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청 노동자의 건강
장영우 선전위원, 내과전문의
저는 올해 2월부터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위치한 300병상 규모의 녹색병원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주로 보는 내과환자들은 대부분 노인환자로 여러 질환을 가지고 있고, 제 역할은 입원환자나 외래 환자의 당뇨, 고혈압, 심부전 등 만성질환을 관리하도록 도움을 드리는 일입니다.
며칠 전 50대 초반의 한 남자가 진료실에 들어왔습니다. 병원에 오게 된 이유를 간단히 이야기하면 이 노동자는 목포 조선소에서 하청업체에서 7년간 일했다고 합니다. 정확히 어떤 일을 했는지는 물어보지 못했으나, 7년이라는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일했고 중간 관리자도 했다고 합니다. 관리자면 몸은 덜 쓰지 않느냐물었더니 관리자였지만 직원들이 야간작업, 휴가 등 손이 모자라는 시간에는 이른바 ‘땜빵’일을 주로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노동시간도 불규칙하고 노동 강도도 만만치 않았다고 합니다.
한편, 이 노동자분은 올해 5월 갑자기 가슴이 아프고 식은땀이 나는 등 평소에 없던 증상이 나타나서 근처 목포 병원에서 영상 검사를 했다고 합니다. 검사 결과 이상이 없으니 집에 가도 된다고 했는데 얼마 후 그런데 얼마 후 혈액검사에서 심근경색이 의심되니 빨리 큰 병원으로 가라는 소견을 들었다고 합니다. 목포의 더 큰 병원에서 혈관조영술 검사를 받은 결과 혈관연축성 협심증(혈관연축성(이형협심증, variant angina) : 휴식 시에 발생하는 비전형적 흉통증후군으로 관상동맥의 동맥경화에 의해 발생하는 일반적인 협심증과는 달리 관상동맥 연축으로 관상동맥의 내경이 일시적으로 급격히 감소하여 심근허혈을 일으키는 질병. 내피세포기능이상, 산화 스트레스 등이 연축의 기전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이 밝혀져있지는 않고 흡연, 음주와 연관이 많다.)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정기적으로 약물을 복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혈관조영술을 받고 약을 먹고 있지만 오히려 어깨가 더 아픈 것 같고 일을 한 다음에는 손, 발이 더 붓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한편, 최근에는 조선업이 불황이다 보니 목포에서 더 이상 일을 못하게 되었고 최근에 상경하여 인력시장을 전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려다 보니 몸은 더 힘들고, 일하다 어지럽기도 하고 전보다 힘이 더 들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합니다.
이 노동자분이 제게 우선 혈관조영술이 심장에 나쁜 영향을 주어서 펌프질이 잘 안되니까 몸이 힘든 게 아니냐고 질문하였습니다. 하지만 쉴 때는 어떠냐고 물으니 작업을 하지 않으면 몸의 여러 증상이 호전된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검사목적의 혈관 조영술이 합병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흔하지 않고 합병증을 일으키더라도 검사 도중이나 검사 직후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련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혈관연축성 협심증으로 산재가 가능할지 다시 질문하였습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뇌혈관질환이나 심혈관질환이 산재로 인정될 수도 있다는 판례는 여러 번 본 적이 있습니다.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킨 경우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입니다.
그렇지만 근로복지공단에서는 ‘뇌심혈관질환의 대상 질환으로 뇌실질내출혈, 지주막하출혈, 뇌경색, 심근경색, 해리성 대동맥류로 뇌 또는 심장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 질환들은 생명을 위협할만한 중대한 질병에 해당합니다.
물론 협심증이라서 산재신청이 안된다고 잘라서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협심증은 진단 이후에 관리 또한 중요한 질병입니다. 진단 이후에 금연이나 혈압조절, 고지혈증 관리를 통해서 일상생활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분께 현재로서는 산재판정이 쉽지 않을 것 같고 산재신청을 하려면 우선 의무기록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첫 번째 순서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더불어 꼭 금연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노동자의 말처럼 서울에 와서는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처지인데 건강관리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시간을 많이 들여서 충분히 상담을 했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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