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사 교대제 변경과 사내하도급/비정규직 문제
김보성 노동시간센터(준) 회원
부품사의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과 사내하도급
부품사 주간연속 2교대제와 사내하도급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먼저 자동차 부품사의 상황을 이해 할 필요가 있다. 완성차를 정점으로 하여 위계적으로 수직 계열화 되어 있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종속적 기업 관계를 고려할 때, 물량조절은 주간연속 2교대로의 전환 시 부품 업체가 고려할 수 있는 변수가 될 수 없다. 완성차가 요구하는 물량을 맞추지 못하면 부품업체는 언제든지 계약해지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품업체 노사는 물량보전 방안을 놓고 고민하게 된다.
물론 사내에 노조가 조직되어 있는 경우 부품사는 설비투자와 신규인원 충원에 대한 노조의 요구에 직면하기도 한다. 그러나 종속적인 기업 구조 속에서 완성차에 의한 강제적인 납품단가 인하 압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온 부품사는 이러한 요구를 감당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품사는 설비투자와 신규인원 충원과 같은 방식의 문제해결을 꺼리게 된다. 노조 역시 이러한 요구를 끝까지 관철시키지 못한 채 제한적인 설비투자 및 인원충원을 받아들이거나 업체가 제시하는 다른 방식의 해결책에 타협하게 된다.
결국 부품사 노사는 노동강도를 조정하여 물량을 소화하는 방식을 검토하게 된다. 이것은 현대자동차 노사가 취한 해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일한 방식이 부품업체에는 보다 많은 문제들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완성차에 비해 부품업체들의 노동강도가 더 높기 때문이다. 즉 편성효율이 더 높고 설비가 감당할 수 있는 생산능력 역시 최대치에 보다 가깝게 도달해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품사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기업 역시 노동강도 강화를 통한 물량보전에 대해 난색을 표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활용하거나 물량의 일부를 보다 낮은 가격에 하도급업체에 넘겨주는 외주화를 검토할 수 있다. 물론 자동차 산업 부품업체의 수익성 악화와 이에 따른 외주화의 가능성, 비정규직 노동력 활용 가능성에 관한 논의는 이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양상이 자동차 산업 내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을 계기로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설비투자와 신규인원 채용 비용에 대한 부담을 원청사에 비해 훨씬 많이 느끼며 편성효율과 설비의 작동 능력이 한계치에 도달해 있는 부품사들의 경우, 외주화와 비정규직 활용에 대한 유인을 훨씬 많이 느낄 수 있다. 즉, 주간연속 2교대제가 수직 계열화 되어 있는 원청과 1-2-3차 밴더의 기업간 구조가 보다 강화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주간연속 2교대제를 계기로 한 작업장 구조조정과 도입 부담의 외부 전가
▲ 사업장 L사례는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발굴된 사례로, 여기서는 다른 유노조 사업들과 비교를 위하여 발췌하여 다루기로 한다 (배규식 외, 2013)
이번 조사에서 사내하도급이나 비정규직을 활용한 임금-물량 보전 양상은 <표 1>과 같이 나타났다. 대표적인 양상을 살펴보면, 1) 사내하도급 인력을 통해 비용 절감 및 노동강도 완화(R사). 2) 원청과의 도급계약 변경을 통해 24시간 공정의 외부화 및 내부 노동강도 완화(D사). 3) 그 외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기 전에 이미 노동강도를 강화시켜놓고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한 기업이 임금보전을 대가로 다른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는 사례도 발견되었다(J 사). 이들은 모두 유노조(금속노조) 직서열 부품업 체들로, 물량보전을 위해 UPH를 향상하고 추가 작업시간을 확보하는 것 외에 비정규직이나 사내하도 급을 활용하여 노동강도와 교대제 전환비용을 조정 하는 공통점을 보였다.
이에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무노조 업체 L 사업장의 경우, 사내하도급 업체와의 도급 계약에서 임금보전을 전제로 인력충원 없는 UPH 상승을 관철시켰다. 재정적 여력이 작은 중소부품업체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조직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을 활용하여 인력충원 없이 극심한 노동강도의 강화가 예견된 교대제 전환을 관철시킨 것이다. 네 사업장만을 놓고 비교해 볼 때, 유노조 사업장에서는 임금보전과 더불어 노동강도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가 노사 간의 쟁점이 되었으나, 무노조 사업장에서는 임금보전을 대가로 기계적인 UPH 상승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사내하도급과 비정규직이 크게 쟁점이 된 것으로 확인되는 사업장이 모두 직서열 업체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직서열 업체들은 대부분 치밀한 준비와 내부조직화 없이 현대차의 근무 형태 변경과 더불어 자동적으로 근무형태를 변경하였다. 현대차가 교대제를 전환했으므로 당연히 따라 가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따라 주간연속 2교대제의 도입은 내부적인 큰 고민 없이 현대차 모델을 동형화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거의 모든 직서열 사업장에서 8/8+1의 근무형태가 도입되었고 임금보전은 물량보전과 맞교환 되었다.
그러나 부품업체들은 이러한 맞교환에 있어 완성차에 비해 보다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국내 자동차산업 기업사슬에서의 위치상 부품업체들은 완성차에 비해 재정적 여력이 빈약하고 노동강도가 이미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금보전과 물량보전을 맞교환하기에 부담을 느끼는 부품업 체들의 경우, 상황에 따라 사내하도급이나 비정규직을 활용하여 문제를 우회하고자 유인을 보다 크게 받을 수 있다.
물론 비정규직과 사내외 하도급 노동력 활용은 임금 부담을 낮추고 노조와의 갈등을 우회하고자 할 때 기업이 일반적으로 고려하는 선택지들 가운데 하나이다. 따라서 반드시 직서열 부품업체에서만 비정규직과 사내외 하도급 노동력 활용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다른 부품업체뿐만 아니라 완성차나 여타 제조업 분야에서도 유사한 목적을 가진 고용유연화 사례들이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많은 직서열 부품업체들이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을 위한 체계적인 준비가 미비했던 상황에서 완성차의 합의안을 그대로 모방하며 교대제 전환을 추진했으며, 그 과정에서 사내하도급과 비정규직의 활용이 전환 비용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보다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게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주간연속 2교대제가 완성차-1차-2차 밴더 간의, 유노조사업장-무노조사업장 간의,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작업조건에 대한 격차가 확대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노동 내부의 분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준비된 교대제의 전환, 전환 시 최소한의 원칙에 대한 확인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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