우선으로 한다는 것이 건강한노동세상의 활동목표였다.

 

더 힘들고 위험한 작업에 내몰리고 그 때문에 더 많은 산업재해에 노출된다는 비정규직의 건강권에 관한 많은 연구 결과처럼 머리로 이해하는 불평등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꼈던 경험은 이번 실태조사가 처음이었다.

 

당장 불평등한 노동시장 구조를 바꿀 수 없다면 생명과 직결되는 하청노동자의 건강권 만큼은 원청 책임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가 기반이 되지 않는다면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지엠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의 합동 실태조사는 의미가 크고 이번 실태조사를 시작으로 모든 생명은 동등한 가치를 가진다는 믿음이 우리 스스로에게 각인되기를 바란다.

 

현재는 2017년 한국지엠 원하청 공동사업단 ‘희망붕붕이’ 활동으로 이어가면서 겨울철 난방문제를 해결하는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환경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활동 전개하고 있다. 

[연구소 리포트] 일터괴롭힘에 대한 노동법적 접근 연구 (2) /2017.1

일터괴롭힘에 대한 노동법적 접근 연구 (2) 

*일터괴롭힘을 붙여서 하나의 단어로 사용하기로 하였기에 이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김재광 회원


지난 201511월 경부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법, 그리고 우리 연구소는 함께 일터괴롭힘에 대하여 노동법적 차원에서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공동 연구팀을 구성하였고, 올해 11월 이에 대한 법적 판단기준, 법제도 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게 되었다. 우리 연구소는 일터괴롭힘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검토하고 방안을 제시하였는데 이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6(작업중지 등) 개정

현행 제26조는 급박한 위험이 있을 경우 대피시키는 등의 조치 등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급박한 위험은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크고,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위협하는 여러 환경에서 노동자의 작업 거부, 중지 등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개별 노동자의 대응으로 국한하여, 집단적 대응을 배제함으로써 그 실효성마저도 반감시키고 있다. 일터괴롭힘 역시 작업장에서의 안전과 보건의 문제로, 일터괴롭힘에서 벗어나고, 회피할 수 있는 노동자와 노동자 집단의 권리가 부여되어야 하며 이는 현행 제26조의 개념 안에서 모색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에 현행 규정 내용을 확대하여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에 위험이 있거나, 이에 대한 예방조치가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 또는 산업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작업의 중지 및 회피, 거부 등과 관련한 사업주의 의무나 노동자의 권리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 한편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현행의 규정을 비제조업, 판매/서비스 등의 산업에 적정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법문 및 개념을 아래와 같이 수정할 필요가 있다.


현행

개정

비고

26(작업중지 등)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또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로부터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한 후 작업을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으로 인하여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을 바로 위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바로 위 상급자는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에는 제2항에 따라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이를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26(작업중지 및 거부 등) 사업주는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에 위험이 있거나, 이에 대한 예방조치가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 또는 산업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위험 장소 및 환경으로부터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한 후 작업을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

근로자는 안전과 보건에 위험이 있거나, 이에 대한 예방조치가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 또는 산업재해가 발생하여 작업을 거부, 회피 하거나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였을 때 지체 없이 그 사실을 바로 위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바로 위 상급자는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2항에 따라 작업을 거부, 회피 또는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이를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안전과 보건의 위험은 제23와 제24조의 안전과 보건의 예방조치에 관한 것이며, 구체적으로 안전보건에 관한 규칙에 의한 것이다.

 

 

근로자 대표는 안전과 보건의 위험이 있거나 이에 대한 예방조치가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 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을 경우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대피시키며 사업주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여야 된다.

근로자대표의 중지권 및 적정조치 요구를 의무화하였다.

 

고용노동부장관은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그 원인 규명 또는 예방대책 수립을 위하여 중대재해 발생원인을 조사하고, 근로감독관과 관계 전문가로 하여금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안전·보건진단이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할 수 있다.

누구든지 중대재해 발생현장을 훼손하여 제4항의 원인조사를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근로자는 사업주가 적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작업에 복귀하지 않을 수 있으며, 사업주는 이 같은 이유로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현행 제4

현행 제5

개별근로자의 복귀 전제를 규정하였다.


산업안전보건법 작업거부의 신설

위와 같이 작업중지권의 개정이 여의치 않다면 다음과 같이 별도로 작업거부의 권리를 규정할 수도 있겠다.


26조의2(작업 거부)

근로자는 자신의 작업 중 안전과 보건에 위험을 감지하거나, 이에 대한 예방조치가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 해당 작업을 거부 또는 회피할 수 있다.

작업을 거부 또는 회피한 근로자는 지체 없이 그 사실을 바로 위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바로 위 상급자는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근로자 대표는 안전과 보건에 위험이 있거나 이에 대한 예방조치가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 해당 작업의 근로자의 작업을 중단시키고, 사업주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여야 된다.

1항에 따라 작업을 거부하거나 회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이를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작업을 거부 및 회피한 근로자는 사업주가 적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작업에 복귀하지 않을 수 있으며, 사업주는 이 같은 이유로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68(벌칙) 4호 추가 - 26조의2 4, 5항을 위반한 자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 예방규정 신설

26조가 위와 같이 개정될 경우 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역시 이에 부합하여 예방규정이 신설되어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제 장 일터괴롭힘으로 인한 건강장해의 예방

  제1절 통칙

  제 (정의) 이 장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일터괴롭힘이란 “(사용자근로자고객 등)직장내외의 자가 직장에서의 지위에 기반하거나 또는 업무와 관련하여 근로자의 권리와 존엄을 침해하거나 신체적정신적정서적 건강을 훼손하는 행위로 제24조제1항 제7호에 속하는 행위를 말한다.

      2. “일터괴롭힘으로 인한 질환이란 1항에 의한 신체적정신적 질병을 말한다.

      3. “일터괴롭힘 예방관리 프로그램이란 발생요인 조사, 작업환경 개선, 의학적 관리, 교육훈련, 평가에 관한 사항 등이 포함된 일터괴롭힘으로 인한 질환을 예방관리하기 위한 종합적인 계획을 말한다.

  

   제2절 조사 및 개선 등

   제 (조사) 사업주는 근로자가 일터괴롭힘으로 인한 질환을 예방하기 위하여 이와 관련한 징후와 증상 유무 등 발생원인 조사를 3년 마다 1회 실시하여야 한다. 다만, 신설되는 사업장의 경우에는 신설 일부터 1년 이내에 최초의 발생요인 조사를 하여야 한다.

      ② 사업주는 법에 따른 임시건강진단 등에서 일터괴롭힘으로 인한 질환이 발생하였거나 근로자가 일터괴롭힘으로 인한 질환으로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별표3 에 따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은 경우에 제1항에도 불구하고 지체 없이 발생요인 조사를 하여야 한다.

      ③ 사업주는 발생요인 조사에 근로자 대표를 참여시켜야 한다.

  제 (조사방법 등) 사업주는 발생요인 조사를 하는 경우에 근로자와의 면담, 증상 설문조사, 정신의학적, 사회심리학적 측면을 고려한 조사 등 적절한 방법으로 하여야 한다.

  제 (작업환경 개선) 사업주는 발생요인 조사 결과 일터괴롭힘으로 인한 질환발생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 작업환경 개선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제 (통지 및 사후조치) 근로자는 일터괴롭힘으로 인하여 신체적, 정신적 소진 및 고통의 징후가 나타나는 경우 그 사실을 사업주에게 통지할 수 있다.

  ② 사업주는 일터괴롭힘으로 인하여 제1항에 따른 징후가 나타난 근로자에 대하여 의학적 조치를 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제 조에 따른 작업환경 개선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제 (유해성 등의 주지)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알려야 한다.

      1. 일터괴롭힘의 유형

      2. 일터괴롭힘에 의한 질환의 징후와 증상

      3. 일터괴롭힘 및 이로 인한 질환 발생시의 대처요령

      4. 그 밖에 일터괴롭힘 예방에 필요한 사항

   ② 사업주는 발생원인 조사 및 그 결과, 조사방법 등을 해당 근로자에게 알려야 한다.

  제 (예방관리 프로그램 시행) 사업주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일터괴롭힘에 의한 질환 예방관리 프로그램을 수립하여 시행하여야 한다.

      1. 일터괴롭힘으로 인한 질환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별표3 따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은 근로자가 연간 10명 이상 발생한 사업장 또는 5명 이상 발생한 사업장으로서 발생 비율이 그 사업장 근로자 수의 10퍼센트 이상인 경우

      2. 일터괴롭힘으로 인한 질환 예방과 관련하여 노사 간 이견(異見)이 지속되는 사업장으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일터괴롭힘 예방관리 프로그램을 수립하여 시행할 것을 명령한 경우

      ② 사업주는 일터괴롭힘으로 인한 질환 예방관리 프로그램을 작성시행할 경우에 노사협의를 거쳐야 한다.

   ③ 사업주는 일터괴롭힘으로 인한 질환 예방관리 프로그램을 작성시행할 경우에 정신의학심리학경영학산업의학·산업간호 등 분야별 전문가로부터 필요한 지도조언을 받을 수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방안 검토

일터괴롭힘에 관련하여 질병은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으나, 특히 관련 정신질환에 대한 산업재해 인정 및 치유가 중요하다.

현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별표3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 인정기준)은 직업성 정신질환 중 적응 장애 또는 우울병의 인정 기준에 있어 업무와 관련하여 고객 등으로부터 폭력 또는 폭언 등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 또는 이와 직접 관련된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생한 적응 장애 또는 우울병 에피소드라고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으므로, ‘고객 등으로부터를 삭제하고, ‘업무와 관련하여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 또는 이와 직접 관련된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생한 적응장애 또는 우울병 에피소드로 개정하여 고객만으로 한정되지 않고 적응 장애 또는 우울병 에피소드가 직장에서의 사건과 스트레스를 모두 포괄하는 것이 되어야 하겠다.

또한, 일터괴롭힘의 위험성 평가와 업무 관련성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조사를 통하여 더 적정한 예방조치와 보상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위와 같이 개선이 필요한 규정 등도 있겠으나, 현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일터괴롭힘과 관련된 정신질환(예컨대 집단적 따돌림, 상사로부터의 모욕과 폭언, 업무배제 및 과다 등등에 의한 정신질환)을 인정하지 않는 직접적 규정은 없고, 또한 근로복지공단 정신 질병 업무관련성 조사 지침(2014)’에 의하면 정신질환 발병 조사에서 충격적 사건, 성희롱, 폭언, 폭행, 근로시간, 그 밖에 업무 관련 정신적 부담 요인을 조사하도록 하고 있으며, ‘그 밖에 정신 부담 요인에서 일터괴롭힘의 대부분의 유형을 예시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법률 규정에 근거하더라도 일터괴롭힘에 기인한 직업성 정신 질환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것에 있어 결정적인 제도적 문제는 없다.

 

 


[연구소 리포트] 일터괴롭힘에 대한 노동법적 접근 연구 (1) /2016.12

일터괴롭힘에 대한 노동법적 접근 연구 (1)

 


김재광 회원, 노무사

 


지난 2015년 11월 경부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법, 그리고 우리 연구소는 함께 일터괴롭힘에 대하여 노동법적 차원에서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공동 연구팀을 구성하였고, 올해 11월 이에 대한 법적 판단기준, 법제도 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게 되었다. 우리 연구소는 일터괴롭힘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검토하고 방안을 제시하였는데 이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일터괴롭힘’이라 하는 이유

연구팀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일터괴롭힘’으로 명명하였다. ‘일터괴롭힘’이라 명명하고자 하는 것은 노동자에 대한 괴롭힘이 기업의 체계 내에서만 발생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의 일 또는 지위와 연관하여 ‘일’과 ‘터’를 기반으로 하여 그 논의를 확장하고자 함이다. 고용관계의 복잡화와 다변화에 따라 동일 장소에서 일함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인 기업의 분리가 존재(간접고용, 외주 하청 등)하기도 하는 등, 기업의 기존 틀을 넘어서서 일터의 관계들이 형성되고 있다. 또 특수고용 노동자와 같이 기존 노동관계법상 노동자성이 부정되고 있는 경우 노동법상의 규율에서 배제되고 있으나 이들 상당수는 대면서비스를 노동의 주된 내용으로 하는, ‘일터괴롭힘’에 쉽게 노출되는 직종이다. 이렇게 일과 일터에 기반하여 발생하고 확장되는 노동관계 및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고 있기에 ‘직장 내’라는 용어보다는 ‘일터’라는 용어로 보다 넓은 영역을 포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본 보고서에서는 ‘일터괴롭힘’이라 명명하고자 하였다. 이를 전제로 일터괴롭힘을 “(사용자・근로자・고객 등) 직장내외의 자(者)가 직장에서의 지위에 기반하거나 또는 업무와 관련하여 근로자의 권리와 존엄을 침해하거나 신체적 · 정신적 · 정서적 건강을 훼손하는 행위”로 정의하였다.

 

괴롭힘을 받을 때 필요한 안전보건 보호조치

사용자와 노동자는 상호 주요한 권리의무관계를 맺고 있다. 노동자는 노동력제공의무를 사용자는 임금제공의무를 지고 있다. 그런데 이때 사용자는 임금제공의무 뿐 아니라, 안전배려의무를 가지게 된다. 이 의무가 주요한 의무인지, 아니면 부수적이지만 필수적인 의무인지는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의무가 있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사용자가 안전배려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채무불이행에 의한 손해배상 또는 불법행위에 근거한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할 것이며, 이는 그간의 우리나라 학설과 판례가 중심으로 논의한 것이다. 그러나 배상청구권은 사후적인 것이며, 그 법률적 이익을 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용된다는 점에서 충분한 권리보장이라 볼 수 없다. 이에 위험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 즉 작업 중지, 거부, 거절, 회피권이 필요하고 보장되어야 한다.

 

작업 중지, 거부, 거절, 회피는 사용자가 충분한 의무(안전배려의무)를 행사하지 않은데 대해 이에 대한 급부(노동력 제공)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위험에 대한 사전예방조치이며, 안전조치를 청구할 이행청구권인 동시에 노무급부를 거절할 수 있는 권리이다. 작업 거부권은 현재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가 규정하는 ‘급박한 위험’으로부터의 회피할 수 있는 소극적 반응 또는 권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상황이건 간에 사용자가 안전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예측되는 위험과 불건강한 환경 속에서 노동을 제공할 수 없다는 적극적인 권리 요구이다.

 

일터괴롭힘은 사용자의 충분한 의무가 결여된 인사노무관리의 구조적 결함이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개인이 조정할 수 없는 노동환경이다. 따라서 신체, 정신, 관계의 악화를 유발하는 일터괴롭힘의 행위 및 환경으로부터 우선 벗어날 수 있어야 하며, 이 역시 작업의 거부(중지, 거절, 회피)권의 범위에 포함되어야한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 [작업중지 등]은 위험이 인지된 상황 또는 위험이 발생한 상황(불안전)에서 노동자의 작업중지 및 대피를 명문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공법상의 규정으로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대피 및 중지하도록 하고, 이 같은 행위에 대하여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을 것을 규정하는 것으로, 이것이 곧바로 법리상 민사상 거부할 권리로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대체적인 판단이다. 또한, 현행 산안법의 규정은 ‘급박한 위험’에 대한 대피 및 거부를 규정하는 것으로써 거꾸로 ‘급박하지 않은 위험’ 의 부정적 논란을 만들고, 서비스업(공공이건 민간이건) 등에서는 제3자인 고객에 의한 침해, 사업 목적에 맞지 않는 작업강제로 인한 침해, 제조업에서는 경미하지만 지속적인 안전과 보건에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서 작업을 거부 또는 거절하기 어렵게 하였다. 결국 노동자의 권리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오히려 침해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터괴롭힘의 행위 및 환경에 대해 현재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를 적용하는 것은 더욱 더 어울리지 않는다. 따라서 현행 법률의 제약을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작업의 거부, 중지의 권리 구성이 요청되는 것이다.

 

이에 아래와 같이 제도적 대안을 제시하였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보건조치) 개정>

현행 제24조(보건조치)는 제23조(안전조치)와 함께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에 있어 사업주의 예방의무를 규정한 핵심규정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벌칙 역시 상대적으로 무겁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의 이하의 벌금) 한편, 제23조와 제24조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토대가 되어 구체적인 사업주의 행위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현행 제24조(보건조치)에서는 노동자의 인적, 물적 환경에 의한 피로 및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한 건강장해를 규정하고 하고 있지 않아, 법 제5조(사업주의 의무) 중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조건을 개선”을 제대로 강제하지 못하는 바, 이를 개정하여 법 취지와 사업주의 의무를 달성하고,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증진시킬 수 있다.


현행

개정

비고

제24조(보건조치) ① 사업주는 사업을 할 때 다음 각 호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1.원재료·가스·증기·분진·흄(fume)·미스트(mist)·산소결핍·병원체 등에 의한 건강장해

2.방사선·유해광선·고온·저온·초음파·소음·진동·이상기압 등에 의한 건강장해

3.사업장에서 배출되는 기체·액체 또는 찌꺼기 등에 의한 건강장해

4.계측감시(計測監視), 컴퓨터 단말기 조작, 정밀공작 등의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

5.단순반복작업 또는 인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

6.환기·채광·조명·보온·방습·청결 등의 적정기준을 유지하지 아니하여 발생하는 건강장해

제24조(보건조치) ① 사업주는 사업을 할 때 다음 각 호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6. (좌동)

7. 업무 수행 및 이와 관계된 인적, 물적 환경에 의한 신체적 피로 및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한 건강장해

 

 

 

 

 

 

7호 추가

업무 및 업무환경에 의한 피로 및 스트레스를 포괄적으로 예방할 의무를 규정한다.


[연구소 리포트] 과로 평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2) /2016.11

과로 평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2)

- 뇌심혈관계 질환 판결 사례로 본 고용노동부 고시 및 판정지침의 법률적 문제점과 개선방안




권동희 노무사 



들어가며

2015년도 질병판정위원회 (이하 질판위)의 뇌심질환 산재 인정률은 23.5%에 불과하다. 그나마 노동계의 투쟁에 의해서 질판위 위원 구성에 직업환경의학과 의사 2인이 참여하는 구조로 변경된 것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08년도 개악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전면 시행되기 이전에 비하면 무려 20%가 낮아진 셈이다. 심지어 뇌심질환의 산재 승인률은 한때 12%대까지 떨어진 바 있다. 지금의 승인률이 일부 상승한 것은 사실이나, 개악 산재법 시행 이전과 비교하면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치다. 그 낮아진 수치 속에 산재 노동자와 그 가족의 피눈물이 있다. 이러한 질판위의 뇌심 질환 판단에 있어 가장 많은 영향을미치는 것은 고용노동부 고시와 공단의 판정지침이라고 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 고시와 판정지침은 산재 인정에 있어 예시적 기준에 불과하다(대법원2012.11.29. 선고 201128165 판결 참조). 하지만 현재 질판위에서도 이렇게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문제의식을 기초로 근로복지공단이 2015년도 법원에서 패소 확정된 사건의 판결문을 분석해 보았다.

 

판결문 분석의 구체적 내용과 시사점

(1) 법원은 고용노동부 고시를 예시규정에 불과하다고 확정하여 수차례 판결하고 있었다. 고용노동부 고시는 법 제37조 제1항 제2, 시행령 제34조 제3항 및 별표3”에 따라 정해진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고시는 산재법의 취지에 맞게 해석 운영되어야 한다. , 고시 기준에 부합한 경우라면 당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각 경우마다 산재법상 상당인과관계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면밀히 법리적으로 검토해서 판단해야 한다. 이것이 업무상 상당인과관계에 대해서 산재법, 시행령, 별표가 하나의 예시적 기준에 불과하다는 대법원의 일관된 해석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고용노동부 고시 및 공단 지침 활용 형태는 위법적인 고시또는 위법적인 지침활용이라고 할 수 있다. 분석 대상판결에 있어서도 법원은 수차례 명확히 고용노동부 고시는 예시적 기준에 불과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서울행정법원 2015. 3. 13. 선고 2014구합52596판결, 서울고등법원 2015. 7. 10. 선고 201464454판결 등 ). 이에 따라 법원은 고용노동부 및 공단의 지침과 같이 60시간 이상 과로등의 획일적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내용들로 볼 때, 고용노동부 고시 및 판정지침은 그것의 예시적 성격 및 법률 취지를 명확히 규정하고, 혹여 고시 기준에 충족하지 못할 경우 개별 노동자의 건강과 신체조건 등을 살펴 구체적으로 심리할 수 있는 기준과 내용을 추가로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2) 분석결과 고용노동부 고시를 충족함에도 불구하고, 질판위에서는 이를 제대로 심의 판정하지 않은 사례도 발견되고 있다. 현재 고용노동부고시에서 단기과로의 경우 1주일의 업무량 변화 30%를 제시하고 있으며, 만성과로의 경우 12주간 60시간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공단은 판정지침에서 단기과로의 근로시간 및 업무량 변화, 만성과로의 근로시간(4, 12주의 각 64시간, 60시간 초과여부)을 조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상판결 분석결과, 1주일의 업무량 변화가 30%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평가하지 않은 사례 뿐만 아니라 만성과로 기준을 충족함에도 인정되지 못한 실질적인 만성과로 사례도 발견되었다. 따라서 공단은 최초 조사에 있어 공단이 근로시간이나 업무량을 조사한 내역과 재해자가 주장하는 내역이 상이할 경우, 재해자가 주장하는 내역을 시트에 명시하여 구체적인 심리와 판단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공단은 급성 스트레스에 대한 판단에 있어 소극적인 반면 법원은 구체적인 상황을 살펴서 이를 판단하고 있으며, 근로시간 이외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도 중요하게 심리 판단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현재 판정위원회는 고시 및 지침에 의거하여 돌발 과로의 상황에 대한 판단을 주로 의학적인 내용에 치중해 하고 있고, 그것에 경도되어 있다. 하지만 대상 판결의 분석결과 법원은 급성스트레스 초래 요인을 구체적인 심리에 기반을 두고 있었고 의학적인 것에 국한하고 있지 않았다. , “사고 당일 상사가 집 앞에 찾아와 언성을 높이며 출근을 독촉하는 전화를 한 사례”, “발병 당일 사장으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고 이로 인해 머리가 아파 인근 병원에 내원하여 혈압 252/140mmHg로 진단된 사례”, “사망전날 노동부에 가서 안전모 미지급과 관련하여 피의자 신문(1시간 30)을 받은 사례등을 급성스트레스를 초래한 사안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향후 급성스트레스의 평가는 명확한 의학적 내용에 국한하지 말고, 기 인정된 사안들에 대한 구체적 예시를 통해 판정지침에서 이를 넓게 평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판정지침상 별표 2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의 평가기준을 반드시 조사하고, 이를 구체적 기술식으로 개편하여 재해발생 전 스트레스 내역에 대한 면밀한 심리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4) 과로 및 스트레스 인정에 있어, 공단은 노동시간에 매몰되어 경직된 판단을 하고 있는 반면 법원은 노동시간 외 업무량에 있어 더 넓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판단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판례 분석결과, 질판위에서 노동시간 외 업무량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평가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팀 인원의 감소로 인한 상대적 업무량 증가, 팀장업무 보조 업무 증가 등으로 업무량 증가된 사례’, ‘4-5배 입환 업무의 증가에 따라 전동차 운행점검 등 연동된 다른 업무도 증가된 사례’, ‘가을 단풍철 유람선 이용객 급증(최소 3, 재해일 5.6)으로 청소 업무량 증가한 사례’, ‘담보대출건수 및 금액에 있어 2 내지 3배가 증가된 사안’, ‘5명이 하던 일을 2~3명이 담당함으로 인해 업무량이 증가한 사례등 이다. 따라서 업무시간 이외 업무량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근거와 조사 목록(증거 조사 목록)을 구체화하고, 이를 판정지침에 반영하여 질판위에서 이를 반드시 심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5) 법원은 노동시간/업무량의 판단에 있어 고시(24시간, 1, 3개월의 구분으로 인한 돌발과로, 단기과로, 만성과로 ; 단기과로 요건 30% 및 만성과로 요건 60시간 기준)로 국한하지 않고, 법률상 상당인과관계에 입각하여 판단하고 있었다. 대상판결 분석결과, ‘발병 전 10일 동안 휴일이 없었고, 초과 근무시간도 합계 66.5시간에 이르러 과로를 인정한 사례’, ‘5명이 하던 일을 2~3명이 담당함으로 인해 업무량이 증가한 사례’, ‘근로시간을 명확하게 산정하기 어렵지만 법인 전환 후 근로내용 확인신고서 및 공사 마감을 앞두고 인근 동료 숙소에서 숙식할 정도로 연장근로를 한 점을 인정한 사례’, ‘공장 이전으로 인해 생산부 총괄 과장인 피재자의 업무 양, 시간 및 업무 환경의 큰 변화가 있었다고 본 사례’, ‘초과근무내역은 없으나 발병 3개월 전부터 대규모 행사진행으로 인해 근로시간, 업무량이 증가하였음을 동료직원 등의 진술로 인정한 사례’, ‘추석특수로 업무량 증가를 인정한 사례등이 있었다. 또한 입사한지 3개월이 되지 않아 주 평균 60시간 이상의 강도 높은 근로임에도 공단에서 만성과로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을 만성과로로 인정한 사례’, ‘건축소장의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보아 3개월간 1주 평균근무시간을 69.1시간으로 본사례등도 있었다. 따라서 고시를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개별 노동자의 조건과 상황을 구체적으로 심리 판단해야 함을 고시 및 지침에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6) 공단은 지침상 사인미상의 재해인 경우 원칙적으로 업무관련성을 부정하고 있지만, 법원에서는 사인미상이라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과로 및 스트레스를 분석하여 인정하고 있었다. 공단은 사인미상의 재해인 경우 지침상 인정기준을 훨씬 초과하는 근로시간 등 구체적 입증내역이없으면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고 있다. 반면 법원은 사인미상이라고 하더라도, ‘과거력이 없었음에도 돌연사 한 것에 대해 야간운송 업무, 불규칙한 생활, 수면부족, 갑작스런 운송업무 부담, 운송 업무 자체의 긴장도 등으로 부정맥에 의한 급성심장사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판단한 사례’, ‘버스운전기사가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심정지 이후 저산소성 뇌증으로 요양하다 사망한 사건에서 심정지의 원인이 심근경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장시간 노동이 심근경색 혹은 다른 심장질환의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판단한 사례가 있었다. 판정위원회는 사인미상의 재해라고 하더라도 업무 관련성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추정사인이 있는지여부, 임상경과를 통해 추정사인이 적합한지 여부, 과거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존질환이 통상의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는지 여부등 각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며

고용노동부 고시와 공단 판정지침의 개정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적절한 법리적 판단에 따라 내려진 법원 판결의 태도와 기준이 질판위 판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한다. 또한 질판위에서 임상의사의 비중을 축소해야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뿐만 아니라 특히 뇌심 질환은 적극적인 조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판정위원회 심의안의 부실성 또는 재해조사의 미비를 문제 삼고 재조사나 추가조사를 명하는 방법이 강구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질판위는 개방적 민주적 구조가 되어야 한다. 현재 전국금속노동조합의 서울질판위 최선길 위원장의 퇴진 투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위원장의 독단적 전행이 초래하는 피해는 막대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노동자와 노동조합 그리고 우리들 모두의 관심과 지속적인 투쟁으로 만들어 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