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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1. 416 인권 선언을 운동으로 /2015.6 416 인권 선언을 운동으로 선전위원회 아직도 세월호 얘기야? 일터를 읽는 독자들은 아직도 세월호를 얘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잘 아실 것이라 믿는다. 많은 이들이 세월호 침몰을 지켜보고 그 후 1년이 넘는 시간을 고통과 분노, 연대의 마음으로 함께 보냈다. 이들에게 ‘끝나지 않은 그리움’ 이라는 추모 뮤직비디오의 제목은 명치를 건드리는 것이다. 아직도 사고와 그것을 구조라 부를 수 있다면 ‘구조’ 에 관련된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도 실종자가 있는데 배는 인양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세월호 사건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고자 했지만, 다른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과제들은 여전히 산적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아직도’ 세월호 얘기 중이다. 세월호가 인권 문제야? ‘416 인권선언’ 은 좀 어색하.. 더보기
월 간 「일 터」/[특 집]

특집 1. 416 인권 선언을 운동으로 /2015.6

416 인권 선언을 운동으로


선전위원회


아직도 세월호 얘기야?


일터를 읽는 독자들은 아직도 세월호를 얘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잘 아실 것이라 믿는다. 많은 이들이 세월호 침몰을 지켜보고 그 후 1년이 넘는 시간을 고통과 분노, 연대의 마음으로 함께 보냈다. 이들에게 ‘끝나지 않은 그리움’ 이라는 추모 뮤직비디오의 제목은 명치를 건드리는 것이다. 아직도 사고와 그것을 구조라 부를 수 있다면 ‘구조’ 에 관련된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도 실종자가 있는데 배는 인양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세월호 사건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고자 했지만, 다른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과제들은 여전히 산적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아직도’ 세월호 얘기 중이다.



세월호가 인권 문제야?


‘416 인권선언’ 은 좀 어색하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가 인권 문제였나? 무능한 국가, 더 나아가 국민을 살리지 못 하는 국가의 문제 아닌가? 진상을 밝히기 위한 ‘조사위원회’ 활동이 시작조차 힘들 정도로 꽁꽁 숨기려는 비밀과 음모의 문제 아닌가? 수십 년간 되풀이 되어 온 대형 참사에도 규제완화로만 달려왔던 이 사회의 안전 문제지. 그래, 이 모든 문제가 견고하게 서로 얽혀있는 문제지. 그런데 이런 복잡한 문제의 밑바닥에서 숨막혀하는 안전하게 살고자 하는 인간의 권리는? 슬픔을 참고 모욕과 수모를 받으면서도 싸워야하는 피해자의 권리는?


지난 1년간 우리가 잃은 것


지난 1년간 우리가 잃은 것, 우리가 짓밟힌 것은 무엇이었나 다시 생각해본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생명의 존엄’ 이 너무 쉽게 포기되는 것을 보고 분노했다. 상실과 슬픔을 모욕하고 혐오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추모할 권리조차 빼앗겼다. 이미 난 사고의 진실이라도 밝히는 것은 피해 당사자의 당연하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고, 진실에 대한 권리는 벌어진 사건, 구체적 상황, 누가 그 사건에 참여했는지에 대한 완전한 진실을 아는 것을 의미한다는데(류은숙, 인권오름 2014.10), 이런 요구는 불온으로 매도됐다. 안전이라는 것이 기술이 발달하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옳은 정보를 알 권리, 부당한 지시를 멈출 권리의 문제라는 것을 알았지만 참사 현장에 알 권리와 멈출 권리는 없었다.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큰 손실에 대해 공동체는 긴급한 지원을 충분히 하지 못 했고, 피해자들에게는 참사 상황에서 최소한의 보호와 지원을 받을 권리가 없었다.

각자가 기억하는 끔찍한 장면은 너무나 많고 서로 다를 수 있지만, 그 모든 장면에서 인권은 하늘 아래 원래 존재하는 어떤 것이 아니었다.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과 빼앗으려는 사람이 싸우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계속해서 이것은 우리 권리라고 선언하지 않으면 지킬 수 없는 것이었다. 세월호 침몰과 그 뒤 일련의 사태를 인권 문제로 보려는 것은, ‘인권’ 이 만능열쇠이기 때문이 아니다. 인권 문제라고 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세월호를 계기로 우리 사회 인권의 현주소를 다시 확인했다. 지난 1년 내내 우리는 ‘인권’이라고 생각했던 권리들이 짓밟히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짓밟힌 권리들을 아직 되살려내지 못 하고 있다. 그래서 이것을 ‘우리 권리다, 이 권리를 지키기 위해 행동 하겠다’ 고 선언하자는 것이 ‘존엄과 안전을 위한 416 인권선언’ 의 취지이다.


존엄과 안전을 위한 416 인권 선언을 운동으로


416 인권선언은 가장 먼저 ‘세월호는 당신에게 무엇이었나’ 라는 질문을 던진다. 바로 거기에 우리가 참사를 통해 배운 ‘인권’ 이 있다. 인권 선언이 멋들어지게 쓰여진 글에 ‘동의한다’ 서명하는 것에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법조문처럼 장과 절을 갖추고 국제 인권 조약에 버금가는 형식에만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416 인권 선언은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한 운동, 세월호 이후 다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운동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존엄과 안전을 위한 416 인권선언’을 준비한 사람들은 304번의 풀뿌리 토론을 통해, 말 그대로 사람들이 스스로 ‘선언’ 하는 인권선언을 만들자는 당찬 계획을 세우고 우리에게 제안하고 있다. 우리의 구체적인 공감, 생생한 언어, 각자의 경험을 가지고 ‘존엄과 안전을 위한 416 인권선언’ 을 만들자고 손을 내밀고 있다. 함께 만드는 '4.16 인권선언' 이 되도록 앞으로 이어질 제정 과정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사진 설명 : 인권영화제 416인권선언 홍보부스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출처 : 416 인권선언 실행팀)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인권선언운동을 제안합니다>>

세월호 참사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모두 말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의 사회는 달라져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약속을 지킵시다. 참사 이전의 사회와 단절을 선언하고, 참사 이후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을 함께 밝히자고 제안합니다.


1.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현실을 기억합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는 모두 약속했습니다. 끝까지 잊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제 다시 묻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있을까요? 2014년 4월 16일 아침,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고,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를 포함한 304명의 희생자가 우리 곁을 떠났다는 것 외에 우리는 아직 함께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피해자 가족과 국민이 따로 또 같이 1년이 넘는 시간을 겪으며 우리는 수많은 경험들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억울함, 분노, 절망으로 우리를 내몰았던 경험들 말입니다. 그것에 이름을 붙여본다면, 인간의 존엄이 훼손된 경험이라고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그저 안타깝고 슬프고 화나는 일을 겪은 것이 아니라 인권을 침해하는 하나의 현실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2. 사회 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합니다!


존엄을 훼손하고 무시한 결과, 참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사회가 만들어졌고, 여전히 그 사회는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기업은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을 앞세우고, 정부는 국민의 권리보다 권력의 보호에 골몰하며, 어떤 이들은 공감과 연대보다 모욕에 익숙합니다. 이와 같은 모습은 개개의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서로 맞물려 우리를 억압하는 힘을 더욱 발휘하는 구조임을, 우리는 목격하고 확인했습니다. 이런 구조가 세월호 참사를 낳았을 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미래에도 우리의 존엄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 역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달라져야 하는 것은 몇몇 문제에 그치지 않는 구조 자체입니다. 혼자서 조심하고 피한다고 해서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낳은 구조가 견고할수록 우리는 더욱 손잡고 연대해야 합니다.


3. 무엇이 안전인지, 인간의 존엄에 기초하여 우리가 말합시다!


누구나 존엄과 안전을 누릴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추구할 안전은 어떤 가치인가요? 누군가 나서서 지켜주기를 바라며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살아남기 위해 제각각 경쟁하며 구매하는 것도 아닙니다. 위험을 줄이고 참사의 피해를 줄이는 것은 인권의 문제입니다. 취약한 개인이나 집단에 더욱 큰 위험을 떠넘기는 구조에 맞서 근원적인 평등을 이루는 것이 안전입니다. 우리의 삶을 구속하려는 공포와 비참으로부터 함께 자유로워지는 것이 안전입니다. 구조적 억압을 제거하기 위해 공동체에 참여하며 실천하는 연대가 안전입니다. 우리가 함께 이루려는 안전이 무엇인지 충분히 따져보지 않는다면 자칫 우리가 원하는 정반대의 결과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그 동안 국가가 툭 하면 말해온 안전은 오히려 우리의 자유와 평등, 연대를 해쳐왔기 때문입니다.


4. 피해자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우리의 권리를 지키는 것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속지 않습니다. 이미 우리는 수많은 참사를 겪어왔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잊어왔습니다. 언제나 비슷한 문제들이 드러났지만, 못이긴 척 정부가 나서서 누군가를 엄벌에 처하겠다거나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했다고 하면 그런가보다 하고 잊었습니다. 물러서지 않고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는 피해자들이 있으면 보상이 부족한가보다 하고 남 문제로 여겼습니다.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진실과 정의, 배상과 재발방지에 대한 피해자의 권리는 거래나 선택을 강요당해서는 안 됩니다. 실종자, 희생자, 생존자와 그 가족들, 그들을 돕거나 피해를 막기 위해 나섰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았던 우리가 어느새 우리를 위험으로 내몰고 있었습니다. 피해자의 권리가 곧 우리의 권리임을 잊지 않고 끝까지 함께 행동해야 합니다.


5. 다른 사회를 열기 위한 우리의 책임은 우리의 권리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안한 마음을 가슴 한편에 지니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우리의 미안함은 무엇에 대한, 무엇을 향한 미안함일까요? 혹시 누군가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의 무게를 대신 나눠진 채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인권의 시선으로 책임을 밝혀야 합니다.

인권은 인간의 존엄이라는 기초 위에 서 있는 푯대입니다.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실현하지 못하는 정부는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정부뿐만 아니라 인권침해의 구조에 개입된 기업, 언론 등의 행위주체들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것이 정의입니다. 우리의 미안함은 우리를 짓누르는 상처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책임져야 할 자가 책임질 때, 우리는 참사로부터 자유로운 사회에서 우리의 권리를 누릴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책임을 묻는 행동은 우리의 정치적 책임이자 권리입니다.


6.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인권선언은 행동입니다!


권리는 선물이 아닙니다. 시대와 장소를 넘어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역사가 인권입니다. 국제인권법과 헌법이 이미 제시하는 수많은 권리들은 누군가의 치열한 투쟁이 남긴 기록입니다. 앞서 겪은 사람들의 증언에 귀 기울이며 우리 스스로 목소리 내기를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달라져야 할 것을 고집하는 세력에 경고하며 우리의 권리를 현실에 새깁시다. 모두의 생명과 안전, 자유로운 표현과 결사, 인간다운 노동과 생활 등 우리 스스로 인권의 목록을 써내려갑시다. 모르는 것이 있다면 함께 배우면 되고 부딪치는 의견이 있다면 함께 토론하면 됩니다. 세상을 바꿔온 것은 인간의 존엄에 대한 감각을 놓치지 않으며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소박한 상식과 작은 행동이었습니다. 함께 선언하는 우리가 바로 살아있는 인권입니다.


2016년 4월 우리 모두의 이름으로 인권선언을 선포합시다. 그때까지 함께 선언할 사람들을 조직합시다.

416인권선언운동의 취지와 목적을 알리는 작은 간담회를 열어 첫발을 떼어주십시오.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 홈페이지(http://416act.net)에서 관련 자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416인권선언을 매개로 단위에서 토론을 조직하고 싶은 분들은 추진단에도 함께 해주십시오. http://416act.net/416declaration에서 신청할 수 있습니다.